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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7일 10시 11분 등록

<데카메론>

2014.07.07 이동희

 

1. 저자에 대하여 :  조반니 보카치오 (1313 ~ 1375)

 

그는 1313년에 피렌체 부근의 체르탈도에서 보카치오 디 켈리노와 잔느라는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이다. 그는 아버지 보카치오는 무역업에 종사하여 외국에 자주 다녔으므로 잔느를 파리에서 만났었다. 1340년 말경 보카치오는 슬픈 소식을 접하였다. 그가 이미 확고부동한 시인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을 당시에, 나폴리의 바르디 가문의 은행이 도산하여, 그 은행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던 보카치오의 아버지도 자연히 망하게 된다. 이리하여 그는 아버지로부터 피렌체로 돌아오도록 명령을 받았다. 1349, 아버지가 죽자 곧 피렌체로 돌아왔다. 페스트가 유행하여 전 피렌체를 휩쓸 당시였다. 이때를 전후하여 그의 명성은 차츰차츰 알려져 위대한 시인 페트라르카와도 만나게 된고, 그의 주선으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된다. <데카메론>은 이 시기의 작품이다. 1362년 죠반나 왕녀의 초청을 받아 나폴리에 다시 갔으나,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나 초라한 대접을 받고는 6개월도 못되어 떠나게 되었다. 1370년경에 나폴리를 다시 방문하고, 곧 고향인 체르탈도에 와 머물다 피렌체 영주의 초청으로 성 스테파노 디 바디아 성당에서 단테의 <신곡>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도중에 건강이 악화되어 체르탈도로 다시 돌아가 1375 12 21일 세상을 떠났다.

 

 

2.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머리말

 

P10

그러나 고뇌는 사라졌다 해도 내 고뇌의 짐을 함께 져준 사람들의 은혜에 대한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내가 죽지 않는 한 그와 같은 은혜를 결코 잊지 않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게다가 내 신념으로는 은혜에 보답하는 것은 미덕 가운데 가장 칭찬받을 일이고, 반대로 은혜를 잊는 것은 가장 버려야 할 악덕이므로, 은혜를 모르는 인간으로 여겨지지 않기 위해 사랑의 고뇌에서 풀려난 지금, 그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내가 갖게 된 어떤 위로를 전해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P10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이나 위안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잘 것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 필요성은 존재하는 곳에는 어서 손을 내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에서는 꽤 도움이 될 것이고 또 기쁘게 받아들여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P11

이 이야기 속에는 옛날 것도 있고 요즘 것도 있으며,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며 행복한 이야기도 들어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우울증에 사로잡힌 부인들이 이것을 읽는다면, 그 속에 포함된 흥밋거리의 즐거움뿐 아니라 유익한 충고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피해야 할 점이라든가, 따라야 할 일 같은 것도 알 수 있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부인네들께서도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실 거라 믿습니다.

 

첫째 날

 

P18

이처럼 우리의 도시가 한탄의 바닥에 가라앉고 비참의 바닥에 빠져 있는 동안, 인간의 규범은 하나님의 거룩한 법도의 권위도 거의 땅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P27

여자들만 모여 봐야 남자 분들의 지도 없이는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실 줄 알아요. 우리들 여자란 변덕이 많고 다투기 좋아하며, 의심이 많고 겁쟁이고 무서움을 잘 탑니다. 그러니 남자 분이 이끌어 주지 않으면 이런 집단은 뜻밖에 빨리 해산되어 버릴지도 모르고, 필요 이상으로 불명예스러운 결과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 나는 크게 걱정스러워요. 그래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서로 잘 의논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P28

그런 걱정은 할 것 없어요. 그곳에 가서 자신이 정결한 생활만 한다면 누가 그 반대로 보더라도 양심에 전혀 부끄러울 게 없어요. 하느님과 진실이 나를 지켜 주실 테니까요. 그러니 저분들이 함께 가 주신다면, 아까 팜피네아가 말씀하신 대로 우리의 앞길은 정말 행운이 깃들었다고 할 수 있을 거에요

 

P29

숙녀 여러분,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은 우리의 선견지명이라기보다 여러분의 깊은 사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여러분이 무엇을 하실 생각인지 그 가슴속을 알지 못합니다. 아까 여러분과 함께 도시에서 떠나올 때 내 생각은 그곳에 두고 왔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품위를 떨어뜨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라고 나는 말씀드립니다만, 나와 웃고 노래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시지 않으면 나는 여기를 떠나 내 마음대로 그 괴롭던 시내로 다시 돌아가 버리겠습니다.

 

P31

그리고 모두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이 특혜를 소중히 여기려면, 어디를 가거나, 어디서 돌아오거나, 무슨 말을 듣거나, 무슨 일을 보거나, 마음을 즐겁게 하는 이야기 말고는 무엇이고 결코 갖고 들어오지 말라는 거예요

 

첫째 이야기

 

P37

그러자 여태까지 한 번도 고해 같은 것을 한 적이 없는 차펠레토 씨는 대답했습니다. “신부님,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고해를 하는 것이 나의 습관입니다. 물론 그 이상 고해한 적도 자주 있었지요. 하기야 병들어 누운 지 여드레가 지났으니 그 동안에는 고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토록 병이 무거웠거든요.”

 

P43

, 아들이여, 그게 그토록 중대하게 여겨지오? 많은 사람들이 날마다 하느님을 욕하고 있고, 하지만 하느님은 욕한 자라도 후회하는 자는 기꺼이 용서해 주시오. 그대는 그만한 일로 하느님이 그대를 용서해 주시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 울지 말고 위안을 받으시오. 비록 그대가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 하더라도, 지금 그대처럼 깊이 후회한다면 주께서는 반드시 용서해 주실 테니까.”

 

P45

여러분, 하느님께 저주받은 사람들이여, 그런데도 여러분은 지푸라기 하나가 다리에 걸려도 하느님과 성모와 모든 성인들을 욕하고 있단 말입니다.”

 

P46

그러니 우리가 지금 재앙의 한복판에서 이와 같이 즐거운 모임을 열고, 또 그 속에서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할 때 우리는 건강히 있을 수 있고, 또 구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려울 때 하느님이 반드시 우리 소원을 들어 주신다고 마음 놓고 하느님께 의지할 수 있으므로, 하느님을 숭앙하는 일부터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세태를 비판하면서도 해학적 요소가 버려지지 않은 참으로 괜찮은 글이다. 내용은 참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 당시 세상은 더 어처구니가 없을 지도 모른다. 지금 세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둘째 이야기

 

P47

말하자면 하느님은, 사람들이 말과 행동으로 하느님을 증언해야 하는 사람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가만히 참으시고 나무라지도 않으시며, 오히려 그들을 통해 당신의 틀림없는 진실을 보여 주신다는 이야기랍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더욱더 진심으로 하느님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P48

이 사람을 개종시킬 수만 있다면 매우 애쓴 보람이 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고생도 물거품으로 돌아가려는가 보군, 로마 교황청에 가서 성직자들의 그 더러운 악덕 생활을 보면, 그리스도 교도가 되기는커녕 진작 그리스도 교도로 개종을 했더라도 다시 유대 교도로 돌아가고 말 테니.”

 

P50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그들의 그과 같은 안간힘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오히려 자네의 종교에는 신자가 더 불어나, 성령이 어느 종교보다도 신성하고 참된 것으로서 찬연히 빛나고, 가르침의 훌륭한 초석이 되고 기둥이 되는 것 같았네

 

하느님을 모시는 종교는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일까? 하느님을 위해 있는 것일까? 이것이 종교의 의미를 질문하는 중요한 질문이다. 종교는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만 종교는 사람을 신 아래 두어 늘 신께 복종하게 하였다. 그러니 사람이 종교를 위해 있게 되었다. 정말 종교는 사람을 위해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일까?

 

셋째 이야기

 

P51

여러분, 어리석기 때문에 사람은 흔히 불행한 꼴을 당하거나 최악의 비참한 처지에 빠지는 경우가 있지요. 그와 마찬가지로 영리한 사람은 그 지혜 덕분에 최대의 위기를 벗어나 크고 확고한 안주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P53

왕이시여! 나는 아버지이신 하느님이 세 백성에게 주신 종교에 관해 하신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백성들은 저마다 유산과 법도를 이어받아 법도가 명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줄 압니다. 하지만 어느 백성의 것이 진짜냐 가짜냐 하는 문제는, 방금 말씀드린 반지처럼 미해결인 채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하나인데 종교는 여러 개인다. 그리고 종교간에는 서로 낫다고 싸운다. 하느님은 늘 보고 계시는데 하느님을 보는 사람은 서로 달리 본다. 그것이 인류가 직면한 위험이다.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 것 그래서 서로를 해하고도 아무런 마음의 가책을 갖지 않는 것이다. 참혹한 현실이다.

 

넷째 이야기

 

P56

, 눈앞에 이런 즐거운 상이 차려져 있는데 어째서 먹으려 하지 않는가? 언제나 불쾌한 일과 성가신 일만 일어나고 있는 생활인데…… 참으로 아름다운 처녀로군, 게다가 이렇듯 고운 여자가 여기 있다는 건 아무도 모르잖나. 마음대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데 맛보지 않을 필요가 어디 있지? 누군가에게 알려진다면…… 그러나 누가 안단 말인가? 알려지지 않은 죄는 절반은 용서받은 거나 마찬가지지. 이런 절호의 기회는 두 번 다시 없을걸. 하느님이 행운을 내려 주실 때 고맙게 받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야.”

 

P57

그래서 그를 용서해 주기로 하고, 그가 본 것을 잠자코 있도록 명령한 다음, 둘이서 살며시 여자를 밖으로 내보내 주었습니다. 그 뒤 그들이 이따금 그 여자를 방에 끌어들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지요.

 

공범이 되어버리면 평생 공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은 서로를 더욱 더 옭아 맬 것이고 항상 서로 감시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평생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죄를 짓기는 쉬우나 다시 돌아올 수 없으니 죄는 사람의 손으로 사할 수가 없다. 하지만 사람은 살아야 한다. 어찌되었든 잉여의 시대는 그런 사람 하나 없어도 세상은 돌아가지만 옛날 소규모 공동체에서는 적절한 면제 방법을 찾아 다시 그 권리를 복구시켜 구성원으로 활동하게 할 필요가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다섯째 이야기

 

P59

아닙니다, 폐하.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자라는 것은 옷차림이나 신분에 여러 가지 변화는 있어도 속은 다 같은 법입니다.”

 

그 마음과 기상이 올곧으면 감히 범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 만약 범하려 한다면 그 범하는 자는 스스로 천하거나 나쁜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고귀한 것은 고귀한 마음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지켜진다. 고귀한 마음이 없는 사람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남아나지 않는다. 그러니 있을 자리를 알고 거해야 하고 자리에 맞게 가지고 버릴 것을 정해야 한다.

 

여섯째 이야기

 

일곱째 이야기

 

P63

여러분, 움직이지 않는 표적을 쏘아 맞추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무언가 뜻밖의 표적이 나타났을 때 사수가 곧 이것을 쏘아 맞혔다면 이보다 훌륭한 일은 없을 줄 압니다.

 

P67

베르가미노, 그대는 자기의 손해와 능력과 내가 인색하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 주었으며, 그대가 내게 바라는 바도 분명히 알려 주었네. 사실 나는 이번에 그대에게 한 것 같은 인색한 짓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네. 하지만, 그대가 들려 준 훈계의 채찍으로 이제 나도 그런 근성을 뿌리쳐야겠네.” 이렇게 말하고 그는 베르가미노의 숙박비를 지불해 주고, 자기의 훌륭한 옷을 입힌 다음 많은 돈과 타고 갈 말을 주었으며, 떠나든지 계속 묵든지 좋을 대로 하라고 말했습니다.

