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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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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30일 02시 37분 등록
부모님께서 종종 하시는 말씀이 있다. “너희 아버지는 그야말로 원조 딸 바보였어. 매일 밤 너를 배 위에 올려놓고 잠들었었다니까..” “첫 딸이라 너무 귀해서 네가 울라치면 바로 달려가서 원하는 대로 해줬었단다. 그래서 네 목소리가 늘 걸걸했었고 사람들이 남자 아이냐고 오해할 정도였지.” 그러나 내가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는 부모님의 말씀과는 달리 내 기억 속의 나는 늘 애정에 목말라했다. 귀여운 외모로 누구에게나 쉽게 사랑을 받던 동생과 달리 나는 친척들로부터 너는 대체 누굴 닮은 거니라는 소리를 들으며 집안의 못난이로 놀림 받았다. 또한 어머니는 늘 주변에 친해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유의 여성스러움은 저절로 사람들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와 동생과는 다른 상황에 놓여 있었다.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서는 먼저 다가가 다정한 인사를 건네야만 했고, 나를 주목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외모 이외의 다른 요소들이 필요했다. 아마 이 때부터 나는 생각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나는 노력을 해야만 사랑 받을 수 있다고 말이다. 또 예쁘지 않으니 웃기라도 해야 한다고 말이다.

게다가 전형적인 경상도 사람이시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동생을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끔찍이 아끼셨다. 내가 태어났을 때 여자아이라고 실망하셨던 할머니 때문에 속상했다던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남몰래 많이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 실제로 누나인 나와 늘 똑같은 용돈을 받는 동생을 보며 할머니께 항의를 한 적도 있고, 더 나아가 초등학교 3~4학년 때까지는 독신 주의로 살 것이라고 주변에 말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공부에서도, 운동에서도 늘 남자 아이들에게 지지 않으려 했고, 특히 남자 반장이 있는 꼴을 보기가 싫어 매년 학급 임원 선거에 열심히 나가곤 했었던 것도 같다.

상처받은 내면 아이 치유라는 책을 읽으며, 나는 처음에 의아해 했다. 현재 상태를 진단하는 표에 라는 표시가 생각보다 많이 쳐있었던 것이다. 요즘 앞날에 대한 그림도 떠오르지 않아 혼란스러운 데다가, 작은 일에도 이유 없는 화가 많이 나는 내 상태를 반영하나 보다 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책의 예시들을 거듭 읽으면서, 나에게 편지를 쓰면서, 나는 문득 아련히 떠오르는 어린 시절 느꼈던 설움들을 기억할 수가 있었다. 덕분에 갑자기 눈물이 복받쳐 오르기도 했고, 가슴이 미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 아이가 갑자기 나타나 겪어야만 했던 경험들도 이어서 생각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특히 30대에 접어들면서 나는 내가 좀 더 강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예전보다 남의 눈치를 보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부분이 많아졌고, 다른 이들에게 헌신적으로 잘하는 일도 거의 없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내 안에는 여전히 조건 없는 사랑을 갈구하는 작은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아이는 계속해서 쉽게 사랑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도 화가 나고 열심히 노력 함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얻지 못하는 것들이 있음에 매우 화가 난 것 같다.

아마 아직 나는 내면아이가 숨겨놓은 비밀들을 아직 다 발견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것은 분명 나 자신을 찾기 위한 여행의 신호탄일 것이다. 그러나 우선 나는 내면아이에게 이야기한다. 너는 그저 이 자체로 아름다우며 충분하다고내가 네 곁에서 무한한 사랑을 주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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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30 10:18:41 *.104.9.216
좋은 신호인 것 같아요. ㅎㅎ

저는 이번 칼럼이 젤루 어려웠...내 이야기를 너무 장황하게 썼다가 다시 갈무리하고 ...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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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30 11:12:14 *.218.177.192

녕이한테 이런 어린 시절이?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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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30 11:59:39 *.50.21.20

그랬구나 언니, 엄청 동질감 느껴지는데? ㅎㅎ

수원에도 한 번 놀러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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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30 12:47:24 *.94.41.89

나의 누나가 녕이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 잠시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크면서 어머니와 누나는 참 많은 갈등을 갖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혹, 저때문이었을지도 모르죠? 생각해볼 문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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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5 21:35:59 *.160.136.6

토닥 토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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