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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10일 11시 50분 등록

1차 시험관 피검 기다리기

 

 

개똥아, 산아 안녕.

 

가장 피가 마른다는 시간은 바로 인공수정이든 시험관이든 시술을 하고 나서 피검을 하기까지의 시간이다. 내가 시험관을 한 제일병원은 9일차에 피검을 해. 14일째, 12일째 하는 다른 병원보다 며칠 이르지. 피검수치 5이상이면 임신으로 보고 관리를 해. 이렇게 일정을 당겨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결론은 1차 시험관은 피검수치 0.8, 임신반응 없음으로 종결되었다. 이번에는 너희를 만날 수 없었구나. 그 전화를 받고서 나는 서둘러서 이번 시험관 차수의 기록을 긁어 모았다. 개인의 역사는 개인이 기록해두지 않으면 사멸할 것이므로 나는 기록해두려고 한다. 싱싱할 때 회를 쳐 두면 어렵지 않다.  

 

날마다 그날 그날 조금씩 적어두어 일이 안되었다. 이 다음에 내가 할머니가 된 뒤에, 이런저런 일을 거치며 너희가 온 뒤, 너희가 어른이 된 후에는 가치 있는 기록이 될까? 나는 오늘 하루를 잘 살아보고 싶다. 기록의 첫 번째 목적이다.

 

엄마의 스승님인 구본형선생님은 평범한 개인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에 대해 멋진 말을 해 두셨다.

 

<기록은 사라져 가는 것을 붙잡아줍니다. 그것은 초혼의 주술이며 시간을 머물게 하는 마술입니다. 그러나 정말 참을 수 없는 것은 사라져 가는 일상이 아니라 똑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지겨움입니다. 살바도르 달리가 늘 똑 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는 인간의 맹목적 습관을 공격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듯나는 물결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매일 달라지는 변화와 특별함을 즐기기 위해 기록을 남깁니다. 나는 그것들을 기록함으로써 오늘 하루가 다른 하루와 달리 그 하루로 이미 특별했던 것을 즐깁니다. (<일상의 황홀> 5p)>

 

<역사는 기록된다. 기록되지 않으면 잊혀진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기록함으로써 나의 문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평범한 개인에게 있어서 개인사의 편찬은 본인의 과제다.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평범한 개인의 미시사는 본인이 남기지 않으면 유실된다.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고 자신의 세계도 없다. 기록의 형태는 일기여도 좋고, 메모여도 좋고, 홈페이지여도 좋고, 사진첩이어도 좋고, 이 책 같은 자서전이어도 좋다. 무엇이 되었든 개인의 역사는 스스로에 의해 편찬되어야 한다. 이것이 군중 속에서 군중으로, 흔적 없이 매몰되는 자신을 잊지 않는 일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밑으로부터의 이야기이것이 위대한 인물과 힘있는 자들의 역사와 함께 또 다른 역사의 시선이 되어야 한다. 역사의 가장자리에 존재했던 무수히 작고 개별적인 인간들이 증발해서 사라져버린 역사학, ‘인간이 없는 인간에 대한 기술이 인간에 대한 성찰을 위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나는 앞으로도 10년에 한번씩 내 변천의 기록과 개인사를 정리할 것이다. 그리고 그 단단한 실체 위에 미래의 10년을 건설할 것이다. ‘타도, 구본형이것이 책 속에 숨어있는 정신이다. 나는 나의 문화사, 이 개인의 실록을 통해 내가 넘어서고 극복해야 할 나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다는 나의 비전은 먼저 이렇게 나에게 적용되었다. 내가 내 직업의 첫번째 고객인 것이다.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서문)>>

 

 

저 글들은 읽을 때마다 내 가슴을 뛰게 한다. 나도 나의 미시사를 기록해 두고 싶다. 그래서 나의 문명이, 나의 세계가 있음을 천명하고 싶다. 이번에는 너희를 만날 수 없었다. 아직 때가 아니려니 한다. 인디언기우제처럼 될 때까지 지내면 가능할까? 이제 나의 일상은 8월에 다시 시작될 다음 시험관 차수를 향해 맞추어진다. 몸 만들기라고 하는 과정. 지난 봄 너희를 기다리며 우리는 참 잘 지냈다. 이제 여름을 잘 보낼 차례다. 우린 잘 보낼거다. 그럼 잘 있거라. 안녕.

 

 

 

 

 

524 (이식 1일째) : 이식할 수 있어 감사하다

 

집에서 꿈을 꾸며 일어났다. 원피스를 입은 마른 여자가 다진 소고기로 만든 요리를 6~8등분으로 나눈다. 지금 내 안에 있는 꽃송이들이 세포분열을 하고 있나보다 생각했다. 오랜만에 새벽푸른빛, 여명 속에서 일어나니 기분이 참 좋다. 어제 있었던 이식에 대해 되새김질 했다. 내가 시험관 과정을 블로그나 칼럼으로 연구원 게시판에 떠벌리는 것에 대해 자기검열이 올라왔다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감춰두지 못해서 신들의 노여움을 받았던 어머니들 니오베와 카시오페아를 생각했다. 개똥이라고 천한 이름을 짓고, ‘아유 우리 못생긴 놈이라고 불러서 귀신들이 아기를 탐내지 못하도록 감췄던 옛 어른들을 생각했다. 내가 떠벌려서 내 속의 꽃송이들에게 해악이 갈까봐 두렵다.  

