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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7일 10시 25분 등록

데카메론_구달리뷰#13 (2014. 7. 7)

조반니 보카치오 지음

한형곤 옮김

동서문화사

 

1. 저자에 대하여

조반니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 1313. 6. 16 ~ 1375. 12 .21)

 

1) 탄생과 어린시절(1313~1328)

보카치오는 1313년 이탈리아 피렌체 부근 체르탈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보카치오 디 켈리노, 엄마는 잔느라는 이름의 프랑스 여성이다. 아버지는 부유한 사업가(환전상)로 외국을 자주 다니다 두 사람이 만난 걸로 추측된다.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후 어머니 사후(1319) 피렌체의 아버지에게 보내진다.

 

보카치오는 사생아로 태어났지만, 아버지는 그를 상인으로 키우려고 1323년경, 12세에 나폴리로 보냈지만, 그가 관심을 기울인 쪽은 문학과 역사였다.

그는 라틴어를 배울수록 문학에 매혹되어 문학에 전념하기로 했다. 이 시기에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스타티우스의 <테베 원정 이야기> 등의 작품과 그리스 신화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그리스, 라틴 문학에 몰두, 베르길리우스의 무덤을 찾아 문학자가 될 것을 깊이 결심했다.

 

보카치오의 나폴리에서의 생활은 데카메론의 내용이 되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모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화려하고 방종한 향락생활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2) 구원의 여인과의 운명적 만남(1329~1342)

그는 나폴리에서 상업과 금융공부를 했으며, 나폴리 궁정에 드나들면서 폭넓은 문학적 교양을 쌓는다. 1336년 부활제 전야에 로베르토 왕의 사생아라고 알려진 마리아를 만나 사랑을 느낀다.  단테도 베아트리체를 성모 마리아급의 구원의 여인으로 생각했고 일평생 그녀를 사랑했다. 보카치오 역시 그러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어릴 적에 엄마를 죽음에게 잃었다는 거다. 이 시기 어린아이가 부모를 상실하면 이런 식으로 이상적인 구원의 여인상을 평생 지니게 되는 건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상실로 인한 내면아이의 상처가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으리라.

 

1340년 부친의 사업 실패로 나폴리에서 피렌체로 돌아온다. 이후 보카치오는 고난과 가난의 세월을 보낸다. 하지만, 백방으로 직업을 구하다 피렌체 시()정부의 일자리를 얻게 된다. 다행히도 그의 학식과 재능, 능변으로 교황이나 그 밖의 여러 영주에게 사절로 파견되는 행운이 되었다. 

 

3) 전환점(1343~1374)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을 집필하던 중인 1350년 페트라르카와 처음 만나는데, 이 만남은 보카치오의 문학 활동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그의 만족과 기쁨은 비길 데가 없었으며 친교는 더욱더 두터워져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페트라르카는 당대 최고의 인문주의자이며 시인이며 윤리가였다. 이 사람을 계기로 방탕한 생활을 반성하고 신을 의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비종교적인 작품을 모두 불태우라고까지 과격하게 권했던 사제 페로니(1362)와는 달리 페트라르카는 불태우지 말라고 했다. 페트라르카는 보카치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속세적인 학문과 그리스도교적인 의식은 별개 문제이며 이들 양자 사이엔 결코 갈등이 있는 건 아니라고 썼다. 그러나 그는 노령과 빈곤, 질병에 시달린 나머지 나폴리에도 피렌체에도 흥미를 잃어 고국에 돌아가 숨어 살며 고전 연구에 몰두하였다. 특히 페트라르카의 죽음(1374)에 크게 충격을 받아 전년에 피렌체 정부의 요청에 의해 맡았던 <신곡>의 강의도 중단하였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생애를 마감하였다.

 

4) 평가

보카치오는 3세기 이탈리아에서 생성된 ‘노벨라Novella’라는 짧은 이야기 형식을 통해 다양한 형식과 다양한 주제를 표현했다. 보카치오는 계몽적 인문주의자였다. 그는 문학이 종교적 속박에서 벗어나 인간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실천했다. 그는 신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평가 받는 인간이 아닌 그 자체로 훌륭한 예지력을 갖추고 있는 독립적 인간형을 찬양했다.

 

`데카메론`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왕과 왕족, 정치인, 기사, 수도원장, 성직자, 법관, 철학자에서부터 여관 주인과 노예에 이르기까지 당시 사회를 구성했던 거의 모든 계층이 주인공이다. 보카치오는 당시 중부 이탈리아에서 떠돌아다니던 이야기를 수집해 책의 골격을 세웠다. 따라서 책에 수록된 에피소드들은 상당수가 현실에서 시작된 것들이다. 이 때문에 `데카메론`을 통해 르네상스 초기 이탈리아의 사회상을 들여다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데카메론`은 그 구성과 표현법에서도 현대문학의 전범이 됐다. 이야기의 틀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존재하는 `액자식 구성`은 많은 소설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기지와 재담, 우화기법 등은 훗날 셰익스피어나 제프리 초서 같은 작가들에게 전해져 꽃을 피웠다. 페스트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다시 `인간`을 외친 보카치오의 짓궂은 용기가 있어 르네상스는 더욱 빛날 수 있었다.

 

‘데카메론'의 탁월함은 인간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데카메론’은 구체적 현실을 구체적인 언어로 재현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구체적인 현실'이란 당대의 공식 문화였던 중세 가톨릭의 가치관에 가려진 대중의 현실을 가리키고, '구체적인 언어'란 당대의 공식어였던 라틴어에 비해 대중의 언어였던 이탈리아어를 가리킨다. 현실세계에서 펼쳐지는 당대의 다채로운 삶의 모습은 이탈리아어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재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의 솔직 대담한 표현과 이해하기 쉬운 대중언어로 글을 써서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낸 배려와 용기를 닮고 싶다.

 

보카치오는 피렌체로 돌아온 뒤 10~12년 동안 작가로서 전성기를 누렸는데 <데카메론>은 그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이외에도 

<데카메론>은 어떤 책인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에서 명료하고 직설적인 문체로, 세속적인 욕망을 추구하고 인정하는 당대의 인간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한편 날카롭게 비판한다. 특히 그는 <데카메론>에서 운명과 맞서 싸우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며, 나아가 운명을 개척하는 인간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 준다. 선과 운명이라는 이 뚜렷한 이원론은 르네상스적 감성과 사고에 뿌리를 둔 것이다.

 

<데카메론>은 그리스 어로 ‘10일 동안의 이야기’란 뜻이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귀족과 상인 계급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들은 성직자와 여성이다. 이들은 당시의 시대상과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내며, 작품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욕망에 충실한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훗날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라고 일컬어지는 당시의 정신적 경제적 문화적 분위기가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페트라르카와 만남뿐만 아니라 보카치오 본인의 몸이 너무 일찍 쇠약해진 것과 더불어 사랑에 대한 실망도 그의 작품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늘 여성과 사랑을 찬미하는 작품을 썼다가 후에 여성에 대한 혐오감을 표현하는 작품들을 썼으며, 재능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는 사실에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가운 이야기는 보카치오도 페트리카와를 만남과 동시에 인문주의의 중추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과 교류했단다. 호메로스, 오비디우스, 타티투스 등의 고전 원문을 새롭게 접하기도 했단다.

