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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7일 09시 10분 등록

<데카메론>

1 저자에 대하여: 조반니 보카치오(1313.06.16~1375.12.21)

`부패한 피렌체에 신이 내린 벌`로 부터 탄생한 <데카메론>

조반니 보카치오의 생애

보카치오 디 켈리노라는 토스카나의 한 상인과 프랑스계인 듯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파리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가 있는 피렌체로 가게 된다. 똑똑한 아들을 알아본 아버지는 보카치오의 문학 취향에 반대하며 1328(15)년경 장사를 배우게 하려는 생각으로 나폴리의 궁정을 장악하고 있는 바르디가의 한 사무실로 보냈다. 이곳에서 그는 궁정 기사도와 봉건주의의 화려함 속에 잔존해 있는 온갖 것과 상업세계의 귀족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문화의 중심지 나폴리에서 그의 문학에 대한 열성은 더욱 강해졌기에 상업을 포기하고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조건으로 라틴 고전과 프로방스 문학을 공부했다

나폴리에서 있을 때, 피아메타라는 아가씨에게 사랑을 느꼈는데 그녀는 〈데카메론〉에 이르기까지 그의 모든 문학활동을 지배하고 있다. 〈데카메론〉에는 초기 작품들에 등장하는 피아메타와 다소 비슷한 성격의 인물로 나타난다. 보카치오의 작품을 통해 피아메타를 로베르토 왕의 사생아이자 아키노 백작의 아내인 실존인물 마리아로 보는 시선도 있으나, 이를 뒷밤침 할 근거가 없다. 하지만 마리아는 보카치오 문학의 뮤즈가 되었다. 1340(27)년 바르디가의 파산으로 아버지까지 파산하게 되자 아버지의 부름으로 사랑하는 나폴리를 떠나 피렌체로 돌아간다.

보카치오가 살았던 피렌체는 유럽 경제의 중심지로 돈이 넘쳐나는 도시였다. 호사스러운 생활에 물든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심하게 타락했고, 권력자들과 성직자들마저 너 나 할 것 없이 음란하고 방탕한 생활에 젖어 있었다. 1348년 페스트가 피렌체에서 처음 발생한 것을 보고 보카치오는 `부패한 피렌체에 신이 내린 벌`이라고 생각했다. 페스트의 참상을 보고 <데카메론>을 집필하게 되었으며 1349~1353년에 쓰여진 것으로 보고 있다.

1350년 피렌체에서 이루어진 페트라르카와의 첫 만남은 보카치오의 문학활동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학자이며 시인이며 인문주의자인 페트라르카는 〈데카메론>이후 보카치오에게 많은 작품을 쓰게 했고 인본주의적 학문연구에도 전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페트라르카와의 만남이 보카치오의 문학에 변화를 초래한 유일한 원인은 아니었다. 몸이 너무 일찍 쇠약해진 것과 사랑에 대한 실망도 변화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이전에는 늘 여성과 사랑을 찬미하는 작품을 썼던 보카치오가 갑자기 여성에 대한 혐오감을 표현한 〈코르바초 Corbaccio〉를 썼으며 그 뒤 재능을 딴 곳으로 돌리게 된 점으로 보아 알 수 있다. 더욱이 종교적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듯한 조짐도 있었다.

피렌체에서 보카치오가 사귄 이들은 초기 인문주의의 중추로서 매우 중요한 사람들이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레온치오 필라토는 보카치오가 1360~62년에 거처를 마련해주었으며 스투디오(피렌체의 옛 대학)에서 그리스어 강사로 임명되도록 도왔던 사람이다. 그의 라틴어 번역으로 인해 페트라르카와 보카치오는 인문주의자들이 그리스 학문을 연구하는 데 첫걸음이 되는 호메로스의 시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단테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데 이러한 점은 페트라르카와 그를 구별짓는 특징의 하나이다. 〈단테 알리기에리의 생애 vita di Dante Alighieri〉 또는〈단테를 찬미하는 소논문 Trattatello in laude di Dante〉과 이에 대한 2편의 요약판은 그가 단테에 대해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1373(60) 10월 피렌체에 있는 산스테파노디바디아 교회에서 단테의 〈신곡(神曲) Divina commedia〉을 대중에게 강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 강의에 추가된 주해서의 개정판이 현재 전해지고 있으나 〈지옥편 Inferno〉의 17장에서 중단되어 있는데, 이때는 1374년초 건강이 악화되고 대중을 대상으로 한 단테에 대한 그의 강의가 비난을 받고 있어 낙심하고 있을 무렵이다. 1374 7월 페트라르카의 죽음은 보카치오에게 또 하나의 비탄을 안겨주어 체르탈도에서 다시 은거생활을 하게 되었으며 이듬해 그곳에서 생애를 마감하고 산티미켈레에자코포 교회에 묻혔다.