 

재치가 있어야 합니다. 매 순간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맞게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 목적을 이룰 것입니다. 임기응변이었지만 그 내용은 임기응변이 아니라 진심이었습니다. 그러니 자기의 진심을 잘 벼르고 잘 닦아서 언제나 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여덟째 이야기

 

P70

호기로운 기품을 그리게 하시오.” 에르미노 씨는 이 말을 듣자 매우 부끄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전과는 아주 딴판으로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습니다. “굴리엘모 씨, 꼭 그것을 그리게 하겠습니다. 당신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내가 그런 미덕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나아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 때는 부끄러움에 머물지 말고 그 부끄러움을 붙들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니 부끄러움은 나를 좀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디딤돌이 된다. 그러니 부끄러움을 두려워하지 말라.

 

아홉째 이야기

 

P71

폐하, 저는 제가 받은 모욕에 대해서 상대편을 처벌해 주십사고 이렇게 뵈러 나온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다못해 조그만 위안이라도 삼도록, 폐하께서도 당하고 계신다는 그 갖가지 수모를 어떻게 참고 계시는가 좀 들려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그러면 저도 본받아서 제가 당한 욕을 참을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요, 실은 가능하다면 참을성 많으신 폐하께 제가 먹은 욕을 드리고 싶습니다만…..” 바로 그때 느림보요 게으름뱅이였던 왕은 깊은 잠에서 홀연히 깨어, 우선 먼저 이 부인을 모욕한 자들을 엄벌에 처했으며, 그 후로부터는 왕위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더럽히는 자가 있으면 용서하지 않고 엄하게 벌 주었다고 합니다.

 

혼자만 참아서 될 일이면 참지만 모두가 참아야 한다면 그것은 참을 일이 아니라 바꾸어야 할 일이다. 그러니 참고 있는 일이 있는지 찾아보고 다른 사람도 같은 것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으면 바꾸어야 한다. 진보란 그런 것이다. 다양성을 넘어 나아간다는 것은 서로 알아 불편함을 덜어 나가는 것이다. 좋은 것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다.

 

열째 이야기

 

P73

부인, 내가 사랑을 하고 있다는 이 문제에 대해선 총명한 분이라면 별로 놀라시지 않을 것이오. 특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부인은 놀라지도 않으실 줄 알고 있소. 물론 늙은이에게는 사랑을 완수할 체력은 없지만, 그렇다고 사랑하는 마음을 눌러 버려야 한다거나,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을 몰라보는 법은 없소, 더욱이 늙은이는 그 나이 탓으로 젊은이보다 사물을 분별할 줄 아는 힘을 훨씬 더 많이 갖추고 있으니 말씀이오.”

 

알베르토의 마음은 어떤 마음으로 봐줘야 할까? 나는 어떤가? 사랑할 만한 것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글로만 보면 짝사랑이다. 그 부인은 자신의 명예를 더럽히지 마시고 선생님의 희망대로 저를 사랑해주세요라고 답한다. 사랑은 모두 관계를 수반하지만 그 관계를 다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관계 안에 일어나는 일 또한 같은 적이 없고 변화 무쌍하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된 마당에 이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의 마음을 품은 알베르토의 심정은 어떨까? 사랑을 완수할 체력이 없다고 고백하면서도 마음은 사랑으로 불타오르니 그 마음이 더 안타깝지 않을까? 아니면 그 마음만이라도 즐길 수 있다면 이제 육체적인 것에 미련도 없다면 말이다. 하지만 모를 일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변하게 하니 말이다.

 

둘째 날

 

첫째 이야기

 

P81

그만한 일로 그만둘 것까진 없지. 내가 성인의 유해 곁에까지 가는 좋은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어떤 방법인데?” 마르케제가 물었습니다. 마르텔리노가 대답했습니다. “말하자면, 내가 수족이 오그라든 불구자가 되는 거야. 그러면 너와 스테키가 양쪽에서 나를 부축해서, 마치 내가 걸음을 걷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하고, 그 곁에 데려다 주길 갈망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거야. 말하자면 성인이 고쳐 주시기를 바라는 사람으로 말이야. 그걸 보면 길을 비켜 주지 않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 우리는 편안히 통과하게 되는 셈이지.”

 

요행을 바라고 짧은 머리로 함부로 행하다가 큰 코를 다친 얘기입니다. 상황도 모르고 단순히 재주만을 믿고 나서다가 죽을 뻔한 이야기 인데, 우리 주위에서 매사 이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둘째 이야기

 

P87

그때 성벽 위로 약간 처마가 튀어나온 집 한 채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그 처마 밑에서 하룻밤을 새우자고 결심했습니다. 가 보니 처마 밑에는 닫혀 있기는 했지만 문이 하나 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위에 흩어져 있는 짚 부스러기를 긁어모아 비참하고 슬픈 마음으로 앉아서, 자기가 그토록 깊이 믿고 있는데도 성 줄리아노님은 보답을 해주시지 않는구나 하고, 매우 불만스럽게 시무룩한 기분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성 줄리아노님은 그를 생각하고 계셔서 즉시 좋은 숙소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 다음 일은 하늘의 뜻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있는 곳에 가지 못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부디 사람이 있는 곳에 머물게 하소서.

 

셋째 이야기

 

P95

수도원장은 여태까지 다른 일로는 이런 기분이 된 적이 없었는데, 첫눈에 이 젊은이가 그만 마음에 들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가까이 불러 즐거운 듯이 말을 건네며, 너는 대체 누구냐, 어디서 어디로 가는 길이냐, 하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알레산드로는 묻는 말에 대답하여 자기 신상을 다 털어놓고는, 대단한 일은 할 줄 모릅니다만 뭇이든 심부름을 시켜 주십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수도원장은 그의 말투가 훌륭하고 조리가 있었으며, 특히 그 태도를 보고 있으니 직업은 천했는지 모르나 귀족 출신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더욱더 호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의 불운에 동정하여 부드럽게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훌륭한 분이니까 하느님은 당신을 절망의 처지에서 끌어올려 다시 높은 지위에 앉혀 주실 테니, 계속 희망을 잃지 말도록 하라고 일렀습니다. 그리고 다시 자기는 토스카나에 가는 길이니까 만일 같은 방향으로 간다면 동행이 되어주면 기쁘겠다고까지 덧붙였습니다.

 

일단 만나야 하고 솔직하게 이야기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해야 하고 그 답을 기다린다. 뭐든 이것이 순서다. 만사 사람이 만나야 일이 된다. 그러므로, 누구를 만날 일이 있으면 피하지 말고 다가가고 스스로 모자란다고 생각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솔직히 말하면 좋다. 좋으면 쓸 것이고 아니면 그냥 지나칠 것이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모두 하늘의 뜻이다.

 

넷째 이야기

 

P105

그래서 보석을 잘 팔아 자기를 바다에서 건져 준 친절한 여자에게 돌봐준 사례로서 상당한 돈을 코르푸에 보내주고, 마찬가지로 자기에게 옷을 준 트라니의 상인에게도 사례금을 보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이제 장사할 생각은 없어졌으므로, 여생을 안락하게 보냈다는 얘깁니다.

 

욕심이 욕심을 낳는다고 돈 있는 사람은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능력을 넘어서 일에 자신의 운명을 걸어버린다. 대부분 이런 경우 돈도 몸도 소용돌이에 빨려들 듯 사라져버리고 남은 것은 허망한 인생의 끝자락뿐이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어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한계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한계를 넘어서면서 그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이 말은 결국 분수를 모른다는 것과도 맥이 통한다. 하지만 일부는 그 한계를 넘어서고 일부는 실패한다. 그러니 그 작지만 성공하는 사람들 때문에 오늘도 불나방이 되어 사업이니 장사니 하는 곳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다섯째 이야기

 

P106

원래 조심성 없고 약간 어수룩한 젊은인지라, 오가는 사람들 앞에서 그것을 살 마음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고 금화가 들어 있는 지갑을 몇 번이나 슬쩍슬쩍 내보였습니다. 이렇게 흥정을 하면서 보라는 듯이 지갑을 꺼내고 있을 때, 젊고 매우 아름다운 시칠리아 여자 하나가, 하기야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어떤 사나이에게나 몸을 맡기는 여자였습니다만, 그 옆을 지나다가 그 지갑을 보고, ‘아아, 저 돈이 내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지만 젊은이는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돈 자랑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도 없지만 돈 자랑만큼 좋은 것도 없다. 그러니 돈이 있어도 없는 것처럼 살기는 정말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여섯째 이야기

 

P127

잔노트는 감옥 생활을 하느라 초췌하게 여위어 있었지만, 귀족의 피를 이어받은 고상한 그의 마음은 그녀에 대한 생각을 조금도 쇠퇴시킴 없이 사랑은 더욱 더해 갈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쿠라도의 그런 제의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고, 그의 권력에 지금 자기가 쥐어져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의 귀족으로서의 마음에 할 말은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조금도 주저함 없이 의젓하게 말했습니다.

 

자신의 말을 주저하지 않고 의젓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능력이다. 만은 경우 권력과 같이 힘있는 자의 앞에서는 말을 허심탄회하게 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며 가려 말하게 된다. 물론 말의 내용은 가려 말하는 것이 맞을 것이나 중요한 것은 그 태도에 있다. 태도는 그릇과 같아서 무엇을 담아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 그릇에 의해 담겨진 것의 품격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으려면 평소에 마음과 생각이 잘 정돈되어 있어야 하고 그 중심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 틈틈이 생각해 두어 정리해 두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그러하면 의젓하게 제 뜻을 표할 수 없다. 결국 자신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무엇도 평안히 해 낼 수가 없다는 것이 된다. 마음을 잘 들여다 보며 닦아야 할 것이다.

 

일곱째 이야기

 

P134

남자는 여러 가지 일에 욕망을 품고 죄를 짓지만, 여성 여러분들은 한 가지 일에 욕망을 품고 죄를 짓지만, 여성 여러분들은 하 가지 일, 즉 아름답게 되고 싶다는 이유로 큰 죄를 짓는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소원을 들어 보면, 타고난 아름다움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욱 아름다워지려고 놀랄 만한 기교를 부릴 정돕니다.

 

P154

키스를 받은 입은 빛이 바래지기는커녕 달처럼 더욱더 윤기가 난다

 

미인 박명이라지만 결국 남자들의 눈에 띄어 참으로 어려운 인생을 살아간 이야기이다. 미인이란 참으로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남자들은 왜 그리 그 미에 집착한단 말인가? 본능인가? 마음인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남자로서 여자에 끌리는 마음은 타고 난 것이라 알 길이 없다. 그저 끌릴 뿐이다. 그것이 욕정인지 사랑인지 얻고자 함인지 주고자 함인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마음의 방향으로 볼 때 욕망임에는 틀림이 없다.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여자가 있기는 한 것이다. 그저 보기만 해도 욕망이 끌어 오르는 여자가 있을 것이다. 사랑이란 그 보다 더 큰 책임을 안고 있으니 이 욕망은 사랑으로 이끄는 첫 관문이라 할 것이다.