 

보카치오가 이름 붙인 단테의 작품이 <<신곡>>이라면 그의 작품은 <<인곡>>이라고 불리운다. 보카치오는 태어난 목적대로 삶을 살다 간 인물로 생각된다. 그가 어딘가에서 끌어오고, 창조해내고, 변형시켜 우리에게 들려주는 100편의 이야기 데카메론이 그의 삶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2. 내가 저자라면

 

작품 전체를 통하여 두 개의 주제, 사랑과 지혜를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었다. 한마디로 유쾌하고 대담한 르네상스 인간 예찬이다.

 

목차와 뼈대

10일 동안 10명의 이야기꾼들이 100개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10명의 인물들은 순서를 정해가며 큰 주제 아래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날의 왕이나 왕비가 이야기 주제를 정하면 각자 그 주제에 맞추어 한 가지씩 이야기하는 구조이다액자 이야기는 하루 이야기들의 시작과 끝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난 뒤 들어가서 앞 이야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도록 유기적인 역할을 한다.

 

인간이 가진 욕망에 대해 아주 다양하게 표현했고, 생각지도 못한 비유들을 읽으면서 낯뜨거움을 느끼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하고, 터무니 없기도 했다. 그런데 이 많은 이야기들은 큰 틀, 주제 아래에서 연결성이 보였다. 물론 조금 반복되거나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로 전개되기도 했지만.

 

100가지 이야기 전부가 그 시대의 생활상을 드러낸 것이긴 하지만 데카메론의 특성상 익명성이 필요한 타락한 종교인, , 사랑 이야기에 화자들의 캐릭터를 드러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맨 앞에 페스트에 대한 묘사가 있다. 이것은 데카메론이 왜 이렇게 쓰여져야 했는지를 이해하게 해 준다. 여기에서도 작가 보카치오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었다.

 

강점

1. 여성적인 목소리를 드러내려고 했다.

2. 그 시대 핍박 받고 피동적인 여성의 입장을 주도적인 입장으로 도치하여 보여준다.

작품에 묘사된 여성은 대단히 성에 적극적이고 주도적이다. 정부를 두고 있고, 남성을 골려 준다. 이건 그 시대 약자인 여성을 위로하기 위한 도치법으로 읽힌다.

3. 실제로 현실이 어떠했든, 살아 남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이야기는 의미가 있다

4. 서사가 아주 구체적이고 재미있다.

 

보완점

1. 데카메론에서 아쉬운 점은 단지 성적 욕망으로 풍자한 장면들로만 일관되어 있다는 것이다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좀 다른 이야기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2. 목차에 100가지 이야기의 소제목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맺음말이 아니라 머리말에 골라 읽으라는 저자 의도를 미리 밝혔으면 했다.

3.  10하루에 열 꼭지의 이야기 100편에 달하는 스토리가 그 방대함을 자랑한다다만 이야기 중에도 유사한 이야기가 몇 있는데 욕망이 불행을 가져온 이야기성직자의 추문 등 이런 유사 중복 이야기는 조금 생략하거나 줄여도 되지 않았겠나 싶다.

 

내가 저자라면

페스트가 유럽 대륙을 휩쓸고 잘난 허울의 르네상스가 인간을 구원하지 못할 무렵에 주위 사람들이 죄다 죽어가는 광경을 본 그 시대 사람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페스트 재앙의 시대에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인류를 수렁에서 건져낸다절망의 시대에서 유쾌한 희망을 보게 했고 죽음의 살풍경에서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이끌어 낸다나는 그를그리고 데카메론의 문학적 가치를 이와 같이 평가한다.

 

어찌 되었든 모두가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일말의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엮겠다는 열정 자체를 우리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보카치오의 작가적 상상력은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700년을 넘어 현대의 우리에게 조차도 불타는 밤을 선사하고 있지 않은가.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보카치오는 짧은 100가지의 이야기로 세상의 인간을 말하고 있다. 그가 바라 본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인간들의 욕망, 이걸 저속한 속물들의 욕망으로만 볼 수는 없다. 이것은 당시 인간으로써의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여성들을 향한 보카치오의 위로이다.

 

3. 감동의 문장

 

머리말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인정입니다.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신분이 다른 고귀한 분과의 사랑에 몸을 태워 왔습니다. 나로서는 사랑하는 여자가 무정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욕망의 굴레에 갇힌 영혼에서 자라나는 지독한 열정의 불길이 미친 듯이 가슴 속에 활활 타올라 지치도록 괴로워하고 고민했습니다. 그렇듯 괴로움에 휩싸여 있을 때, 몇몇 친구들이 즐거운 세상 이야기를 들려 주 기도 하고 다시 없는 위안의 말을 건네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위안 덕분에 나는 죽지 않고 살아 난 것이라고 지금도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의지의 힘이나 어떤 신중한 충고, 예상되는 수치심이나 뒤따르는 위험에의 두려움으로도 꺾지 못한 나의 사랑은 마침내 시간의 흐름을 따라 사라지기 시작해서 깊은 바다를 찾아 멀리 나가는 위험을 무릎 쓰지 않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그런 기쁨 만을 남긴 채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전에는 그토록 줄곧 괴로워했었지만 이제 지금의 나는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 그때의 사랑을 즐거운 추억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내가 갖게 된 어떤 위로를 전해 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인네들은 언제나 수줍어하고 떨면서도 그 부드러운 가슴 속에서 은밀한 사랑의 불길을 태우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심한 것인지.. 부인네들은 부모 형제며 제 남편의 뜻과 기분, 지시 등에 묶여 온종일 좁은 방 안에 갇혀서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지내다가, 어느 순간 무엇을 갈망하거나 체념하기도 하면서 공허한 나날을 보내고, 반드시 즐겁다고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상념에 잠깁니다. 그러다가 사랑의 욕망이 우울증의 포로가 되어 버리면 무언가 새로운 것으로 그것을 없애지 않는 한, 가슴 속에서 서서히 맺히다가 고뇌의 응어리가 되어버리고 말지요. 남자들은 우울증이나 무거운 상념에 사로잡히더라도 그것을 가볍게 하거나 다른 데로 돌리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산책을 한다든가, 이것저것 보고 듣는다거나, 매사냥을 간다든가, 사냥이라 낚시를 나간다던가 말 타고 달리든가

따라서 우리가 목격하듯 마음씨 부드러운 부인에게 도움을 주는 가장 인색한 운명의 불공평함을 어느 정도 바로잡기 위하여, 사랑을 하고 있는 부인네들에게는 구원도 되고 위안도 되는, 사랑을 하지 않는 분들에게는 바느질이나 물레가락이나 실 감는 일로도 충분한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만, 100가지 이야기를 소개하려 합니다. 동화와 비유와 역사이야기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울증에 사로 잡힌 부인들이 이것을 읽는다면, 그 속에 포함된 흥미거리의 즐거움뿐 아니라 유익한 충고도 얻게 될 것입니다.

 

[첫째 날, 저마다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15
그렇습니다. 환희의 절정에는 괴로움이 따르듯, 비참 뒤에는 홀연히 기쁨이 찾아와 즐거운 결말을 맺는 법입니다.

 

18
사람들은 머지않아 모두 죽는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목숨은 물론 가진 모든 것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래서 집들은 대게 공동 소유가 되어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예사로 열고 들어와 합법적인 주인과의 구분도 없어졌습니다.

