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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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
벌이 보는 세상은 어떨까요?
벌에게는 겹눈과 홑눈이 있는데, 겹눈은 먼 거리의 복잡한 물체를 식별하고 특히 움직임을 잘 포착한답니다.
홑눈은 겹눈 사이에 있는데, 가까운 물체의 명암을 구분하고 특히 꿀이 있는 부분을 잘 구별한다네요.
독일의 프리슈 박사는 벌이 다양한 색깔을 구별할 수는 없지만 노랑과 파랑, 주홍, 보랏빛을 잘 구별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못 보는 색이 있으니, 바로 빨강입니다. 벌에게 빨강 장미는 흑백으로 보이는 것이죠.
게다가 시력은 인간의 100분의 1 정도이며 직선이 곡선으로 왜곡되어 보인다니, 벌이 보는 세상은 우리가 보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겁니다. 이런 지식을 가지고 위의 장미 사진을 보면, 흑백이긴 하지만 나의 눈으로(정확하게는 카메라를 통해) 본 장미에 불과합니다.
세바스치앙 살가두( Sebastiao Salgado, 1944~)라는 현존하는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라고 불리우는 이가 있습니다.
그는 몇 달씩 피사체와 동거동락하며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유명합니다.
얼마 전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는 잡지에서 그의 요즘 사진을 보았습니다.
삐죽삐죽 솟아난 암석들로 이루어진 섬에 가득 들어차 있는 새들을 정상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새들은 알바트로스(신천옹)이나 갈매기들로 보입니다. 원경으로는 빈 틈없이 새들이 앉아 쉬거나 섬을 배회하며 날고 있고,
화면의 하단부를 큼지막하게 차지한 정상위의 두 마리는 서로 머리를 기대며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동료들을 내려다봅니다.
새의 눈으로 그 광경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사진가의 존재는 희석되어 보이지 않습니다.
살가두의 사진을 보며 다른 존재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상상했습니다.
동물의 눈으로 본 세상, 곤충의 눈으로 본 꽃, 너의 눈으로 본 나, 아이의 눈으로 본 당신...
이러한 상상이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세계를 확장시킵니다.
존재와 존재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모든 예술이 그러했듯이 이러한 사진은 읽는이와 공감을 일으키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한 장의 사진이 영감을 주었고, 사진의 즐거움이 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