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동이
- 조회 수 2083
- 댓글 수 6
- 추천 수 0
2014.06.30 이동희
2014년 여름 8월 변경연 10기 하계 연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옵져버로 참석하다 올해는드디어 연구원으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변경연 하계 연수의 특징 중 하나는 여행 오리엔테이션을 갖는 다는 것입니다. 한달 혹은 몇 주 전에 여행에 참여하는 모두가 모여 여행에 대한 각자의 기대와 바람을 이야기하고 또 이 여행에 참여하는 마음을 나누며 참여자간의 낯섦을 친숙함으로 바꿔가는 시간입니다. 2012년 시칠리 여행 오리엔테이션은 홍대입구역 반야 레스토랑에서 구본형 선생님을 모시고 즐거운 공연과 함께 축제가 되었고 2013년 몽골 여행 오리엔테이션은 생전의 구본형 선생님께서 다시 가고픈 장소인 몽골을 추억하며 약간 엄숙한 분위기가 깔린 오리엔테이션이 살롱9에서 있었습니다. 최근 두 번의 변경연 하계 연수 오리엔테이션이지만 그 느낌은 참으로 달랐던 것이 제 느낌이었습니다.
2014년 6월 28일 변경연 하계 연수 오리엔테이션이 상수역 근처 &space에서 많은 참가자들과 함께 열렸습니다. 10기 웨버로서 로이스 선배께 도움이 될 일을 상의한 끝에 명찰을 만들어 드리기로 하였고 같은 기수 어니언은 스페인어 강좌, 그리고 앨리스는 류시화 시인의 여행자를 위한 서시를 낭독하여 주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모임 전날 명찰을 준비하였습니다. 명찰은 늘 고민이 되는 것이 우선 핀으로 다는 것을 해야 할지 목에 거는 것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고 크기는 어느 정도로 해야할지가 문제였습니다. 좀 큰 문구점에 가서 보니 다양한 종류가 있었는데 로이스 선배님께서 은근히 요청한 전시회에서 사용하는 큰 사이즈를 골랐습니다. 집으로 와서 명찰에 넣을 이름과 도안을 정리하고 프린트하고 있을 지음 아내가 지나가면서 한마디 합니다. 집안일도 그렇게 좀 살뜰이 챙겨주면 좋겠답니다. 흐뭇한 마음으로 그러마 하고 작업을 마쳤습니다. 사람마다 다른 스페인 사진을 이름 밑에 프린트하는 것이 제 명찰 작업의 핵심이었습니다. 프린트를 일반 용지에 하는 바람에 약간 흐릿한 점을 빼고는 아주 잘 만들어진 것 같았습니다. 이번 여행도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28일 당일 아침 아내는 저의 안달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벽 달리기와 수영 연습을 하고 10시경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아이와 병원에 다녀온다고 하고선 12시 30분쯤에 돌아왔습니다. 저는 초조한 마음이었지만 뭘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다만 행사에 늦게 명찰을 가져가게 될까 걱정이 되었습니다만 그 길로 출발하여 행사 20분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가는 길에 상수역에서 에움길도 같이 만나 &space까지 함께 했습니다. 그녀와 단둘이 걷는 느낌은 그녀의 말처럼 에움길이 될 떤 했습니다. 장소는 강변도로의 한 건물 5층에 있었는데 아는 사람만 오는 장소인 듯 밖에는 간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space에 들어서는 순간 환상적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그 곳은 파티에 딱 알맞은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이곳에서 파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연말 변경연 송년회를 이곳에서 하면 어떨까? 정말 좋은 장소입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행사가 진행되고 와인에 각종 생과일을 넣어 우려낸 상그리라와 크로와상 샌드위치 미니 머핀 등 간식을 먹고 농담을 섞어 가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선, 로이스 선배님의 진행으로 서로의 등에 느낌을 적어 주며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녹였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머슴’ 이라는 단어를 넣어 두었습니다. 아마도 여행지에서 많이 도와달라는 메시지겠지 하며 주위를 둘러 보았으나 '주인님'은 찾지 못했습니다. 여행지에서 밝혀지겠지요? 다음은 여행에 대한 각자의 정의를 내려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러 가지 여행의 정의가 나왔습니다. 여행은 소설이라는 송진엽군의 정의가 반응이 좋았습니다. 소설 한편 쓴다는 생각으로 여행간다면 정말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열렬히 동감합니다.
