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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8일 15시 15분 등록

서양의 지혜

버트런드 러셀 저, 이명숙, 곽강제 옮김, 서광사

2014. 6. 8


1. 저자에 대하여

버트런드 러셀, 1872. 5~1970. 2

철학자, 논리학자, 수학자, 사회운동가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열정들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_버트런드 러셀”


20세기 지식인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고 다양한 활동을 한 전방위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버틀런드 러셀을 빼놓을 수 없다고 한다. 이 양반! 한마디로 엄친아 필이 충만하다. 우선 출생부터 범상치가 않다. 영국의 웨일즈에서 백작이자 영국 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존 러셀의 손자로 때어났다. 일찍 양친을 잃은 그는 조부모 슬하에서 유년을 보내게 되는데 이때의 고독한 시간들이 그를 탐구의 세계로 인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했으며 철학, 과학, 사회학, 교육, 정치, 예술, 종교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탐구의 영역을 개척했다. 하루에 거의 고칠 필요가 없는 3,000 단어 분량의 글을 써 냈다고 한다. 이런 괴물같은 탁월함 덕분에80여 편의 저작들은 모두 해당분야의 역작으로 꼽힌다고 한다. 경제적 안정과 함께 귀족으로서 누렸던 교육적 혜택이 그를 연구에 몰두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하더라도 그의 탁월함은 성실함을 더하여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다. 

여기에다 그는 실천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면모까지 갖췄다. 1차 세계대전 중 반전운동에 참여 하다가 대학에서 쫓겨났고, 급기야 1918년에는 6개월간 옥고를 치루기도 했다. 징병반대, 핵무기 반대 등 끊임없이 사회운동에 참여하였으며, 1962년에는 9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쿠바 위기’ 와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등의 첨예한 이슈들에 개입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인생을 지배해 온 강렬한 세 가지 열정 가운데 ‘사랑에 대한 갈망’ 역시 실천하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세 번의 결혼을 했으며 또 다른 여인들과도 사랑을 나누었다. 그는 자서전에서 사랑에 대한 그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성적인 호기심에 눈을 떠 사춘기 시절에 자위를 하던 때의 심경, 아내와 여인들과의 사랑, 애증에 대한 솔직한 묘사에는 인간의 욕정과 사랑의 경계선상에서 사랑을 품고 나아가는 한 사내의 진정성이 온전히 녹아 있다. 그의 솔직한 태도는 그가 삶과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된다.


그는 195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 세기를 세상에서 살다가며 앎을 행동으로 실천하려고 했던 지식인 러셀.

그는 주어진 삶을 다 살다간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인 것이 분명하다.



2.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철학적 토론은 물론이고 모든 합리적 토론에서 어떤 사람의 득점과 실점을 판정하는 기준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어떤 생각이든 인간과 사회와 세계의 진실을 명확하게 주장해야 한다는 진리 기준이고, 둘째는 옳은 생각에서는 반드시 옳은 생간만 나와야 한다는 논리 기준이다.


머리말


10. 그러나 이 모든 과학은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미지의 영역과 접하고 있다. 누군가가 이 접경지대에 이르러 그 경계선을 넘어간다면 그는 바야흐로 과학의 세계를 지나 사변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이 사변적 사고 활동 역시 일종의 탐구 활동인데, 이것이 바로 다음 아닌 철학이란 학문이다. 

-> 과학은 모두 한결같이 처음에는 철학적 탐구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과학적 탐구 방법은 그 자체만으로는 새로운 탐구 방법을 개발하지 못하므로 과학은 그저 똑같은 방법을 적용하여 해결할 수 있는 일거리만 계속 찾는다.


12. 철학은 일찍이 그리스 사람들이 그랬듯이 순전히 가보고 싶어서 하는 탐험 영행처럼 오직 알고 싶어서 시도하는 지적 모험이다. 철할 자체에는 원칙적으로 어떠한 종류의 교조적 신조도 신비로운 의식도 신성 불가침한 것도 발붙일 여지가 없다.


13. 그래서 철학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철학을 해보는 것뿐이다. 

-> 철학에는 수학과 같은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


15. 그래도 마침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깨닫게 해줄 것이다.


1.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


16. 철학은 누군가가 일반적 물음을 제기할 때 시작되며 과학 역시 시작은 마찬가지다.


20. 그 당시 그리스 사람들의 전신이 팽팽히 긴장되어 있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스 정신은 질서정연하고 합리적인 면이 있는가 하면, 마구 날뛰는 본능적인 다른 면이 있다. 전자는 철학과 예술과 과학을 일으켰다. 후자는 생산력을 숭배하는 의식에서 연유하는 매우 원시적인 종교로 나타나고 있다. 