 

여러 번 결혼하는 것이 문제인가? 아닌가? 아니라고 본다. 그 순간에 잘 살면 된다. 문제는 결혼 한 상태에서의 외도가 문제이다. 외도의 상대가 나타났고 마음이 변했으면 외도가 발생할 것이다. 외도가 외도가 아니려면 현재를 정리하여야 한다. 현재를 정리한 다는 것은 그간 사랑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결혼 생활은 사랑도 있지만 그 사랑은 모든 순간과 장소에 스며들어 드러나지 않게 되고 의리와 책임이 늘 보편적 일상으로 남는다. 그런 순간에 외도의 형태로 새로운 사랑이 오게 되면 이 사랑과 그간의 의리와 책임 속에 갈등하게 된다. 이 새로운 사랑도 역시 긴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의리와 책임을 요구하게 된다. 하지만 그 사랑의 순간에서 보면 영원한 쾌락이고 불멸의 존재가 되는 착각이 들게 된다. 그러니 그간의 사랑을 정리하지 못한 채 빠져든 새로운 사랑은 불행의 씨앗을 남긴다. 하지만 새로운 사랑을 선택한다면 그간의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사랑을 지킬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새로운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쾌락일 것이다. 쾌락은 대가를 지불하여 얻는 것으로 순간이 지나면 다시 찾지만 결국에는 둔감해서 시들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사랑이 올 수 있지만 제대로 보려면 따져봐야 하는 것이 이미 사랑한 자의 태도이다. 그것은 그간의 모든 삶을 모두 내려놓을 만큼의 가치가 있는 사랑인지 묻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모든 것이 핑계에 지나지 않음이고 책임 없는 인생으로 접어드는 시작일 따름이다.

 

여덟째 이야기

 

P157

그러나 백작은 청렴한 기사였으므로, 엄숙한 말투로 불륜의 사랑을 꾸짖고, 자기의 목에 매달리려는 그녀를 밀어 냈습니다. 그리고 그와 같이 주군의 명예를 손상하는 짓을 나에게든 남에게든 허용하는 자가 있다면, 그자부터 먼저 갈기갈기 찢어 줘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왕자비는 사랑이 위협으로 변하여 금방 미친 듯이 화가 나서 말했습니다. “어마, 비겁한 기사도 다 봤네, 내가 가슴 속을 다 털어봤다고 해서 왜 그런 모욕을 받아야 하나요? 당신이 나를 상사병으로 죽게 하고 싶어도 그렇게는 안 될걸요. 하느님도 내가 당신을 죽이거나 감옥에 처넣는 걸 기뻐하실 거예요.” 이렇게 말하고는 두 손으로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고 뽑더니, 옷을 갈기갈기 찢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는 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에게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떠한 마음을 갖고 있느냐고 물어볼 수도 없다. 다만 미루어 눈빛과 행동거지로 나에 대한 태도의 일부만을 알게 될 뿐이다. 좋아하는 단계를 넘어서 욕망의 노예가 되는 단계까지 수많은 고민과 번민의 시간이 지나갈 것이고 그 고통을 넘어서지 못하여 결국 욕망에 사로잡히면 그 욕망은 무서우리만큼 거센 폭풍이 되어 사람을 마음을 헤집어 놓는다. 결국 자신도 그리고 그 사랑을 받는 사람도 파멸로 이끌어 버린다. 이 점에서 사랑을 하는 사람은 누구도 그 사랑함을 방해할 수 없고 말릴 수도 없다. 그 사랑이라는 마음은 욕망으로서 그 사람 안에서 불타오른 감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랑을 받는 사람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운명의 사슬에 묶여 삶의 질곡을 맛보아야 한다. 미혼인 사람에게는 그 것이 인생의 여러 사랑중의 하나이면 모르나 기혼인 사람에게는 참으로 난처하고 애처로운 지경에 이르게 마련이다. 오해도 받을 것이며 불필요한 시간이 소모될 것이고 감정도 소모될 것이다. 자칫 동조라도 하면 새로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버려 돌아갈 수 없는 길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사랑은 운명이고 피할 수가 없는 것인가 보다.

 

아홉째 이야기

 

P171

남을 속이면 저도 속는다

 

P176

사실은 이것으로 충분한 거요. 그러나 당신이 더 증거를 보이라고 한다면 말하지요. 당신 부인 지네브라의 왼쪽 유방 아래 큼직한 검은 점이 하나 있소. 그리고 그 가장자리에는 금빛 털이 여섯 개 나 있소.” 베르나보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칼로 심장을 쿡 찔리는 듯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싹 안색이 변하더니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으므로, 암브로주올로의 말이 사실이라는 뚜렸한 증명을 한 셈이 되었습니다. 잠시 후에야 그는 간신히 입을 열었습니다. “여러분, 암브로주올로가 한 말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이 사람이 이겼습니다. 이 사람 형편대로 언제든지 오면 내기한 돈을 지불하겠습니다.”

 

어리석음이란 무엇일까? 어리석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스로 믿는 것에 갇혀서 혹은 아는 부분만을 가지고 전체를 평가하기 때문일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정보의 수집이 없이 평가하는 것일까? 아니면 믿음 없이 한낱 그럴싸한 정보로 평가하는 것일까? 어리석은 자는 결국 어리석은 짓을 행하게 된다. 지혜로워지기 위해서는 언제나 천천히 생각해야 하고 상황을 다시 봐야 한다.

 

P184

베르나보가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의 확신을 그대로 무조건 받아들여 믿어 버리는 그 밖의 사람들이 또한 얼마나 바보냐 하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 자신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이 여자 저 여자 줄곧 즐기고 있으면서도, 집에 두고 온 아내들은 허리띠도 끄르지 않고 단단히 몸을 지키고 있는 줄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또 자기들이 여자에게서 태어나고 ,여자의 양육을 받아 지금과 같이 되었으면서도, 여자들이 설득당하기 쉽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열째 이야기

 

P191

그리하여 슬픔이 매우 심해 정신이 이상해진 그는 피사의 거리를 걸어가다가 누가 인사를 하거나 무엇을 물으면, “나쁜 구멍은 축제일을 참아내지 못해서 말이야하고 대답할 뿐, 그 밖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곧 죽었습니다. 이 소식을 듣자 파가니노는 부인이 자기를 매우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정실로 삼아 축제일도 전야의 금기도 아랑곳없이 사순절 따위도 걷어차 버리고는, 허리 힘이 계속될 때까지 해주어 서로 행복을 나누었습니다. 그런 까닭이니 친애하는 여러분, 베르나보는 공연히 암브로주올로와 언쟁을 벌여서 일을 그리친 것 같습니다.

 

원하는 것을 알았으며 바로 그 자리에서 그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 미루면 모른 만 못하다.

 

셋째 날

 

첫째 이야기

 

P198

세상에는 젊은 여자에게 흰 수건을 씌우고 검은 옷만 입히면, 돌로 만든 수녀가 된다고까지는 생각지 않더라도, 이제 여자가 아니며 여자로서의 욕정도 느끼지 않게 된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남녀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대론이라도 들으면 마치 자기 자신에 대한 경멸인 것처럼 생각하고, 자연에 대해서 최고의 악행이라도 범한 것처럼 당황해 버립니다.

 

사람은 사람이다. 하지만 위와 같지는 않겠지만 그 마음을 어떻게 달래고들 사는지. 스님도, 신부님도 비구니도 수녀도 말이다.

 

둘째 이야기

 

P210

당돌한 짓을 한 놈, 두 번 다시 그런 짓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물러가거라.” 만일 이것이 다른 임금이었더라면, 목에 밧줄을 걸거나, 고문을 하거나, 준엄하게 조사하거나, 심문을 하거나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모두가 다 감추고 싶어하는 일을 오히려 드러내 버리는 결과가 되었을 줄 압니다. 또 그렇게 경위가 뚜렷해지고 충분한 복수를 했다고 해서 자기의 창피가 지워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질 뿐이고, 왕비의 정숙함도 더럽혀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인생에 무엇이 소중한 것인가를 안다는 것은 참으로 큰 지혜이다.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애착과 그 애착을 자기 주위의 것에 투사하여 자기와 동일시 하는 경우에 이 것들과 비교하여 소중한 것을 알아차리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 중심에는 자신의 존재를 바탕을 깔고 있으므로 그의 애착이 배여 있는 것은 모두 그의 존재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것들에 대한 상처는 자신의 상처가 되고 그것은 자신의 완전성과 고결함을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그것에 상처를 주는 것과 더불어 그 상처조차도 모두 없애버리려고 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지혜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을 온전히 유지하면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더 소중한 것을 찾아 그 것을 치유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셋째 이야기

 

P214

귀족은 이 거룩한 수도사보다 오히려 사물을 더 잘 깨닫는 사람이었으므로 금방 부인의 뜻이 무엇인가 알아챘습니다. 그래서 약간 부끄러운 체하면서 앞으론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수도사와 헤어져 그녀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부인은 그가 지나가면 볼 수 있도록 조그만 창문가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알아챈다는 것은 놀라운 능력이다. 무언가 많은 현상들이 우리 앞에 벌어지고 어떠한 메시지를 던진다. 하지만 이를 알아챈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알아챈다는 것은 다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 지는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 일단 접어들 새로운 길의 발견은 때론 삶의 활력소가 되고 때론 큰 신념의 발견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알아챈다는 것 삶의 가장 중요한 능력인 것 같다.

 

넷째 이야기

 

P225

그런 것, 개의치 마세요. 저는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잘 알고 있어요. 당신은 당신 할 일이나 하세요. 저도 되도록 잘 할 테니까요.”

 

인생은 각자 사는 것인가? 서로의 즐거움을 알아 줄 도리가 잘 없는 것인가? 문제는 자기 인생만 바라보는 것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알아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것인가? 그래서 외면하는 것인 것? 말을 안 하는 것인가? 서로 몰라주는 것인가? 서로 잘 알면 방도를 찾을 터인데 그렇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무기력에 도달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인가? 우리는 모든 것에 노력을 할 수 있는가?

 

다섯째 이야기

 

P231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어째서 내 청춘을 헛되이 보내고 있는 것일까? 남편은 밀라노에 가서 반년 후에나 돌아올 텐데 언제 손해를 메꿔 준단 말인가? 내가 할머니가 된 뒤에? 그리고 치마 같은 멋있는 연인이 언제 또 발견된단 말인가? 나는 지금 외톨이이고, 무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째서 이런 절호의 기회를 붙잡지 않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게다가 이런 일은 아무도 알 까닭이 없고, 설혹 남에게 알려진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가서 후회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은가?”

 

치마는 자신의 생을 걸 만큼 간절했다. 그 간절함이 대담한 일을 벌였고 그 결과 마음을 움직였다. 인간의 마음은 무엇인가? 이렇게 좀더 간절한 쪽으로 움직이는 것인가? 사람에게 향하는 마음은 그 마음의 진실함과 간절함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정말 진실된 마음이 간절하게 표현되면 상황은 변화된다. 진실됨이 부족하거나 간절함이 부족하면 그 표현된 바가 전달될 일이 없다. 생을 건 진실함과 간절함 이것이 인간이 가장 큰 사랑의 방편인 것 같다.

 

여섯째 이야기

 

P240

리타르도 님, 나는 당신이 나한테 준 이런 모욕과 속임수를 하느님이 명령하시지 않는 한,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의 단순함과 남다른 질투심이 이런 결과를 빚었으니, 떠들어 댈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한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복수하지 않고는 내 직성이 풀리지 않을 것만은 확실합니다. 이제 그만 괴롭히고 놓아 주세요. 당신은 자기 욕망을 채웠고, 실컷 나를 못살게 굴었습니다. 이제 놓아 줘도 될 때에요. 부탁이니 놓아 줘요.”

 

질투에 갇히면 작은 의심으로 인해 큰 의심을 하지 못하게 된다. 왜 이런 상황에 놓여 있고 무엇이 이런 상황을 끌고 가고 있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분별하지 못한다. 작은 의심들이 일어나 사람을 미치게 하지만 큰 의심으로 이 작은 의심들의 근원을 밝히지 못한다. 그러니 질투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투사하여 자신의 존재에 흠이 생기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므로 자신을 좀더 물러나 볼 수 있어야 한다. 매사 모든 것이 참으로 분별하기 어렵지만 무릇 자신에게 상처된다고 여기는 것들이 자신을 농락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상처받을 마음을 기르지 않는 것이 좋다.