그의 작품

〈디아나의 사냥 La caccia di Diana, 〈일 필로콜로 Il filocolo(1336), 〈일 필로스트라토 Il filostrato(1338), 〈트로일로스와 크리세이다 Troilus and Criseyde(뒤에 셰익스피어가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 Troilus and Cressida〉로 썼음),<아메토(1341~1342)>, <피에졸레의 요정(1346)>, 〈기사 이야기〉, 〈이교 신들의 계보에 대하여〉, 〈목가시 Bucolicum carmen(1351~66), <데카메론(1349~1353)>, <단테의 삶(1364)>, 〈뛰어난 여성들에 대하여 De claris mulieribus(1360~74)는 페트라르카의 〈유명인들에 대하여 De viris illustribus, 〈유명인들의 운명에 대하여 De casibus virorum illustrium(1355~74), <코르바치오(1365)>, 〈산···호수··늪 또는 습지와 바다의 이름에 대하여 De montibus, silvis, fontibus, lacubus, fluminibus, stagnis seu paludibus, et de nominibus maris(1355~74)가 있다.

데카메론에 대하여

〈데카메론〉은 10명의 젊은이(7명의 여자와 3명의 남자) 1348년 흑사병이 강타한 피렌체를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들은 샘이 솟는 풍요로운 시골 마을에 머물게 되는데 2주 동안 차례로 동료들을 이끌어갈 왕 또는 여왕이 되어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결정하고, 산책·야외토론··노래 등을 주관케 하며 특히 돌아가면서 이야기 자랑을 하게 했다. 이야기 자랑이 2주 가운데 10일 동안 계속되므로), 이 책의 제목이 '10일 동안의 이야기', 즉 〈데카메론〉이 된 것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이야기는 모두 100편에 달하며 그는 문학을 통해 타락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어 `데카메론`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데카메론`을 일종의 고발문학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 광범위한 영역과 삶의 희비극적 단면들로 인하여 이 작품은 당연히 그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문체면에서는 가장 완벽한 이탈리아의 고전적 산문의 본보기이며 전유럽의 르네상스 문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셰익스피어에게 영향을 준 근대소설의 선구자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단테의 『신곡(神曲)』에 비견되어인곡(人曲)’으로도 불리는 이 작품은 인간 본연의 자유로운 욕망과 예측 불가능한 삶의 진면목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종교적 속박에서 벗어나 인간을 이야기하고 싶어했으며, 신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평가 받는 인간이 아닌 그 자체로 훌륭한 예지력을 갖추고 있는 독립적 인간형을 찬양했다. `데카메론`에는 다앙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왕과 왕족, 정치인, 기사, 수도원장, 성직자, 법관, 철학자에서부터 여관 주인과 노예에 이르기까지 당시 사회를 구성했던 거의 모든 계층이 주인공이다. 보카치오는 당시 중부 이탈리아에서 떠돌아다니던 이야기를 수집해 책의 골격을 세웠기 때문에 책에 수록된 에피소드들은 상당수가 현실에서 시작된 것들이다. 이 때문에 `데카메론`을 통해 르네상스 초기 이탈리아의 사회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함을 거둘 수가 없다.

조반니 보카치오최초의 페미니스트?

<데카메론>라는 책 이름이 데카상스에 묻혀 왠지 낯설게 느껴지더니, 이야기 또한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외부 활동으로 인해 많은 것들을 접할 수 있는 남자들과는 달리 가정이라는 고립되고 종속된 생활을 하는 여자들을 위해 이 책은 쓰여졌다고 했다. 그들의 욕구를 대리로 채워주기 위한 보카치오의 배려? 어쩌면 보카치오는 최초의 페미니스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를 위해 쓰여진 책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욕망과 시선으로 본 세상이었기에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하나같이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지성은 없었고, 욕정 앞에서는 모두가 패자였으며, 욕정만 해결이 되면 삶의 고뇌도 문제도 없어지는 만병통치약임을 보여주는 점이 불편했다. 시대를 풍자했고 대부분이 현실에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수집하여 썼다는 것을 감안하면, 여러 가지 생각과 씁쓸함이 머리를 스친다. 이 시대의 윤리와 종교의 타락 정도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인간의 욕망과 얼굴의 종류는 얼마나 다양한지……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책 처음에 소개되는 흑사병에 대한 공포와 참상은 너무도 끔찍하다. 유럽인구의 1/3을 휩쓸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데카메론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인간의 욕망과 탐욕스러운 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들의 후손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어쩌면 인간은 별 볼일 없는 민낯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귀함을 더 열망하고 찬양하는지도 모르겠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머리말

나로서는 사랑하는 여자가 무정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욕망의 굴레에 갇힌 영혼에서 자라나는 지독한 열정의 불길이 미친 듯이 가슴속에 활활 타올라 지치도록 괴로워하고 고민했습니다.

그리하여 의지의 힘이나 어떤 신중한 충고, 예상되는 수치심이나 뒤따르는 위험에의 두려움으로 꺾지 못한 나의 사랑은 마침내 시간의 흐름을 따라 사그라지기 시작해서, 깊은 바다를 찾아 멀리 나아가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그런 기쁨만을 남긴 채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사랑의 불길에 비유하는 이유를 알겠다. 훨훨 타오를 때는 걷잡을 수 없지만 타고 난 자리는 지독한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인네들은 부모며 형제며 남편의 뜻과 기분, 반드시 즐겁다고 할 수는 없는 여러 가지 상념에 잠깁니다. 그러다가 사랑의 욕망이 일어 우울증의 포로가 되어 버리면, 무언가 새로운 이유로 그것을 없애지 않는 한 가슴속에서 서서히 맺히다가 고뇌의 응어리가 되어버리고 말지요.