언제나 공감이란 격렬한 감정과 정열에 들뜨는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법이다. 그러므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비극의 본질이 카타르시스, 즉 감정을 정화시키는 일이라고 설명한 건 정곡을 찌른 말이다.


21. 그리스 철학 전체를 지도하면서 이끌고 있는 생각은 로고스라는 개념이다.


일반적 물음의 답을 찾는 일은 가장 넒은 의미로 보면 무심한 관찰자에게는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일어나는 거처럼 보이는 일련의 사건 속에서 질서를 찾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22. 사회는 아무리 원시적인 수준의 사회일지라도 어떤 종류의 조직을 갖추고 있게 마련인데, 질서라는 생각은 이 사회 조직으로부터 자라나온 것이다.


종교가 자라나온 근원은 자연의 규칙적인 변화를 거스르거나 벗어나는 결과를 얻으려고 시도하는 일이다. 종교가 나름대로 구실을 하는 건 기적의 영역인데 이 기적의 영역에서는 인과 관계가 폐기되어 버린다.

-> 인간이 이 세계에서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수준과 종교적 수준.


23. 그리스 철학이 전개되어 온 단계들을 살펴보면 어느 단계에서나 여러 가지 이원론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5. 탈레스는 사람들이 돈도 벌어 보라고 비아냥거리자 올리브기름 시장을 매점하여 단번에 떼돈을 벌어 세속적 수완을 증명해 보였다고 한다.

-> 그러나 이때 철학자들은 세속적 욕망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26. 탈레스의 견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세계가 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 하나의 물질 즉 한 가지 실체가 여러 가지 상태의 다른 물체 속에서 똑같이 유지되고 있다는 가설을 발견한 사실만큼은 여전히 훌륭한 업적이다.


27. 아낙시만드로스 귀류 논법

: 인간은 양육과 보호를 필요로 하는 유년기가 유난히 길다는 사실에 주목, 인간이 애초부터 현재와 같은 상태였다면 이 세계에 살고 있을 수 없을 거라는 결론, 인간은 훨씬 더 짦은 기간에 자립할 수 있는 다른 동물로부터 진화하였음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29. 철학에서 참으로 중요한 일은 답을 꾸며내는 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물음을 제기하는 것이다.


33. 라틴어에서는 ‘calculation’이란 낱말이 ‘자갈 다루는 법’을 뜻한다.


37. 헤라클레이토스

- 자연은 숨기기를 좋아한다.

- 숨은 조화가 노출도니 조화보다 더 훌륭하다.

- 사람들은 어떻게 대립의 상태가 그대로 조화의 상태일 수 있는가를 깨닫지 못한다. 그건 활대와 활시위의 조화와 마찬가지로 서로 대립하는 긴장들의 조화다.

- 호메로스가 ‘신들과 인간들 사이에 투쟁이 사라져 버리기를!’ 하고 기원했던 건 잘못이었다. 그는 자신이 우주의 멸망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만일 이 기도가 이루어졌다면 우주의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 사람은 같은 강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새로운 물이 계속 흘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은 그게 그것이다. 비탈길은 그 길을 올라가느냐 내려가느냐에 따라서 오르막길도 되고 내리막길도 된다.

- 선과 악은 하나다.


43. 파르메니데스

- 그것은 존재한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사고의 대상이 될 수조차 없다. 그 까닭은 누구도 무에 관해서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사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은 도저히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 우주에 존재할 수 있는 것만이 사고의 대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51. 그리스 사람들이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은 법률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리스 사람들이 법률을 대하는 태도는 아주 독자적인 것이어서 같은 시대의 아시아 사람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아시아에서는 통치자의 권위가 하늘이 내려주었다고 여겨지는 법률에 의해 옹호되는 반해서, 그리스 사람들은 법률이란 인간이 인간을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어떤 법률이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시민들의 합의에 따라 바뀔 수 있었다.


54. 그리스 문명은 조화의 원리를 근거로 하고 있으면서도 내부의 분쟁으로 분열되어 있었는데, 결국은 이 사실이 그리스 문명의 위대성을 더 한층 높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리스 문명은 끝내 그리스 단일 국가를 이루어 존속시킬 수는 없었지만 그리스 땅을 정복했던 사람들을 문명에 의해서 모조리 정복해 버린데다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서양문명의 뼈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71. 소피스트들은 적당히 통할만한 실제적 조처에 관심을 두었는데, 소크라테스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상각에서 음미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 나는 소피스트들이 현대적 의미의 컨설턴트나 공학자 집단이 아닐까 한다.


2. 아테네의 철학


79. 그리스어 ‘symposium’은 ‘향연’이란 뜻이다.


80. 소크라테스가 가장 열중했던 관심사는 최고선이었다.