 

19
환자를 내버려두고 달아나는 것이 그 무슨 병을 막는 가장 좋은 약이라고 단정하게 했습니다. 이 같은 생각으로 남자나 여자나 자기를 위해 다른 것은 조금도 돌보지 않고 자기가 살던 도시를 버립니다. 땅도 친척도 재산도 버리고 다른 지방을 찾아 떠났습니다.

 

20
친척들이 울며불며 슬퍼해주는 사람은 아예 하나도 없는 형편이었으며 오히려 초상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웃고 떠들고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왁자하게 마치 축제 소동을 벌이는 습관이 생겨 버렸습니다.

 

27
우리들 여자란 변덕이 많고 다투기 좋아하며 의심이 많고 겁쟁이로 무서움을 잘 탑니다. 남자분들의 인도가 없으면 우리가 무슨 일을 해봐야 좀처럼 성과를 거둘 수 없을 거에요. 우리는 건강을 지키고 휴식과 즐거움을 얻으러 떠나는 것입니다. 마침 세 젊은이가 성당에 들어 왔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젊은 사람은 스물 다섯 살을 넘지 않았으며 모두 씩씩하고 혈기의 넘쳤습니다. 부패와 타락이나 친구들과 친척들을 잃은 슬픔, 몸에 닥쳐오는 공포로서도 사랑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식히기는커녕 지우지도 못할 젊은이들이었습니다. 한창 혼란에 빠져있을 땐 연인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위안이 된다는 생각으로 찾으러 나왔던 것입니다.

 

31
마음을 즐겁게 하는 이야기 말고는 무엇이건 결코 갖고 들어 오지 말라는 거에요.

 

1) 체파렐로 씨는 거짓고해로 성인으로 이름 높은 수도사를 속이고 죽는다. 살아서 극악무도한 사나이였던 그는 죽어서 성 파렐레토 추앙받는다. - 33
46
그러나 만일 이와 같이 그가 천당으로 맞아들여 졌다고 한다면, 우리들에 대한 하나님의 자비는 참으로 광대무변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 재앙의 한복판에서 이와 같이 즐거운 모임을 열고 또 그 속에서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할 때 우리는 건강히 있을 수 있고, 또 구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려울 때 하나님이 반드시 우리 소원을 들어 주신다고 마음 놓고 하나님께 의지 할 수 있으므로 하나님을 숭앙하는 일부터 먼저 이야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6) 어느 덕망 있는 사람이 수도사들의 못된 위선을 폭로한다. - 60

60
호인은 어느 날 같이 노는 친구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자기 집에는 그리스도님도 마실만한 매우 좋은 포도주가 있다고 그만 자기도 모르게 지껄이고 말았습니다. 이 말은 순식간에 그 종교 심문관인 수도사의 귀에 들어 갔습니다.

 

61
그는 자기 손에 돈이 담뿍 굴러들어 오도록 심문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그대는 그리스도님을 술꾼으로 만들어 버렸단 말이냐?" 
"
지금 그대는 천한 술안주 삼아 그와 같은 말을 경솔히 지껄이고 있지만 그대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이건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조치를 취한다면 화형에 처해야 마땅하단 말이다."

 

돈은 욕심 많은 성직자들 사이에 흑사병처럼 퍼져있는 악질 탐욕병, 특히 돈을 크게 만진 적이 없는 낮은 신분의 수도사들에게는 매우 큰 효험이 있는 약이지요. 아무튼 그 효험 덕분에 화형은 십자가 처벌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옛날 십자군이 바다를 건너 원정할 때 깃발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검은 바탕에 노란 십자가를 꿰매어 달았듯이, 그 호인은 등에 십자가를 달게 되었지요.

 

62
그것은 수사님들이 저 세상에 가시면 매우 비참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수사님, 그것은 복음서에 있는 "하나에 대해 백을 얻으리라" 하는 말씀입니다.
"
나는 여기 온 뒤로 날마다 수프가 때로는 한 솥 내지 두 솥씩 거리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지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하나에 대해 백을 받으시게 될 테니, 여러분은 수프의 바다에 빠져 죽고 말지 않겠습니까"

 

[둘째 날, 여러 가지 일로 괴로움을 겪은 사람들이 뜻밖에 행복한 결과를 얻는 이야기]

 

20. 파가니노는 리차르도의 아내를 빼앗는다. 아내의 행방을 안 리차르도는 파가니노의 친구가 되어 아내를 돌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그녀가 바란다면 돌려주겠다고 대답한다. 그녀는 남편과 돌아가려 하지 않고, 리차르도가 죽자 파가니노의 아내가 된다. - 183

 

186
그리하여 밤이 되자, 물론 그는 달력 따위를 갖고 있지 않았고 일체의 제삿날이고 휴일이고 염두에 없었으므로 나중에 상냥한 말 만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 같아 행동으로 달래주고자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그녀는 모나코에 닿기도 전에 남편인 재판관도, 그의 규정도 다 잊어버리고 파가니노와 마치 꿈과도 같은 즐거운 생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파가니노는 파가니노 대로 모나코에 도착하자 이제 밤낮없이 그녀를 즐겁게해 주었을 뿐 아니라 자기 아내로서 소중히 다루었습니다.

 

189
만일 당신이 바라는 것처럼 당신이 정열가이시고 머리가 좋은 분 이시라면 내가 아직도 젊고 싱싱하고 정력이 넘쳐 흐른다는 것을 알아 주실만큼 머리가 움직였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결과 젊은 여자로서는 좋은 옷을 입고 맛난 음식을 먹는 것보다 부끄러워서 입밖에 낼 수 없는 것을 더 바라고 있다는 것을 좀 아셔야 했던 거에요. 더욱이 저는 당신이 법률가로서 여겨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성당의 축일이나 제삿날 공보 담당자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190
만일 제가 지금 죽을 죄를 짓고 있다면 저는 이곳에 머물면서 그의 절굿공이의 징역을 살겠어요. 그러니 이제 저에 관한 것은 걱정하지 말아 주세요. 똑똑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여기서 파가니노의 아내라는 기분이 들지만, 피사에선 당신의 매춘부 같은 기분이 들었답니다.

 

191
그는 체력도 없는데 젊은 아내를 맞이한 자기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슬픈 마음으로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녀의 방을 나왔습니다. 누가 인사를 하거나 무엇을 물으면, “나쁜 구멍은 축제 일을 참아내지 못해서 말이야" 하고 대답할 뿐, 그 밖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셋째 날, 무척 바라던 걸 얻은 사람들과 한 번 잃었던 것을 다시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21) 람포레키오의 마제토는 거짓으로 벙어리 흉내를 내어 수녀원의 정원사가 되고, 수녀들은 앞을 다투어 그와 자게 된다.

 

195

세상에는 젊은 여자에게 흰 수건을 씌우고 검은 옷 만 입히면 돌로 만든 수녀가 된다고 까지는 생각지 않더라도, 이제 여자가 아니며 여자로서의 욕정도 느끼지 않게 된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남녀가 많습니다.

 

199
농부 치고는 체력도 늘씬하고 얼굴도 호감이 가는 마제토란 젊은이는 지금까지 그토록 오래도록 대체 어디에 가 있었느냐?’고 누토에게 물었습니다.

