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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8일 11시 57분 등록

<HE, 신화로 읽은 남성성> 로버트 A. 존슨, 고혜경 옮김, 동연

 

1.   저자에 대하여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융연구소에서 수학한 미국의 정신분석가이다. 그는 우리 시대 융 심리학의 가장 영향력 있는 해석자 가운데 한 사람이며, 융과 함께 연구한 몇 안 되는 융 학파 연구자이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강연자이자 수많은 책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존슨은 꿈과 신화의 세계를 존중하고 무의식의 메시지를 따르는 삶이 얼마나 경이와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게 되는 지, 그리고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영성적인 자세로 산다는 것이 어떤 지를 전 생애로 보여주는 산 증인이다.

 

저서와 한국어로 번역된 책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HE>, <HE, 신화로 읽는 남성성> 동연, 고혜경 옮김

<SHE>, <SHE ,신화로 읽는 여성성> 동연, 고혜경 옮김

<WE>,<WE, 로맨틱 러브에 대한 융심리학적 이해> 동연, 고혜경 옮김

<Inner Work>, <내면작업, 꿈과 적극적 명상을 통한 자기 탐색> 고헤경, 이정규 옮김

<Owning One’s Own Shadow>,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고혜경 옮김, 에코의 서재

<Inner Gold>, <내면의 황금, 심리적 투사의 이해> 박종일 역, 인간사랑

<Living Your Unlived Life> <내 그림자에게 말걸기:내 안의 접힌 나를 일깨우는 마음여행>

<Ecstasy>

<Femininity Lost and Regained>

<Transformation>

<Lying with the Heavenly Woman>

<Balancing Heaven and Earth>

<Contentment>

 

 

2.   내가 저자라면

 

1)   뼈대 및 목차

 

12세기에 만들어진 성배신화를 부분부분 나누어 설명한다. 7장으로 되어 있고, 각 부분에 대한 핵심적인 설명을 곁들인다. 이 설명들 가운데에는 각 제목을 1장면으로 상징하는 이미지가 첨부된다. 이런 방식이 신화에 대한 선입견, ‘어렵다는 걸 접근하기 좋다. 더불어 이 책은 매우 작고 얇다. 여러 신화에 대한 설명을 주렁주렁 단 게 아니라 1개의 신화만을 다룬다. 이런 방식 또한 접근도를 높인다. 책은 담긴 내용은 심오하지만 분량은 시집 한 권 정도다.   

 

들어가는 글

 

1장 어부왕

: 사춘기에 들어선 왕이 뜨거운 물고기를 삼키려다 입 안에 상처를 입게 된다. 이로써 아픔으로 신음하는 어부왕이 탄생하는데 현대인은 모두 이 어부왕과 같은 상처를 안고 있다. 어부왕처럼 성장기에 예기치 않은 곳에서 물고기로 상징되는 그리스도적인 특질을 맛보지만 이는 삼키기엔 너무 뜨겁고 잊기엔 너무 강렬해 깊은 상처로 남는다.

2장 파르시팔

순수함과 어리석음의 대명사 파르시팔,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 태어나 제도적 교육이나 적절한 훈육의 기회 없이 자라나지만 놀랍게도 그는 어부왕의 상처를 치유할 열쇠를 쥐고 있다. 이 순진한 청년이 우연히 만난 다섯 기사의 모습에 도취되어 어머니의 집을 떠난 뒤, 아더왕의 기사가 되고 모험과 시련으로 가득한 성배의 성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3장 순결

성배를 추구하는 기사는 결코 여성을 유혹해서도 여성에게 유혹을 당해서도 안된다. 여기서 여성은 내면의 여성을 의미한다. 남성이 내면의 여성과 적절한 관계를 맺으면 그녀는 그를 지켜주고, 영감을 주며, 삶의 의미를 부여하지만, 내면의 여성에게 압도되면 무드에 사로잡혀 객관적인 세계와 유리된다. 순결이란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원리이다.

4장 성배의 성

성배의 성은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물질적인 실체가 아니다. 이 성은 비전이며 내면의 실체이고, 또 한편의 웅장하고 장엄한 시다. 파르시팔은 사춘기 시절 우연히 성배의 성에 발을 들여놓게 되지만 이 성에 머물 수는 없었다. 의식적 성숙이 이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경험이 너무나 강렬해 그로부터 20년간 이 성을 다시 찾으려는 기나긴 여정을 계속한다.

 

5장 건기

잃어버린 성배의 성을 찾으려는 장도에 오르면서 드디어 그는 파르시팔이란 이름을 갖는다. 그 이전까지 파르시팔에게는 정체성이 없었다는 의미이다. 이 단계의 진화는 완벽이 아니라 완성이나 온전함으로 나아가는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여성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삶의 어두운 면과의 통합이 요청된다.

6장 추녀

최고의 기사인 파르치팔을 치하하기 위해 아더앙의 성에서 성대한 잔치가 거행된다. 이 때 세상에서 가장 추하고 혐오스러운 추녀가 나타난다. 그녀는 파르시팔의 영웅담 뒤에 가려진 어두운 측면을 낱낱이 폭로한다. 남성이 성공의 절정을 이루었을 때 흔히 추녀가 등장하는데, 추녀는 삶의 열패감이나 무의미함을 던져준다. 추녀의 등장을 받아들이거나 환대하기는 쉽지 않지만, 남성이 개별화를 수행하는데 있어 꼭 필요한 존재이다.

7장 성배를 향한 기나긴 여정

사춘기 시절 짧은 순간 성배의 성을 경험한 후 그 장엄하며 신비로운 성을 되찾기 위한 20년의 기나긴 여정 끝에 파르시팔은 마침내 그 성에 도달한다. “성배가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는가?” 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됨으로써 어부왕의 상처가 치유된다. 12세기 파르시팔이 던진 이 질문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용한데, “삶의 구심점, 즉 삶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인간의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글

용어해설  

 

 

2)   장점 및 보완점

 

 

3)   감동적인 장절

 

 

3.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들어가는 글

 

7 역사적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릴 때 흔히 새 시대를 위한 신화가 등장한다. 신화는 미래에 일어날 사건들을 미리 보여주는 서곡 같은 것이다. 또 신화는 새 시대에 등장할 심리학적 요소들을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해 지혜가 담긴 조언도 해준다.

 

8 신화는 살아있는 실체다. 또 신화는 모든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마치 물레질을 하듯 신화가 끊임없이 각자의 내면심리에 어떤 작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게 되면 우리는 신화가 실체임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심리 안에서 신화가 어떻게 살아있는 지를 볼 수 있다면 우리는 자신에게 가장 도움이 되게끔 신화를 체험하는 것이다.

 

9 성배신화는 남성신화를 말해준다.