83.  소크라테스처럼 자신의 지례가 보잘 것 없는 것임을 깨닫고 있는 사람이 인간들 중에서 가장 현명하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로 하여금 어느 누구도 오랫동안 정직한 사람으로 머물게 하지는 못하게 마련인 정치에 가담하는 것을 막은 것도 바로 이 내면의 소리였다.


84. 플라톤 : 아카데미아, 이데아, 대화, 국가론


91. 먼저 철학자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보기로 하자. 이 말의 글자 그대로의 뜻은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누구나 철학자는 아니다. 따라서 이 정의는 너무 넓으므로 철학자란 진리에 대한 통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좁혀야 한다. 예술품 수집가는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지만 이 일이 그를 철학자로 만들지는 못한다. 철학자는 아름다움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은 꿈을 구고 있는 사람이고, 아름다움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은 깨어 있는 사람이다. 예술품을 사랑하는 사람은 한갓 의견을 갖는 데 그치는 반면, 아름다움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은 지식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지식은 반드시 어떤 것을 대상으로 해서 성립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식의 대상은 파르메니데스가 주장했던 것처럼 존재하는 것을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데. 존재하지 않는 것을 대상으로 삼는 지식이라는 말은 전혀 지식이 아니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식은 일단 이루어졌다 하면 영원히 확실하게 확정되므로, 혹시 오류일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조금도 할 필요가 없는 진리다. 이와 반대로 의견은 오류에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의견은 존재하는 것에 관한 지식도 아니고 또 아무 것도 아닌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의견이란 헤라클레이토스의 표현대로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에 관한 생각임에 틀림없다.


98. 플라톤은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거짓말을 해도 좋다는 권리를 허용하였다.


105. 교육은 지식에 도달하는 과정이며 그래서 훌륭한 삶에 이르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무지는 자유로운 삶 즉 지식과 통찰에 의해 성취되는 자유로운 삶을 방해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하겠다. 


130. logic이란 이름도 분명히 로고스에서 유래하였다. 논리학은 로고스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133. physics(물리학)에 해당하는 그리스어가 자연을 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136. 앞에서 살펴본 운동은 질의 변화였다. 그 밖에도 두 종류의 다른 운동이 있는데 그것은 양의 변화와 장소의 변화이다. 운동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세 범주에 해당하는 것뿐이다.


141. 도덕적 탁월성 즉 품성의 덕과 관련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을 덕으로 보는 이론을 전개하였다. 그는 어떤 행위든 행해지면 미흡하거나 과도할 수 있는데, 이 둘 중의 어느 편에 속하는 행위든 적절한 행위가 못된다고 보았다. 덕스러운 행동은 이 두 극단의 중간 어딘가에 있다. 그러니까 불굴의 용기는 분별없는 침략성도 아니고 겁에 질린 위축도 아니다.


142. 우정이란 자기애를 다른 사람에게 연장시키는 것...아리스토텔레스


147. 비극의 궁극적 목적은 감정을 깨끗이 비워 버림으로써 영혼을 정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리스어 ‘catharsis'(승화)의 의미다. 관객은 연극 중의 인물에 동화되어 공포와 연민의 감정을 경험함으로써 그 자신의 영혼을 짓누르고 있던 그런 감정의 짐을 실제로 벗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비극은 치료 목적을 갖고 있다.


153. 사람이 어떤 견해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와 동시에 그 견해에 대해서 초연하게 공평무사한 태도로 대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찾아보기 힘든 미덕이다.


3.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


158. 고학과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헬레니즘 시대는 고전 시대보다 훨씬 더 미신에 빠져 있었다. (......) 사람들은 모든 것이 무상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헬레니즘 시대의 탐구자들은 자신의 연구를 특수한 분야에 제한시켰다.

-> 전문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160. 안티스테네스는 만년에 상류 사회의 생활과 배경을 내던지고 평민의 소박한 삶을 영위하였다. 그는 그 시대의 관습에 반항하였으며 조직화된 상태의 인스보가 제약에 의해서 구속받지 않는 원시적인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 하였던 것이다.


이 젊은 마케도니아 대왕은 디오게네스에게 소원을 말하면 들어주겠노라고 말했다. “햇빛이나 가리지 말고 비켜 주시오”라고 대답을 들은 알렉산더 대왕은 깊은 감명을 받고 “내가 알렉산더만 아니라면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다”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163. 에피쿠로스에게 최고선은 쾌락이다. 괘락 없이는 훌륭한 삶도 있을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괘락에는 정신적 쾌락과 같은 비중으로 육체적 괘락도 포함된다. 