>여자의 바람이 무서운 이유는 단지 기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환경적으로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첫째 날

015 이 날은 작자가 어떤 이유로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가를 설명한 다음, 팜피네아의 주재 아래 저마다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021 따라서 세상이 순조로울 때면 현명한 사람도 어쩌다 일어나는 하찮은 타격을 참지 못하는데, 이렇게 재앙이 커지니 무지한 사람들을 참을성이 있게 되어 무슨 일에나 무관심해져 버리는 사태가 뚜렷이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무섭고도 잔인한 증상이다. 아마 세월호보다 작은 사건에 대해 우리는 어쩌면 무감각해 질지도 모른다. 생각지도 못하는 사이에 예방접종을 맞아 버렸기 때문이다.

022 , 옛날에는 많은 하인들의 시중을 받으며 귀족과 신사 숙녀들이 살고 있던 그 많은 저택이며 아름다운 집들이 이제 가장 미천한 하인에 이르기까지 아무도 살지 않게 되어 버렸으니! , 얼마나 많은 유서 깊은 혈통과 막대한 유산과 유명한 재보 등이 이어받을 사람도 없이 헛되이 버려졌을까요.

033 살아서 극악무도한 사나이였던 그는 죽어서 성 차펠레토로 추앙받는다.

>때로 역사는 얼마나 모순이고 바보 같은가? 그래서 그 함정을 이용하기 위해 사람들을 고군분투하게 만들지 않던가? 역사의 딜레마로구나!

036 그러니 고해도 하지 않고 교회의 성례도 안 받을 테지. 만일 고해도 않고 죽는다면 어는 성당에서도 시체를 받아 주지 않을 것이고, 성당 묘지에 매장도 시켜주지 않을걸.

>이러니 카톨릭의 세력이 구석구석 손을 뻗치지 않은 곳이 없었겠군. 순수한 종교로서의 기능은 애초에도 없었던 것일까?

053 왕이시여! 나는 아버지이신 하느님이 세 백성에게 주신 종교에 관해 하신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백성들은 저마다 그 유산과 법도를 이어받아 법도가 명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줄 압니다. 하지만 어는 백성의 것이 진짜냐 가짜냐 하는 문제는, 방금 말씀 드린 반지처럼 미해결인 채로 앎이 있는 것입니다.

059 하지만 여자라는 것은 옷차림이나 신분에 여러 가지 변화가 있어도 속은 다 같은 법입니다.

>정말 그럴까? 여자도 모르겠는 것이 여자의 속이거늘……이 사람은 어찌 이리 호언장담을 할까?

060 누구나 그렇듯 신앙이 부족한 사람보다 지갑이 두툼한 사람을 찾는 데 더 몰두해 있었습니다.

>자본주의라는 말은 뒤 늦게 생겼지만 어쩌면 우리의 본성의 일부인지도 모르겠다.

061 돈은 욕심 많은 성직자들 사이에 흑사병처럼 퍼져 있는 악질 탐욕병, 특히 돈을 크게 만진 적이 없는 낮은 신분의 수도사들에게는 매우 큰 효험이 있는 약이지요.

>돈은 요물이다. 돈은 사람을 럭비공으로 만들어 버린다. 스스로 소유하게 되더라도 본인도 어디로 튈지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물의 손에 놀아나본 사람은 그 요물을 다루는 법을 알게 되는데, 그러기에는 감당할 것이 많은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061 이 마약은 다른 많은 미덕과 마찬가지로 그 효과가 달리 비할 데가 없어서, 갈레노스의 의학서에 씌어 있습니다만, 아무튼 그 효험 덕분에 화형은 십자가 처벌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돈은 때로는 전지전능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돈돈 하나보다. 돈에 집착하는 것이 현대의 생활이라 생각했는데, 돈이라는 것은 인간의 가장 간교한 본성을 잘 찾아 드러내는 기술이 있다.

063 여러분, 움직이지 않는 표적을 쏘아 맞추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무언가 뜻밖의 표적이 나타났을 때 사수가 곧 이것을 쏘아 맞혔다면 이보다 훌륭한 일은 없을 줄 압니다.

068 워낙 요즈음 궁정인들은 귀족이나 귀한 신사라 불리고 싶어하고, 이름이 나기를 바라는 사람들뿐이며, 썩을 대로 썩은 부도덕한 생활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궁정에서 자랐다기보다는 아주 천한 인간들의 보기 흉한 거지 같은 생활 속에서 자란 당나귀라고 말하는 편이 옳을 인간들뿐이니까요.

>인간의 생활 양상이 이때부터도 이랬단 말인가? 참 씁쓸하다. 지금은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졌겠지?

