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희동이
  • 조회 수 2467
  • 댓글 수 17
  • 추천 수 0
2014년 6월 21일 08시 40분 등록

2014.06.23 이동희

 

인생을 즐기는 것은 죄가 아니다. 즐길 수 없는 것이 죄다. 그러니 죄짓지 말고 즐겨라.” 2014 3 29일에 변화경연연구소 10기 연구원이 된 후 첫 동기 모임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4월에 있을 연구소 총회 준비 차원이지만 면접 여행 후 그리운 사람들이 되어버린 동기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몇 일 전부터 토요일이 오기만을 학수 고대하면 매일 카톡을 하며 처음 시작하는 연구원 생활의 숨가쁜 순간들을 함께한 사람들을 직접 만난다는 것은 삶에 축복과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무엇이라고 할까? 이 사람들과는 무엇인가를 같이 즐길 수 있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날은 살롱9에서 만나기로 하였기 때문에 와인을 마시기로 작정하였고 차를 두고 버스와 지하철로 이동하였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설렘이었고 오래된 그리움의 고백이었습니다.

 

살롱9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동기들이 아무도 도착을 하지 않았습니다. 곧 왕참치가 오고 어니언이 오고 찰나 님이 왔습니다. 오병곤 선배도 도착하고 선배님의 책쓰기 프로그램 참여자 분들도 보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들뜬 달짝지근한 오후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낮술을 먹지 않는 바가 저의 신조나 다름없었지만 연구원은 마음을 열고 즐길 줄 알아야 함을 익히 근거리에서 보아온 터라 와인을 점심으로 나온 살롱9 피자와 곁들여 즐겁게 마셨습니다. 날씨 탓일까? 사람 탓일까? 기분 탓일까? 어떤 경계도 넘을 수 있을 것 같은 호기를 보이며 한잔 두잔 그리고는 한 병 두 병 빈 병이 늘어갔습니다. 생전에 구본형 선생님께서 골라주신 와인이라 더 맛이 좋았습니다.

 

치지직 치지직, 필름이 흔들립니다. 살롱9를 나와 2차를 갔고 일찍 파하고 다들 돌아갔습니다. 무의식 중에 계속 있고 싶었는데, 모두들 집으로 돌아갑니다. 들어서 말이지만 낮술로 마음이 다 풀려버렸습니다. 반나절 만에 모든 것이 얼음 녹듯이 다 녹아 내린 것 같았습니다. 가던 택시에서 내려 인도에 앉아서 취기를 느끼며 시간을 즐겼습니다. 그때 경찰이 와서 술을 많이 먹었으니 파출소에 가서 보호조치를 하고 보호자가 데리고 가야 한다면 꾸역꾸역 사람을 경찰차에 태워 파출소에 데리고 갑니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해도 위험할 수 있다며 파출소로 데려갑니다. 처음 가본 파출소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집에 가야 한다고 나서면 붙잡고 나서면 붙잡아서 어떻게 하질 못하였다. 결국 친구를 불러서 파출소를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아니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낮술을 즐긴 죄로 파출소를 가게 되었으니 즐긴 다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나올 때 친구 통해 애쓴 경찰관들에게 음료수 한 박스 사 드리라고 나왔습니다. 집으로 오는 차에서 또 친구와 이야기도 하며 노래도 부르며 흘러가는 마지막 시간을 붙잡고 즐겼습니다. 아무튼 이 일로 아내는 변경연에 가면 술만 먹고 노는 곳으로 인식했는지 늘 걱정이 태산입니다. 이후 총회 1 2일 여행 때도 그랬고 (물론 이때는 다른 이유가 있어 술과 음식을 못 먹었습니다.) 이후 서울 첫 오프 수업도 그랬고, 최근에는 매일 매일의 북리뷰마저도 가족에게 시간을 내어주지 않는다며 심하게 불평을 하게 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 일로 인해 2달간의 변경연 활동이 많이 위축되었습니다.

