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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4일 16시 11분 등록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 민음사.

`2014. 7. 14


저자에 대하여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 8. 28~1832. 3. 22), 독일, 작가, 철학자.


- 가계

농업, 수공업, 여관업에 종사했던 가문의 후손, 할아버지는 재단사로 이리저리 떠돌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여관집 상속녀와 결혼하여 여관 주인이 되었으며, 아버지는 상당한 재산을 상속 받은 상속자로 법률을 공부하였으며 특별한 직업 없이 연구와 취미생활에 몰두하는 인사였음. 프랑크푸르트 시장을 지낸 텍스토어의 탈 카타리나와 결혼하여 여섯 자녀를 얻었으나 괴테와 한 살 아래 동생 코르넬리아만 살아 남았다. 그의 아버지는 무뚝뚝하고 완고한 그 시대의 전형적인 엄격한 아버지였던 것 같다. 이에 반해 그의 어머니는 활기차고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작가의 연보를 통해 본 삶의 개관
주) 본서를 참조하여 재 구성.


1749년 8월 28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태어남. 아버지 요한 카스파르 괴테는 명목상의 황실 고문관(당시 돈으로 살 수 있었다.)으로 법학을 공부한 부유한 인사였으나 실제적인 직업이 있었던 것은 아님. 어머니 카타리나 엘리자베트는 전임 프랑크푸르트 시장의 딸로서 활발하고 명랑한 여성이었다.


1750년(1세) 누이동생 코르넬리아가 태어남. 여섯 형제 가운데 괴테와 누이동생만 살아 남았다.


1757년(8세) 조부모에게 신년시를 써서 보냈다. 어릴때부터 문학적 천재성을 보임. 괴테의 시 작품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1759년(10세) 프랑스군이 프랑크푸르트 점령, 괴테의 집이 프랑스 민정장관의 숙사가 됨. 군정관 토랑 백장이 2년쯤 이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를 통해 소년 괴테는 미술과 프랑스 연극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됨.


1764년(15세) 그레트헨과 첫사랑. 그녀는 파우스트에서 다시 태어나 첫 쾌락의 대상으로 그리고 파우스트를 구원하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그가 남긴 첫사랑이란 시를 찾아보았다.

첫사랑

아, 누가 돌려주랴, 그 아름다운 날

그 첫사랑의 날을

아, 누가 돌려주랴, 그 아름다운 시절의 

그 사랑스러운 때를


쓸쓸히 나는 이 상처를 키우며 

끊임 없이 되살아나는 슬픔에

잃어버린 행복을 슬퍼하고 있으니

아, 누가 돌려주랴 그 아름다운 나날

첫사랑 그 즐거운 때를


시를 보니 15살의 소년이 쓴 시라고 보기 어렵다. 조숙한 것인지 천재인지 카사노바의 화신인지 알 수 없으나 그의 시는 이렇게 남아있다. 


1765년(16세) 라이프치히로 가서 대학에 입학, 여러 예술가들과 사귀면서 문학과 예술에 심취, 그리스 연구가 빙겔만의 글을 읽고 계몽주의 극작가 레싱의 연극을 관람하였다.

-> 그가 사람들을 사귀고 함께 하는 것을 즐긴 것은 어쩌면 천성인 모양이다. 에커만의 저서 <괴테와의 대화>에서 그의 이러한 천성은 평생토록 그를 윤택하게 하였다. 많은 사람을 사귀고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에게 다시 영향을 받고 하는 것은 매우 귀중한 일임을 알겠다. 괴테가 부러운 것은 그의 천재성이나 해박한 식견과 통찰이 아니라 바로 이런 능력이다.


1766년(17세) 식당 주인 쇤코프의 딸 케트헨을 사랑하여 교제 시작. 그녀에게 바친 시집 <아네테>는 베리쉬에 의해 보존되었다. 그녀를 사랑하면서 이 시집과 첫 희곡 <연인의 변덕(1768)>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1768년(19세) 연인 케트헨과 결별. 6월에 빙겔만의 살해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음. 7월 말 각혈을 동반한 폐결핵에 걸려 학업을 중단하고 귀향. 이 무렵 신비주의와 연금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머니 친구인 크레텐베르크의 영향으로 경건파 신앙에 심취. 그녀는 후일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의 모델이 되었다.


1769년(20세) 희곡 <공범자들> 완성


1770년(21세) 슈트라스부르크 대학에 입학하여 법학 공부 계속, 눈병 치료차 방문한 헤르더와 교유하며 문학과 언어에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세익스피어의 위대성을 배우게 되었다. 10월에 근교 마을 제젠하임에서 그곳의 목사 딸 프리테리케 브리온을 만나 목가적 사랑을 나눈다. 그녀와 약혼까지 하였으나 결국 일방적으로 약혼을 파기하였으며, 그 후 회한과 마음의 부담 속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게 되는데, 이때 겪은 내적 체험이 훗날 그이 시 주제가 되었다.