165. 헬레니즘 시대에 융성하였던 가장 영향력 잇는 철학 운동은 스토아 철학 운동이다. 


stoic이란 말이 금욕주의자라는 현대적인 의미를 띠게 된 것도 그들이 이처럼 인내와 초연함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179. 이때부터 어쨌든 서양에서 철학이 교회의 보호아래 들어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고대의 사상가들이 현대의 철학자들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부딪쳤던 주요한 문제들 가운데 하나는 오늘날에는 과거의 전통에 의지할 수 있는 반면에 초기의 그리스 철학자들에게는 그러한 지주가 없었다는 사실에서 생긴 것이다. 


180. 이 고대의 마지막 시점으로부터 학문의 초기성과들을 다시 주목하여 기초로 삼음으로써 학문적 연구가 부흥하고 근대 과학이 탄생하기까지는 약 1200년의 세월이 지나가야 한다.


181. 그리스 사람들의 철학적 전통은 본질적으로 계몽과 해방을 추구한 운동이다. 그리스 철학이 목표로 하는 것은 사람의 정신을 무지의 질곡에서 해방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철학적 전통은 이 세계를 이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보게 함으로써 미지의 것들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한다. 그리스의 철학적 전통을 계속 유지시킨 것은 로고스이고, 그리스 철학이 열망하는 것은 최고선의 형상의 인도를 바다 지식을 추구하는 것이다. 


4. 초기 기독교 철학


185. 야만의 상태로 살아 왔던 북부 지방의 사람들에게는 의지하고 살 만한 정신적 유산이 전혀 없었다. 따라서 읽고 쓰는 능력은 오로지 교회의 일을 보살피는 사람들이나 성직자들만이 지닌 특징일 수밖에 없었는데...

-> 철학은 종교의 시녀가 되었다. 나는 신이 개인과 사회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신을 등에 업고 또는 이를 빙자하여 삶에 관여하고 지배하려드는 것에는 강력히 거부한다. 


206. 베네딕토는 520년에 몬테 카시노에 수도원을 세웠다.


5. 스콜라 철학


암흑시대 : 서기 600년경부터 1000년 언저리까지.

스콜라 철학은 문에 부흥 운동이 일어날 때까지 아무런 도전도 받지 않고 지속되었다.

이 시기에는 경험의 가치가 인정되지 않고 신앙이 판단의 표준으로 횡포를 부렸다.


217.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지도할 수 있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도덕적 전통이 없으면 그들 자신의 사리 사욕을 채우는 경향이 있다.

-> 성직의 매매, 심지어는 교황자리까지 매매 됨.


230. 지식을 얻는 두 가지 길_토마스 아퀴나스

- 이성은 생각의 재료를 감각 기곤의 경험으로부터 획득한다.

- 계시는 믿음을 마련해 준다.


233. 아퀴나스 철학에서 사용되는 본질과 실존이란 용어는 잠재성과 현실성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본질은 순수하게 잠재적인 것이고, 실존은 순수하게 현실적인 것이다. 따라서 유한한 사물에게는 항상 이 두 가지가 섞여 있게 마련이다.


질서가 있다는 것은 설계자가 있다는 뜻을 함의하므로 신은 실제로 존재한다.


239. 오캄

- 적은 것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은 것을 가지고 하는 것은 헛된 짓이다.

- 필요 이상으로 있는 것을 증가시켜서는 안 된다.


243. 각 민족마다 자기 나라 말을 사용하게 되자 교회는 철학과 과학의 분야에서 전개되는 지적 활동을 지배하는 힘을 상당히 잃어버리게 되었다.


246. 그리스 사상과 중세 사상의 가장 중요한 차이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사람은 누구나 당연히 그리스 사상에는 죄의식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 사람들의 눈에는 사람이란 저마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죄 때문에 고민해야 하는 존재로 보이지 않았다.


248. 이성과 신앙의 분리는 그와 동시에 사람들로 하여금 이성적 활동과 종교적 활동을 엄밀하게 분리하여 제각기 유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6. 근대철학의 발흥


250. 전환기 네 가지 특징

- 문예부흥운동

- 인본주의

- 종교개혁

- 경험적 탐구


253. 전화기 두 가지 발전

- 인쇄기 발명   - 발견의 항해


253. 사람이 자기에게 주어지는 인쇄물에 전혀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고 승인만 하게 한다면 독서 능력은 사람에게 거의 쓸모없는 것이 되어 버릴 것이다.


254. 15세기까지는 배가 대서양의 해안선으로부터 멀리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는 그런 항해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항해자를 안내해줄 만한 지표가 없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일이 안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반되는 경향의 세계관

- 인간의 힘과 재능에 대한 강한 자신감 -> 인간이 무대의 중심을 차지

- 인간이 우주 속에 차지하는 위치는 위신을 읽어버렸다 -> 철학자들이 무한한 공간에 대해 상상하기 시작함.


257. 철학 분야에서는 이탈리아 문예부흥이 전체적으로 보아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 시기는 위대한 철학적 사변의 시대라기보다는 재발견의 시기였다.