 

10주차가 지난 후 그 일을 다시 돌이켜 봅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던가?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못된 것이 있기나 한 것인가? 외형적으로 보면 무언가 잘못한 듯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잘못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 낮술의 경계를 넘어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처음 가는 길은 늘 모험입니다. 그 길의 도중에 어떤 일이 있을지? 어떤 만남과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날 설렜습니다. 무척이나 말입니다. 뭐랄까? 소풍가는 기분도 들었고 딴 세상에 처음 가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러니 마음이 들뜰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낮술에 취해 술주정을 부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그런 하찮은 경험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4년에 변화경영연구소의 10기 연구원으로서 설레는 첫발을 디딘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 날이 이후로 자제하며 두 달을 보냈습니다. 5월에는 건강이 좋지 않아 자제할 것도 없었지만 말입니다. 1 2일로 천안으로 향한 614 2차 오프 수업에서도 아내의 간곡한 협박으로 술을 마시지 않고 수업과 토론을 마친 후 새벽 차로 돌아왔습니다. 남아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마음을 주고 싶었지만 매일 매일 같이 사는 아내의 입장도 헤아려야 하는 문제라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다잡고 돌아온 것입니다. 제 마음은 그렇습니다. 이러한 마음으로는 몰입을 할 수가 없더란 것입니다. 절제라는 것의 미덕은 지나치지 않음에 있어 무리가 없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 2달 동안 변경연 수업에는 절제를 통해 얻을 것이 많지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푹 빠지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첫 모임에서 저는 푹 빠져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푹 빠짐을 제대로 해석해 내지 못했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좋았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그 기억이 다른 사람들이 시선으로 돌아와 저를 움츠려 들게만 하였습니다. 방어적이 되고 회의감이 들게 하였습니다.

 

니체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을 읽었습니다. 니체의 생의 철학에 대해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그는 (디오니소스) 여기서 저기로 뛰어다니고 춤추는 존재였다. 파괴와 혼돈으로 보였던 것은 사실 그의 높이 뛰기와 넓이 뛰기”, “훌륭한 무용수로서 추는 춤이었다. 하나의 파괴는 다른 생성을 위한 것이었고, 하나의 건너뜀은 다른 곳에 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뛰는 이유는 차이들에 고통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라 즐거움, 정력, 건강, 과도한 풍요때문이었다.

 

다시 돌이켜 봅니다. 그 날은 참으로 날씨가 좋았습니다. 제 마음도 참으로 좋았습니다. 넘실거리는 변경연 사람들의 넓은 품에서 포도주의 바다에서 느그적하게 헤엄치며 노닐었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풀어 놓은 마음들을 즐기며 한가로운 오후에 취했습니다. 처음으로 낮술에 취해 달자 선배님의 말처럼 건달의 세계에 입문하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세상과 싸울 듯이 보내던 오후가 내 인생의 전부인 양 나에게서 긴장을 모두 가져가 버렸습니다. 그 날은 제 경계심을 모두 흘려 보낸 하루였습니다. 즐거운 한 때란 이렇듯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하는가 봅니다. 꼭 술이 아니더라도 그날은 제 인생에서 기억되는 추억의 하루가 되었습니다. 자칫하면 사회의 무모한 시선의 가위로 싹둑 싹둑 잘라버려 놓쳐버렸을 소중한 시간을 이제 다시 느껴 봅니다. 그 순간이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었고 소중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두려움 없이 한 발을 디뎌 봅니다. 그리고 다시 한가로운 낯 술을 즐길 시간을 궁리해 봅니다. 저에게도 생은 끝없는 긍정의 순간들이기 때문입니다.

 

 

 

 

 

IP *.222.10.126

프로필 이미지
2014.06.22 10:32:42 *.160.136.190

그리스를 다녀와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오.

