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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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오프 수업 후기_중요한 경험
2014. 6. 17
일정: 2014. 6. 14(토) ~ 15(일) 무박이일
장소: 아산 황토멘션
목적: 데카상스 2차 오프 수업
주제: 인생의 중요한 경험 세가지
#1. 한 발짝 더
아직 쏟아낼 때지 쌓거나 정돈을 말할 단계는 아닌 모양이다. 언감생심이다. 목구멍에 뭐가 잔뜩 걸려있고 아랫배에도 똥 덩어리와 가스 따위가 잔뜩 찼으나 위로도 아래로도 쏟아 내지 못하고 있다. 내가 내게로 한 발 더 다가가야 할 것인데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발을 떼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내게로 한 발’이라고 하는 것의 주체에 관해서 아직 분명하게 선택지를 찾지 못한 모양이다. 울림이 있으나 공허하다. 그 자리에 서 있지만 유령 같다. 발은 여전히 지면에서 한참 떠 있다. 아직 발이 내리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데카상스 모두는 이제 한 기둥에 각자의 가지를 뻗어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람의 크기도 색깔도 위치도 모두 다르다. 나는 이 차이가 시작부터 있던 것인지 그간의 차이인지 알지 못하겠다. 그리고 이 차이는 우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라건대 둥치는 한가지일 것이다.
2차 오프 모임이 끝나고 창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수업에서 일과 직장에 관련된 이야기는 배제하는 방향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일과 직장에 관한 이야기가 무익하고 수업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아니고 외부에서 주어진 일과 직장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근원적 고민을 해 보자는 것입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더 깊이 보고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더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해서 입니다. 언젠가 떠날 직장보다, 내가 하고 싶고 만들어가고 싶은 것들, 죽을 때까지 끌어안고 가야하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자는 것입니다.”
이번 오프 모임을 요약하는 전부라고 생각되는 코멘트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의 삶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경험이란 것이 고작 외물에 좌우된 표피적이고 현상적인 몇 가지로 정리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을 것인데 그리 정리해서 오고 말았다. 그간 내게는 그런 성취가 중요했던 모양이다. 사람에게 보여지는 것과 내가 나를 인정하게 하는 동기가 고작 그랬던 모양이었다. 이것을 발견이라고 한다면 자위가 될 것인가! 나다운 삶을 찾아 나선 걸음이 그 사이 3개월이나 되었다. 지금쯤은 한 가닥 끄트머리를 찾을 법도 하건만 아직 요원하다.
아프고 시린 기억도 눈물 젖은 빵을 먹던 기억도 그 사이 희미해 졌었는데 병곤 선배의 한마디로 그때 그 기억들은 다시 일어났다. 그 일들은 해소된 것이고 용서된 것이었다. 그 일들이 아직 내게 어떤 행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숨기고 싶다거나 피하고 싶은 일들은 결코 아니었다. 이젠 그저 ‘그때 그런 일’ 정도라고 생각했다.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말할 이유나 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일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자마자 나는 일렁였다. 당신도 나도 서로 힘들어서 그랬던 거였는데…….
이제 그때의 시간들을 삭여서 관조할 수 있게 되었다. 끄집어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잘 우는 사람이 아니었다. 요즘은 툭하면 눈물이 난다.
#2 낮에 꿈꾸라.
꿈은 밤에 꾸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말짱한 정신에 온전한 힘으로 백주대낮에 꾸는 꿈이 진짜라고 했다. 친구들과 술잔 붙잡고 나눌 꿈일랑은 꿈이라고 하지 마라. 그것은 하소연이고 푸념이다. 꿈은 불평불만이 아니다.
현실과 이상을 연결해줄 다리를 놓으려면 꿈은 낮에 꾸어야 한다.
박노진 선배는 ‘외식경영전문가’란 프로필을 만들었다. 10년 전 그는 허접한 자기계발서 초안을 스승에게 들이밀었다가 평생 가장 가혹한 꾸중을 들었다고 했다. 밥장사 하는 놈이 자기계발서를 내서 그게 설득력이 있겠냐는 것이 꾸중의 근간이었던 모양이다. 이후에도 줄 곧 그는 추천사를 받기 위해 스승을 찾았으나 일년이 넘도록 추천사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10여년이 지난 후 그는 그의 스승이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딛고 있는 자리에서 프로필을 만들어 냈다.
“낮에 꿈꾸라”는 말을 나는 노진 선배에게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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