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에달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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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오프수업후기 _ 구달칼럼#10
때 - 6월14일(토)~15일(일) 1박2일
곳 – 천안 황토펜션
이번 유월 오프수업은 천안에서 일박이일로 진행되었다. 일산서 천안까지 갈 길을 걱정하든 중 왕참치님의 카풀 공지가 떴다. 얼씨구나 하고 콜을 날렸다. 몇 분만에 환상의 카풀멤버가 완성되었다. 찰나, 창, 왕참치, 구달 - 남부터미널, 토요일 0920 회동,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토요일 새벽4시 언제나처럼 책을 읽고 목욕제계를 했다. 7시에 출발준비를 하고 있는데 새벽기도에 갔던 아내가 뜻밖에도 일찍 돌아왔다. "서방님 일박이일로 공부하러 먼 길을 떠나는데 아침밥이라도 따스하게 지어 먹여 보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비록 립서비스일지언정 마음이 짠하다. 주엽역까지 걸어 가겠다 해도 차로 손수 모셔주겠단다. 아내는 이 모든 과분한 서비스 끝에도 "술조심"하란 말은 결국 여백으로 남겨두었다. 나도 이 나이 되고 보니 아내의 심중을 읽고는 고개를 끄떡여 주었다.
아내 덕분에 남부터미널에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근처 카페에서 모닝 커피를 마시며 카풀 멤버들에게 카톡을 날린다. 왕참치 이기사가 길이 막혀 8분 지각이란다. 카톡으로 아이스커피를 주문 받아 챙겨들고 차에 오른다. 왕참치답게 짚차형 쏘렌토다. 이전에 영업하면서 운전을 많이 해봤다는 그녀는 과연 베트랑 기사였다. 운전이 시원찮으면 내가 몰아야지하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썬그라스를 끼고 운전대와의 간격을 넉넉히 둔 여유 있는 자세가 척 봐도 베트랑의 풍모다.
그녀는 운전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달변이기도 하다. 감탄할 정도로 운전하면서도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간다. 여자는 멀티형 인간이라더니 말은 기본이고 운전하면서 커피를 마시기까지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예상했던 대로 주말 아침인지라 길이 막혔다. 동탄 10키로, 안성 3키로 등 끊임없이 막히는 구간이 나와도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즐거웠다. 다른 데카상스 팀들과 카톡으로 서로의 현재 위치와 도착시간을 주고받는 재미도 좋았다. 역시 ktx로 온 피울, 어니언, 종종님이 먼저 천안에 도착했다.
천안아산역은 급조한 흔적이 역력했다. 덩치만 무지 크지 무언가 어수선하고 정돈이 안된 느낌이다. 단지 이색적인 것은 자전거 주차장이 있어 여기가 자전거 라이더들의 메카 중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보니 시내가 자전거인들을 위한 천국이다. 도로는 말할 것 없고 육교조차도 자전거 길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한낮의 작열하는 태양 빛을 받으며 천안아산역 인도를 걸어 데카상스 동지들을 보러 갔다. 역이 너무 크고 넓어서 한참을 헤맨 끝에 피울과 승호샘을 만났다. 얼싸안고 반가워 하는 것도 잠시 점심을 먹기로 한 식당 <마실>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마실>은 박노진 선배님이 운영하는 천안아산역에서 가까운 퓨전 한식집이었다. 규모와 외양이 범상치 않았다. 목재로 지은 아기자기한 집인데 야외 데크와 주차장 등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안으로 드니 교장샘을 비롯해 미스테리, 콩두님과 데카상스들이 모두 운집해 우리를 얼싸 안았다. 곧이어 음식이 나왔는데 하나하나, 그 자체가 예술이었다. 특히 조로 빚은 동동주가 일품이었다. 노르스름한 빛이 고혹적인데다가 맛과 향이 그윽했다. 푸짐한 상을 받아 마음껏 즐기면서 이런 작품 같은 음식들이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했다.
그런데 곧 의문이 풀렸다. 식당 곁에 음식문화연구소라고 음식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서재겸 실험실이 따로 있었다. 요리사들을 여기서 공부시키니 어찌 작품이 나오지 않겠는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변경연 연구원 출신이라 역시 무언가 달랐다.
수업장소인 황토펜션은 마실에서 차로 40분, 26키로인가 떨어진 교외 산중에 자리잡고 있었다. 총무 왕참치님이 무지 고생하여 예약한 곳이라고 했다. 대로에서 벗어나 좁은 진입로로 들어서니 별세계가 펼쳐진다. 울창한 나무 터널을 지나려니 계단식 논과 밭의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곳곳에 원두막을 세워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이곳은 마을에서 펜션촌을 만들기 위해 여러 시설투자를 공동으로 했다고 한다. 그래선지 자연을 인공적으로 재조립한 느낌이다.