거기엔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자유로움 그 자체의 인물이 살아 숨쉬고 있었지.

춤추고 노래하고 술마시고 인생이란 의미를 제대로 향유하는.

나는 부러웠다오. 그렇게 살지 못하기에.

 

물론 그것이 다는 아니었었지.

숨쉬고 행동하는 것 지금을 취할줄 아는 이었기에.

 

냇가에 졸졸 물이 흘러갑니다 ~~ 자연의 순리로.     

프로필 이미지
2014.06.23 13:27:54 *.253.45.190

시실리에 가기전에 조르바를 읽었답니다.

그리고 조르바처럼 놀았죠. 다시 조르바로~ 조르바 만세

프로필 이미지
2014.06.23 01:33:47 *.124.78.132

저도 그날 분위기가 기억납니다. 왠지 모르게 피식피식 웃음이 나면서 자꾸 늘어지고 풀어지고 싶은 마음이었지요 ^^

아무튼 힘들어하시던 이슈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예요. 끝없는 긍정의 순간을 위하여!

프로필 이미지
2014.06.23 13:28:32 *.253.45.190

가만 생각해보니 억울해서 글로 썼네요.

그날이 너무 아까웠다는 거지요.

프로필 이미지
2014.06.23 09:29:05 *.223.24.181
너무 팽팽하게 있었던가 봅니다.
그 동안.
그 자리에 없었지만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아요.^^

111
프로필 이미지
2014.06.23 13:29:27 *.253.45.190

같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ㅋㅋ

프로필 이미지
2014.06.23 14:24:09 *.62.178.124

위축된 두달의 사정, 알 것 같다는.  시작부터 지금까지도 맘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저는 요즘 좀 초조해지는 것 같아요. 이러다 일년, 변죽만 울리다 갈 것 같은...

프로필 이미지
2014.06.24 22:18:59 *.222.10.126

이제 돌진해봐야지요.

프로필 이미지
2014.06.23 15:06:45 *.196.54.42

"푹 빠지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음~ 그랬군요, 억울함이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이 딜레마를 어찌하나? 


프로필 이미지
2014.06.24 22:19:40 *.222.10.126

딜레마는 아닙니다. 잘 풀어가면 됩니다. 정신차리고 살아야죠.

프로필 이미지
2014.06.23 16:36:10 *.113.77.122

그날 장난꾸러기 희동의 모습이 그냥 나온던데 삶의 긴장을 풀고 평소에도 그런 장난꾸러기 모습으로 지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근데 낮술은 힘또한 세지게 만들던데 ^^ 그 힘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걸까요? 하마터면 손목 부러지는 줄 ^^ 


프로필 이미지
2014.06.24 22:20:11 *.222.10.126

장난을 치기 시작하면 감당이 안되어서요. 받아주시면야 언제든지!

프로필 이미지
2014.06.23 18:15:49 *.23.235.60

낮술이든, 술 마시는 웨버님을 본 기억이 없어서 

그날 낮술의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함이 넘 아쉽네요.

이제 금주에서 해방되었으니 조만간 해방주 진하게 마셔요~!

프로필 이미지
2014.06.24 22:20:37 *.222.10.126

에움과 술한잔 제대로 못했지요? 그래요 진하게 마셔요!

프로필 이미지
2014.06.23 18:48:14 *.252.144.139

아니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경찰서에 끌려(?)갈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것이 자유라고 하는거에요?

내 남편이 그랬다면 옐로 카드를 수백장 날렸겠구만.

자유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만끽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앞으로 절대 그런 일 다시 할 생각은 마슈.

프로필 이미지
2014.06.23 21:12:10 *.218.180.133

역시 교감선생님!

말씀하시는 톤과 모습이 그려지네요.ㅋㅋ

프로필 이미지
2014.06.24 22:21:17 *.222.10.126

시어머니 같아요. 고맙습니다. 말씀만 들어도 없던 병도 다 나을 것 같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