-> 사랑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묘약임에 틀림없다. 


그는 프리테리케와 만나며 많은 서정시를 남겼다. 그 가운데 ‘들장미’란 시를 옮겨보았다.

[들장미] _ 주) 검색하면서 번역이 다른 버전이 다수인 것을 알았다.

한 아이가 보았네

들에 핀 장미

그리도 싱그럽고 아름다워서

가까이서 보려고 재빨리 달려가

기쁨에 추해 바라보았네

장미, 장미, 붉은 들장미

 

소년은 말했네

"너를 꺽을 테야, 들장미야!"

장미는 말했네

" 너를 찌를 거야, 영원이 잊지 못하도록

나는 꺽이고 싶지 않단 말이야"

장미, 장미, 불은 들장미

 

짖궂은 아이는 꺽고 말았네

들에 핀 장미를

장미는 힘을 다해 찔러 댔지만

간절한 애원도 탄식도

모두가 헛된 것이 었다네

장미 ,장미, 붉은 들장미



1771년(22세) 교회사를 다룬 학위 논문은 민감한 내용 때문에 불합격 되었으나 대신 그에 준하는 시험에 통과하여 공부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변호사를 개업하였다. 그러나 그는 문학에 더 심취하였으며 슈투름 운트 드랑의 성향이 짙은 희곡 <괴츠 폰 베를리힝엔>의 초고를 썼다.


1772년(23세) 아버지의 권유로 베츨라의 고등법원에서 견습생활을 했다. 그곳에서 만난 샤로테 부프를 연모하게 되었으나 약혼자가 있는 여자였으므로 단념하였다. 이 못다 이룬 사랑의 체험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으로 다시 태어났다.


1773년(24세) <괴츠> 출간. 파우스트의 집필을 처음으로 시작.


1775년(26세) 프랑크푸르트 은행가의 딸 릴리 쇠네만을 사랑하여 약혼하였으나 반년쯤 후에 파혼하였다. 희곡 <스텔라>를 썼으며, 칼 아우구스트공의 초청을 받아 바이마르로 갔다.

-> 벌써 두번째 파혼이다. 사랑이 흔해 빠졌다. 집적거린 것을 모두 사랑이라고 표현한 것인지 나처럼 사랑이 흔해 빠지 사람이었는지 모르겠다.


1776년(27세) 바이마르(당시 인구 6,000여명의 도시)에 머물기로 결심, 7월 추밀원 고문관으로 임명되어 정사에 관여, 이후 10년 남짓 국정에 참여하며 여러 공직을 거쳐 재상에 이르게 된다. 한편, 지질학, 광물학 따위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몰두하기도 하는데 동물에만 있고 인간에게는 없는 것으로 알려진 간악골을 발견(1784)하기도 하여 죽기 1년 전에 학회로부터 인정을 받기도 하였다.

이 무렵 궁정여관 샤로테 폰 슈타인부인과 깊은 우정 관계를 맺고 그녀로부터 깊은 격려와 도움을 받음. 부인과의 인연은 이후 12년간 이어지며 인간적으로 예술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다. 1786년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면서 부인과의 깊은 관계는 종말을 고한다.


1780년(31세) 파우스트의 원고를 아우구스트 공 앞에서 낭독하였다. 그 원고를 궁정여관 루이제 폰 괴흐하우젠이 필사해 두었는데, 그것이 훗날 <초고 파우스트>의 출간을 가능하게 하였다.


1786년~87년(37~38세) 이탈리아 여행길에 올랐다. 로마에서 화가 티슈바인, 앙겔리카 카우프만, 고고학자 라이펜슈타인 등과 교우, 고대 유적의 관찰에 몰두하였으며 수업하는 화가로 이탈리아에서 생활하였다. 1000매에 이르는 스케치를 그렸으며, 희곡 <타우리스섬의 이피게니에>, <에크몬트>등을 써서 슈타인 부인에게 바쳤다. 이 여행은 예술가로서의 괴테의 생애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으며 고전주의 지향을 결정한 시기였다. 


1788년(39세) 6월에 스위스를 거쳐 바이마르로 돌아옴. 귀환 후 슈타인 부인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가난한 평민 출신의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와 만나 동거 생활을 시작하였다(1806년 정식 결혼). 실러와 처음 만났으나 절친한 관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실러는 괴테의 주선으로 예나 대학의 역사학 교수 자리를 얻었다.