 

어제 이식을 한 후라 새벽에 절을 할까말까 많이 망설였다이식하고서 계속 108배를 해도 되나? 대구마리아병원 이성구박사는 이식 후에는 이식 사실을 까먹고 일상생활 잘 하라고 했다. 나에겐 아침에 절하는 게 일상생활이다. 절은 나에게 어린 왕자가 아침마다 화산을 청소하고 바오밥나무를 자르는 것과 같은 목적의 작업이다. 내가 부모가 안되어도, 내가 다른 일을 하고, 다른 모습으로 살더라도 꼭 할 일이다. 내가 아이를 키우더라도, 아이가 둥지를 떠나가더라도, 남편의 영안실에서라도 하고 있기를 바란다. 이건 0순위의 일이다. 천천히 절했다. 하다보니 할 만해서 300배를 했다. 절하는데만 1시간이 걸렸다

 

감사의 눈물이 났다. 이식할 수 있어서다. 또 뜻밖의 냉동이 나왔다. 명상을 하면서 '미세수정'에 대해 생각했다. 절을 시작하기 전 나는 빨래 널다 떨어뜨려 부러뜨린 율마를 치우고 만냥금 흰 꽃을 붓질해주었다윗부분은 거의 열매가 되었고 아래쪽도 꽃이 피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미세수정하고 있다. 그래도 저 알갱이를 내가 만든게 아니다. 생명은 하늘의 소관이다. 하루 종일 미세수정이식 3로 검색질을 했다. 셋둥이는 선택유산, 조산의 위험이 있다. 3개가 다 착상되는 게 반갑지 않다.   

 

 

525 (이식 2일째) : 기대에 들뜸

 

꿈을 1개 기억했다. 우리 고향집 마당에 이모들이 탄 택시가 와서 나더러 타라고 하는데 빈 자리가 없어서 안 탄다니까 택시의 승객과 운전기사가 모두 내렸다. 엄마 형제분들이다. 운전기사는 못봤다. 내 뒤에 선 엄마, 엄마 뒤에 선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가 나를 응원하러 오셨구나 생각했다. 고맙다.  

 

지난번 인공수정 때 보니까 과배란 징후가 가라앉는 3~4일 후에는 배가 편안해졌었다. 지금도 프로게스테론 주사를 맞는 엉덩이 양쪽 아픈 것 말고는 그닥그닥이다. 완전히 가볍지는 않다. 그래도 절할 때 아랫배가 느껴지진 않았다. 다른 때보다 땀이 많이 났다. 절을 마친 후 아랫배에 따스한 손을 얹고 기원한다.

 

"내 궁전 가장 너른 방, 가장 좋은 명당자리에 자리 잡으렴.  마음과 응원을 보낸다너희 말고 그 방의 다른 주인은 없다나도 너희와 같이 행복하게 내 삶을 살겠다."

 

양광문선생님의 글을 어디선가 읽었다. 임신을 삶의 중심으로 두면 안된다, 그 태도가 오히려 임신을 방해한다는 거였다. 마음에 또박또박 새긴다.

 

점심을 차려 먹고 바로 프로게스테론 주사 맞으러 갔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응급실에서 맞았다. 의학연구소 1층의 주사실은 대기 불빛이 꺼져있다. 다시 나오다가 이름표에 '배양연구팀'이라고 적힌 분이 하늘색 옷과 흰 가운을 입고, 아마도 점심을 먹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저 분이 바로 배양 연구실에서 숨어서 도와주시는 분이시구나. 일요일날 쉬지도 못하고 수고하시네.' 싶었다. 응급실은 침상이 붐볐는데 다행히 험한 환자는 없어보였다. 아이들이 많았다. 부모는 모두 나보다 어리다. 주사실 커튼 뒤에서 내 앞에서 주사 맞은 여자분이 문지르는 시간이 길었다. 나는 응급실의 침상에서 맞았다. 오늘은 신생아실의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어 아기들을 못봤다. 남산을 걸어서 집에 돌아오니 3시다. 5월의 붉은 장미가 담장마다 한창이다

 

팽목항에서 방송하는 이상호기자의 팩트TV를 보고 있는 사람 옆에서 소파에 누워 한동안 놀았다. 딱 붙어서 시간을 한동안 보내면 마음이 안정된다. 그가 출근하기 전부터 마감쳐야 한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인터넷으로 어쿠스틱라이프, 야매요리 만화 보고투비맘뉴스 들어가서 읽었다. “있잖아요. 어쩌고 저쩌고그는 듣지도 않는 뉴스 중계를 한다. 계속 불다방을 들락거렸다. 마음 비우고 있으라는데 그게 잘 안된다. 궁금한 건 별로 없는데도 봤던 걸 몇 번씩 다시 본다. 외출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집 안에서만 있으니까 마음이 좀 좁아지고, 어두워지는 건지 이전의 실패들과 실수가 떠올라 나를 뜨끔하게 한다. 용기가 꺽이고 작아진다.