069 이것은 바로 현 사회의 최대의 치욕이자 비난받아 마땅할 결점으로서, 오늘날 가엾은 인간들이 악의 구렁텅이 속에 미덕을 내동댕이쳐 버렸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071 젊고 훌륭하신 여러분, 별은 맑게 갠 밤하늘의 장식이고, 푸른 들판의 꽃은 봄의 장식이듯이, 경묘한 경구는 칭찬할 만한 교양의 꽃이며, 즐거운 이야깃거리의 근원입니다.

>그렇겠구나! 경구의 기능 중에 하나는 즐거운 이야기를 제공해주는 것이었구나!

072 흔히 여성들이 색색가지 무늬 옷을 입고, 화려하게 장식품으로 치장을 하고 있을 것을 봅니다만, 그녀들은 그것을 당연한 일이며 남에게 존경받는 원인이 된다고 믿고 있지요.

>이런 사고 방식이 못마땅하다. 속물근성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내가 거기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나도 모르게 몸에 밴 속물근성의 습관들을 얼마 전에 발견했을 때, 당황스러웠다. 책은 그리고 연구원은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만들어 좋다.

073 사람들은 모두 그와 같은 사랑의 열정이란 젊은 사내의 어리석은 마음에나 솟을 일이지, 그 이외의 자리에 솟을 일은 아니라고 믿고 있는 듯, 그이를 볼 때마다 이제 분별도 있음직한 저런 늙은이가 어떻게 사랑에 빠질 수 있었을까, 하고 서로 웃으며 지껄여 대곤 했습니다.

>사랑을 흔히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 생각에 반대한다. 70에도 80에도 가능한 것이 사랑이다. 나이만큼, 지나온 세월만큼 깊어질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그 생명력은 천년 전이나 천 년 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본능적이며 인간세상에서 떠나서 살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에서 꼭 한가지만 선택하라면 사랑을 택하겠다.

074 물론 늙은이에게는 사랑을 완수할 체력은 없지만, 그렇다고 사랑하는 마음을 눌러 버려야 한다거나,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을 몰라보는 법은 없소. 더욱이 늙은이는 그 나이 탓으로 젊은이보다 사물을 분별할 줄 아는 힘을 훨씬 더 많이 갖추고 있으니 말씀이오. 많은 젊은이들한테 사랑을 받고 잇는 부인을 이제 다 늙은 내가 사랑하게 된 동기는, 내가 부인네들이 간식으로 루핀 콩이나 부추 같은 것을 먹는 것을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라오. 부추는 조금도 맛있는 것이 아니지만, 뿌리 쪽은 별로 해롭지도 않고 입 안의 감촉도 좋지요. 그런데 당신들은 일반적으로 그걸 먹는 방법이 틀려서, 구근은 손에 들고 잎을 자시더군요. 잎은 전혀 자양분이 없을뿐더러 맛도 나쁘다오.  혹시 부인께선 연인을 고르실 때 그런 식으로 하고 있지는 않으시는지요? 만일 그러시다면, 부인이 골라야 할 사람은 바로 나며, 다른 자들은 버려야 하지 않으시겠소.

>훌륭한 언변. 역시 연륜이야.

둘째 날

079 여러 가지 일로 괴로움을 겪은 사람들이 뜻밖의 행복한 결과를 얻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093 지금까지 막대한 재산으로 어두워져 있던 눈이 가난해져서야 비로소 떠진 거예요.

>돈이 있을 때 눈을 뜬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들은 왜 모든 것을 잃고 난 다음에 깨달음이 오는 것일까? 그래서 우매한 존재이구나.

100 가난의 밑바닥에 떨어진 자가 일약 왕자의 자리까지 올라간 것을 보면, 인생이 얼마나 운명의 신에게 좌우되는 것인가 여실히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운명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올라가는 것이나 내려가는 것은 운명의 추진력에 의하겠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거나 유지하는 것은 사람의 의지이지 않을까?

110 이렇게 해서 그는 믿어서 안 될 것을 점점 더 믿어 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나랑 같은 과오를 범하는 인간들이 생각보다 많군.

113 한 마리의 낯선 개가 나타나면 온 마을의 개가 몰려와 짖어 대듯이 큰 소리로 욕설들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자기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하여 결투를 벌였겠지.

154 키스를 받은 입은 빛은 바래지기는커녕 달처럼 더욱더 윤기가 난다.

>음양의 조화의 이치 아닐까?

155 부인들은 아름다운 공주가 겪은 여러 가지 사건에 몇 번이나 깊은 한숨을 쉬었지만, 왜 한숨을 쉬었는지 모릅니다. 아마 가엾게 생각했다기보다, 그렇게 여러 번 결혼한 것을 부럽게 생각하고 한숨지은 것이 아닐까요?

>말도 안돼. 어떻게 4년 동안 9번 결혼 한 것이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그 동안 진정한 사랑을 한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뿐인데……이 여자들의 반응에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 남자의 시선으로 해석한 부분이리라. 정말 남자들은 다다익선일까?

