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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7일 08시 51분 등록

데카메론

10기 김정은

 

데카메론, 조반니 보카치오, 동서문화사

 

1. 저자에 대하여

 

조반니 보카치오 (Giovanni Boccaccio, 1313 ~ 1375)

이탈리아의 소설가·시인

 

키스한 입술은 달이 항상 뜨는 것처럼 그 자체의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사랑은 여신은 가난한 자의 집이나 부자의 집이나 가리지 않고 방문한다.”

진정한 자유인이란 교만, 게으름, 이기심에 사로잡히지 않고 인류의 행복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다.”

 

1313년 환전상을 경영하는 상인의 사생아로 체르탈도에서 출생했다. 6세까지 유년 시절을 어머니 나라 프랑스에서 자랐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피렌체에서 아버지의 업을 익히며 초등 교육을 받았다. 14세 때에 장사를 배우기 위해 나폴리로 보내졌는데 6년간을 법학 연구에 보냈으나 법학 공부는 별로 하지 않았다. 당시 문예 부흥 운동이 한창이던 나폴리에서 고전 문학에 눈을 뜨게 되었다. 젊은 시절 아버지가 일하던 바르디 은행의 나폴리 지사에서 견습 사원으로 일하며, 나폴리에서 화려하고 방종한 향락생활도 직접 경험하였으나 1340년에 바르디은행이 파산하자 피렌체로 돌아왔는데, 상인도 못되고 문학자도 못된 초조감 때문에 생애의 중도에서 하나의 전환점에 서게 되었다. 그가 소설을 쓰게 된 계기로 로베르토왕의 사생아로 알려진 마리아(그의 작품에서는 피암메타라고 부른다)와 사랑하게 되어, 그녀를 위하여 소설가가 되었다는 낭만적인 이야기가 전해진다. 1348년 페스트가 피렌체에 퍼지자, 많은 주민들이 죽어갔다. 그의 대표작 《데카메론》은 그 이듬 해부터 1353년까지에 완성되었다. 이 즈음 그에게 있어서 가장 뜻있고 줄거운 사건은 청년 시대로부터 만나고자 소원했던 페트라르카를 만나게 된 일이었다(1350). 페트라르카의 시를 접하고 그의 문학과 사상에 매료되어 이후 그와 꾸준히 교류하면서 인문주의자로서의 길을 다졌다. 단테의 존재를 알게 된 후 평생 그를 존경했으며 『단테의 삶』(1364)을 집필했다. 1348년 페스트의 참상을 목격하고 이듬해부터 『데카메론』(1353)을 집필했다. 속어를 써서 인간의 욕망과 사랑, 삶과 죽음을 유쾌하고도 사실적으로 묘사해 당대 민중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널리 구전되었다. 그 외에 『필로스트라토』(1335), 『피에솔레의 요정』(1346), 『코르바치오』(1365) 등을 집필했으며, 피렌체 외교 사절 및 시의원, 롬바르디아 대사로도 활동했다. 말년에는 가난과 병에 시달리면서도 페트라르카 추모 소네트를 쓰고 1350년부터 집필한 『이교 신들의 계보』를 죽을 때까지 수정했다. 1375년 체르탈도에서 사망했다.

 

보카치오는 계몽적 인문주의자였다. 그는 문학이 종교적 속박에서 벗어나 인간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실천했다. 그는 신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평가 받는 인간이 아닌 그 자체로 훌륭한 예지력을 갖추고 있는 독립적 인간형을 찬양했다.

 

"사랑이여, 당신 앞에서 당신의 불꽃이 타기 시작했던 날. 그의 아름답고 용기에 찬 예지는 견줄 만한 자가 없었다. 그 사람으로 하여 나의 가슴은 타오르니, 그대와 나의 행복 온누리에 울리노라."

 

 

2.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머리말

 

9

고뇌는 사라졌다 해도 내 고뇌의 짐을 함께 져준 사람들의 은혜에 대한 기억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내가 죽지 않는 한 그와 같은 은혜는 결코 잊지 않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게다가 내 신념으로는 은혜에 보답하는 것은 미덕 가운데 가장 칭찬받을 일이고, 반대로 은혜를 잊는 것은 가장 버려야 할 악덕이므로, 은혜를 모르는 인간으로 여겨지지 않기 위해 사랑의 고뇌에서 풀려난 지금 그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내가 갖게 된 어떤 위로를 전해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날

 

15

이 날은 작자가 어떤 이유로 여기 나오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가를 설명한 다음 팜피네아의 주재 아래 저마다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16~22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가 태어나신지 1348년이 되었을 때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답고 번영한 도시 피렌체에 무서운 흑사병이 덮쳤습니다. 이 유행병은 천체의 작용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들 인간의 약함을 응징하시기 위해 하느님이 내린 정의로운 노여움에 의한 것인지 알 도리가 없지만, 몇 해 전 동양에서 생겨나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뒤 여기저기로 잇따라 번져 무섭게도 서양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인간의 지혜도 예방의 대책도 소용이 없었습니다만, 아무튼 그 때문에 임명된 관원들이 시내에서 산더미 같은 오물을 치워내고 환자는 시내에 들어오지 못했으며, 병을 막기 위한 온갖 예방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또 신앙심 깊은 사람들이 자주 행렬을 짓는다든가 해서 갖가지 기도문들을 되풀이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으며, 앞에서 말씀 드린 해의 초봄에는 흑사병이 무서운 감염력을 발휘하여 처참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동양에서는 코피가 나기 시작한 이는 죽음을 면치 못했지만, 그와 달리 여기에서는 병에 걸린 첫 무렵에 남자나 여자나 똑같이 사타구니라든가 겨등랑 밑에 가래톳이라고 부르는 여느 사과나 달걀만한 망울이 생겼습니다. 그리고는 그 치명적인 가래톳이 몸의 그 두 부위에서 순식간에 온몸에 번져 가는 것이었습니다. 금방 팔이나 허복지에 납빛 도는 검은 반점이 나타나고, 이어 몸의 다른 부분에도 수없이 생기는데, 어떤 때는 큰 반점이 몇 개, 또 어떤 대는 작은 반점이 무수히 많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가래톳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가오는 죽음의 틀림없는 정조이듯, 이 반점이 누구에게 나타나건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이 전염병에는 어느 의사의 진단도 소용없고, 어떤 약도 효력이 없었습니다. 병이 치료를 거부하는 것인지, 의사들이 잘못 하고 있는 것인지 - 자격 있는 의사 외에도 의학 지식이라고는 조금도 없이 진료를 하는 남녀 의사들이 많기도 하지만 - 병의 원인을 알지 못하여 알맞은 치료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결과 낫는 사람은 아주 드물고, 아니 오히려 거의 모두 앞에서 말씀 드린 반점이 나타나고부터 좀 늦고 바른 차이는 있더라도 사흘 안에 열이 없고 다른 증상도 없이 죽어갔습니다.

흑사병은 무서운 기세로 퍼져나갔습니다. 화자의 신체와 접촉만 해도, 마치 불을 옆에 갖다 대면 바짝 마른 것이나 기름 묻은 것에 확 옮겨 붙듯 건강한 이에게 옮았습니다. 아니 상황은 더 지독했습니다. 환자와 말을 주고받거나 환자와 교제하는 것만으로 전염되거나 죽음의 원인이 되었으며, 환자가 입은 옷 또는 그 밖의 물건을 만지기만 해도 이 병에 감염될 정도였으니까요.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을 들으시면 아마 깜짝 놀라실 테지만, 나도 많은 사람이나 내 자신이 눈으로 직접 본 일이 아니었더라면 아무리 믿을 만한 사람에게서 들었더라도 이 말을 믿거나 더욱이 이에 관해 쓴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나는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옮겨가는 이 흑사병의 전염력이 얼마나 강한지에 대해 말씀 드렸지만, 이 병은 단순히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옮겨질 분만 아니라 환자 자신이나 또는 이 병으로 죽은 사람의 옷에만 닿아도 사람 이외의 동물에게R지 옮겨져 순식간에 숨지는 일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내가 직접 눈으로 수없이 본 것인데, 어느 날 이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 병으로 죽은 어느 가난한 사람의 누더기가 길바닥에 버려져 있었는데, 마침 돼지 두 마리가 그곳에 왔습니다. 여느 때처럼 돼지들은 꿀꿀거리며 코끝으로 쑤석거리더니 이에 입을 물고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독을 마신 것처럼 금방 발작을 일으키더니, 막 쑤석거리고 휘두르던 누더기 위에 두 마리가 그대로 쓰러져 죽어버리지 않겠습니까?

이와 같은, 또는 이와 비슷하거나 이보다 더한 일이 연거푸 일어났기 때문에 살아남은 자에게는 여러 가지 근심과 망상이 생겨 끝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야박한 마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환자나 환자에게 속한 것들을 피하고 꺼리면 자기만은 산다는 잔인한 생각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 가운데에는 절제 있는 생활을 하고 무슨 일에나 지나침을 삼가면 그와 같은 재앙은 만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서로 모여 다른 모든 것에서 격리되어 살았습니다. 환자가 없는 집안에 틀어박혀 살면서 사치스러운 생활은 피하고 최상의 음식과 최고급 와인을 매우 절제하여 먹고 마시면서 최선의 주의를 기울이고, 다른 이와 말을 주고받지도 않았으며, 바깥일이나 죽은 사람이나 환자의 일에 참견하는 일 없이, 악기를 다루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오락을 즐기며 살았습니다. 한편 그와 반대로 실컷, 마시고 향락을 즐기고 노래 부르며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놀러 다니고, 할 수 있는 한 모든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이 이를테면 명랑하게 웃고 떠들면 모든 것을 죄다 무시해 버리는 것이 이 병에 대한 가장 좋은 약이라고 단정해 버린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 일을 실행에 옮겨, 밤낮없이 이 술집 저 술집으로 옮겨 다니면서 규칙 같은 것은 완전히 무시하고 흥청망청 끝없이 마시고, 그들의 구미를 당기는 점이 있기만 하면 이 집 저 집 남의 집을 마치 여관이라도 되는 양 마구 돌아다녔습니다.

이런 일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머지않아 모두 죽는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목숨은 물론, 가진 것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집들은 대개 공동소유가 되어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예사로 문을 열고 들어와 합법적인 주인과의 구분도 없어졌습니다. 그런 짐승 같은 생각을 품었으면서도 그들이 언제나 되도록 혼자를 피한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도시가 한탄의 바닥에 가라앉고 비참의 바닥에 빠져있는 동안, 인간의 규범은 물론 하나님의 거룩한 법도의 권위도 거의 땅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한 법도의 집행자인 고위 관리들이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죽거나 병들어버리고 하급 관리도 모자라 관청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적당한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러나 방금 말씀 드린 두 유형 외에도,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처럼 음식을 그리 제한하지도 않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처럼 술을 마구 마시면서 방탕한 생활을 하지도 않고 가운뎃길을 걸어간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들은 먹고 싶을 때는 충분히 먹었으며,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지 않고 가까운 데를 산책하고, 손에는 꽃을, 또 향기로운 풀을, 혹은 여러 가지 향료를 들고서 이따금 들어 올려 냄새 맡으며 그 향기로 머리를 식히곤 했습니다. 시체나 죽어가는 사람들의 악취와 약품 냄새가 곳곳에서 풍기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또 사리분별이 있다 할 수 있겠지만, 가장 무정하다 할 수 있는 일부 사람들은 환자를 내버려두고 달아나는 것이 그 무서운 흑사병을 막는 가장 좋은 약이라고 단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생각으로 남자나 여자나 자기 이외의 다른 것은 조금도 돌보지 않고 자기가 살던 도시를 버리고 집도 땅도 친척도 재산도 버리고 다른 지방을 찾아 떠났습니다. 마치 인간의 악함을 응징하러 흑사병을 내리신 하느님이 그들이 도망치는 곳에는 그 노여움이 내리지 않으시리라. 그 재앙은 오로지 그 도시에 둘러쳐진 성벽 안으로만 내리시리라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이제 도시에는 누구 하나 사람 그림자가 남지 않아 인류의 마지막이 온 것을 경고하고 있는 듯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와 같이 갖가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죽은 것도 아니고 모두 액운을 면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저마다 의견을 가졌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병에 걸려 쓰러졌으며, 그들이 건강할 때는 여전히 건강한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었지만, 한번 병에 걸리면 어쩔 도리 없이 어디서나 완전히 내버려져 기력을 잃어갔습니다.

시민들은 서로 오가기를 피하고, 이웃 간의 따스한 정은 하나도 없었으며, 친척끼리도 소원해져 서로 이따금 밖에 아니, 거의 방문하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이 재난은 남자나 여자들의 가슴 속에 매우 큰 공포심을 불러일으켰으므로, 형은 아우를, 아저씨는 조카를, 언니는 동생을 버렸을 뿐 아니라 때로는 아내가 남편을 버리는 일조차 있는 형편이었습니다. 또 거의 믿어지지 않을 정도지만, 부모들이 아이들이 마치 자기 자식이 아닌 것처럼 간병도 않거니와 찾는 것조차 피하곤 했습니다.

그러므로 거의 대부분의 남녀를 막론하고 그것도 아주 적은 몇몇이었지만 한 번 병에 걸리면 친구들의 동정에 매달리거나, 부당한 조건과 막대한 급료로 일하는 욕심 많은 하인들의 간호를 받는 이외에 무엇 하나 의지할 게 없었습니다. 그러나 유능한 남녀 하인들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간호에 익숙하지 못하여 환자가 달라는 것을 건네주거나 임종의 물을 떠주는 일밖에 거의 아무것도 할 줄 몰랐습니다. 이런 하인 노릇은 막대한 보수를 받으려다 스스로 희생되어 버린 이도 많았습니다.

이렇듯 환자는 이웃과 친척과 친구들에게 버림받고 하인도 귀해졌으므로 여태까지 들은 적이 없는 괴상한 습관이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우아하고 아름답고 예의바른 부인이라도 한번 병에 걸리면, 젊었거나 늙었거나 누구든 상관없이 남자 하인을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병 때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자 앞이라면 모르되 남자 하인 앞에서 부끄러움도 없이 온몸의 모든 부분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병이 나은 부인들 사이에 정결함이 덜해진 것은 아마도 이 일이 원인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치료만 잘 했더라면 살았을 사람들이 불행하게도 많이 죽어갔습니다. 환자가 알맞은 시기에 간호 받지 못하고, 또 흑사병의 기세가 너무나 맹렬하여 눈으로 보면 말할 것도 없거니와 듣기만 해도 깜짝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죽어간 것입니다. 그 결과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 필연적이라고나 할까요, 전에 없던 습관이 생겼습니다.

옛날에는 아니 지금도 이따금 볼 수 있습니다만, 어떤 남자가 죽으면 그의 이웃이나 친척이 되는 여자들이 초상집에 모여 죽은 이와 가장 친했던 여자들과 함께 슬퍼했고 한편 그 집 앞에서 친척이나 이웃 남자들, 다른 시민들이 함께 모여 죽은 이의 신분에 따라 사제가 찾아오고, 죽은 이와 비슷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유해를 어깨에 메고, 촛불을 손에 들고 성가를 부르며 장례 행렬을 지어 죽은 이가 생전에 다녔던 성당으로 가곤 했었지요.

이러한 풍습은 흑사병이 맹위를 떨치기 시작하자 거의 대부분 아니, 깡그리 사라져 버리고, 이 도시에 새로운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간호하고 돌봐주는 여자도 없이 죽어갔고, 임종의 입회인도 없이 이 세상에서 삶을 끝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친척들이 울며불며 슬퍼해 주는 사람들은 아예 하나도 없는 형편이었으며 오히려 초상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웃고 떠들며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마치 축제 소동을 벌이는 습관이 생겨 버렸습니다. 여자들은 거의 여자다운 신앙심을 잃고 자기들 건강만을 크게 기뻐하게 된 것입니다.

도 죽은 사람 가운데 그 유해가 성당으로 날라져 갈 때, 열이나 열두 사람 이상의 이웃들이 따라 가는 일은 아주 드물게 되었습니다. 관을 메고 가는 사람들은 지위 높은 유지들이 아니라 하층 계급에서 끌려나온 무덤 파는 천한 인부들이었으며 그들은 돈을 받고 대신 관을 메어주었습니다. 그들은 죽은 이가 생전에 다니던 성당이 아니라 아무 데나 가장 가까운 성당으로 한 둘이 촛불을 켜들고 넷이나 여섯 사람의 수도사들과 함께 아니 수도사가 한 사람도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서둘러 관을 메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수도사들 역시 엄숙하게 긴 기도 같은 것은 드리지도 않고, 방금 말한 사람들의 손을 빌어 파둔 구덩이가 있으면 아무 데나 곧 관을 묻어 버렸습니다.

하층 계급이나 중산 계급 사람들은 더 비참했습니다. 대부분 가난한 탓인지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에서인지 저마다 자기 집이나 구역 안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날마다 몇 천 명씩 병이 옮아갔습니다. 그리고 간호는커녕 아무 도움도 얻지 못한 채 거의 살아나는 일 없이 모두 죽었습니다. 그러므로 밤낮없이 길거리에서 숨져 가는 숱한 사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집안에서 죽는 사람도 그만큼 많았으며, 이웃 사람들은 시체에서 풍기는 악취가 날 때까지 누가 죽어 나가도 알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모두가 죽어나가 도시 전체가 묘지가 돼버렸습니다.

이웃에 사는 사람들은 죽은 이에 대한 동정심은 고사하고, 시체가 썩어서 자기들에게 병을 옮겨 오지나 않을까 걱정하여 모두 똑같은 예방 수단을 찾아낼 궁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 손으로, 그리고 사람이 있을 때는 그들의 손을 빌어 시체를 집안에서 들어내어 문간에 두었습니다. 특히 아침 같은 때 거리를 지나가면 죽은 사람들을 헤아릴 수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윽고 관이 오면 거기에 집어넣지만, 관이 모자라 널빤지에 얹어서 들고 가는 일도 흔했지요. 하나의 관에 둘 또는 세 사람의 시체를 넣는 일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더욱이 아내와 남편, 형제 두세 명, 아버지와 자식을 함께 관에 넣은 관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습니다.

또 이런 광경도 흔히 볼 수 있었지요. 두 사제가 십자가를 들고 걸어가면서 한 사람을 위해서 마지막 의식을 집전하며, 인부가 나르는 관 서너 개가 그 뒤를 따랐습니다. 그리하여 수도사가 시체 하나를 묻으려고 간 곳에 여섯 명, 여덟 명을 한꺼번에 묻게 되는 일이 흔했습니다. 이런 장례식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촛불을 켜는 사람도 애도하는 사람도 없었으며 오히려 산양 한 마리 죽은 것만큼도 돌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세상이 순조로울 때면 현명한 사람도 어쩌다 일어나는 하찮은 타격을 참지 못하는데 이렇게 재앙이 커지니 무지한 사람들도 참을성이 있게 되어 무슨 일에나 무관심해져 버리는 사태가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아무튼 앞에서도 말씀 드린 것처럼 어느 성당이고 날마다 끊임없이 시체가 산더미처럼 날라져 들어오므로 묻을 묘지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옛 관례대로 저마다 제 무덤에 묻히고 싶어 하지만 어디나 꽉 차서 성당마다 묘지에 커다란 웅덩이가 파지고 그 속에서 몇 번씩 시체가 잇따라 던져졌습니다. 그런 구덩이 속에는 배에 짐을 싣듯이 몇 층으로 시체를 포개 놓았으며, 구덩이는 금방 가득 차서 밖으로 넘쳤습니다.

이렇듯 우리 도시에서 일어난 지금까지의 비참한 일에 관해서는 자세하게 말씀 드렸으므로 더 이상 쓰지 않고, 그와 함께 변두리 시골에서도 적잖이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는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그런 시골에서도 외진마을이나 밭이나 집안에서 비참하고 가난한 농부와 그 가족들이 의사는 물론 하인의 간호도 받지 못한 채 사람이 아니라 마치 짐승처럼 내버려져 밤낮없이 죽어갔습니다.  

그들도 도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의 습관을 포기하고 신변의 일이나 일과를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마치 죽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가축도 토지도 지난날의 노고가 가져다 준 성과도 전혀 돌보지 않을 뿐 아니라 지금 갖고 있는 것도 온갖 지혜를 다 짜내어 써버리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바람에 소, 노새, , 산양, 돼지, 닭을 비롯하여 사람에게 충실한 개가지 집에서 쫓겨나, 거둬들이기는커녕 베지도 않고 버려져 있는 밭을 제멋대로 헤매고 다니는 형편이었습니다. 많은 가축들은 마치 알고서 그러는 것처럼 낮에 배불리 주워 먹고는 밤이 되면 불룩해진 배로 사람이 몰아가지 않아도 자기 집을 찾아가는 것이었습니다.... 피렌체 시내에서는 3월부터 7월까지 사이에 10만 명 넘는 환자가 죽어갔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데카메론을 쓰게 된 배경

 

24

자기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다는 것은 누구를 모욕하는 일이 아님을 알고 계시겠지요. 이 세상에 내어난 자가 저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자기의 생명을 살리고 유지하고 지키는 것은 당연한 권리거든요. 그러므로 때로는 자기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남을 죽여도 죄가 되지 않았던 예가 있을 정도랍니다. 이 같은 법도가 인정되고 있는 이상, 그 인정 많은 법도 속에서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자기들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되도록 올바른 방법을 취하는 것은 인간이 훌륭하게 살아가는 방식이랍니다.

보카치오식 인문주의

 

74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부인은 놀라지도 않을 줄 알고 있소. 물론 늙은이에게는 사랑을 완수할 체력이 없지만 그렇다고 사랑하는 마음을 눌러 버려야 한다거나,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을 몰라보는 법은 없소. 더욱이 늙은 이는 그 나이 탓으로 젊은이보다 사물을 분별할 줄 아는 힘을 휠씬 더 많이 갖추고 있으니 말씀이오.

지당한 말씀

 

둘째 날

 

이 날은 필로메나의 주재 아래 여러 가지 일로 괴로움을 겪은 사람들이 뜻밖에 행복한 결과를 얻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184

옛날 파사 시내에 리차르도 디 킨치카라는, 육체적인 힘보다 정신적인 힘, 즉 시르기와 재치가 더 뛰어난 재판관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아마 학문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방법으로 아내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지요. 부자였으므로 매우 태평스러운 생각으로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마일 그가 남에게 하듯이 자기 자신에게도 충고할 수 있었더라면, 아내 될 사람으로는 젊은 사람도 아름다운 사람도 다 피했어야 옳았습니다.

정신적인 힘으로도 아내를 만족시킬 수 있다.

 

186

물론 그는 달력 따위를 갖고 있지 않았고, 일체의 제삿날이고 휴일이고 염두에 없었으므로 낮의 상냥한 말만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 같아 행동으로 달래주고자 생각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녀는 모나코에 닿기도 전에 남편인 재판관도 그의 규정도 다 잊어버리고, 파가니노와 마치 꿈과도 같은 즐거운 생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파가니노는 파가니노 대로 모나코에 도착하자 이제 밤낮없이 그녀를 즐겁게 해 주었을 뿐 아니라, 자기의 아내로서 소중히 다루었습니다.

중년의 아내를 둔 대한민국 중년의 남편들이 아내를 두려워 하는 이유?

 

189

당신도 아시잖아요? 내가 기억을 상실하고 있지 않다는 걸요. 나는 당신이 남편 리차르도 디 킨치카라는 것도 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내가 당신과 함께 있었을 때는 조금도 나를 몰라주시는 것 같던데요. 왜냐하면 만일 당신이 바라는 것처럼 당신이 정열가시고 머리가 좋은 분이시라면 내가 아직 젊고 싱싱하고 정력이 넘쳐흐른다는 것을 알아주실 만큼 머리가 움직였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그 결과 젊은 여자로서는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부끄러워서 입 밖에 댈 수 없는 것을 더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아셨어야 했던 거예요.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하셨는지 잘 알고 계시죠? 만일 당신에게 아내보다 당신의 법률 공부 쪽이 더 중요하다면 아내를 맞이하지 말았어야지요. 더욱이 저는 당신이 법률가로서 여겨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성당의 축일이나 제삿날의 공보 담당자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날을 잘 알고 계실 뿐 아니라 단식일이며 제삿날 전야의 금기 같은 것을 참으로 잘 알고 계셨거든요.

남편을 큰 인물로 만들기 위해서 아내가 남편의 에너지를 없애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결혼 전 시어머니 지론이 생각나서 피식 웃었다.

 

190

똑똑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여기서 파가니노의 아내라는 기분이 들지만, 피사에서는 당신의 매춘부 같은 느낌이 들었답니다. 달이 차고 기운다든가, 기하학의 삼각 사각으로 유성을 당신과 나 사이에서 결합하게 해 왔지만 여기서는 파가니노가 밤새도록 저를 껴안아 애무하고 깨물어 준답니다. 그리고 얼마나 나를 미치도록 즐겁게 만들어 주는지 하느님, 저 대신 말씀 좀 해주세요.

그렇다. 아내에게 매춘부 같은 느낌이 들도록 한 남편의 잘못!

 

셋째 날

 

195

네이필레의 주재 아래, 무척 바라던 것을 손에 넣은 사람들과 한 번 잃었던 것을 다시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누어집니다.

 

198

세상에는 젊은 여자에게 흰 수건을 씌우고 검은 옷만 입히어, 돌로 만든 수녀가 된다고 까지는 생각지 않더라도 이제 여자가 아니며 여자로서의 욕정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남녀가 많습니다.

흰 수건과 검은 옷만 입는 수녀들은 여자로서의 욕정은 어떻게 해결할까.

 

205

한 말구종이 아질룰프 왕의 왕비와 관계를 맺는다. 왕은 그것을 눈치채고, 그를 발견하여 그 머리칼을 몰래 조금 잘라 놓는다. 머리칼을 잘린 말구종은 다른 말구종의 머리칼도 똑같이 잘라 가까스로 곤경에서 벗어난다.