 

9 이 신화가 남성에게만 한정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지배적인 부분은 아닐지라도 여성의 내면에도 남성성이 있으므로 여성도 직접 남성성을 경험할 수 있다. 신화에서 진행되는 모든 상황은 우리 자신의 심리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성배신화에 등장하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처녀들 또한 남성심리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 또 직접적으로 여성심리를 다루지는 않지만 여성도 성배신화에 담긴 비밀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여성도 아버지와 남편, 아들 등 남성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성배신화를 자기 내면의 남성성의 이야기로 가깝게 느끼는 여성들도 있다. 특히 현대 여성들이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흔히 말하는 전통적인 남성세계에 참여하게 됨에 따라, 여성 내면에 존재하는 남성성의 발달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1장 어부왕

 

13 왕국의 번영이 통치자의 힘이나 생식능력에 달려 있다는 생각은 원시 사회에서는 상식적인 것이다.

 

12 통치자인 어부왕이 상처를 입은 것이다. 왕의 상처는 치료가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죽을 정도로 심하지는 않는다. 않다. 왕은 신음하고 있다. 왕국에 있는 모든 땅은 폐허로 변했다. 이는 왕의 상태가 직접적으로 땅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는 내면이 그만큼 황량하다는 의미다. 또 물리적인 외부세계도 그렇게 쓸쓸하고 황폐화되었다는 뜻이다. 곡식이 자라지 않고 어미 소는 더 이상 새끼를 낳지 않는다. 아이들은 고아가 되고 과부는 울부짖고 기사들은 죽어간다.

 

13 화기를 누그러뜨리려고 손가락을 얼른 입에 넣는 순간 손가락에 붙어 있던 연어 조각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게 되나. 이것이 바로 어부왕이 입은 상처다.

 

14 무슬림의 이교도 기사 하나가 십자가의 비전을 체험하게 되었다. 이교도 기사는 자신의 강렬한 체험을 표출할 방법을 찾아 길을 떠난다. 어느 날 둘이 길에서 마주친다. 둘은 격렬하게 충돌한다. 이교도 기사는 그 자리에서 죽고 어부왕은 허벅지에 심한 상처를 입는다.

 

14 영의 비전이 본능이나 자연의 비전과 충돌하는 순간은 인류 전체에 대단히 결정적인 순간이다.

 

*이교도의 죽음과 다음 쪽의 감각적 자연의 죽음 비전의 상처는 내용상 상치되어 보인다. 신화의 원본을 확인할 길이 없어 여기서는 의문만 제기한다. 문맥상으로는 감각적인 자연의 죽음이 타당해 보인다.

 

16 연어, 좀 더 일반적으로 말해 물고기는 그리스도의 상징 중 하나이다. 어부왕의 이야기에는 불에 구운 물고기가 등장하는데 이는 성장기에 막 들어선 소년이 자기 내면에 있는 그리스도의 특질 중 어떤 것을 접하게 됨을 의미한다.

 

17 젊은 시절 의식(consciousness’ 과의 첫 만남은 불가피하게 상처나 시련을 초래한다.

 

*의식의 탄생 : 어부왕의 상처는 낙원에서의 추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부왕이 상처 때문에 구원의 길로 나아가듯 추방에 의해 하늘의 예루살렘이란 낙원을 향해 나아간다.

 

18 서양 남성들은 대부분 어부왕이다.

 

18 성장기 소년들은 남성으로 성숙하고 발달해 가는 중간지점에 도달해 있다. 이순간 너무 뜨거워서 들고 있을 수도 없는 무언가를 맞닥뜨리고는 그걸 땅에 떨어뜨리고 만다. 어부왕처럼 순간적으로 맛본 새로운 의식으로 살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맛본 것을 잊어버리거나 포기하고 살아갈 수도 없다. 사춘기 소년들은 모두 어부왕의 상처를 입는다.

 

19 기독교에서는 이 상처를 행복한, 또는 다행스런 추락(felix culpa)라고 표현하는데 이것은 결국 그 상처가 그 사람을 구원의 과정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에덴동산에서의 추락의 의미이다. 이 때부터 지나치게 순진한 의식과는 결별하고 자의식의 발달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20 신화에서는 어부왕의 상처가 허벅지에 난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성서에서 야곱이 천사와 씨름하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야곱도 허벅지에 상처를 입는다. 천사든 그리스도든 초인적인 존재와의 접촉으로 당사자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는데 이 상처가 부활을 향해 쉬지 않고 울어대는 것이다.

 

20 허벅지의 상처는 바로 생식 능력에 상처가 났다는 의미이고 이는 곧 관계를 맺는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이 이야기의 다른 판본에는 어부왕이 화살로 인해 상처를 입었다고 되어 있다. 화살이 양쪽 고환을 꿰뚫고 꽂혔는데 완전히 관통해 빠지지도 않으면서 뒤로 빼낼 수도 없는 지경인 것이다.

 

21 여성은 남성이 미처 자각하기도 전에 남성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22 고기잡이할 때를 제외하고는 잠시도 편히 쉴 수 없다. 의식을 의미하는 상처는 오직 그가 신의 내면 작업을 할 때만 견딜 수 있다. 내면작업이란 젊을 때 무심코 일어났던 상처로 인해 시작된 의식화의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다. 낚시와도 유사한 연상이 곧 이 이야기에서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22 어부왕의 궁전은 최후의 만찬 때 사용했던 성배가 보존 되어 있는 성배의 성 안에 있다. 왕이 통치하는 곳이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정원이다. 가장 깊은 내면의 정원의 품격과 특질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왕이다. 왕이 건강하게 잘 지내면 우리도 잘 지내게 된다. 내면에서 모든 것이 바르게 진행될 때 외부세계의 일도 잘 진행된다.

 

23 모든 사람이 성배에 담긴 포도주를 마시지만 어부왕은 그럴 수 없다. 상처로 인해 성배로 포도주를 마실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최악의 박탈임에 틀림없다. 최상의 아름다움과 신성함이 바로 눈 앞에 있지만 그것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은 시련 중에서도 최악의 시련이다.

 

25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예언이 있다. 궁전에 살던 바보가 예언하기를 진짜 순진한 바보가 궁정에 등장하여 특정한 질문을 하는 순간 어부왕의 상처가 치유된다는 것이다. 

 

25 어부왕의 상처를 낫게 할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순진한 바보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내면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비밀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가장 순수한 부분이다. 이는 치유가 이루어지려면 자기 안에서 처음 상처를 입었을 때의 나이나 심성을 되찾아야 된다는 것도 시사한다.

 

26 진정한 치유가 일어나려면 자신의 의식에서 완전히 다른 어떤 면을 허용하고 자신이 변화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 기존의 정신상태로 남아있는 한 치유란 불가능하다. 치유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어린아이처럼 바보 같은 부분이 그의 삶으로 들어와야 하는 것이다.

