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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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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17일 17시 04분 등록

 

얼마 전 장모님께서 대동맥 판막 협착증이란 진단을 받으셨다. 의사는 상태가 좋지 않다며 수술을 권했지만, 80 넘은 고령에 11시간 걸린다는 수술을 받는 게 무리다 싶어 쉽게 결정을 하지 못했다. 다른 종합병원에서도 수술을 권했다. 하지만 지인을 통해 소개 받은 심장 전문의는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이 없으니 6개월정도 상태를 지켜 본 후 수술을 해도 늦지 않다는 진단을 내렸다. 장모님은 좀 빨리 걷거나 경사로를 걸어 올라가면 숨 차 하시고, 가끔 가슴이 답답함을 느낀다고 하신다. 얼마 전까지 활발하게 활동하셨던 분이라 몸이 뜻대로 움직여 지지 않는 것에 많은 상실감을 느끼시는 것 같아 안쓰러울 뿐이다.

 

나이 들면서 건강의 소중함에 대해 느끼는 게 예전과 많이 다르다. 내 몸 상태의 변화를 통해 느끼기도 하지만, 주변의 비슷한 또래나 어르신들이 건강 상 문제를 일으켰다는 얘기를 자주 듣기 때문인 것 같다. 아직 이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며 크게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생각해보면 살아가면서 감사 할 일들이 참 많다. 지금까지 직장을 갖고 아침에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 내가 살 집이 있다는 것. 가족들이 건강하다는 것. 가끔 친구를 만나 한잔 할 수 있다는 것. 다른 사람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 어머님 장모님이 아직 살아계시다는 것. 이런 것들이 모두 복이다.  눈이 있어 볼 수 있고, 내 발로 걸을 수 있고,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 음식 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 이런 것들이 모두 감사할 일이다. 헌데 이런 감사한 마음을 잊고 살 때가 많다. 젊은 시절에는 누구에게 왜 감사해야 하는 지 잘 몰랐다. 갖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던 젊은 시절. 끊임없이 추구하는 삶을 살아 오면서 이룩한 것들은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당연한 결과라 생각했다. 중년에 들어서니 지금 갖고 있는 것들이 내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란 걸, 모두 감사할 일들이란 걸 이젠 좀 알게된다.

 

 

이런 감사한 마음을 시시때때로 깜빡 잊을 때가 있다. 지난 주말 딸 아이와 운동 레슨을 받으러 갔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지, 마지못해 레슨 받는 딸 아이의 태도가 눈에 거슬렸다. 요즘 기말 시험 준비를 하면서 공부를 마치 남을 위해 대신 해주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도 기분이 좋지 않았던 터였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 아무리 초등학교 5학년생이지만 마음이 답답해지고, 화가난다. 딸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칠 때도 집중하지 못하거나 하기 싫어 하는 모습을 보이면 짜증이 난다.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것에 감사할 일이지만, 제 멋대로 행동하는 듯한 딸 아이의 모습을 보면 감사하는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짜증이 생겨난다.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나 직원들에게도 비슷한 마음이 일어난다.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다가도, 내 생각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답답한 마음이 일어난다. 아내에게도 나 같은 사람과 결혼해서 열심히 살아주는 모습에 감사하다가도,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마음 속에 갈등이 일어난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애증의 마음이 일어난다. 왜 이런 애증의 감정이 나타나는 걸까? 아마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에 주변 사람들이 맞추어 주질 못한다는 생각때문인 것 같다. 내가 설정해 놓은 높은 기준에 딸 아이가, 아내가, 직장 동료들이 맞추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 큰 때문인 듯 하다.

 

인디언 속담에 이런 내용이 있다. 인디언 추장이 어린 소녀에게 말한다... "내 안에서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단다. 그건 끔찍한 싸움이야, 두 마리 늑대 사이에 벌어지는... 그 중 한 놈은 악이야. 그놈은 화, 질투, 슬픔, 후회, 욕심, 오만, 자기연민, 죄책감, 억울함, 열등감, 거짓말, 헛된 자존심, 우월감이며 그리고 바로 네 자아야... 다른 놈은 선인데, 그놈은 기쁨, 평화, 사랑, 희망, 평온함, 겸손, 친절, 자비, 공감, 너그러움, 진실, 연민이며, 그리고 바로 믿음이란다. 똑 같은 싸움이 네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지.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의 내면에서도... 소녀가 묻는다. '어떤 늑대가 이기나요?'  '바로 네가 먹이를 주는 쪽'..."  

 

우리 내면에는 착한 늑대와 악한 늑대가 함께 살고 있다. 착한 늑대에게 먹이를 줘서 악한 늑대를 이길 수 있도록 내면을 단련하는 것. 욕심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이 감사하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갖을 수 있을 방법인 것 같다. 지금 현재 갖고 있는 많은 것들에 감사하다 보면 스스로 기쁨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러니, 감사한 마음을 내는 것은 상대방을 위한 게 아니라 바로 자신을 위한 것이다. 내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IP *.97.37.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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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9 11:05:43 *.244.220.253

100% 빙고~

 

감사일기를 쓴지 보름이 지났습니다.

회사동료들과 함께 보조를 맞추면서, 쓰고 있는데요.

오늘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 추신: 정산엉아께서 꾸준히 칼럼 올리시는 모습,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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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0 13:24:02 *.113.77.122

착한 늑대에게 먹이를 줘서 악한 늑대를 이길 수 있도록 내면을 단련하는 것


정말 중요한데 왜 자꾸 잊어버리고 사는지 모르겠어요 ^^


선배님의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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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3 01:39:14 *.124.78.132

늘 읽고나면 배우는 것이 많아지는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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