똑똑한 말구종!

 

222

이 사람은 그와 같이 독실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가족이래야 아내와 하녀가 있을 뿐이고, 별로 할 일도 없어서 언제나 성당에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어수룩하고 고지식한 사람이어서 주기도문을 외거나, 설교를 듣거나, 미사에 참례하거나, 신도들이 부르는 성가를 부르는 일은 빠뜨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다가 단식을 하고 엄격한 규율을 지켜, 사람들은 모두 그를 광신자라고 불렀습니다.

이자베타라는 그의 아내는 스물여덟 살쯤 되는 젊은 여자였으며 카졸라나 능금처럼 복스럽고 둥근 얼굴의 싱싱한 미인이었습니다만 남편이 종교에만 빠져있어서 또 아마 늙은이였던 탓이겠지요. 오랫동안 남편과 접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그녀가 남편과 자고 싶고 희롱하고 싶을 때에도 남편은 그리스도의 생애라든가 프라테 나스타지오의 설교라든가 막달라 마리아가 겪은 슬픔이라든가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얘기나 들려주는 꼬락서니였습니다.

이크! 부부간 솔직한 대화가 필요한 이유

 

231

나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걸까? 어째서 내 청춘을 헛되이 보내고 있는 것일까? 남편은 밀라노에 가서 반 년 후에나 돌아올 텐데 언제 그 손해를 메워 준단 말인가? 내가 할머니가 된 뒤에? 그리고 치마 같은 멋있는 연인이 언제 도 발견된단 말인가? 나는 지금 외톨이이고 무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째서 이런 절호의 기회를 붙잡지 않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게다가 이런 일은 아무도 알 까닭이 없고, 설혹 남에게 알려진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가서 후회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은가?

기러기 부부가 공통적으로 겪는 고충

 

246

아뇨, 그분은 결코 저를 화나게 하지 않았어요. 그것은 제가 이 사랑을 고백한 어느 고약한 수도사가 한 말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그분에게 품고 있는 사랑이며 친애의 마음을 고백했더니, 그 사람은 지금도 아찔해질 만한 심한 말을 했어요. 만일 제가 그 사랑을 단념하지 않으면 지옥 밑바닥에 있는 악마의 입에 떨어져서 무서운 형벌 속에 던져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저는 그만 무서워져서 그분과 친히 사귀는 것은 이제 그만두어야지 하고 결심한 거예요. 그리고는 그와 같은 기회의 원인을 만들지 않도록 그 후로부터 그분의 편지도 심부름꾼의 전갈도 아예 받지 않도록 했던 거예요. 하지만 저는 생각하죠. 그분은 절망한 나머지(저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어요) 이 도시에서 떠나 버렸습니다만 만일 좀더 참아주셨더라면 제 굳은 결심도 햇볕 아래 눈처럼 녹아버렸을 것이라고 말이에요. 왜냐하면, 저는 일찍이 이 세상에 없었을 만큼 깊은 애정을 그분에게 느끼고 있었으니까요.

 

259

한 수도사가 원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여자를 농락하는 점을 제외하고는 만사에 덕과 명성이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원체 여자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했으므로 아무도 깨닫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의심을 품은 사람도 없었습니다. 성직자인데다가 만사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273

오랫동안 영주가 밖에 나가 있었으므로 모든 것이 황폐하고 무질서 해진 것을 알자 총명한 그녀는 부지런히 활발히 움직여 모든 질서를 바로 잡았습니다. 백성들은 매우 기뻐하고 부인에게 깊은 친애감을 느끼게 되었으며 이렇게 훌륭한 부인을 싫어하는 영주를 비난하게 되었습니다.

 

그 일은 그 사람이 좋을 대로 하게 하라. 나는 그 사람이 이 반지를 끼게 되고, 내 팔에 내 아이를 안게 되는 일이 생기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함께 살겠다.

 

282

오오, 신부님 제가 지옥을 갖고 있다면 좋으실 때 쓰도록 하셔요.

 

283

더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 침대에 누워 몸을 서로 움직여서 여섯 번 악마를 쫓았습니다. 이쯤 되니 내로라하는 그 오만한 악마의 머리도 완전히 꺾이어 자연히 얌전해졌습니다. 그러나 그 후에도 계속 몇 번이나 악마는 오만한 머리를 쳐들었으므로 순진한 소녀는 언제나 꺾어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이 일에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284

“루스티코님, 그 악마가 혼이 나서 이제 신부님을 괴롭히지 않더라도 제 지옥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마세요. 제가 지옥으로 신부님의 오만한 악마를 꺾어 버리는 일을 거들어 버린 것처럼 그 악마로 제 지옥의 노여움을 가라앉히는 일을 도와주셔요.” 루스티코는 원체 풀 뿌리와 물만으로 살고 있었으므로 이렇게 거듭되는 요구에 도저히 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옥을 가라앉히려면 많은 악마가 필요하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주마고 말했습니다.

크크, 비유가 기가 막힌 재미있는 이야기

 

 

넷째날

이 날은 필로스트라토의 주재 아래 각자 사랑이 불행하게 끝나는 이야기를 합니다.

 

303

저는 아버지의 자식으로 살아있는 육체를 지니고 있고, 게다가 아직 젊음에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한 두 가지 이유로 욕정에 불타오릅니다. 특히 저는 한 번 결혼했던 몸이니만큼 그 욕정을 채우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처녀는 혼자 살 수 있어도 과부는 혼자 못 산다는 옛 말이 떠오른다.

 

308

제게 베풀어 주신 애정이 얼마만이라도 아직 마음 속에 남아 있다면 저와 귀스카르도가 가만히 남의 눈을 피하며 살아 온 것이 못마땅하더라도 최후의 선물로 아버지가 그의 시체를 버리신 곳에 저의 시체를 함께 묻어주시기를 부탁합니다.

딸의 사랑을 인정해 주지 않은 아버지의 죄!

 

322

이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데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너무 많이 가지면 물리게 되듯이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것은 니네타를 더없이 사랑하고 있었던 레스타뇨네가 아무런 걱정 없이 그녀와 사랑의 환각에 빠질 수 있게 되자 싫증이 나서 그녀에 대한 애정이 식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때 그는 어느 연회에서 이 고장 사람으로 대단히 예쁜 귀족의 딸을 보고 반하고 말았습니다.

밀당이 필요한 이유!

 

329

참으로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사랑을 해본 일이 없거나 또는 현재 사랑을 하고 있지 않은 자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나 자신의 일에서 미루어 보아 어떠한 인간도 사랑 없이 무훈을 세울 수도 선행을 베풀 수도 없다.

그렇다. 사랑 없이는 어떤 것도 공허하다.

 

332

서로 똑같이 좋아하고 마음을 허락하는 사이가 되자 두 사람이 서로 바라고 있는 일을 하는데 이렇다 할 시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았다는 이야기

 

334

만약 할 수만 있다면 시체를 마을로 가져가 좋은 땅에 고이 묻어 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깨달았으므로 나이프를 꺼내어 머리만 잘라내어 보자기에 쌌습니다. 집에 돌아오자 그녀는 방안에 틀어박혀 연인의 얼굴에 마치 눈물로 씻듯이 오랫동안 비통한 눈물을 쏟고 얼굴 전체에 계속 키스를 했습니다. 그리고 예쁘고 커다란 동백꽃 항아리를 꺼내어 깨끗한 천에 싼 머리를 넣어 그 위에 흙을 덮고 살레르노 산의 아름다운 동백나무 몇 가지를 심었습니다. 그러고는 장미꽃이나 오렌지 꽃으로 만든 물이나 자기 눈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뿌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녀는 그 곁에 앉아 거기에 로렌초가 숨어 있기나 하듯이 자기 마음의 전부를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맺힌 한을 전부 호소하고 나면 곁에 가서 또 울기 시작하여 나중엔 언제나 동백나무 가지가 눈물로 젖어 버리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336

올바른 생활이나 행동을 하고 있으면 정반대인 나쁜 꿈을 꾸어도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그 때문에 좋을 계획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좋지 않을 일을 하려는 경우에는 비록 꿈이 바람직하고 기뻐해야 할 암시같이 여겨져도 조금도 믿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좋은 일을 하려고 할 대에는 전폭적인 신뢰를 두어도 좋을 것입니다.

 

343

마치 털실을 자를 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시모나밖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빈번히 그녀에게로 재촉하러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듯 젊은이가 재촉하러 오면 처녀는 재촉 당하는 것을 기뻐했고, 이러한 일을 계속하고 있는 사이에 그는 전보다 훨씬 대담해지고 처녀도 본래의 부끄러움이나 두려움 같은 것을 버려 둘은 즐거운 부부의 언약을 맺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피차간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즐거운 일이었기에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유혹하여 밀회를 거듭하는 그런 형편이었습니다.

 

347

원래 모친은 자식에 대해서만큼은 재산이 있으면 자두를 오렌지로 만들 수 있다고 즉 어떠한 일이라도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믿고 있었으므로

강남스타일 모정!

 

354

여보 그 요리 어떻소? 아주 맛있어요. 그럴테지, 살아있을 때 그렇게 좋아했으니 죽어서도 좋겠지. 별로 이상할 것 없지.

남자의 질투는 잔인하다.

 

다섯째 날

피암메타의 주재 아래 몇 가지 잔혹하고 불행한 사건이 일어난 뒤 연인들에게 행복이 찾아오는 이야기가 전개 됩니다.

 

373

지금까지 어떤 가르침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시몬의 마음에 에피제니아의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사랑의 화살이 꽂혀 어느 사이에 생각이 홱 달라졌으므로 부친을 비롯하여 가족이나 지금까지 그를 알고 있던 사람들을 아주 놀라게 하고 말았습니다. 우선 그 형제들처럼 의복이나 신변의 것을 훌륭히 해 달라고 부친에게 부탁했습니다. 부친은 몹시 기뻐하여 그대로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교양 있는 청년들과 사귀기 시작하여 신사들이 몸에 지녀야 할 예의범절을 배우고 특히 사랑할 때의 예법을 배웠습니다. 이에는 우선 모두들 놀라움으로 눈이 휘둥그레 해졌습니다만, 그는 짧은 기간 동안에 초보적인 학문을 깨우쳤을 뿐만 아니라 철학을 논할 수 있을 정도로까지 훌륭한 발전을 보였습니다. 이어서 이 같은 원인은 모두 에피제니아에게 품은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그 뿐 만 아니라, 노래도 부르고 악기도 켤 수 있게 되고 승마나 육해의 군사에도 정통한 훌륭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시몬의 이러한 발전을 일일이 말할 수는 없으므로 세세한 점은 생략합니다.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을 때부터 4년쯤 지날까 말까 했을 때 그는 사이프러스 섬에 사는 어떤 젊은이보다도 한결 뛰어난 청년이 되어 우아한 마음가짐과 여러 가지 재주를 겸비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이 놀라운 변화를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요? 그것은 그의 마음 한구석 훌륭한 영혼 속에 갇혀 있었던 천부적 재능이 시새움 많은 운명의 신에 의해 단단한 굴레로 동여 매져 있었던 것을 운명의 신보다도 강한 사랑의 신이 그것을 끊어버렸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405

귀도토 다 크레모나라는 사나이는 저의 전우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죽을 때 한 말에 의하면 이 거리가 페데리고 황제에게 점령되어 약탈이 자행되었을 때 자기 전우들과 어느 집에 들어갔더니 가재 도구가 가득 들어있는데 저 처녀 외엔 집안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두 살밖에 안된 그 아이는 그가 계단을 올라가자 그를 파파(아버지)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 소릴 듣자 불쌍해져서 그는 가재 도구 일체와 이 아이를 데리고 파노에 돌아갔습니다. 그리곤 죽을 때자기 재산과 함께 그녀를 나에게 맡기고 결혼시킬 시기가 오면 그것을 지참금으로 주라고 부탁했습니다.

 

407

그녀는 마린 볼가로라는 섬에 있는 귀족의 딸이었는데 근처의 프로치다라는 작은 섬에 살고 있는 잔니라는 이름의 청년이 목숨을 걸고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 쪽에서도 그 청년을 싫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그녀를 만나러 자주 프로치다에서 이스키아로 찾아왔습니다. 배가 없을 때는 하다못해 그녀 집의 벽만이라도 보고 싶다며 이스키아까지 헤엄쳐 간 일도 있었습니다.

 

411

저는 이제 곧 죽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비를 바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아가씨를 제 목숨보다도 더 사랑하고 있으며 그녀도 저를 사랑하고 있는데 저는 이같이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그녀는 내게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마주보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서로 얼굴을 보면서 죽어갈 수 있으니 얼마나 위로가 되겠습니까?

 

414

“아아 하느님 부탁합니다. 우박이 계속 내려 언제까지나 이렇게 하고 있을 수 있도록그러자 처녀도 말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이러한 대화가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은 몸을 가까이 하고 손을 맞잡고 꼭 껴안고 말았습니다. 이윽고 키스를 나누었습니다. 우박은 여전히 계속 내리고 있었습니다.

 

국왕을 섬기며 거리의 장관을 하고 있던 쿠르라도라는 사람에게 가서 피에트로에게서 받은 모욕을 호소하여, 그런 결과가 될 줄 모르고 마음 놓고 있던 필에트로를 당장 체포하게 했습니다. 피에트로는 고문을 당하자 일체를 자백하고 말았습니다. 이리하여 그는 장관으로부터 이삼 일 후 매를 맞으며 거리를 조리돌림 당한 후 교수형에 처해진다는 선고를 받았습니다. 아메리고 씨는 피에트로가 사형당하는 것만으로는 아직 노여움이 풀리지 않아 이 두 연인과 그 사이에서 태어난 사내아이를 동시에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려고 생각하고 포도주를 넣은 술잔에 독을 넣은 다음 하인에게 그 잔과 칼집에서 빼낸 단도를 주면서 말했습니다. “이 두 가지 물건을 비올란테한테로 가져가라. 그리고 나의 명령이라고 말하고 이 독약이나 칼이나 어느 한쪽을 취하여 곧 죽으라고 전하라. 만약 그렇게 하기 싫으면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불태워 죽이겠다고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이라고 말하라. 그렇게 말한 다음 이삼 일 전에 그 년이 낳은 사내애를 빼앗아 벽에 머리를 쳐서 죽여 개나 먹도록 내다 버려라.”

 

423

이 여인의 냉혹 무참한 태도 덕분에 불행의 밑바닥에 빠져 절망한 나머지 지금 당신이 보다시피 내 손에 쥐고 있는 이 장검으로 어느 날 자살해버렸던 것이오. 이리하여 나는 씻을 수 없는 영겁의 죄를 받고 있소. 그런데 얼마 후 나의 죽음을 유달리 기뻐한 이 여인도 죽고 말았다오. 그리고 그 잔혹함과 조금도 뉘우치지 않고 나의 고통을 좋아했었던 죄 때문에 즉 자기의 행위를 수치로 생각하지 않았던 업보로서 보는 바와 같이 지옥의 심한 형벌을 받는 것이오. 이리하여 이 여인이 지옥에 떨어뜨려지자 당연한 결과로서 나와 이 여인에게 벌이 주어져서 이 여인은 내 앞에서 도망쳐야 하며 나는 옛날 사랑했던 연인으로서가 아니라 원수로서 쫓지 않으면 안되게 될 것이오. 그래서 나는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이 여인을 쫓아가서는 전에 내 자신을 죽인 이 칼로 이 여인을 죽이고 있는 것이오.

 

433

이 사나이는 아내를 갖고 싶다는 소망에서라기 보다는 오히려 세상의 눈을 속이고 페루지아 안의 사람들이 자기에게 품고 있는 악평을 줄이려는 생각에서 마누라를 얻었습니다. 그러자 그와 생각을 같이 한 운명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취했습니다. 즉 그가 얻은 아내는 불타는 듯한 빨간 머리를 하였으며, 몸이 무쇠같이 단단한 남편이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 있어도 좋을 만한 여자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여자인 자기보다 남색 쪽에 정신을 빼앗긴 남자에게로 시집오고 말았습니다. 시일이 경과함에 따라 그녀는 그것을 눈치채기 시작했고 자기가 젊고 싱싱한 미인이며 원기 왕성하고 정력이 절륜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처음에는 신경이 곤두섰고 때로는 더러운 말로 남편을 욕하면서 불만스러운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러한 생활을 하다가는 남편의 나쁜 버릇을 고치기 전에 자기 몸이 먼저 말라빠지고 말 것이라 생각하고...

 

435

여자들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 남자분보다 시간을 더 잘 이용할 필요가 있어요. 왜냐하면 당신도 아시겠지만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 다른 사람은 고사하고 남편조차도 우릴 돌아보지 않는단 말예요. 그뿐만 아니라 부엌으로 몰아넣어 고양이를 상대로 지껄이든가 냄비나 접시를 세든가 하는 그런 일밖에 시키지 않는단 말에요. 뿐만 아니에요. 더 나쁜 일로는 이런 노래까지 부르고 있지 않나요. ‘젊은 여자에겐 맛있는 음식을, 늙은 할망구에겐 입 마개를하고 말에요.

남자들이 어린 여자들을 좋아하는 것을 반대로 표현된 듯한 느낌

 

440

당신에게서 얻을 수 없는 것을 다른 데서 구했다고 해서 비난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여섯째 날

엘리자의 주재 아래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경모한 경구로 반박하고, 임기 응변의 대답과 뛰어난 통찰력으로 피해며 위험이며 창피를 벗어난 이야기를 나눕니다.

 

456

키키비오는 연인을 달래기 위해 학의 다리를 하나 뚝 떼어 주었던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 쿠르라도와 몇 몇 손님 앞에 한쪽 다리가 없는 학을 내놓자 쿠르라도는 깜짝 놀라 키키비오를 불러들여 한쪽 다리는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거짓말쟁이 베네치아 사나이는 서슴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원래 학은 다리 하나에 발이 하나 밖에 없습니다.

베니스의 상인

 

463

오래 전 프라토의 거리에는 사실 가혹하다기보다 비난의 대상이 될만한 법이 있었습니다. 이 법은 정부와 간통하는 현장을 남편에게 들킨 여자도 돈을 받고 남자에게 몸을 파는 장면을 발각 당한 여자와 마찬가지로 불에 태워 죽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자들만? 너무하다.

 

465

그 법이 만들어졌을 때는 여자 중에는 아무도 동의한 자가 없으며 의견을 피력한 자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악법이라 불러 마땅한 것 인줄 압니다. 그런데도 당신께서 여자라는 내 육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자신의 마음에 등을 돌리면서까지 이 법의 집행자가 되고자 하신다면 서슴지 마시고 그리 하십시오. 한데 그 어떤 판결을 내리시기 전에 나에게 약간의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당신께서 직접 남편이 나를 원했을 때 내가 언제 어느 때 한 번이라도 그에게 몸을 맡기는 일을 마다한 일이 있었는지 그에게 물어보아 주시라는 것입니다.

 

465

남편이 필요 혹은 쾌락으로 삼고 있는 것을 언제나 내게서 얻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래도 나는 주체하지 못하는 그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했을까요? 개에게라도 던져 주어야 했을까요? 나를 자기 목숨보다도 사랑해 주시는 한 귀족의 필요에 응하는 편이 허비하거나 썩혀 버리는 것보다 훨씬 좋지 않나요?

 

478

크게 돈벌이를 하고 체르탈도 거리의 사람들을 몽땅 십자군 병정으로 만들어 버렸으며, 그에게서 천사의 날개를 빼앗아 골통 먹이려는 자들을 임기응변으로 골려 주었습니다.

 

일곱째 날

 

486

디오네오의 주재 아래 옛날부터여자들이 사랑을 위하여 또는 자기 한 몸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남몰래, 또는 들키고서라도, 어떻게든지 남편에게 해온 여러 가지 계책을 이야기합니다.

 

494

웬일로 오늘 아침에는 이렇게도 일찍 돌아왔나요? 보아하니 오늘은 일을 얻지 못한 모양이오. 연장을 들고 되돌아 온 걸 보니. 내 치마에다가 속옷까지 모조리 저당 잡히려는 건가요? 날더러 손톱이 닳아 빠질 정도로 물레를 돌리라는 그 말인가요? 나는 그래도 등잔 켤 기름값이라도 벌려고 억척을 부리는데 이봐요. 동네 사람들은 그렇게 억척같이 일하는 나를 보고 놀라기도 하고 업신여기기도 한다고요. 바보스럽게 잘도 참고 일한다면서. 아니 그런데 당신은 이렇게 양손을 늘어뜨리고 어슬렁어슬렁 돌아오긴가요. 아아 불쌍한 내 신세야, 팔자도 사나울시고. 나는 말이죠. 까놓고 말하면 아주 근사한 젊은 부자하고 혼인할 수도 있었다고요. 그런 걸 여편네 생각은 조금도 않는 머저리 같은 작자하고 살려고 거절을 했으니...나도 나쁜 짓을 하려고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상대는 있어요. 내게 홀딱 반해서 원하기만 하면 옷이거나 보석이거나 돈이나 싫도록 안겨 준다는 잘생긴 남자들이 수두룩하다고요. 하지만 나는 그런 짓은 못하는 여자니깐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않았지. 아아 그런데 당신은 일해야 할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다뇨. 

나쁜 여자

 

496

통 아가리를 엎드려 막고 있는 주인 마누라의 뒤로 가서 넓은 들판에서 고삐가 풀린 수말이 욕정에 불타올라 파르티아의 암말을 덮치는 듯한 모습으로 타오르는 욕정을 이루고야 말았습니다. 그 일이 끝난 순간에 통 속도 깨끗이 매만져졌습니다. 젊은이는 페로넬라에게서 떨어지고 그녀도 통에서 얼굴을 꺼냈으며 남편은 밖으로 나왔습니다.

 

503

옛날 아주 옛날 아레초의 거리에 토파노라는 부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기타 부인이라고 부르는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맞았지만 어쩐 까닭인지 그 뒤로 갑자기 질투심 강한 사나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부인은 남편에게 마구 화를 내며 왜 그렇게 시샘을 하느냐고 몇 번이나 따져 묻곤 했습니다만, 특별히 이렇다 할 이유도 없는 듯 해 자기에게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까닭도 없이 질투하는 남편을 한번 실컷 골려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509

옛날 아리미노의 거리에 돈과 땅을 많이 갖고 있는 부자 상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세상에 보기 드문 미인을 아내로 두고 있었는데 그러는 동안 몹시 질투를 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아내를 몹시 사랑했고 그녀가 너무 예뻤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아내가 애써 그의 마음에 들도록 처신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어떤 사나이라도 아내를 좋아할 것이 틀림없다고 지레 짐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누구나 예쁘다고 할 것이고 또 자기에게 대하는 것과 같이 남도 기쁘게 해주려고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요. 그와 같은 병적인 질투에 눈이 어두워진 남편이 감시를 엄하게 하고 그 행동을 구속하고 있어서 그녀는 마치 사형선고를 받은 중죄인이나 다를 바 없었는데, 죄인도 형리에게 이처럼 엄한 감시는 받지 않으리라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부인은 남의 결혼식에도 축제에도 혹은 성당에 조차도 가지 못했으며 또 어떤 핑계로도 단 한발자국도 집 밖으로 내놓을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534

설사 너를 진흙 속에서 주웠다고 하더라도 이 사나이에겐 과분하다 그 말이다. 아암 과분하고 말고 내 딸이 이런 당나귀 똥만도 못한 장사치 따위의 입길에 오르다니 이놈, 네 놈의 악운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닳아서 찌그러진 구두를 신고 허리에 펜을 찌르고 로마냐 지방의 촌 무지렁이 티가 덕지덕지 한 산적의 끄나풀 따위가 약간 돈이 생기니까 귀족 출신 처녀나 양갓집 규수에게 장가들고 싶어서 문장이 새겨진 무구를 자랑하면서 하던 말이 여건 걸작이 아니더라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러이러한 문벌의 자제로서라나 뭐라나를 씨부렁대면서...아들놈들이 내 말을 듣지 않아서 이 지경이 되었구나. 실상 너는 아주 하찮은 지참금으로 구이디 백작 가문에 출가할 수도 있었다고. 그런 걸 아들놈들은, 네가 글쎄 피렌체 제일의 훌륭한 규수이고 가장 착한 아가씨였는데도 아치 우리가 너를 전혀 알지도 못했던 것처럼 염치도 남의 이목도 아랑곳없이 한밤중에 아내를 화냥년 다루듯 하는 사내놈에게 시집을 보냈으니 하늘에 맹세코 내 말이 지당하다고 생각하거든 이 놈을 당장에 요절을 내야 마땅하느니라.

 

549

이렇듯 두 사람은 똑같이 사랑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이미 사랑의 승리에 취해 있던 팅고치오는 부인의 기름진 토지에 집착하여 연장을 넣어 지나치게 갈고 닦고 일구고 하는 바람에 정력을 있는 대로 소비해 버리고 말아 병을 얻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갈수록 병이 심해져 끝내는 이 세상과 영영 작별하고 말았습니다.

 

여덟째 날

555

라우레타의 주재 아래 여자가 남자를, 남자가 여자를 속이고 또는 남자끼리 속이는 이야기가 중심이 됩니다.

 

556

여자는 누구 할 것 없이 정숙하지 않으면 안되고 자기의 정조를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지키며 어떤 이유로도 그것을 더럽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그렇다 하더라도 금전을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한 여자만은 화형에 처해야 한다는 나는 단언합니다. 그와는 달리 사랑 때문에 그렇게 했을 경우에는..지나치게 엄하지 않은 재판관이라면 관대하게 다루리라 생각합니다.

여자에게만 강요된 정조관념

 

559

당시 교구 안에서 가장 그의 마음에 들었던 사람은 벤티베냐 델 마초라는 농부의 아내로 벨콜로레라고 하는 여자였습니다. 그녀는 실로 시골여자답지 않게 요염하고 머리털이 까맣고 윤기가 도는, 어떤 여자보다 절구질하기에 알맞은 탄력 있는 몸매를 갖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솜씨 좋게 탬버린을 치면서, ‘사람은 저마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고 고운 목소리로 노래 부르곤 했습니다. 그리고 때에 따라 한쪽 손에 하늘거리는 예쁜 손수건을 들고 근처의 누구보다도 맵시 있게 이 지방 특유의 춤이나 원무를 추기고 했습니다.