 

투비맘뉴스에서 오늘 주워들은 것 중 유용한 것들 : 5 21일에 입법예고되고 7 1일부터 시행되는 법 중에 공무원 중 쌍태아 출산한 경우 출산휴가를 석 달이 아니라 넉 달로 연장한다는 것, 또 사산, 유산을 경험했거나 40세 이상의 산모의 경우 출산휴가를 땅겨 쓸 수 있도록 했단다. 그럼 나도 질병휴직을 바로 육아휴직으로 돌리지 않고 산가를 땡겨 쓰면 되겠다. 이번에 쌍둥이가 되면 4달을 쓸 수 있겠구나. 그럼 조리원 비용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 자꾸 직장에 고맙고 미안해진다. 비타민 E가 많은 음식 호박느타리바지락살볶음, 아스파라거스 요리 한 번 해보고 싶다. 라헬병원의 배양연구원을 인터뷰한 글에서 미세수정 과정에 대해 읽은 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526 (이식 3일째) : 주사 맞은 엉덩이가 몹시 아프다.

 

며칠간 연달아 주사를 맞은 왼쪽 볼기짝이 아파서 깨어났다. 눈뜨자마자 검색질을 했다. 책에서 읽은 바로는 오늘, 내일이 착상 기간이라고 했다. 착상에 대한 유투브 4분짜리 동영상을 찾아 보고 또 보고 했다.

 

300배를 천천히 했다. 유독 땀이 식은땀처럼 많이 나서 절 하다 말고 반팔과 후드를 긴 팔 면 옷으로 갈아입었다. 땀 흘리면서 절 하면 지친다. 300배 마치고서 절 방석 위에 벌렁 누워 다리를 세운 채 엉덩이 밑에 두 손을 넣고 1시간 동안 잠들었다. 편히 잤다. 꿈을 꾸었다. 통나무집에 놀러간 4가족이 아이들을 안고 사진 찍었다. 자세히 보니 여자들은 모두 병원 산부인과 입원복을 입고 있고 아기들은 쌍둥이인데 강보에 쌓인 채다. 나도 쌍둥이 신생아를 안고 있다. 저 꿈은 아무래도 증상놀이인듯하다. 기분이 좋고 혹시?’ 기대가 생기지만, 증상놀이는 지금까지 많이 해 보았다. 오늘은 기분전환이 절실하다. 왼쪽 엉덩이가 몹시 아프다. 한 쪽에다 연달아 프로게스테론 주사를 맞으면 뭉쳐서 엉덩이가 돌처럼 딱딱해진단다. 좀 부은 것 같다. 어디에 스쳐도 아야, 아야 했다. 하루는 왼쪽, 하루는 오른쪽 이렇게 번갈아 맞으란다.

  

프로게스테론 주사 맞으러 나오는 길에 작정하고 노트북을 짊어지고 왔다. 충무로 대한극장 옆 스타벅스 1층 자리 맨 왼쪽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특징을 갖추고 있다. 왼쪽에는 바깥 화단에 심겨진 작은 꽃들이 가득 보인다. 바람에 흔들리며 나를 향해 웃어준다. 충무로역 1번 출구는 유동 인구가 제법 많다. 테라스에는 건물 때문에 자연 그늘이 생긴다. 사람들은 차를 사서 야외 테라스 의자에 앉아서 마신다. 모두 극장에 온 사람 같지는 않다. 사람들이 오가고 차들이 오간다속이 시원하다. 오늘은 외국인 커플이 짧은 바지에 끈다리를 입고 햇빛에 일광욕을 하는 걸 보았다. 그들은 샴페인도 따서 건배하며 마시고 있었다. 나는 운동화를 벗어놓고 달랑 올라앉아 책상다리를 했다. 타이핑을 오래 했다. 매우 즐거웠다.

 

 

527 (이식 4일째) : 절을 계속 해도 될까?

 

착상기간에 들 오늘은 200배만 했다. 어제 불다방 검색하면서 '이식 후 108'란 제목으로 검색했다. 2008년인가 포스트에서 이성구박사가 말했던 기준을 발견했다. 평소 절을 하던 사람은 이식 후에도 절반 정도 줄여서 하라고 했다평소에 절 안 했는데 시험관 때문에 난포 키우기 위해서 일부러 한 거면 이식 후에는 절을 그만두라고 했다. 아마 108배 기준이겠지? 300배 기준이 아니라. 그 말 읽고 쫄아서 200배만 했다. 이성구박사는 대구 마리아병원에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108배를 권한다. 그런데 평소 300배를 하고 이식 후에도 300배를 해도 되는 지는 좀 물어보고 싶다.

 

매우 산만했다. 오늘은 절 하던 중간중간 핸펀으로 웹써핑을 했다. 이런 상태니 오늘 하루를 보낼 일이 걱정이다. 마감도 쳐야 하는데. 에라이 충무로로 가자. 카페로 가자. 고기가 땡기고 짜증이 나고 우울해 지는 건 완전히 pms. 그리고 거의 한달 내내 임신 키워드로 살다 보니 지쳐서 인제 지긋지긋한 마음이 든다.  