165 부모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곤란한 일이었지만, 장가를 보내지 않고 아들을 죽이느니 균형은 맞지 않더라도 아내를 맞이 하여 살게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결혼시키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171 “나도 마찬가지일걸. 우리 집사람은 무언가 정사의 모험을 하고 있을 거다, 하고 생각하면 틀림없이 하고 있거든. 아내를 의심하건 하지 않건 반드시 하고 있단 말이야. 그러니 피장파장이지 뭐야. ‘당나귀가 벽에 부딪치면 벽은 튕겨낸다는 속담대로야.

>아무리 조건을 앞세워 결혼을 했다지만, 이런 상황을 보면 지금보다 더 문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결혼이라는 제도와 부부라는 관념은 이들에게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나의 세력을 견고하게 하기 위한 필요악?

171 그래서 집에 남겨 두고 온 아내들이, 도깨비가 집에 없을 때 빨래를 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는 데 금방 의견이 일치되는 듯했습니다.

>????

173 더욱이 남자는 일반적으로 모든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여자보다 완전하게 되어 있단 말이에요. 이처럼 남자는 완전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믿을 수 있고 또 여자처럼 그렇게 자주 마음이 변하는 일도 없는 법이라오.

>ㅍㅎㅎㅎ 이 말에 흥분할 여자들의 얼굴이 떠오르는군.

173 부인은 여자이고 다른 여자와 마찬가지로 뼈와 살로 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지 않소? 그러니 만일 그렇다면 부인도 다른 여자들과 마찬가지 욕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와 같은 자연의 욕정에 저항할 만한 힘든 일반 여자와 간직하고 있는 힘과 다를 바 없을 것이오. 그러니, 당신 부인이 정결하기 짝이 없는 여성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여자가 하는 짓을 안 한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오.

>여자를 욕망을 가지고 있는 한 인간으로 표현하는 부분은 마음에 든다.

181 그리고 남편 쪽은 오랜 세월의 경험으로 터득한 진실보다 남의 거짓말을 믿고 참혹하게도 부인을 죽이게 하여 이리의 밥을 만들었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자기의 목숨을 걸게도 하지만, 한낱 바람에도 흔들리는 것이 또한 사랑이다. 그래서 위대한 사랑을 찬미하는 것이 아닐까?

182 베르나보는 그녀가 아내라는 것을 알자 그녀 앞에 몸을 내던지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용서해 줄 값어치도 없는 남편이었지만, 그녀는 따뜻한 마음으로 그를 용서해 주고, 일으켜 세워 남편으로서 부드럽게 안아 주었습니다.

>이것 또한 조반니 보카치오의 욕심이 아닌가? 어이없다. 나 같으면 용서하지 못했을 텐데.

184 대단한 미인이었지만, 피사의 그 누구보다 바람기가 많았습니다. 사실 피사 처녀들 중에 얼룩덜룩해진 도마뱀 같지 않은 여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덜룩덜룩해진 도마뱀표현이 재미있다.

190 아아, 당신은 이렇게 타락하고 부정스러운 욕망 때문에 자기의 명예를 버리고 자기보다 당신 자신을 사랑하는 나를 버릴 생각이오?

셋째 날

195 <데카메론의 셋째 날이 시작됩니다. 이 날은 네이필레의 주재 아래, 무척 바라던 것을 손에 넣은 사람들과 한 번 잃었던 것을 다시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누어집니다.

198 세상에는 젊은 여자에게 흰 수건을 씌우고 검은 옷만 입히면, 돌로 만든 수녀가 된다고까지는 생각지 않더라도, 이제 여자가 아니며 여자로서의 욕정도 느끼지 않게 된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남녀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대론이라도 들으면 마치 자기 자신에 대한 경멸인 것처럼 생각하고, 자연에 대해서 최고의 악행이라도 범한 것처럼 당황해 버립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그 동안 한 번도 들지 않던 의구심이 생긴다. 확인해 볼 방법은 없지만, 어쩌면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가장 큰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5 세상에는 별로 자기가 알지 않아도 될 일을 듣고서는 그것을 남에게 떠벌리고 싶어하는, 생각이 좀 모자라는 사람이 적잖게 있는 법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남의 이야기를 도마 위에 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자기네는 아닌 척 하면서 그들을 욕한다. 어쩜 그 욕은 하는 사람의 것인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그런 소일거리를 즐거워하지 않을 텐데……안타까운 일이다. 말은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나도 가끔 브레이크가 고장 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아찔하고 창피하다.

211 정말 그네들 수도사들을 보면, 속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웃음을 터뜨릴 그런 망측한 복장을 하고 기묘한 습관에 사로잡혀 있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면서, 자기네들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아는 것이 많고 뛰어난 인간들인 줄만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근본이 천해서 다른 사람들처럼 일해서 끼니를 버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마치 돼지처럼 먹을 것이 얻어 걸릴 수 있는 장소라면 어디나 찾아간답니다.

211 사랑이나 신앙보다 위선에 차 있는 우리 도시에

220 저를 비롯해 그와 같은 욕망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그러한 밤으로 인도해 주시도록, 하느님께 거룩한 자비를 내려 주십사고 저는 부탁해 마지않겠어요.