 

564

네가 다음에 벨콜로레 아주머닐 만나거든 사제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 말해 주어라. 절구를 빌려주지 않으면 나는 절구공이를 빌려주지 않겠다고 피차일반 아닌가 하고.

 

574

사제는 나이가 많았지만 마음은 여간 젊지 않았으며 자부심도 강한데다가 거만했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에나 자신만만하고 그 태도나 품성이 불쾌하고 얼굴을 찡그리게 할 만한 점이 많았으며 욕심 사납고 천박스러웠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좋게 생각하는 자는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싫어하는 사람이 이 부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좋아하지도 않았을 뿐 더러 머리가 아플 정도로 혐오감을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처럼 보기조차 역겨운 그의 고백을 듣자 총명한 부인은...

 

아홉째 날

651

에밀리아가 여왕이 되어 저마다 나름대로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660

아자베타는 죄지은 몸인 만큼 부끄러운 나머지 그저 오들오들 떨 뿐 말대꾸할 말이 없어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에 그 모습은 다른 수녀들의 동정을 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원장은 계속 구구하게 꾸짖어 댔기 때문에 참다못해 이자베타는 용기를 내어 얼굴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원장이 쓰고 있는 팬츠가 눈에 띄었습니다. 더구나 그 끈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자 가까스로 안도의 숨을 돌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장님 제발 두건 끈을 매신 다음에 하실 말씀을 계속해 주세요.”

 

665

그 물약을 만들려면 토실토실 살진 좋은 수탉이 여섯 마리 있어야 하네. 게다가 다른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5리라쯤 있어야 하니, 그 돈을 수탉과 함께 내 집으로 보내주게. 그럼 내일아침까지 어김없이 그 물약을 만들어 보낼 테니 한 번에 큰 컵으로 한 잔씩만 먹도록 하게“..그는 귀찮겠지만 수고 좀 해달라고 말했습니다.

 

667

두 사람의 생활 양식은 여러 모로 달랐습니다만 한 가지 점에서는 일치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둘 다 아버지를 아주 싫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친구가 되어 노상 가까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남이고 상류생활을 몸에 익힌 안줄리에리는 아버지가 보내주신 생활비 만으로는 시에나에서의 생활에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699

난니는 즉시 젬마타를 발가벗겨 암말마냥 마룻바닥에 네 발로 엎드리게 하고, 역시 무슨 일이 생겨도 절대 한마디라도 해서는 안 된다고 일렀습니다....다시 그녀의 가슴에 손을 대니 토실토실하고 동그만 젖통이 닿아 부르지도 않은 것이 그만 슬그머니 고개를 추켜들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말의 근사한 가슴이 되소서그러면서 그녀의 등과 배와 엉덩이와 허벅지와 다리를 만졌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꼬리를 붙이는 일만이 남았기 때문에 자기의 속옷을 걷어 올리고 남자를 심는 말뚝을 손에 쥐자 그것을 만들어진 구멍에 집어넣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말의 아름다운 꼬리가 되옵소서.”

아까부터 모든 것을 잠자코 보고 있던 피에트로는 이 마지막 수작을 보자 기겁을 하여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어, , 잔니 꼬리는 필요 없어. 꼬리는 필요 없어.”

이 때 이미 식물의 뿌리에서 액체가 나온 뒤여서 잔니는 숙 잡아 빼며 이렇게 대꾸했습니다. “아니 피에트로 어찌된 일이야? 어떤 것을 보더라도 입을 떼어서는 안된다고 하지 않았나...마술을 죄다 망치고 말았네. 이렇게 되면 부인은 두 번 다시 암말이 될 수가 없는 거야.”

 

열째 날

 

703

팜필로가 왕이 되어 그의 주재 아래 사랑과 그 밖의 사건에서 상상 밖의 아량을 베풀었다든가 또는 너그러운 행위를 한 이야기가 벌어집니다.

 

720

그의 집에는 슬기롭고 어진 어머니가 계셨습니다. 아들한테서 모든 사정을 들은 어머니는 남몰래 방에 불을 지피고 부인을 목욕시켜 거의 다 죽은 목숨을 다시 이 세상에 소생시켜 주었습니다.

 

722

페르시아에는 옛날부터 퍽 재미있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그건 다름이 아니라 친구를 대접하고자 할 때는 그를 자기 집으로 초청하여 아내이든 애인이든 혹은 딸이든 아무튼 자기가 가장 아끼는 것을 친구에게 보여준다는 것으로 만약 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자신의 심장조차도 보여줄 용의가 있노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727

부인은 이 기사의 집요함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그가 요구하는 것을 시원하게 거절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그의 사랑을 끊어야만 되겠기에 자기 판단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계책을 생각해 냈습니다. 그것으로 그의 집요함을 끊자는 것이었습니다.

 

728

내 부탁은 이렇습니다. 내년 1월 이 고장에서 5월의 뜰과 똑같이 싱싱하고 푸른빛 풀이 가득하고 꽃이 활짝 피고 푸르른 나뭇잎이 우거진 뜰을 보았으면 해요.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당신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든 심부름을 보내지 말도록 해 줘요. 그런데도 여전히 귀찮게 한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일을 남편이나 친척에게 알리지 않았지만 이젠 다 털어놓고 성가심을 덜어달라고 하겠어요.

 

729

디아노라, 자기의 정조를 걸고 남과 조건부의 약속을 한다든가, 심부름하는 사람이 지껄이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정숙한 부인이 취할 현명한 짓이 못되어. 남을 통해서 듣는 말이란 여러 사람의 상상 이상의 힘을 가지는 것이며, 그것이 연인의 경우에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힘을 갖는 법이오....당신은 안살도 씨에게 가서 가능한 방법으로 당신의 정조를 지키면서 이번 약속의 의무를 풀어달라고 하오. 정 그것이 어렵다면 이번만은 몸을 허락하되 마음까지 허락해서는 안되오.

 

730

제가 여기 온 것은 사랑 때문도 아니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남편의 지시를 따랐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자기의 명예와 제 명예보다도 남작님께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치르신 수고에 대해 존경한 나머지 저를 이곳으로 보냈습니다. 그래서 남편의 지시를 따라 이번에는 남작님의 뜻을 좇을까 하옵니다.

 

734

아가씨들은 생선 튀김도 어지간히 되었고 그 밖에도 여러 마리의 고기를 잡았기 때문에 희고 엷은 옷이 몸에 찰싹 붙어서 속살이 보일 듯 말 듯한 모습으로 연못에서 나왔습니다. 그러고는 각자 가지고 온 물건을 다시 챙겨들고 왕의 앞을 부끄러운 듯이 지나 집안으로 돌아갔습니다.

 

736

마음이 올곧은 백작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폐하 신은 폐하의 말씀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신은 일찍부터 폐하를 모셔왔기 때문에 더욱 놀라움을 갖는 바이옵니다. 사랑이란 날카로운 손톱으로 붙들어야 되는 것이 온데 젊으셨을 시절에는 그러한 정열을 갖지 않으셨으면서 어찌하여 노경에 드신 지금에야 사랑에 빠지시옵니까? 마치 기적이 일어난 듯 신에게는 이상하다기보다도 기괴하지 짝이 없는 일인가 하옵니다. 황공하오나 신이 페하를 간할 수 있는 처지이옵기에 삼가 간언을 드리옵니다. 폐하는 새로 얻으신 나라에서 배반과 기만에 찬 미지의 국민을 다스리고 계시오며,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은 것을 아셔야 하옵니다. 아직도 나라에는 커다란 화근이 남아 있으며 다사다난한 정사가 쌓여 보좌가 따스할 겨를이 없사 온데 백성의 이목을 끄는 사랑에 빠지심은 부당한 처사이심을 살피시옵소서......신은 폐하가 만프레디 왕을 패배시키고 코르라디노를 무찌르신 것이 페하의 최대 영광이온 줄 아나,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것도 한층 커다란 영예라고 믿습니다. 하니 폐하는 백성의 모범이 되시고 자신을 극복하시어 그러한 욕망을 억제하셔서 모처럼 획득하신 영예를 그러한 오명으로 해치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이 말은 왕의 마음을 날카롭게 찔렀습니다. 그것이 진실임을 알기 때문에 고통이 더욱 컸습니다.

“백작은 이런 것을 아오? 용감하고 위대한 기사는 모든 적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쉽게 이길 수가 있지만 그런 기사도 자기 욕망을 이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오. 그러나 그 고통이 아무리 크든 또한 그것을 극복하는데 얼마나 큰 힘이 들든 말이오. 그대의 말은 짐을 깨우쳐 주었소 앞으로 며칠 동안에 짐이 적을 무찔렀던 것처럼 자신을 극복한 것을 그대에게 보여주리다.”

 

742

갸륵한 처녀야 너의 숭고한 사랑은 짐한테서 큰 명예를 받게 되었다. 해서 짐은 짐에 대한 네 사랑을 위해 네가 만족할 만한 대책을 마련하였다. 그 명예란 너도 나이가 찼으니까 짐이 정해주는 자를 남편으로 맞아달라는 거다. 허나 짐은 너를 지키는 기사가 되어 주리라. 그러나 그대로부터 사랑을 바라지는 않겠다. 오직 한 번의 키스만으로 족하다.

 

744

그러고는 두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짚고 그녀의 이마에 키스하였습니다. 신랑신부의 부모와 특히 신부 리자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컸으며, 성대한 잔치를 베풀어 결혼을 축하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언하기를 왕은 리자에 대해 성실히 약속을 지켰다고 합니다. 즉 평생 동안 자기는 리자의 기사라고 칭하며, 무슨 시합장이든 반드시 그녀가 선사한 장식용 띠를 매고 출전했다고 합니다.

 

747

사랑의 율법은 다른 어떤 율법보다 강한 힘을 지녔다. 그것은 우정의 율법뿐만 아니라 신의 율법조차도 깨뜨렸다. 옛날부터 아버지가 딸을 사랑한 일도 있었지 않은가/ 오빠가 여동생을 사랑한 일도, 계모가 전실 자식을 사랑한 일도 있지. 이러한 일들은 옛날부터 수천 번 있었던 일이 아닌가. 이런 것들이야말로 한 사내가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기괴한 일이 아닌가. 거기다가 나는 아직 젊다. 청춘은 사랑의 율법에 지배되는 거다. 사랑의 신이 기뻐하시는 것은 내게도 기쁨이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젊잖은 짓은 나이 먹은 사람이 하는 거다.

 

752

그러나 지시푸스는 자기는 올바른 짓을 했다고 주장하며 소프로니아를 자기보다도 훌륭한 사람과 결혼시켰으니 오히려 그녀의 친척한테서 사례를 받아야 한다고 내세웠습니다. 한편 티투스는 이러한 모든 일들이 귀에 들리게 되어 여러 가지로 성가셨으나 꾹 참고 견디어냈습니다.

 

779

그녀는 말없이 한참 동안 그 반지를 들여다보았습니다. 틀림없이 남편이 출정할 때 자기가 준 반지였습니다. 그녀는 그것을 꺼내 손에 들고 다른 나라사람으로 생각했던 토렐로씨를 똑똑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 되니 그가 누구인지 모를 리 없습니다. 그녀는 미친 듯 앞의 테이블을 뒤집어 엎으며 소리쳤습니다.

“저 저분은 내 남편이에요, 틀림없는 토렐로 씨에요.”

그녀는 외치면서 남편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달려가 옷이며 테이블 위의 음식도 아랑곳없이 와락 달려들어 껴안았습니다. 사람들이 놀라서 떼어놓으려 했으나 막무가내로 남편을 껴안은 채 풀지 않았습니다. 토렐로 씨가 나중에 얼마든지 시간이 있을 테니 손을 놓으라고 타일러서야 겨우 떨어졌습니다.

 

자기가 죽은 줄 알고 자기 아내와 결혼하려 했던 귀족에게 자기가 살아 있으니 아내를 찾아가도 아무 불만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끝을 맺었습니다. 신랑은 무척 당황하고 마음이 아팠지만 친구처럼 너그럽게 그녀에 관해선 그녀가 좋도록 하는 것이 자기 뜻이라고 대답했습니다.

 

783

“나는 그리셀다와 결혼하기 위해 찾아왔소. 그런데 그 전에 당신 앞에 그녀를 불러놓고 물어볼 말이 있소.” 그런 다음 그녀를 보고, 내가 그대를 아내로 맞으면 늘 내 마음에 흡족하도록 해주겠는지, 또 내가 하는 말고 행동에 대해 어떤 일이든 화내지 않고 늘 순종해주겠는지 물다 그녀는 그 물음에 낱낱이 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784

구알티에리와의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그녀는 이윽고 임신을 하여 딸을 낳았습니다. 구알티에리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이때 그의 마음에 기묘한 생각이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즉 오랜 세월을 두고 아내로서 견디기 어려운 생각이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오랜 세월을 두고 아내로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주어 그녀의 인내력을 시험해 보려 한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싫은 소리도 해보고, 화도 내보고, 아랫사람들이 그녀의 낮은 신분을 불만스레 여기고 있다는 등 투정을 하다가 아이를 낳자 더욱 심하게 그런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심지어 여자 아이를 낳았다고 아랫사람들이 섭섭히 여긴다는 말까지 덧붙였습니다. 부인은 남편의 그러한 말을 들어도 얼굴빛 하나 달라지지 않고 어질고 착한 그대로의 태도로 말했습니다.

 

786

‘부디 당신 뜻대로 하세요.“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딸과 같은 방법으로 아들도 죽인 것처럼 해서 딸을 보냈던 볼로냐로 보내 길러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 때에도 부인은 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고 푸념도 늘어놓지 않았습니다.

 

구알티에리는 아내의 인내를 시험할 마지막 때가 왔다고 생각하여 아랫사람들에게 그리셀다를 더 이상 데리고 살 수가 없다. 그녀를 아내로 맞은 것은 젊은 혈기에 저지른 잘못이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교황의 허락을 얻어 그리셀다를 보내고 다른 여자를 맞아야겠다고 했습니다.

 

787

나는 신분이 낮은 내가 당신의 높은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당신과 결혼하여 얻은 신분은 당신과 하느님의 은총에 의해 얻어진 것이라 생각하며 지내왔으나 늘 빌어 받은 것으로 여기고 살아왔지요. 부디 도로 가져가도록 하세요. 나는 되돌려드리는 것이 당연하고 보며, 실제로 기꺼이 내놓겠어요. 여기 당신이 나와 결혼하실 때 주신 반지가 있어요. 어서 받으세요. 당신은 내가 시집올 때 가져온 것을 가지고 돌아가라는 분부를 내리셨는데 그 점에 대해선 경리도 부대도 나귀도 필요 없어요. 나는 맨몸으로 시집온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당신에 의해 자식을 낳은 내 몸을 남에게 보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신다면 나는 맨 몸으로 돌아가겠어요. 다만 내가 가지고 왔다가 이제는 되 갖고 갈 수 없게 된 순결한 몸값을 유일한 지참금 삼아 이 몸에 속옷 한 벌만 걸치게 해주세요.“.. 부인은 속옷 바람으로 신도 벗은 채 모두에게 작별을 한 다음 저택을 나와 울면서 친정으로 돌아갔습니다...잔누콜레는 구알티에리가 진심에서 딸을 아내로 맞은 게 아니라 믿고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예상하여 딸이 시집가는 날 아침에 벗어 놓고 간 옷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딸에게 내주었습니다. 그녀는 다시 그것을 입고 옛날처럼 집안일을 돌보며 잔인한 운명이 내리는 매서운 공격을 강한 의지로 참고 견디었습니다.

 

789

구알티에리는 그녀가 이러한 사태가 벌어져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도 추태도 부리지 않는 것을 보자 그녀의 인내력이 여간 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즉 그녀가 매우 총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끝맺음 말

 

796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런 제멋대로 하는 말은 비록 교회의 역사 가운데 내가 쓴 것보다 훨씬 추문이 되는 이야기가 적잖이 있다 하더라고 깨끗한 정신과 깨끗한 말을 해야 할 성당 안에서는 지껄이지 않은 게 묵계로 되어 있고, 또한 다른 곳보다 엄숙함이 요구되는 철학을 공부하는 철학자들 사이에서도 지껄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분풀이를 할 대저택의 정원 같은 곳에서는 젊은 사람들 사이라든가, 진귀한 이야기 같은 것은 외면하는 꽤 나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실제로 가장 정숙한 생활을 하는 몸이면서도 연인과 밀회하다가 허겁지겁 남자의 팬츠를 뒤집어쓰고 달려 나오는 판이니, 이런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798

요컨대 이 이야기를 읽으시는 분들은 나쁜 자극을 주는 것은 피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읽으면 됩니다. 그 대문에 읽는 사람을 그르치지 않도록 이야기 첫머리에 모두 그 내용 전체의 줄거리가 짧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799

사실 나는 신중한 사나이라는 것을 고백합니다. 지난날에도 늘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신중하지 못했다고 보는 사람들에게, 나는 무게 있는 사람이 아니라 물 위에 뜰 정도로 아주 가벼운 사람임을 단언합니다.

 

800

상냥하신 부인 여러분, 이것을 읽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면, 나를 생각하면서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평화롭게 사시기 바라 마지 않습니다.

 

 

보카치오의 생애와 작품에 대하여

801~803

중세기 문학의 위대한 종료를 장식하는 단테에 이어,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을 찍어 이탈리아 문학에 근대성을 불어넣었던 사람이 페트라르카이다. 그로부터 참다운 의미에서 근대 이탈리아 문학이 시작되었다고 봐야 하는데, 그의 주된 사상은 인문주의이다. 보카치오도 그 사상의 테두리 안에서 높이 평가될 인물이다.

 

반드시 타당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중세를 가리켜 암흑의 시대라고 부른다. 문화 활동이 종교적 속박 때문에 침체되어 신의 문제에 너무나 집착한 나머지, 문학이나 예술의 가장 중요한 소재는 한사코 신이나 신적인 것, 또는 그들을 칭송하기 위한 것에 국한되어 있었다. 인간본위 문화의 헬레니즘이 로마에 이식되어 발전해 갔지만 교권 만능의 문화권에서 헬레니즘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인문주의는 여기에 대항해서 생겨난 것이다. 기독 사상은 인정하면서, 아니 오히려 그것을 더욱 고양된 의미에 있어서 승화시켜 문학 속에 표현하고자 하되, 인간의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오랫동안 잊혀졌던 고전 작품 속에서 인간의 참다운 가치를 찾아보고, 새로운 문학의 방향을 설정하는 이정표를 세우는 데 필요한 초석을 찾으려고 했으니, 이것이 곧 인문주의의 근본이다. 고전 연구 작업이 페트라르카나 보카치오 이전에도 있었지만, 수사학 상 혹은 문체론 상 모방을 찾기 위해서였을 뿐이었고, 본질적인 연구는 곧 인문주의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중세 문학성과 근대 문학성은 어떻게 다르단 말인가? 단테, 페트라르카, 보카치오의 시를 보자.

 

내 여인이 인사할 때

한껏 거룩하고 성스럽게 보여

누구든 혀를 떨며 굳어지고

눈을 들어 쳐다보질 못하네

 

이것은 단테의 소네트 중의 하나이다. ‘내 여인은 바로 베아트리체이다. 그녀가 인사할 때 매우 거룩하고 성스럽게 보인다니, 그야말로 시인에겐 고귀한 존재이지 평범한 여인은 아니다. 그녀는 천사적인 인물로 승화되었고, 또 단테는 그녀를 통하여 인간적인 사랑이라기보다 신적인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이 소네트가 소재하고 있는 <신생>이나 <신곡>에 나타나는 여성에 대한 사랑은 범임의 것이 아니고, 시인과 승화된 천사와의 사랑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바로 가까이 가 말했다.

“그대를 사랑하오.”

미소 머금은 그녀

온몸을 내게 돌려.....

 

베아트리체는 성모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신생>을 자서전적인 이야기로 받아준다고 할 때, 단테의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을 중세문학적 입장에서 벗어나 생각한다면 납득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야 만다. 베아트리체는 인간이 아니다. 천사이자 선의 집합체이다. 단테는 그녀를 통해 선의 방향과 신적인 사랑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페트라르카에 이르면 이와 판이하게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거기 내게만 여인으로 보이는 그녀,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네.

 

이것은 페트라르카의 시의 한 부분이다...그녀는 천사가 아니다. 평범한 여인이다. 이러한 사상은 보카치오의 시에도 잘 나타나 있는데 그가 그리던 여성은 피암메타다.

 

꽃 따러 돌아다니는

그녀를 보았을 적

 

꽃 따러 다니는 여인, 그녀는 우리 생활 속의 여인이고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여인이지, 결코 베아트리체가 될 수 없다.

 

이처럼 인문주의자들의 관점은 중세기의 신적인 문제에서 인간적인 점으로 압축되고 있다. 고전 작품을 연구하여 그 속에서 예술관을 찾아내려는 이들의 특성을 다소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문제, 인간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인문주의는 곧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가 태동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를 유발시키고 있다. 보카치오는 페트라르카가 출발점을 찍어놓은 이 인문주의의 직속 계승자이며, 탁월한 산문력과 창작력을 구사하여 전 대중 속에 깊숙이 파고든 작가였다.

 

 

3. 내가 저자라면

 

무진장 기대하고 든 데카메론! 10기의 닉네임이 데카상스가 더욱 일고 싶었다. 하지만 16~22 페이지의 페스트가 창궐한 피렌체의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굳이 재미있는 날을 고른다면 나는 첫째 날과 마지막 날의 이야기가 좋다. 첫째 날은 자유주제이긴 하지만 처음 만난 남녀들이 처음으로 나눌 법한 이야기로 그 당시 시대 상황을 풍자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마지막 날은 관대한 주제나 영혼의 위대성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성직자의 성적 욕망과 탐욕을 비웃는 이야기를 보면서 재미있다기 보다는 설마?’라는 의구심이 들었고, 정숙한 여인들이 남편을 속이고 신부나 수도자와 바람을 피는 장면은 흥미롭다기보다는 짜증이 올라왔다. 계속 읽어나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특별한 취향이 없듯, 음식을 맛 볼 때도 별다른 감흥이 없듯, 난 성적인 것에도 별다른 흥미가 없는 여자인가? 내가 야한 이야기에 별 흥미를 못 느끼는 이유는 뭘까? 내 본능에 문제가 있나?

 

나 혹시 몸은 현대를 살고 있지만, 정신은 중세를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관대한 주제나 영혼의 위대성을 좋아하는 것을 내 취향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내 영혼을 억압하는 존재가 있는 것 아닌가? 영혼의 중세를 벗어나기 위해 난 뭘 해야 하나?

 

목차와 구성

 

1349년에 시작하여 1353년에 마무리 지은 <데카메론> 10일 동안에 전개되는 이야기 모임에서 나온 100가지 이야기와 10편의 발라드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된 작품이기는 하지만 일정한 주제 아래 질서정연하게 분류되어 있다.

 

14세기 피렌체, 흑사병은 대참사를 불러온다. 점차 폐허가 되어가는 피렌체를 버리고 사람들은 피신한다. 소도시의 성당에 일곱 명의 숙녀와 세 명의 남자가 우연히 모인다. 그들은 피난을 가기로 의견을 모은다. 시 교외에 있는 피에졸레 언덕으로 가서 여장을 풀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열 사람이 하루씩 그 날의 왕이 되어 주제를 정하고 각자 하루에 한 편씩 이야기하기로 합의를 본다.

 

첫째 날과 아홉째 날의 주제는 자유이고, 둘째 날에는 많은 갈등과 고뇌를 겪고 나서 행복한 끝을 맺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셋째 날에는 갈망하던 것을 획득하는 사람들에 관해서, 넷째 날에는 불행한 결말을 갖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 다섯째 날에는 행복한 결실을 맺는 사람들의 이야기, 여섯째 날에는 재치를 이용하여 교묘한 응답을 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일곱째 날과 여덟째 날에는 부부간이나 남녀 간에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 마지막 날에는 고상하고 관대한 주제나 영혼의 위대성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이중에서 가장 우수한 것은 셋째와 일곱째 날의 이야기라고 전해진다.

 

첫째 날은 자유주제이긴 하지만 처음 만난 남녀들이 처음으로 나눌 법한 이야기로 그 당시 시대 상황을 풍자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첫 날, 첫 만남부터 본격적으로 야한 이야기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 날은 관대한 주제나 영혼의 위대성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결말 또한 시답잖은 속고 속이는 이야기나, 바람 피는 이야기로 마무리 짓기에 찜찜했을 것이다.

 

데카메론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머리말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

넷째 날

다섯째 날

여섯째 날

일곱째 날

여덟째 날

아홉째 날

열째 날

끝맺음말

보카치오의 생애와 작품에 대하여

보카치오 연보

 

<데카메론>은 일종의 우화집이다. 보카치오는 100개의 우화로 유럽 사회를 조롱하고 고발한다. 보카치오가 살았던 피렌체는 유럽 경제의 중심지로 돈이 넘쳐나는 도시였다. 호사스러운 생활에 물든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심하게 타락했고, 권력자들과 성직자들마저 너 나 할 것 없이 음란하고 방탕한 생활에 젖어 있었다. 보카치오는 페스트를 `부패한 피렌체에 신이 내린 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문학을 통해 타락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데카메론`이다. `데카메론`을 일종의 고발문학이라고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보카치오가 문학자로서의 천재성이 성숙되어 <데카메론>의 전제가 되는 작품을 쓰고, <데카메론>의 내용이 되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상업을 익히려고 간(1325∼1328) 활기찬 항구도시 나폴리에서, 그리고 근무처인 바르디은행의 융자로 번영하고 있던 안주 왕가(王家)의 로베르토왕의 궁정에서 생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데카메론>에는 다앙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왕과 왕족, 정치인, 기사, 수도원장, 성직자, 법관, 철학자에서부터 여관 주인과 노예에 이르기까지 당시 사회를 구성했던 거의 모든 계층이 주인공이다. 보카치오는 당시 중부 이탈리아에서 떠돌아다니던 이야기를 수집해 책의 골격을 세웠다. 따라서 책에 수록된 에피소드들은 상당수가 현실에서 시작된 것들이다. 이 때문에 <데카메론>을 통해 르네상스 초기 이탈리아의 사회상을 들여다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각 날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첫 번째 날의 이야기 자유주제

팜피네아가 왕이 되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전개한다.