 

26 치유되고 싶다면 자신 안에 존재하는 어리석고 순진하고 사춘기적으로 미숙한 부분을 직면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 내면의 바보만이 어부왕의 상처를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2장 파르시팔

 

28 당시 웨일즈는 지형학적으로 세상의 끝 그 언저리에 위치해 있던 곳이다. 당연히 문화적으로도 아주 침체된 지역이다.

 

29 대단히 지적이고 고도로 문화혜택을 받고 잇는 어부왕에게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특별히 겸허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29 우리 내면에서 분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은 열등한 기능이 결국 어부왕의 상처를 치유하게 될 것이다.

 

30 파르시팔 ; 서로 상받되는 대극을 통합하는 사람이라는 의미.

 

30 융은 프로이드와의 결별의 절망적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자신의 내면세계로 향했다. 매일같이 융의 환상의 세계를 탐험했다. 뒷뜰에 돌로 마을을 만들고 도시를 개발하고 항구를 건설했다. 융에게 일어난 집단무의식의 표출이었고 나중에 융 심리학의 자신이 되었다. 융이란 위대한 영혼은 겸손했다.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내면에 존재하는 파르시팔을 신뢰했던 것이다.

 

31 어머니의 이름은 가슴에 사무치는 슬픔(heart sorrow0’ 이다. 아버지가 없다. 대체로 가난하고외로운 환경에서 성장한다. 어떤 형태의 교육도 받지 못했다. 흔히 말하는 농노의 삶이었다.

 

32 사춘기를 막 들어선 그는 어느날 밖에서 놀다가 근사하게 차려입고 말을 타고 가는 기사 다섯 명과 마주친다.

 

32 어머니는 그의 아버지가 기사였고 아름다운 여인을 구하려다가 죽었고, 두 형도 기사였는데 모두 살해당한 이야기를 해준다.

 

33 ‘가슴에 사무치는 슬픔은 파르시팔을 축복해준다. 그녀는 자신의 품을 열어 아들을 놓아준다. 아들이 떠날 때 충고하기를 아름답고 격조 있는 처녀를 만나면 존경을 표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그리고 질문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손수 물레질을 해서 짠 옷감으로 원통형의 외투를 만들어 아들에게 선물한다.

 

33 다섯 기사의 발자취를 따라 행복하게 길을 떠난 파르시팔은 드디어 남자로서 자신의 진로를 시작하게 된다. 만나는 사람마다 다섯 기사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길을 묻는다. 여정은 시작했는데 어디로 나아가야 할 지 모르는 이런 상황이 파르시팔 만의 문제는 아니다.

 

36 파르시팔은 만나는 사람마다 어떻게 하면 기사가 될 수 있는 지를 물어본다. 누군가 그에게 아더왕의 궁전으로 가라고 한다. 그곳에서 왕이 용맹하고 강인한 청년을 기사로 임명하기 때문이다.

 

37 아더왕의 궁전에는 6년간 단 한 번도 미소를 머금지도 웃음을 터뜨리지도 않았던 아리따운 처녀가 살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세상 최고의 기사가 궁정에 등장하는 순간 이 처녀가 웃음을 떠뜨린다고 한다. 그런데 이 처녀가 파르시팔을 보자마자 기쁨과 환희에 넘쳐 웃음을 떠뜨린다. 이 놀라운 광경에 왕궁 전체가 경탄한다.

 

38 남성의 특질 중 파르시팔과 같은 요소가 내면에 등장하기 전까지 내면의 여성성은 결코 웃음을 터뜨리지 않는다. 이 말은 이 남성이 결코 행복감을 느낄 수 없었다는 뜻이다.

 

38 남성의 내면에서 파르시팔이 일깨워지면 그 사람 주변에 에너지가 모이게 되고, 다시 정상적인 기능을 하게 된다.

 

39 “청이 있습니다. 제가 말 한 필로 적기사와 싸워 이긴다면 그의 갑옷과 투구를 저에게 주십시오.”

 

40 바닥에 널부러진 파르시팔이 적기사의 눈을 향해 단검을 날린다. 단검에 맞은 적기사는 그 자리에서 숨이 끊긴다. 이 때가 신화에서 파르시팔이 누군가를 죽이는 유일한 순간이다. 파르시팔이 적기사를 죽이는 순간 적기사가 지녔던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재배치된다. 말하자면 본능이 자아로 전환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후에도 또 다른 진화가 필요하다. 다음 단계의 진화는 자아(ego)의 전 에너지를 참 나(self)라는 정신세계의 중심으로 재배치하는 진화이다.

 

40 기사가 된 파르시팔은 수많은 기사들과 싸워 이긴다. 하지만 절대로 상대의 목숨을 빼앗지는 않는다. 그는 싸움에 진 기사를 아더왕에게 보내 원래 자기가 섬겼던 왕에게 했던 맹세를 파기하고 아더왕을 섬기겠다는 새로운 맹세를 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삶의 중간기점의 모든 남성에게서 일어나는 문화적인 절차이다. 하나하나 다른 중심을 지닌 에너지를 국복시켜 영예로운 왕의 지배하에 그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남성이 자신의 경륜을 고양시키는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 바로 이것이다.

 

41 만약 적기사를 죽이지 않고 굴복시켜 다른 기사들처럼 아더왕의 궁전으로 보내어 왕을 섬기겠다는 새로운 맹세를 하게 했더라면 그것은 서양문명 전바에 어떤 상징적 영향을 미쳤을까?

 

41 적기사의 에너지를 죽이기보다는 그의 에너지를 약하게 해서 의식으로 통합하는 것이 이런 에너지를 다루는 인도식 방법이다. 그러나 서양식은 영웅적인 여정을 시작하여 적기사를 죽이거나 굴복시켜 위대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42 적기사에 대한 승리는 청년의 내부세계에서도 외부세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적기사에 대적하여 승리하는 길은 적기사를 만난 바로 그 자리에서 경쟁하여 쟁취할 수도 있고 때로는 오랜 인내를 필요로 할 때도 있다.

 

42 삶에서 불가피하면서도 늘 씁쓸함을 안겨주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이기는 행위가 늘 다른 사람의 패배를 대가로 한다는 것이다. 이 정복과 패배는 남성성에 내재되어 있거나 혹은 진화된 모습인데 언젠가 극복해야 할 일이다.