목적지 황토펜션은 옛날 기와집을 페션으로 개조한 곳이었다. 갈수록 손님이 늘어나니 방을 잇대어 달아내고 좀 조잡하지만 큰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었다. 우리가 공부할 안방거실은 큼지막하면서도 앞뒤가 관통하여 뒷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이 우릴 반긴다. 이런 곳에서 공부한다면 하루종일 해도 음풍농월 신선노름하는 기분일 것 같았다.
오후2시40분부터 수업이 시작되었다. 교감샘만 빠지고 모든 교육팀과 특별 지원조 미스테리, 콩두님 그리고 데카상스는 에움만 빠졌다. 그녀는 동생 결혼식을 마치고 저녁에 함께 하기로 했다. 수업은 좀 밋밋하게 시작되었지만 처음 시작한 피울님이 어떤 계기로 촉발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아버지에 얽힌 내밀한 가족사를 깊이 토로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어니언, 종종님 등 모두 자신을 내어놓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 우리가 이렇게 깊어지는구나. 상처받은 영혼들이 여기 이곳에서 자신을 꺼내어 햇볕에 널어 말려 보송보송한 영혼으로 거듭남을 나는 보았다.
좀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무렵 혜성같이 나타난 우리의 히로인 왕참치, 그녀는 미스테리님을 특별 게스트로 옆에 앉힌 뉴스엥커로 변신했다. 전 재산을 날렸다느니 죽을 병에서 살아났다느니 극적인 우스게를 가미한 특유의 낭랑한 목소리가 방안의 차분한 공기를 흔들자 좌중의 웃음보따리가 폭발했다. 언제 어디서나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하고지비의 극적인 성장과 변화에 모두들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라면과 밥, 불고기에 쌈이 저녁 식탁에 올랐다. 특히 쌈으로 나온 풍성한 채소들이 눈에 익었다. 가만 보니 수원들꽃농장에서 날아온 웨버 희동이표 쌈 채소들이었다. 지난주 농장을 방문하여 보았던 대로 싱싱하고 부드러운 완전 무공해 유기농 채소였다. 단순 소박하기 그지없는 식단이지만 희동이님 땀과 정성이 깃든 것이라 왕후장상의 식탁이 부럽지 않았다. 오늘 최고의 음식이었다.
식사 후 홀로 주변을 산책을 하고 있는데 미스터리 오미경 선배가 나타났다. 함께 이곳저곳 거닐면서 밤의 시골 정취를 만끽했다. 미스터리님은 면접여행을 기획하여 준비해 주시고부터 한번도 빠지지 않고 데카상스의 수업에 동참하여 귀한 코멘트를 아끼지 않는 귀한 분이시다. 이번에는 늦게 오시는 손님 픽업차 두 번씩이나 천안아산역을 들락거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셨다. 누굴 보아도 안아 주고 싶어하는 풍성한 가슴만큼이나 마음도 따스한 분이다.
식사 후 운동이 필요한 차제에 연극치료 샘이 오셔서 파트너 눈 감기고 이끄는 대로 춤추기 놀이를 했는데 이건 집에 가서 아내에게 써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놀이였다. 이 먼 곳까지 오셔서 수고해주신 샘께 감사를 드린다.
새벽 한 시에 수업이 끝나고 이어진 뒤풀이가 아침까지 이어졌다. 보통 저녁 10시면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있는 새나라의 어른인 내가 새벽 4시까지 견딘 것만해도 대단한 사건이다. 참치님 차로 아침에 먼저 떠날 때 보니 이승호샘과 어니언, 에움님 등이 밤을 꼬박 새웠나 보다. 역시 젊음이 좋다. 참치님 덕분에 오고 가고 기사 딸린 자가용을 잘 이용했다. 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오프수업은 전반적으로 함께 어우러지는 일박이일의 여행일정은 좋았으나 수업에 집중도가 좀 떨어졌다. 듣는 것이 한계가 있고, 10시간이나 계속되는 장거리 수업에 시간이 흐를수록 수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심도 있는 코멘트를 하지 못했다. 미리 개인의 발표내용을 카페에 올린다면 사전에 공부를 하여 보다 풍성한 코멘트 향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수업이 너무 늘어지고 뒤풀이가 끝없이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시간을 정하여 보다 절도 있고 절제하는 오프수업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바람일 뿐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이번 오프수업은 성공작이다. 이를 기획하고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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