 

12시까지 마감을 쳐야 하는데 10 30분까지 작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오늘은 좀 기분이 안 좋고 산만하고 뭘 하기가 싫다. 광주의 선배가 보내준 음악을 들었더니 이륙 에너지가 났다. 음악의 힘이 놀랍다. 헤드셋으로 크게 들으니 나에서 좀 빠져나온다. 지난 한 주 동안 다르게 써둔 글은 없고 시험관 시술 관련된 매일의 기록이 블로그에 있어서 그걸 긁어다가 정리해서 업로드 했다개똥이와 산이에게 편지 형태로 쓸까 하다가 시간이 없어서 나를 주어로 썼다. 마감 덕분에 올리긴 했지만 올리고 나서 마음이 부대꼈다. 나의 노출증 때문이다. 혹시라도 간장된장 담아놓고 자주 여닫으면 시어지고 벌레 끼고 잘 안되는 것처럼, 나의 노출증이 아이를 만나는데 부정을 타게 하는 건 아닌가 불안했다. 그 생각에 오후 내내 내가 아주 달달 볶였다. 다른 칼럼을 써서 올릴까? '진실에 진실한 작가가 되라', '작가는 자기 피로 쓴다'는 사부님의 이야기를 생각하고 눈감을까 싶기도 했다. 부대끼고 전전긍긍했다. 일주일간 그 생각만 하고, 그것에만 맞춰 생활이 진행이 되어서 다른 걸 일부러 쓰기도 그랬다. 여전히 불편이 있다.  

 

 

528 (이식 5일째) : 기다리는 시간.

 

300배를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다. 꿈을 꾸었다. 눈쌓인 고향 동네 신작로 길을 내려가다가 아버지 연배 동네 남자어른 2분이 수레 달린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가는 걸 보았다. 두분은 모두 장남이고 동네에서 신망을 얻고 있는 젊잖은 분들이다.   두 분 다 수레에 짐을 실었는데 앞의 분 수레에는 한 말 들이 하얀색 막걸리통이 몇 개 들었다. 내가 인사를 하니까 두 분 다 정중한 목례로 인사를 받는다. 혹시나 남아 쌍둥이가 오는 건 아닐까 하다가 내게로 오는게 아니라 지나가 버렸으니 이번 차수는 실패인가 마음이 오락가락 불안하였다.

 

 

529 (이식 6일째) : 애 탄다.

 

명상을 마치고 방석에 앉은 채로 몸을 천자문 암송하는 아이처럼 앞뒤로 흔들면서 중얼중얼 기도했다. 오늘은 마음이 좀 복닥이는 날.

 

임테기를 했다. 3일배양 이식 6일째. 깨끗한 한 줄. 두번째 소변. 만약 선생님과 우리 부부의 바램대로 쌍둥이가 온다면 지금쯤 흐리게라도 반응이 있지 않을까 한 게 내 생각이었다. 선명한 한 줄의 임테기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나중엔 그러고 있는 내가 불쌍하고, 애가 타서 왕 울어버렸다. 인간관계는 내가 먼저 친절하게 대하고, 공부와 일은 노력을 더 많이 하면 되는데 생명에 관련된 일은 그렇지가 않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노력들에 대한 보상이 없다면 계속 노력해갈 수 있을까?

 

지치지 않고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내년까지? 보건소 지원까지? 그러자. 지금 43세이니 올해, 내년 휴직하면 44, 그러니까 우리 나이 45 2월까지면 나의 가임기와 보건소 지원 기간이 얼추 맞아들어갈 거다. 보건소에서 신선배아 3, 냉동배아 3회 지원을 하는 건 그 안에 되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법을 제정해서 재정을 끌어대 대려면 나름 객관적인 근거와 데이타가 있었을 거다질병휴직을 한 상태에서 쉬면서 몸과 마음을 집중할 수 있는 생물학적인 연한이다. 휴직을 2년간이나 하면서, 수혈을 받아가면서 시험관을 몇 번씩, 적금을 털어서 노력해 보았으면 여한 없을 거다. 그리고 혹시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해 보아야 여한이 없다. 그래야 다음 인생도 잘 살 수 있다. 그러니 결과 상관없이 나는 이토록 원하는 엄마되기에 총력을 집중해 볼 필요가 있는 거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의 백일몽에서는 얼른 첫째는 낳고 돌 될 즈음 수유를 마치고 둘째를 냉동으로 가질 꿈을 꾸었더랬다.  

 

만약 이번에 안되면 한꺼번에 3개 이식한 걸 후회할 것 같다. 2개씩 나눠서 3번 이식할 걸 괜히아까운 수정란들만 날렸네 하고 말이다. 그런데 눈물을 뿌리는 와중에도 절은 끝까지 했다. 이건 나를 지키는 든든한 호위무사다. 어떠한 경우에도 나를 데리고 다닌다.

 

나는 마치 상처받기 위해 준비된 사람처럼 민감히 반응한다. 그렇게 몸에 긴장이 많으면 임신이 되겠냐고, 임신이 되어도 엄마가 긴장하면 아기도 긴장한다는 말을 어제 들었다. 상대는 그런 의도로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그러니까 너가 임신을 못하지'라는 말로 곡해해서 들었다. 지금의 내 상태는 마치 아픈 사람처럼 사실을 밝히는 똑똑한 말보다 따듯하고 친절한 어리숙한 말을 선호한다. 안전거리를 유지하련다. 시녀병은 공주병만큼 중증의 지병이다. 자연스럽게 공주 주변을 맴돈다그리고 철컥 귀속되고 싶어한다내 패턴이다. 하지만 나는 인제 들러리, 갤러리, 시녀가 아니라 서툴고 부족해도 내가 선수, 주인공이 되련다. 무수리, 시녀과인 나는 특히 성골, 진골 공주를 경계해야 한다.