258. 마키아벨리.

- 무력을 갖추지 못한 예언자는 언제나 실패하게 마련

- 마키아벨리 식으로라는 말이 상당히 사악하고 타락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됨. : 군주론

- 그러나 그는 이 문제를 선악을 떠나서 대하고 있다.


264.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267. Pro-testant 항의자, 마틴 루터, 종교개혁


276. 갈릴레오의 망원경으로 여러 가지 편견들이 뒤집어지자 정통파 스콜라 학자들은 독단의 잠에 빠져 있었던 그들을 그런 식으로 뒤흔들어 깨워 버린 망원경을 헐뜯게 되었다.

-> 모든 변화의 적은 수구 기득권이다. 기존질서를 깨고 변화를 시도하려면 피할 수 없는 싸움인 것이다. 압도하는 수밖에 없다. 콩트는 현미경이 기체에 관한 단순한 형태의 법칙들을 엎는 일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현미경을 비난했던 것이다. 종교재판에 회부된 갈릴레오는 그들이 시키는 대로 다 해버리고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했다고 한다.


280. 베이컨의 우상 

1. 종족의 우상, 인간을 우상으로 받드는 경우, 희망에 의거한 사고, 이랬으면 하고 바라는 생각을 그대로 사실이라고 믿는 경우 

2, 동굴의 우상, 개인이 자신의 잘못된 외고집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

3, 시장의 우상, 사람이 언어에 현혹되는 경향으로 인해 일으키는 과오, 특히 철학에 만연되어 있는 과오

4, 극장의 우상, 사상의 체계나 학파에 대한 맹신으로 인해 일어나는 과오


284. 이 스칸디나비아의 통치자는 문예 부흥 시대의 군주를 그대로 닮은 인물이었다. 의지가 강하고 박력이 있었던 여왕은 데카르트가 새벽 5시에 철학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고집하였다. 스웨덴의 추운 경울 한밤중에 일어나야 하는 철학과 전혀 무관한 이 의무는 데카르트가 이겨 낼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일이었다. 데카르트는 이로 인해 병을 얻어 1650년 2월에 죽었다.

-> 죽음은 이렇듯 허망하다. 

(259 참조) 교황 알렉산더 6세의 아들인 체자레 보르지아는 잔혹하고 교활하며 무자비한 담력으로 아버지가 죽은 다음을 위해 자신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치밀한 계책을 추진하였다. 보르지아는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때는 우정을 가장하고 어떤 때는 살인을 저지르면서 놀랄 만한 간사함과 외교적 술수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의 아버지가 죽었을 때 그 역시 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황직을 물려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보르지아의 숙적인 율리우스 2세였다. 


(262) 가장 뛰어난 인본주의 학자들 가운데 한명인 영국의 토마스 모어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신념에 따라서 죽었기 때문이다. 왕비의 대관식 참여를 거부해서 왕의 눈 밖에 나더니 왕을 교회의 수반으로 세우는 수장령이 선포되었을 때 선서를 거절함으로 해서 처형당하였다.


결국 데카르트는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살피는 수밖에 없다고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286. 데카르트의 잠정적 행동규범

- 자가기 사는 나라의 법률과 간습을 준수할 것.

-  어진 시절부터 믿어 온 종교에 충실할 것.


291. 본인은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다 보면 철학을 진전시키는 일이 중단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 본인은 자신의 철학이 기성 종교를 뒤엎으려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도록 어느 선에서 ‘철학하는 자유’를 억제해야 하는가를 모릅니다. 그러므로 본인이 아직도 철학 교수직보다 더 좋은 행운을 바라고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본인의 입장에서 지금과 같은 생활이라야 가장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평온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강의하는 일을 삼가고자 한다는 것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은둔생활을 하던 스피노자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철학교수 제의에 대해 이렇게 거절하였다. 그는 정신과 물질을 동일한 실체의 두 측면으로 보았다. 그의 철학적 견해는 그의 사후 백 년 동안이나 죄악의 구렁텅이에 빠진 생각이라는 비난을 받았으며 그의 저작 <윤리학>도 그의 사후에 출간되었다.


302. 비코는 그의 철학이 지닌 애매성이 이루 원인이 되어 그 시대 사람들의 이해를 얻지 못했으며 자신의 수준과 능력에 걸 맞는 다른 사상가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거나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행운을 갖지 못하고 말았다. 


7.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


308. 자유주의 대두

- 자유주의 요지는 관용.

- 재산권을 확보함과 동시에 왕권을 축소하자는 생각에 기초를 둔 민주주의 지향.

