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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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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4일 15시 30분 등록

7월 세 번째 오프 후기 _ 나는 누구인가?

`2014. 7. 14

장소: 국민연금관리공단 서울서남지역본부 외 몇 곳

일정: 2014. 7. 12(공식), 2014. 7. 12~13(비공식, 무박이일)

목적: 데카상스 오프모임 제3차.

주제: 나는 누구인가?, 나를 한 줄로 설명하라, 어린 나에게 편지 쓰기.


#1. 피울아! 더 내려 놔.


“피울님을 뽑을까 말까 많이 망설였어요.” 재경 선배가 다시 말했다. “면접여행 때 생각 나세요?” 그렇게 망설이다가 왜 결국 뽑았을까? 물어볼껄 그랬다. 

“피울아! 너 짤릴 뻔 한거 아냐?” 달자 선배가 말했다. 재경 선배가 미리 했던 말이다. 왜 뽑았는지 물어볼껄 그랬다. 

내겐 간부터 보는 몹쓸 병통이 있는데 이게 표정으로 행동으로 표시가 나는 모양이다. 상당한 정도로 독선적으로 보여서 변경연에서 껍질을 깰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고 했다. “내가 너랑 ㅇㅇ이 담당인데 감당 안 되겠다 싶은 놈들만 나한테 다 떠 넘긴거야! ㅎㅎㅎ”. 이 양반들 눈에도 난 좀 세게 보이나 보다. 참치도 그랬고, 또 누가 그랬더라. 

“두고 보니 점점 다른 모습이 보이데요.” 재경 선배가 말했다. 그 사이 내가 좀 변한 것인지 아니면 개떡같은 첫 인상이 숙지고 나서 속이 조금 보여진 것인지 모르겠다. 어제 오늘 곰곰히 생각해 보니 지금 껏 난 듣기 위한(받아들이기 위한) 상태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야길 하기 위한(쏘기 위한, 주입하기 위한) 태도를 견지해 온 것을 알았다. “늘 모든 결정을 혼자 해 오면서 자기 안에 독선이 생긴 것 같아요” 재경 선배의 말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13명에서 10명으로 추려져서 면접 여행이 치뤄졌다. 세명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마뜩찮았다. 면접여행을 보이 콧 하려고도 생각했지만 가서 보고 결정 하기로 했다. 여차하면 그냥 말아 버릴 생각이었다. 면접이 시작되었을 때 이미 교육팀에서는 나를 두고 미리 숙고가 있었던 모양이다. 분위기가 좀 껄적지근 하다. 그들은 이미 내 속을 어느정도 읽어 낸 듯 했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재경 선배로 시작 된 돌직구는 달자 선배까지 이어졌다. 난 눈치가 없지 머리가 나쁘지는 않다. 그들의 질문은 ‘Me story’의 행간을 파악한 질문이었다. 뻣뻣한 태도에 대해서도 훅 지르고 들어왔다. 그들의 탐색이 장난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다행하게도 난 경계를 재빨리 허물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이번 오프 수업에서 주고 받으면서 그리고 동기들과 이런 저런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나는 비로소 그들의 배려 가운데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그들을 맘에 두고 있는 만큼 아니면 그 보다 더 크게 그들 가운데 내가 있음을 알았다. 다만 그들은 내가 아직 덜 만만한 것 같다. “피울아! 니가 내려 놓는 것을 보니 좋다. 더 내려 놔”. 주정처럼 뱉어 놓은 달자 선배의 목소리에서 깊은 애정을 느낀다.




#2. 데카상스! 사랑 가운데 있으니


데카상스는 태어나지 못할 뻔 했노라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들었다. 연구원 짬밥이 늘어 갈수록 그 때 선배들의 고민이 내게로 와서 닿는다. 하늘 같던 스승의 부재로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선장이 갑자기 사라진 배가 풍랑을 만났다. 사공들은 저마다 노를 젖기 바빴을 것이고 여러가지 주제들은 중론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이 가운데 연구원 10기를 모집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면접여행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교육팀 선배들의 긴장감과 염려가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스승의 유지를 받들고자 했던 선배들의 의지와 희망과 시도는 이번 기수에서 실험 되고 증명될 것이었다. 이것이 데카상스의 미션이다. 새로운 시작 즉, 새로운 1기인 셈이다. 


이렇게 시작된 데카상스는 줄 곧 선배들의 관심과 배려 가운데 있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면접여행과 입학여행에 참석하고 도와준 수 많은 선배들, 1차 오프수업부터 지금까지 오프 장소를 마련해 주신 BnE와 정산 선배, 9.5기라 할 만큼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응원해 주는 콩두, 미스테리, 타오 선배, 가까이서 오프수업을 한다는 이유로 제 살같이 보살펴 주신 자로 선배,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응원해 준 요한 선배, 한 가방 무거운 책을 들고 방문해 준 승완 선배, 하계 연수에 지원을 결정해 주신 여러 선배님, 언제나 헌신적인 데카상스 교육팀.


돌아오는 기차에서 가뭇 잠이 들었다. 꿈결 같은 장면들이 지나는데 무척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느꼈다. 문득 이 과정이 지금 이렇게 편안하게 이어지는 것이 선배들의 관심과 배려와 사랑 덕분임을 깨달았다.  


선배들의 고뇌와 노고와 희망과 시도와 배려가 눈물나게 고맙다. 




#3. 중독된 사람들.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고 돕고 공헌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행복이다. 일이 생기면 알아서 자신의 몫을 찾는다. 필요해서 요청하면 언제나 흔쾌하다. 그들은 데카상스. 

웨버가 몇가지 이슈를 던진다. 자질구레한 일들은 참치가 도맡아 진행한다. 참치는 선배들과의 소통 창구이기도 하다. 간식과 음료와 먹거리들은 또 각자 상황에 따라 저절로 조율 된다. 에움은 화장실도 참으면서 오프모임을 기록한다. 찰나, 녕이, 양파도 각자 저 만큼씩 알아서 보태는 듯 하다. 에움이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할 수 없으니 에움이 말할 때는 자동으로 또 누군가가 알아서 기록한다. 이젠 아귀가 딱딱 맞는 것 같다. 질문과 코멘트에도 진지함과 준비와 애정이 묻었다. 각자에 대한 이해도가 커질수록 질문과 코멘트의 질은 높아질 것 같다. 앞으로 다가 올 오프 모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꼬박 이틀에 걸쳐 지난 오프 모임의 기록들을 펼쳐 놓고 정리하면서 그대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읽었다. 그대들은 이제 모두 중독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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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4 17:43:49 *.252.144.139

지금은 뽑길 잘했다, 안 뽑았음 큰일 날뻔 했다 생각해요.

피울님 팬이 되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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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4 23:34:59 *.182.55.90

와~~~대박.

영광입니다.^^


저도 뽑히길 천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버팅겼으면 어쩔뻔 했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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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5 00:09:18 *.218.178.5

저도 피울님 없는 데카상스 생각할 수 없네요.

첫 인상처럼 아주 강하게 각인되셨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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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5 13:09:11 *.201.146.143

앞으로 열심히 시다바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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