 

누토의 말을 듣고 젊은 수녀들과 한번 함께 살아보고 싶은 달콤한 소망이 마제토의 가슴에 솟아나는 것은 그의 말투에서 자기 희망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00
다만 자기가 젊고 잘생겨서 채용해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여기서 꽤 멀리 떨어져 있으니 아무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지. 그러니 벙어리 노릇을 하며 찾아가면 채용해줄지도 몰라. 원장님, 이 사람은 불쌍한 벙어리 귀머거리올시다. 우리는 좋은 머슴을 얻게 될 줄 압니다. 게다가 이 곳 젊은 수녀들을 희롱할 걱정은 조금도 없을 것 같습니다.

 

201
수녀들은 벙어리에 대해서 흔히 그렇듯이 그를 따라 다니며 놀리기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알아들을 까닭이 없다고 아주 천한 말을 예사로 그에게 퍼부었습니다.

 

202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가 하는 즐거움만큼 좋은 것은 없대요. 이번 고려 한번 시험해 봐야겠다고 몇 번을 생각했어요. 이 남자가 제일 편리 하거든요. 말하고 싶어도 남에게 말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머리는 좀 둔해도 얼굴도 잘 생기고 체격도 꽤 좋고 아주 쓸 만한 젊은이잖아요?

 

202
그녀는 말을 꺼낸 수녀 이상으로 남자란 대체 어떤 동물인지 한번 실컷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이 사람은 바보니까 우리가 하자는 대로 할 거에요.

 

203
두 사람은 곳간을 떠나기 전에 이 벙어리가 몇 번이나 자기들에게 올라 탈 수 있을까 계속 시험해 보고 싶었을 정도였습니다.

 

생각을 고쳐먹고 친구들에게 한 몫 끼어 마제토가 경작해주는 몸이 되었습니다.

 

수녀 원정이 어느 날 혼자서 어슬렁어슬렁 마당을 거닐고 있다가, 더운 날이었으므로 마제토가(하기야 밤에 하는 승마가 도가 지나쳐서 낮에는 간단한 일만 해도 곧 피로해졌기 때문에) 감복숭아 나무 그늘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때 바람이 휙 불어봐서 옷자락을 걷어 버려서, 그것이 완전히 드러나 버렸습니다.

 

204
원장님 한 마리의 수탉은 열  마리의 암탉을 만족시킬 수 있지만, 인간은 남자 열 사람이 여자 한 사람을 만족시키가 어렵다고들 합니다요. 그런데 저는 아홉 사람에게 봉사해야 합니다요. 이러다간 돈이 산더미처럼 쌓이더라도 몸을 지탱할지 못하게습니다요.

 

22) 한 말구종이 아질룰프 왕의 왕비와 관계를 맺는다. 왕은 그것을 눈치채고, 그를 발견하여 그 머리칼을 몰래 조금 잘라 놓는다. 머리칼을 잘린 말구종은 다른 말구종의 머리칼도 똑같이 잘라 가까스로 곤경에서 벗어난다. - 205

 

208
어마, 임금님, 오늘 밤엔 별일 이시네요. 돌아가신지가 얼마 되지 않는데 그리고 평소에 없이 저를 즐기셨는데 이렇게 빨리 다시 오시다니 과로를 상가 시는게 좋으시겠어요 임금님은 왕비의 말을 듣고 왕비가 자기 모습으로 꾸민 누군가에게 속았다는 것을 금방 깨닫습니다만 영리한 분이고 왕비나 다른 사람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그대로 두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10
조그마한 복수를 위해 큰 수치를 당할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하고 한마디의 호통으로 이쪽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하인들에게 일렀습니다. 당돌한 짓을 한 놈, 두 번 다시 그런 짓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물러가거라.

 

사람들은 말 구종의 담력과 재치 그리고 임금님의 큰 도량을 칭찬 했습니다.

 

23) 한 젊은이를 사랑하게 된 부인이 고해를 구실로 그를 듯한 거짓말을 해서 신부를 중매장이 삼아 젊은이를 만나고 쾌락을 맛본다. - 210

 

211
우리가 무엇보다도 믿고 있는, 오히려 너무나 믿고 있는 그네들 수도사들 마저 때로는 남자에게나 혹은 우리들 여자에게 교묘하게 속아 넘어가며 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사랑이나 신앙 보다 위선에 차 있는 우리 도시의 풍경이다.

 

218
그래서 발가벗은 채 창 가로 달려 가서 창문을 탕 닫아 버렸습니다.

 

220
귀족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똑똑히 알았으므로 되도록 여러 가지 약속을 해서 수도사의 마음을 달랬습니다. 그리고 그에게서 물러나 이튿날 아침 기도 시간 조금 전 부인의 집 정원에 들어가서 나무를 기어 올랐습니다. 올라가 보니 창문이 열려있어 침실에 들어가 재빨리 아름다운 부인의 품에 뛰어 들었습니다. 부인은 정욕에 가슴을 태우며 기다리고 있던 터라 미칠 듯이 반기며 그를 맞이했습니다. 정말 그 수도사 덕분이에요. 저를 찾아 오실 수 있는 방법을 당신에게 이토록 잘 가르쳐 주셨으니까요. 그리고 서로 사랑의 즐거움에 잠기면서 어리석은 수도사를 비웃기도 하고, 꼰 실타래 라던가 보풀 이는 연장만 가지고 있는 남편을 비웃으면서 서로 욕정을 태웠습니다.

 

24) 돈 펠리체가 프라테 푸치오에게 고행으로 하느님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푸치오가 고행을 하고 있을 동안 돈 펠리체는 그의 아내와 즐긴다. - 221

 

222
푸치오의 가정에 드나들고 있는 동안 돈 펠리체는 그의 아내가 싱싱하고 능금처럼 혈색이 좋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그녀가 가장 부족해하고 아쉬워하고 참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일이라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푸치오의 노동을 들어주고 자기가 대신 그 역할을 해주고자 생각했습니다. 애정을 가득 담은 눈으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그가 품은 생각을 그녀의 맘 속에도 타오르게 해놓고 기회가 무르익었다 싶었을 때 자기 소망을 그녀에게 털어 놓았습니다.

 

=> 성을 주제로 우리가 가벼워지고 유쾌해 지도록 이야기를 풀어놓은 저자의 재주가 돋보인다.

 

224-225
아내는 아침기도 때까지 남편이 한 군데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수도사의 속셈을 깨달았습니다푸치오는 고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도사는 미리 부인과 의논이 되어 있었기에 캄캄해진 시간에 그녀를 찾아가서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 다음 아침기도 때까지 함께 자고는 시간이 되면 일어나 돌아가서 푸치오가 고행을 하는 것은 아내의 침실 바로 옆얇은 벽 하나로 가려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수도사와 아내가 음란하게 희롱하고 있을 때 푸치오는 마치 심하게 마루 바닥이 흔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내에게 말을 걸어 무엇을 하고 있느냐 물었습니다. 저는 잠을 이루지 못해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고 있는 거에요. 그러기에 당신은 단식할 필요가 없다고 그토록 말했잖아. 당신은 여기가 다 건들건들 흔들릴 만큼 침대를 삐꺽 거리고 있단 말이야. 당신이 푸치오에게 고행을 시킨 덕분에 우리는 천국에 올라갈 수 있었네요.

