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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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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9일 12시 06분 등록

. 괜히 예약한 것 같아. 출발 이틀 전에 급 예약해서 취소도 안되고…” “막상 배타려니 너무 떨리고 두렵고…” “아 짐 챙기기도 너무 귀찮아정말 괜히 예약한 것 같아. 아직 책도 다 못 읽었는데 집에서 그냥 쉴 걸 그랬어..”

둘 다 바쁘고 아프다는 핑계로 제대로 결혼 기념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우리는 6월 연휴를 맞아 부부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출발 이틀 전까지 아무 곳도 예약을 못하였고,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국내 여행지 한 곳을 갑자기 예약하게 되었다. 그러나 연휴 전날까지 야근을 계속했던 나는 피곤하기도 하고 갑자기 너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두려움에 막상 여행 가는 당일까지도 계속 후회하는 말을 쏟아냈다. 오랜만에 둘이 함께하는 시간에 들떴던 남편도 나 때문에 기분이 점점 쳐져 가는 모양이었고 결국은 둘 다 입술을 삐죽이며 버스에 올라탔다. 새벽 길을 신나게 달리는 버스 안에서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괜한 짓을 저지른 것만 같은 불길한 기운이 엄습했고 등산복을 가득 껴입은 다른 관광객들을 보며 집에 두고 온 등산잠바와 등산화가 자꾸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가보고 싶어하던 곳을 결국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신나는 마음 보다는 온갖 걱정을 사서하는 듯한 나를 보며 대체 왜 이러나.’라는 자조 섞인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왠걸, 아침 해가 찬란히 떠오른 바닷가 항구에 도착한 나는 어느 때 보다 상쾌한 기분을 한껏 느끼며 여행 모드로 전환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남은 23일 내내 한껏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인도인을 만나 같이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또 기대하지 않은 장소에서 절경을 보게 되었는가 하면, 시간이 없어 못 가볼 것이라고 생각했던 장소들도 바지런히 걸어 모두 다녀올 수 있었다. 입에 사르르 녹는 듯한 맛난 음식도 접할 수 있었다. 내가 편견을 가지고 먹지 않겠다고 우기던 문어 내장의 쫄깃한 식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가 하면 스끼다시 없이는 회를 먹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나 회만 먹어도 이렇게 맛있구나를 느낄 수도 있었다.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어준 따뜻한 커피 한 모금, 길을 물어보다가 뜻하지 않게 받은 친절,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만난 5000년된 향나무, 현지인들과 여행객들과의 대화 속에서 알게 된 재미난 이야기  등 예상치 않았던 즐거운 경험들에 나는 더욱더 기쁨이 만개하였다. 또한 상쾌한 공기에 온갖 시름이 떠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잠시 자유로움을 만끽하기도 했다.

 

물론 반대로 쉽게 생각했던 트래킹 코스가 생각 외로 험난하고 길어 모든 체력을 소진하는 가 하면,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가보고 싶던 코스에 진입할 수가 없는 상황이 발생하여 좌절하기도 했다. 사람이 많다 보니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기도 어려운 적도 있었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오들오들 떨기도 했다. 인도인 친구를 위해 늘 통역을 해줘야 하는 수고스러움도 가끔은 느껴야 했고 그가 없어지면 찾으러 돌아다니느라 진을 빼 적도 있다.  

 

하지만 돌아보면 내가 그렇게 걱정하던 여행은 결국 즐거운 추억으로 남게 되었고, 사진 속 나는 근래 보기 드물게 매우 행복해 보이고 또 더 없이 활짝 웃는 모습이다.

 

급히 떠난 여행, 그러나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미리 지레짐작 걱정했던 일들과 다른 전개가 분명히 펼쳐진다는 것을 말이다. 예상했던 것과 다른 일들이 펼쳐지는 것이 부지기수이고, 분명 다르게 펼쳐진 일 속에서 더욱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걱정되는 마음에 내가 갑자기 여행을 안 가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다면 어땠을까..아마 지금과 같은 회고를 하는 대신에 또 집에서 3일간 허송세월을 보냈다며 한탄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온갖 불평을 하면서도 결국 여행 길에 올라섰고 대충 짐을 쌌기에 부족한 것이 많았으나 패션 테러리스트라는 오명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러 가지 옷을 껴입으며 3일을 났다. 공부를 많이 해가지 않았지만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묻고 또 대화하며 새로운 여행 스팟을 추천받기도 했다. 그렇게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부족한 준비는 내 여행에 있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요즘 또 다른 선택의 순간에 직면해있다. 그간 여러모로 고민해오던 일들을 결론 지을 때가 되었지만, 나는 또 자꾸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새로운 도전의 길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읽는 글도 선택에 대한 글귀만 눈에 들어온다. 모든 좋은 명언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결론이 나지 않는 일이면 그저 아무 길로나 먼저 가보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값비싼 대가를 치루더라도 경험을 통해 실천을 통해 얻는 것이 제일 값지다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또 오늘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아직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용기를 주는 그들에게 또 그게 가능할까?라며 반문하고 자신 없어 한다. 오늘 여행기를 정리하며 나는 다시 한 번 한발짝 앞으로 나가는 경험을 해보자고 다짐한다.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도라고 해보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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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9 14:43:51 *.196.54.42

독도여행 사진 고맙게 잘 보았어요^^ 근데 어떻게 갔어요? 울릉도 거쳐서? 전 학교 다닐 때 연습선 타고 가 보았죠.  날씨가 안좋아 상륙은 못했었죠^^


"급히 떠난 여행그러나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미리 지레짐작 걱정했던 일들과 다른 전개가 분명히 펼쳐진다는 것을 말이다예상했던 것과 다른 일들이 펼쳐지는 것이 부지기수이고분명 다르게 펼쳐진 일 속에서 더욱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여행의 묘미죠? 예상과 다른 것이 여행과 우리 인생이 아니겠어요?

미루어 걱정은 절대금지, 펼쳐질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로 가슴 설레며 살아가소서...녕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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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2 08:37:01 *.50.21.20

구달님의 항해 이야기 글로 읽는거 좋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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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9 20:27:24 *.104.9.216
독도의 바람이 부럽습니다.
좋은 시간이었던가 봅니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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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9 21:02:10 *.218.180.22

대체 왜 이러나...?


연구원 한 뒤로 이러지요. 과제땜에.

어딜 가도 맘이 편치 않고 끝내도 담주가 걱정되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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