 

일곱째 이야기

 

P246

아뇨, 그분은 결코 저를 화나게 하지는 않았어요. 그것은 제가 이 사랑을 고백한, 어느 고약한 수도사가 한 말 때문이었답니다. 제가 그분에게 품고 있는 사랑이며 친애의 마음을 고백했더니, 그 사람은 지금도 아찔해질 만한 심한 말을 했어요. 만일 제가 그 사랑을 단념하지 않으면, 지옥 밑바닥에 있는 악마의 입에 떨어져서 무서운 형벌 속에 던져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저는 그만 무서워져서 그분과 친히 사귀는 것은 이제 그만두어야지, 하고 결심한 거예요

 

수도사의 말이 진심이고 제대로 된 충고일 수 있으나 그 전달 방법에 있어서 공포로서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려 한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벌을 받기 때문에 이를 행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참으로 말할 때 설득력도 없으며 상대방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넌 죄인이라고 바로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따라서,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여러 가지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그 가치관이 그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 있는 것이지만 결국에는 스스로의 선택인 것이다. 사회적인 종교적인 가치관을 자신의 가치관으로 만들어 그 가치관으로 살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자신의 가치관으로서 정말 받아들일 만한지 자신의 가치관과 비교하여 충돌은 없는지 따져 볼일이다.

 

여덟째 이야기

 

P260

페론도가 어떤 사람이고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인가 생각하면, 저는 마치 과부와 다름없다고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남편이라는 것이 있고 그 사람이 살아 있는 이상, 다른 남자를 남편으로 삼을 수는 없어요. 그는 정말 미친 사람이어서, 이유도 없이 마구 질투를 하고 심술을 부려요. 덕분에 저는 줄곧 괴로워하면서 불행한 생활을 보내고 있답니다.

 

아내들은 대부분 남편이 아내에게 충실하면 특별한 이유 없이 외도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남자들이 아내에게 소홀하고 밖에서 다른 삶을 찾는 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여자는 더 이상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깨닫게 되면 사랑을 찾아 언제든지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는 사랑을 먹고 살고 사랑으로 자식을 낳고 사랑으로 삶을 마감하는 존재이다. 그러니 사랑 없는 삶은 죽은 삶이라 생기 있는 여자들은 그 삶을 지탱할 수 없다. 많은 이야기가 여기에서 비롯된다.

 

아홉째 이야기

 

P272

폐하, 저는 말씀대로 베르트랑 드 루시용을 남편으로 맞게 되었습니다. 실은,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분을 사랑해 왔고 그 후에도 줄곧 뜨거운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열렬히 사랑하면 이루리라. 방도를 찾아 궁리하면 길을 찾을 것이고 믿음을 갖고 그 길을 가면 이루리라. 스스로 믿지 못하여 그 길을 가지 못한 것이 스스로 탓할 일이다.

 

열째 이야기

 

P284

그런 일이라면 뭐 그리 걱정할 것 없어요. 여기 있어도 그런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네르발레가 그것을 사용해서 당신과 함께 하느님을 섬기게 될 거야.” 아낙네들은 이 일을 저마다 온 시내에 퍼뜨리고 다녀서, 하느님에 대한 가장 즐거운 봉사는 악마를 지옥으로 몰아넣는 일이라는 속담까지 생겨버렸습니다. 그 속담이 바다 건너 여기까지 건너와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젊은 숙녀 여러분, 여러분에게는 하느님의 은혜가 필요하니 악마를 지옥에 몰아넣을 마음가짐을 하고 계십시오. 그것은 하느님의 뜻에 맞는 일이고 서로에게 기쁨도 되며, 거기서 많은 행복이 생겨나서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니 말입니다.

 

요즘도 일부 사이비 종교 단체나 이단에서 이와 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다. 종교를 빙자한 갖은 못된 짓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세상의 순수함은 무엇일까? 순수함은 인간의 몸으로 태어난 그 근원에 충실한 삼을 사는 것이 순수함인지? 인간이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그 순수하다고 하는 하느님을 대하는 것으로 매일을 사는 것이 순수함인지? 나는 전자 쪽으로 생각이 기우는 면이 있다. 아무래도 종교가 불교 쪽이지만 종교에 얽매여 살지 않아서 인 듯하다. 아무튼 전자는 힘의 논리와 번식의 생태적 본능에 의한 관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으로 용납이 되는 일이 아니다. 일정부분 현대인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다양한 삶을 선택할 권리를 잃고 사는지도 모른다.

 

넷째 날

 

첫째 이야기

 

P307

오오, 정다운 나의 심장이여, 그대에의 나의 소임은 이제 완전히 끝났습니다. 나에게 이제 할 일은 아무것도 남겨져 있지 않습니다. 이제는 나의 영혼과 그대의 영혼이 하나로 되는 일뿐입니다.

 

둘째 이야기

 

P311

, 신부님, 신부님은 어디에 눈이 붙어 계십니까? 저의 아름다움이 다른 여자들과 뒤범벅이 되어 보이십니까? 연인 따윈 가지려고 마음먹으면 몇 사람이라도 가질 수 있어요. 하지만 저의 아름다움은 이 사람 저 사람 누구에게나 무차별로 사랑받는 따위의 것은 아닙니다. 천국에 가서도 아름답다고 여겨질 정도인 저의 미모를 다른 데서 보신 일이 있으십니까?” 그렇게 말하고 또다시 질문한 사람이 싫증이 나도록 자기 미모를 자랑했습니다. 알베르토는 단번에 이 여인의 어리석음을 간파했습니다.

 

어리석다는 것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겠지만 스스로 가진 것에 자부심이 지나쳐서 그 것으로 마음이 부풀어 있으면 어리석어 진다.  나 또한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리석음이 끝이 없다.

 

P317

수도사 알베르토는 그렇게 몸차림을 바꾸고까지 나가는 것은 괴로운 일이라고 여겨졌지만 역시 그들이 두려운지라 아무 데에나 데려가 달라,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처지가 곤궁하면 선택의 여지가 줄어든다. 그리하여 자신의 목줄을 남에게 넘겨주게 된다. 그러면 끝이다. 천성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세상을 너무 쉽게 본 것인가? 죄와 벌에 대해 무감각한 것인가? 사랑이 부족한 것인가?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하여 욕망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인가? 세상은 자신의 욕망을 해결하는 그 무엇으로만 존재하고 자신은 그 요망의 주체로서 세상을 대하는 것인가? 진정한 공감이 없어서 그들의 아픔과 삶을 공감하며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영혼이 없는 사람들인가? 아니면? 어디까지 가야 뇌우치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다다라서야 깨닫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무지! 삶에 대한 무지? 사람에 대한 무지? 시대에 대한 무지 그리고 무관심.

 

셋째 이야기

 

P319

노여움은 갑자기 맛본 불쾌감에서 솟아오른 돌발적이고 무분별한 충동과 다름없습니다. 그 충동은 온갖 이성을 초월하여 마음의 눈을 흐리게 하여 사람의 마음을 광포한 격정 속에 몰아넣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종종 남자들에게 일어나는 모양인데 사람에 따라 다소의 차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여자분들에게는 그 충동의 불이 가볍게 일기는 하지만 곧 심하게 불타 억제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을 치솟게 하기 때문입니다.

 

P323

그러나 세상일이란 그 소망은 간절하게 마련이라, 니네타의 싫은 소리나 짜는 소리는 도리어 데스타뇨네의 새로운 사랑에 대한 정념을 더욱더 부채질하는 결과가 되어갔습니다.

 

갈망할수록 비난하게 되고 짜증을 더 내게 된다. 투정부리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돌아선 마음을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을 것이다. 이럴 때 더 잘해주지 못하고 나의 마음을 더 잘 보이기 위해 정성을 다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더 의젓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노에 휩싸이면 이런 여유는 없어지고 조급함만이 자리하여 행동은 점점 더 상대를 힘들게만 하고 옥죄게 한다. 이모든 것이 극에 다라면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넷째 이야기

 

P330

, 가져가라, 줄 테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뿐이다. 네놈의 불신엔 이것이 알맞다.”

 

P330

이것은 서약을 어기는 국왕이라고 평판 받기보다는 오히려 손자를 잃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요. 이리하여 두 연인은 겨우 수일 사이에 자기들의 사랑의 열매도 맛보지 못한 채 제가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비참한 죽음을 맞고 말았습니다.

 

사랑의 운명은 생명을 걸게 만들기 때문이 참으로 큰 파도와 같다. 물러서서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파도 앞에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는 그 파도를 타고 멀리 높이 갈 수 있느냐 아니면 그 파도에 휘말려 죽음에 이르느냐 결정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연모하였음에도 그것을 드러내지 못하고 비밀로 하였다. 그러니 그 어느 사람에게서도 동정을 받지 못하였다. 문제는 이와 같이 은밀한 데서 비롯된다. 사랑도 어느 시점에서는 드러내 햇볕에 빛을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그 사랑을 자신의 힘으로 지킬 수 있다.

 

다섯째 이야기

 

P332

그리고 셋이서 여러 모로 의논한 결과 자기들에게도 누이동생에게도 수치가 되지 않도록 이 일을 말없이 그냥 넘겨버리기로 하고, 눈에 띄는 어떠한 일도 입 밖에 내지 않도록 하자, 그리고 이러한 치욕이 모두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굴욕이 되지도 않고 또 이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조용히 기회를 살피다가 사전에 일을 처리해 버리자고 결정했습니다.

 

요즘도 명예 살인이 인도나 중동에서 자행되고 있다. 명예가 무엇일까? 우리는 그러한 모든 인간으로서 하게 되는 마땅한 사랑에 대해 왜 그리 사회적 지위와 명예라는 것을 덧씌워 그들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명예 살인을 자행하는 것일까? 그 전통이 무너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결국 자기 일이 아닌 일에 전통이라고 덧씌워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강요하는 무리가 반드시 있기 마련인데 그들은 손해는 없고 이득만 취하는 무리가 된다. 늘 이 가엾은 희생자들은 안타까운 죽음 앞에 무기력하기만 하다.

 

여섯째 이야기

 

P341

얘야, 만약 내가 생각하던 사람과 같은 남자를 네가 남편으로 삼아주었다면 얼마나 기뻤을까. 그러나 비록 네가 좋아하는 남자를 택했더라도 결코 나는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네가 나를 믿지 않고 내게 그것을 감추고 있었던 것을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된 이상 네가 만족하도록 그가 살아 있었다면 기꺼이 내가 해주었으리라 믿는 것을 해주마. 즉 내 사위로서 성대한 장례를 치러 주마.”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은 없다. 말해야 한다.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하고 말해도 좋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리고 할 말이 있을 즈음 미리 물어보고 챙겨야 한다. 그것은 아비의 관심이 부족했다는 말도 된다. 다 큰 딸을 데리고 있는데 결혼 시킬 생각을 하지 않고 연인이 있는지 묻지 않는다면 누가 물어볼 것인가? 그러니 늘 관심을 갖고 대할 일이다.

 

일곱째 이야기

 

P345

그녀는 일의 상세한 내용을 잘 알게 하기 위해 샐비어 숲 속에 들어가 자초지종을 자세히 이야기한 다음 파스퀴노가 한 것처럼 샐비어 잎을 한 잎 잡아 뜯어 이를 문질렀습니다.

