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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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구룡계곡을 거슬러 올랐습니다. 지리산의 숲이 토하는 녹음은 가히 대단했습니다. 어느 숲이든 그렇습니다. 숲에 사는 나무들은 스스로 푸르러질 줄 압니다. 인간들 잡초라고 부르는 풀도 스스로 꽃 피울 줄 압니다. 새 역시 스스로 날고 제 스스로 삶을 꾸릴 줄 압니다. 지렁이와 개미, 거미와 나비, 나방과 지네조차 모두 제 힘으로 살 줄 압니다. 그래서 그 생명들 모두 위대합니다. 동시에 그래서 숲은 인간에게 스스로 사는 법을 가르치는 학교입니다.
그 가르침을 마주할 눈만 열면 됩니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부터 무엇을 향해 욕망과 꿈이 뻗어가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꽃이 피고 어떻게 해야 열매를 맺으며 어떻게 해야 내 하늘을 열 수 있는지 그 비밀스러운 사태를 꿰뚫어 마주할 수 있습니다. 그 사태를 꿰면 만물의 영장이라고 떠벌리면서도 삶의 시절 시절마다를 놓고 쩔쩔매는 우리 삶이 한결 간단해집니다.
가르침 마주할 눈을 뜬 사람은 바위를 뚫고 자라는 소나무 한 그루만 마주해도 알 수 있습니다. ‘아, 삶이 얼마나 불완전하게 시작되는 것인가? 모든 것을 갖추고 시작하는 삶이 어디에도 없구나. 삶이 본래 불완전한 것이구나!’ 그 사태 깊이 터득하고 나면 그 불완전함을 끌어안고 그것을 넘어서고자 분투하는 것이 모든 생명 본래의 과제요 욕망임을 알게 됩니다. 삶의 본질 중 하나가 결국 자기극복의 과정임을 알게 됩니다.
조금 더 깊게 눈을 열어 숲을 마주하면 삶의 더 깊은 본질이 확하고 다가서는 날이 찾아옵니다. 생명 하나하나마다 품은 눈물겨운 ‘도전(challenge)’을 보게 됩니다. 삶의 본질 중 하나가 자기극복을 위한 끝없는 도전임을 알아채게 됩니다. 또 그 도전 속에 생명들 저마다 얼마나 많은 ‘창조(creation)’의 과정과 결과를 품어 이루어내고 있는지에 감탄하게 됩니다. 삶이 곧 창조여야 함을 배우게 됩니다. 지금 산하 곳곳의 숲 가장자리에서 좁살처럼 작은 희거나 연보라 빛 품고 촘촘하게 피어나는 산수국 한 포기만 마주해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녹음 속에서 자기를 드러내기 위해 피워낸 하얀 빛깔 헛꽃이 얼마나 위대한 창조인지.
험한 숲 세상에서 살아남고 또 자기 결실 이룬다는 것은 모두 그렇게 눈물겹습니다. 모든 생명의 생존은 그래서 눈물겨운 감탄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람의 삶이 어찌 오직 살아내고 제 꽃 하나 피우는 데만 그 목적이 있겠습니다. 더 깊고 충만한 삶, 나아가 숭고한 삶에 닿을 때 사람다운 삶을 사는 것이 되지요. 그래야 비로소 그것을 인문이 넘실대는 세상이라 할 수 있겠지요. 풀이나 나무 짐승과 달리 인간에게는 우리 인간만이 가진 지향이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동시에 숲으로부터 배워야 할 공동체적 가치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이어서 우리 보다 먼저 숲이 이루어 오고 있는 ‘함께 깊어질 줄 아는 숲의 공동체적 비밀’에 대해 나눠보겠습니다. 또한 여건이 되면 우리 인간만이 품을 수 있는 충만한 삶에 대한 나의 단상도 담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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