 

25) 치마는 프란체스코 베르제렐지에게 자기 말을 한 필 선사하고 그 대신 그의 아내와 이야기하는 허가를 얻는다. 그러나 그녀가 입을 떼지 않았으므로 부인의 대답을 자기가 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대답대로 된다- 226

 

231.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어째서 내 청춘을 헛되이 보내고 있는 것일까? 남편은 밀라노에 가서 반 년 후에나 들어올 텐데. 언제 그 손해를 보상한단 말인가? 내가 할머니가 된 뒤에. 그리고 치마 같은 멋있는 연인이 언제 또 발견된단 말인가? 나는 지금 외톨이고 무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째서 이런 절호의 기회를 붙잡지 않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이렇게 혼자서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다가 하루는 마침내 치마가 말한 대로 마당 쪽으로 난 창문에 수건 두 장을 걸어 놓았습니다.

 

=> 말이 씨가 되는 경지, 생각에 없던 말도 자꾸 들으니 그렇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26) 리차르도 미누톨로는 필리펠로 피기놀피의 아내를 연모한다. 리차르도는 그녀가 질투심 많은 여자라는 말을 듣고 자기 아내가 내일 필레펠로와 목욕탕에서 만나게 되었다면서 그녀를 그곳에 가게 한다. 그리하여 그녀는 남편과 자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실은 리차르도와 자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 232

 

232
연애니 정사니 하는 말만 들어도 얼굴을 찌푸리지는 성녀 인척하는 여자 한 사람이 자기를 사랑한 남자의 교묘한 책략에 걸려서 사랑의 꽃이 뭔지도 모르는 동안에 열매를 맺어 버렸다는 얘기를 하겠어요.

 

239
비록 부인이 속아서 이리 걸려 오셨다고 변명 하셔도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내가 돈과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 했더니 찾아 왔습니다. 그런데 여자는 그게 기대한 만큼 내가 주지 않았다고 화가 나서 이런 변명을 하고, 이런 소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고 나는 말에 버릴 것이 오. 그리고 부인도 아실 것이오. 사람이란 좋은 일 보다 나쁜 일을 더 믿기 쉽다는 것을.

 

240
나는 당신이 나한테 준 이런 모욕과 속임수를 하나님이 명령하시지 않는 한 견딜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의 단순함과 남다른 질투심이 이런 결과를 빚었으니 떠들어댈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든 복수하지 않고는 내 직성이 풀리지 않을 것만은 확실합니다. 이제 그만 괴롭히고 놓아주세요. 당신은 자기 욕망을 채우고 실컷 나를 못 살게 굴었습니다.

 

27) 테달도는 자기 연인에게 화가 나서 피렌체를 떠났다가 몇 해 뒤 순례자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리하여 연인을 만나 그녀의 오해를 풀고, 자기를 죽였다는 혐의로 사형을 받게 된 그녀의 남편을 구해준다. 이어 자기 형제들과 그를 화해시킨 다음 조심스럽게 그녀와의 사랑을 즐긴다. – 241

 

247
그물로 한꺼번에 많은 강물의 고기를 잡듯이 큼직한 성의(聖衣)로 감싸서 여자 신도나 과부나 그 밖에 많은 어리석은 남녀들 포섭하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어서, 종교의 수행보다도 그게 오히려 최고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성직자는 성의를 입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성의 빛깔을 몸에 걸치고 있는데 지나지 않습니다. 옛날의 수도 사는 사람을 구하고자 했습니다만 요즘의 수도사는 여자와 돈을 노리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대중의 마음을 놀라게 하여 성금을 내게 하고 미사 만 올리면 죄가 깨끗이 씻어진다고 가르치는데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썩은 수도사들, 그때나 지금이나 고인 물에 이런 부류의 부패한 인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중세 1000년의 기독교가 타락하여 종교개혁이 일어난 계기가 되었다.

 

249
그리스도는 먼저 자기가 행한 다음 가르치기 시작했다는 말대로 실행하지 않을까요? 먼저 그네들 자신이 실천하고 그런 다음에 남에게 가르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28) 페론도는 어떤 가루약을 먹고 죽은 시체로 매장된다. 그의 아내와 사랑을 즐기던 수도원장이 무덤에서 꺼내 지하실에 넣어버리는데, 그는 자기가 연옥에 들어가 있는 줄 안다. 나중에 세상으로 돌아와 자기 아내가 낳은 수도원장의 아이를 자기 아이인 줄 알고 기른다. – 258

 

261
만일 우리가 바깥양반의 질투를 고치려면 그분이 연옥에 가 있어야 하오살아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저는 과부가 되어야 하나요? 잠시 동안 그렇게 되세요. 내가 부인의 행복과 위안이 될 일을 해드릴 생각으로 있으니 부인도 내 생명의 구원이 되고 행복이 될 일을 내게 해주시면 되겠소.

 

[넷째날 불행한 결말을 갖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

 

31.살레르노의 탕크레디 공은 딸의 연인을 죽이고 그 심장을 황금 술잔에 넣어 딸에게 준다. 그러자 딸은 독액을 넣어 그것을 마시고 자살한다. – 298

 

300
사랑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그 눈에는 어떤 것도 끝까지 감출 수는 없는 법입니다. 사랑에 빠진 여인은 그것을 생각해 낼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녀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여러 가지 도구를 써서 며칠이나 걸려 그 동혈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303
젊었을 때만 아니라 노년이 되어서도 틈이 있을 때나 삶의 희열을 찾고 싶을 때는 무엇을 하는지 모르실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버지 자식으로 살아있는 육체를 가지고 있고 아직 젊음의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한 두 가지 이유로 욕정에 불타오릅니다. 특히 저는 한번 결혼했던 몸이니만큼 그 욕정을 채우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많은 여성들처럼 우연하게 귀스카르도를 고른 것은 아닙니다. 생각한 끝에 누구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여겨 그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분을 끌어들여 우리는 신중하게 오랫동안 서로 연인으로서 즐겼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지금 꾸짖고 계시는 것은 저의 죄가 아니고 운명이라는 것을 아버지께서는 깨닫지 못하고 계십니다.

 

304
우리들을 구별하는 것은 우선 그 마음의 덕입니다. 마음이 덕을 많이 소유하고 그 힘을 발휘하는 자는 고귀한 사람이라 불립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분을 천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말을 듣는 쪽이 아니라 말한 사람이 잘못인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말씀 하시는 모든 귀족 되시는 분들의 덕이나 품성이나 태도를 잘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한편으로 귀스카르도의 그것들과 잘 비교해 보세요. 만약 아버지가 아무런 미움도 섞지 않고 판단할 의향이 있으시면 그 사람이야말로 가장 귀족적인 사람이며 귀족인 그들은 오히려 천하다고 말씀하실 겁니다. 그 같은 점이 뛰어났기 때문에 그를 품격 있는 사나이로 칭찬 하셨겠지만, 아버지만큼 그를 칭찬한 분이 또 있을까요?

 

305
이것은 대공전하의 선물입니다. 아씨께서 전하의 가장 사랑한 것으로 전하를 위로 했듯이, 전하도 아씨의 가장 사랑하고 있는 것으로 아씨를 위로해 드리라는 말씀이십니다.