222 그래서 가능하면 프치오의 노동을 덜어 주고, 자기가 대신 그 역할을 해주자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세상에 문제될 관계가 있을까? 참 나……

226 세상에는 자기가 너무나 지식이 풍부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남을 속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실은 자기가 속았다는 것을 깨닫곤 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헛똑똑이라고 부른다.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사람들. 자만이 화를 불렀을 것이다.

241 그런데 행복의 절정에는 흔히 운명의 역전이 생기는 법이죠.

>때로 나는 이것 때문에 불안했다. 지금은 그 또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기에 하늘의 뜻에 맡기기로 했지만, 얼마 전까지 나는 행복과 불안의 바다를 함께 거닐어야 했다.

247 그야 옛날에는 성덕의 명성이 높았던 훌륭한 성직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성직자라고 불려지거나 그런 취급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성의 이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몸에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그 성의조차도 성직자의 옷이라고는 할 수 없지요. (중략) 그런 까닭으로 성직자는 성의를 입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성의의 빛깔을 몸에 걸치고 있는 데 지나지 않습니다. 옛날의 수도사는 사람을 구하고자 했습니다만, 요즘의 수도사는 여자와 돈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관심은 모두 열변을 토하거나 그림 또는 조각상 같은 것을 보이거나 하면서, 어리석은 대중의 마음을 놀라게 하여 성금을 내게 하고 미사만 올리면 죄가 깨끗이 씻어진다고 가르치는 데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 왜 일어났는지……알만하다.

248 우리의 가르침을 지키시오. 행위는 흉내내면 안 되오

>지들도 아는군. 잘못된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262 게다가 나는 많은 아름다운 보석과 귀중한 물건들을 갖고 있는데 결코 부인 이외의 사람에게는 주지 않을 작정이오.

>수도사가 이 용도로 쓰기 위해 돈과 재물을 밝혔구나!

269 마누라는 매우 기뻐하며 본디대로 정숙한 아내로서 그와 더불어 살았습니다만, 기실 적당한 기회를 보아 원장과의 밀회도 기꺼이 즐겼습니다.

>정숙과 밀회……어울리지 않는 단어들. 전자는 사회인으로서 필요한 페르소나이고 후자는 자신에게 충실하기 위한 욕망일 것이다. 나이가 들고 보니 옳고 그름만으로 판가름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숙과 밀회를 다 갖은 이 여자는 욕심쟁이? 아니면 가장 행복한 여자? 아니면 진정한 능력자?

넷째 날

290 사랑이 불행하게 끝나는 이야기를 합니다.

300 사랑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그 눈에는 어떤 것도 끝까지 감출 수는 없는 법입니다. 사랑에 빠진 여인은 그것을 생각해 낼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이것이 사랑의 힘!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하는 해법을 제시하는 능력.

303~304 운명이라는 것은 품격 없는 자를 높이 떠올리고, 정말로 품격 있는 자를 낮은 자리로 떨어뜨리곤 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 언제 운명의 파도에 휩쓸릴지 모르는 일이기에……물론 운명보다 지금은 자기 의지로 개척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지만 운명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309 악인이면서 선인으로 여겨지면 나쁜 일이 나쁜 일로 되지 않는다는 속담이 세상에 있습니다. 이 속담은 저에게 내려진 제목에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줍니다. 그리고 또 종교가들의 위선이 어떤 것이며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도 도처에서 수없이 행해지고 있을 것이다. 선한 가면을 쓰고 행해지는 추악한 일들.

345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죽었지만 생각해 보면 그들이야말로 행복한 연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날에 불타는 사랑과 한정된 인간의 목숨에 종말을 고할 수 있었다나! 더욱이 그들은 같은 장소로 갈 수 있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내가 바라는 죽음이다. 한날 한시. 아니면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시간 사이에 같이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를 보며 여자를 살리기 위해 디카프리오는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데, 그 뒤를 따르지 않은 여자를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 없이 혼자 맞이하는 세상이 의미가 있을까? 어린 자식이 있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난 아직도 그 장면에서 여자의 선택이 의문이다. 나라면 어두운 물길 속으로 그를 혼자 보내지 않았을 것이며, 혼자 남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가 나온 지 12년 정도 지났으니 사랑하는 사람과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은 더 오래된 것 같다.

다섯째 날

369 몇 가지 잔혹하고 불행한 사건이 일어난 뒤 연인들에게 행복이 찾아오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423 이제 아시겠지만 이 여인은 연인에게 원수가 되어 있으므로, 이 연인이 내게 잔혹한 처사를 한 달 수만큼 그것을 햇수로 고쳐서 그 동안 쫓기게 된 것이오.

>사랑에 대한 복수? 이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더 많이 한 사람이 승자이며 설사 그것으로 인해 많은 것들을 잃었다 하더라도 그 또한 자기가 선택한 길이었기에 상대방을 원망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옳지 않은가?

425 말하지면 그 무서운 일이 원인이 되어 이러한 행복한 결과가 생긴 셈인데, 이런 일이 있은 뒤 라벤나의 여자들은 모두 공포증에 빠져 이전과는 달리 남성의 소망에 쉽게 응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426 사랑을 할 때에는 그것을 운명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일인만큼 스스로의 생각과 판단대로 처리하라는 것에 대한이야기입니다.