 

42 바깥으로 여정을 떠나는 대신 내면에서 적기사를 정복할 수도 있다. 소년들은 내면의 거칠고 무례한 에너지를 정복하여 내면세계에 존재하는 약자를 못살게 굴고 교묘하게 남을 속이는 부분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43 소년은 절대 자신의 공격성을 억압해서는 안된다. 적기사로 상정되는 남성의 그림자적인 힘이 성숙한 세계로 나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43 파르시팔은 적기사의 갑옷과 말을 소유한다. 적기사적인 에너지는 파르시팔의 통제하에 있기 때문에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44 파르시팔은 어머니가 주신 외투 위에 갑옷을 입는다. 어머니 콤플렉스를 가진 남성이 엄격한 기사도로 겉치장을 하게 되면 아주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44 파르시팔은 대부 구르몽을 만난다. 소년에서 벗어나 막 어른이 되려고 하는 시기에 대부를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45 오늘날 사춘기의 아들과 아버지 사이에 친밀함이 유지되는 가정은 드물다. 이 시기 아들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대부이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소원해진 관계를 대부가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가 아버지에 이어 지속적으로 아들의 훈육을 담당할 수 있다. 구르몽이 기사의 길을 가르치는데 1년이 걸렸다.

 

45 파르시팔이 성배의 성에 이르러 특정 질문 성배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46 아마도 남성은 어느 정도의 남성성을 경험하고 나면 다시 여성성인 어머니의 에너지와 접촉할 필요가 있는가 보다.

 

46 이 또한 남성의 성장과정에서 반드시 필연적인 부분이다. 성숙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자기 어머니에게 불충실하지 않는 한 절대 완숙한 남자로서 성장하지 못한다. 비록 어머니가 고통받더라도 또 자신의 행위가 어머니에게 불충실하게 보여질지라도 아들은 어머니와 헤어져 말을 타고 어머니가 사는 곳을 떠나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파르시팔처럼 어머니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으며 또 다른 차원에서 모자 간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이런 관계의 발전은 아들이 먼저 어머니로부터 독립을 한 다면 자신의 열정을 다른 여성에게 돌린 후에야 비로소 가능하다. 이 때 다른 여성이란 남성 내면의 여성일 수도 있고 외부세계에서 만나는 또래의 여성일 수도 있다.

 

48 이름의 의미는 하얀꽃이다. 블랑시 플레르는 성배를 만나기 전까지 파르시팔에게 삶의 최상의 동기가 된다.

 

48 블랑시는 그녀의 성이 적군에게 포위된 상태라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녀는 파르시팔에게 자신의 왕국을 구해달라고 간청한다. 남자에 관한 심오한 법칙 하나, ‘남자는 필요하기 전에는 자신의 힘을 알지 못한다.’

 

49 브랑시는 파르시팔의 소중한 여인이자 그의 영감의 원천이다. 그리고 파르시팔이 수행하는 모든 영웅적 행위의 중심에 바로 그녀가 있다. 어머니를 찾는 도정에서 파르시팔은 영감을 주는 여성’, 즉 생명의 기운을 주는 원리와 만나게 되는데 이는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남성의 가스에 영감이 되는 아니마를 발견하는 순간은 시적 아름다움을 지나고 있다. 아니마는 남성에게 생기를 북돋워주면 그의 가슴에 존재하는 생명의 샘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49 일생 그녀의 역할이란 게 그저 자신의 성 안에 머물기만 하기 때문이다. 이 성은 파르시팔에게는 영감의 상징이다. 아마도 애정을 지닌 부적 같은 상징일 것이다. 가끔씩 파르시팔은 블랑시의 아름다움과 절대적 신뢰가 절실할 때, 서둘러 이곳으로 왔다가 곧 다시 떠나간다.

 

50 포위된 성을 구출한 뒤 파르시팔은 블랑시와 하룻밤을 함께 한다. 신화는 성에서 이 둘이 얼마나 친밀하게 밤을 보내는 지에 관해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둘은 아주 가까운 자세로 포옹하고 잔다. 머리와 머리, 어깨와 어깨, 엉덩이와 엉덩이, 무릎과 무릎, 발가락과 발가락이 맞닿도록 서로를 얼싸안고 잠을 잔다고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이 순간은 순결하다. 성배의 비전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맹세는 반드시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3장 순결

 

54 구르몽이 파르시팔에게 결코 아름다운 여인을 유혹하지도 말고 여인에게 유혹을 당해서도 안된다고 충고했다.

 

55 파르시팔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만 하는 내적인 여성의 존재란 과연 어떤 의미인가? 이 표현은 내면의 문제로 다룰 때 의미를 지니는 것이지 외부세계에 존재하는 여성으로 오해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생각한다면 이 표현의 진정한 가치는 상실될 것이다.

 

55 감정(feeling)은 가치를 부여하는 능력이다. 이에 반하여 무드(mood)는 내면의 여성이 갑자기 닥쳐오거나 내면의 여성에게 사로잡히는 것이다.

 

*저자 주 : 엄격히 말해 무드란 남성의 경험을 묘사할 때만 사용해야 한다. 이에 준하는 여성의 경험은 다른 용어가 필요할 정도로 경험 자체가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여성의 이런 경험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남성의 무드에 준하는 여성의 경험은 여성 내면에 존재하는 남성성의 측면과 관련이 되는데 날카로움, 공격성, 도전적 성향, 약점의 자극 같은 특질로 나타난다. 이는 모두 남성성 중 아주 발달이 미약한 경우 보여지는 특질이다.

 

56 남성이 무드에 사로잡혀 있을 땐 진정한 감정에 대한 능력은 자동적으로 상실하게 된다. 결과는 관계가 단절되고 창의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럴 때 남성은 내면의 여성성을 적절하게 바깥으로 표현할 수 없게 된다.

 

56 종종 우리는 내면의 여성성을 외부세계에 살아있는 여성과의 관계에도 투사시킨다.

 

56 우리가 내면의 여성에게 적용되는 법칙을 외부의 여성에게 적용하려 한다면 진정한 여성의 아름다움은 퇴색될 것이다.

 

58 남성의 창조적 재능은 남성 내면의 성장과 창조를 위한 여성적 능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남성의 천재성이란 남성 내면에 존재하는 여성성의 생산능력을 말하고, 이 창의적인 능력에 형태와 구조를 주어 외부세계에 드러내는 것이 그의 남성성의 문제이다.

 

59 영원한 여성이 남성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괴테 <파우스트>)

 

59 심지어 좋은 무드라 할 지라도 관계에 상처를 입힌다. 무드가 상황을 지배할 때 관계를 맺는 능력이나 객관성과 창의력은 끝장이 난다. ‘마야 여신에게 봉사하는 것은 모든 실체를 대가로 지불하는 것이고, 자신의 공간을 마치 공기와 같은 비실체들로 대치하는 것이다.’

 

60 무드에 사로잡힌 사람은 객관적인 세계와 유리된다.

 

60 우울과 자만은 무드의 다른 이름이다. 둘 다 자기보다 다른 어떤 것에 압도당한 감각이다.

 

61 무드는 자신의 가치와 의미를 외부의 사람이나 물건들로 대신 채우려는 것이다.

 

61 물질적인 대상들이 내적가치를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상징이나 의례의 의미를 지니는 경우다.