 

[다섯 째 날, 몇 가지 잔혹하고 불행한 사건이 일어난 뒤 연인들에게 행복이 찾아오는 이야기]

 

41. 시몬은 사랑을 한 덕분에 현명해지고, 연인인 에피제니아를 바다 위에서 약탈한다. 로데스 섬에서 감옥에 들어가게 되지만 리시마쿠스가 그를 구해낸다. 그는 리시마쿠스와 함께 결혼식장에 쳐들어가 에피제니아와 카산드라를 빼앗아 크레타 섬으로 달아난다. 두 여인은 각각 그들의 아내가 되어 자기 마을로 돌아간다. – 370

 

372-373
그런데 지금까지 어떤 가르침도 받아드리지 않았던 시몬의 마음에 에피 제니아의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사랑의 화살이 꽂혀 어느 사이에 생각이 확 달라졌으므로, 부친을 비롯하여 가족이나 지금까지 그를 알고 있던 모든 사람들을 아주 놀라게 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우선 특히 사랑할 때 예법을 배웠습니다. 이 같은 원인은 모두 에피제니아에게 품은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그 거칠기 그지없던 말투의 그가 점잖고 부드러운 말을 쓰게 되었을 뿐 아니라, 노래도 부르고 악기도 켤 수 있게 되고, 승마나 육해의 군사에도 정통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놀라운 변화를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요 그것은 거의 마음 한구석 훌륭한 영혼 속에 갇혀 있었던 천부적 재능이 시새움 많은 운명의 신에 의해 단단한 굴레로 동여매져 있었던 것을 운명의 신보다 더 강한 사랑의 신이 그것을 끊어 버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잠들어있던 재능을 끌어내는 위치에 있는 사랑의 신은 최대한도의 지배력을 발휘하여 잔혹한 암흑으로부터 밝은 빛 속으로 그를 인도했다.

 

44. 리차르도 마나르다는 리치오 다 발보나 씨에게 그와 딸과 같이 있는 장면을 들킨다. 그는 곧 그녀와 결혼하고 장인과도 사이가 좋아지낟. – 395

 

397
울음 소리를 들으며 자고 싶다는 밤꾀꼬리는 도대체 뭐냐? 그런 애는 매미 울음소리로 재워 주어야 해.

 

398
침대에 누워 밤새도록 그야말로 여러 차례나 밤꾀꼬리 울음 소리를 내며 환희와 환락 속에 잠겼습니다. 밤은 짧고 환락은 끝이 없어. 두 사람은 발가벗은 채 곤히 잠이 들었습니다.

 

399
, 빨리 일어나서 어서 보고 와요. 밤꾀꼬리를 그리워하던 당신 딸이 새를 꼭 붙잡아 손에 쥐고 있으니까. 사실 딸 애가 잡았으니까 이 사내는 딸의 것입니다.

 

50) 피에트로 다 빈치올로는 친구 집에 식사하러 가고, 아내는 젊은 사내를 끌어들인다. 남편 피에트로가 돌아오자 아내는 사내를 닭자 밑에 감춘다. 피에트로는 식사하러 갔던 에르콜라노 집에서 그의 아내가 끌어들인 젊은이가 발견되었다고 말한다. 그의 아내는 에르콜라노의 아내를 욕한다. 그런데 당나귀가 불행히도 닭장 밑에 숨어있는 정부의 손가락을 밟았으므로 사내는 비명을 지른다. 주인은 달려와 사내를 발견하고 속은 것을 알았지만 자기대로 다른 생각이 잇어 결국 아내와 화해한다. - 432

 

434
그 놈의 즐거움은 비난할 만한 악덕이지만 나의 즐거움은 훌륭한 행동이야. 나는 세상 법칙을 어길 뿐이지만, 그 놈은 세상을 법칙뿐만 아니라 자연의 법칙도 어기고 있어.

 

나이를 먹은 뒤에 하는 일이 화로 곁에서 재를 바라보는 일 이외에 또 무엇이 있겠어요?

 

435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들은 언제나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추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여자는 혼자서 많은 남자를 녹초로 만들 수 있는데, 남자는 아무리 많이 덤벼도 한 여자를 피로하게 만들기가 힘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태어났으니 되풀이해서 말하지만 나이를 먹고 당신의 마음이 육체를 꾸짖는 일이 없도록 지금 젊었을 때 남편에게 보복을 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도 아시겠지만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 다른 사람은 고사하고 남편조차도 우릴 돌아보지 않는 단 말이에요

 

440
누더기를 걸치고 맨발로 걷더라도 당신이 잠자리에서 잘 해주는 게 훨씬 좋아요. 그러니 당신에게서 얻을 수 없는 것을 다른 데에서 구했다고 해서 비난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제 그만둬, 그 점에 대해서 앞으로 당신이 만족하도록 해주지. 그 보다 셋이서 뭔가 식사라도 할 수 있게 부탁 하고 싶어.

 

441
경묘하고 재치 있는 이야기로 응수하던가 또는 즉각적인 대답이나 날카로운 통찰로 손실이나 위기나 모욕을 면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해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여섯째 날,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경모한 경구로 반박하고, 임기응변의 대답과 뛰어난 통찰력으로 피해며 위험이며 창피를 벗어난 이야기]

 

51) 어느 기사가 오레타 부인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로 말을 타고 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 솜씨가 서툴러 부인은 말에서 내려 달라고 말한다. – 447

 

448-449
오레타 부인, 세상에 드문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드림으로써 마치 말을 타고 가시는 것 같은 즐거운 기분으로 가시게 해 드리겠습니다.

 

저어, 기사님의 말은 너무나 걸음이 딱딱해서 못 견디겠어요. 그러니 저를 다시 걸어가게 해 주시지 않겠어요.

 

52) 빵장수 치스티는 재치 있는 말솜씨로 제리 스피나를 깨우쳐 주어 자기의 분에 넘치는 요구를 알리고, 그로 하여금 자기를 신사로서 도한 친구로서 대하게 한다. – 449

 

451
네 나으리, 하지만 직접 마셔보시지 않으면 맛있는지 어떤지 그 맛을 모르실 겁니다.
아마 치스티가 최고로 맛있는 포도주를 마시고 있었던 탓이겠죠. 목이 몹시 마르기 시작해 사절들을 돌아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
"
여러분 이 사람의 포도주를 한번 마셔 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겁니다. 마시고 후회할 그런 물건은 아닐 테니까요.”

 

53) 논나 데 풀치 부인은 피렌체의 사교가 노골적인 농담을 하자 재치 있는 대답으로 그를 골탕 먹인다. – 453

 

453
경구란 것은 본질적으로 양이 사람을 무는 것 같은 것이어야지 개처럼 물어 뜯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는 거예요. 경구가 개처럼 문다면 그것은 이미 경구가 아니라 욕설이 되어 버리거든요. 정말 오레타 부인 말이나 치스티의 대답은 경구 역할을 훌륭하게 했다고 할 수 있을 거에요.

 

54) 쿠르라도 잔필리아치의 요리사 키키비오는 교묘하게 임기 응변으로 대답을 하여 주인 쿠르라도의 노여움을 웃음으로 바꾼다. 그리하여 주인이 내릴 뻔한 최악의 벌을 피한다. - 455

 

457
, 나리. 하지만 나리는 엊저녁에 훠이훠이소리는 하지 않으셨습니다. 만약에 그렇게 외쳤다면 지금 날아간 학들처럼 그 학도 한쪽 다리를 내놓았을 텐데요.

 

55) 포레제 다 라바타 씨와 지오토 화백은 무젤로에서 돌아오는 길에 서로 상대방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경구로 놀려댄다. – 458

 

460
지오토군 이제껏 한번도 자네를 본적이 없는 자가 여기 나타나서 우리를 본다면 과연 자네를 세계 제일의 화백이라고 생각할까?
포레제군, 그 자가 자네를 보고 이 사나이는 ABC 정도는 알고 있겠지, 하고 생각한다면 나를 세계 제일의 화가로 생각하겠지.