 

시험관 비용을 정리했다. 대략 400만원 들었다. 그중 180만원은 정부지원, 220만원을 자비로 했는데 내 통장에서 150 정도 나갔다. 70정도는 그의 복지포인트 통장에서 지출되었다. 그런데 그의 지출이 더 큰 줄 알고 나는 보너스를 줬네 -_- 웁스! 주사맞고 시술하느라 몸과 마음으로 애쓴 나에게도 보너스를 지급해야겠다! 안 주면 시녀병!!! 뭘 주면 함박꽃처럼 즐거워질라나? 이미 준 것도 있다. 가족세우기 웍샾 4회 분을 선물했다. 그리고 꿈작업 3달도 선물했다. 예상대로 수요일 꿈작업은 나에게 눈뜨자마자 기다려지는 일정이었다. 정말로 즐거웠다. 그래서 도움이 아주 많이 되었다. 인제 2주 후면 끝난다가족세우기 웍샾은 5,6,7,8월까지 즐거우리라. 단 월 1회라는 게 맹점.  

 

277,300, 626,500 주사비

561,260 입원 및 혈소판 수혈

1,256,320 난자채취, 10개 미세수정

1,207,520 수정란 이식, 2개 미세수정 2(15740)

13800 진료비 (내과), 7800 항생제 처방

530 (이식 7일째) : 마음 다스리기

 

오늘도 눈물 바람을 좀 했다. 일어나니 손발이 싸늘하고 아랫배가 싸르르 아픈게 PMS같기 때문이다문을 다 열어두고 이불을 잘 안 덮고 반팔을 입고 잔 탓도 있다생리 예정일이 다가오니까 체온이 내려가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몸이 다른 날보다 더 찌뿌둥하다. 오늘 꾼 2개의 꿈이 쌍둥이를 잃어버리는 꿈이다. 첫번째 꿈에서 쌍둥이를 보내지 말고, 미혼인 그녀에게 그냥 키우게 하면 어떻겠냐는 그의 말에 내가 아직 때가 아니라고, 그녀는 자신을 더 키우고 사랑해야 할 때라고, 쌍둥이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아냐고 했다. 두번째 꿈에서는 큰 방에 모여있는 노숙자 같은 이들에게 밥을 퍼 주는데 내가 들고 있는 검정전기압력밥솥 내솥이 화수분처럼 밥을 계속 낸다. 옆에서 김치를 썰어주던 이란성 쌍둥이 엄마인 용산선생님한테 아이들 전철 타고 가라며, 왜 국기원까지 데려다 주냐고 잔소리를 했는데 아이 엄마는 가버렸다사람들이 다 먹고 나간 자리에 씨앗들이 수북하다.

 

난임병원 선생님은 나더러 쌍둥이여도 괜찮으냐고 물었다. 나는 기쁘게 '' 대답했다. 3개의 수정란을 이식하고 돌아와 마치 금방이라도 쌍둥이의 엄마가 될 것처럼 설레했었다. 울먹울먹하다가 불다방에서 아이를 잃은 이의 글을 읽고 울어버렸다. 울 계기가 필요했었나보다. 일단 한 번 울고 나니 감정이 좀 발산이 된다나는 마치 그동안 임산부였다가 지금은 일반인이 된 것처럼 허전해진다.

 

마음을 다독인다. 몇 까지 메타포를 동원한다이럴 때 쓰자고 그동안 쟁여둔 것들이다.   

 

첫째, 가동되지 않은 냉동창고에서 얼어죽은 사람을 생각한다배에 실린 냉동창고에 실수로 갖힌 사람이 그 다음날 얼어죽은 모습으로 발견되었다지. 그러나 중요한 건 그 냉동창고는 꺼져있었다. 사람의 괴로움은 실제가 아니라 사고에서 온다. 지금 내가 아직 오지 않은 일을 미리 당겨서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눈물을 흘린다면 이건 명백히 최면 효과일 뿐이다마음은 대학입시 합격자 ARS, 임용시험 발표 기다리는 것과 비슷한 강도의 압력을 느낀다. 그러나 선거처럼 이 일도 뚜껑이 열리고 마지막에 확정될 때까지는내 마음이 짓는 것 때문에 더 무거워져서는 안된다. 그건 합리적이지도 않고 자기를 낭비하고 학대하는 방식이다.

 

둘째, 모든 것은 원인과 조건이 맞아 결과가 난다는 인연과의 법칙을 생각한다. 만약 비임신이면 그 결과가 날 만한 조건, 원인이 명백하게 있음이 분명하다. 그걸 금방 알지 못하더라도 일단은 그 결과에 승복하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뒤 결과에 승복하고 악수하고 고개 숙이는 게 스포츠맨쉽이고 페어플레이 정신이다. 나는 내 운명에 대해 페어 플레이 하련다. 만약 하나의 닫힌 문 앞에 서게 된다면 그 문에 내 몸을 받느라 생채기 내고 피 내느라 낭비하지 않으리라. 그 문 앞에 절하리라. 호스피스 병동의 간호사가 열심을 들여 간호한 환자를 보낼 때마다 장례식에 가서 한껏 울고나서 다시 시작한다고 했다. 그건 그녀가 다시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충분히 슬퍼하고 다시 출발할거다. 나도 그러리라.

