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지원
- 조회 수 306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여유가 그립다. 한가로워야 할 주말이고, 남한강이 내다보이는 양평의 카페에 앉아 있지만, 마음이 분주하다. 내일로 다가온 사무실 이전과 친구 병문안을 갈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내일 모레까지 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는 내 어깨를 짓누른다. 일감 바구니는 넘쳐나고, 일정은 산 넘어 산이다.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사무실 정리를 하기 위해서다. 몇주째 휴일이 따로 없는 요즘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즈음 '아차' 싶었다. 교통 정체다! 주말 나들이를 떠났다가 서울로 복귀하는 차량 행렬을 만났다. 항상 이 시간대를 피해 다녔었는데, 하필이면 오늘(!), 정신 없이 길을 나선 것이다. 아뿔싸!
한 시간을 길바닥에 버렸다. 정체가 심해 가까운 카페에 들렀다. 두어 시간 카페에서 일을 할 생각이었다. 뜻밖의 시간이 생긴 셈! 시간과 공간이 여유를 선사했지만, 나는 누리지 못했다. 여유를 만드는 최종 공정은 마음에서 이뤄진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잔잔한 호숫가에서도 분주할 수 있다.
만사가 그렇지만, 여유로움도 마음에 달린 일이니,
나는 마음에게 호령했다.
뜻밖의 시간일지라도 여유를 누려라!
인생을 어디 네 뜻으로 얻었더냐.
어느 날 문득, 세상에 출현하지 않았던가.
뜻밖이라고 당황하지 말고
뜻대로 안 된다고 절망하지 말고
강처럼 자연스럽게 살아라.
강물은 바람의 변덕에 잔 물결로 화답하여
빛의 축제를 펼친다.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흐르고 흘러 제 갈 길을 간다.
명령조로 시작했지만 차분한 성찰로 맺었다.
글쓰기의 마법일까, 일체유심조의 지혜일까.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77 | 삶의 여정: 호빗과 함께 돌아본 한 해 [1] | 어니언 | 2024.12.26 | 337 |
4376 | [수요편지] 능력의 범위 | 불씨 | 2025.01.08 | 403 |
4375 | [수요편지] 삶과 죽음, 그 사이 [1] | 불씨 | 2025.02.19 | 407 |
4374 | [수요편지] 발심 [2] | 불씨 | 2024.12.18 | 432 |
4373 | 엄마, 자신, 균형 [1] | 어니언 | 2024.12.05 | 453 |
4372 | [목요편지] 별이 가득한 축복의 밤 [3] | 어니언 | 2024.12.19 | 503 |
4371 | [목요편지] 육아의 쓸모 [2] | 어니언 | 2024.10.24 | 567 |
4370 | [수요편지] 언성 히어로 | 불씨 | 2024.10.30 | 664 |
4369 | [목요편지] 두 개의 시선 [1] | 어니언 | 2024.09.05 | 675 |
4368 | [수요편지] 내려놓아야 할 것들 [1] | 불씨 | 2024.10.23 | 692 |
4367 | [내 삶의 단어장] 크리스마스 씰,을 살 수 있나요? [1] | 에움길~ | 2024.08.20 | 696 |
4366 | 가족이 된다는 것 | 어니언 | 2024.10.31 | 698 |
4365 | [수요편지] 타르 한 통에 들어간 꿀 한 숟가락 | 불씨 | 2024.09.11 | 705 |
4364 | [수요편지]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1] | 불씨 | 2024.08.28 | 709 |
4363 | [수요편지] 레거시의 이유, 뉴페이스의 이유 | 불씨 | 2024.10.02 | 717 |
4362 | 관계라는 불씨 [2] | 어니언 | 2024.12.12 | 717 |
4361 | [목요편지] 장막을 들춰보면 | 어니언 | 2024.08.22 | 730 |
4360 | [수요편지] 문제의 정의 [1] | 불씨 | 2024.08.21 | 737 |
4359 | 며느리 개구리도 행복한 명절 | 어니언 | 2024.09.12 | 744 |
4358 | [수요편지] 마음의 뺄셈 | 불씨 | 2024.10.16 | 7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