 

57) 필리파 부인은 연인과 함께 있다가 남편 눈에 띄어 법정에 불려가게 되는데 그 자리에서 재치 있는 대답을 하여 무사하게 풀려나고 법을 개정시키기에 이른다. – 463

 

465
묻겠습니다만 남편이 필요 혹은 쾌락으로 삼고 있는 것을 언제나 내게서 얻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래도 나는 주체하지 못하는 그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했을까요개에게라도 던져 주어야 했을까요? 나를 자기 목숨보다 더 사랑해 주시는 한 귀족의 필요에 의하는 편이 허비하거나 썩혀버리는 것보다 훨씬 좋지 않았나요?

 

58) 프레스코는 조카딸에게 만일 그녀의 말처럼 불쾌한 사람을 보기가 싫으면 자기 얼굴을 거울에 비쳐 보지 말라고 충고한다. - 465

 

467
치에스카야, 네가 말하듯이 그처럼 불유쾌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고 그리고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있고 싶거든, 앞으론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춰 보지 말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일곱째 날, 옛날부터여자들이 사랑을 위하여 또는 자기 한 몸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남몰래, 또는 들키고서라도, 어떻게든지 남편에게 해온 여러가지 계책을 이야기]

 

62) 페로넬라는 남편이 돌아왔으므로 정부를 빈 통에 숨긴다. 남편이 그 통을 팔기로 했으므로 그녀는 자기가 이미 통을 팔았으며 지금 통에 흠이 있는 지 없는 지 산 사람이 안에 들어가 살펴보는 중이라고 꾸며 댄다. 통에서 나온 사나이는 남편에게 통 속을 깨끗이 긁어내게 하고 자기 집에 운반시킨다. - 492

 

495
실은 여기 모시고 온 분에게 저 통을 팔 약속을 했던 거요.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로서는 자리만 차지에서 처치 곤란한 물건이니까. 이 분이 글쎄, 5 질리아트에 사주신대. 그 점이 바로 나를 괴롭히는 점이라구요. 이런 좋은 통을 5 질리아트에 팔겠단 말인가요? 저는 이미 어떤 사람에게 7 질리아트에 팔았어요. 그 사람은 당신이 돌아왔을 때 통이 튼튼한가 어떤가 하고 막 그 속으로 들어간 참이었어요.

 

496
그래서 통 아가리를 엎드려 막고 있는 주인 마누라의 뒤로 가서 넓은 들판에서 고삐가 풀린 수말이 욕정에 불타올라 파르티아의 암말을 덮치는 듯한 모습으로 타오르는 욕정을 이루고야 말았습니다. 그 일이 끝난 순간에 통 속도 깨끗이 매만져졌습니다. 젊은이는 페로넬라에게서 떨어지고, 그녀도 통에서 얼굴을 꺼냈으며, 남편은 밖으로 나왔습니다.

 

63) 수도사 리날도가 이름을 지어 준 아이의 어머니와 밀회하고 있을 때 남편이 돌아와 그가 아내와 침실에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자 아내는 수도사가 기도문을 외어 아이의 병을 쫓아내고 있는 중이라고 남편을 속인다. – 497

 

498
그들은 비게 살이 쪄서 배가 튀어나온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에는 화장을 하고 보드라운 비단 옷을 입고 호화로운 장신구를 몸에 지니는 것을 조금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비둘기처럼 이 아니고 기세 등등한 수탉처럼 볏을 세우고 건방지고 무례하게 걷습니다.

 

64) 토파노는 어느 날 밤 아내를 밖으로 쫓아내고 문을 걸어 골탕을 먹인다. – 503

 

505
여보 부인 그렇게 애써 보았자 안 될걸. 들어 올 수 없을 거야. 돌아 가시지. 지금까지 당신이 있던 데로 말이오. 이제 절대로 집으로 돌아올 수 없으니까. 내가 당신네 친척이나 이웃사람들 앞에서 이 문제에 대해 당신에게 알맞은 명예로운 조치를 취하기까지는.

 

당신이 내게 있지도 않는 누명을 씌어 망신을 시킬 작정이라면 나는 차라리 여기 있는 낡은 우물에 몸을 던질 테요. 나중에 내가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는 사람들은 당신이 술이 취해서 나를 우물에 던졌다고 생각할 것이 틀림 없어요.

 

65) 어떤 질투심 많은 사나이가 신부로 꾸며 아내의 참회를 듣는다. 아내는 밤마다 찾아오는 어느 신부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질투심 강한 남편은 남몰래 문간에 숨어서 감시하고 있는데, 그동안 아내는 지붕으로 연인을 끌어들긴다. – 508

 

509
그리고 아내가 애써 그의 마음에 들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어떤 사람이라도 아내를 좋아할 것이 틀림 없다고 지레짐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누구나 예쁘다고 생각할 것이고 또 자기에게 대하는 것과 같이 남도 기쁘게 해주려고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겠지요.

 

511

그와 같은 병적인 질투에 눈이 어두워진 남편이 감시를 엄하게 하고 그 행동을 구속하고 있어서 그녀는 마치 사형선고를 받은 중죄인이나 다를 바 없으며, 남의 결혼식에도, 축제도, 혹은 성당에 조차도 가지 못했으며, 또 어떤 핑계로도 단 한 발짝도 집 밖에 내놓을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창문으로 얼굴을 내미는 일 마저 금지되었죠.

 

67) 로도비코는 베아트리체 부인에게 자기가 품고 있는 생각을 호소한다. 그녀는 남편 에가노를 자기로 꾸며 정원에 내보내고 로도비코와 즐긴다. 그런 다음 로도비코는 일어나 정원으로 가서 거기 있는 에가노를 몽둥이로 두들겨 준다. - 520

 

525
사랑하는 아니키오님, 가는 버드나무 가지를 들고 정원으로 나가요. 거기 소나무 밑에서 에가노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나를 시험하기 위해 그런 부드러운 말로 유혹하고 수작을 부렸던 것처럼 꾸미고 에가노를 욕하면서 버들까지로 마구 때려야 우리는 황홀한 쾌락을 계속해서 맛볼 수 있을 거에요.

 

526
이 몹쓸 여자 같으니라고! 내 짐작대로 이렇게 나왔구나. 그래, 내가 존경하는 주인님을 배신했단 말이지. 이런 여자는 혼 좀 내줘야 한다니까. 이렇게 외치며 버들가지를 휘둘러 대기 시작했습니다.

 

69) 니코스트라투스의 아내 리디아는 피루스를 사랑한다. 그것을 확인하려고 피루스는 그녀에게 세 가지 일을 요구하고 그녀는 모두 해낸다. 더욱이 남편 니코스트라투스 앞에서 연인과 사랑의 유희를 하고 그가 본 일이 현실이 아니라고 믿게 한다. - 535

 

540
이 새는 남성이 여성에게 안겨 주어야 할 그 시간을 오랫동안 내게서 빼앗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까닭을 말씀 드리자면 날이 새기가 무섭게 저희 남편은 침실을 박차고 일어나 매를 들고 말을 몰아 넓은 들판에 나가서 사냥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나는 혼자 쓸쓸히 침대에 남겨집니다.