 

죽음의 원이 된 것을 그대로 다시 해보인다는 것은 다소 무모한 일이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아보게 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어려움에 봉착하면 그 순간을 벗어나는데 급급하게 된다. 그리하여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여덟째 이야기

 

P351

아아, 사랑의 힘을 확인하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롤라모의 부귀로도 열 수 없었던 여심을 불행이 열어 주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죽은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옛사랑의 불꽃이 세차게 타올라 걷잡을 수 없는 동정의 마음이 솟아올랐습니다. 그는 베일에 얼굴을 감싼 채 여자들 틈에 끼어들어가 그들을 헤치고 시체 곁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날카로운 외침 소리를 내고는 시체 위에 몸을 내던지더니 얼굴을 묻은 채 움직일 줄 몰랐습니다. 울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난 밤 지롤라모가 쓰라린 마음에 애를 태우다 죽은 것처럼 살베스트라도 너무나 슬픈 충격에 그의 시체 위에서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던 것입니다.

 

사랑은 모를 수도 있다. 그러나 간직한 사랑이 드러나며 그 사랑이 너무 커서 감당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삶과 죽음을 너머선 사랑이란 것은 삶을 삶답게 만드는 것이지만 그 삶을 죽임으로써 그 비극적 삶의 향기를 풍기므로 모든 이가 향기롭지만 그 꽃은 시들어 버린다. 사랑하라 죽을 것 같이 사랑하라 영원할 것 같이.

 

아홉째 이야기

 

P355

이렇게 말하고 일어서자 부인은 주저하지 않고 창 밖으로 몸을 내던졌습니다. 창이 대단히 높은 데 있었기 때문에 아차 하는 순간에 밑으로 떨어진 부인은 곧장 죽었을 뿐만 아니라 전신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이것을 보자 루시용은 몹시 놀라 아아, 나쁜 짓을 했구나, 하고 후회했습니다. 그리고 프로방스 주민이나 프로방스 백작의 후환을 두려워하여 말을 타고 어디론지 모르게 떠나버렸습니다.

 

안타까운 일이다. 분노는 모든 것을 파멸로 이르게 한다. 나의 분노도 아내의 분노도 아이의 분노도 모두 그러할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분노하는 것은 기대한 것에 대해 무관심으로 돌아온 처사이고 이로 인한 존재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대한 분노이다. 해야 할일 기대한 일에 대해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1차적인 분노는 무엇일까? 자신에 대한 상처일까? 자신의 존재에 대한 상처는 이미 자신은 상처받아 처참하게 찢겨 있고 파멸되었으니 너도 파멸되어야 한다고 분노한다. 이미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은 상대방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좀더 나아가 생각해야 한다. 모든 것은 가능성이 있고 살아 있는 것이고 변하는 것이고 사정도 변한다. 그 것에 나를 투사하여 그와 같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내는 연약한 마음의 소유자일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전체를 받아 들이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바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물을 것을 묻지 않고 밝힐 것을 밝히지 않는 것이 바보스러움이다. , 알아야 할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그것에 감정이 없어야 한다.

 

열째 이야기

 

P359

부인은 하녀 의견이 마음에 들었으나 시체에 상처를 내어 영혼을 다치게 하는 일은 아무래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그 일만은 반대했습니다. 어쨌든 아직 그 궤가 그 자리에 있는지 어떤지 하녀를 보냈더니 돌아와서 아직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하녀는 젊고 힘도 있어 부인의 도움으로 루지에리를 어깨에 짊어졌습니다. 부인은 누군가 보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그 궤가 있는 데로 가서 시체를 속에 넣고 뚜껑을 닫은 후 그곳에 내버려 두었습니다.

 

살아서 연인이었는데 죽으니 쓰레기로 취급되는구나. 사회적인 공인된 드러난 관계가 아닌 것들 것 이렇듯 대우를 받지 못한다. 그것은 사회적 계약이 깔려 있는 많은 것들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사랑이 아닌 욕정의 대상의 수준이 아니었나 싶다. 생각해봐야 할 것은 오늘날에도 이와 같은 연인이 많다는 것이다. 들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이 외도하며 연인을 만든다. 한 쪽은 마음을 깊이 빠져 들고 한쪽은 유혹하여 욕정을 채울 기세이다. 아니면 둘 다 짝짜꿍이 맞아 욕정을 해소하는 관계를 만들 것이다. 이는 성에 대한 욕망의 해소이지 사랑은 아니다. 하지만 이 욕망의 해소가 결국은 인간적이 친근함으로 발전하고 연인으로서 연정을 키우면 그것도 또한 파국으로 가는 사랑으로 변할 것이다. 사람의 일이라 무엇이라 단정할 수 없다. 다만 그러한 것들이 늘 있어왔고 앞으로도 늘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다섯째 날

 

첫째 이야기

 

P372

그런데 지금까지 어던 가르침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시몬의 마음에 에피제니아의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사랑의 화살이 꽂혀 어느 사이에 생각이 홱 달라졌으므로, 부친을 비롯하여 가족이나 지금까지 그를 알고 있던 사람들을 아주 놀라게 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우선 그 형제들처럼 의복이나 신변의 것을 훌륭한 것으로 해달라고 부친에게 부탁했습니다. 부친은 몹시 기뻐하여 그대로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교양 있는 청년들과 사귀기 시작하여 신사들이 몸에 지녀야 할 예의범절을 배우고 특히 사랑할 때의 예법을 배웠습니다.

 

사랑을 하면 사람이 변한다.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 연인 앞에서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이다. 중년에는 이런 부분이 무색해진다. 장년이 되면 더욱 그럴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이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더 나아지려고 하기 보다는 가진 것을 지키려 하게 된다. 왜 새로운 사랑이 없으므로 하지만 자녀와 세상에 대한 더 넓은 사랑을 하게 되면 그래도 나은 사람이 된다. 가진 것을 나누고 세상에 도움이 될 일을 찾아 행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무리 작아도 그 사람이 행할 수 있는 최대의 것이므로 아름다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랑을 하나라도 갖기 못하면 추해진다. 추해진다는 것은 내 것이라고 울타리 치고 그 안에 머물기 때문에 베풀지 못하고 닫혀 있는 생각이 금방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추할 밖이다.

 

둘째 이야기

 

P386

마르투치오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고스탄차의 귀에도 마르투치오 고미토가 살아 있다는 것이 전해졌습니다. 그리하여 그녀 가슴속에 이미 오래전에 식어 버렸던 그에 대한 정염이 단번에 세차게 타올라 사라졌던 희망이 되살아났습니다.

 

기다리면 소식이 올 것이고 때가 올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마음에 두기가 어렵다. 한번 내린 결정은 그것으로 모든 인연을 끊는다. 젊은 나이에는 세월이 흘러 운명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그 삶의 진리를 알지 못한다. 다만 지금이 모든 것의 절정이라 그 끝도 지금이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내일을 그 다음을 내다 보지 못하고 여지를 모두 잘라 버린다. 세상을 살아보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진심으로 마음에 둔 것이 있다면 끝까지 간직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것을 소중히 하고 지키면 그것에서 싹이 트고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는 다는 것이다. 그러니 쉬이 씨를 거두지 말고 천천히 삶을 내다보며 시간을 즐길 것이다.

 

셋째 이야기

 

P388

피에트로는 소망이 이루어지는 길을 결혼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방법이 끊기고 말았으므로 죽고 싶도록 절망적인 기분이 되었습니다. 만약 질리우오초가 이쪽 친척들의 뜻을 어겨서라도 그의 신청을 받아들여 주었다면 그녀를 아내로 삼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처녀만 승낙해 주면 이것은 실현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중매인을 내세워 뜻을 들어 본 결과 처녀도 동의한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둘은 로마에서 사랑의 도피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준비가 갖추어지자 피에트로는 어느 날 아침 매우 일찍 일어나 그녀와 함께 말을 타고 그와 몹시 친한 몇 명의 친구가 있는 알라냐로 향했습니다.

 

지금 사회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면 죽던지 또는 도망치던지 해야 한다. 도망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사랑만을 위해 도망이다. 그 다음은 아무 계획도 없다. 오로지 도망이다. 그런 다음 힘든 세월이 온다. 그 시련은 어떻게든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비참한 영혼은 그 사랑을 지키지 못하고 고귀한 영혼은 그 사랑을 그 역경 속에서도 더 훌륭하게 키워내어 꽃 피운다. 하지만 가장 큰 것은 의심이다. 사랑은 격정이 지나가면 믿음만이 남는다. 사랑하는 것은 종교보다고 더 큰 믿음을 요구한다. 그러니 의심은 독이 되고 모든 일을 망쳐놓을 것이다. 의심은 왜 깃드는 것일까? 그것은 스스로 현실을 지켜낼 자신이 없거나 무기력함을 깨달았을 때일 것이다. 스스로 믿음이 없는데 어찌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는가? 일이 제대로 흘러가게 스스로 만들 힘이 없음을 스스로 알고 있는데 어찌 상대를 믿을 수 있는가? 그러니 스스로를 굳게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모든 것을 지킬 힘을 가지게 된다. 힘도 마음도 모두 굳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망해야 하고 기도해야 한다.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 매일의 삶을 그 소망하는 바에 집중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은 매일 기도하는 것이다.

 

넷째 이야기

 

P399

, 빨리 일어나서 보고 와요. 밤꾀꼬리를 그리워하던 당신 딸이 새를 꼭붙잡아 손에 쥐고 있으니까요.”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부인이 말했습니다. “빨리 따라 오면 볼 수 있지.” 리치오씨가 나가며 대답했습니다.

 

딸아이를 시집 보내는 것이 아비로서는 큰 일일 것이다. 좋은 신랑감에게 사랑받으며 살게 하는 것이니 말이다. 사실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인생이 핀다. 최소한 마음 고생이라도 하지 않고 살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비로서 이 때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일단 상대를 알아보고 누구인지 알았을 때는 판단이 설 것이다. 그러니 상황을 잘 추슬러 시집을 잘 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마땅치 않으면 일을 해결하기 참으로 난감하게 된다. 앞으로 어려움이 뻔히 보이는 상대에게 딸을 주어 고생을 시켜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알고도 벗어나게 할 수 없는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은 잘살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 부모가 그것을 바래서라기 보다 그것이 최선의 삶이 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이야기

 

P406

이 아이는 내 딸입니다. 귀도토에게 약탈당한 집이 우리집이었습니다. 그때 갑작스런 약탈 소동에 내 처, 즉 애 어머니가 이 애를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여태껏 그날 불타 버린 집 안에서 어린 딸이 타 죽은 줄로만 알았습니다.”

 

부모의 마음은 그 동안 어떠했을까? 아무튼 살아 돌아왔다니 정말 다행한 일 아닌가? 요즘도 집을 잃은 어린이를 찾는 일이 큰일이다. 아이가 집을 잃으면 찾아줄래야 찾아 줄 수가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말이다. 유전자 등록을 해서 아이 잃은 부모는 유전자 등록을 해서 어린이 집에 아이가 등록될 때 유전자 조회를 해서 아이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아이의 죽음보다 더한 것이 아이를 잃어 버리는 것이다. 살아 있을 아이의 고초가 매일 매일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섯째 이야기

 

P412

국왕은 이 놀라운 사실을 듣자, 루이에리가 말하는 것이 지당하다고 생각해 잔혹한 형에 처하려고 했던 일뿐 아니라 그동안 그가 했던 일에 대해서도 몹시 후회했습니다. 국왕은 당장 사자를 보내서 두 사람의 포박을 풀고 자기 앞으로 데려오도록 명했고 물론 그대로 실행되었습니다. 이리하여 두 사람은 사정을 잘 알게 된 국왕은 명예와 선물을 주어 자기가 여지껏 화가 나서 저지른 일들에 대한 보상이 되게 했습니다.

