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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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스스로 깊어지지 못하는가?
2014.06.23
10기 찰나 연구원
지난 주 오프 수업 이후로 한 가지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왜 스스로 깊어지지 못하는가?’
정신없이 달려가다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은 기분이었다. “왜 나는 여기에 와 있는가?”
일을 몰아치기 식으로 하다가 힘들어 지면 진이 빠져 혼자 헉헉거리고 있다. 나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남들은 왜 인정해주지 않지? 왜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살려고 하는 거지? 늘 이런 식이었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육아 휴직을 선택했는데, 육아 휴직 때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육아 휴직 선택했을 당시만 해도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아이들과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보고 싶은 책 맘껏 보고 몇 년 동안 미루었던 책 한권 쓰는 것이 다였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서 많이 흔들릴 수도 있지만 디테일한 계획안에 스스로를 가두기보다는 그냥 나 스스로를 풀어주고 싶었다.
마치 동물원 우리 안에 살고 있으면서 걸려있던 마음의 잠금 쇠를 이제 풀어주고 싶었다. 잠금 쇠를 풀고 나와서 다시 내가 있던 숲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동물원 우리 안에 있는 답답한 삶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막상 나왔는데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모르고 어슬렁어슬렁 거리고 있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이제 자유다!’하면서 맘껏 달릴 줄 알았는데 막상 나오니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숲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데, 가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일들에 부딪치다보니 가는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약간씩 지쳐가고 있었다.
회사일은 줄었지만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이나 하고 싶었던 일들이 반대로 늘어났다. 한 가지를 선택하지만 그것이 한 번의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뭔가 이어졌다.
1년이라는 시간에 알게 모르게 갇히게 되고 이때 아니면 언제 해보냐 하는 식의 마음이 많아서 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하게 되었다.
습관적으로 멀티(multi)로 일을 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 생각에 깊이 빠져서 몰두하는 것은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잠시 머물고 있으면 답답함을 참지 못했다. 빨리 뭔가 해야 했다. 머릿속에서는 그 다음은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들이 연달아 나왔다. 몸은 가만있어도 머릿속은 끊임없이 다음 것에 대한 생각들이 이어졌다.
내가 습관적으로 해왔기에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생각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면 사실 늘 그 자리에 맴돌게 되는데, 이번 오프수업과 <<니체 천개의 눈, 천개의 길>>을 보면서 그런 나를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이번 오프수업 마무리 하면서 선배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꽂혔다.
“앞으로 수업에서 일과 직장에 관련된 이야기는 배제하는 방향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일과 직장에 관한 이야기가 무익하고 수업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아니고 외부에서 주어진 일과 직장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근원적 고민을 해 보자는 것입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더 깊이 보고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 더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해서 입니다. 언젠가 떠날 직장보다, 내가 하고 싶고 만들어가고 싶은 것들, 죽을 때까지 끌어안고 가야하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자는 것입니다.
“ 일부는 다시 가서 숙제를 해야 한다. 치열함이나 절실함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과제니까 하는 기분이 든다. 과정을 하면서 왜 내가 이짓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다시 해봐라. 처해있는 상황을 보지 말고, 겉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다시 봐라. 피하지 마라. 한발 더 들어가라. 필요하면 피를 흘려라. 피를 흘린 자리에 새살이 돋아나게 된다. 자신의 피를 흘려보라. ”
“연구원은 과정은 지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발자취다. 더디지만 스스로가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다”
“과제를 올린 것 자체가 나의 수준이다. 자기 자신을 찾는 프로세싱의 과제이기 때문에 찾는 질문을 나에게 계속 하라. 인생에 해답은 없다. 북리뷰도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게 한 사람이 결실을 보게 된다. 바닥을 쳐야 도약을 하게 된다.”
콩두선배의 표현대로 선배들은 날카로운 칼을 지닌 무사들 같았다. 무사에게 처음에 베었을 때는 큰 상처가 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말을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해석이 더 깊어지고 그동안 나의 바쁜 일상들을 하나 둘씩 돌아보고 더 깊어지지 못하게 하는 것들을 하나둘씩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책 리뷰도 시간에 쫓겨 과제 내듯이 내었다. 연구원 합격하고 나서 초기에는 ‘이제 제대로 리뷰 해야겠다.’ 생각했다가 결국에는 또 비슷하게 막판에 몰리는 상황들이 다시 재현되었다. 지난 번 책 리뷰가 제대로 안되었다고 교장샘이 말씀했던 것도 또한 나의 얘기였다.
‘연휴도 있었고, 철학으로 넘어가니 익숙하지 않고, 또 각자의 상황에서 힘든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연 없는 사람 없다.
그대들이 선택한 일이니 그대들이 싸지르거나 감당해야 할 것이다.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다.
그대들이 힘들고 하기 싫다면 떠나면 된다.
오늘 책을 읽은 분량에서 해 넘어가기 전에 꼭 인용구를 타이핑을 해라.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인용구를 반드시 출력해서 다시 한번 보고 그대들의 해석을 다듬고 채워라.
저자 소개는 틈틈이 서치하면 채울 수 있고
내가 저자라면은 책을 읽는 중에 메모하고 서문과 목차, 인용구를 재음미하면서 단단해질 것이다.‘
하루 일상의 재편이 다시 한 번 이루어져야 하리라. 이 충무공 묘를 내려오면서 박노진 선배의 말씀이 “절실함과 치열함은 생각만으로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루의 일상이 그렇게 이루어져야 한다. 생각만해서는 안되고 실천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구선생님도 매일 책을 읽고 매일 글을 썼던 것이다. ”
좀 더 내 자신에게 깊어질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고 그것을 하루의 일상에서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다시 고려를 해봐야겠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 상처의 흔적도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다시 한 번 깊이 돌아보아야 하리라. 그래서 지난 과거의 상처로부터 치료의 힘을 발견해 내리라.
‘병균 속에서도 치료의 백신을 찾아내듯 니체는 상처로부터 치료의 힘을 발견한다. “치료하는 힘이란 우리가 입는 상처에도 있는 법이다. 호기심이 강한 식자들을 위해 출처를 밝히지는 않지만 다음은 나의 오랜 좌우명이다. ‘상처에 의해 정신이 강해지고 힘이 회복된다.’ ’
- 니체 천개의 눈, 천개의 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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