 

541
여보게 자네 부인이 매를 죽여 자네 모욕에 보복 한 것은 더없이 마땅한 처사가 아니겠나?

 

[여덟째 날, 여자가 남자를, 남자가 여자를 속이고 또는 남자끼리 속이는 이야기]

 

71) 굴파르도는 친구 과스파르루올로에게서 돈을 빌린 다음 그의 아내에게 돈을 줄 테니 잠자리를 같이 하자고 약속하고 그 돈을 준다. 그 뒤 그녀 앞에서 남편 과스파르루올로를 향해 부인에게 돈을 돌려주었다고 말하자 그녀는 마지못해 그렇다고 대답한다. - 555

558
과스파르루올로, 그 돈, 며칠 전에 자네가 내게 빌려 준 금화 200 피오리나는 쓸 필요가 없게 되었네. 그래서 자네가 없는 사이에 바로 부인에게 돌려드렸네. 그러니 그렇게 알고 대장에서 지워주게. 그는 아내를 돌아다보며 돈을 그에게서 받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 굴파르도가 데려온 증인까지 있으니 더 부인할 수 없어 마지못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 그래요. 분명히 받았어요. 당신에게 말한다는 걸 깜빡 잊었군요.

 

72) 바를룽고의 사제가 농부 아내 벨콜로레와 자고 자기 외투를 저당물로 놓고 간다. 며칠 뒤 그녀에게서 양념절구를 빌렸다가 나중에 돌려주면서 저당물로 놓고 간 외투를 돌려달라고 심부름꾼에게 시킨다. 어리석은 마누라는 중얼중얼 불평하면서도 돌려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558

 

564
내 절구로 앞으론 절대로 소스를 만들게 하지 않겠다고 이번 일로 사제님의 체면은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절구를 빌려 주지 않으면 나는 절구공이를 빌려 주지 않겠다. 피차일반 아닌가?

 

670
무엇 때문에 우리는 이곳에 모여 있을까를 생각할 진데,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즐겁고 재미있게 세월을 보내자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목적이 없는 것이니까 기쁘게 즐길 수만 있다면 지금 이곳 이야말로 제격이라 하겠습니다.

 

[열째 날, 사랑과 그 밖의 사건에서 상상 밖의 아량을 베풀었다든가 또는 너그러운 행위를 한 이야기]

95) 디아노라 부인은 안살도 씨에게 1월의 뜰을 5월의 뜰처럼 아름답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안실도 씨는 한 요술사에게 부탁하여 가까스로 소원을 들어준다. 남편은 그녀가 안살도 씨에게 몸을 맡길 것을 허락한다. 남편의 너그러움을 들은 안살도 시가 그녀와의 약속을 취소하자 요술사는 이에 감동하여 안살도 씨로부터 아무 보수도 받지 않겠노라고 말한다. - 726

729
당신이 한 약속의 매듭을 풀어 주기 위해 다른 사람이라면 감히 할 수 없는 짓을 당신에게 허락하겠소. 어쨌든 당신은 안살도 씨에게 가서 가능한 방법으로 당신의 정조를 지키면서 이번 약속의 의무를 풀어 달라고 하오. 정 그것이 어렵다면 이번만은 몸을 허락하되 마음까지 허락해서는 안되오.

 

795. 끝맺음 말
정직하지 못한 말은 하나도 쓰지 않았으며 두세 이야기 가운데 좀 제멋대로인 말이 있다 치더라도 그것은 이야기의 성격상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796
대체로 남녀는 하루 종일 구멍이니 말뚝이니 방앗간이니 절굿공이니 소시지니 순대니 또는 그와 비슷한 말들을 지껄일 터이니, 내가 그런 것을 여기에 적은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가장 정숙한 생활을 하는 몸이면서도 연인과 밀회하다가 허겁지겁 남자의 팬츠를 뒤집어쓰고 달려 나오는 판이니 이런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술이 건강한 이에게는 근사한 음료가 되나 몸에 열이 있는 이에게는 해롭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는지요? 술이 열 있는 이에게 해롭다 해서 우리가 술 자체를 욕하겠습니까?

 

797
썩은 마음을 지닌 사람은 결코 건강한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에게는 정숙한 말이 소용 없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정숙하지 못한 말도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해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마치 햇빛과 진흙, 하늘의 아름다움과 땅 위의 추함에 관계와도 같습니다.

 

모든 사물은 그 자체에 있어 어떤 일에든 유익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나쁘게 쓰이면 많은 일에 해가 되는 수가 있습니다. 나는 내 글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것들이 그 즈음의 사람들에게 읽혀 졌다면 유익한 점이 있고 정당한 이야기가 쓰여져 있지 않을 리 없기 때문입니다.

 

798
나는 이 책을 재미있고 우습게 썼습니다. 이야기를 읽으시는 분은 나쁜 자극을 주는 것은 피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읽으면 됩니다. 그 때문에 읽는 사람을 그르치지 않도록 이야기 첫 머리에 모두 그 내용 전체의 줄거리가 짧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799
나는 무게 있는 사람이 아니라 물위에 뜰 정도로 아주 가벼운 사람임을 단언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죄를 꾸짖기 위해 신부들이 하는 설교라는 것이 오늘날에 와서는 농담과 우스개와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미루어 생각한다면, 그러한 것이 부인들의 갑갑증을 몰아내 주기 위해 내 이야기 속에 쓰여있다 해도 조금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 합니다. 만일 이런 것 때문에 크게 웃는다면 예레미야의 개탄, 그리스도의 수난, 막달라마리아의 한탄과 같은 슬픔으로부터 쉽게 여러분을 구해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801. 보카치오와 인문주의
사실 단테와 페트라르카가 이탈리아의 초창기 문학에 눈부신 업적을 이루어 놓았지만 그 시대에 보카치오가 없었다면 어딘지 공허감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중세기 문학의 위대한 종료를 장식하는 단테, 이어 새로운 시대의 출발 점을 찍어 이탈리아 문학에 근대성을 불어넣었던 사람이 페트라르카이다. 그 주된 사상은 인문주의이다. 보카치오도 이 사상의 테두리 안에서 높이 평가될 인물이다.

 

문화 활동이 종교적 속박 때문에 침체되어 신의 문제에 너무나 집착한 나머지, 문학이나 예술의 가장 중요한 소재는 한사코 신이나 신적인 것, 또는 그것을 칭송하기 위한 것에 국한되고 있었다인간 본위 문화의 헬레니즘이 로마에 이식되어 발전해 갔지만 교권 만능의 문화 내에서 헬레니즘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인문주의는 여기에 대항해서 생겨난 것이다. 인간의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따라서 오랫동안 잊혀졌던 고전 작품 속에서 인간의 참된 가치를 찾아 보고 새로운 문화 의 방향을 설정하는 이정표를 세우는데 필요한 초석을 찾으려고 했으니 이것이 곧 인문주의 근본이다.

 

804
인문주의자들이 관점은 중세기 신적인 문제에서 인간적인 점으로 압축 되고 있다. 고전 작품을 연구하여 그 속에서 예술관을 찾아내는 이들의 특성을 다소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문제인가를 중심적으로 다룬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여 인문주의는 곧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가 태동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를 유발시키고 있다. 보카치오는 페트라르카가 출발점을 찍어 놓은 이 인문주의의 직속 계승자이며, 탁월한 산문력과 창작력을 구사하여 전 대중 속에 깊숙이 파고든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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