 

61 남성이 무드의 지배를 받을 때는 진정으로 자기 내면의 집에서 주인이 되지 못한다. 내면의 집에 침입자가 등장하여 제일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자신은 그 침입자와 싸우느라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불행하게도 이런 경우 외부의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다. 이 경우 자기 내면의 전투를 직면하는 것이 유일하고 적절한 대응책이다. 그러나 대개 이런 경우 아내나 주변 환경과 싸움을 시작한다.

 

62 신화에서는 영웅의 자기 내면과의 전투를 용과의 싸움으로 묘사한다.

 

63 좋은 무드는 나쁜 무드보다 덜 위험하다.

 

64 어두운 무드에 있을 때 남성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여성 아니마를 유혹하여 아니마로 하여금, ‘당신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야라고 소리치게 만든다. 이는 행복을 원하는 자아의 요구에 대해 아니마가 크게 부응하지 못하게 만들거나 아니마로 하여금 쉼 없이 쾌락을 추구하도록 만든다.

 

64 원기 왕성한 무드에 사로잡힌다는 것은 내면의 여성에게 유혹당한다는 얘기다. 그를 기분이 들뜨게 만들어 어지럽도록 높이 날려 보내 그가 원하는 행복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유혹은 나중에 우울증이란 큰 대가를 치르고서야 다시 땅으로 내려오게 된다.

 

66 무드는 열정과 대비된다. 열정은 신으로 가득 찬이란 뜻이다. 열정을 느낀다는 것은 대단히 가치 있고 소중한 경험이다. 반대로 무드에 사로잡히는 것은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66 남성이 무드에 사로잡혀 마구 휘둘릴 때 여성이 여성성을 발휘해 남성의 의지가 되어준다면 이보다 더 자연스럽고 창의적으로 여성성을 표현할 길은 없을 것이다. 이는 여성이 자기 내면에 있는 여성성의 왕국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용과의 싸움을 한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다.

 

67 여성이 꼭 명심할 것 하나를 더 덧붙이자면 남성은 여성에 비해 여성적인 것에 대한 통제와 자각이 훨씬 덜 발달되어 있다는 것이다.

 

67 이 예를 남성이 육체를 가진 여성과의 관계로 생각한다면 아주 우스꽝스러워질 것이다. 기사도를 다루고 있는 중세의 지침서를 따르는 남성들은 이 부분을 잘못 해석해서 큰 혼돈을 겪어왔다. 내면의 관계에는 나름의 법칙이 존재하고 외적인 관계에도 마찬가지로 나름의 법칙이 명백히 존재한다. 이 둘을 뒤섞으면 안 된다. 

 

 

4장 성배의 성

 

70 근처 30마일 이내에는 인가가 없다.

 

70 파르시팔은 호수에 배를 띄우고 낚시를 하고 있는 어부왕을 만난다. 그에게 밤을 보낼 곳을 묻자 자신의 누추한 처소로 초대한다.

 

71 막 다리를 건널 무렵 갑자기 다리가 철컥 올라가면서 말의 뒷발굽을 친다. 상상 속의 상징세계로 이동할 때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말 등에서 떨어진다.

 

71 눈 앞에 웅장한 배경이 펼쳐진다. 우리는 파르시팔이 우연히 내면세계로 흘러 들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세계는 영혼의 자리이자 필연적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자리이다. 여기서 특히 숫자 ‘4’가 강조된다.

 

71 성대한 환영식이 열린다. 어부왕은 자기 자리에서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 때 아리따운 처녀가 예수의 옆구리를 찌른 창을 가지고 온다. 또 다른 처녀가 최후의 만찬에 쓰였던 성반을 가지고 나온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아리따운 처녀가 성배를 들고 나온다.

성대한 만찬이 거행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자가가 좋아하는 것이 성배나 성찬 접시에 주어진다. 어부왕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성배에 담긴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허용된다. 그러나 어부왕은 상처 때문에 성배를 마실 수 없다. 이로 인해 왕의 상실감은 더욱 커진다.

 

71 어부왕의 조카딸이 칼을 들고 나오자 왕이 파르시팔의 허리에 그것을 채워준다. 이 칼은 이제 평생 파르시팔의 것이 되었다. 바로 여기서 젊은이들은 남아있는 생의 과업을 완수하는데 필요한 성숙한 남성성과 힘을 얻게 된다.

 

71 성배의 성에는 또 다른 선물이 하나 더 있다. 이를 얻기 위해 파르시팔은 중요한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구르몽이 파르시팔을 수련시킬 때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성배를 찾으면 성배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라고 일러주었던 것이다. 이 질문을 던지면 엄청난 삶의 풍요로움이 마구 쏟아질 것이고, 그 질문을 하지 않으면 성배를 든다고 할지라도 그 안에서 풍성함이 흘러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구르몽의 가르침과는 달리 파르시팔의 어머니는 길을 떠나는 아들에게 너무 많은 질문을 하지 말라고 충고했었다.

 

73 어머니의 충고에 더 비중을 둔 파르시팔은 성에서 펼쳐지는 모든 장관 앞에서 벙어리가 되어 서 있었다. 이 질문을 던지려면 의식이 그만큼 발달되어 있어야 한다.

 

73 성에 있는 무든 사람들이 이 전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순진한 바보의 특징을 모두 지닌 파르시팔이 과연 치유의 질문을 던절 것인지 모두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73 하지만 파르시팔은 그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통으로 신음하고 몸부림치던 어부왕은 곧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74 그는 다시 평범한 세상으로 돌아온다. 성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이 순진한 바보는 ‘30마일 이내에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 서 있다.

 

74 누구나 15~16세 무렵 우연히 성배의 성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곳에서 앞으로의 삶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비전을 얻는다. 파르시팔이 그랬던 것처럼 이 시기에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아서 그 경험을 의식화하고 안정시키는데 필요한 질문을 가지고 있지 않다.

 

74 남자들은 대부분 온 세상이 광채를 발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충만했던 젊은 날의 그 마술 같던 삼십 분을 잊지 못한다.

 

75 대부분 이런 경험을 구석에 밀쳐놓는다. 그렇다고 결코 그 기억을 지워버릴 수도 없다. 일부는 너무 혼란스러워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시해 버린다. 일부는 소수지만 그 비전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파르시팔처럼 평생토록 성배의 성을 찾아나선다.

 

75 남성에게 성배의 성의 각인이 강하게 남았다면 그는 평생 이것으로 인해 영감을 받거나 괴롭힘을 당한다.

 

75 파르시팔이 질문을 하지 못한 이유는 너무 순진했기 때문이다.

 

76 그가 성배를 보았을 때 제대로 알아보고 감사하지 못했던 원인이 바로 기사의 갑옷 아래 숨겨진 어머니의 잔재 때문이다.

