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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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내면아이를 만나다
2014.06.30
10기 찰나 연구원
나는 과거에 무시당하고 상처받은 내면아이(neglected, wounded inner child of the past)가 바로 사람들이 겪는 모든 불행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믿는다.
-John Bradshaw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中
어느덧 어른이 되어 몸도 다 자라고, 결혼도 하여 아이를 낳고 지내지만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는 사랑의 허기짐은 늘 나를 괴롭혔다. 결혼하기 전에는 어디인가 있을 나의 반쪽을 만나면 이 모든 외로움과 허전함은 없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나의 반쪽을 만나 열렬한 사랑을 하니 나의 외로움과 허전함이 없어진 줄 착각했다. 그래서 결혼까지 하고 아이를 낳았다.
나의 분신처럼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아이들. 아이들을 보면 사랑스럽긴 하지만 아이를 하나를 낳던, 둘을 낳던 나의 사랑의 허기짐은 메워지지 않았다. 아이 둘을 키우고 회사를 다니면서 정신없이 보낸 시간들.
회사에서 승진도 하고, 고생해서 기술사 시험에도 붙고,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로 인증 받는 등 목표했던 것들을 하나둘씩 이루었지만 그 목표를 이루고 나면 그 만족은 아주 잠시밖에 있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사막 위를 혼자 걸어가는 것 같았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무더운 사막 위를 땀을 뻘뻘 흘리고 걸어가다 보니 저 멀리 물이 보였다. 드디어 나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구세주. 나의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서 온힘을 다해 가보았지만 그곳엔 모래만 있을 뿐 물은 어느 곳에도 없었다. 말로만 듣던 ‘신기루’였다.
신기루를 향해서 나아갔던 삶의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늘 허기지고 목말랐다. 사랑에 허기지고, 인정에 목말라 했다. 찾은 것이 모래임을 알고 그냥 거기서 주저앉았다. 이제 더 이상 한걸음도 나아갈 수가 없다. 나의 갈증과 이 뜨거운 햇볕을 무슨 수로 해결한단 말인가?
주변을 둘러봐도 온통 사막의 모래와 흙먼지뿐이다. 이대로 계속 있다가는 사막의 열기에 파묻혀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나아가고 싶지 않았다. 한걸음 떼는 것이 죽을 것만 같았다. 한걸음 떼기 위해 ‘용기’가 필요했다.
용기를 낼 것인가 이대로 주저앉아 그냥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이대로 주저앉아도 뭐라고 할 사람 아무도 없는데…….
다시 한 번 용기를 내기로 했다. 나의 오아시스를 찾아 떠나기로 했다. 한 걸음 한걸음 나아가다 보니 저 멀리에 오아시스가 보인다. 나무들도 함께 있는 것을 보니 저곳은 오아시스가 분명한 것 같다. 기쁜 나머지 “물이다~”외치면서 달려갔다. 달려가 보니 오아시스가 눈앞에 펼쳐졌다. 벌컥벌컥 물을 마시고서는 물속에 풍덩 빠졌다. 그동안의 나의 갈증과 더위를 한 번에 해결했다.
물속에서 나와 보니 사랑스런 한 아이가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는데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아이는 나의 어릴 적 모습과 똑같았다. 그 아이 곁에 가서 얘기를 해보니 이름도 똑 같았다. 아이의 얘기를 들었다. 사랑스러운 아이였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마음의 상처가 많이 있었다. 부모님한테 사랑받지 못해서 힘들었던 일,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았던 일들……. 아이는 이야기를 하는 중에 눈물을 흘렸다.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같이 아파하고 슬퍼했다.
슬픔은 우리에게 눈물을 흘리게 한다. 눈물은 고통을 덜어 주기도 하고, 정화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 상실한 것들을 마음껏 슬퍼하고 나면, 우리의 에너지를 현재에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상실이나 아픔들을 슬퍼할 수 없다면, 우리는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고통이나 상처와 연결된 모든 감정에너지들은 얼어붙어 버리게 된다. 이러한 에너지들이 적절하게 해결되거나 표현되지 못하면, 계속해서 스스로 해결하려는 방법들을 찾게 된다.
-John Bradshaw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中
울고 있는 아이를 꼬옥 안아주면서 부드러운 말투로 얘기를 주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그리고 많이 외로웠지? 세상은 늘 너 혼자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제 괜찮아, 이제는 내가 언제나 너의 곁에서 같이 있어줄게. 난 네가 어디 있는지 몰랐는데, 이제 너를 찾았어. 너를 찾으려면 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너와 대면하는 것이 한 면으로는 두려웠어. 네가 어떤 얘기를 하게 될 줄 모르고, 그리고 그것을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어. 하지만 이제 너를 만났고, 너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서 너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 이제 너와 헤어지지 않고 늘 너의 곁에 있어줄게. 너를 사랑하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놀아줄게. 너의 장난도 기꺼이 받아줄게.
아이야 이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해보렴. 내가 뒤에서 너를 지켜줄게. 힘들 땐 언제든 나에게 기대. 너를 꼬옥 안아 줄 테니. 아이야, 사랑한다. “
아이와 나는 44년 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아이는 어느덧 나와 하나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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