 

공짜로 들어온 것에 대해 사람들은 그것을 잘 따져 묻지 않고 취한다. 마치 이전부터 자기에게 속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세상의 그 어느 것도 세상에 스스로 난 것이 없고 누구의 노고 없이 만들어지지 않은 물건이 없듯이 나에게 온 것도 그와 같은 손을 거쳤음에 틀림이 없다. 만약 공짜로 왔다면 이는 어떤 인연과 우연이 함께 했으므로 잠시 맡아야 할 일이지 취해야 할 일이 아니다. 왕이 자신에게 바쳐진 여자에 대해 세세히 묻지 않고 취하였으니 그 것이 우선 문제가 된 것이다. 사람이 노예와 하인을 부리던 시절이고 왕이라는 신분이라 그런 세심함이 있을 수 없을 지 모르나 이는 늘 마음에 두고 경계해야 할 일이다. 매사 공짜는 없는 법이니깐 말이다.

 

일곱째 이야기

 

P416

피에트로는 고문을 당하자 일체를 자백하고 말았습니다. 이리하여 그는 장관으로부터 이삼 일 후 매를 맞으며 거리를 조리돌림 당한 후 교수형에 처해진다는 선고를 받았습니다. 아메리고 씨는 피에트로가 사형당하는 것만으로는 아직 노여움이 풀리지 않아, 이 두 연인과 그 사이에서 태어난 사내아이를 동시에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려고 생각하고 포도주를 넣은 술잔에 독을 넣은 다음, 하인에게 그 잔과 칼집에서 빼낸 단도를 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이리들 잔인한 것일까? 나도 그럴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지만 아직도 모를 일이다. 아비된 자의 마음은 딸이 자기의 소유물이고 그래서 어찌어찌 해야 하는 당연함이 그의 손에 달려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여덟째 이야기

 

P425

참살 사건이 끝나고 처녀와 기사가 자취를 감추어 버리자 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이것을 여러 모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감정을 느낀 것은 나스타지오가 사랑하는 냉혹한 처녀였습니다. 그녀는 그 눈으로 똑똑히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듣고, 다른 누구보다도 이 일이 자기와 관계가 깊다는 것을 느꼈던 만큼, 나스타지오에 대해서 늘 냉혹한 태도를 취해왔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해 냈습니다. 그리하여 당장 그에게 쫓겨 그 무서운 개에게 허리를 물어뜯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남자에게 냉혹하게 구는 여자가 물론 있다. 오만해서 그런 것인지? 그 태도는 참으로 남자를 비참하게 만든다. 나는 그런 여자를 단번에 알아보고 싫어하므로 이야기를 해본 일이 거의 없다. 말이 안되기 때문에 무엇이라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도 이와 같이 콧대 높은 여자들이 있는데 언젠가는 그 콧대 때문에 큰 코를 다치게 된다. 그러면 인생이 좀 힘들어지는 경향이 발생한다.

 

아홉째 이야기

 

P431

부인은 재혼할 생각은 없었으나 너무나 끈질긴 권유에 못 이겨 재혼을 생각하기에 이르자 곧 페데리고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리하여 자기를 위해 그렇게 아끼던 매를 요리하여 대접한 변치 않는 페데리고의 마음과 훌륭한 그의 인품을 생각하고 오빠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빠들의 말씀만 아니라면 저는 이대로 혼자 살고 싶어요. 그러나 꼭 재혼해야 한다면 저는 남편으로서 페대리고 델리 알베리기 씨를 택하겠습니다. 페데리고 씨가 아니라면 저는 누구에게도 가지 않겠어요.”

 

진심! 변하지 않는 마음! 미워하지 않는 참 사랑!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기쁜! 그것이 사랑이라면 그 보답도 그러한 사랑이리라.

 

열째 이야기

 

P441

식사를 마치고, 세 사람이 다 만족하도록 피에트로가 어던 방법을 취했는지 그 점은 잊어 버렸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건 젊은이가 이튿날 아침 광장에 갈 때까지 마누라와 남편 중에 어느 쪽에 더 봉사를 했는지 그 자신도 알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특별한 부부에 된통 걸린 젊은이가 되었네요. 예나 지금이나 남색은 여전히 존재하고 관계의 문란함은 옛날과 지금이 다르지 않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기에 사람들이 모르고 굳이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을 뿐이다.

 

여섯째 날

 

첫째 이야기

 

P448

그래서 부인은 얘기를 듣는 동안에 식은 땀이 다 나고 마치 병에 걸렸거나 숨넘어갈 때처럼 가슴이 답답해진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몰라요. 부인은 기사가 그만 궁지에 빠져서 얘기를 그 이상 계속할 수 없는 것을 알자 더 참지 못하고 방긋이 웃고 말했습니다. “저어, 기사님의 말은 너무나 걸음이 딱딱해서 못 견디겠어요. 그러니 저를 다시 걸어가게 해주시지 않겠어요?”

 

재치 있게 상대방에 대해 평하고 자신의 표현하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능력이다. 늘 본 받고 싶어진다. 나는 말을 잘하는 편이라기보다 잘 듣는 편이 맞을 것이다. 이야기를 길게 끌고 가다 보면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둘째 이야기

 

P449

저는, 그와 같이 매우 사려 깊은 운명이나 자연도 역시 인간이 흔히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을 처리한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서 인간은 뜻밖에 일어날 일을 걱정해서, 가장 소중한 것을 남에게 의심받지 않게 집안의 가장 평범한 장소에다 두고 바쁠 때는 언제든지 즉시 꺼낼 수 있도록 하잖아요. 그 평범한 장소가 훌륭한 방보다 훨씬 안전하게 보관해 주기 때문에, 필요할 쉽게 꺼낼 수 있답니다. 이와 같이 인생의 지배자라고 할 수 있는 자연과 운명은 사람들이 소중히 하고 있는 것을 가장 천하다는 직업 뒤에 감추어 놓는 거예요. 그러고는 필요에 따라 그것을 꺼내서 한층 더 빛나게 해보이는 거죠.

 

P452

나리, 제가 오늘 아침 큰 병을 보고 깜짝 놀라서 하인을 돌려보낸 줄로 아신다면 유감스럽습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 오셨을 때부터 조그만 항아리로 드린 것은, 이것이 하인배들에게 마시게 할 그런 포도주가 아니기 대문이었는데 그걸 잊어버리시지나 않았나 하고, 오늘 아침 나리께서 그 생각을 해주십사고 그랬던 것입니다.

 

자신이 만든 물건의 값어치는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성으로 가 가치를 정한다. 그러니 그 정성들인 것을 아무나 즐기게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곧 자신을 즐기게끔 맡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의 인생을 타인에게 즐기게 하는 것이므로 아무나 자신을 즐기게 둘 리가 없다. 그러니 좀더 고귀한 분 그 품격을 아는 분 정성을 정성으로 보아 주고 감사히 즐길 줄 아는 분에게 드리고 싶어 할 것이다. 그래서 가격도 높고 양도 적은 것이다. 현대는 기성세대이다. 모든 것이 재단되어 미리 만들어져 대량으로 소비되는 것이다. 이는 영양학적인 근거에서 일정한 영양성분을 섭취하면 더 이상은 사치처럼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에서 비롯된 것같다. 나도 크면서 영양분을 섭취하면 되는 것인데 왜이리 비싸야 같은 가격에 양이 왜이리 적냐 하면 투덜거린 적이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노력을 들여 무언가를 만드는 직업에 종사해보니 그 가치를 알겠다. 잘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고 그 노력이 얼마나 정성스러운 것이며 그것이 인간으로서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 정성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만이 그 것을 쓰거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셋째 이야기

 

P453

경구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양이 사람을 무는 것 같은 것이라야지, 개처럼 물어뜯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사 하는 거예요. 경구가 개처럼 문다면 그것은 이미 경구가 아니라 욕설이 되어 버리거든요.

 

적절히 사용된 말은 참으로 모든 분란과 논란과 의심과 분쟁을 잠재운다. 명쾌하기도 하다.

 

넷째 이야기

 

P457

, 나리. 하지만 나리는 엊저녁에 훠이 훠이소리는 외치지 않으셨습니다. 만약에 그렇게 외치셨다면 지금 날아간 학들처럼 그 학도 한쪽 다리를 마저 내놓았을 텐데요.” 쿠르라도는 이 대답이 대단히 마음에 들어 이제까지의 노여움도 싹 가셔져 앗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키키비오, 네 말이 맞다. 그렇게 했더라면 됐을 걸.”

 

뜻이 나쁘지 않고 아량을 베풀 정도면 보아주는 것이 너그럽고 품이 있어 사람이 모여든다. 하지만 기만하면 그 기만이 사람을 업신여기게 만들므로 경계하여 아랫사람을 다스려야 한다. 적절한 때에 적절한 한 마디는 모든 경직을 녹여 부드럽게 만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쁜 마음을 거두고 좋은 마음으로 대해야 그러한 말이 절로 나오는 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말 속에 두려움과 같은 좋지 않은 감정들이 섞여 들어 파국으로 몰고 갈 뿐이다.

 

다섯째 이야기

 

P460

포레제 씨는 그 대답을 듣고 자기의 잘못을 깨달았으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여섯째 이야기

 

P462

여기서 자네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론치 집안은 신께서 그림을 익히기 시작했을 때에 만드신 집안이라 그 말이네, 이와 반대로 다른 집은 그림 솜씨가 숙달된 뒤에 만드신 집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

 

일곱째 이야기

 

P465

그들은 이 통쾌한 진술을 듣자 거침없이 왁자지껄 웃음을 터드린 다음 이구동성으로 부인의 말은 지당하며 자기들도 동감이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법정에서 물러가기 전에 장관의 권고도 있고 하여 이 잔혹한 법은 돈을 받고 남편을 배신한 여자에 한해서만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여덟째 이야기

 

P467

치에스카야, 네가 말하듯이 그처럼 불유쾌한 것이 마음에 들디 않거든, 그리고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있고 싶거든, 앞으로는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쳐 보지 말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아홉째 이야기

 

P469

이보시게들, 자기 집에 있을 때는 함부로 지껄이게도 되는 법이지.”

 

열째 이야기

 

P478

이윽고 와아 하고 물밀 듯이 밀려들어 치폴라를 애워쌌습니다. 그리고 저마다 그 숯으로 십자를 그려 달라고 아우성치며 이제껏 없었을 만큼의 많은 헌금을 냈습니다.

 

일곱째 날

 

첫째 이야기

 

P491

"귀신이여, 밤에 나오는 귀신이여, 그대는 꼬리를 추켜세우고 왔도다. 그러므로 꼬리를 일으켜 세우고 나가라. 정원으로 가서 복숭아나무 밑을 보면 기름에 지진 요리와 우리 집 닭이 낳은 달걀 백 개가 있다. 병에 입을 대고 포도주를 실컷 마시고 썩 물러가라. 내게도 또 잔니에게도 해를 입히지 말지어다."

 

둘째 이야기

 

P495

"당신에게는 미안하게 됐소만 돌아가시오. 들은 바와 같이 당신은 은전 다섯 닢을 주겠다고 했는데 마누라는 일곱 닢에 팔았다지 뭡니까." "할 수 없지"하고 사나이는 돌아갔습니다. 그러자 페로넬라는 "당신이 이제 돌아왔으니까 이리 와서 흥정 좀 하세요"라고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한편 통 속에 들어간 잔넬로는 난처하게 되는 것이나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하면서 귀를 세우고 있었습니다만, 페로넬라의 말을 듣자 얼른 통에서 튀어나와 남편이 돌아온 것을 꿈에도 몰랐다는 듯이 의젓하게 물었습니다. "아주머니, 어디 계세요?"