 

76 많은 남성이 어머니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그것이 바로 어머니가 짜준 옷이란 상징에서 드러난다.

 

76 남성이 여성적인 세계와 맺는 관계를 여섯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여섯 가지 모두가 유용하고 남성세계에는 각기 나름대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은 이것저것이 뒤섞일 때이다.

 

첫째, 육신의 어머니

둘째, 어머니 콤플렉스 : 전적으로 남성 내면에만 존재한다. 어머니에게 의존하던 때로 돌아가 아이가 되고 싶은 남성의 퇴행적인 경향이다. 죽음, 사고에 대한 매혹, 누군가 자신을 돌봐주기를 바라는 욕구다. 어머니 콤플렉스는 남성심리에서 독약과 같다.

셋째 어머니원형 ; 순금이다. 우리를 풍요롭게 만든다. 우주의 풍요로움이자 어머니인 자연이기도 하다. 늘 기댈 수 있고 자양분이 되어 주고 우리 삶을 지탱해준다.

넷째, 아리따운 연인 : 남성의 심리 구조 속의 여성적인 요소이다. 남성의 삶에 내면의 동반자이자 영감을 주는 아리따운 처녀이다. 파르시팔의 블랑시 플레르, 돈키호테의 둘시네아, 단테의 베아트리체가 여기에 속한다. 융은 남성의 삶에 생기를 주고 생명을 불러일으키는 이 특질을 아니마라 이름 붙였다.

다섯째, 아내나 파트너 : 남성과 삶의 여정을 함께 하는 피와 살을 가진 동반자

여섯째, 소피아 : 지혜의 여신으로 신의 여성적인 측면이다.

남성에게는 이런 여성적 특질 모두가 유용하다. 심지어 가장 다루기 힘든 어머니 콤플레스조차 유용하다. 문제는 한 측면이 다른 측면과 섞이거나 분간이 안될 때 발생한다.

 

78 만일 남성이 자신의 어머니와 어머니 콤플렉스를 혼동한다면 이 남성은 어머니 콤플렉스로 인해 자신에게 일어나는 퇴행적 성향에 대해 실제 어머니를 비난하게 된다.

 

78 젊은 남성이 자신이 지닌 퇴행적인 어머니 콤플렉스로 인해 자기 어머니나 어머니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을 비난하는 현상은 흔히 일어난다.

 

78 만일 남성이 어머니원형과 자기 어머니를 혼동하게 된다면 이 남성은 살아있는 자기 어머니가 자신을 위한 수호신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이런 역할은 원형만이 제공할 수 있다. 이런 남성은 어머니적인 세상에 대해 어리석을 정도로 많은 요구를 한다. 그리하여 자기는 노력하지 않으면서 마치 세상이 자기에게 갚을 빚이라도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79 만일 남성이 자신의 아니마와 자기 어머니를 혼동하게 되면 이 남성은 자신의 내면의 여성인 아니마에게 어머니역할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79 남성에게 아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혼동은 어머니와 아내가 겹쳐지는 것이다. 이런 남성은 아내가 자기 동반자이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아내에게 어머니의 역할을 요구할 것이다.

 

79 소피아는 모든 남성의 삶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아니기에 이런 요소가 반드시 등장하지는 않는다.

 

80 만일 남성이 자기 어머니와 소피아를 혼동하고 있다면 어머니가 여신 같은 지혜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언제나 어머니가 모든 것을 제일 잘 아신다는 태도이다. 소피아 원형과 어머니의 혼동은 좋지 않은 결합이다.

 

80 파르시팔은 이후 20년간이나 성실하게 기사수업을 받은 후 비로소 어머니가 짜주신 외투를 벗을 수 있었다.

 

80 남성이 어머니가 짜준 외투에 싸여있는 한 순간적으로 우연하게 성배의 성을 체험하는 그 이상으로 성배와 함께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어부왕의 상처도 치유되지 않는다. 파르시팔이 앞으로 경험하는 모든 경험은 모두 어머니가 짜준 외투를 벗어버리기 위한 것이다.

 

81 일반적으로 성배의 성을 다시 만나는 것은 중년에 이르러서다. 성배는 항상 가까이 있고 매 순간 이용이 가능하지만 남성의 삶에서 16세와 41세라는 이 두 큰 변화의 나이에 가장 쉽게 성배를 발견할 수 있는 듯 하다. 살아 있는 한 매일 밤 성배의 성에서는 마법 같은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일생에서 특별한 시기에만, 혹은 준비가 되었을 때만, 성배의 성의 광휘에 접근하게 된다.

 

*저자의 최근 강의에서 성인의 삶 가운데 49세를 가장 중요한 전환기라 말한 바 잇다. 심리분석가를 찾는 빈도가 가장 높은 나이가 이 때라고 한다.

 

84 여성들은 남성과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성배를 경험한다. 여성은 결코 성배의 성을 떠나지 않는다. 여성에게는 남성이 가지지 못한 우주가 잇고 이 우주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우주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이곳에서 여성은 마치 집과 같은 편안함을 체험한다. 남성은 끝없는 노력을 요하는 긴 여정을 떠나 바깥에서 뭔가를 찾아야 하는 반면, 여성은 자신이 항상 가지고 잇는 것을 밖으로 드러내기만 하면 된다. 파르시팔은 끝이 없어 보이는 기사의 모험을 떠나지만 블랑시 플레르는 성에 머무는 것처럼 말이다.

 

85 많은 남성들이 살과 피가 있는 여성을 만나 성배의 성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해보려 한다. 이것은 상대방 여성이 가지고 있지도 않은 것을 자신의 필요에 충족시켜 보려는 식이다.

 

86 우리의 기대가 뭐든 성배는 우리 손안에 있다. 성배를 가려 볼 수 없도록 만드는 장애물들을 하나씩 걷어냄으로써 더 잘 발견할 수 있다.

 

87 예수의 여정과 파르시팔의 여정 사이에는 일치하는 점이 많은데 이는 대단히 교훈적이다. 여러 면에서 두 이야기가 닮았지만 주요한 차이점은 그리스도는 바른 방식으로 여정을 떠났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여전히 모든 단계를 거쳐야 했다. 예수가 열 두 살에 회당에 갔을 대 그의 부모는 예수를 나무란다. 이것이 예수가 맨 처음 경험한 성배의 성이었다. 그는 아주 심오한 어떤 것과 접촉했는데 그것은 바로 그의 남성다움과 강인함이었다. 예수는 성배의 성을 체험하고도 깊이 상처를 입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가 성배의 성 체험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는 이 성에서 영원히 살기 위해서 두번째 여정을 떠났다. 예수는 아주 현명하게 이 모든 것을 행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따를 수 있는 본보기가 되었다.

