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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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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19일 12시 53분 등록
며칠 전 퇴근길에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어느날과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문득 집에 들어가기 싫었습니다. 이 밤 몇 시간 만이라도 회사일도 집도 잊고 싶었습니다. 영화를 함께 보러 가자고 아내를 불러냈습니다. 두 딸들은 흔쾌히 엄마 아빠 데이트를 허락했습니다. 아마도 엄마의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마음껏 쓰고 싶었을 겁니다.

한적한 저녁시간,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헐리웃 블럭버스터. 믿고 보는 톰 크루즈.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과 벌이는 전쟁!  '엣지 오브 투마로우'로 낙찰!  저는 맥주 한 캔,  아내는 빵 한 개 사들고 영화관을 들어갔습니다. 평일 저녁 텅 빈 영화관에서 오붓하게 영화를 즐겼습니다.

이 영화 꽤 재미있다고 입소문 을 듣긴 했는데, 분명 입소문 날 만합니다. 제 아내는 평생 블록버스터 액션영화만 보면 편안히 잠들곤 했는데 이번에는 영화에 푹 빠져 즐기더군요. 만화로도 그려진 일본 소설 원작이 본 아이덴터티의 더그 라이먼 감독과 톰 아저씨를 만나 웰메이드 SF 액션영화가 되었습니다.

영화 줄거리 초간단 모드로 설명드립니다. 외계생명체가 지구를 침공합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저그 닮았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은 오징어나 문어 생김새 떠올리시면 됩니다. 지독하게 빠르고 무자비하게 인간을 공격합니다. 외계생명체의 침공에 유럽이 초토화 됩니다. 톰 크루즈 아저씨는 총도 어떻게 쏘는지 모르는 신참병사가 되어 연합군의 대규모 상륙작전에 참전하게 됩니다. 외계생명체와 어리버리 싸웁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외계생명체의 피를 뒤집어 쓰면서, 죽으면 딱 하루 전으로 되돌아가 다시 전쟁터로 보내지는 타임머신 능력을 얻게 됩니다. 매일매일 죽으면 다시 어제 아침으로 되돌아가 똑같은 전쟁터로 보내집니다.

매일 매일 똑같은 전투를 치르는 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왠일인지 제가 살고 있는 일상이 오버랩됩니다. 똑같은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가 아침이면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지하철을 타고 똑같은 사무실로 출근하여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일상. 경험치가 쌓일 수록 좀더 노련하게 일처리를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전투는 결코 끊나지 않습니다. 매일 반복됩니다.

'Edge of tomorrow' 내일의 경계를 넘어가지 못하고 오늘을 무한히 반복하는 주인공의 상태를 영화제목으로 삼았습니다. 주인공 톰 크루즈의 이름이 'cage'인 것도 우연이 아닌 듯 싶습니다. 무한영겁회귀라는 미로에 갇힌 존재임을 이름으로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며 중얼거렸습니다.
'그래, 매일매일 삶이 전투 맞지!' 아내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시간을 되돌릴 능력은 SF영화에나 나오는 능력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오늘의 삶을 내일도 똑같이 반복하는 우리네 '일상의 반복'이 마치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내 인생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랬던 적이 있습니다. 어제의 실수나 착오를 되돌리고 싶은 거였죠. 또다시 반복되는 오늘. 매일도 반복될 오늘. 늘 다치고 자빠지고 집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반복되는 오늘'을 또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전투에 지쳐 울며 돌아서더라도 오늘은 또 시작될 겁니다. 반복 또 반복되는 오늘의 전투를 생각하면 머리부터 아파옵니다. 그럴수록 어깨에 힘을 빼 봅니다. 가족을 떠올려 봅니다. 숨을 한껏 들이켜 봅니다.

내일은 또 오늘이 시작될 겁니다. 바람이 붑니다. 오늘을 또 살아보렵니다. 내일 또 반복될 오늘은 좀더 근사하게, 좀더 그럴듯 하게 살아보렵니다.
IP *.62.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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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9 23:09:26 *.222.10.126

형선씨의 엣지 오브 투데이를 위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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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0 12:27:16 *.6.57.60

건배! ^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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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0 13:27:35 *.113.77.122

'Edge of tomorrow' 내일의 경계를 넘어가지 못하고 오늘을 무한히 반복하는 주인공의 상태를 영화제목으로 삼았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이 이렇게 심도있는것이었군요.  앨리스가 강추하던데  ^^

오늘의 무한 반복에서 벗어나 내일의 경계를 넘어보렵니다. 

선배님의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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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1 09:15:37 *.65.153.225
블록버스터 영화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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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3 01:38:17 *.124.78.132

오오~ 요즘 통 영화를 못 봤었는데..이건 꼭 한번 봐야겠네요 ^^*

근사한 오늘을 위해 화이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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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08:22:55 *.218.180.133

웬일로 집에 들어가기 싫다는 표현에 소심한 일탈을 기대했는데

결국 앨리스와 영화였군요. ㅋㅋ


'Edge of tomorrow'제목이 많은 말을 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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