- 개인주의 옹호


314. 지식의 기초를 어느 정도 밝히고 지식에 이르는 길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를 약간 치우는 하급 노동자로서 일하는 것만도 나에게는 충분히 야심만만한 일이다. _ 존 로크


327. 데이비드 흄은 재산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의 경제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알뜰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생활 방식을 조절하였다. 그는 학문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기꺼운 마음으로 이처럼 검소한 절약 생활을 꾸려 나갔다.


8. 계몽운동과 낭만주의 철학


337. 영국의 경험주의 운동이 지닌 탁원한 특징들 중의 하나는 다른 전통을 따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보여준 폭넓은 관용의 태도이다.


339. 계몽 운동 자체는 정치적 국경 같은 건 전혀 모르는 추진력이었다. 그러나 낭만주의는 이와 달리 민족적 차이를 날카롭게 대비시키면서 민족성에 대해서 신비로운 생각을 갖도록 조장했다.


340. 우리는 바이런에게서 철저한 낭만주의자가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그에게서 반역, 도전, 기존의 관습에 대한 경멸, 무모함, 고상한 행위를 볼 수 있다. 그가 그리스의 자유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그리스 서해안의 미쏘롱기라는 습지에서 죽은 사실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위대한 낭만적 행동이라 하겠다.


342. 이 모든 사상가가 함께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이성의 탁월성이다. 사람들 위에 그 동안 군림해 오던 종교를 타파해 버린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는 최고의 것이 사람들에 의해 정해지게 되었으며, 이 일을 위한 특별한 축제일을 마련하게 되었다.


345. 루소는 결국 모든 사람과 싸우게 되어 피해망상증에 걸리게 되었다. 그는 파리로 되돌아 가 가난과 심신의 고통 속에서 말년을 보냈다. 


347. 쾨니히스베르크 사람들은 그(칸트)를 자랑스럽게 여겼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성대한 장례식을 거행했는데 이는 참으로 국소수의 철학자만이 누린 명예였다.


365. 어떤 사람이 금은 귀중하다는 정명제를 주장했는데 다른 사람이 이 명제에 대항하여 금은 귀중하지 않다는 반명제를 맞세웠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 경우의 합명제는 금은 상황에 따라 귀중하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타협은 양쪽의 요구가 모순관계를 이루는 게 아니라 반대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성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의해야 한다.


378. 1189년에는 그(니체)가 학생 시절에 걸렸던 성병의 말기 증세가 나타나 정신 이상을 일으켰는데 그는 죽을 때까지 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9. 공리주의 철학과 그 이후


381. 산업혁명


인간적인 관점에서 보면 산업혁명의 초기는 참으로 소름끼치는 무시무시한 시기였다.


공유지에 울타리를 쳐 사유화하는 귀족의 특권 행사가 대규모의 시골 주민이 농촌을 떠나 새로운 살길을 찾아 도시로 몰려들게 만든 일은 18세기에 와서 일어났다. 


하지만 최악의 불행들 중의 약간은 무지의 탓도 일부 원인이었는데. 그 당시의 문제들은 인류가 이전에 전혀 부딪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혁신적 기계의 발명은 그것들에 이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그렇지만 대체로 보아 인간은 보수적 동물인 것 같다. 그래서 인간의 기술적 재능의 발달이 정치적 지혜의 터득을 앞질러 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로 인해 생간 불균형을 인류는 아직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385. 이 이론(공리주의)의 요지만을 간략하게 말하면 선은 쾌락이고 악은 고통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이 도달해야 할 최고의 상태는 고통을 상쇄하고 남는 쾌락의 양이 가장 많은 상태라는 것이다. 


387. 벤담은 법의 기능에 관해서 누구나 자신을 위한 최대의 쾌락을 추구하는 중에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는 다른 사람의 활동을 해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은 이렇게 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원리는 다른 해석을 끌어낼 수 있는 소지를 가지고 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이 원리를 경제 활동의 자유방임과 자유무역을 정당화시키는 근거로 삼았던 것이다. 


388. 공리주의 윤리학으로부터 얻는 두 가지 결론.

- 공리주의가 어떤 점에서 모든 사람이 행복을 얻으려는 강한 충동을 똑같이 갖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 최대 행복이 오직 사회의 조건이 안정되어 있는 경우에만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공리주의에서는 평등과 안전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고려된다는 것.


392. 멜더스의 <인구론>은 정치 경제학에 아주 중요한 기여를 하였으며 더 나아가 나중에 사회 과학의 다른 분야가 발전의 토래도 삼을 수 있는 기초 개념들을 마련해 주었다.


다윈은 맬더스의 이론으로부터 자연 도태의 원리와 생존 경쟁이라는 생각을 이끌어 냈다.


적자생존의 원리는 정치적 용어로 표현이 바뀌어 20세기의 독재 정권이 내세웠던 정치사상을 상당히 부추겼다.