 

88 나는 개인적으로 예수의 이야기보다 12세기의 성배신화를 선호한다. 그 이유는 이 신화가 좀더 현실적이고 인간적으로 진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순교자보다는 파르시팔에게 좀 더 쉽게 나 자신을 본다.

 

 

5장 건기

 

박쥐 ; 여러 문화에서 어두움의 힘과 혼란을 상징하며 불교에서는 무지를 의미한다.

 

90 파르시팔은 성배의 성에 두 번째 들어가는 기회를 얻으려고 오랜 세월 기사로서 일련의 모험을 하고 힘을 길렀다.

91 성배에 다녀오기 전 그에게는 이름, 자기가 누구라는 정체성이 없었다.

 

90 그는 연인의 시체를 안고 있는 처녀를 만난다. 자기 연인은 기사였는데 전에 파르시팔이 장난으로 저지른 어떤 일로 다른 기사와 격론을 벌이다가 죽게 되었다. 파르시팔은 죄책감을 느낀다.

 

91 처녀는 칼을 처음 사용하면 칼이 부러질 터인데 그건 그것을 만든 사람만이 고칠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일단 고친 칼은 다시는 부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91 청년들이 가지고 다니는, 대개 아버지와 스승을 흉내 낸 남성적인 도구는 호자 힘으로 제대로 들 수 조차 없다. 젊은이라면 누구나 그가 흉내낸 남성성이 들려지지 않는 수치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부러진 검은 아버지만이 해결할 수 있다. 이럴 때 대부가 중요한 조력자가 된다. 아버지로부터 받았지만 아버지 대신 수리해줄 대부가 있다는 사실은 든든한 자산이다.

 

92 파르시팔은 많은 기사들을 제압하고 이 기사들을 아더왕의 궁정으로 보내어 왕에게 충성의 맹세를 시킨다. 또 수많은 처녀들을 구하고 포위된 성을 해방시키고 가난 이들을 보호한다. 용을 베기도 하고 남자로서 삶의 중반기에 해야 할 모든 선행을 한다. ..현대인들은 이것을 콤플렉스나 무드 또는 그림자의 침입 등으로 부르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신화에 묘사된 옛 표현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보다 더 잘 기술된 듯 하다.

 

95 융은 말년에 상당한 시간을 3 4가 지니는 상징을 연구하면서 보냈다. 그는 인류의 의식 수준이 3에서 막 4로 나타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는 1948년 가톨릭교회가 새 교의에서 남성적인 요소로만 구성된 삼위일체에 성모를 포함시켜 성모마리아를 천국에 자리매김한다는 뉴스를 발표하자 이 소식에 환호했다.

 

96 융은 3에서 4로의 진화에 나타난, 뭔가를 성취하고 달성하기 위해 주력해오던 의식상태에서 평화와 고요, 실존적인 존재로 특징지어진 상태로 나아가는 의식의 확장에 기여하는 것이야말로 현대인이 성취햐야 할 진정한 과업이라고 느꼈다.

 

96 지금 우리는 인간의 의식이 삼위일체론에서 사위일체론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있는 듯 하다. 이는 전적으로 남성적인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과 신을 삼위일체론적으로 보는 것에서 여성성과 낡은 가치에 머물러 있을 때 누릴 수 없었던 다른 요소들을 포함하는 사위일체적인 시각으로 의식이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97 남성은 자신의 어두운 면을 여성적인 것으로 간주했다. 그리하여 여성적인 측면과의 거리가 멀어졌고 수많은 여성을 마녀로 치부했다. 중세에 거부했던 어두운 측면들은 대부분 여성적인 것이다. 그래서 마녀를 화형에 처했다. 

 

 

6장 추녀

 

저울 : 한 면의 파르시팔의 영웅담, 다른 면은 그의 그림자이다. 추녀의 역할은 일방적인 무용담에 가려진 파르시팔의 다른 면을 부각시켜 그의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것이다.

 

101 삼일 간의 축제가 절정에 달했을 때 섬뜩하게 생긴 추녀가 등장한다. 추녀는 늙은 노새를 타고 나타났다. 노새는 네 다리를 모두 절고 있다. 그녀는 검은 머리를 두 갈래로 땋았고 손과 손톱이 쇠처럼 까맣다. 검은 눈은 쥐 눈 처럼 조그맣고 코는 유인원이나 고양이 같으며, 입술은 당나귀나 황소 같다. 수염이 난데다 가슴은 앞뒤로 튀어나오고 허리와 어깨는 나무뿌리처럼 뒤틀려 있다. 궁정에 이런 추녀가 등장했던 적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101 추녀의 임무는 잔치의 화려함에 가려진 다른 측면을 노출시카는 것이다. 파르시팔이 저지른 모든 죄와 멍청함을 읊어댄다. 그 중에서도 제일 큰 실수는 성배의 성에서 올바른 질문을 하지 못한 것이다.

 

102 남성들은 추녀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새로운 미녀를 찾아 나서려는 강한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이 남성이 자신의 어두운 요소들과 먼저 화해하지 않는다면 예전부터 알았거나 새로 만나는 미녀도 구해줄 수 없다.

 

103 자신의 남성이 이런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조용히 있을 수 있는 여자가 있다면 그건 그녀 내면의 비범함 덕이다. 이런 자세를 지닌 여성은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게 되는데 왜냐하면 남성은 이런 순간 쉽사리 추녀의 이미지를 가까이 있는 여성에게 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여성이 남성에게 해 줄 수 있는 최대의 배려는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103 진정제를 손쉽게 남용하는 시대에 추녀의 등장은 피해야 하 대상이거나 치료가 필요한 병우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추녀가 지닌 어두운 면을 쉽사리 배격해 버린다면 추녀가 가져다 줄 수 있는 진화의 기회를 포기하는 셈이다.

 

105 파르시팔은 성배의 성을 두 번째로 찾아가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임무라는 사실을 추녀에게서 배운다. 추녀는 성배의 성에서 성배를 찾으려면 기사들이 순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는 절뚝거리는 노새를 타고 사라진다. 

 

105 여러 번 되풀이 하지만 여정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순결은 육체를 가진 여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탐색에서 남성이 지켜야 하는 순결이란 무드로 인해 내면의 여성 즉 아니마를 유혹하지도 또 아니마의 유혹을 당해서도 안된다는 의미이다.

 

 

7장 성배를 향한 기나긴 여정

 

시계미궁 ; 한시적인 인가의 삶에서 어느 방향으로 틀든지 항상 중심을 향한다는 의미를 내포하며 궁극적인 자궁으로의 회귀를 상징한다.

 

108 파르시팔은 이 여정에 여러 해를 바친다. 대부분의 전설에는 20년으로 되어 있다. 그토록 사랑하던 블랑시 플레르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가고 이제는 검을 휘둘러야 할 이유조차 잊어버린다. 움직여야 할 이유나 기쁨이 서서히 사라져간다. 중년의 남성에게 이 때는 건기에 해당한다.