 

1. 차펠레토의 이야기

 

데카메론의 이야기 속에서 언급되는 인물. 고리대금업과 각종 위조업을 하는 사리사욕만 탐하는 악인. 그런데 죽을 때가 되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주 제대로 큰 속임수를 한 번 부려보고 죽겠노라고 공언한다. 차펠레토는 이름난 성직자를 불러 자신이 살아오면서 지은 죄를 낱낱히 고백하는데, 매우 큰 죄를 범했다고 하고는 사실 별 것 아닌 사소한 죄를 말하는 수법으로(예를 들어 신성모독을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너무나도 큰 죄를 지어 부끄럽다고 하면서, 교회 바닥에다가 침을 뱉은 적이 한 번 있다고 답하는 식), 자신의 도덕 기준이 아주 높고 성격이 매우 결백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덕분에 차펠레토가 결백한 인물이라고 생각한 성직자는 크게 감동을 하고,죽은 후에는 성자로 널리 소문이 나면서 더욱더 그 인성이 거룩하다고 과장된다.

결국 이후에, 인근 사람들 사이에 역설적이게도 실제로는 악인이었던 차펠레토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와 축복을 하는 풍습까지 생기게 된다는 이야기.

 

2. 자노 드 세비네의 이야기

 

자노 드 세비네는 프랑스의 한 부유한 상인으로 자신의 친구였던 아브라함이라는 한 야박한 유태인에게 기독교로 개종해 볼 것을 권유한다. 자도 드 세비네는 교황청이 있는 곳을 한 번 구경하고 오면 기독교의 오묘한 진리와 높은 수준에 감동하여 기독교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권유한다. 아브라함은 교황청과 성직자들의 세계를 구경한다. 구경을 마치고 돌아온 유태인은 과연 기독교는 좋은 것이라고 하면서, 자기도 기독교도가 되겠다고 한다.

그런데, 유태인 아브라함이 말하는 그 이유인즉, 기독교가 고매한 종교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로, 기독교계의 실상을 구경해보니 기독교의 성직자들은 온갖 뇌물, 협잡, 매춘, 남색을 극심하게 즐기는 것을 목격했는데 이러면서도 기독교가 망하지 않는 것은 과연 하느님의 뜻이 있기 때문이리라는 것이다.

 

3. 살라디노의 이야기

 

살라디노는 중동 세계의 어느 왕으로 그리스도교도, 이슬람교도들을 대상으로 한 많은 전쟁에서 이긴 위대한 왕이다. 그런데 갑자기 재정이 어려워져서, 멜기세덱이라는 한 돈 많은 유대인에게 죄를 물어서 돈을 빼앗으려고 한다. 살라디노 왕은 멜기세덱에게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이냐?" 고 묻는다. 멜기세덱이 무엇이라고 대답하든 다른 종교를 모독했다고 해서 죄를 줄 계획이었다.

그런데, 멜기세덱은 한 아버지가 세 자식에게 반지를 유산으로 물려 주면서 진품 반지와 똑같이 만든 반지 둘을 섞어서 알아보지 못하게 나눠 준 이야기를 해 주면서, 세 자식들은 어느 반지가 진짜인지 도저히 구분할 수 없으므로 각자 아버지의 뜻을 존중하면서 우애 깊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살라디노 왕은 감탄하여 멜기세덱에게 죄를 묻을 계획을 버리고, 솔직히 돈을 빌려달라고 하고, 멜기세덱은 돈을 빌려 준 후, 살라디노 왕과 친한 친구가 된다.

 

4. 루니지아나 수도원장의 이야기

 

루니지아나라는 곳에 한 수도원이 있었는데, 한 젊은 수도사가 그만 한 젊은 아가씨와 눈이 맞아서 몰래 아가씨를 방에 끌어 들여 일을 치른다. 젊은 수도사는 수도원장에게 들키지 않고 처녀를 내보낼 방법을 궁리하는데, 궁리 끝에 그 아가씨를 수도원장에게만 보이는 곳에 둔다. 수도원장은 아가씨를 보고 마음이 동하고, 아가씨 또한 수도원장에게 또 마음이 끌려 두 사람은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수도사는 이때 나타나, "자신은 이 교파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여자 신도와 함께 이와 같이 특이한 방법으로 수도를 하는 절차가 있는지는 몰랐다"고 시치미를 때며 말하여, 자신이 수도원장과 아가씨를 목격했음을 암시한다.

결국 수도원장은 자신의 행동이 발설될 것을 두려워하여, 젊은 수도사와 아가씨의 일을 없던 일로 덮어 두고, 이후로 수도원장과 수도사는 합심하여 종종 아가씨를 방에 끌어들이게 된다.

 

5. 몬페르라토 후작부인의 이야기

 

몬페르라토 후작은 유명한 십자군 전쟁의 용사였으며, 그 부인은 높은 인품과 아름다운 용모로 이름을 널리 떨쳤다. 하루는 몬페르라토 후작이 섬기던 왕이 후작의 집을 방문했는데, 왕은 음탕한 욕심이 많아서 몬페르라토 후작부인을 자신이 차지하기 위해 탐내고 있었다. 이에 몬페르라토 후작부인은 꾀를 내어 왕에게 주는 모든 요리를 무조건 암탉을 이용해서 만들어서 대접한다. 왕은 몹시 질리게 되어 이상하게 여겨서, "왜 모든 음식의 재료가 암탉 밖에 없습니까?" 라고 묻자, 몬페르라토 후작부인은 답하기를, "이와 같이 암컷들은 겉은 어떻게 꾸미든 속은 똑같은 것입니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왕은 자신이 여자들을 탐내는 것을 경계하는 말임을 깨닫고 떠났다.

 

6. 페이트로 달라키의 이야기

 

이야기에서 성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수도사 라고 만 언급되나, 조반니 빌라니의 연대기와 대조해 보면, 그 이름이 피에트로 달라키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피에트로 달라키는 재물을 밝히는 수도사로, 어느 부자가 자기 집에 있는 포도주를 자랑하면서 술김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실 만한 포도주"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을 트집 잡아서 돈을 뜯어내려고 한다. 피에트로 달라키는 이 부자가 "그리스도가 술 주정뱅이라는 식으로 신성모독 표현을 사용했다"고 하여, 종교 재판으로 화형에 처해버리려고 한다. 부자는 살려달라고 하면서 뇌물을 바치고, 피에트로 달라키는 많은 돈을 받고, 매일 수도원에서 경건히 기도하게 하는 조건으로 화형을 면해 준다.

나중에 기도 생활의 소감을 한 번 말해 보라고 하자, 부자는 "매일 수도원에 수프가 남아도는 것을 보았는데, '하나에 대해 백을 받게 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으니, 수도원 사람들은 지옥에서 수프의 바다에 빠져 죽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한다. 수도사는 부자를 꺼림칙하게 여겨, 기도를 멈추고 집에 그냥 돌아가게 한다.

데카메론에서 언급된 이야기 중에는 "돈은 욕심 많은 성직자의 악질 탐욕병에는 매우 큰 효과가 있는 법이다", "이 미약은 그 효과가 비할 것이 없어서, 갈레노스의 의학서에는 써 있지 않습니다만, 그 효험 덕분에 화형을 십자가로 바뀌었다"라는 식으로 뇌물을 풍자하는 표현이 등장한다.

 

7. 베르가미노의 이야기

 

베르가미노는 명쾌하고 말 잘하는 재주꾼인데, 카네 델라 스칼라라는 사람이 호화로운 축하연을 베풀게 되어 베로나로 오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카네 델라 스칼라가 계획을 변경하게 되어, 재주꾼들이 다 흩어지게 되고 베르가미노에게는 연락이 잘 닿지 않아, 베르가미노는 하는 일 없이 베로나에서 막연히 기다리게 된다.

베르가미노는 돈이 다 떨어져 공연 의상 세 벌을 팔아 먹으며 버티는데, 그마저 다 날리게 될 때 즈음, 카네 델라 스칼라가 나타난다. 베르가미노는 카네 델라 스칼라에게 예전의 뛰어난 즉흥 시인인 프리맛소의 이야기를 해 준다. 이야기인 즉슨, 프리맛소가 클뤼니 수도원장에게 초대를 받았는데, 수도원장이 제대로 대접을 해 주지 않아서 스스로 가져온 빵 세 덩어리를 하나 하나 씹어먹으면서 하릴없이 기다리기만 했는데, 수도원장이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융숭한 대접을 해 줬다는 것이다.

카네 델라 스칼라는 이 이야기가 베르가미노의 처지를 비유한 것임을 깨닫고, 베르가미노에게 넉넉한 대접을 해 주었다.

 

8. 에르미노 데 그리말디의 이야기

 

에르미노 데 그리말디는 이탈리아 제노바의 귀족으로 굉장한 부자였다. 그러나, 매우 인색하고 욕심이 많은 인물이었다. 하루는 그의 집에 귈리엘모 보르시에레라는, 사람들 사이의 화해와 우의를 잘 지키도록 돕는 것으로 평판이 높은 궁정인이 찾아 왔다. 에르미노 데 그리말디는 귈리엘모 보르시에레에게 "응접실에게 걸 그림을 추천해 달라"고 하고, 귈리엘모 보르시에레는 "세상에서 당신이 본 적이 없는 기이한 것을 걸어 놓는 것이 좋겠다"고 답한다. 에르미노 데 그리말디가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귈리엘모 보르시에레는 "그것은 호화로운 기품"이라고 말한다.

에르미노 데 그리말디는 그 말이 자신의 욕심과 인색함을 풍자하는 것임을 깨닫고, 이후로는 후덕하고 여유로운 품성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9. 귀도 디 루지냐노의 이야기

 

이야기에는 사이프러스 초대 국왕이라고만 언급되나, 고티프레 드 불리옹의 십자군 전쟁이야기라고 나와 있으므로, 이 인물은 귀도 디 루지냐노이다.

그리스도의 묘를 참배하는 성지 순례를 하고 돌아오던 한 귀족 부인이 있었는데, 이 부인은 사이프러스 섬에서 몇몇 무뢰한들에게 심하게 욕을 보게 되었다. 귀족 부인은 모욕을 참지 못해, 귀도 디 루지냐노 왕에게 고발하려고 했지만, 왕이 아무 힘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므로, 더욱 분통이 터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족 부인은 끝내 왕을 찾아가서 탄식하기를, "어차피 왕에게 말해서 내가 당한 일을 갚아 달라고 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도대체 왕께서는 어떻게 억울한 일을 그렇게 잘 참는지 그걸 배우려고 찾아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사실은 왕께서 그렇게 잘 참는다고 하니, 내가 속이라도 풀어보려고 왕에게라도 대신 욕을 한 번 해보려고 마음 먹고 있다"고 한다.

이 말에 귀도 디 루지냐노 왕은 느낀 바가 있어서, 이후로는 상과 벌을 엄히 하고, 자신을 업신여기는 자들은 맹렬히 공격하여 권위를 지켰다고 한다.

 

10. 알베르토의 이야기

 

알베르토는 이탈리아 볼로냐의 이름난 의사로 노인이다. 그런데 노인인 그가 한 아름다운 과부에게 연정을 느껴, 핳상 그 과부의 집 주변을 기웃거리게 된다. 그러므로, 동네 부인들은 늙은 사람이 분수를 모른다고 알베르토를 비웃게 된다. 하루는 알베르토를 부인들이 초대하여 조롱하며 어떻게 그 나이에 그 아름다운 과부를 좋아하냐고 묻는다.

알베르토는 이에, "늙은 사람은 분별력이 있으니, 사랑하는 것이 더욱 진실한 것임이 틀림이 없으며, 지금 부인들은 채소를 먹을 때 영양가 있는 뿌리는 거들떠 보지 않고 잎과 줄기만 씹어 먹으며 평가를 하고 있으니, 사랑과 남자 또한 잘못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고 반론을 펼친다.

 

두 번째 날의 이야기 - 갈등과 고뇌를 겪고 행복한 끝을 맺게 되는 이야기

필로메나가 왕이 되어 여러 가지 일로 괴로움을 겪은 사람들이 뜻밖에 행복한 결과를 얻는 이야기를 전개

 

11. 마르텔리노의 이야기

 

마르텔리노는 피렌체의 재주꾼으로 동료 두 명과 함께 독일의 한 마을에서 성골(聖骨, 성인들의 유골)로 숭배받고 있는 하인리히의 시체를 구경하려고 한다. 그런데 너무 사람이 많아서 가까이 갈 수 없었으므로, 마르텔리노를 꾀를 내어 자신이 손발이 오그라든 신체장애인인 척하다 하인리히의 시체와 가까워지면 기적으로 걸을 수 있게 되는 척함으로써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마음껏 구경한다.

그런데, 이 피렌체 재주꾼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서, 마르텔리노는 정체가 탄로나고, 속임수를 당한 것에 흥분한 군중들에게 몰매 맞아 죽기 직전에 이른다. 어쩔 수 없이, 마르텔리노의 동료들은 마르텔리노가 소매치기라고 거짓말을 해서 시장과 병사들이 마르텔리노를 연행해 오도록 해서 마르텔리노를 일단 구출한다. 마르텔리노가 소매치기라고 하자, 사람들은 저마다 돈을 도둑 맞았다고 하면서 돈을 내놓으라고 하고, 시장은 마르텔리노를 목매달아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마르텔리노는 목매달려 죽기 진전에,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돈을 빼앗긴 시기와 장소가 제 각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동료들이 돌아와 자신들은 얼마 전에 피렌체에서 온 사람임을 말하며 살려달라고 빌어서, 목숨을 구한다.

 

12. 리날도 다스티의 이야기

 

리날도 다스티는 베로나에 살던 상인으로 장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세 사나이를 만난다. 세 사나이들은 같이 길을 가면서, 자기들은 특별한 기도문을 외우지는 않는다고 하면서, 리날도 다스티의 기도하는 버릇에 대해 묻는데, 리날도 다스티는 성 줄리아노에게 좋은 잠자리를 내려 달라고 기도한다고 이야기 한다.

얼마 후 세 사나이들은 정체를 드러내는데, 이들은 노상강도로 리날도 다스티의 모든 재물과 옷까지 모두 빼앗아 버린다. 노상강도들은 리날도 다스티를 내던지고 조롱하면서 "어디 너와 우리 중에 누구에게 좋은 잠자리를 내려 주는지 기도가 맞는지 보자"라고 한다. 그날 밤 리날도 다스티는 맨몸으로 헤매다가 어느 아름다운 과부의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되는데, 과부의 죽은 남편과 리날도 다스티가 닮았기에 리날도 다스티는 융숭한 대접을 받고 과부의 침실에서 즐거운 밤을 보내게 된다.

리날도 다스티가 이튿날 성에 도착해 보니, 강도들은 모두 검거 되어 끌려가고 있었고 교수형을 당하게 된다.

 

13. 알렉산드로 람베르티의 이야기

 

이탈리아의 막대한 부자 가문인 람베르티 가문에 삼형제가 있었는데(아골란티 가문이라고도 한다), 이들은 너무나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재산을 모두 날리고 가난뱅이가 되어 버릴 위기에 처했다. 이들은 크게 반성하여, 영국으로 건너가서 고리대금업을 하면서 다시 악착 같이 돈을 모아서 재기에 성공한 후, 조카인 알렉산드로에게 영국의 재산을 관리하라고 맡겨 두고는 이탈리아로 돌아 온다.

이들은 이탈리아에 돌아와서 다시 방탕한 생활을 하는데, 때마침 영국에서 왕과 왕자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서 돈을 제대로 돌릴 수가 없게 되어 알렉산드로가 보내 주는 돈줄까지 끊기게 된다. 삼형제는 다시 가난뱅이가 되어 망하게 되고, 영국의 알렉산드로도 갈 곳이 없게 되어 일단 이탈리아로 돌아오려고 한다.

알렉산드로는 돌아오는 길에, 이탈리아로 가는 한 수도원장 일행을 따라다니게 되는데, 성실한 모습이 좋은 인상을 남긴다. 여관의 방이 없어서 알렉산드로는 수도원장과 단 둘이 같은 방에서 자게 되는데, 수도원장이 가슴에 알렉산드로의 손을 올려 놓는다. 알렉산드로는 금지된 애정표현이라고 생각하여 질겁을 하는데, 수도원장이 속옷을 풀어 손을 뻗어 만지게 하자, 여자의 유방이 만져진다. 알렉산드로가 놀라자, 수도원장은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자신은 교황에게 신랑감을 찾아 달라고 길을 떠나는 영국의 공주이며 알렉산드로에게 반하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결국 알렉산드로는 영국의 공주와 결혼하게 되고, 자신의 삼촌인 삼형제들을 가난에서 다시 구제해 준다. 또한 영국 왕과 왕자의 전쟁이 끝나고 영국에 평화가 찾아오자, 알렉산드로는 콘월의 백작이 된다. 어떤 전설에는 알렉산드로는 이후, 스코틀랜드를 정복하여 왕이 되었다고 한다.

 

14. 란돌포의 이야기

 

란돌포는 부자로 무역을 하기 위해 큰 배에 전 재산을 털어 상품을 사서 사이프러스 섬으로 간다. 그런데 사이프러스 섬에는 자신이 산 것과 같은 물품을 산 배들이 벌써 몇 척이나 와 있어서, 가격 폭락으로 란돌포는 알거지가 될 지경에 이른다. 란돌포는 절망하여 자살할까 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좋은 장비를 구입하여 터키인 배들을 공격하는 해적질을 시작한다.

란돌포는 해적질을 해서 돈을 모아서 어느 정도 부유해 지자, 이제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고 손을 털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런데 거친 폭풍을 만나 잠시 정박해 있을 때, 란돌포의 재물을 탐낸 제노바인 선단이 해적으로 돌변하여 란돌포의 재물을 몽땅 털어간다. 설상가상으로 란돌포는 풍랑을 만나 죽게 되는데, 널빤지 하나와 궤짝 하나에 의지해서 망망히 바다 위를 떠다니다가 빈 몸으로 코르퓨 섬에 닿는다.

그런데 마침 붙잡고 온 궤짝이 안에 보석들이 담겨 있는 보물상자였으므로, 란돌포는 자루에 보석을 숨겨서 고향으로 돌아온다. 란돌포가 보석을 판 돈은 막대했으므로, 이후에는 장사니 무역이니 하는 것은 다시는 생각하지 않고, 편안히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15. 안드레우치오 디 피에트로의 이야기

 

안드레우치오 디 피에트로는 하룻밤 사이에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사람이다. 안드레우치오 디 피에트로는 말 시장이 서는 나폴리에 말을 사러 갔다. 그는 말을 살 돈이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지갑을 자주 내어 보였다. 그때 한 젊고 아름답고 돈에 약한 시칠리아 여자가 그것을 보고 돈을 탐냈다. 여자는 몰래 안드레우치오 디 피에트로를 지켜보았는데, 그가 우연히 예전에 알던 한 할머니를 만나 반가워하는 것을 보고, 나중에 그 할머니에게 접근하여 안드레우치오 디 피에트로의 배경과 친척들에 대해 알아낸다.

여자는 한 하녀를 보내어 안드레우치오 디 피에트로를 만나고 싶다고 전한다. 여자는 아름답게 꾸미고 아름답게 치장한 집을 빌려서 그를 맞는다. 그는 여자가 귀부인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자신은 안드레우치오 디 피에트로의 아버지가 젊은 시절 객기로 임신시킨 여자가 낳은 배다른 여동생이라고 거짓말로 소개하면서, 자라나서는 시칠리아의 귀족 부인이 되었으나 시칠리아의 정변으로 나폴리로 도주해서 살고 있는 처지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지금껏 백방으로 아버지를 찾아 다녔는데, 이제 오빠를 만나게 되었으니 기쁘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친척관계에 대해서 확인한다. 그러자 안드레우치오 디 피에트로는 여자를 믿게 된다.

밤이 깊을 때까지 여자의 집에 있던 그는 옷을 벗고 잠자려 하다 화장실을 찾아갔다가, 잘못해서 오물을 덮어쓰고 담벼락 아래로 굴러 떨어지게 된다. 그는 다시 집을 찾아 들어가려 하는데, 사람들은 그런 여자는 없다면서 그를 미친 사람 취급 한다. 안드레우치오 디 피에트로는 어리둥절해 하면서 헤매게 된다. 그는 헤매던 길에서 도둑떼를 만나고, 안드레우치오 디 피에트로는 도둑떼들에게 사연을 이야기 한다. 그러자, 도둑떼들은 이것은 지갑을 잘 때 몰래 훔치기 위한 사기 수법이라고 알려주면서, 그곳은 말페르투치오(악마의 굴) 거리의 악명 높은 악당의 소굴이라 그대로 있었으면 살해 당했을 것이니 차라리 다행이라고 말해준다. 안드레우치오 디 피에트로는 깜짝 놀란다.

이후 그는 도둑의 협박으로 얼마 전에 매장된 대주교의 무덤을 도굴하는 일을 하게 된다. 도둑들은 무덤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꺼림칙하게 여겼으므로, 안드레우치오 디 피에트로가 도굴을 하게 되는데, 무거운 석관을 열고 들어가 이런저런 값진 물건을 석관 밖으로 던진다. 다만 마지막 귀한 반지 하나만은 던져 주지 않고, 못 찾겠다고 거짓말 한다. 그러자 도둑떼들은 무거운 석관 문을 닫아서 안드레우치오 디 피에트로를 가두어 버린 뒤에 도주한다.

안드레우치오 디 피에트로는 관 속에 갇힌 채 두려워하는데, 얼마 후 수도사들의 무리가 몰래 도굴을 하러 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들이 꺼림칙하게 여기고 머뭇거리자 한 수도사는 "시체는 사람을 잡아 먹지 못한다"고 자신만만해하면서 석관 문을 열게 하고 자기가 들어가려고 한다. 그러자 그 틈을 타서 안드레우치오 디 피에트로는 튀어 나온다. 수도사 일당들은 그것을 보고 깜짝 놀라 "10만명의 악마가 뒤를 쫓아오는 듯이" 도망치고, 안드레우치오 디 피에트로는 무덤에서 얻은 값진 반지를 들고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된다.

 

16. 베리톨라 카라치올라의 이야기

 

베리톨라 카라치올라는 한 귀족의 아름다운 부인이었다. 그 귀족은 시칠리아왕 만프레디의 충신이었는데, 만프레디가 샤를르 1세와 전쟁 중에 전사하고 샤를르 1세가 시칠리아를 접수한다는 소문이 돌자 귀족과 그 부인 베리톨라 카라치올라는 망명하려 하였다. 그런데, 시칠리아 백성들은 만프레디에 대한 충심이 약했으므로, 그 소식을 알게 되자 귀족을 붙잡아 샤를르 1세에게 압송해 버렸다. 이에 베리톨라 카라치올라는 임신한 몸으로 아들과 함께 작은 배를 타고 탈출한다.

작은 배는 한 섬에 난파하여 떠돌다가 한 섬에 닿게 된다. 베리톨라 카라치올라는 외진 곳에 숨어 지내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해적 떼가 섬을 습격하여 베리톨라 카라치올라의 아들과 새로 낳은 그 동생을 비롯해서 섬 사람들을 모두 노예로 붙잡아 가 버린다. 베리톨라 카라치올라는 외진 곳에 숨어서 비탄에 빠져 있다가 홀로 남겨지고, 뒤늦게 자신의 남편과 아이들을 모두 잃은 신세가 되었음을 깨닫고 괴로워한다.

베리톨라 카라치올라는 가장 절망한 순간, 한 새끼 사슴을 보고 갑자기 매우 아름답게 여기게 된다. 베리톨라 카라치올라는 출산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므로 젖이 많이 나왔으므로, 사슴에게 자기 젖을 물려 기르게 되고, 아무도 없는 섬에서 사슴에게 정을 주며 살게 된다. 그렇게 몇 달을 살면서 베리탈라 카라치올라는 사슴과 함께 살면서 짐승처럼 행동하고 사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다가 한 귀족의 배가 우연히 폭풍을 피하려고 섬에 정박했을 때 베리톨라 카라치올라를 보게 되어 구조 된다. 그녀는 자신의 신세를 이야기하며 사슴도 같이 데려가 달라고 말하여, 귀족의 집에서 살게 된다. 그런데 마침 그 귀족의 집에는 해적을 통해 노예로 팔려 갔던 아들이 하인으로 있었다. 아들은 시칠리아 사람들에게 붙잡히지 않기 위해 정체를 숨긴 채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너무도 달라진 서로의 모습에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같이 일하며 지내게 된다.

아들은 16세의 귀족의 딸과 눈이 맞게 되는데, 그리하여 한 꽃이 만발한 숲 속에서 쾌락을 즐기다가 그 모습을 귀족에게 들키게 된다. 귀족은 노하여 아들과 자신의 딸을 가두어 놓는다. 아들은 1년 동안 갇혀 있는 생활을 하다가 문득 시칠리아에서 반란이 일어나 다시 정세가 바뀌었다는 말을 듣는다. 아들은 이제야 새 세상이 왔는데 갇힌 신세가 되었다고 한탄하다가 자기 정체를 털어 놓는다. 그 말을 전해 놓은 귀족은 아들이 옛 시칠리아 왕 신하의 자식이라는 것을 믿지 않고, 베리톨라 카라치올라에게 남편과 아들에 대해 물어본다. 아들의 말과 베리톨라 부인의 말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귀족은 아들의 정체를 믿게 된다.

