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앨리스
  • 조회 수 1801
  • 댓글 수 8
  • 추천 수 0
2014년 6월 9일 10시 13분 등록

이상 국가 모델

10기 김정은

 

 

소도둑 뽑아? 개도둑 뽑아?”

얼마 전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사람들은 이야기했다. 설상가상으로 난 누가 소도둑인지, 누가 개도둑인지도 모른다. 깜빡깜빡 하는 바람에 이사하면서 텔레비전을 연결하는 것도 깜빡 했다. 텔레비전 없이는 심심해서 못 살 줄 알았는데, 왠걸 답답증도 없어지고, 항상 무언가 갖고 싶었던 구매 열망도 사라져 마음이 오히려 편해졌다. 그렇게 방송과는 담을 쌓고 지내고 있다. 신문도 쌓아만 둘 뿐 좀처럼 보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이 없어졌다. 모든 것에 시큰둥하다. 기회가 왔을 때, 이민 갈 걸 그랬나? 투표도 겨우겨우 했다. 개표 결과를 보지도 않았다. 후보들이 러셀의 <서양의 지혜>에 나오는 지식인들 같았어도 그랬을까? 기원 수 세기 전부터 있었던 이상적인 국가에 대한 고민은 현재 진행형인가? 과연 이상적인 국가는 존재하기나 할까?

 

고대 그리스, 플라톤의 <국가>

 

이상적인 국가에 대한 열망은 고대 그리스에도 존재했다. 기원전 4~5세기,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중에서 아테네는 최초로 민주정을 실시했다. 플라톤의 스승인 소크라테스는 신에 대해 불경하고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이유로 민주파에 의해 처형되었다. 스승을 잃은 플라톤은 민주제에 반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관습이나 도덕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철학과 신념을 바탕으로 새로운 모델의 <국가>를 써 내려갔다. ‘국가론은 철인 국가론, 사유재산제 폐지, 공동생활, 배우자와 자녀의 공유, 우량아 확보를 위한 출산 규제까지 주장하고 있다. <국가>는 형이상학, 정치학, 심리학, 윤리학, 예술에 이르기까지 서양 사상의 모든 분야에 가지를 뻗고 있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이상적인 국가를 실현하려면 이데아를 직관할 수 있는 철학자가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설파했다. 바로철인정치. 그는 국가 구성원을 사람의 몸 가운데 머리(이성), 가슴(격정), (욕구)로 비유했다. 국가를 하나의 인간으로 보고, 국가도 통치자(이성), 군인(격정), 생산자(욕구)의 세 계층으로 구성되며 이들의 조화에 의해 이상적인 국가, 정의로운 국가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플라톤은 인간을 또 세 부류로 나누었다. 바로 지혜를 사랑하는 자, 이득을 사랑하는 자, 명예를 사랑하는 자이다. 국가가 멸망했을 때이득을 사랑하는 자는 침략자에게 붙어 자신의 이익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지혜를 사랑하는 자는 자신의 개인적 능력이나 취향에 젖어 수수방관할 것이다. 반면에 명예를 사랑하는 자는 목숨을 가벼이 여겨 오로지백일청천 아래 부끄러움이 없는가를 가장 귀한 가치로 삼아 목숨을 돌보지 않고 싸울 것이다.” 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통치자는 오직 이데아를 바탕으로 한 이성적인 인간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5세기 영국,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기원전 7세기, 이스라엘의 선지자 이사야가 쓴 글에서 유토피아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후 유토피아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말했던 사람은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 영국의 토머스 모어이다. 그의 저서<유토피아>에서 묘사하는 상상의 섬의 이름이 바로 '유토피아'이다.

 

유토피아 사람들은 하루에 6시간만 일을 한다. 오전에 3시간 일을 한 후, 점심을 먹고, 2시간 동안 휴식을 취한다. 그런 후 오후에 다시 3시간 일하고 저녁을 먹는다. 그들은 저녁 8시 무렵이면 잠자리에 들고, 8시간을 잔다. 그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 매일 아침 일찍 공개강좌가 열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여가 시간을 더 많은 교육을 받는 데 사용한다. 사람들은 계급이나 남녀의 구별이 없이 강좌를 들으려고 몰려 온다.”

 

유토피아 섬에는 화폐가 없다. 주민들은 각자 시장에 가서 자기가 필요로 하는 만큼 물건을 가져다 쓰면 된다. 집들은 모두 똑같고 문에는 자물쇠가 없다. 주민들은 누구나 타성에 젖지 않도록 10년마다 이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누구나 일을 하기 때문에 하루 노동 시간을 여섯 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무료 시장에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누구에게나 2년 농사를 지을 의무가 있다. 간통을 하거나 섬에서 탈출하려고 기도한 자는 자유인의 권리를 잃고 '노예'가 된다. 그렇게 되면 그는 일을 훨씬 더 많이 해야 하고 같은 시민이었던 옛 동료들에게 복종하여야 한다. 토마스 모어가 글로 나타내었던 유토피아는 그 후 많은 사람들의 이상이 되었다.