 

셋째, 변화가 일어나려면 그럴 만한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모든 운동은 가해지는 힘의 변화를 전제한다여기엔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양으로는 양질전환의 법칙이고, 시기로는 모든 인연은 타이밍이라는 법칙이다. 생명은 하늘의 선물이고우주의 소관이지만 그 변화가 일어나게 하는 내 할 일은 하면서 운명을 기다려야 한다. 내 노력의 양이 부족하다면 더 하면 된다타이밍이 안 맞았다면 포기하지 않고 해 나가다 보면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는 때가 언젠가 올 거다. 먹이를 사냥하는 맹수처럼 그 순간을 잡아채려면 내가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 인디언 기우제의 승률이 100%라는 말이 있다. 어느 부족의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그 부족은 오늘 기우제를 지내서 비가 안 오면 내일 또 지내고, 모레 또 지내서 비가 올 때까지 지내기 때문에 100%란다.  

 

넷째, 내가 남편에게, 주변 사람들 (특히 시험관 한다고 신경쓰느라 연락도 뜸한 시어머니와 친정부모님) 한테 면목없어 하는 것처럼 내 자궁이 내게 그러고 있다. 눈치를 보고 있구나. 생산을 못해도 계속 나를 사랑해줄 건지, 앞으로도 지금 하듯이 웃고 편안히 있어도 될 건지. 나는 자궁에게 말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네가 걱정하는 것이 사실인지 어떤 지도 분명치 않아. 손발의 온도가 내려가고, 짜증이 나고, 아랫배가 싸르르한 게 무엇의 증상이었는 지는 얼마 남지 않은 피검 후면 분명히 밝혀질 거야. 그 생각을  미리 해서 자신을 괴롭힐 필요가 없는 거지. 그 전에 미리 마음이 지치지 않도록 해. 너를 즐겁게 하는 데다 신경을 쓰면서 기분전환을 하도록 해. 나는 오늘 너를 위해서 자궁에 좋다는 들깨미역국을 끓이고 잡곡밥을 할 거다. 지금 네가 아기를 품고 있지 않아도 괜찮아. 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를 아끼고 너와 함께 할 거니까. 힘내라. 혹시 귀한 손님이 와 있다면 우리 모두가 힘을 함쳐서 최선을 다하도록 하자. 내가 새벽에 절을 꼭 하려는 건 자궁으로 보내는 혈류를 증가시키기 위해서였다. 내가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것이라고 생각해서였어. 처음 절을 시작했던 20대보다 너는 많이 건강해지고 따뜻해졌다. 앞으로도 네가 건강하고 편안할 수있도록 내가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마."           

 

다섯째, 자아의 구조를 말하는 이들은 위원회의 의장 개념을 가지고 설명했다. old wise woman, man 인 의장이 관장하는 자아는 모든 구성원의 욕구와 감정을 잘 들은 뒤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행한다어떤 의장이 될 건가? "모두 수고 많았다. 고맙다. 힘 내자', 수고해준 이들을 치하하고 감싸안으면서 합리적으로 원인과 대책을 장기적으로 단계적으로 실행해 가는안정감 있고 현명한 리더가 있다면 얼마나 마음이 놓이겠나? ()는 어떤 일에 대한 책임을 딱 질 거다. 눈물 흘리는 이를 안아 줄거다. 내가 지금 나에 대해 가질 리더쉽이다. 나는 내 세계의 평화를 책임지는 대장이다.  

 

여섯째, 나의 복과 덕이 부족하다면 간단하다. 채우면 된다. 지력이 딸린다면, 거름이 부족하다면 간단하다. 거름을 넣으면 된다.  

 

그러니 인제 말끔히 기다리자. 사실 달리기를 해보면 반환점 돌기가, 그리고 75% 지점 지날 때가 젤 어렵다. 나는 다 지났다지금처럼 머리 복잡할 때는 몸 움직이는 게 최고다기분전환할 즐거운 꺼리를 만들자. 오늘도 주사 맞으러 간 길에 카페에 앉아 책을 읽자. 열무김치 담아야겠다잘 익혀서 밥 비벼 먹으면 앞으로 한 달이 즐겁겠구나. 오케이!!!!   

 

 

531 (이식 8일째) : 부페에서 고기 먹기, 열무김치 담기 시선 돌리기

 

1시에 있을 결혼식에 가기 위해서 12시부터 준비를 했다. 그가 씻고 옷을 갈아입을 동안 나는 열무3단을 다듬어 절였다. 천일염이 2컵은 있어야 하는 데 없다. 사러 나갈까 하다가 꽃소금 봉다리 있길래. 소금은 nacl 하면서 그냥 쳤다. 후다닥 절여놓고 나간 열무는 돌아오기까지 절여지지 않았다. 40분이면 절여진다는 여린 야채인데 3시간이 지났는데도 감감. 2 40분까지 예식장 안 부페에서 밥을 먹었다. 나는 주로 고기류를 공략했다. 2접시 먹었다. 즉석에서 구워서 접시에 소량씩 담아주는 LA갈비, 중국음식처럼 녹말이 풀려있는 갈비찜, 얇게 슬라이스된 족발을 집어오고, 느끼하니까 해파리냉채와 홍어무침을 갖다 먹었다날이 더워서인지 칡냉면도 말아왔다.

