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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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전형적인 경상도 사람이시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동생을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끔찍이 아끼셨다. 내가 태어났을 때 여자아이라고 실망하셨던 할머니 때문에 속상했다던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남몰래 많이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 실제로 누나인 나와 늘 똑같은 용돈을 받는 동생을 보며 할머니께 항의를 한 적도 있고, 더 나아가 초등학교 3~4학년 때까지는 독신 주의로 살 것이라고 주변에 말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공부에서도, 운동에서도 늘 남자 아이들에게 지지 않으려 했고, 특히 남자 반장이 있는 꼴을 보기가 싫어 매년 학급 임원 선거에 열심히 나가곤 했었던 것도 같다.
‘상처받은 내면 아이 치유’라는 책을 읽으며, 나는 처음에 의아해 했다. 현재 상태를 진단하는 표에 ‘예’라는 표시가 생각보다 많이 쳐있었던 것이다. 요즘 앞날에 대한 그림도 떠오르지 않아 혼란스러운 데다가, 작은 일에도 이유 없는 화가 많이 나는 내 상태를 반영하나 보다 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책의 예시들을 거듭 읽으면서, 나에게 편지를 쓰면서, 나는 문득 아련히 떠오르는 어린 시절 느꼈던 설움들을 기억할 수가 있었다. 덕분에 갑자기 눈물이 복받쳐 오르기도 했고, 가슴이 미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 아이가 갑자기 나타나 겪어야만 했던 경험들도 이어서 생각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특히 30대에 접어들면서 나는 내가 좀 더 강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예전보다 남의 눈치를 보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부분이 많아졌고, 다른 이들에게 헌신적으로 잘하는 일도 거의 없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내 안에는 여전히 조건 없는 사랑을 갈구하는 작은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아이는 계속해서 쉽게 사랑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도 화가 나고 열심히 노력 함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얻지 못하는 것들이 있음에 매우 화가 난 것 같다.
아마 아직 나는 내면아이가 숨겨놓은 비밀들을 아직 다 발견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것은 분명 나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의 신호탄일 것이다. 그러나 우선 나는 내면아이에게 이야기한다. 너는 그저 이 자체로 아름다우며 충분하다고…내가 네 곁에서 무한한 사랑을 주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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