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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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 깨어 있기
2014.06.09
10기 찰나 연구원
말로만 듣던 ‘갑사로 가는 길’을 찾았다. 갑사로 가면서 ‘현재에 깨어있기’ 위해서 두 가지 재미있는 체험을 했다. 하나는 ‘보는 것과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와 ‘묵언’으로 갑사를 올라갔다 오는 것이다.
보는 것과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 우리는 갑사 일주문 앞에 모두 멈추었다. 일주문 앞에서 왼쪽과 오른쪽에 자신이 보고 싶은 나무를 하나씩 선정을 한 후에, 첫 번째로 눈은 왼쪽 나무를 바라보면서 마음속에서는 오른쪽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에 반대로 오른쪽 나무를 바라보고 마음속으로는 왼쪽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왼쪽나무를 바라보고 마음속에서도 왼쪽 나무만 생각하는 것이다. 잠시 후에 오른쪽 나무를 바라보고 오른쪽 나무를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는 것과 마음속에 생각하는 것이 일체가 되니 나무를 좀 더 편안 마음으로 집중해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바라보면서 딴생각을 많이 했는지 알게 된다. 몸 따로 마음 따로 였다.
우리는 눈길이 가는대로 바라보지만 마음속에서는 오만가지 생각을 다한다. 눈은 쳐다보고 있지만 마음까지 같이 쳐다보지 않는다. 책은 읽지만 책 속에 집중하기 보다는 마음은 이미 딴 생각이 자꾸만 떠오른다.
지나간 과거와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면서 현재에 눈은 뜨고 있지만 마음속의 눈은 현재를 바라보지 않고 있다. 마음속의 눈은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하면서 늘 분주하기만 하다. 지나간 과거는 돌이킬 수도 없고, 현재에 집중하면 미래가 더 편안 할 텐데 오지 않은 미래는 늘 불안하기만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너무 자책하기 보다는 그런 생각이 나면 나 스스로를 인정하고 이해해주라고 한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그렇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해보라고 한다. 물론 한 번에 되지 않는다. 그간 살아온 삶의 습관이 있기 때문에 잘되지 않지만 하다보면 조금씩 개선된다. 백만 번 그러면 백만 일 번째 다시 한 번 돌아보기를 반복하라고 한다.
그리고 현재에 집중하면 미래에 대한 걱정이 들어올 틈이 없게 되고, 미래에 막연하게 걱정했던 일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것 또한 연습이 필요하다. 가끔씩 내 마음이 어디로 가있는지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했던 것은 ‘묵언’으로 숙소에서 갑사까지 올랐다. 천천히 걸으면서 자신의 발걸음에 집중하여 왼발, 오른발의 움직임을 알아채는 것이다. 보통은 걸어갈 때 우리가 왼발로 움직이는지, 오른발로 움직이는지 생각 없이 걸어간다. 그러면서 딴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늘 몸은 분주하다. 오만가지의 생각에 맞추어 몸이 따라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왜 몸을 주었을까 생각해본다. 생각하는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면 마치 모래성을 쌓았다가 파도에 휩쓸려 다시 무너지듯이 얼마나 많은 쌓기와 무너뜨리기를 반복하고 있을까. 그래서 생각대로 전부 되지 않고, 일부만 될 수 없게 몸이라는 제약성을 준 것 같다. 그래서 제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자신의 몸이 있는 그곳에서 지금 집중하라고 하는 것 같다.
묵언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말로인해서 정신이 산만해지는 것이 없다보니 몸의 움직임을 알아챌 수 있고, 주변에 있는 나무와 새들의 소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산에서 흐르는 물소리도 더욱 크게 느껴졌다. 산의 공기를 마시면서 주변을 다시 바라보니 마음이 너무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다시 나의 발동작을 의식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새 생각은 또 다른 곳으로 가있는데 그 생각을 지금 나의 몸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이킨다. 현재에 깨어있기 위함이다. 그러다보면 알게 된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몸을 의식하지 않고 생각만 열심히 하면서 살아왔는지를…….
그러다보니 생각은 늘 앞서있고, 몸은 생각의 속도를 못 쫓아가니 늘 피곤하기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늘 힘들고, 미래는 불안하기만 했던 것이다.
갑사로 묵언으로 갔다 오는 1~2시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현재 깨어있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나는 나에게 다시 물어본다. ‘지금 나는 깨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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