 

셋째 이야기

 

P501

"여보, 대부님이신 리날도 님이 와 계세요.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예요. 글쎄 오시지 않으셨더라면 오늘 아기는 목숨을 잃어버릴 뻔했지 뭐예요?" 어리석은 미신가인 남편은 그 말을 듣자 금방 새파랗게 질리며 "아니, ?"하고 외쳤습니다.

 

넷째 이야기

 

P507

토파노는 이거 일이 묘하게 되었다, 자기의 지나친 질투심이 이런 결과를 빚어냈다고 생각하며 본디 부인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저질러진 일이었기에, 친구 두엇을 중간에 넣어 모든 것을 사과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부인을 맞아들을 것을 다짐하고는 그녀에게 앞으로는 절대로 시새우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내에게 어떤 재미를 보아도 상관없으나 자기 눈에만 띄지 않게 잘 하라고 허락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마치 어수룩한 촌놈처럼 그는 어처구니없는 꼴을 당한 끝에 평화협정을 맺었던 것입니다. 사랑이여 만세, 탐욕이여 멸망하라. 싸움이여 모두 그칠지어다.

 

다섯째 이야기

 

P516

"이제 잠에서 깨십시오. 이제 그만 본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십시오. 당신의 졸렬한 수법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얼마나 비웃겠습니까. 당신이 지금하고 계신 삼엄한 감시 같은 것은 어서 그만두시는 게 좋겠군요. 신께 맹세합니다만, 만약에 내가 당신을 배신할 마음만 먹는다면 당신의 두 눈이 백개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그 백 개의 눈을 까맣게 속이고 나의 환락을 손쉽게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섯째 이야기

 

P520

청년은 부인의 지시에 따라 그날 밤 은밀히 람베르투치오 씨를 찾아가 여러 가지로 의논한 끝에 앞으로의 일, 그렇죠, 각자 사랑을 나눌 날짜와 시간 등에 대해 약속했습니다. 결국 주인은 아내에게 놀림 당했다는 것을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일곱째 이야기

 

P526

"차라리 나가지 말았더라면 좋았을걸 그랬어. 글쎄 당신인 줄 알고 날 마구 후려갈기잖아. 게다가 입에 담지 못할 상스런 욕을 막 퍼붓더군, 나는 그 놈이 당신을 꾀어 날 망신시키려고 하는구나 하고 의심했었는데 실상 알고 보니 당신이 평상시에 들뜬 것같이 보였기 대문에 한번 시험하려고 한 거야."

 

여덟째 이야기

 

P535

"이번만은 취중이라 특별히 용서해 주겠다. 목숨이 아깝거든 앞으로 이런 이야길랑 다시 우리 귀에 들리지 않게 하라구, 만약 다시 한번 이런 일이 귀에 들어오면 그땐 이번 몫과 한데 합쳐서 아주 들었다 놓을 테니." 이렇게 말하고 돌아갔습니다.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아르리구치오는 자기가 한 일이 정말이었는지 아니면 꿈이었는지 자기도 갈피를 잡지 못해 아내를 그대로 내버려 두었습니다.

 

아홉째 이야기

 

"어쨌거나 되도록이면 이런 부끄러운 일이 내게는 물론 다른 여자 분들에게도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어요. 자 피루스, 달려가서 도끼를 가져 와요. 그래서 당장에 이 배나무를 잘라 이 몸의  수모를 깨끗이 씻어줘요. 하기야 약간의 사려 분별도 없이 이성의 눈이 까맣게 어두워진 주인어른의 머리에 일격을 가하는 편이 오히려 좋을지는 모르지만..... 설령 머릿속에서는 그와 같이 생각했다 할지라도 마음으로 판단하실 때에야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감히 느끼거나 생각하거나 할 수 있을까요." 피루스는 서슴지 않고 도끼를 가져다가 배나무를 잘라 쓰러뜨렸습니다. 나무가 쓰러진 것을 보자 부인은 니코스트라투스에게 말했습니다. "저의 정절의 적이 쓰러지니 가슴이 후련하군요."

 

열째 이야기

 

P550

"그런데 내 곁에 있던 사나이가 그것을 보고 '이보라고, 불 속에 있으면서 떨다니 자네는 여기 있는 다른 자들보다도 더 무거운 죄를 지었는가?' 하고 묻잖겠나. 그래서 내가 '여보시오. 나는 속세에서 지은 죄로 심한 벌을 받을 것을 생각하니 무서워서 견딜 수 없구려'하고 대답하니 그것은 어떤 죄냐고 다시 묻길래 '대자의 어머니와 같이 잔 죄요. 너무 도가 지나쳐 병을 얻었을 정도였어' 하고 대답하자 '당신 굉장한 바보로구먼, 그까짓 것 걱정할 것 없어. 여기서는 대자의 어미니 따위는 문제삼지도 않아'라고 하지 않겠나. 그 말을 듣고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지."

 

여덟째 날

 

첫째 이야기

 

P558

"과스파르루올로, 그 돈, 즉 며칠 전에 자네가 내게 빌려 준 금화 200피오리노는 쓸 필요가 없게 되었네. 그래서 자네가 없는 사이에 바로 부인에게 드렸다네. 그러니 그렇게 알고 대장에서 지워 주게." 과스파르루올로는 아내를 돌아다보며 돈을 그에게서 받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그 자리에 굴파르도가 데려온 증인까지 있으니 더 부인할 수도 없어 마지못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 그래요. 분명히 받았어요. 당신에게 말한다는 걸 깜박 잊었군요."

 

둘째 이야기

 

P564

"네가 다음에 벨콜로레 아주머닐 만나거든 사제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 말해 주어라. 절구를 빌려주지 않으면 나는 절구공이를 빌려주지 않겠다, 피차일반 아닌가, 라고."

 

셋째 이야기

 

P573

"이번 일에 있어 아주머니는 아무 죄도 없어. 자네는 여자가 요물이며 사물의 효력을 없애버리는 힘을 가졌다는 것을 엄연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오늘 이렇게 돌을 가지고 돌아온다는 것을 미리 아주머니에게 일러두지 않지 않았잖은가. 자네가 운이 없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돌을 발견했을 때 알려주었어야 할 친구에게 알리지 않고 속이려 한 속마음이 있었기 때문인지, 어떻든 하느님께서는 그 같은 것들을 자네에게 미리 일러주시지 않은 것 같군"

 

넷째 이야기

 

P579

이리하여 총명한 부인은 염치없는 구애의 번거로움을 보기 좋게 잘라 버렸습니다. 그리고 치우타차는 고운 속옷을 벌었을 뿐 아니라 좀처럼 갖기 힘든 즐거운 하룻밤을 보냈던 것입니다.

 

다섯째 이야기

 

P582

재판관은 자다가 일어나기라도 한 것 같이 여러 사람 앞에서 바지를 추켜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겨우 장난이라는 것을 깨닫고 장화와 가방 건으로 호소하던 그 두 사람은 어디 갔느냐고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 자리에 없다는 것을 알자 피렌체에서는 재판관 바지를 벗기는 습관이 있느냐고 마구 화를 냈습니다.

 

여섯째 이야기

 

P588

"칼란드라노는 처음 것도 몹시 썼다만 이번 것은 더욱 견딜 수 없이 썼습니다. 하지만 뱉어서야 될 말이냐고 한참 동안 입 안에 넣고 우물우물 씹고 있었습니다만 이윽고 닭똥 같은 눈물을 후둑후둑 떨어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더 견디지 못하고 처음 것과 마찬가지로 그만 땅바닥에 뱉어 버렸습니다. 부팔마코와 브루노는 모두에게 포도주를 돌리고 있었습니다만 이 광경을 보자 그 두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돼지 도둑은 칼란드리노 자신이라고 외쳤습니다.

 

일곱째 이야기

 

P606

펜의 힘은 그것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분명하게 맹세합니다만, 지금하고 있는 이 복수가 맨 처음부터 맨 마지막까지 나를 즐겁게 해주듯이, 당신이 세상 사람들 앞에서 부끄럼움을 느낄 정도가 아니라 눈을 뽑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자신이 수치스러워서 견디지 못할 만큼, 온갖 흉을 모조리 썼을 것입니다.

 

P614

학자라는 자들이 모두가 그렇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악마의 꼬리가 어디 달려 있는가 까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은 모르고, 사람을 우롱하다가 이런 봉변을 당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사람을 놀리거나 할 때는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특히 학자에 대해서는......

 

여덟째 이야기

 

P618

"제파, 이거야말로 피장파장이라는 거로군. 아까 자네가 내 아내에게 말한 것처럼 우리는 전처럼 친구로 지내세. 그것이 좋아. 우리들은 서로 아내를 따로따로 가졌다는 것밖에 다른 점이라곤 아무것도 없으니, 이제 앞으로는 함께 즐기지 않겠나?"

 

아홉째 이야기

 

P632

"원 천만에요" 하고 의사가 말했습니다. "나는 그런 병신이 아니오. 추위같은 거 아무렇지도 않아. 사람들은 흔히 밤중에 소변보러 일어날 대 이것저것 껴 입지만 나는 겨울에도 조끼 모피를 걸칠 뿐 그 이상은 껴입지 않소, 그러니까 틀림없이 묘지로 갈 것이오."

 

P635

의사 선생은 열시히 사죄하고 더 이상 망신시키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면서 갖은 말로 두 사람을 달랬습니다. 그리고 그런 뒤로는 자기의 볼썽사나운 사건을 사람들에게 퍼뜨릴까 염려하여 두 사람을 계속 잘 대접하고 정중하게 식사 초대를 하는 등 극진한 대접을 했다는 것입니다.

 

열째 이야기

 

P636

여러분, 교묘한 수를 써서 상대를 속였다고 우쭐하다가 더 교묘한 술책에 걸려 거꾸로 속아 넘어가면 그 속임수가 얼마나 바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것인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아홉째 날

 

첫째 이야기

 

P657

부인은 관리가 비춘 불빛으로 알레산드로를 둘러멘 리누치오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으며, 또한 스칸나디오의 옷을 입은 알레산드로를 알아차리고는, 두사람의 담대함에 그저 놀랄 따름이었습니다. 놀라기는 했습니다만, 알레산드로가 거리에 내동댕이쳐지더니 다시 허둥지둥 달아나는 꼴이 우스워서 배를 움켜쥐고 웃어 댔습니다.

 

둘째 이야기

 

P661

원장은 자기도 같은 죄를 범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아울러 그것이 여러 사람에게 드러난 것을 알고는 설교를 그치고 다시 말투를 바꾸었습니다. 그리하여 인간이 육신의 자극으로부터 몸을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말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몰래 할 수 있을 때는 각자 적당히 해도 상관없다고 말했습니다.

 

셋째 이야기

 

P664

", 나는 어째서 이토록 불행할까. 어쩌면 좋지? 어떻게 아이를 낳는담?" 애가 어디로 나오지? 여편네가 색골인 탓에 내가 죽게 되었구나. 빌어먹을 년, 내게 복이 오는 만큼만 화가 미쳐라. 내가 이렇듯 기진맥진하지만 않다면 일어나서 두들겨 줬으면 시원하겠구나. 다리몽둥이라도 분질러 놔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군. 그년을 위에 태우는 게 아니었는데. 앞으로는 결코 그런 짓을 하지 말아야지. 자꾸 그러면 그년은 위에 타고 싶은 나머지 먼저 말라 죽을 게 아닌가?"

