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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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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24일 18시 20분 등록


주말은 내게 운동하는 시간입니다. 주중에도 매일 두시간 남짓 운동을 하긴 합니다. 출퇴근 길에 전철타고 걷는 것을 운동으로 생각하지만 즐거움을 느낄 정도는 아닙니다. 운동 할 땐 숨이 좀 가빠지고 땀을 흠뻑 흘려야 운동하는 맛이 납니다. 삼십년 가까이 해온 수영과 테니스가 내게 그런 즐거움을 주는 운동입니다.

 

나는 몸 컨디션에 따라 여유롭게 운동하는 걸 좋아합니다. 수영은 자유수영을 하고 테니스도 마음 내킬 때 동호회에 나가 몇 게임씩 하곤 했습니다. 헌데 얼마전부터 딸아이와 함께 레슨을 받게 되면서 운동 강도가 좀 높아졌습니다. 수영은 구민회관에서, 테니스는 동네 코트에서 주말 레슨을 받습니다. 혼자 쉬엄쉬엄 할 때보다 레슨을 받으니 운동량도 많아지고 운동하는 재미도 늘었습니다.

 

지난 주말엔 수영을 마치고 바로 테니스장으로 갔습니다. 몇 명이 어울려 게임레슨을 하자는 코치 말에 신이 났습니다. 게임레슨은 혼자하는 개인레슨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서너명이 함께 게임하 듯 기본 레슨을 하고 나서 실제 게임을 합니다.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였습니다. 서비스 리턴을 하려고 서있는데 누군가 볼로 내 종아리를 강하게 때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갑작스런 통증에 뒤를 돌아보았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를 때린 볼도 없었습니다.  '이건 뭐지?..... 근육파열이구나'  이전에 운동하다가 이렇게 다친 사람들 얘기를 더러 들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통증으로 걸음 걷기가 어려웠습니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고 근육에 무리한 힘을 가한 경우 흔히 발생하는 부상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얼음찜질을 하고 다리를 높이 올리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다리가 꽤 부어 올랐습니다. 제대로 걷기가 힘들었습니다. 콜택시를 불러 회사에 출근하고, 회사 앞 정형외과에서 X-레이와 초음파 검사를 했습니다.  근육이 완전히 찟어진 것은 아니지만 손상을 입은 상태랍니다. 의사는 깁스를 하는 것이 좋지만, 그렇게 심하지 않은 것 같으니 상태를 지켜보고 내일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깁스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안정을 취하고 움직이지 않는 게 좋다고 해서 조퇴를 했습니다.  경과를 보기 위해 내일도 하루 휴가를 냈습니다. 평소 준비운동을 충실히 하지는 않지만 나름 꽤 하는 편이라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어제는 수영을 마치고 바로 가서 준비운동이 충분히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수영을 하면 몸이 부드러워지고 유연해집니다. 그걸 준비운동으로 간주한 셈이지요. 헌데 생각해보니 수영에 쓰는 근육과 테니스에 쓰는 근육은 다릅니다. 테니스하기 전에는 테니스할 때 많이 사용하는 근육에 대한 스트래칭이 필요한데 그걸 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영 후 마무리 운동도 제대로 하질 않았습니다. 테니스를 하겠다는 급한 마음에 대충대충...  이렇게 부실하게 했으니 사고가 날 수 밖에 없었겠죠.  중년에 들어서면 몸의 유연성, 적응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나이가 들면서 준비운동을 좀 더 철저히 하고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 그리고 이런 부상을 당하는 것은 조심하라고 몸이 내게 보내는 신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주 '감사하는 마음' 이란 컬럼을 썻습니다. 볼 수 있는 것, 들을 수 있고, 걸을 수 있는 것. 이런 것들이 모두 감사할 일이라 했습니다. 부상을 당하고 정상적으로 걷는 게 어려워지니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됩니다.  책을 읽고 공감한 내용이나, 내가 글로 정리했던 내용을 실 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면 무릎을 치게 됩니다. '그래 맞아. 바로 이거였어' 라고.  이번 부상은 경험을 통해 공부한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보왕삼매론> 의 글귀도 다시 생각 났습니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길, '병고로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길, '근심과 곤란으로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걸을 때 절룩거리며 제대로 걷기 힘들지만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입니다. 가만히 누워 있으면 아프지 않아서 침대에 누워 책을 읽다, 졸리면 자다를 반복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집안에서 편하게 휴가를 즐기는 느낌입니다. 생각해보니 정말 오랫만에 휴가를 냈습니다. 평일에 출근하지 않고 이렇게 침대에 누워서 책보다 졸다 음악듣다 커피 한잔 하는 기분. '병고로 양약을 삼으라' 는 가르침을 넘어 병고로 휴가를 삼는 기분. 이런 기분도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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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5 10:33:57 *.153.23.18

병가인데, 그냥 휴가로 받아들이는 여유로움이 전체에 가득 합니다.^^

그나저나 아이는 아빠랑 같이 활동을 하게 되어 많이 좋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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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7 17:44:13 *.113.77.122

병고로 양약을 삼으시는것도 좋지만 그래도 건강 잘 지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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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3 01:37:19 *.139.103.196

오랫만에 여기 들어와 랜덤으로 글을 읽어봅니다.

정산이 그간 쓴 칼럼들이 편안하니 잘 읽힙니다.

일상에서 가져오는 단상들이라 대부분 공감하게 되구요.

글이라는 것이 참 좋습니다.

기록과 함께 사유를 깊게 해주니까요.

정산의 연륜, 여유..이 느껴져서 참 좋네요. 

계속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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