귀족은 베리톨라 카라치올라의 아들이 높은 신분의 귀족이니 자신의 딸과 결혼시키면 오히려 이득이라고 생각하여 결혼 시키고 어머니인 베리톨라 카라치올라와 만나게 한다. 아들은 결혼을 하면서 사람을 보내어 노예 중계상의 하인으로 일하고 있는 동생을 찾아낸다. 노예중계상은 동생의 정체를 믿지 않다가 돈을 주자, 돌변하여 친절히 동생을 보내어 준다. 이리하여 베리톨라 카라치올라는 두 아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결혼식이 끝난 후, 아들은 시칠리아에 아버지가 살아 있으며, 이제 정국이 바뀌어 다시 재기 했음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베리톨라 카라치올라는 두 아들과 함께 시칠리아로 돌아가 남편과 재회하고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평화로운 가정에 안착하게 된다.

 

17. 알라티엘의 이야기

 

이 이야기는 바빌로니아의 공주로 어마어마하게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했던 그녀가 4년 동안 9명의 서방이 바뀐 기구한 사연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9명의 서방에 대한 사연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1. 가르보의 왕: 바빌로니아가 아라비아의 침공을 받게 되었을 때, 가르보의 왕이 도와 주어 승리했으므로, 바빌로니아왕은 아름다운 딸인 알라티엘 공주를 가르보의 왕에게 시집 보내려고 배에 태워 보낸다.

- 2. 왕에게 시집가다가 난파한 후 구출해준 귀족: 알라티엘 공주가 탄 배는 폭풍에 휘말려 난파된다. 힘있는 남자들은 서로 작은 배로 탈출하려고 싸우다가 죽어 버리고, 공주와 시녀들만 배에 남아 있다가 어느 섬에 닿는다. 그곳에서 한 귀족이 공주를 발견하는데, 말도 통하지 않지만 미모와 기품에 반하여 공주를 위로하고 설득해 첩으로 삼는다. 귀족은 기품을 지키려는 공주에게 이슬람교도라서 먹지 못하던 독한 포도주를 먹인다. 그러자 공주는 술에 취해 춤을 추고 옷을 벗어 던진다. 그리하여, 귀족은 공주와 쾌락을 즐기게 되고, 공주는 "남자가 어떤 뿔 같은 것으로 여자를 찌른다는 것"을 그때껏 모르고 있다가 그 쾌락을 깨달아 이후, 적극적으로 탐닉하게 된다.

- 3. 귀족의 동생: 귀족에게는 혈기왕성한 동생이 있었는데, 귀족이 새로 들인 첩인 알라티엘 공주를 보고 깊게 반하게 된다. 동생은 알라티엘 공주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먼 곳으로 가는 배가 항구에서 떠나기 전날 밤에 형을 죽이고 알라티엘 공주를 납치한 뒤에 배를 타고 도주한다.

- 4. 동생이 야반도주할 때 배를 이끈 뱃사람: 동생이 타고 있던 배를 끌고 가던 뱃사람 두 명이 알라티엘 공주의 미모와 기품에 반하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 힘을 합하여 귀족의 동생을 살해하고 알라티엘 공주를 빼앗으리라 마음 먹는다. 두 사람은 배를 매우 빠르게 움직이게 하여 멀찌감치 가게 한 뒤, 바다 한 가운데에서 방심한 귀족의 동생을 살해한다. 그러나, 이후, 두 사람은 누가 먼저 알라티엘 공주와 함께 잠자리에 드느냐 하는 것을 두고 다투다가 결투를 벌여, 둘 중 한 사람은 죽고 나머지 한 사람도 중상을 입는다.

- 5. 뱃사람 동네의 영주: 살아남은 뱃사람은 알라티엘 공주와 함께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 여관에서 머물면서 지낸다. 그런데 미모와 기품이 대단한 정체불명의 여자에 대한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나갔으므로, 그 지방의 영주가 호기심을 품게 된다. 영주가 한번 찾아가 보니 알라티엘 공주는 정말로 대단한 미녀라 그만 모든 것을 잊고 사랑에 푹 빠지게 된다. 이것을 알게 된 뱃사람의 친척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서, 알라티엘 공주를 영주에게 갖다 바친다.

- 6. 영주의 친척인 공작: 영주는 알라티엘 공주를 탐닉하며 즐거운 생활을 한다. 그 소문을 들은 그 친척인 한 유부남 공작은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러자 영주는 자신과 함께 지내는 공주를 보여주면서 자랑한다. 그 모습을 보고 유부남이었던 공작은 격렬한 질투를 느끼고, 영주의 하인을 포섭하여, 어느 날 밤 침실에 잠입해서 하인이 영주의 옆구리를 관통할 만큼 깊숙이 칼을 찔러 암살하게 한 뒤, 그 하인 마저 목 졸라 죽이고, 시체를 없애 버린다. 공작은 자고 있는 알라티엘 공주의 옷을 벗은 모습을 보고 극히 감탄하여, 피를 묻힌 채로 알라티엘 공주 곁에 눕는다. 알라티엘 공주는 잠결에 그가 영주라고 착각했으므로, 두 사람은 밤새 쾌락을 누린다. 날이 밝자 공작은 공주를 납치하여 자신의 별장으로 도주한다.

- 7. 공작의 처남인 황태자: 한 미치광이가 목 졸라 죽인 영주 하인의 시체를 찾아서 그 목에 걸린 줄을 끌고 시내를 돌아다닌다. 사람들은 놀라서 미치광이를 조사하다가 영주가 암살 당했음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갑자기 도주한 공작이 수상하다고 생각하여 영주의 원수를 갚겠다고 전쟁을 일으킨다. 공작은 원군을 부르는데, 그 중에는 자신의 처남인 비잔틴 제국의 황태자도 있었다. 황태자는 누나인 공작 부인이 공작이 첩인 알라티엘 공주에게만 빠져 있어서 상심한 것을 알게 된다. 황태자는 이에 알라티엘 공주를 보게 되고, 그 미모와 기품에 빠져 온통 그녀만 생각하게 된다. 황태자는 마침내, 전쟁터의 지휘는 부하에게 맡기고, 자신은 수치스러움에 빠진 누님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워 알라티엘 공주를 납치해 간다.

- 8. 황태자의 나라와 원수인 터키의 술탄: 황태자는 전쟁 중에 여자와 함께 도주한 것 때문에 황제에게 꾸중을 들을까 봐 두려워 외딴 곳에서 알라티엘 공주와 함께 쾌락을 누리며 지낸다. 황태자가 외딴 곳에서 여자에게만 빠진 채 홀로 있다는 소식은, 비잔틴 제국의 원수인 터키의 술탄의 귀에도 들어간다. 그러자 터키의 술탄은 황태자가 있는 곳을 급습하여 그 부하들을 죽여 버리고, 전리품을 챙겨온다. 전리품을 점검하다가 어마어마하게 아름답고 기품 있는 여인인 알라티엘 공주가 있는 것을 보자 터키의 술탄은 반하여 그녀와 결혼한다.

- 9. 술탄의 신하: 알라티엘 공주는 그 동안 고향을 떠나서 지내면서 말이 안 통하는 곳에서만 지내고 있었는데, 술탄의 신하 중에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하여, 공주는 그와 같이 말을 나누다가 두 사람은 서로 정분이 나서 알라티엘 공주는 바람이 나게 된다. 얼마 후 비잔틴 제국의 황제가 복수를 하기 위해 모든 동맹국에게 조건을 보장하고 터키의 술탄을 공격하자, 술탄은 패하게 된다. 그러자, 술탄의 신하는 알라티엘 공주와 함께 피신하여 먼 섬의 항구도시로 달아난다.

항구도시에서 신하와 함께 알라티엘 공주는 같이 지내다가, 신하는 병들어 죽게 된다. 신하는 죽으면서 유언으로 알라티엘 공주에게 "당신이 나를 잊지만 않는다면, 나는 저승에서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미녀에게 사랑을 받았다고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 자신을 잊지 말아 달라고 유언한다.

이후 공주는 섬의 항구를 오가는 사람들 중에서 옛 아버지 왕의 신하를 만나게 된다. 알라티엘 공주는 그에게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워낙 기구한 삶을 보내어 제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그는 꾀를 한가지 가르쳐 주면서, 알라티엘 공주가 고향인 바빌로니아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고향에 돌아온 알라티엘 공주는 아버지인 바빌로니아 왕에게, "기독교인들이 사는 곳에 표류하게 되었는데, 기독교인들의 풍습을 알 수 없어서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 '수녀원'이라는 곳에서 계속 지내다가 왔다"고 말한다. 그러자, 왕은 크게 기뻐하고 원래 결혼하려고 했던 가르보의 왕에게 다시 시집을 보낸다. 알라티엘 공주는 가르보의 왕과 첫날밤을 지낼 때, "8명의 남자와 1만 번은 행했을 터인데, 숫처녀라고 믿게 했다." 그 뒤 두 사람은 잘 지냈다고 한다. 데카메론에는 이야기 말미에, "그러므로 키스를 받은 입은 빛이 바래지기는커녕 달처럼 더욱 윤기가 난다"라는 속담이 소개되어 있다.

 

18. 고티에의 이야기

 

고티에(가우티에르)는 프랑스 왕의 신하로, 부인을 일찍 잃고 아들 딸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프랑스 왕과 왕자가 독일과 로마제국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전쟁을 하러 나갔을 때, 왕자비가 홀로지내던 끝에 고티에에게 반하여 그를 유혹한다. 왕자비는 가난한 사람도 욕망을 이기지 못할 때가 있는데, 모든 것이 넉넉한 부자가 욕망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죄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고티에에게 자신은 "남편이 없어서 사랑의 힘에 항거하지 못할 만큼 참을 수 없는 욕망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고티에는 충신이었으므로, 이를 꾸짖으며 거부한다.

그러자 왕자비는 격렬한 수치심을 느껴서, 고티에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갑자기 스스로 옷을 찢으면서 고티에가 자신을 덮치려 했다고 소리를 지른다. 고티에는 아들, 딸과 함께 전속력으로 도주하여 칼레로 가고, 거기에서 바다를 건너 영국으로 가서 신분을 숨기고 구걸을 하며 살아간다.

고티에는 귀여운 자신의 딸을 먼저 하녀로 다른 집에 보내고, 아들과 함께 웨일스에 이르렀을 때, 아들도 한 기사의 하인으로 들여 보낸다. 딸은 시간이 흘러 한 귀족 집에서 일했는데 그 집 아들이 반하여 아들이 상사병으로 죽을 지경에 이르자 귀족 집의 며느리가 되었다. 한편 아들은 기사의 충성스러운 하인으로 활약하다가 흑사병이 도져서 기사 가문의 딸 한 명만을 남기고 모두 죽어버렸을 때, 딸과 결혼하여 기사의 유산을 물려 받는다.

한편 고티에는 영국 이곳 저곳을 떠돌며 걸인 생활과 말지기 일을 하다가 우연히 딸이 사는 귀족 집에서 일하게 된다. 고티에는 모르고 있었지만 딸의 자식인 손자 손녀들이 유난히 자신을 따랐다. 이것을 보고 귀족인 시부모는 원래 거지였던 아이에서 나온 후손이니 거지를 좋아하는 것도 당연하다면서 비아냥거린다. 얼마 후, 프랑스와 독일은 다시 싸우게 되는데, 영국에서도 프랑스를 지원하기 위해 원군으로 가게 되었으므로, 귀족도 싸우러 나가게 되고, 귀족의 하인인 고티에도 따라 나서게 된다. 또한 웨일스의 기사로서 공훈을 세우고 있던 고티에의 아들도 전쟁터로 나서게 된다.

전쟁 중에 처음에 고티에에게 누명을 씌웠던 왕자비는 죽을 날을 맞게 된다. 왕자비는 죽으면서 자신이 저지른 죄를 고백하여 고티에는 결백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 소식을 들은 고티에는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그러자, 자신의 딸인 귀족의 며느리의 소식도 알게 되고, 같이 전쟁터에 나온 자신의 아들인 웨일스의 기사의 소식도 알게 된다. 마침내 고티에는 다시 프랑스 왕을 찾아가서 그간의 소식을 밝히고 복권되게 되며, 온 가족이 재회하게 된다.

 

19. 베르나보 로멜린의 이야기

 

여러 상인들이 모여 떠들고 있는 와중에 여자의 마음은 변덕이 심해서 바람 피우는 것은 간단하다고 낄낄거리게 된다. 그런데 베르나보 로멜린이라는 제노바에서 온 상인이 자신의 아내는 젊고 미인이며 일도 잘하고 침대 위의 쾌락도 매우 훌륭하면서도 매우 정숙하다고 굳건히 주장하였다. 이 때문에 논쟁이 벌어졌고, 마침내 베르나보 로멜린은 만약 아내를 유혹할 수 있다면 자기 목을 내놓겠다고 하게 된다. 결국 한 사나이와 베르나보 로멜린은 금화 천 닢과 금화 오천 닢을 걸고, 삼 개월 안에 아내를 유혹할 수 있는지 내기하게 된다.

사나이는 즉각 베르나보 로멜린의 집으로 떠난다. 그리고 이웃 하인에게 부탁해 베르나보 로멜린의 집으로 화물인 궤짝 하나를 배달해 달라고 한다. 자신은 그 궤짝 속에 들어가 숨어 있는다. 집에 궤짝이 보관되어 있을 때, 밤중에 사나이는 몰래 기어나와 베르나보 로멜린의 부인이 자고 있는 침실에 간다. 사나이는 몰래 침실 광경을 살펴보고 가만히 자고 있는 부인의 옷섶을 풀어헤쳐서, 부인의 가슴에 점이 하나 있고, 그 점에 다섯 가닥의 금발이 나 있는 것을 본다. 사나이는 옷을 벗긴 부인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마음이 동하여 옆에 누웠으나, 이내 들키는 것이 두려워 다시 궤짝 속으로 숨는다.

다음날 궤짝을 다시 다른 곳으로 배달하게 될 때 사나이는 바깥으로 기어 나와서는 베르나보 로멜린을 만나러 간다. 베르나보 로멜린에게 사나이는 자신이 부인과 바람이 났다고 거짓말 하면서, 자기 집 침실의 광경을 설명하고, 부인의 가슴 아래에 있는 점과 다섯 가닥 금발까지 이야기 한다. 그러자 그것이 증거가 되어, 베르나보 로멜린은 패배를 인정하고 절망하면서 금화 오천 닢을 낸다.

베르나보 로멜린은 격분하여 하인을 시켜 부인을 죽여버리라고 한다. 부인은 영문도 모르고 죽임을 당하려 하다가 하인에게 사정하여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친다. 이후 부인은 남자로 변장을 하고 상인으로 일하며 지내면서 차츰 자리를 잡는다. 그러다가 부인은 상인들끼리 웃고 떠드는 곳에서 옛날 그 사나이가 어떻게 어리숙한 남자를 속였는지 자랑스레 떠드는 것을 듣고, 모든 정황을 알게 된다.

부인은 이슬람교도들의 술탄이 성대한 박람회를 열어서 온갖 상인들이 모였을 때, 사나이와 베르나보 로멜린과 친해 진 뒤, 술탄 앞에 함께 찾아가 기이한 이야기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 준다. 그리고는 술탄이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보고 싶어하자, 부인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바로 여기에 있다면서 두 사람을 지목하고, 자신의 옷을 찢어 해쳐서 가슴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여자임을 드러낸다.

결국 술탄에게 사나이는 처벌 당하게 되어, 재산은 부인과 베르나보 로멜린에게 주게 된다. 그리고 사나이는 온몸에 꿀을 바른 채 뜨거운 태양 아래 묶여 있게 된다. 사나이는 온갖 해충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말라 죽고, 죽은 후에도 그 뼈가 한동안 사람들이 경계하도록 남겨진다. 베르나보 로멜린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이후 아내와 함께 해로 한다.

 

20. 바르톨로메아의 이야기

 

바르톨로메아는 아름답고 젊은 여자로, 데카메론에서 바람 끼가 많은 피사 출신 여자라는 뜻으로 묘사된 "구더기를 먹고 사는 초록빛 도마뱀"과 같은 피사 여인네였다. 한 부유하고 머리는 좋지만, 힘이 부족한 재판관이 자신의 부에 걸맞은 아름다운 부인을 찾고 있었으므로 바르톨로메아와 결혼하게 되었다.

그런데 재판관은 첫날밤을 보낸 후에, 자신의 힘이 극히 부족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곧 바르톨로메아에게 달력을 보여주면서 온갖 종류의 명절, 축일, 축일 전야, 재판을 위해 근신해야 하는 날 등등을 최대한 많이 표시해서 알려주고, 이를 갖은 핑계로 하여 바르톨레메아와 같이 밤을 같이 보내는 것을 최대한 애써 피하려 하였다. 그러고 있는 동안, 해적이 습격해 왔을 때, 바르톨레메아는 붙잡혀 가고 말았다.

해적은 바르톨레메아가 미녀였으므로, 그녀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데카메론에는 물론 그는 "달력을 갖고 있지 않았으므로" 밤마다 항상 바르톨레메아와 함께 즐겼다고 나와 있다. 이후, 재판관은 부인을 되찾고자 몸값을 내고 데려가려 했지만, 바르톨레메아는 그를 모른척한다. 재판관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묻자, 바르톨로메아는 "젊은 여자는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부끄러워서 입밖에 낼 수 없는 것을 더 바라고 있다는 것은 아셔야 했다"고 말한다. 재판관이 화가나서 매춘부 같은 일일랑 하지 말라고 따지자, 바르톨로메아는 지금은 해적의 부인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재판관과 함께 살 때야 말로 매춘부 같았다고 하면서, "그때는 재판관과 나 사이에 온갖 달력에 표시된 날짜들과 축일로 덧씌워 놓은 채였지만, 지금은 해적은 직접 그 손으로 만져주고 그 입으로 물어 준다" 면서, "재판관은 아무리 쥐어짜 봐야 한 쟁반 치의 소스도 나오지 않는다"고 비웃는다.

마침내 재판관은 포기하고 돌아간 뒤에 바르톨레메아는 미쳐버려서 거리를 헤매면서 누가 무슨 말을 시키면, "나쁜 구멍은 축일을 싫어해서 말이야"라고 중얼거리게 되었다고 한다.

 

세 번째 날의 이야기 - 갈망하던 것을 획득한 사람들의 이야기 - 가장 우수한 이야기로 전해짐

네이필레가 왕이 되어, 무척 바라던 것을 손에 넣은 사람들과 한 번 잃었던 것을 다시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개

 

21. 마제토의 이야기

 

마제토는 농부였는데, 수녀원에서 정원사로 일하던 사람이 9명의 젊은 처녀인 수녀들의 비위를 맞춰 주며 일하다 보니 도저히 힘들어 견딜 수가 없어서 때려치우고 나왔다고 푸념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마제토는 이 말을 듣고, 여자들 사이에서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쉽사리 수녀들 사이에 채용되기 쉽지 않을 듯 하여, 불쌍한 벙어리로 가장하고 도움을 청하는 방법으로 수녀들과 가까워 진 뒤에, 마침내 수녀원의 정원사가 되는데 성공한다.

마제토는 늠름한 청년이었으므로, 어느 날 수녀들의 호기심에 남자를 경험해 볼 대상으로 여겨져서 하나 둘 수녀들과 잠자리를 같이하게 된다. 수녀들은 마제토가 벙어리이기 때문에, 마음 놓고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한 대상으로 여기는 데, 결국에는 마제토의 벗은 몸을 우연히 보고 수녀원장까지도 마음이 동하여 마제토와 잠자리를 같이하게 된다.

결국 마제토는 혼자서 몰래 열 명의 수녀와 수녀원장을 당해내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종교적인 기적이 일어나서 벙어리인 자신이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처럼 가장하여, 수녀원장에게 사태를 말한다. 결국 수녀원장과 수녀들은 서로 협의하여 모든 일이 소문나지 않고 평안하게 해결되도록 조치한다.

 

22. 테우델링가의 이야기

 

테우델링가는 롱고바르디의 왕비였는데, 왕의 비천한 말구종 하나가 아름다운 왕비를 몹시 깊게 짝사랑하였다. 말구종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아주 잘 알고 있어서, 감히 왕비에게 고백하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더욱더 마음을 불사른 끝에 마침내, 죽기 전에 왕비 곁에 가서 어떤 일이든 일을 저질러야겠다고 결심한다.

말구종은 풍채가 마치 왕과 같이 좋았으므로, 왕의 차림과 행세를 잘 보아 두었다가, 마치 왕처럼 꾸미고, 밤에 몰래 갑자기 왕비를 덮친 뒤 도망간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직후에, 진짜 왕이 나타난다. 그러자, 왕비는 놀라서 "방금 갔다가 다시 또 오시다니 너무 과로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한다. 왕은 머리가 좋았으므로, 즉시 상황을 눈치채고, 자는 척 하는 하인들 중에 흥분하여 가장 심장이 빠르게 뛰는 놈을 찾아내서 몰래 수염과 머리카락을 잘라서 표시를 해놓는다.

다음날 왕이 하인들을 늘어서게 해 보니, 말구종은 자신의 행동이 들키는 것을 염려하여 다른 모든 시종들도 전부다 수염과 머리카락을 잘라 놓은 것이었다. 왕은 이렇게 된 마당에 괜히 범인을 잡아낸다고 휘젓고 다녀봐야 찾기도 어렵고, 괜히 왕비와 자신의 명예만 더럽히게 되리라 생각하여, 범인 잡기를 포기하고, 말구종은 이 일을 처음이자 마지막 기억으로 간직하고 남은 평생을 다른 마음을 먹지 않고 살아간다.

 

23. 어느 부인의 이야기

 

이름을 밝히지 않고 소개된 어느 부인은 돈 많은 사람에게 시집 왔는데, 남편의 천한 신분이 싫어서 최대한 잠자리를 피하고 있다. 대신 이 부인은 어느 늠름한 귀족 청년을 사모하고 있다. 그러나 몰래 그 뜻을 전하기가 쉽지 않다. 부인은 마침내 청년과 친한 수도사에게 돈을 주면서 청년이 자신이 추근대고 있다고 하면서 꾸짖어 달라고 한다. 그러자 수도사는 부인의 말을 청년에게 전한다. 청년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그 수도사를 통해서 부인이 보내는 말들을 조금씩 전해 듣는다. 마침내 청년은 부인이 자신을 사모하고 있고, 언제 부인의 남편이 집에 없으니 어느 창문으로 몰래 들어오면 밀회를 할 수 있다는 내용마저 수도사가 꾸짖는 말 중에서 전해 듣고, 그대로 행하여 부인과 몰래 즐기게 된다.

 

24. 돈 펠리체의 이야기

 

돈 펠리체는 영리한 수도사로 마을에 있는 매우 열렬한 신자의 부인이 매우 아름다운 것을 발견한다. 그런데 신자는 너무나 종교에 깊이 빠져, 만사를 등한시 했으므로, 부인은 밤마다 매우 외로워 하였고 부인과 자연히 자주 만나게 된 성당의 돈 펠리체 수도사는 부인과 눈이 맞게 된다. 그런데, 부인은 수도사와 밀회를 하려고 기회를 엿보기에는 남편인 신자가 집을 떠나지 않기 때문에 틈이 나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수도사는 꾀를 내어 남편에게 종교에 더욱 깊이 귀의하고 신실하게 기도하는 방법으로 십자가 모양으로 만든 틀 속에 들어가서 마치 무덤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하여, 밤마다 기도를 외우면서 처박혀서 수도하는 방법을 취하라고 제안한다. 남편은 그렇게 해서 깊은 수도를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그리하여, 남편이 십자가 모양 틀 속에 들어가서 기도문을 외우는 동안 수도사는 부인의 침대 속에 들어가 함께 즐긴다.

남편은 어느 날 부인에게 이상하게 십자가 틀에 들어가 있을 때 침대 삐걱거리는 소리가 너무 심하게 난다고 말한다. 부인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하기를, 그것은 자신이 너무 외로워 심하게 몸을 뒤척이다가 보니까 나는 소리라고 둘러댄다. 부인은 수도사와 즐기면서 수도사에게, "당신이 남편에게 고행을 시켰기 때문에, 당신과 나는 천국에 온 것이다"고 말하며 좋아한다.

 

25. 치마의 이야기

 

치마는 멋쟁이라는 뜻으로 신분은 낮지만 멋쟁이인 한 청년의 별명이다. 치마는 한 귀부인을 사모하는 데, 그 귀부인의 밀라노의 높은 관직을 얻게 된 귀족의 아내였다. 이 귀족은 모든 것을 갖추었으나 그 관직에 어울리는 말을 얻지 못하여 답답해 하고 있는데, 마침 치마가 좋은 말을 갖고 있었으므로 말을 팔라고 떼쓴다. 치마는 거절하다가 귀부인과 아무도 몰래 말 몇 마디를 나누게 해 주면 말을 주겠다고 한다. 귀족은 그러라고 하고, 귀부인에게는 목석처럼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서, 잠시 말만 하면 명마가 들어 온다고 한다. 그런데, 치마는 화려한 말로 귀부인과 사랑의 대화를 나누었으면서도 귀족에게는 대리석 조각상과 대화를 한 것 같다고 투덜거린다. 귀족이 흡족해 하며 떠나가자, 귀부인은 귀족에게는 정떨어지고 간절히 사랑하는 치마가 생각이 나서 치마를 부르는 신호로 수건을 창문에 널어 두고, 치마는 그것을 보고 귀부인에게 몰래 찾아가 두 사람은 종종 즐기는 사이가 된다.