-> 나는 적자생존의 원리가 인간사 경쟁의 원리로 원용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삶은 생존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지금 나로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없지만 그것은 분명하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합리적, 긍정적, 생산적으로 변화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때론 이 원리가 폭력, 불평등, 독재의 근거로 원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393. 내가 보기에는 인간과 원숭이가 공동의 조상을 가졌다는 주장이 원숭이에게는 틀림없이 모욕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오늘날에는 이런 주장으로 인해서 감정의 혼란을 일으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395. 마르크스는 노동자가 자신의보수를 능가하는 가치를 생산하고서도 이 잉여 가치를 사욕을 채우는 자본가에게 빼앗기고 있다고 보았다.


10. 현대철학


416. 그래서 과거에는 한 사람이 몇 가지 학문에 통달할 수 있는 시절이 있었으나 이제는 한 사람이 단 하나의 학문을 철저히 파악하기조차 점점 더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지적 탐구의 영역이 계속 더 좁은 영역으로 세분되었기 때문에 우리 시대에는 참으로 언어의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418. 19세기에는

- 언어의 혼란 : 라틴어 사멸

- 예술적 추구와 학문적 추구가 분열

- 과학과 철학의 분리

- 국가별 정치적 대립


420. 우리는 그리스 시대와 참으로 다른 상황에 살고 있다. 그리스 사람들은 전쟁중일지라도 올리브 나무를 베어 넘어뜨리는 걸 가장 질이 나쁜 범죄들 중의 하나로 여겼다. 


자기 시대의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는 일이 정확성을 기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걸 마음에 새겨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421. 콩트는 자연의 과정이 설명될 수는 없고 기술될 수 있을 뿐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428. 베르그송은 본능의 최고 형태를 직관으로 간주하는데, 이 직관은 이 세계와의 직접적 일치에 도달하는 일종의 정신 활동이다. 그는 지성은 경험을 왜곡하는 반면에 직관은 경험을 실제 그대로 파악한다고 본다.


429. 우리는 '기억'이란 말을 어떤 때는 누군가가 지금 진행시키고 있는 회상이라는 정신활동을 가리키는 뜻으로 이해하며, 또한 때로는 그렇게 회상되고 있는 과거의 사건이라는 뜻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440. 서양문명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서양의 기술 그 자체만이 아니라 기술을 개발하였던 과학적 전통과 철학적 전통이었다. 이 힘들은 그래야만 할 필연적인 이유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444. 사르트르에 의하면 인간은 매 순간마다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니 인생에는 전통과의 연결이나 개인의 생활에 이미 일어난 사건과의 연결은 전혀 있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사람은 새로운 결단을 내릴 때마다 완전히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는 셈이다.


맺음말


453. 아무리 방대한 책일지라도 단지 한 권의 책을 읽고 전문가가 될 수는 결코 없는 법이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철학 사상들의 일반적 흐름에 대한 윤곽을 파악하는 일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였어야 할 것이다.


454. 철학적 활동이 과학적 전통과 긴밀한 관련을 유지하면서 진행된 문명은 그리스 문명 이외에는 전혀 없다. 그리스 사람들의 진취적 활동에 독특한 의의를 부여해 주는 건 바로 이 사실이며, 더 나아가 서양의 문명을 독특하게 형성시켜 온 것도 실은 이 두 가지 전통이었다. 


455. 그러나 자연 그 자체는 과오를 범 할 수 없다. 자연은 아무런 진술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류에 빠질 수 있는 건 오직 사람일 뿐이며, 사람이 명제를 언어로 진술할 때에는 오류에 떨어질 가능성이 항상 있는 법이다.


456. 어쨌든 사람이 아무리 많이 알고 있다고 할지라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건 지식 그 자체가 아니다.


457. 사람의 생활을 높은 수준의 문명으로 끌어올렸던 대부분이 원리는 이와 같은 윤리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과학적 이성은 왜 이웃 사람들에게 괜히 잔인한 행동을 하는 일이 나쁜가를 설명할 수 없다. 나로서는 잔인한 행동은 나쁘다고 생각하며, 이것은 아주 많은 사람이 인정하고 있는 생각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왜 잔인한 행동이 나쁜가에 관해서 만족스러운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할 자신이 없다.


458. 언론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는 탐구자가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자유로운 사회를 성장시키는 위대한 촉진제이다. 


