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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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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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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12일 16시 15분 등록
누군가의 귀에는 그 새의 노래 소리가 이렇게 들린다지요? ‘홀딱벗고 홀딱벗고...’ 나의 귀에는 그 소리가 흡사 이렇게 들립니다. ‘ , ...’ 오동나무에 꽃 피기 전 우리 숲으로 찾아와 한철 멀리까지 퍼지는 긴 파장으로 그렇게 노래하다가 떠나는 그 새의 이름은 ‘검은등뻐꾸기’입니다. 그도 뻐꾸기인지라 소리와는 다르게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제 알을 낳는 탁란의 습성을 가졌습니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지금 숲에서는 그 새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뻐꾹 뻐꾹 ’ 뻐꾸기 소리만 여전합니다.

오두막 텃밭에 심어둔 감나무 잎에 윤기가 대단합니다. 마루에 서서 요즘의 감나무 잎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싱그러워지고 청량합니다. 하지만 반나절쯤 소나기가 퍼붓고 이따금 세찬 바람이 분 뒤 다시 햇살이 쏟아질 즈음 그 감나무 아래를 서성여보면 마음이 아파옵니다. 바닥으로 떨어져 엎어진 감꽃들, 여름을 건너지 못한 꽃들, 열매들, 상실들...

층층나무 잎사귀 셀 수 없이 많이 켜놓은 촛불처럼 피어오르다가 이내 활짝 피어날 즈음 애벌레들은 스파이더맨처럼 허공을 떠다닙니다. 제 몸에서 자아낸 가느다란 줄에 몸을 걸고 허공을 떠다니는 음표처럼 공간을 이동하는 광경이지요. 그 많던 애벌레들이 모두 나비나 나방이 되지는 못합니다. 무수한 생명들의 또 다른 좌절, 상실들...

여름 숲은 봄 숲이 익어가는 숲. 봄 숲의 열망이 가을에 닿기 위해 반드시 건너내야 하는 뜨거운 시간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건널 수 없는 무참함이 도사리고 있는 숲이기도 하지요. 뻐꾸기가 몰래 탁란한 둥지 속의 알은 그 뻐꾸기가 알을 깨고 자라면서 모두 밖으로 밀려나가는 아픔 겪어야 하고, 열매로 익어가던 어린 감 열매들 중 상당수는 폭풍우에 땅바닥으로 나뒹굴어야 합니다. 새에게 목숨을 잃어 날아볼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나비나 나방의 꿈이 또 얼마나 많은지요.

여름 숲의 이런 측면이 꿈을 품고 사는 사람, 꿈을 이루려는 내게 그것을 가르쳐줍니다. ‘지켜내야 하는 시간이 있단다. 더 단단하게 수렴하고 응집하는 일에 몰두해야 하는 시간이 있단다. 또한 그래도 넘어지고 잃어버리는 순간 만날 수 있는데, 그래도 멈추지 말아야 하는 것이 꿈꾸는 생명들의 여정이란다.’
어제 쏟아진 소나기로 이미 어린 감 수두룩하게 땅 위를 뒹구는데
, 창밖에는 지금 또 세찬 소나기 쏟아집니다. 그래도 감나무는 저 중에 몇 알을 지켜낼 겁니다. 가을날 주황으로 익었다가 마침내 서릿발에 붉게 물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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