 

26. 리차르도 미누톨로의 이야기

 

리차르도 미누톨로는 유부남으로 다른 유부녀를 열렬히 사랑하여 구애하지만 이 유부녀가 워낙 제 남편을 좋아하여 거절만 당한다. 리차르도 미누톨로는 꾀를 써서 이제 유부녀를 깨끗이 포기하고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척 하면서, 유부녀에게 그냥 지나가는 말로 그 질투심을 자극하기 위해 유부녀의 남편이 바람나서 어두운 목욕탕에서 밀회를 갖고 있다고 한다. 유부녀가 화가 나서 자기 남편을 덮치러 어두운 목욕탕에 왔을 때, 리차르도 미누톨로가 숨어 있다가 남편인척 하면서 유부녀와 동침하고 나중에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그러자 유부녀는 모든 일이 탄로나면 오히려 망신이라고 생각하고 리차르도 미누톨로도 싫지는 않다고 생각하고 같이 즐기는 사이가 된다.

 

27. 테달도의 이야기

 

테달도는 자기 연인에게 화가 나서 피렌체를 떠났다가 몇 해 뒤 순례자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리하여 연인을 만나 그녀의 오해를 풀고, 자기를 죽였다는 혐의로 사형을 받게 된 그녀의 남편을 구해준다. 이어 자기 형제들과 그를 화해시킨 다음 조심스럽게 그녀와의 사랑을 즐긴다.

 

28. 페론도의 이야기

 

페론도는 어떤 가루약을 먹고 죽은 시체로 매장된다. 그의 아내와 사랑을 즐기던 수도원장이 무덤에서 꺼내 지하실에 넣어버리는데, 그는 자기가 연옥에 들어가 있는 줄 안다. 나중에 세상으로 돌아와 자기 아내가 낳은 수도원장의 아이를 자기 아이인 줄 알고 기른다.

 

29. 질레타 드 나르본나의 이야기

 

프랑스 왕의 오래된 부스럼을 고쳐준 질레타 드 나르본나는 베르트랑 드 루시용을 남편으로 맞고 싶다고 왕에게 호소한다. 베르트랑은 자기 뜻과 달리 그녀와 결혼을 강요 당한데 화가 나 피렌체로 달아나 한 처녀에게 듯을 둔다. 아내 질레타는 그 처녀가 되어 그와 잠자리를 함께 한다. 그리하여 두 아이를 가진다. 그러는 동안 그도 처녀를 사랑하게 되어 정실로 대우하게 된다.

 

30. 알리베크의 이야기

 

지금의 튀니지 인근에 있는 지역에 있었던 이교도 신자였던 14세 정도의 아리따운 순진한 소녀가 있었는데 이름이 알베리크 였다. 알베리크는 기독교와 기독교의 진리를 구하기 위해 수도하며 사는 삶이 매우 좋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무조건, 수도자를 찾아 사막 깊숙한 곳으로 떠난다.

알베리크는 그 곳에서 루스티코라는 수도자를 만난다. 루스티코는 알베리크의 아름다움에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알베리크에게 수도를 하기 위해 옷을 모두 벗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몸의 한쪽을 가리키며, 그것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악마"라고 하고, 알베리크의 몸의 한쪽을 가리키며, 그것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지옥"이라고 한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악마는 지옥으로 보내야만 한다고 설명하면서, 알베리크와 함께 쾌락을 즐긴다.

순진한 알베리크는 "과연 악마를 지옥에 보내며 하느님의 뜻에 따르는 일은 매우 즐거운 일이구나"라면서 좋아하고, 이후, "악마를 지옥에 보낸다"라는 우스갯소리는 이 지역 일대에 매우 널리 퍼지며, 누대에 걸쳐 전해 내려오게 되었다고 한다.

20세기 이후에 이르기까지 이 이야기는 동서고금에 걸쳐 데카메론의 많은 이야기 중에서 가장 널리 회자 되는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네 번째 날의 이야기 - 불행한 결말을 갖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

필로스트라토가 왕이 되어 각자 사랑이 불행하게 끝나는 이야기를 전개

 

31. 살레르노의 탕크레디 공의 이야기

 

살레르노의 탕크레디 공은 매우 아끼는 딸이 있었는데, 딸은 미망인이 되어 외로이 아버지와 같이 지내고 있다. 딸은 성실하지만 미천한 남자와 눈이 맞고 비밀 통로를 통해 남자가 들어오게 하여 밀회를 갖는다. 그러나 우연히 딸의 방 커튼 뒤에서 잠이 들었다가 살레르노의 탕크레디 공은 딸의 밀회를 목격하게 되고 남자를 붙잡아 당당히 말하는 그를 죽여 그 심장을 담아 황금 술잔에 넣어 딸에게 보인다. 그러자 딸은 그 잔에 독약을 담아 먹고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자살하면서 같이 묻어 달라고 한다.

 

32. 알베르토의 이야기

 

사기꾼인 주제에 편히 살려고 사이비 수도사로 살고 있는 알베르토는 어느 날 남편이 장사하러 나가 독숙공방하고 있는 한 아름다운 부인이 허영만 넘치는 멍청한 사람임을 안다. 알베르토는 부인이 대단하다고 칭찬해 준 후 허영을 만족시켜주어 대 천사 가브리엘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거짓말 한 후, 대천사 가브리엘이 인간의 몸을 빌어 나타나 만나려 한다고 하여, 자신에게 가브리엘 천사가 들어와 있는 척 하면서 부인과 밀회를 갖는다. 그러나 부인이 이 사실을 주변에 떠벌리며 자랑하는 바람에 알베르토의 술수는 들통나서 가장행렬에 닭 털을 붙인 천사로 꾸며진 채로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고 수도원 감옥에 갇힌다.

 

33. 세 젊은이 이야기

 

세 젊은이가 세 자매를 사랑하여 그들과 크레타 섬으로 사랑의 도피를 한다. 큰 언니는 질투 때문에 자기 연인을 죽인다. 둘째는 크레타 섬 영주에게 몸을 맡기고 언니의 목숨을 구한다. 그러자 그 연인이 그녀를 죽이고 언니와 달아나고 만다. 셋째와 그 연인은 함께 고문을 당한 끝에 죄를 뒤집어 쓰고 갇히자 사형을 두려워하여 간수를 매수하고 빈손으로 로데스 섬으로 달아난다. 그리고 그 땅에서 비참하게 살다가 죽는다.

 

34. 제르비노의 이야기

 

시칠리아의 귈리엘모 왕은 아들이 젊어서 죽어서 그 아들이 남긴 손자가 있었는데, 그 손자의 이름은 제르비노로, 잘생긴 용모와 뛰어난 무용이 널리 소문이 퍼졌다. 한편 튀니스의 공주 역시 그 미모로 세상에 이름을 떨쳤는데, 차츰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제르비노는 튀니스 공주를 동경하게 되고, 튀니스의 공주는 제르비노를 동경하게, 되어 두 사람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이, 가끔 편지를 주고 받는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깊이 빠지게 된다.

그런데 튀니스의 공주는 다른 나라의 왕자와 정략 결혼을 하게 되고, 공주가 제르비노의 이야기를 들먹이며 이를 거부하자, 튀니스의 왕은 시칠리아의 귈리엘모 왕에게 공주의 혼사를 평화롭게 진행하도록 도울 것을 선언하도록 부탁한다. 귈리엘모 왕은 젊은이들의 연애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으므로, 내막을 모르고 나라 간의 우의를 위해서 선언에 응한다.

결국 튀니스의 공주는 결혼을 하게 되고, 이 사실을 제르비노에게 알린다. 제르비노는 비장한 각오로 부하들을 데리고 배를 끌고 떠나, 튀니스가 결혼하려고 떠나는 배를 공격한다. 제르비노는 자신은 오직 공주만을 바랄 뿐, 모든 보물과 전리품은 마음껏 부하들에게 나누어가지라고 하여, 맹렬히 싸운다. 그리하여 제르비노는 배 위에 있는 공주를 멀리서 처음으로 보게 되는데, 싸우는 도중에 분노한 적에 의하여 제르비노가 보는 눈 앞에서 공주는 칼에 잘린 후 바다에 던져진다. 결국 제르비노가 얻은 것은 공주의 시체뿐 이었으며, 싸움 이후, 튀니스의 왕이 귈리엘모 왕에게 항의를 하자, 귈리엘모 왕은 책임을 지기 위해 죄를 지은 제리비노를 눈물을 머금고 사형에 처한다.

 

35. 리자베타의 이야기

 

리자베타는 한 부유한 집안의 딸로, 오빠 삼형제와 함께 살고 있었다. 리자베타는 혼기를 놓치고도 결혼을 하지 않아서, 오빠들은 불안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사실 리자베타는 몰래 열렬히 사랑을 나누고 있는 남자가 있어서 그 남자와 내밀하게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오빠들은 그 사실을 알고, 리자베타의 혼삿길을 위해서는 그 남자를 떼어 놓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그 남자를 죽여서 몰래 묻어 버린다. 리자베타는 이후 날이 지나가도 그 남자의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어느 날 밤 꿈속에 남자가 나타나 억울한 사연을 말하자, 리자베타는 꿈속에서 말한 장소에 가서 땅을 파보니, 과연 남자의 시체가 있었다. 리자베타는 매우 슬퍼하였는데, 시체를 끌고 갈 힘이 없어서, 머리통만 잘라서 들고 간다. 리자베타는 잘린 머리를 들고 방에 틀어 박혀 그 머리에 입을 맞추며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리자베타는 남자의 머리를 통에 집어 넣고 흙으로 묻어 주는데, 거기에 아름다운 꽃이 피어 난다. 오빠들은 그 꽃을 이상하게 여기고 통을 파 보는데, 거기에 두개골이 있었으므로, 이것이 자신들이 죽인 남자의 머리라는 것을 알고 놀라서 통을 없애 버리고 멀리 떠난다. 리자베타는 이후 실성하여 꽃을 돌려 달라고 울부짖으며 떠돌아다니다가 얼마 되지 않아 죽어 버린다.

 

37. 시모나의 이야기

 

시모나는 피렌체에 사는 가난한 집안의 처녀였는데, 한 남자와 열렬한 사랑에 빠져 서로가 서로를 유혹하여 날마다 밀회를 즐기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다른 연인 쌍들과 같이 한 공원에 갔다가 그 연인들의 "사랑의 유희"가 시작되자 자리를 피하여, 자신들만의 오붓한 장소를 찾아 한 샐비어가 피어 있는 곳으로 간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시간을 즐기려 하는데, 우연히 싸온 음식을 먹고 샐비어로 입을 닦더니, 갑자기 남자가 죽어 버린다. 시모나는 남자를 독살했다는 혐의를 받고 붙잡혀 죽게 되는데, 시모나는 슬픔과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한다. 시모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다가 자신도 샐비어를 입에 대었는데, 그러다가 죽어버린다.

사람들은 샐비어에 사람이 죽은 것을 보고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나중에 조사해 보니 그곳의 샐비어가 있는 땅 밑에는 독을 내뿜는 커다란 두꺼비가 숨어 있었다.

 

38. 지롤라모 시기에리의 이야기

 

지롤라모 시기에리는 피렌체의 부유한 가문의 아들로, 재단사의 딸인 살베스트라와 어린 시절부터 같이 어울리다가 마침내 사랑에 빠지게 된다. 지롤라모 시기에리의 가문에서는 이 때문에 혼사가 좋은 가문과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염려하여, 적당한 핑계로 지롤라모 시기에리를 멀리 파리로 한동안 보내도록 하고, 그 사이에 살베스트라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살도록 한다.

지롤라모 시기에리는 오랜 후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살베스트라가 결혼 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으며, 자신을 잘 알아보지도 못하는 것을 보고 더욱 놀란다. 지롤라모 시기에리는 마침내 큰 결심을 하고 살베스트라의 집에 몰래 찾아가 자신의 마음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살베스트라는 지난 일은 지난 일일 뿐이며, 지금은 자신은 따로 가정을 꾸미고 살고 있으니, 사라져 달라고 말한다. 지롤라모 시기에리는 이 말에 너무나 절망하여, 잠시 곁에 가만히 누워만 있자고 청하여 가만히 누워 있는 동안, 도무지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잠자듯 죽어버리고 만다.

지롤라모 시기에리가 죽어버리자, 살베스트라는 매우 당황하는데, 이해심 많은 남편의 도움으로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하여 처리하고, 지롤라모 시기에리는 곱게 장례식을 치르게 된다. 그런데, 장례식 장에서 갑자기 살베스트라는 모든 옛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순간적으로 모든 감흥이 북받쳐 오르고, 죽은 지롤라모 시기에리의 시체를 보면서 격렬한 슬픔을 느낀다. 결국 그 자리에서 그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살베스트라 또한 죽어버리고 만다.

 

39. 롯실리옹의 이야기

 

롯실리옹은 프로방스 지역의 한 영주로 가데탕이라는 기사와 마상 창 시합 등을 하며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마상 창 시합 따위를 하면서 가데탕은 롯실리옹의 부인을 점차 사랑하여 유혹하게 되었고, 그 부인도 가데탕에게 빠져 둘은 몰래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롯실리옹은 이를 알고 격렬한 분노에 빠졌다. 롯실리옹은 치밀하게 음모를 꾸며서, 가데탕을 홀로 무장하지 않고 끌어 들인 뒤에 습격하여 죽인다. 그리고 그 심장을 꺼내서는 사냥해서 잡은 멧돼지의 심장이라고 하면서, 요리사에게 요리하도록 해서, 자신의 부인과 저녁 식사에서 같이 먹는다.

롯실리옹은 부인이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고 말하자, "살아 있을 때 좋아했던 것이니, 죽은 후에도 좋아하겠지"라고 비웃는다. 부인은 자신이 먹은 것이 롯실리옹이 죽인 자신의 정부, 가데탕의 심장인 것을 알자, 충격 속에서 울부짖고는 그대로 몸을 성탑 밖 창문에 날려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서 죽고 만다.

 

40. 어느 의사 아내의 이야기

 

어느 의사의 아내가 마취약으로 잠들어 버린 연인을 죽은 줄 알고 궤 속에 넣는다. 그러자 두 사람의 고리대급업자가 궤를 훔쳐 집으로 날라간다. 연인은 잠에서 깨어나 도둑으로 잡힌다. 의사 아내의 하녀는 고리대금업자들이 훔친 궤에 그 사나이를 넣은 것은 자기라고 재판관에게 호소한다. 사나이는 교수형을 면하고 고리대금업자들은 궤를 훔친 죄로 벌금형에 처해진다.

 

다섯 번째 날의 이야기 - 행복한 결실을 맺는 사람들의 이야기

피암메타가 왕이 되어 몇 가지 잔혹하고 불행한 사건이 일어난 뒤 연인들에게 행복이 찾아오는 이야기를 전개

 

41. 두 여인 이야기

 

시몬은 사랑을 한 덕분에 현명해지고, 연인인 에피제니아를 바다 위에서 약탈한다. 로데스 섬에서 감옥에 들어가게 되지만 리시마쿠스가 그를 구해낸다. 그는 리시마쿠스와 함께 결혼식장에 쳐들어가 에피제니아와 카산드라를 빼앗아 크레타 섬으로 달아난다. 두 여인은 각각 그들의 아내가 되어 자기 마을로 돌아간다.

 

42. 마르투치오 고미토의 이야기

 

마르투치오 고미토는 시칠리아 근처 라파리 섬에 사는 가난한 청년으로, 한 명문가의 아름다운 아가씨와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결혼을 하려 하자, 그 아가씨의 집안에서 "돈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하면서 반대 했으므로, 마르투치오 고미토는 격분하여 무슨 수로든 돈을 벌겠다고 결심하고 배를 끌고 나가 닥치는 대로 해적질을 하기 시작한다.

마르투치오 고미토는 해적질로 꽤 많은 돈을 모았으나, 이슬람 교도들의 배에게 공격 당하여 모든 것을 잃고 튀니스로 끌려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한편, 아가씨는 자살을 하려고 배를 타고 먼바다로 나갔는데 우연히 이리저리 떠나가서 한 해변의 이슬람 교도 여인에게 구출되어, 이슬람 교도 귀부인의 집에 얹혀 살며 물건을 만들며 살게 되었다.

감옥에 갇혀 있던 마르투치오 고미토는 튀니스의 왕이 적군과의 싸움에 고민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자신이 싸움에서 이길 계책을 줄 수 있다고 제안하여 감옥에서 나온다. 마르투치오 고미토의 계책은 적과 싸울 때 쌍방간의 주무기는 화살인데, 아군의 화살을 가늘게 만들면 적이 아군의 화살을 주워서 다시 써먹기 어려운데, 아군은 적의 화살을 계속 주워서 다시 쓸 수 있으므로 유리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계책이 성공하여, 마르투치오 고미토는 왕에게 인정 받아 귀한 신하가 되고, 마침내 이슬람 교도들 사이에서 살던 아가씨와도 소식이 닿아 기묘한 인연으로 먼 곳에서 다시 만나 결혼도 할 수 있게 되었다.

 

43. 피에트로 보카마차 이야기

 

피에트로 보카마차는 아뇨렐라와 사랑의 도피를 한다. 그런데 도적의 습격을 받고 아뇨렐라는 숲으로 달아나 어느 성에 안내되어 간다. 피에트로는 도적에게 붙잡혔으나 그 손을 벗어나 몇몇 사건을 거쳐 아뇨렐라가 있는 성에 이른다. 거기에서 그녀와 결혼해 함께 로마로 돌아간다.

 

44. 리차르도 마나르디의 이야기

 

리차르도 마나르디는 로마냐에 사는 한 명문가의 집안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그러다 그 집안의 딸과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런데 그 집안 사람들은 엄하게 딸을 키웠으므로, 딸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리차르도 마나르디는 딸에게 창문 바깥 발코니 턱에서 밤에 있을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자기가 찾아가 보겠다고 한다.

딸은 더워서 도저히 자기 어렵다고 하면서, 자기와 같은 처녀의 뜨거운 몸은 더위를 견디기 어려우며, 밤 꾀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발코니 턱에 나가서 시원하게 자겠다고 한다. 부모는 이상하게 여기지만, 결국 이를 허락한다. 마침내 밤이 되자 벽을 타고 기어올라온 리차르도 마나르디는 딸을 만났고, 딸과 두 사람은 밤새 격렬하게 사랑을 표현한다.

두 사람은 지쳐서 아침이 밝아 올 무렵에는 곤히 자고 있었는데, 딸은 알몸이 되어 리차르도 마나르디의 몸 한 곳을 붙잡은 모습으로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발견하고, 딸의 어머니는 놀라서, "밤 꾀꼬리가 어떻게 딸을 재웠는지 보라" 면서 아버지에게 말한다. 결국 모든 일이 들통나자, 부모는 정식으로 결혼하여 소문이 나지 않도록 하라고 하도록 한다. 안심한 딸과 리차르도 마나르디는 밤새 여섯 번 하고 그쳤던 일을, 그 자리에서 두 번 더 하게 된다.

 

45. 귀도토 다 크레모나 이야기

 

귀도토 다 크레모나는 자코민 다 파비아에게 딸을 하나 남기고 죽는다. 잔놀레 디 세벨리노와 밍기노 디 망골레라는 두사나이가 이 처녀에 연정을 태운다. 마침내 두 사람은 칼을 배고 싸우게 되지만, 그 처녀가 잔놀레의 누이 동생임이 밝혀져 밍기노의 아내로 정해진다.

 

46. 잔 디 프로치다 이야기

 

잔 디 프로치다는 페데리고 왕에게 바쳐진 여인과 밀회하다가 들켜 두 다 기둥에 묶여 화형에 처해지게 된다. 그러나 루지에리 델로리아의 눈에 띄어 구출되고, 둘은 결혼하여 고향으로 돌아간다.

 

47. 테오도로 이야기

 

테오도로는 주인의 딸 비올란테와 사랑에 빠져 임신시킨 일로 교수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인다. 그는 매를 맞으면서 거리를 끌려 다니는데, 친아버지가 나타나 자기 자식임을 밝혀 석방되고 비올란테를 아내로 삼는다.

 

48. 나스타지오 델리 오네스티의 이야기

 

나스타지오 델리 오네스티는 로마냐의 옛 서울 라벤나에 살았는데, 한 여자를 깊게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여자는 매우 냉담하여, 나스타지오 델리 오네스티의 구애를 비웃는 듯이 하기만 했으며, 나스타지오 델리 오네스티는 연거푸 계속되는 그런 일들에, 절망에 빠져 훌쩍 떠나게 되었다.

그러다 나스타지오 델리 오네스티는 어느 숲에서 밤에 기이한 광경을 보게 된다. 매우 아름다운 여자가 알몸으로 도망치고 있는데, 검을 들고 갑옷을 입은 말 탄 사나이 한 명과 커다란 개 두 마리가 쫓고 있는 것이었다. 여자는 마침내 붙잡혀 개들에게 뜯기기 시작했는데, 말 탄 사나이는 그 여자의 등을 칼로 관통하여 심장을 꺼낸 뒤에 개들에게 던져 먹도록 했다. 나스타지오 델리 오네스티는 너무나 놀라 여자를 구하고 남자를 막으려 했다. 그런데, 남자는 자신들은 사람이 아니라 지옥의 유령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여자는 살아 생전 자신의 사랑을 무시하고 경멸한 죄로, 죽어서 형벌로 자신에게 좇기며 심장을 뜯어 먹히기를 반복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여자는 심장이 다 먹히고 나자, 다시 모든 것이 되살아나서, 다시 쫓고 뜯어 먹히기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었다.

나스타지오 델리 오네스티는,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인과 그 가문의 사람들을 초청하여 그 숲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하도록 한다. 이 사람들은 저녁 식사를 하다가 유령들을 목격한다. 그러자 사람들은 크게 놀라고, 마침내 짝사랑하던 여인은 겁을 먹고 나스타지오 델리 오네스티와 결혼하자고 나선다.

 

49. 페데리고 델리 알베리기 이야기

 

페데리고 델리 알베리기는 어느 귀부인을 연모하지만 상대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다. 구애를 계속하는 동안 재산을 다 써버리고 겨우 한 마리의 매만 남는다. 그밖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므로 집에 온 그녀에게 그 매를 요리하여 대접한다. 그것을 알고 그녀는 감동하여 그를 남편으로 맞아 부자로 만들어준다.

 

50. 피에트로 다 빈치올로 이야기

 

피에트로 다 빈치올로는 친구 집에 식사하러 가고, 아내는 젊은 사내를 끌어들인다. 남편 피에트로가 돌아오자 아내는 사내를 닭장 밑에 감춘다. 피에트로는 식사하러 갔던 에르콜라노 집에서 그의 아내가 끌어들인 젊은이가 발견되었다고 말한다. 그의 아내는 에르콜라노의 아내를 욕한다. 그런데 당나귀가 불행히도 닭장 밑에 숨어있는 정부의 손가락을 밟았으므로 사내는 비명을 지른다. 주인은 달려와 사내를 발견하고 속은 것을 알았지만 자기대로 다른 생각이 있어 결국 아내와 화해한다.

 

여섯 번째 날의 이야기 - 재치를 이용하여 위기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엘리자가 왕이 되어 임기 응변의 대답과 뛰어난 통찰력으로 피해나 위험, 창피를 벗어난 이야기를 전개

 

51. 오레타 부인의 이야기

 

오레타 부인은 피렌체의 귀족 교황 보니파치오 8세 때의 신하로 일했던 롯제리 스피나의 부인으로, 하루는 어느 기사와 함께 식사 초대에 따라 길을 멀리 가게 되었다. 꽤 먼 길이었으므로, 기사는 자신이 재미난 이야기를 하여, 마치 말을 타고 가는 것처럼 즐거운 기분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하면서, 오레타 부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길을 같이 걷게 된다.

그런데 이야기는 재미있었으나, 기사가 너무 이야기를 못하여 도무지 알아 듣기가 힘들고, 듣기에 지치기만 하였다. 마침내 오레타 부인은 "말이 너무 걸음이 딱딱해서 타고 가기가 힘드니, 말을 타지 말고 그냥 걸어가자"고 말하여, 기사의 이야기를 멈추도록 한다.

 

52. 치스티의 이야기

 

치스티는 빵 장사를 하는 천한 사람이었으나, 큰 재물을 모았다. 하루는 고귀한 귀족에게 자신이 사놓은 훌륭한 포도주를 선물하고 싶었는데, 혹시 결례가 될까 싶어서, 귀족이 지나갈 때마다 맛있게 포도주를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어, 귀족이 먼저 청하게 하여 포도주를 자연스럽게 선물 한다.

이후, 귀족은 종종 치스티에게 포도주를 얻어 마셨는데, 어느 날 귀족의 하인이 심술을 부려 매우 거대한 병에 포도주를 담아 달라면서 온다. 치스티는 "그 병은 귀족이 나에게 심부름 보낸 병이 아닌 듯 하다" 며 돌려 보낸다. 하인이 반발하며, "그럼 누구에게 심부름 보낸 거란 말인가?"고 묻자, 치스티는 거대한 병의 크기를 비웃으며, "아르노 강물이겠지"라고 답한다.

뒤늦게 사연을 모두 알게된 귀족은 치스티에게 제대로 된 병을 보내게 되고, 치스티는 포도주를 준 뒤, 이튿날 자신이 가진 모든 포도주를 귀족에게 선물로 주고, 귀족과 더욱 친한 우정을 쌓게 된다.

 

53. 데고 델라라타의 이야기

 

데고 델라라타 라는 군대의 군단장이 있었는데, 미남이며 대단한 호색가였다. 데고 델라라타는 새로운 부대를 보게 되었는데, 자기 부하 중의 한 명의 부인이 매우 아름다운 것을 보고, 부하에게 금화 500개를 줄테니, 부인을 하룻밤만 자기에게 넘기라고 한다. 부하와 부인은 금화가 탐이 나서 그 제안을 받아 들인다. 데고 델라라타는 뜻대로 밤을 보내고, 부하에게 은화에게 금도금을 해서 속여서 준다.