 

넷째 이야기

 

P669

"여러분들 알 만하시지요? 이 사나이는 노름에서 가진 것을 모두 털리고는, 나를 이 꼴로 여인숙에 버려두고 달아났습니다. 하느님과 여러분 덕택으로 보잘것없는 물건이나마 되찾게 되었습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안줄리에리는 여러 모로 해명했지만, 농부들을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다섯째 이야기

 

P678

"이 개돼지 같은 녀석, 용케도 이따위 짓을 하는구나. 이 색정에 미친 잡놈아, 너 같은 녀석을 좋아한 내가 저주를 받아야지. 집구석에도 네놈이 팔 우물은 얼마든지 있는데 다른 계집을 건드려, 이 오입쟁이야! 제 주제도 모르는 악당 같으니. 이 늙은 병신아! 너 따위는 아무리 짜봤자 한 방울의 기름도 안나올 게다. 하느님께 맹세코 네놈이 걸터타고 임신시킨 것은 테사가 아니렸다. 너 같은 놈에게 그런 재미를 보겠다니, 그런 더러운 마음을 먹은 년은 어느 말 뼈다귀이든 급살을 맞을 게다.

 

여섯째 이야기

 

P683

아드리아노는 부인이 용케 자신의 수치와 딸의 수치를 둘러대는 것을 보고 입을 열었습니다. "피누치오, 자네는 꿈을 꾸고 일어나 그 꿈을 사실처럼 말하는 버릇이 있잖나. 언젠가는 혼이날 테니 조심하라고 몇 번이나 타일렀는데, , 이리 오게. 불행한 밤이란 바로 이런 밤인 거야."

 

일곱째 이야기

 

P685

'어째서 이이가 이런 불길한 소릴 해서 나를 겁주고 오늘 숲에 못 가게 할까? 반드시 숲에서 어느 부정한 여자와 몰래 사랑을 즐길 약속을 한거야. 그것을 내게 들킬까 봐 이러는 거야. 장님의 접시에서 실컷 후려먹자는 수작이지. 그런 줄도 모르고 이이의 말을 참말로 곧이들었다간 나만 바보가 되는 거지. 절대로 그런 짓을 시킬 수는 없어. 설령 꼬박 하루를 지켜봐야 한다고 하더라도 난 오늘 아이가 계획한 수작을 꼭 알아내고야 말 걸."

 

여덟째 이야기

 

P690

"어이, 비온델로, 필리포 씨의 포도주 맛이 어떻던가?" 비온델로는 곧 되받아서 "코르소 시이 칠성장어와 같은 맛이더군" 하고 대답했습니다. 치아코는 다시 "자업자득이야, 자네가 그렇게 내게 음식을 먹였으니, 나는 자네에게 술을 먹인 거야." 비온델로는 장난을 치면 그 이상의 보복이 온다는 것을 깨닫고 치아코에게 화해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는 그를 놀리지 않도록 조심했다고 합니다.

 

아홉째 이야기

 

P695

"그보다 더 훌륭한 충고를 당신에게 해 줄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당신은 남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베푼 값진 요리와 접대는 그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아니고 단순한 겉치례였다는 것을 아십시오. 그러니 솔로몬 왕의 말처럼 남을 진심으로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남들로부터 사랑을 받습니다." 이렇게 해서 사나운 아내는 벌받고, 젊은이는 남을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몸이 되었습니다.

 

열째 이야기

 

P699

"좋아, 난 그런 꼬리는 필요 없어. 그런데 어째서 나더러 '네가 해라' 하고 말해 주지 않았나? 그리고 너무 깊이 넣는 것 같았어." 잔니는 대답했습니다. "워낙 자넨 처음이기 대문에 나처럼 넣는 방법을 모르는 줄 알았지."

 

열째 날

 

첫째 이야기

 

P706

"루지에리 경, 이제 내가 그대에게 운이 나브다고 한 말이 사실이었음을 잘 알았을 것이오. 그러나 확실히 그대의 값어치는 내가 운명의 힘에 거역해도 괜찮을 만하오. 그리고 나는 그대가 스페인 사람이 될 뜻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고로, 이 고장에서 성이든 마을이든 그런 것을 그대에게 줄 의사가 없으나, 운명이 그대에게 주지 않았던 금궤를 운명에 거역하여 그대에게 내리는 바이오. 고향으로 가지고 가서, 그대의 진짜 값어치에 대한 내 선물로서 고향 사람들에게 크게 자랑하기 바라오."

 

둘째 이야기

 

P711

"나는 하느님께 맹세하겠네, 자네와 같은 훌륭한 사람의 우정을 억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자네가 나에게 준 모욕보다도 더 심한 모욕이라도 견디겠노라고, 자네를 이러한 악으로 몰아넣은 운명이야말로 저주를 받아 마당하네."

 

셋째 이야기

 

P717

"나의 결의와 충고에 대해 네가 이상히 여길 것은 없다. 그 까닭은, 모든 일을 내 뜻대로 자유롭게 하게 된 뒤부터 내 집에 오는 손님에 대해서는 그가 누구든 부탁을 해오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만족을 시켜주지 않은 일이 없었기 대문이다. 너는 내 생명을 노리고 왔다. 너의 소원을 듣고 보니 네가 소원을 풀지 못하고 갈 오직 한 사람이 될 것 같기에 곧 내 목숨을 내어줄 결심을 한 것이다. 그래서 소원을 풀고, 또 그 뒤에 네가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되게끔 조언을 해 준 거다."

 

넷째 이야기

 

P719

사랑이란 사랑하는 것을 차지하기 위해 보배롭고 귀중한 것들을 보내기도 하고 미워하는 마음도 잊고, 자기의 목숨과 명예, 그리고 가장 소중한 명성까지도 숱한 위험 속에 내맡기는 것이 사실일진대

 

P726

젊고 청춘의 피가 끓는 젠틸레 씨는 남이 아무렇게나 버리고 돌보지 않아 일어버린 것을 자기가 애서 찾아 사랑하는 부인을 다시 살렸으며, 당연히 자기에게 권리가 있으면서도 자기의 욕망을 깨끗하게 눌렀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온갖 것을 바치고 싶었고 훔치고 싶은 생각까지 가졌던 것을 막상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때가 되자 되돌려 준 것입니다. 이런 점을 따져볼 때, 지금까지의 이야기 가운데서 이것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다섯째 이야기

 

P730

"질베르토 씨가 자신의 명예에 대해, 또한 당신께서 자신의 사랑에 대해 지극히 너그러운 태도를 취하신 것을 안 이상, 나도 마찬가지로 나의 보수에 대해 어지 대범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그 돈은 당신의 수중에 두시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으니 부디 그냥 가지십시오." 남작은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여 전부가 아니면 일부라도 주려 했으나 헛수고였습니다. 그로부터 사흘 후 요술사는 깨끗이 그 정원을 없애버리고 떠나려 하여, 남작은 하는 수 없이 작별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부인에 대한 떳떳지 못한 사랑의 마음을 씻고, 참다운 친애의 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여섯째 이야기

 

P736

"백작은 이런 것을 아오? 용감하고 위대한 기사는 모든 적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쉽게 이길 수가 있지만, 그런 기사도 자기 욕망을 이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오. 그러나 그 고통이 아무리 크든 또한 그것을 극복하는데 얼마나 큰 힘이 들든 말이오. 그대의 말은 짐을 깨우쳐주었소. 앞으로 며칠 동안에, 짐이 적을 무질렀던 것처럼 자신을 극복한 것을 그대에게 보여주리다."

 

일곱째 이야기

 

P742

"갸륵한 처녀야, 너의 숭고한 사랑은 짐한테서 큰 명예를 받게 되었다. 해서 짐은, 짐에 대한 네 사랑을 위해 네가 만족할 만한 대책을 마련하였다. 그 명예란 너도 나이가 찼으니까 짐이 정해주는 자를 남편으로 맞아달라는 거다. 허나 짐은 너를 지키는 기사가 되어 주리라. 그러나 그대로부터 사랑을 바라지는 않겠다. 오직 한 번의 키스만으로 족하다."

 

P744

왕이 이런 일을 하면 신하의 마음을 잡을 수가 있으며, 신하로서도 충성을 다할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원한 명성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늘날에 와서 대개의 군주는 폭군이 되어 무도한 왕이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일에 마음을 쓰는 분은 극히 드물거나 아니면 거의 없게 된 것이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여덟째 이야기

 

P762

우정이 아니고서야 어던 애정, 어떤 재물, 어떤 친척 관계가 지시푸스의 가슴을 감동시키는 열정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티투스의 눈물과 한숨이 아니고서야, 그의 가슴에 자기가 사랑하는 정숙하고 아름다운 신부를 티투스에게 양보할 마음을 들게 했겠습니까? 우정 없이는 어떤 율법, 어떤 협박, 어떤 공포가, 지시푸스의 젊은 품이 인기척 없는 어두운 곳이라든가 잠자리에서 자주 마음이 쏠렸음에 틀림없을,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의 포옹을 마다하도록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아홉째 이야기

 

P778

"나는 내가 돌아온 것을 남들이 알기 전에, 아내가 이번 결혼을 어떤 마음으로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성직에 계시는 분이 이런 화려한 잔치에 참석하시는 것은 예가 없는 일입니다만, 나를 위해 함께 가주십시오."

 

P779

", 저분은 내 남편이에요, 틀림없는 토텔로 시에요."

 

열째 이야기

 

P790

"그리셀다, 마침내 내 긴 세월 동안에 걸쳐 당신이 인내를 알게 되었소, 나를 잔인하고 사악하고 짐승 같은 사나이라고 욕한 사람들에게 이제 알려줄 일이 있소. 실은 나는 당신에게 참된 아내의 길을 가르치고 그들에게는 아내를 맞으면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가르치려고, 또한 당신과 부부로 살아가는 동안 오래오래 평화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예정된 목적 아래 여태 이런 연극을 했소. 그것을 알릴 때가 온 거요."

 

끝맺음 말

 

P795

여러분 가운데는 내가 이 이야기 속에 지나치게 제멋대로인 일을 적었으며, 때로는 마치 여성이 그러한 일을 입에 담는 것처럼 썼다는, 즉 정숙한 여성이 그런 이야기를 입에 담고 또 그런 여성으로부터 듣기에는 부적당한 말이 종종 나온다고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가끔 들으셨을 줄 압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부정합니다. 왜냐하면 그럴싸하게 얌전한 말을 하면서 어떤 경우에는 정반대되는 말을 하는 것 같은, 그런 정직하지 못한 말은 하나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것만은 훌륭히 이행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P797

썩은 마음을 지닌 사람은 결코 건강한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에게는 정숙한 말이 소용없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정숙하지 못한 말도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해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마치 햇빛과 진흙, 하늘의 아름다움과 땅 위의 추함의 관계와도 같습니다.

 

P798

요컨대 이 이야기를 읽으시는 분은, 나쁜 자극을 주는 것은 피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읽으면 됩니다. 그 때문에 읽는 사람을 그르치지 않도록 이야기 첫머리에 모두 그 내용 전체의 줄거리가 짧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3. 내가 저자라면

 

재미있는 중세 이야기를 100편을 읽고 나니 마음이 풀린다. 시스템화 된 사회에서 도덕론이 우세한 그러나 도덕적으로 살지 않고 있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세상을 어떻게 하면 더 진솔하게 살아갈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단순한 얘기로서 즐길 수도 있고 그 이면을 생각하면서 볼 수도 있는 다양한 차원을 가진 책으로서 인간이 살아 있는 한 영원히 읽힐 책이라 생각한다.

 

책에는 다양한 계층과 부류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은 현재 생활에 꼭 들어 맞지는 않지만 현실로 가져와서 변형하면 다양한 이야기로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 거리들이다. 어쩌면 그리스 로마 신화가 비극과 다양한 이야기의 큰 틀을 낳았다면 데카메론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공감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중요한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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