 

109 우리 본성에서 은둔자는 아주 내성적인 면이다. 오래도록 바로 이 순간을 기다리며 내면의 구석진 자리에서 에너지를 비축하면서 기다려왔다. 생의 전반기에는 대개 외향적인 것이 주도한다. 이것이 옳기도 하다. 하지만 외향성이 제때 제값을 하고 나면 그 다음 단계로의 진화를 위해서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은둔자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109 은둔자는 고귀한 인물이다. 존경심과 위엄을 가지고 접근하면 제대로 대접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나 질환 등으로 억지로 은둔자 앞에 끌려가면 위엄이나 존경심을 갖추지 못할 수도 잇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여정 중에 한동안은 은둔자와 함께 지내야 한다.

 

110 흔하지는 않지만 타고난 은둔자가 있다. 대단히 내향적인 이런 영혼들은 그들이 가장 필요한 결정적인 순간에 인류에게 봉사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저장한다. 상징적으로 표현해서 이들은 숲 속에 홀로 남아있어야 한다.

 

110 은둔자와 같이 있는 동안 파르시팔은 추녀와 있을 때와 유사한 경험을 한다. 은둔자는 투시안으로 파르시팔의 잘못과 실수를 길게 나열하며 꾸짖는다. 그가 저지른 최고의 잘못은 성배의 성에서 치유의 질문을 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은둔자는 성배의 성으로 길을 안내한다. 잠시 걸어내려가다 왼쪽으로 틀어 들림다리를 건너라고 가르쳐준다.

 

111 신화는 완성되지 않은 채 우리에게 남겨졌다.

 

111 진정으로 기사가 되기를 원한다면 미완성으로 남겨진 이 신화를 내면세계에서 스스로 진전시켜 보라. 우리 모두는 파르시팔이고 파르시팔의 여정은 곧 우리의 여정이다.

 

112 성배의 성은 늘 저기 길모퉁이에 있다. 겸손하고 바른 심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내면의 성을 찾을 수 있다. 파르시팔의 경우 20년을 떠돌아다니면서 오만함을 씻어낸 뒤에야 비로소 성을 찾을 준비가 된 것이다.

 

113 참으로 놀랍게도 이제 20년이란 세월의 원숙함과 경험을 쌓은 파르시팔이 인류에게 가장 크게 기여하는 질문을 던진다. “성배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 말은 우리가 던질 수 있는 가장 심오한 질문이다. 인간 정신의 구심점은 어디인가? 혹은 인간의 삶에서 의미의 중심은 어디인가? 

 

114 질문이 채 끝나기 전에 성벽이 흔들리면서 대답이 들린다. “성배는 성배왕을 위해 존재한다.” 설명을 붙이자면 이는 삶이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이라 부르는, 융이 참나(the Self)라 부르는, 우리가 우리의 자아를 넘어선 더 큰 무언가를 지칭하기 위해 만든 수많은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는, 그 존재를 위해 성배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덜 시적이기는 하지만 이해하기는 더 쉬운 표현이 있다. 융은 일생이란 자아에서 참 나의 심리로 구심점을 옮겨가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114 파리시팔은 자신이, 심지어 자신의 작은 왕국이 더 이상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우는 순간 그는 소외에서 벗어나 성배의 성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다.

 

114 더욱 놀라운 사실은 상처 입은 어부왕이 치유되어 환희에 가득 차서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이다. 기적이 일어났다. 바그너의 오페라 파르시팔에서 상처 입은 어부왕이 이 순간 힘차게 일어나 힘과 강인함이 넘치는 장엄한 노래를 부른다.

 

115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라 신 혹은 성배를 섬기는 것이다. 성배 탐색은 결국 신을 섬기는 일이다. 우리가 이 진실을 이해하고 삶의 의미가 개인의 행복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린다면 잡기 어려운 성배가 바로 우리 손안에 있음을 알게 된다.

 

115 현대의 신화들은 우리가 스스로를 멸망시키기 전에 힘의 근원을 지구 혹은 신의 손에 되돌려 주는 것을 얘기하고 있는 듯 하다.

 

116 파르시팔이 질문을 던지기만 한다는 사실이다. 해답이 없는 수수께끼를 풀어보려 애쓰면서 자신의 지적 능력에 대해 한계를 느끼고 낙담하는 순간, 자아의 목표는 의미가 제대로 내포된 질문을 정확하게 던지는 데에 있지 그 대답까지 알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질문을 제대로 던지면 답은 이미 찾은 것과 같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글

 

119 조셉 캠벨은 신화를 영적 여정의 안내도라고 했다.

 

119 이 책은 성배신화를 통해서 파르시팔이란 한 남성영웅의 개별화 과정을 다루고 있다.

 

120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일평생 성배의 성을 찾아 다니는 파르시팔의 모습에서 도를 구하러 길을 떠나는 동양의 수많은 구도자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또 명상수련이나 워크샾 등 각종 영성 강화 프로그램을 찾아 다니며 영적인 목마름을 해소하려는 우리들의 자화상도 떠오른다.

 

120 신화는 새 시대가 시작될 즈음에 먼저 탄생하여 앞으로 전개될 시대의 징후를 예견하고 그 방법을 암시하는 상징을 제공한다. 저자는 12세기를 현대의 태동기로 보았다. 그리고 현대의 도래와 함께 성배신화가 탄생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태동기에 등장한 무의식적 표현을 탐구하는 것은 시대의 징표를 읽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121 파르시팔의 여정의 종착지이자 어부왕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해답은 성배이다. 성배는 여성성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현대인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궁극적으로 몸, 여성, 자연, 지구를 함께 묶는 여성적이고 자연적인 것의 통합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이 신화는 현대인의 구원의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준다. 여성성의 회복과 그 가치에 대한 인식, 여성성의 진정한 힘을 발견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최대 과제이다.

 

121 가부장제 사회는 왜곡된 남성성의 표현일 뿐 결코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남성성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123 존슨은 신화를 자르고 다듬고 살을 붙이지만 결코 주관적 해석과 자기 견해에 치우쳐 이미지를 죽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다.

 

123 존슨의 풀이는 성배신화라는 정교하게 그려진 영적 안내도 위에 나침반 하나를 얹어주는 듯하다.

 

123 우연히 발을 들여놓은 성배의 성 체험을 평생 잊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뭔가 심오한 세계가 있으리라는 원초적인 희구는 있지만 어디로 나아가야 할 지 막연한 사람들을 위해, 이 물질만능 세상에 은둔자의 운명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또 성공신화를 꿈꾸며 앞도 뒤도 돌아볼 여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퀭한 눈망울로 콘크리스 건물 사이를 떠도는 수많은 파르시팔을 위해 존슨이 선물로 주는 나침반을 이용해 성배의 성을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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