>운명은 모든 것을 자기의 뜻대로 휘두르지 않는다. 반드시 소용돌이 안에 있는 사람이 해야 할 분량의 선택과 일을 남겨둔다. 그래서 때로는 운명도 그 사람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모든 일의 키는 사람이 쥐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432 하지만 돈 있고 인격이 보잘것없는 사람보다 돈은 없더라도 인품이 훌륭한 사람을 택하고 싶어요.

>처음으로 지조 있고 맘에 드는 여인네를 보았네.

433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정원에 나가 부드러운 손길을 뻗쳐서 장미를 딸 때, 가시는 손대지 않고 꽃만 따는 그러한 마음가짐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입니다.

435 ‘젊은 여자에겐 맛있는 음식을, 할망구에겐 입마개를

>왜 나이가 들면 말이 많아지는 것일까? 우리 집에서 가장 수다스러우신 우리 어머님이 생각난다. 어머님을 보며 나는 저렇게 나이 들어 말을 많이 하지 말아야지….생각하게 된다. 660년 전에도 이런 말이 있었던 것을 보면 어쩌면 나이 듦의 순리인지도 모르겠다. 이 구절이 이 책 중에서 가장 웃긴다.

437 남의 나쁜 일을 욕함으로써 자기 악행도 발뺌할 길이 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섯째 날

445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경묘한 경구로 반박하고, 임기 응변의 대답과 뛰어난 통찰력으로 피해며 위험이며 창피를 벗어난 이야기를 나눕니다.

449~450 다시 말해서 인간은 뜻밖에 일어날 일을 걱정해서, 가장 소중한 것을 남에게 의심받지 않게 집안의 가장 평범한 장소에다 두고 바쁠 때는 언제든지 즉시 꺼낼 수 있도록 하잖아요. 그 평범한 장소가 훌륭한 방보다 훨씬 안전하게 보관해 주기 때문에, 필요할 때 꺼낼 수 있답니다. 이와 같이 인생의 지배자라고 할 수 있는 자연과 운명은 사람들이 소중히 하고 있는 것을 가장 천하다는 직업 뒤에 감추어 놓는 거예요.

453 경구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양이 사람을 무는 것 같은 것이라야지, 개처럼 물어뜯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사는 거예요. 경구가 개처럼 문다면 그것은 이미 경구가 아니라 욕설이 되어 버리거든요. (중략) 경구가 논박으로 이용될 경우, 다시 말해서 대답하는 사람이 먼저 개처럼 물렸다면 그도 개처럼 물었다고 해서 별로 비난할 순 없겠지요. 만일 그렇지 않았는데도 상대편을 물어뜯었다면 비난을 받아도 하는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경구를 사용할 때는, 어떻게, 언제, 누구에게, 그리고 어디서 경구를 토해야 할 것인가 잘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일곱째 날

486 옛날부터 여자들이 사랑을 위해서 또는 자기 한 몸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남몰래, 또는 들키고서라도, 어떻게든지 남편에 해온 여러 가지 계책을 이야기합니다.

505 부인은 사랑의 신의 가르침을 얻어 벌써 오래 전부터 꾀가 늘었으므로….

515 수양이 뿔에 끌려 도살장으로 끌려가듯이 현명한 사람이 어리석은 여자에게 끌려 다니는 꼴이 정말 재미있는 구경거리군요.

517 세상에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으로 사랑은 사람에게서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힘을 빼앗고, 사랑에 빠진 자의 눈을 멀게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사랑의 이런 능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까지도 연인들 사이에서는 가능하게 만들므로 그 위력을 매스컴을 통해 자주 보게 된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들만의 언어와 감성은 어떤 경우에도 통하게 되어 있는 것 같다.

517 한데 인간이라는 것은 늘 같은 것만 먹으면 싫증을 일으켜 색다른 것을 먹고 싶어하는 법입니다.

>한결같다는 것은 일이건, 사랑이건……참 어려운 것 같다.

여덟째 날

555 여자가 남잘, 남자가 여자를 속이고 또는 남자끼리 속이는 이야기가 중심이 됩니다.

558 신부라는 일컫는 족속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들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들의 아내들을 십자군을 일으켜서라도 언제나 정복하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말세로다. 공자도 말세라고 말씀하셨고, 보카치오의 시대에도 그렇고 지금도 이 말은 통용이 된다. 진정한 말세는 언제이며, 어떻게 올까?

578 주교님은 신부에게 40일의 벌을 주어 단단히 혼냈습니다만, 그는 그 나름대로 사랑의 실패와 분노로 40일 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40일의 벌이라고? 그 신부에 그 주교로다.

아홉째 날

651 저마다 나름대로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691 말은 좋든 사납든 박차가 필요하고, 계집은 착하든 사납든 몽둥이가 필요하다.

>제기랄!

열째 날

703 사랑과 그 밖의 사건에서 상상 밖의 아량을 베풀었다든가 또는 너그러운 행위를 한 이야기가 벌어집니다.