나중에 한 총명하고 아름다운 다른 부인에게 데고 델라라타는 또다시 흑심을 품고, 자신의 친한 사람과 함께 수작을 걸며 희롱하는 말을 던진다. 그러자, 부인은 자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나는 진짜 금화가 갖고 싶으니까"라고 답한다. 이는 데고 델라라타의 비열함을 조롱하는 대답이었으므로, 데고 델라라타는 부끄러워 자리를 피하였다.

 

54. 키키비오의 이야기

 

키키비오는 베네치아 태생의 피렌체에 사는 요리사로, 자신을 고용한 주인의 명령으로 학을 요리하였다. 그런데 학의 요리가 매우 먹음직스러워 보였으므로, 평소 키키비오가 사모하던 이웃집 여자가 다리 한 쪽만 달라고 했다. 키키비오는 주인의 음식이므로 함부로 할 수 없다고 했으나, 이웃집 여자는 "그러면 나도 네가 바라는 것을 절대로 안줄 것"이라고 했으므로, 키키비오는 여자가 학다리 한쪽을 먹게 해 주었다.

키키비오의 주인은 저녁을 먹을 때 학다리가 하나 밖에 없는 것을 보고 키키비오에게 따졌다. 키키비오는 "원래 그렇다"고 했다. 주인이 노하여, 그러면 학을 보러 가자고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학이 한쪽 다리로 서서 자고 있었으므로, 정말로 한 다리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주인이 소리를 질러 학을 날려 보내자, 학은 다리를 펴고 두 다리를 보여 주었다.

주인이 키키비오에게 학이 두 다리가 있는 게 분명하지 않느냐고 따지자, 키키비오는 "아까 저녁 먹을 때도 주인이 소리를 질렀으면 학이 다리가 하나 더 튀어 나왔을 것"이라고 둘러댄다. 주인은 우스워서 그냥 같이 웃으면서 키키비오와 함께 더 친하게 지내게 된다.

 

55. 지오토 화백의 이야기

 

지오토는 뛰어난 화가로 매우 사실적인 그림을 그려 명망이 높았다. 그러나, 사치를 싫어하고 항상 겸손하고 소박하게 사는 사람이어서 존경을 받았다. 한편 어느 법률가가 있었는데, 그 법률가는 실력은 매우 뛰어나고 학식은 풍부했지만, 얼굴과 용모가 매우 볼품 없이 초라했다.

화가인 지오토와 이 법률가가 하루는 길을 가고 있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서 온몸이 비에 쫄딱 젖고 옷에 진흙이 튀었으며, 먼 길에 지쳐 꼴이 엉망이 되었다. 법률가는 지오토의 더없이 초라한 행색을 보고 웃으면서, "누가 처음보고 이런 자네를 뛰어난 화가라고 상상이나 하겠나"라고 농담했다. 그러자, 지오토는 법률가에게 "자네를 보고 저 자는 이제 ABC 정도는 익혔겠지, 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화가인 것은 알아보겠지"라고 응수하여, 법률가가 더욱 볼품이 없다는 것을 놀렸다.

 

56. 바론치 가문의 이야기

 

바론치 가문은 명문가였으나, 용모가 흉한 사람들이 많기로 유명했다. 사람들 사이에 어느 가문이 가장 존귀한 귀족가문이냐 하는 것을 이야기 했는데, 한 농담 잘하는 젊은이가 바론치 가문이 가장 오래된 가문이므로 가장 전통 있는 존귀한 가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젊은이는 바론치 가문이 왜 가장 존귀한 가문이냐 하는 이유로, 신께서 사람을 만드실 때, 처음에 모양을 만들 때는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아이처럼 삐뚤빼뚤하고 엉성하게 모습을 만들다가 차차 익숙해져서 말끔한 모양을 만들게 되셨을 것인데, 바론치 가문 사람들의 못생긴 용모는 바로 신이 처음에 엉성하게 사람을 만들던 시절의 모습이라 할 수 있으므로, 바론치 가문은 매우 오랜 옛날에 생긴 가문이라는 설명을 하여, 좌중을 웃겼다.

 

37. 필리파 부인의 이야기

 

귀족의 아내인 필리파는 바람기가 많은 부인으로, 어느 날 정부의 품에 안긴 채 침대에 누워 있다가 자신의 남편에게 발각 당한다. 당시 바람을 피우는 현장에서 남편에게 발견된 여자는 화형을 당한다는 법령이 시행 중이었던 터라 격분한 남편은 자신의 아내인 팔리파를 고소하여 화형 당하도록 하였다.

부인은 이왕지사 이렇게 된 것, 당당히 법정에서 진술하리라 생각하고 법정에서 똑똑히 말하기를, 법이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는 것인데 이 화형 법령은 여자에게는 불평등한 법령이니, 분명히 어떤 여자도 고려하지 않고 생긴 나쁜 법이라는 점을 먼저 이야기 했다. 그러고 나서 자신이 지금껏 남편의 잠자리 요구에 응하지 않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으므로 자신은 스스로의 의무를 소홀히 한적은 없는데, 그렇다면 자신을 죽기보다 사랑하는 한 늠름한 귀족의 애절한 요구에 달아오른 몸을 부질없이 그저 내버려 두는 것도 부당한 낭비가 아니냐고 주장한다.

결국 부인의 설득력 있는 주장에 부인은 무죄 방면된다.

 

58. 치에스카의 이야기

 

치에스카는 명문 귀족의 딸로 약간 아름다웠으나, 주변 가족들이 워낙 귀여워하고 사랑했기에 기고만장하여 극히 자만하게 되었다. 결국 치에스카는 주변 사람들을 멸시하고, 조그마한 남의 결점도 마구 비웃고 헐뜯으며, 사소한 흠집을 보아도 얼굴을 극히 찡그리며 괴로워하였다.

하루는 또 심하게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치에스카의 모습을 본 친척이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치에스카는 거리에 나갔더니 사람들의 매우 추잡한 꼴을 한 얼굴들이 볼썽사나워서 짜증스럽다면서, 추하고 짜증나는 것은 정말 보기 싫다고 했다. 그러자 친척은 혀를 차면서, 그러면 너는 거울을 보면 안되겠구나, 하고 말했다.

그러나 치에스카는 여전히 무엇을 지적하는 지 알아듣지 못하고 지금도 같은 성격이라고 한다.

 

59. 귀도 카발칸티의 이야기

 

귀도 카발칸티는 학식이 깊은 철학자이자 물리학자였다. 때문에 주변에서는 무신론자, 신을 배반하는 사람이라는 평이 있었으므로, 당시의 종교 중심적인 분위기에서는 그에게 편견을 갖고 싫어하는 무리들이 있었다.

하루는 귀도 카발칸티가 한 클럽에 가입하려 하는 데 그 클럽의 회원들이 짓궂게 장난을 걸기 위해 길을 걷는 그의 주위를 갑자기 둘러싸고, "신이 없다는 증거를 찾으면 어떻게 할텐가?" 라고 다그쳐 묻는다. 그러자 귀도 카발칸티는 답을 하지 않고, 문득 "자신의 집에 있을 때는 예의를 잃을 수도 있는 일이다" 라고 엉뚱한 속담을 이야기 한다.

나중에서야 클럽 회원들은 자신들과 귀도 카발칸티가 지나던 곳이 공동묘지 지역임을 알고, 귀도 카발칸티가 말한 속담은, 자신들을 죽은 시체처럼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로 비웃은 이야기인 줄 알고 부끄러워한다.

 

60. 치폴라의 이야기

 

치폴라는 떠돌이 수도사로 말을 매우 잘 하는 것으로 이름이 높았다. 피렌체에 나타난 치폴라는 사람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그는 사람들에게 성모 마리아에게 나타났던 대천사 미카엘 천사의 깃털을 보여 주겠노라며 떠들고 다녔다. 이에 짓궂은 장난꾼들이 수도사 치폴라를 망신주기 위해 몰래 치폴라의 짐을 뒤져 보았다. 수도사 치폴라의 하인은 여자라면 아무나 무조건 붙잡고 늘어지는 자라 여관 부엌의 하녀를 붙잡고 수작을 부리느라 여념이 없었기에 장난꾼들은 손쉽게 치폴라의 짐에 몰래 다가가서 치폴라가 가져온 한 앵무새 깃털을 발견했다. 당시만 해도 동방의 기이한 물건들을 아는 사람들이 잘 없었던 터라 앵무새 깃털을 알아보는 사람은 별로 없어 천사 깃털이라고 할 만도 했던 것이다. 장난꾼들은 앵무새 깃털을 숯덩이로 바꿔 놓고 사라진다. 수도사 치폴라는 사람들에게 천사의 깃털을 보여주기로 한 자리에서야 뒤늦게 깃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숯덩이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런데 치폴라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현란한 말솜씨로 자기가 여행한 외국의 기이한 문물들과 자신이 발견한 온갖 성경 속의 괴이한 유물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 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 로렌초라는 성인이 불에 타 죽었을 때 남긴 유물인 숯을 넣어둔 가방을 지금 천사 깃털 대신에 지금 여기 갖고 왔다고 둘러댄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이렇게 가방이 바뀐 것도 성 로렌초를 기리라는 하늘의 뜻이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수도사 치폴라는 대성공을 거두고, 장난꾼들은 그 솜씨에 크게 감탄하여 모든 사실을 고백한다.

 

일곱 번째 날의 이야기 - 부부간이나 남녀 간에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 셋째 날과 함께 가장 우수한 이야기 모음으로 전해짐

디오네오가 왕이 되어 옛날부터여자들이 사랑을 위하여 또는 자기 한 몸을 구하기 위해서남몰래, 또는 들키고서라도, 어떻게든지 남편에게 해온 여러 가지 계책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

 

61. 테사의 이야기

 

테사는 한 순박한 양모상의 아름다운 아내로, 순박하기만 한 양모상보다는 자신을 열렬히 사랑하는 한 세련된 귀족의 유혹에 빠져 귀족과 밀회를 즐기는 사이가 된다. 테사는 양모상이 장사를 하러 멀리 가서 집이 비었을 때 마다, 집 앞에 있는 당나귀 대가리 모양의 방향으로 신호를 보내서, 귀족이 그것을 보고 집으로 찾아 오도록 한다.

그런데 하루는 양모상이 길을 떠났다가 휴일임을 뒤늦게 알고 갑자기 돌아온다. 테사는 미처 신호 보내는 것을 다시 돌릴 틈이 없었으므로, 귀족은 양모상이 돌아온 줄 모르고 집에 찾아와 들어오려고 문을 두들겼다. 양모상이 이상하게 여기자, 테사는 이것은 귀신임에 틀림 없다면서, 귀신을 내쫓는 기도문을 외운다. 그런데, 기도문 내용 속에 남편이 돌아왔으니 빨리 돌아가라는 내용을 한마디씩 집어 넣고 크게 소리 지르며 기도문을 외쳐서, 귀족이 눈치채고 도망치게 해 준다.

 

62. 페로넬라의 이야기 통 이야기

 

페로넬라는 요염한 여자로 어느 미장이의 아내였다. 그런데 페로넬라는 한 젊은이와 바람이 나서 남편이 집을 비울 때마다 젊은이와 밀회를 즐기게 된다. 하루는 남편이 집을 비웠을 때 문을 잠그고 젊은이와 쾌락을 즐기고 있는데, 남편이 예기치 못하게 갑자기 돌아왔다. 페로넬라는 당황하는데, 순간 기지를 발휘하여 젊은이를 커다란 통 속에 숨도록 한다.

그리고 젊은이가 통 속에서 옷차림을 갖추고 나자, 아내는 남편에게 젊은이는 이 커다란 통을 사러 온 사람이라고 둘러댄다. 젊은이는 맞장구를 치면서 통 안을 좀 긁어 내면 통을 바로 사겠다고 한다. 남편은 통을 팔게 되었으므로 기뻐하며, 통 안에 들어가 통을 긁어 내고, 남편이 통 안에 있을 동안 젊은이와 아내는 다시 쾌락을 즐긴다. 남편이 일을 마치고 통 밖으로 나오자, 젊은이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돈을 주고, 남편에게 통을 사서 배달까지 시킨다.

 

63. 리날도의 이야기

 

리날도라는 젊은이는 어느 부유한 사람의 아름다운 부인에게 반하게 된다. 리날도는 부인이 임신했을 때 많은 연정을 품었는데, 리날도는 부인과 가까워지기 위해 부인이 낳은 아기의 대부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부인은 리날도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리날도는 이후 수도사가 되어 생활하면서 또 다른 방법으로 부인에게 접근하였다.

마침내 리날도는 부인의 남편이 없는 틈을 타서 적극적으로 부인에게 구애하였다. 그러자 부인은 리날도는 아기의 대부이므로, 가족과 같기 때문에 친척과 예의에 어긋나는 짓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자 리날도는 그렇게 치면, 아기의 친아버지인 남편이야 말로 가장 가까운 가족인데, 남편과는 매일 잠자리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하며, 억지를 써서, 부인을 설득하여 부인을 탐닉한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나타나자, 두 사람은 크게 놀란다. 부인은 꾀를 내어 아기가 갑자기 아프게 되어 수도사를 불러서 아기의 몸 속에 있는 벌레를 쫓는 기도문을 외우게 했다고 말한다. 수도사는 엉성한 옷차림이었지만 아기를 낫게 하느라 열중하는 의식을 치르는 척 하고, 아기는 건강하였으므로,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은 수도사에게 감사하며 매우 기뻐한다.

 

64. 기타 부인의 이야기

 

기타 부인은 한 부자의 아내였는데, 부자는 너무나 질투심이 강하여 아내를 못살게 굴었다. 아내는 부자를 괴롭히기 위하여 일부러 부자를 술 취하게 하는 일이 잣도록 버릇을 들이고는 부자가 술에 취해 골아 떨어지면, 몰래 집을 빠져 나와 바람을 피우고 다녔다.

그런데 하루는 부자가 부인이 술을 먹이길 권하는데 자기만 취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술에 안 취했는데 술에 취한 척 하고, 부인이 집을 빠져나갈 때 몰래 미행해 보았다. 따라가보니, 부인이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부자는 그것을 보고 분노하여, 집에 돌아가서는 문을 잠가놓고 부인이 들어올 수 없도록 열어 주지 않았다. 집에 돌아간 부자가 문을 잠근 채로 욕을 하자, 부인은 딱 잡아 떼고 이웃집 여자 집에 놀러 갔다 온 것이라고 했다. 부자가 계속 욕을 하며 믿어주지 않자, 부인은 우물에 몸을 던져 자살하겠다고 속이고는, 우물에 돌을 던져 소리를 낸다. 부자가 그 소리를 듣고 놀라서 집밖으로 나오자, 그 틈을 타서 부인은 집에 들어가서 이번에는 부인이 문을 잠근다.

부자가 분노하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부인은 부자가 술 취해서 행패를 부린다고 한다. 부자의 술버릇을 아는 이웃 사람들은 부자를 욕하고, 부인의 친정 사람들이 나타나서 부자를 흠씬 두들겨 패기까지 한다. 마침내 부자는 자신의 질투를 반성하게 되고, 이후에는 부인이 바람이 나도 들키지만 않도록 하라고 한다.

 

65. 어떤 질투심 많은 사나이가 신부로 꾸며 아내의 참회를 듣는다. 아내는 밤마다 찾아오는 어느 신부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질투심 강한 남편은 남몰래 문간에 숨어서 감시하고 있는데, 그 동안 아내는 지붕으로 연인을 끌어들여 즐긴다.

 

66. 람베르투치오 아무개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사벨라 부인이 레오네토와 몰래 사랑을 나누고 있는데 바로 그가 찾아온다. 거기에 또 그녀 남편이 돌아온다. 남편은 람베르투치오에게 단검을 쥐어주어 밖으로 쫓아낸다. 다음에 남편은 레오네토를 집까지 바래다준다.

 

67. 로도비코는 베아트리체 부인에게 자기가 품고 있는 생각을 호소한다. 그녀는 남편 에가노를 자기로 꾸며 정원에 내보내고 로도비코와 즐긴다. 그런 다음 로도비코는 일어나 정원으로 가서 거기 있는 에가노를 몽둥이로 두들겨 준다.

 

68. 질투가 심한 사나이가 아내를 의심하게 된다. 그러자 아내는 발가락에 끈을 매어 밤에 연인이 왔다는 것을 알린다. 남편은 그것을 알고 그를 뒤쫓는다. 아내는 자기 대신 다른 여자를 침대에 뉘어 둔다. 남편은 그 여자를 때리고 머리털을 잘라 버린다. 그리고 아내 형제들에게 가서 사실을 호소하지만, 형제들은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마구 욕한다.

 

69. 니코스트라투스의 아내 리디아는 피루스를 사랑한다. 그것을 확인하려고 피루스는 그녀에게 세 가지 일을 요구하고 그녀는 모두 해낸다. 더욱이 남편 니코스트라투스 앞에서 연인과 사랑의 유희를 하고 그가 본 일이 현실이 아니라고 믿게 한다.

 

70. 메우치오 디 투라의 이야기

 

메우치오 디 투라는 그 친구와 함께 한 여인을 몹시 사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인은 유부녀였으므로, 여인과 친해지기만 할 뿐 사랑을 이루지는 못하고, 두 사람은 여인이 낳은 아들의 대부가 된다. 대부는 가족과 비슷한 것으로 여겨졌으므로, 메우치오 디 투라는 이제 여인의 몸을 탐하게 되면 예의에 어긋난 것이라고 생각하고, 애써 참지만, 친구는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여인에게 덤벼 결국 여인과 환락을 즐긴다.

결국 친구는 너무 심하게 쾌락에 빠져 몸을 사리지 않다가 일찍 죽어 버린다. 친구와 메우치오 디 투라는 죽고 나면 죽은 후의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유령이 되어 말해 주기로 약속했으므로, 죽은지 사흘이 지나자, 친구의 유령이 메우치오 디 투라에게 나타났다. 메우치오 디 투라는 죽고 나서 자신이 죽어서 대부가 된 아이의 어머니와 바람이 난 죄를 받을 까봐 두려워서, 불길 속에서도 덜덜 떨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그런데, 저승에서 그 정도는 죄 축에 끼지도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메우치오 디 투라는 매우 기뻐하며, 이후로는 마음껏 실속을 차리며 살게 되었다고 한다.

 

여덟 번째 날의 이야기 - 부부간이나 남녀 간에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

라우레타가 왕이 되어 여자가 남자를, 남자가 여자를 속이고 또는 남자끼리 속이는 이야기를 전개

 

71. 굴파르도의 이야기

 

굴파르도는 성실한 독일인 병정으로 신용이 높았다. 그런데 굴파르도는 우연히 친구의 부인에게 열렬한 사랑에 빠지게 되어, 친구의 부인에게 구애한다. 그런데 친구의 부인은 굴파르도에게 사랑의 대가로 큰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에 굴파르도는 갑자기 사랑이 사라지고 괘씸한 생각이 들어 부인을 골려 주리라 생각하게 된다.

굴파르도는 친구에게 큰 돈을 빌려서 들고 있다가, 부인이 돈을 달라고 할 때에 말없이 나타나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돈을 준다. 그리고 친구가 출타 중일 때 부인과 함께 밀회를 즐긴다. 나중에 친구가 돌아오자, 굴파르도는 빌린 돈은 부인에게 주었다고 하고, 증인도 있다고 한다. 부인은 그 돈은 다른 일의 대가로 받은 것이기에 억울해 하지만, 밝힐 수 없어서, 굴파르도의 말이 맞고 돈을 잘 갚아 주었다고 어쩔 수 없이 말하게 된다.

 

72. 벨콜로레의 이야기

 

벨콜로레는 한 아름다운 농부의 아내였는데, 젊고 머리칼이 예쁘며 요염하고 몸집이 탄력이 있어 절구질을 하기에 좋은 몸집이었다. 어느 사제가 벨콜로레에게 흑심을 품고 갖은 수작을 부리며 추파를 던졌으나 벨콜로레는 넘어가지 않는다. 사제는 마침내 농부가 오래간 집을 비웠을 때 다짜고짜 벨콜로레를 찾아간다.

사제가 갖가지 감언이설로 조르자 벨콜로레는 자기가 물건을 좀 사게 돈을 좀 주면 허락하겠다고 한다. 그러자 사제는 외상으로 처리하자고 한다. 벨콜로레는 치사스럽게 여기나, 사제의 외투를 저당잡고, 광에 들어가 사제와 서로 탐닉하는 시간을 보낸다.

사제는 이후 돈은 없는데 외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꾀를 부린다. 사제는 농부가 돌아 왔을 때, 벨콜로레에게 절구를 보내면서, 빌린 절구를 돌려주니 저당 잡힌 외투를 돌려 달라고 한다. 그러자 농부는 독실한 신자였으므로, 사제가 필요한 것이라면 담보 없이 친절을 베풀어 빌려줘야 마땅하다고 꾸짖는다. 벨콜로레는 사실을 발설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외투를 돌려주면서, "더 이상 절구 속에는 아무것도 안 들어오리라"고 말하고, 그 말을 전해들은 사제는 "그러면 절구공이도 들어가지 않으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후에 사제는 벨콜로레를 종교적인 내용으로 협박하기도 하고 서로 화해하게 되기도 하여, 두 사람은 종종 밀회를 갖는 사이가 된다.

 

73. 칼란드리노의 이야기

 

칼란드리노는 매우 어수룩한 사람으로 그 친구인 브루노와 부팔마코에게 항상 놀림거리가 된다. 하루는 칼란드리노의 소문을 듣고 한 사람이 칼란드리노에게 허풍을 떠는데, 자기는 온갖 기이한 나라를 다 가보았으며, 치즈로 된 산이 있고 먹을 것으로 된 들판이 있는 나라에도 가 보았다는 말을 했고, 세상의 기이한 돌 중에는 돌을 찧으면 먹을 것이 나오는 돌이 있는가 하면, 돌을 지니면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돌도 있다고 떠들어 댄다.

칼란드리노는 그 말에 심취하여 투명인간이 되는 돌을 찾겠다고 나서고, 이를 놀리기 위해 브루노와 부팔마코도 따라 나선다. 칼란드리노가 강가에서 이런저런 돌을 주워 들자, 문득 브루노와 부팔마코는 칼란드리노가 보이지 않는 척 하고, 칼란드리노는 자기가 마법의 돌을 발견해서 투명인간이 된 줄 알고 매우 기뻐하면서 집으로 뛰어 온다. 브루노와 부팔마코는 세관 관리 등과도 짜고 부탁하여 칼란드리노가 안보이는 척 흉내 내도록 한다.

칼란드리노는 자신이 투명인간이 되었다고 굳게 믿는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가 자신을 알아보자, 칼란드리노는 여자의 요사스러운 기운 때문에 부정을 타서 마법이 깨어졌다면서 너무나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화풀이로 아내와 치고 받으며 싸우게 된다. 브루노와 부팔마코는 그 광경을 보고 박장대소 하면서, 칼란드리노에게 보물을 찾으러 가면서 아내에게 알리지 않은 죄라면서 말린다.

 

74. 피카르다의 이야기

 

피카르다는 아름다운 미망인으로 한 사제가 그녀에게 흑심을 품고 갖은 방법으로 구애를 하였다. 피카르다는 정중히 거절하기도 했으나, 사제는 막무가내였고, 피카르다는 그것이 너무나 성가셨으므로 어떻게든 그것을 멈추게 하려고 했으므로, 꾀를 냈다. 피카르다는 사제에게 결국 자신이 포기하고 사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기 집에서 같이 서로를 탐닉하자고 하는데, 자기 집의 두 남동생에게 들키면 안되기 때문에, 어둡게 하고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은 채로 좁은 곳에 들어가서 동침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제는 이것을 받아들이고, 기뻐하며 피카르다의 집에 간다. 그런데 피카르다는 자신의 매우 못생긴 하녀에게 자기 대신 어둠 속에서 사제를 만나도록 부탁해 두었다. 어둠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제는 못생긴 하녀와 동침하게 되고, 그 때 피카르다의 동생들은 사제의 스승을 모시고 집에 나타나 문을 벌컥 연다. 피카르다는 하녀와 동침하는 광경이 스승에게 목격 당하고, 자신이 하녀와 같이 있음을 그제서야 깨닫는다.

하녀는 오랜만에 얻기 어려웠던 쾌락을 누려 기뻐했으며, 피카르다는 귀찮은 남자를 제거했으므로 기뻐했고, 사제는 이후에도 못생긴 하녀와 잔 사제라고 어린아이들로부터도 놀림 받고 다니게 되었다.

 

75. 마조 델 삿지오의 이야기

 

마조 델 삿지오는 장난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도시에 못마땅한 관리가 나타나 조롱할만한 몰골의 재판관들을 데려 온 것을 보고 놀려주리라 결심한다. 마조 델 삿지오는 재판관이 앉아 있는 의자 밑으로 들어가서 친구와 함께 바지 양쪽을 붙잡고, 서로 치열한 소송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재판관은 소송에 관한 자세히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일어서서 귀를 한쪽으로 기울이려 하는데, 그 순간 마조 델 삿지오는 친구와 함께 바지를 당겨서 재판관의 바지가 벗겨지도록 한다.

재판관은 바지춤을 붙잡고 엉거주춤하게 다시 자리로 앉는 등 낭패를 보게 된다.

 

76. 브루노와 부팔마코가 칼란드리노의 돼지를 훔친다. 두 사람이 생각 뿌리로 만든 환약과 베르나치아 포도주로 누가 도둑인지 점을 치게 하고 쓴 알로에를 설탕에 버무린 개먹이 경단을 갈란드리노에게 한 개, 또 한 개 모두 두 개를 먹인다. 그가 너무 써서 토해내는 바람에 자기가 자기 돼지를 훔친 것같이 만들어 버린다. 두 사람은 아내에게 고자질하겠다고 을러대어 수탉 두 마리를 받아낸다.

 

77. 어떤 학자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미망인을 연모한다. 그녀는 눈 오는 밤에 거짓말로 학자를 기다리게 한다. 그 뒤 학자는 꾀를 부려 7월 한더위에 그녀를 하루 종일 알몸으로 높은 탑 위에 서 있게 하여 벌과 파리와 등에의 시달림을 받게 한다.