정말이지 음미되지 않은 삶은 사람에겐 살 가치가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3.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본인의 철학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과 이해도가 얼마나 저질인지 통감하였다. 더불어 그 나마 조금 걸음마를 시작한 동양철학과의 얼개, 비교를 위한 시도를 하기에는 시간 역시 태부족이다. 책을 읽는 것인지 책이 나를 잡아먹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분량이 문제가 아니라 내용적으로 일주일에 소화할 수 있는 성격의 책은 분명 아니다. 더불어 본문에서 제시된 각 철학자(특히 관심이 가는 분들)의 저작들을 별도로 참고 하지 않으면 본문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짐작컨대 배경지식이 얼마간 있다면 이 책은 역사책 읽듯이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상당한 속도로 읽혀질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러셀의 문체는 삼키기에 좋은 농도와 점성이다. 아울러 철학적 용어의 어려움인지 번역의 한계인지 알 수 없으나 역시 제시된 용어나 문장들을 상당히 난해해서 한글인데도 이해하지 못하는 말들이 그리고 단어들이 제법 있었다. 모두 공부가 부족한 탓일 것이다.


[책의 구성]


이 책은 철학을 중심에 두고 서양사를 개관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서양 철학사의 개관을 정리하면서 저자는 이 책을 저술한 의도를 “철학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철학을 해보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과거 사람들이 철학을 어떻게 해왔는가를 보여주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목적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이 책을 통하여 또 하나 개관해 볼 수 있는 것은 서양역사이다. 각 시대별 배경을 간략히 요약하는 대목이 그다지 상세하거나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시대별 철학을 개관하기 전에 언급되는 저자의 자상한 설명은 서양사를 개관하는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철학이란 것이 시대적 배경을 뛰어넘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철학의 진수는 분명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분명하지만 말이다. 진리란 것이 시대적 한계에 머물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 이전(철학의 시작)부터 현대철학까지 주요 철학자들을 중심으로 시대적 배경을 간략히 제시하고 이 시기에 활동한 철학자들과 그들의 주장을 설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 사이 사이에 저자의 해설과 자신의 관점을 간간히 섞어 놓았다. 이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머리말 

1.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

2. 아테네의 철학

3.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

4. 초기 기독교 철학 

5. 스콜라 철학

6. 근대 철학의 발흥

7.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

8. 계몽 운동과 낭만주의 철학 

9. 공리주의 철학과 그 이후

10. 현대철학 

맺음말 



[감동적이었던 장과 절]


91. 먼저 철학자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보기로 하자. 이 말의 글자 그대로의 뜻은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누구나 철학자는 아니다. 따라서 이 정의는 너무 넓으므로 철학자란 진리에 대한 통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좁혀야 한다. 예술품 수집가는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지만 이 일이 그를 철학자로 만들지는 못한다. 철학자는 아름다움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은 꿈을 구고 있는 사람이고, 아름다움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은 깨어 있는 사람이다. 예술품을 사랑하는 사람은 한갓 의견을 갖는 데 그치는 반면, 아름다움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은 지식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지식은 반드시 어떤 것을 대상으로 해서 성립된 수 있다. 그렇다면 지식의 대상은 파르메니데스가 주장했던 것처럼 존재하는 것을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데. 존재하지 않는 것을 대상으로 삼는 지식이라는 말은 전혀 지식이 아니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식은 일단 이루어졌다 하면 영원히 확실하게 확정되므로, 혹시 오류일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조금도 할 필요가 없는 진리다. 이와 반대로 의견은 오류에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의견은 존재하는 것에 관한 지식도 아니고 또 아무 것도 아닌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의견이란 헤라클레이토스의 표현대로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에 관한 생각임에 틀림없다.


291. 본인은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다 보면 철학을 진전시키는 일이 중단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 본인은 자신의 철학이 기성 종교를 뒤엎으려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도록 어느 선에서 ‘철학하는 자유’를 억제해야 하는가를 모릅니다. 그러므로 본인이 아직도 철학 교수직보다 더 좋은 행운을 바라고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본인의 입장에서 지금과 같은 생활이라야 가장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평온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강의하는 일을 삼가고자 한다는 것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은둔생활을 하던 스피노자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철학교수 제의에 대해 이렇게 거절하였다. 그는 정신과 물질을 동일한 실체의 두 측면으로 보았다. 그의 철학적 견해는 그의 사후 백 년 동안이나 죄악의 구렁텅이에 빠진 생각이라는 비난을 받았으며 그의 저작 <윤리학>도 그의 사후에 출간되었다.


420. 우리는 그리스 시대와 참으로 다른 상황에 살고 있다. 그리스 사람들은 전쟁중일지라도 올리브 나무를 베어 넘어뜨리는 걸 가장 질이 나쁜 범죄들 중의 하나로 여겼다. 


[보완점]


- 세부 목차를 만들어 주었더라면 나 같은 초보 독자들에게 좀 더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단락을 친철하게...예) 철학자별로 세별, 시대별로 좀더 꼼꼼히


- 목차를 거꾸로 현대철학부터 잃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대적으로 가까울 수록 시대적 배경이나 인물들에 대한 이해가 다소 쉬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근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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