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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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re so serious. 아빠는 나이가 들면서 진지하게만 사는 것보다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셨다고 했다. 나는 어렸을 때 들은 이 말이 나에게도 해당된다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도 매사 심각한 일면이 있었고, 언젠가 즐겁게 살게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니체의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리고 조금 돌아본다. 나는 예전보다 덜 진지하게 살고 있는가? 어제보다 조금 더,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이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그런 것 같다. 세상의 모든 고민을 짊어지고 다니는 나귀처럼 무거웠던 어깨가 한결 가볍다. 크게 웃을 만큼 즐거운 일이 많았는데도 나는 속으로 어딘가 불안했고 조금은 우울했다. 지금은? 재치 있게 누구를 웃기지는 못해도 즐거울 땐 즐겁다. 잡다하게 많이 생기던 걱정도 다소 덜 생각하게 된 부분도 있다. 조금은 자란 모양이다.
즐거운 기억은 휘발성이 강하다. 한바탕 크게 웃고 나면 즐겁다는 만족감과 함께 좋은 순간이 남는다. 어쩌면 즐거움은 사람들이 곧바로 표현하기 때문에 그런 걸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이외의 감정에 대한 반응은 여러 가지이다. 서운함이나 슬픔, 질투, 분노 같은 감정들은 감정을 불러일으킨 상대에게 적절하게 이야기하기가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그러다 보면 이야기를 피하게 되고, 묵은 감정은 가슴 속에 계속 자리를 지킨다. 주인이 돌보아주지 않는 감정은 다독임을 필요로 한다. 때가 되어 마음 속에 들어있는 것을 일단 말하고 나면 한결 편한 것을, 또 그게 별 것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경험을 하나씩 갖고 있을 거다.
나는 나의 즐거운 하루를 지키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고안했다. 첫 번째는 내 친구와 가족들을 하루 동안 있었던 오묘한 감정들의 토로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고민거리들도 들어주게 된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 더욱이 비슷한 상황을 잘 넘겼던 노하우를 들을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다.
두 번째는 속상했던 말을 들은 중에 내가 고쳐야 할 것과 어쩔 수 없는 것을 분류한다. 인간의 능력에 한계가 있어 좋은 관계와 능력 두 가지를 다 잡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누군가 나에게 화를 내거나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경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해결책은 내가 바뀌든지, 포기하든지 둘 중에 하나다. 그것을 빨리 받아들이는 편이 나를 위해 좋다. 그래서 고쳐야 할 부분은 얼른 고친다. 다시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려고 하면 그랬을 때 어떤 태클이 들어올지 상상해보고 몇 번만 습관을 들이면 된다. 반면 어쩔 수 없는 일은 그것을 상대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상사에게 이런 부분을 도와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고, 미리 그런 부분에 대한 양해를 구하는 방법도 있다.
세 번째는 내가 아주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긍정은 힘과 같아서 첫 포문을 열고 계속해서 가지를 쳐나가면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 움직이려는 경향을 갖는다. 내게 깃들어 있는 긍정적인 힘이 나를 위해 애쓰도록 만들자. 관심 있었던 것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배워보다 보면 어느 지점에선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된다. 그러면 그것에 좀더 집중하고 매달리면 된다. 자기 중심이 자신에게 있는 사람은 잘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덜 중요한 것들까지 너무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잡다한 것들을 치우는 것은 즐거운 하루에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삶은 늘 가르쳐왔다. 매사 진지할 필요 없다는 것을. 스스로 나서서 자신을 괴롭히지 말자. 가장 나를 잘 알고 있는 나 자신에게서조차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불행한 일이다. 그러니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질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Why so ser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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