707 사람은 누구든 모욕을 받으면 복수심에 불타는 것이 당연하지만, 아시다시피 신부란 입으로는 참으라고 가르치고 모욕을 받더라도 너그러이 용서하는 것을 칭찬하면서도, 실제로는 보통 사람 이상으로 복수심을 불태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와 반대되는 행위를 한 성직자가 얼마나 훌륭하게 행동했는가를 여러분은 다음 이야기로 아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드디어 이 책을 덮기 전에 제대로 된 신부를 보는구나!

729 남을 통해서 듣는 말이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힘을 가지는 것이며, 그것이 연인의 경우에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힘을 갖는 법이오.

735 사랑이란 날카로운 손톱으로 붙들어야 되는 것이온데, 젊으셨을 시절에는 그러한 정열을 갖기 않으셨으면서 어찌하여 노경에 드신 지금에야 사랑에 빠지시옵니까.

>귀한 것과 간절함을 알게 되기까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흘려 보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을 애초에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맺음말

796 나의 펜이 화가의 붓보다 권위 있는 것은 아닐 텐데, 화가는 아무 비난도 받지 않고 정당한 비판조차도 받지 않습니다.

796 그런 제멋대로 하는 말은 비록 교회의 역사 가운데 내가 쓴 것보다 훨씬 추문이 되는 이야기가 적잖이 있다 하더라도, 깨끗한 정신과 깨끗한 말을 해야 할 성당 안에서 지껄이지 않는 게 묵계로 되어 있고, 또한 다른 곳보다 엄숙함이 요구되는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모이는 학교라든가, 성작자들 사이라든가, 곳에 따라서는 철학자들 사이에서도 지껄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797 썩은 마음을 지닌 사람은 결코 건강한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에게는 정숙한 말이 소용없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정숙하지 못한 말도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해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마치 햇빛과 진흙, 하늘의 아름다움과 땅 위의 추함의 관계와도 같습니다.

798 많은 일들 가운데에는 저마다 질이 다른 것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잘 경작된 밭이라도 곡식 사이에 바랭이라든가 가시라든가 그 밖에 가시 있는 잡초가 섞이지 않은 법이 없습니다.

3 내가 저자라면

말로만 듣던 데카메론을 드디어 읽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이가 없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에 더 말문

이 막힌다. 데카메론이 아니라 욕정과 탐욕에 미친 사람들이란 제목이 더 어울릴 것도 같다. 아홉째 날까지 종교와 정

조와 윤리를 마음대로 주무르더니 열흘 째 가서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책을 덮을 무렵쯤 뒤탈을 생각하게 되었을까?

렇지만 그의 고발적인 이 작품은 불편하면서도 그 사회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도록 옷을 벗기는 일을 했다. 그 시대에서

 이 작품은 파격에 파격이었을 것이다. 때로는 실소를, 쓴 웃음을, 비웃음을, 박장대소를 하게 하는 장면들이 많았고,

금 와서 봐도 충격적인 세태들이 있다. 왜 르네상스가 일어나게 되었는지, 왜 종교개혁이 필요했는지 교과서에서만 보

던 이유를 이렇게 생생하게 읽으니 그런 것들이 필연적이었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목차와 뼈대>

머리말

첫째 날-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둘째 날-여러 가지 일로 괴로움을 겪은 사람들이 뜻밖의 행복한 결과를 얻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셋째 날-무척 바라던 것을 손에 넣은 사람들과 한 번 잃었던 것을 다시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누어집니다.

넷째 날-사랑이 불행하게 끝나는 이야기를 합니다.

다섯째 날-잔혹하고 불행한 사건이 일어난 뒤 연인들에게 행복이 찾아오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여섯째 날-임기 응변의 대답과 뛰어난 통찰력으로 피해며 위험이며 창피를 벗어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일곱째 날-남편에게 해온 여러 가지 계책을 이야기합니다.

여덟째 날-여자가 남잘, 남자가 여자를 속이고 또는 남자끼리 속이는 이야기가 중심이 됩니다

아홉째 날-저마다 나름대로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열째 날-사랑과 그 밖의 사건에서 상상 밖의 아량을 베풀었다든가 또는 너그러운 행위를 한 이야기가 벌어집니다

끝맺음 말


죽음의 두려움 앞에 꼭 이런 이야기 밖에 할 수 없었을까? 심정적으로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열흘을 이런 이야기에 다

쏟아 붓기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좋았던 장과 절>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한 장면들이 있지만, 너무도 욕망에만 충실한 그들의 모습을 읽으면서 불편했다. 그 어떤 명분이나 이상보다도 강했던 욕망, 윤리도 정조도 없이 욕망이라는 맛을 한 번 보면 헤어나오지 못하며,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그리고 있는 이 글들이 그 시대의 자화상이라고 하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넷째 날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든다. 자고로 사랑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거는 일쯤은 해볼 만 하지 않을까?

<보완점>

분간되지 않고, 특성이 없는 많은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짜증이 났고, 헷갈렸다. 원본에 충실한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기에 내용을 더 줄이거나 압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내용에 충실하기 보다는 시대상황을 염두에 두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그려가며 읽으면 더 재미를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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