 

새로운 국가 모델, 더 기버(The Giver) 기억 전달자

 

새로운 국가 모델을 제시하는 시도는 현대에도 계속 되고 있다. 소설로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 작가 로이스 로리의 1993년 작 <기억전달자>는 새로운 국가 모델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기억전달자>의 국가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이상을 보여준다.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들은 공동으로 생산되고 임의의 짝지어진 부부에게 입양되어 열두 살까지 의무 교육을 받는다. 열두 살 생일을 맞이하여 평생 맡아야 할 직업을 배정받게 되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를 수행하며 살아간다.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출생부터 사망까지 모든 것이 통제된다. 여기서 무시무시한 개념인 임무해제가 등장한다. 양육에 들이는 노력에 비해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어려운 장애아, 쓸모 없어진 노인은 임무해제의 대상이 된다. 작품 전반에 걸쳐 수시로 발생하는 이 임무해제란 약물을 주입하여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말한다. , 합법적인 살인이다. 주인공 조너스의 아버지는 장애아를 선별하여 임무해제하는 것이 그의 직업이다. 조너스는 아버지가 기르는 귀여운 동생들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것이 이상했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열두 살이 넘으면 각자 부여 받은 역할에 적합한 교육만 받으면 된다. 그들은 그 이상은 배울 필요도, 알 필요도 없다. 이 국가에 매우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단 한 명의기억보유자이다. 기억보유자는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시작으로부터 내려오는 모든 사람들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주인공 조너스는 열두 살이 되는 생일에 기억전달자로 선정된다. 선대 기억보유자로부터 기억을 전달받은 다음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관찰하여 기억했다가 다음 기억보유자에게 전달하면기억전달자의 임무는 해제된다. , 국가의 기억보유자는 단 한 사람이며, 그는 기억을 다음 기억보유자에게 자신의 기억을 전달하고 생을 마감한다. 이렇게 쌓인 기억들을 바탕으로 국가 운영에 자문이 필요한 경우 국가를 운영하는 원로들에게 자문을 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조너스는 새로운 기억보유자가 되어 친구들이 아무 활력도 없는 생활에 아주 만족한다는 사실에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친구들을 전혀 변화시킬 수 없는 자신에게 무척이나 화가 났다.”고 느꼈다. 조너스는 인류의 기억을 보유하는 유일한 존재로서 가장 아끼는 기억은 바로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이 국가에 사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랑이라는 느낌이 없다. 기억보유자로서 국가에서 유일하게 사랑을 느끼는 존재이자 임무해제의 의미를 알게 된 조너스는, 그의 집에 위탁된 약하게 타고난 동생이 곧 임무해제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기억보유자로서의 역할에서 일탈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동생을 안고 국가를 탈출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통제된늘 같은 상태에서 사는 삶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사람들은 개인의 특성 없이 마치 기계의 한 부품처럼 사는 삶을 과연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상적인 국가 모델에 대한 고민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늘 현재진행형이었다. 민주주의에 의해 가족과 스승을 잃고, 스스로 이상적인 국가 모델을 써 내려간 플라톤, 백성을 사랑한 관리로서 이상적인 나라를 꿈 꾼 토마스 모어, 사랑을 간과한 평화롭고 안정적인 국가 모델이 과연 이상적일까 의문을 제시한 현대 작가 로이스 로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적인 사회는 없어.”라고 말하는 상처받은 영혼이 있다. 바로 나!

 

나는 플라톤의 국가’,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도 살아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어이쿠! 로이스 로리의 이상 국가에서는 태어나자마자 임무해제 당할 운명이다. 러셀의 <서양의 지혜>를 보면서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식인들의 고뇌에 넋이 나갔다. 그들의 고군분투는 감동적이었다. 곧 임무해제될 동생 가브리엘을 안고 튀는 조너스의 탈출처럼! 이상적인 사회를 바라기만 하는 나는 반성한다. 서양의 지혜 전체를 개괄해주신 친절한 러셀 할아버지 덕분에, 그래도 세상은 고대에서 중세로 현대로 이어지면서 점차 유토피아에 가까워져 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러셀의 <서양의 지혜>에 나오는 수많은 지식인들의 고민도 결국 이상적인 개인들이 모여 이상적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나는 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고민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야 할 것이다. 기억전달자 조너스처럼!





IP *.65.153.14

프로필 이미지
2014.06.09 12:42:58 *.94.41.89

앨리스님은 그릇이 커요. 담을 것도 많고요. 그리고 깊어요.

그래서 가끔은 제가 허우적 거려요 ^^ 가보지 않은 길에 계시니까요.

프로필 이미지
2014.06.11 11:02:54 *.202.136.113

제 글이 요즘 좀 그렇지요??

저도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철학자들이 머리속에서 한차례 싸움을 벌이더라구요~~ 

두통약먹고 월요일 새벽 비몽사몽타이핑!!

지금읽어보니 제가 뭘 썼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프로필 이미지
2014.06.09 15:40:10 *.196.54.42

이상적인 사회는 없어.”라고 말하는 상처받은 영혼이 있다바로 나!

말은 이렇게 하지만 결국 엘리스님은 사회개혁가, 이상국가를 위하여 이 한몸 바치리! 이렇게 보이네요^^

꿈도 크고.. 할 말도 많고.. 여걸! 이네용

프로필 이미지
2014.06.11 11:05:45 *.202.136.113

꿋꿋한척 했지만 그 동안 상처가 많았나봐요~~ 비몽사몽 무의식이 그렇게 써 놓았네요^^ 저도 낯선 제 무의식 한번 쫓아 가보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4.06.09 20:16:37 *.104.9.216
데메테르...^^

소도둑이에요?
개도둑이에요?
이번에...

대동세상은 어디에도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나 또 현실은 우리를 한 발짝도 놓아주지 않네요.
프로필 이미지
2014.06.11 11:09:18 *.202.136.113

소도둑?? 개도둑?? 아직 몰라요~~

스스로는 도둑질 안 하고 살려고 노력하는데... 막 든 질문인데.... 전 도둑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일까요??^^


프로필 이미지
2014.06.09 20:51:35 *.218.180.22

소도둑? 개도둑?

정말 적절한 표현이네.



프로필 이미지
2014.06.11 11:12:13 *.202.136.113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더라구요~~

졸린순간에 떠오른 것으로 보아... 기막힌 표현이라 뇌리에 쏙 박힌 듯 하네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