 

프로게스테론 주사를 응급실에서 맞았다. 돌아와서 열무김치를 담갔다. 덜 절여져서 꽃소금을 더 치고 두 번 뒤적였다. 인터넷에서 레시피 보고 따라 만들었다. 마치니 8시가 넘었다바빴고 열무김치를 3통이나 담았는데 내가 하기로 했던 일과를 하지 못하니 자랑스럽지는 않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열무김치를 담으려는 건 손으로 집중하는 일이 있으면 너무 몸의 증상에 연연하는 데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사람많은 부페집에 따라 간 것도 그런 이유다거기 안 가고 카페에 나가 책을 읽었으면 증상에 집중했을까? 오늘도 종일 난임카페를 수시로 들락거렸다. 내일 피검.      

 

 

6 1 (이식 9일째) : 1차 피검

 

아침에 시험관 1차 피검 실패와 합격의 대차대조표를 만들었다. 일종의 행동 메뉴얼.  

 

 1차 피검 합격

1차 피검 임신 반응 없음 

 기쁨, 감사 - 울 것 같다.

카페인 커피를 1잔 일단 마신다.

나는 6월 초의 1 2일의 오쇼명상수련에 가고, 그는 울릉도여행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을 다독이기, 나는 영성수련, 그는 여행)   

 2차 피검을 준비할 거임

 

- 고기부페 말고 당당히 한우 1++소고기 사다 집에서 구워 먹고, 생협에서 포도즙 사다 먹을 거임

 

냉동이식을 위한 내 몸 준비에 들어갈 것임

 

- 더 비움 21일차를 진행해서 디톡스하고, bmi 21 기준 체중감량

- 영양제는 항산화제, 엽산 등 강화해 복용 / 300+1시간 산책

착상 위한 자궁상태 개선 노력 : 근종수술? 자궁경, 내막자극술?

 3차 피검 등 이후 일정 예측해서 해 나가기

2차 과배란 준비질 좋은 수정란(냉동), 자연수정 위한 몸 만들기

 

- 그의 몸 만들기 : 적정체중규칙적 운동, 영양제 섭취 관리, 식사와 수면, 휴식의 질을 관리해서 그의 건강을 살피기 (술은 끊기보담 절제로 가는 게 저항이 적으리라. 대신 이런 몸 관리가 필요하다는 걸 어떻게 설득하고 동의를 구할지가 어려운 과제)

임신확인서 - 보건소 제출

고운맘 카드 만들기 

몸 조심하기

1차 시험관 결과 통지서 보건소 제출

냉동이식 신청 서류 만들기 - 직장 급여 명세서, 동의서

 

 

꿈 때문에 실패를 예감하는 건 아니다. 몸의 상태가 평소와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게스테론 주사 맞고 대한극장 옆 스타벅스에서 3:00~6:30까지 책을 읽었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입문 부분 다 읽었다. 너무 피곤해서 2층 소파 자리에 올라가 고개 뒤로 젖히고 한참 잤다. 처음 며칠은 프로게스테론 1cc씩 맞으라는 오후 1시에 딱딱 맞춰 병원에 갔다. 점점 느려지더니 인제 '어쨎든 가기만 되지, 가는 게 어디야' 제대 말년 병장 모드다. 이 또한 실패 예감의 반응.

 

1차 피검을 했다. 일요일이라 본관 지하 1층 채혈실에 가서 했다. 커다란 실험실처럼 생겼다. 식당에서 '더 주세요' 할 때 누르는 버튼처럼 생긴 걸 누르니까 하얀 가운 입은 이가 나왔다. 팔을 걷어서 접혀지는 부분 혈관에서 피를 뽑았다. 예상보다 피검이 너무 싱겁네. 임테기를 할 생각이 전혀 안든다. 임테기보다 정확한 피검을 하고 왔기 때문이다. 결과는 내일 4시 이후에 전화 걸란다. 전화 오는건가?

 

남편더러 피검까지 기다릴 동안 피가 마를 거니까 신경 분산시키게 여름장아찌와 통마늘 장아찌를 담을 거라고 했다. 그가 '장보기 운동'을 몇 행군해서 50개 들이 마늘망 3자루, 양파와 아삭이고추, 청양고추, 간장 등을 사다놓았다. 단골 야채가게에서 구르마 빌려서 싣고 왔단다. 마음 산란할 때는 칼질이나, 손으로 하는 작업이 최고다. 내일 오후에 작업할 거다.

 

 

 

6 2 (이식 10일째) : 피검걸과 0.8, 1차 시험관 실패

 

오늘 오후 4시 경에 피검 결과를 알리는 전화가 올거다. 나는 오전까지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아이들에게 시험관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편지를 마무리 할 거다. 그리고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읽기를 오늘 마무리를 할 거다. 점심을 먹고 마늘 장아찌와 양파 장아찌를 담을 거다. 마늘을 한 알 씩 까려고 했더니 안되겠다. 아직 마늘의 물기가 하나도 안 빠져서 껍질까기가 너무 어렵겠다. 그냥 겉껍질 벗겨내고 뿌리 잘라내고 통마늘 장아찌로 담아야겠다. 마늘까다가 성질 버릴라.