저는 여행의 정의를 ‘과잉 노출증’이라고 적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뭔가 변태스러움을 상상했었는지 웃음이 이곳 저곳에서 나왔습니다. 일단 성공입니다. 관심을 끌어냈으니까요! 하지만 제 속내는 과잉 노출을 걱정하며 여행을 하다가는 아무것도 건질 것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여시라고 이 단어를 선택하였던 것입니다. 이 단어는 단순히 골라진 것은 아닙니다. 지난 2년간의 변경연 연수에서 보았고 느꼈던 그 진솔함들이 나를 과잉 노출증으로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로마의 밤거리, 지중해 선상에서의 별빛 속삭임, 혼자 우두커니 서있던 체팔루, 돈나푸가타의 달콤함, 흡수골 호수, 말을 달리던 초원, 게르에서의 잠못드는 밤 이러한 시간들은 나를 더 드러내게 했고 나를 더 잘 보게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변경연 10기 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은 지난 2년간의 변경연 연수를 동참하면서 용기를 얻어 지원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과잉’이라는 말은 다소 부정적이지만 애쓰는 느낌이 들어 있어서 써보았습니다. 애써 드러내려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행에서 보면 유독 말이 없거나 조용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보면 왜 여행을 왔느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그 나름의 여행 방법이 있으니 존중할 밖에 도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변경연 여행은 그런 여행과는 다르다는 것이 제 경험에서 찾은 것입니다. 드러낸 만큼 찾아가는 여행이 변경연 하계 연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은 '벗자'라고 썼더랬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모두 예술의 전당으로 향하였습니다. 손미나의 스페인 콘서트를 로이스 선배님께서 모두 예약하여주셨기 때문입니다. 아내와 딸도 만나서 같이 공연을 보았습니다. 손미나의 소개는 약간 내용이 진부해 보였지만 피아노/바이올린 연주,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 연주, 클래식 기타 연주, 마지막으로 춤으로 마무리한 공연은 스페인의 정렬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스페인이 참으로 신비로운 곳인가 봅니다. 마드리드에 출장을 갔다가 오전 버스 투어와 미술관 관람을 하였던 기억이 전부이지만 왠지 모를 비밀을 숨겨 놓은 것 같은 느낌을 늘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플라맹고를 출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며 춤에 대한 여운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8월 8일 출발하는 변경연 하계 연수 여행이 이제 한달 정도 남아 있습니다. 1년에 한번 가족과 떨어져 떠났던 여행이지만 많은 것을 갖고 돌아올 수 있었던 여행입니다. 올해는 저의 동기들이 9명이 있고 교육팀 선배님들이 4분이 계시고 같이 여행을 즐겨주는 많은 참석자 분들이 있습니다. 사랑수업이 밤마다 있을 것이고 늦은 밤의 꿈 같은 대화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행이 주는 설렘, 스페인이 주는 여름의 열기와 정렬을 가슴에 안고 돌아 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152 | 조금 먼 미래의 예언 [5] | 어니언 | 2014.06.30 | 1971 |
» | #12 여행은 '과잉 노출증'이다 [6] | 희동이 | 2014.06.29 | 2083 |
4150 | 지하철 [2] | 레몬 | 2014.06.29 | 1961 |
4149 | #12 착한감자_정수일 [3] | 정수일 | 2014.06.29 | 1919 |
4148 | 10기들에게 보냄 [21] | 자로 | 2014.06.26 | 2096 |
4147 | 이론과 실제 [3] | 정산...^^ | 2014.06.24 | 1943 |
4146 | MeStory(12) : 내게 영향을 준 사람들 _ 2 [3] | 타오 한정화 | 2014.06.24 | 1938 |
4145 |
내 사랑, 치자 ![]() | 미나 | 2014.06.23 | 2139 |
4144 | 철학은 친절한 밥상을 놓고 말하겠어요 [16] | 종종 | 2014.06.23 | 1970 |
4143 | 그의 변화 [9] | 녕이~ | 2014.06.23 | 1979 |
4142 | 엄마 바꾸기 [19] | 앨리스 | 2014.06.23 | 1884 |
4141 | 갈매기 조나단, 비상이 꿈꾸는 낙하 [5] | 에움길~ | 2014.06.23 | 2161 |
4140 | 왜 스스로 깊어지지 못하는가?_찰나칼럼#11 [12] | 찰나 | 2014.06.23 | 1931 |
4139 | 7개월간의 전쟁 [15] | 왕참치 | 2014.06.23 | 1926 |
4138 | Why so serious? [16] | 어니언 | 2014.06.23 | 2024 |
4137 | 천둥소리_구달칼럼#11 [14] | 구름에달가듯이 | 2014.06.23 | 1979 |
4136 | #11 3월 29일 첫 모임과 낮술 그리고 다시 보기 [17] | 희동이 | 2014.06.21 | 2467 |
4135 | #11 매제 보시게_정수일 [7] | 정수일 | 2014.06.21 | 2044 |
4134 | 오늘을 또 살아보렵니다 [6] | 유형선 | 2014.06.19 | 1902 |
4133 | 감사하는 마음 [3] | 정산...^^ | 2014.06.17 | 1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