 

78. 제파 디 미노의 이야기

 

제파 디 미노는 시에나에 사는 매우 유복한 평민이었다. 그에게는 항상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집을 자주 드나드는 동안 그만 그 친구와 제파 디 미노의 아내가 바람이 나고 말았다. 제파 디 미노는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친구에게 복수할 꾀를 낸다.

제파 디 미노는 자신의 아내에게 죄를 물어서 아내가 자신의 말을 고분고분히 듣게 한 후에, 아내가 친구를 속이도록 해서 친구를 상자 속에 갇히도록 한다. 그리고, 제파 디 미노는 친구의 아내를 끌어 들여, 친구가 갇힌 상자 바로 앞에서, 이 모든 사실들을 다 친구의 아내에게 말하고, 친구의 아내에게 보석을 줄테니 복수를 위해 같은 일을 하지 않겠냐고 한다. 그리하여 친구의 아내와 제파 디 미노는 바로 친구가 갇혀 있는 그 상자 위에서 서로 어루만지며 즐기게 된다.

제파 디 미노는 마지막에 친구를 상자에서 꺼내 준다. 친구는 상자에서 자신의 아내가 제파 디 미노와 놀아나는 것을 생생하게 느꼈으므로, 크게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신의 죄를 반성하였다. 이후 두 사람의 우정은 회복되었고, 친구의 제안에 따라 두 사람은 서로 아내들을 공유하여, 두 아내와 두 남편이 서로 자유롭게 상대를 바꾸며 지내는 사이가 된다.

 

79. 의사인 시모네 선생은 브루노와 부팔마코가 참가하고 있다는 약탈 회원의 되기 위해 한밤중에 어떤 장소에 갔는데, 바팔마코는 오물이 가득 찬 두엄 구덩이에 그를 집어쳐넣고 달아난다.

 

80. 한 상인이 팔레르모로 물건을 가져와 판돈을 시칠리아 여자가 교묘하게 뺏는다. 그는 다음에 먼저보다 더 많은 물건을 가지고 온 것처럼 꾸며 그녀에게서 돈을 빌리고 헝겊 부스러기와 바닷물만 놓고 간다.

 

아홉 번째 날의 이야기 자유주제

에밀리아가 왕이 되어 저마다 나름대로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전개

 

81 프란체스카 데 랏자리의 이야기

 

프란체스카 데 랏자리는 매 우 아름다운 귀부인으로, 어느 두 청년의 열렬한 구애를 매우 귀찮게 여기고 있었다. 프란체스카 데 랏자리는 두 사람을 떼어버리기 위해, 두 사람이 자신을 단념하게 하기 위한 꾀를 부린다. 프란체스카 데 랏자리는 사연은 나중에 알려 줄 테니까 자신을 위해서 힘든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사랑을 받아주겠다고 하면서, 두 사람이 서로 모르게, 그 중 한 사람에게는 매우 유명한 악당의 무덤 속에 들어가서 하룻밤만 버티고 있으라고 하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그 악당의 무덤에서 시체를 짊어지고 오라고 시킨다.

결국 무덤 속에 대신 들어가 있던 사람은 갑자기 누가 무덤에 들어와 자신을 짊어지고 가려고 하는 통에 공포에 떨며 겁을 먹고, 시체를 짊어지고 오려던 사람은 시체라고 생각하고 지고 오려던 것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 하므로, 공포에 떨며 겁을 먹어, 두 사람은 모두 혼비백산하여 흩어진다.

 

82. 이자베타의 이야기

 

이자베타는 수녀로 우연히 한 청년과 눈이 맞아 밤마다 몰래 밀회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그 일이 발각되어 수녀들이 수녀원장에게 이자베타와 청년이 침대에 같이 있다는 것을 밤중에 알려 왔다.

그런데, 마침 수녀원장도 다른 남자를 끌어 들여 즐기고 있었으므로, 당황한 나머지 수녀원장은 베일을 덮어 쓴다는 것이 남자의 바지를 덮어 쓰고 이자베타를 찾아 간다. 수녀원장은 이자베타를 훈계하며 죄를 물었는데, 이자베타가 덮어 쓰고 있는 남자의 바지를 지적하자, 슬며시 말을 바꾸며 "이러한 죄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다."라고 얼버무린다. 이후, 수녀원의 수녀들은 저마다 남몰래 남자 애인을 두려고 궁리하게 된다.

 

83. 시모네의 이야기

 

시모네는 의사로, 어리숙한 칼란드리노를 골탕먹이는 브루노에게 부탁을 받는다. 내용인즉슨 칼란드리노가 유산을 상속 받았는데, 그 돈을 갈취하기 위하여 칼란드리노를 속이겠다는 것이다. 브루노는 칼란드리노의 안색이 갑자기 안 좋아 보인다면서 칼란드리노를 부추겨 아픈 듯하니 진찰을 받아 보라고 하고, 그 소변을 시모네가 검사하게 하며, 시모네가 칼란드리노를 가짜로 진찰하게 한다.

시모네는 브루노와 짠 대로, 남자인 칼란드리노가 임신을 했다고 말한다. 칼란드리노는 크게 놀라고 괴로워하면서, 어떻게 자기가 아기를 낳을 수 있겠냐고 하면서, 이것은 자신의 아내가 너무 흥분하여 위에 올라타는 자세를 많이 취했기 때문이라면서 아내를 탓한다. 칼란드리노는 아기를 떼기 위한 약을 구하는데, 그러자 브루노와 짜고 있는 의사 시모네는 가짜로 아기를 떼는 약을 지어서 먹이고, 약값으로 돈을 갈취하여 나누어 가진다. 의사 시모네는 칼란드리노에게 가짜 약을 먹인 뒤 아기가 떨어졌으니 안심하라고 말하고, 칼란드리노는 속은 줄도 모르고 기뻐한다.

 

84. 체코 포르타르리고의 이야기

 

체코 포르타르리고는 자신의 귀족 친구가 좋은 옷을 마련하여 노자를 챙겨서는 훌륭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찾아 뵈러 떠나는 것을 알고 자신도 같이 가겠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는 체코 포르타르리고가 도박을 좋아하는 버릇이 있어서 꺼림칙하게 여긴다. 하지만, 체코 포르타르리고는 간곡하게 부탁하여 같이 길을 떠난다.

체코 포르타르리고는 길을 가다가 어느 날 밤에 결국 도박에 빠져 모든 돈을 다 날리고, 심지어 친구의 돈을 훔쳐서 없애고, 친구의 짐과 옷까지 다 벗겨서 저당 잡혀 버리고 만다. 다음날 아침 친구가 매우 당황하자, 체코 포르타르리고는 지금 즉시 돈을 갚으면 돈을 좀 더 받을 수 있으므로, 빨리 현금으로 돈을 갚아야 한다고 재촉한다. 친구는 이 마당에 현금을 더 달라는 말만 하는 체코 포르타르리고를 보고 어이없어 하며 분노하는데, 체코 포르타르리고는 이렇게 이득을 보는 일에 뜸을 들이는 친구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적반하장으로, 친구 때문에 자신이 빨리 현금을 갚지 못해서 손해 볼 상황에 놓였다면서 마구 다그쳐서 친구의 돈을 더 내어놓게 한다.

모든 것을 뜯긴 친구는 매우 슬퍼하며 거지 같은 차림으로 겨우 만나야 할 사람을 찾아가고, 간신히 집에 돌아오게 된다.

 

85. 니콜로자의 이야기

 

니콜로자는 창녀인데 고아한 기품이 매력적인 여자였다. 어리숙한 칼란드리노는 이 창녀를 얼핏 보고 매력에 빠지는데, 칼란드리노를 항상 놀려먹는 브루노는 이를 이용하여 돈을 갈취하리라 생각하고, 창녀 니콜로자와 니콜로자의 기둥서방과 짜고 칼란드리노를 속이기로 한다.

브루노는 칼란드리노를 부추겨 니콜로자를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고 믿도록 만들고, 칼란드리노에게 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부적이랍시고 가짜 부적을 만들어 칼란드리노가 비싼 값에 사들이도록 한다. 그리고 니콜로자와 짜고 브루노의 부적때문에 마법에 걸려서 니콜로자가 칼란드리노에게 홀딱 빠진 것처럼 행동하도록 한다. 칼란드리노는 부적이 통했다고 매우 기뻐하는데, 니콜로자는 미리 짜둔 대로 일부러 결정적인 순간 일부러 칼란드리노의 부인에게 들킨다. 칼란드리노는 사나운 부인에게 바람을 피웠다고 큰 곤욕을 치르게 된다.

 

86. 피누치오의 이야기

 

피누치오는 어느 귀족 남자로 한 가난한 처녀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 처녀의 부모가 엄하여 서로 탐닉할만한 틈을 찾지 못한다. 어느 날 피누치오는 자신의 친구와 짜고 먼 길을 가다가 잠시 묵을 곳을 찾는 것처럼 하여 가난한 집에서 자게 되는데, 방이 하나 뿐 이었으므로, 모두 같이 한 방에 자게 된다.

피누치오는 깜깜한 밤에 교묘하게 몰래 숨어들어 처녀와 함께 마음껏 서로를 탐닉한다. 그런데 가구 배치를 교묘하게 바꾸는 바람에, 깊은 밤중에 사람들은 자기 자리가 어디인지 자꾸만 착각하게 되어 서로 다른 위치에서 자게 된다. 그 와중에 피누치오의 친구는 처녀의 어머니와 함께 즐기게 되기도 한다. 아침이 되자, 피누치오는 꿈속에서 처녀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낸 것 뿐 이라는 식으로 자신이 낸 소리를 아버지에게 설명한다. 하지만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어머니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87. 탈라노 디 몰레제의 이야기

 

탈라노 디 몰레제는 꽤 고귀한 사람이었는데, 그 아내가 매우 아름다운 편이기는 했으나 화를 잘 내고 성격이 매우 뒤틀려 있었다. 하루는 탈라노 디 몰레제가 아내가 숲에서 늑대에게 물리는 꿈을 꾸어 아내에게 불길하다고 말했다. 아내는 탈라노 디 몰레제가 자신을 싫어하고 저주하는 마음을 갖고 있으니, 그런 꿈을 꾼다고 투덜댄다. 그러나 탈라노 디 몰레제는 아내에게 어쨌거나 불길하니 숲에는 가지 말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내는 탈라노 디 몰레제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분명히 숲에 가서 자기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 바람이라도 피우려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굳이 숲에 가 본다. 결국 아내는 숲에서 정말로 늑대에게 공격을 당하고, 양치기들에게 겨우 구출되기는 하나, 이미 아름다운 얼굴에 징그러운 흉터가 잔뜩 생긴 후였다.

 

88. 치아코의 이야기

 

치아코는 맛 좋은 음식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으로, 만담을 잘하여 부유한 사람의 저녁 식사에 끼어서 좋은 음식을 맛보며 살아가고 있었다. 치아코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가 어느 귀족이 칠성장어를 잔뜩 사들여 호화로운 저녁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그 귀족의 저녁에 끼어드나, 그것은 친구가 놀리려고 거짓말한 것으로, 귀족의 저녁은 매우 초라하였다.

치아코는 복수하기 위하여, 흉포한 기사에게 친구의 심부름으로 뜬금없이 포도주를 얻어 먹으러 왔다고 말하고 도망치라고 어떤 사람에게 시킨다. 그리고 나서, 친구에게 그 흉포한 기사를 찾아가 보라고 말한다. 친구가 나타나자 흉포한 기사는 포도주를 얻어 먹느니 어쩌니 하면서 헛소리하는 수작을 부리는 놈이라고 하면서, 무어라고 설명도하기 전에 무자비하게 친구를 두들겨 패버린다.

치아코는 나중에 친구에게 기사에게 얻어먹은 포도주의 맛이 어땠냐고 묻자, 친구는 치아코가 먹은 칠성장어의 맛과 같은 맛이었다고 농담한다.

 

89. 멜리소의 이야기

 

멜리소는 성경 속의 솔로몬 왕에게 자신의 융숭한 대접에도 왜 주위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가 하는 고민을 해결해줄 답을 묻기 위해 길을 떠나는 사람이다. 멜리소는 길을 가다가 동료를 만나는데, 동료는 자신의 아내와 뜻이 맞지 않아 걱정이라고 하면서 자신도 솔로몬 왕에게 해결책을 들으러 간다고 한다.

솔로몬 왕은 두 사람을 만나자, 멜리소에게는 그저 "사랑하라"고 말하고, 동료에게는 "거위 다리에게 가보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너무 짧은 답에 실망하여 돌아가다가 한 다리에서 다리를 건너지 않고 버티는 한 노새를 보는데, 노새 주인은 노새를 마구 두들겨 팬다. 두 사람은 노새를 잘 달래서 걷게 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데, 노새 주인은 노새 성격은 자기가 잘 안다고 하면서 끝까지 때리기만 하고, 결국 노새는 다리를 건너간다. 두 사람은 그 다리의 이름이 "거위 다리"임을 알게 된다.

결국 멜리소의 동료는 자신의 아내를 몽둥이로 두들겨 패서 완력으로 말을 듣게 하는 법을 알게 된다. 한편 멜리소는 고향에 돌아가, 자신의 융숭한 대접은 단지 허영이었을 뿐으로, 진심으로 주위 사람을 위하는 사랑이 없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데카메론의 이 이야기에서는 "순한 말이건 사나운 말이건 박차는 필요하고, 착한 여자건 억샌 여자건 몽둥이는 필요한 법이다"라는 속담이 언급되어 있기도 하다.

 

90. 돈 잔니 디 바롤로의 이야기

 

돈 잔니 디 바롤로는 성직자로 한 암말을 데리고 돌아다니는 가난한 신부였다. 돈 잔니 디 바롤로는 한 가난뱅이의 아름다운 아내가 자신의 잠자리를 걱정하는 것을 보자, 자신은 암말을 처녀로 바꾸고 처녀를 다시 암말로 바꾸는 마법으로 암말과 친하게 지내고 있기 때문에 암말과 떨어질 수 없어서 따로 잘 수 없다고 거짓말 한다.

그러자 아내는 남편에게 이 마법을 배우면, 자신이 말로 변해서 남편의 일을 도울 수 있지 않겠냐고 하면서 남편에게 마법을 배우라고 한다. 남편이 돈 잔니 디 바롤로에게 마법을 가르쳐달라고 하자, 돈 잔니 디 바롤로는 말에게 꼬리를 달리게 하는 절차가 가장 어려우니, 결코 성공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날 밤 아내를 말로 바꾸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한다.

돈 잔니 디 바롤로는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의 옷을 모두 벗게 하고, 아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의 갈기가 되라고 하고, 아내의 다리를 쓰다듬으며 말의 다리가 되라고 하고, 아내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말의 가슴이 되라고 하고, 아내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말의 궁둥이가 되라고 한다. 그리고 꼬리를 달아야 한다면서, 자신의 바지를 벗더니 아내의 몸에 달라 붙는다. 그러자, 남편은 흥분하여, "꼬리를 달면 안돼!"라고 소리친다. 돈 잔니 디 바롤로는 남편이 말을 하는 바람에 마법이 실패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유유히 떠나간다.

 

열 번째 날의 이야기 - 고상하고 관대한 주제나 영혼의 위대성에 관한 이야기

팜필로가 왕이 되어 사랑과 그 밖의 사건에서 아량을 베풀었다든가 또는 너그러운 행위를 한 이야기를 전개

 

91. 룻지에리 데 피조반니의 이야기

 

룻지에리 데 피조반니는 이탈리아의 기사로 스페인의 왕 아래에서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엉뚱한 사람들에게만 보물과 땅을 나눠 준 왕에게 룻지에리 데 피조반니는 실망하였으나 왕에 대하여서는 칭찬하는 말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길을 가다가 자신의 당나귀가 마구간에서는 누지 않던 오줌을 물을 마실 냇가에서 누는 것을 보고 왕을 닮은 당나귀라고 욕을 한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왕이 룻지에리 데 피조반니에게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묻는다. 그러자 룻지에리 데 피조반니는 당당하게 자신은 왕을 종잡을 수 없는 당나귀처럼 생각한다면서 성실한 자신에게는 상을 주지 않고 도무지 누구에게 상을 내리는지 종잡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자 왕은 룻지에리 데 피조반니에게 상을 주지 못한 것은, 자신이 잘 알아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룻지에리 데 피조반니가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하면서, 상자 두 개에 한 쪽에는 보물을 한 쪽에는 흙더미를 모르게 넣어 두고 아무것이나 하나 골라서 집어 보라고 한다. 룻지에리 데 피조반니는 공교롭게도 흙더미가 들어 있는 상자를 고른다. 왕은 웃으면서 룻지에리 데 피조반니의 불운을 증명했다고 하면서, 그에게 넉넉한 보물을 주어서 고향 이탈리아로 돌아가도록 한다.

 

92. 기노 디 타코의 이야기

 

기노 디 타코는 대담한 도적으로 큰 세력을 이룬 사람이었다. 한 부유한 성직자가 자신의 병을 치료하러 온천을 지나가다가 기노 디 타코가 지배하고 있는 지역을 지나게 되는데, 기노 디 타코는 자신의 부하를 보내어 정중하고 성직자를 자신의 근거지로 초대한다.

기노 디 타코는 성직자를 가두어 두고, 옴쭉 달싹 못하게 한 상태로 강제로 이것저것을 먹게 한다. 성직자는 기노 디 타코를 저주하는 데, 그런데 그 덕분에 성직자의 병은 치료된다. 성직자가 치료되자, 기노 디 타코가 나타나, 자신은 운명의 장난으로 악인이 되었을 뿐이라면서 당당하게 말한다. 기노 디 타코는 성직자의 부하들을 모두 융숭하게 대접해 주었으며, 그 재물도 조금도 상하게 하지 않은 상태였다.

성직자는 감동하여 돌아간 뒤에 교황에게 말해서 기노 디 타코에게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통행증을 발급해 주게 하고, 기노 디 타코는 이들과 우정을 쌓게 된다.

 

93. 나탄의 이야기

 

나탄은 명망 높은 갑부 노인으로, 한 젊은 부자는 그 노인의 명성에 매우 큰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젊은 부자의 집에 한 걸인이 나타나자, 부자는 넉넉잖게 적선을 해 주었는데, 걸인은 집의 서로 다른 출입구로 나타나서 반복해서 구걸을 했고, 이러기를 문마다 반복해서 10번이 넘게 했다. 그러자 젊은 부자는 짜증을 내는데, 그러자 걸인은 나탄은 30번이 넘도록 하는 동안에도 군말 없이 적선을 해주었다면서, 젊은 부자는 역시 나탄에게는 못 미치는 부자라고 한다. 그러자, 젊은 부자는 더욱 큰 질투를 느낀다.

젊은 부자는 마침내 나탄을 죽이리라 생각하고 나탄을 죽이러 간다. 그러다가 한 노인을 만났는데, 그 노인은 젊은 부자의 뜻을 알게 되자, 나탄이 매일 산책하러 나타나는 장소와 나탄을 죽이고 안전하게 빠져나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젊은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그대로 나탄을 죽이려 하는데, 나탄을 죽이려고 보니, 바로 방법을 알려준 노인이 나탄이었다.

나탄은 자신을 찾아온 사람에게 자신은 누구나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베풀어 주었는데, 젊은 부자가 이루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늙은 자신의 쓸모 없는 목숨을 쓰려한 것뿐 이라고 한다. 그러자 젊은 부자는 감격하여 크게 뉘우치고, 나탄을 진심으로 존경하며 용서를 구한다.

 

94. 젠틸레 카리샌디 이야기

 

젠틸레 카리샌디 씨는 모도나에서 돌아와 죽어서 장례를 마친 그가 사랑했던 여자를 무덤에서 꺼낸다. 여자는 되살아나 아들을 낳는다. 젠틸레 씨는 그녀의 남편 니콜루치오 카차니미코에게 그녀와 아이를 돌려준다.

 

95. 디아노라 부인의 이야기

 

디아노라 부인은 아름다운 여인이나 유부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열렬한 사랑을 느낀 한 남작이 구애 하자 남편에게 충실한 디아노라 부인은 남작이 몹시 귀찮았으므로 남작을 떼어 버리기 위하여 "1월에 5월과 같은 경치를 보여 준다면 사랑을 허락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렵다"고 말한다.

남작은 크게 결심하고 갖은 술수를 찾아본 끝에 한 요술사를 고용한다. 요술사는 요술을 부려서 땅이 꽁꽁 언 추운 1월에 5월과 같은 아름다운 꽃과 나무로 가득한 땅을 만들어 낸다. 이에 절망한 디아노라 부인은 남편에게 모든 사실을 말한다. 남편은 분노했으나 남작의 끈기와 열정을 불쌍히 여겨 부인을 그에게 가도록 한다. 남작은 남편이 자신을 불쌍히 여겼기 때문에 디아노라 부인을 자신에게 보내준 것을 알고, 그 인품에 감동하여 디아노라 부인을 그냥 돌려보내 준다. 이 모든 사연에 감격한 요술사 역시 약속한 돈을 받지 않고 그냥 떠나간다.

 

96. 샤를르1세의 이야기

 

폭군을 몰아낸 샤를르1세 왕이 하루는 예전에 자신의 반대파였다가 은퇴한 귀족의 집에 찾아가서 저녁 대접을 받게 된다. 귀족은 자신의 아름다운 두 딸이 연못에 들어가서 생선을 건지게 해서는 즉석에서 생선 튀김 요리를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저녁을 보내는데, 두 딸의 모습이 매우 아름다웠으며, 그 자태가 아주 요염하였고, 특히 리넨으로 만든 옷이 물에 젖어 몸이 비치는 모습이 유혹적이었으므로 샤를르1세는 이후에도 도무지 두 딸의 모습을 잊지 못하게 된다.

마침내 샤를르1세 왕은 두 딸을 강제로 자신의 첩으로 거느릴 생각을 한다. 그러자 샤를르1세의 한 충신이 그와 같은 행동은 샤를르1세 왕이 몰아낸 폭군과 똑같은 행동이며, 그것은 비록 그 상대가 반대파라고 해서 용서되는 것은 아니라고 직언을 한다. 그 말을 듣고 샤를르1세는 깊게 깨달아, "용맹한 기사가 적을 무찌르기는 쉽지만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기는 어려운데, 그대는 해냈다"고 칭찬해주면서, 두 딸을 다른 좋은 가문의 귀족과 결혼시키도록 하고 자신은 마음을 다스린다.

 

97. 페드로 왕 이야기

 

페드로 왕은 병상에 누운 리자가 자신을 열렬히 연모한다는 말을 듣고 그녀를 위로해 준 다음 젊은 귀족과 결혼시켜 준다. 그리고는 그녀 이마에 키스하며 앞으로 자기는 그녀의 기사가 되겠다고 공언한다.

 

98. 소프로니아 이야기

 

소프로니아는 지시푸스의 아내가 도리 줄 알고 있었는데, 티투스 퀴티우스 풀부스의 아내가 되고 만다. 그녀는 남편을 따라 로마로 갔는데, 뒷날 형편없는 신세가 된 지시푸스가 로마에 온다. 지시푸스는 티투스가 그를 보고 그냥 스쳐 지나가자 멸시 받은 줄 착각하고, 죽어버리려고 자신하여 살인했다고 거짓 진술한다. 티투스는 그가 지시푸스임을 알고 그 대신 자기가 살인했다고 나서게 되는데, 실제로 살인한 자가 그것을 알고 죄를 뉘우치고 자수해 고백한다. 결국 그들은 옥타비아누스에 의해 모두 무죄 석방된다. 티투스는 지시푸스에게 자기 여동생을 시집 보내고 모든 재산을 그와 함께 가진다.

 

99. 술탄 이야기

 

행상차림을 한 술탄은 토렐로 씨의 환대를 받는다. 십자군 원정이 시작되어 전쟁에 나가게 된 토렐로 씨는 부인에게 어느 기간이 지나거든 재혼하라는 허락을 한다. 그는 종군 중에 포로가 되어 매부리를 하다가 술탄에게 알려진다. 술탄은 토렐로 씨임을 알고 극진히 대우한다. 토렐로 씨가 아내의 재혼을 근심하자 마술로 하룻밤 새 파비아로 돌려보낸다. 그는 재혼하려는 아내의 결혼식장에 나타나 아내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돌아온다.

 

100. 살루초의 후작 이야기

 

살루초의 후작은 아랫사람들의 권유에 못 이겨 아내를 맞게 되자 생각하는 바가 있어 한 농부의 딸을 맞아들인다. 그녀에게서 두 자녀를 얻어 모두 친척에게 몰래 보내 그르면서 그녀에게는 아이들이 죽었다고도 하고 또 성장한 딸을 데려오면서 새로 결혼한다고도 해보얐으나 그녀는 조금도 화를 내거나 질투하지 않는다. 후작은 일단 쫓아냈던 그녀를 다시 불러와 깍듯이 후작부인 대접을 하고, 모든 사람에게 그녀의 어질고 정숙한 덕을 기리게 한다.

 

보완점

 

머리말과 끝맺음말의 내용을 합하고, 목차를 다음과 같이 바꾸면 좋을 것 같다.

 

머리말

첫째 날 - 자유주제

둘째 날 - 많은 갈등과 고뇌를 겪고 나서 행복한 끝을 맺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셋째 날 - 갈망하던 것을 획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넷째 날 - 불행한 결말을 갖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

다섯째 날 - 행복한 결실을 맺는 사람들의 이야기

여섯째 날 - 재치를 이용하여 교묘한 응답을 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일곱째 날 - 부부간이나 남녀 간에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

여덟째 날 - 부부간이나 남녀 간에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

아홉째 날 - 자유주제

열째 날 - 고상하고 관대한 주제나 영혼의 위대성에 관한 이야기

끝맺음말

보카치오의 생애와 작품에 대하여

보카치오 연보

 

작품 뒤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 작가 연보를 수록한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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