 

절을 하다가 신단수 아래에서 아이 낳기를 비는 웅녀 생각이 났다웅녀는 곰이었던 시절 동굴에서 마늘과 쑥만 먹으면서 지내던 시련을 견디어 내어 승리했다곰에서 여자로 종간 이동하여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신단수는 세계수였을 거다. 그녀의 두 번째 소망이 아이 낳는 거라니 공감이 된다. 신단수 아래에서 새벽 미명에 간절히 기도를 하던 웅녀처럼 나도 기도를 해 볼까?   

 

나는 지금껏 가장 힘든 인생의 위기마다 기도로 뚫어나오거나 견디곤 했다정말로 간절히 원한다면 새벽기도를 해 봐도 좋겠다. 그걸 해낼 정도의 정성을 내가 가지고 있는 지 시험하고 증명하는 의례. 과연 최고의 위기때마다 했던 기도, 그 정도로 이것을 간절히 원하는 지 해 봐야겠다. 오늘 새벽 그걸 결의한다. 100일 쯤 새벽기도를 해 보리라.

 

오늘 1차 피검 결과가 오후에 나올 거다실패를 예감한다. 담담하다.    

 

의외로 전화가 일찍 왔다. 오전 11시 경이었다. 공강이 난 선배랑 통화를 하는데 병원 전화가 찍혔다. 가슴이 콩당콩당하다. 하긴 어제 낮에 검사를 해 두었으니. 차분한 간호사의 목소리다나도 차분하게 묻고 듣는다. 피검 수치는 0.8 이란다. 5이상이면 임신이라고 보는데 착상이 안되었단다. 매일 맞던 프로게스테론 주사는 중지하고 6, 7월 생리 하고, 8월 생리 2~3일째에 병원을 방문하란다. 난자가 12개가 채취되었기 때문에 회복이 필요하단다. 그 때 냉동 수정란 이식을 위해 먹는 약을 처방받을 거란다. 내가 '왜 미세수정인지, 어떻게 몸관리를 해얄 지', '자궁내막술, 자궁경이 필요한지해보고 싶으면 언제쯤 해야하는 지' '3개를 한꺼번에 해동하지 않고 2, 1개 이렇게 하면 안되냐'고 물었더니 담당 선생님께 예약해서 상담을 오라고 했다. 막상 들으니 덤덤하다. 한 번도 수치 나왔다는 전화를 못 받아보네. 임테기 2줄도 평생 한 번도 못봤네.

 

남편에게는 씩씩하게 말을 했다그가 야간 출근하고 나니 좀 볶인다. 착한 음식들만 먹으려고 노력했는데 오늘은 사악한 음식을 먹어보리라. 냉장고를 찾아보니 먹던 복분자주가 있다. 라면이 떨어졌네. 비가 와서 오늘 같은 날은 정구지전 부쳐 먹으면 좋겠구만 나가기가 귀찮다. 교촌치킨 윙을 시켰다. 2개 달라고 했다남편은 치킨을 싫어한다. 그에게는 접대용 음식이다. 치맥을 먹어야 하는 특별한 상황에서만 먹지 나처럼 일부러 시켜서 먹지 않는다. 1마리를 혼자 먹으려면 3번에 나눠서 먹어야 하니 나는 무가 3개면 더 좋다. 3개 달라는 말은 못하겠다. 피검결과 전화 기다리는 동안 피 마르는 거 대비해서 사다 둔 마늘장아찌용 3자루와 양파 등에 대한 관심과 훙미가 확 떨어졌다. 저걸 다 마무리를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6 6일 생리시작

과배란주사 등 호르몬에 영향을 줄 여러 요소들이 있었는데도 주기가 틀어지지 않았다. 다행이다. 다만 생리통이 다른 때보다 아주 심했다. 이로써 이번 일정은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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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0 15:46:36 *.252.144.139

제 지인 중에 아이 필요 없다고 결혼 후 6년동안 둘이 살다 사고(?)로 아이를 가져 낳은 분이 계세요.

그 아들을 얼마나 예뻐하는지 직장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더군요.

그러면서 저한테 아들이 있어서 일에도 삶에도 활력이 된데요.

콩두언니는 아마 옥동자를 얻을거에요.

그러면 옥이야 금이야 키워 큰 기쁨이 될거에요.

엄마 되기가 이렇게 힘든거였구나.

저는 거져 먹었네요. ㅎㅎ

항상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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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1 08:31:50 *.62.162.118
아이가 자라 엄마의 기록을 보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흔들리지 않는 삶의 뿌리를 읽고 또 읽으며 자신의 손 발과 엄마의 손 발을 대 볼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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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1 13:52:48 *.219.222.18

출산의 고통만 느끼신 분들은 정말 축복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자신들의 축복을 귀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때가 있어요.

사람은 겪어봐야 겸손해지나봐요.

저도 생명의 소중함을 많은 시간이 흘러 알게 되었답니다.


저는 콩두님의 글을 읽으면 같이 기다려지고 조마조마해지고  같이 아프고 그래요.

열렬한 응원뒤에 혼자만이 감당하고 삼켜야 하는 몫이 있기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답니다.

그런데 하실 수 있을 때까지의 최선에 한표 던집니다.

콩두님을 보니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으신 분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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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2 14:18:15 *.115.32.2

지난번에 만났을 때 세심하게 남을 챙겨주시던 분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결론이 어떤 것으로 나든지 이미 님이 아이를 진심으로  바라고 좋아했다는 것은 변함이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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