1789년(40세) 크리스티아네와의 사이에 아들 아우구스트가 태어났다. 당대의 학자 빌헬름 폰 훔볼트와 친교를 맺었다.


1791년(42세) 궁정 극장의 감독이 되었으며, 이 때부터 고전주의 연극활동이 시작되었다.  <에크몬트>가 초연되었다.


1792년(43세) 프랑스 혁명군에 대항하는 프러시아 군에 소속되어 아우구스트 대공을 따라 종군하였다. 종군 경험을 살려 희곡 <흥분된 사람들(1793)>을 썼다.


1794년(45세) 새로 건립된 예나의 식물원을 맡아 관리하였다. 실러와 ‘호렌’지 제작에 함께 협조하면서 가까워졌으며 이 우정은 실러가 죽을때 까지 이어졌다. 그는 실러와 함께한 이 시기에 많은 작품을 완성하였다.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과 처음으로 만났다.


1797년(48세) 실러의 격려와 독촉으로 <파우스트>에 다시 매달려 헌사, 천상의 서곡, 발푸르기스의 밤을 집필하였다.


1805년(56세) 5월에 실러가 죽었다. 괴테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내 존재의 절반을 잃은 것 같다”고 술회하였다.


1806년(57세) 나폴레옹 군대에 의해 바이마르가 점령되었다. 크리스티아네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1808년(59세) 파우스트 1부가 출간되었다. 9월에 어머니가 별세하였고, 나폴레옹과 두차례 회견하였다.

-> 괴테는 나폴레옹을 영웅으로 생각했다.


1812년(63세) 베토벤의 음악을 곁들인 <에그몬트>가 초연되었고, 칼스바트에서 몇 차례 베토벤을 만났다.


1815년(66세) 재상으로 임명되었다.


1816년(67세) 아내 크리스티아네가 사망하였다.


1823년(74세) 에커만이 찾아와 조수가 되었다.


1828년(79세) 칼 아우구스트 대공이 사망하였다.


1831년(82세) 파우스트 2부를 완성하였다.


1832년(83세) 3월 22일 사망하였다.

-> 다산 정약용(1762~1836)과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건만 다산은 할아버지 같이 느껴지고 괴테를 현대의 인물처럼 가까이 있는 듯 하다.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9p. 

내 소망은 많은 관객을 아주 즐겁게 해주는 거야. 그들은 특히 인생을 배우고, 그걸 남에게도 보이려 하니까.

-> 관객의 마음, 즉 청중(고객)의 요구사항을 괴테를 꽤 뚫어 보고 있는 듯 하다. 그의 자만인지 자신감인지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그의 직관은 정확했다. 작가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과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은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낳는다. 그는 흥행 즉 마케팅에도 귀재였던 것 같다.


12p. 

그러나 무엇보다 사건이 풍성해야지! 사람들은 구경하러 오는 것이고, 무엇보다 그걸 좋아하니까. 볼거리가 잔뜩 눈앞에 전개되면 관중들은 입을 딱 벌리고 찬탈할 게고 당장 자네의 명성이 널리 퍼져서 틀림없는 인기작가가 될 걸세. 

... 작품 하날 공연하더라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놓게나. ... 설사 완벽한 작품을 내어논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관객은 그걸 조각조각 뜯어가고 말 것인 즉.


22p. 

지상에서 작은 신을 자처하는 놈들은 언제나 판에 박은 듯 천지개벽하던 그날 모양 이상하기만 합디다. 차라리 하늘의 빛을 비춰주지 않았던들 그들은 좀더 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그것을 이성이라고 부르면서 어떤 동물보다 더 동물적으로 사는 데 써먹고 있지요.


24p. 

주님: 어디 너의 길로 유혹하여 이끌어 보려무나. 하지만 언젠가는 부끄러운 얼굴로 나타나 이렇게 고백하게 되리라. 착한 인간은 비록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잘 알고 있더군요, 라고

-> 결론을 내려 놓고 시작하려는 모양이다.


25p.

때때로 저 노인네를 만는게 즐거워. 그래서 사이가 나빠지지 않도록 조심을 하지. 

-> 주님과 메피스토펠레스 사이의 내기, 이것은 앞으로 전개될 모든 사건의 열쇠


30p. 

우리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보니 내 가슴은 거의 타버릴 것만 같다.

-> 지식인의 한계, 결국 인간의 한계에서 느끼는 좌절, 그렇다고 재산과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찌질한 인생이다.


정령의 힘과 말을 빌어 많은 비법을 알 수 있지나 않을까 해서다. 그리 되면 더  이상 비지땀 흘려가며 나도 모르는 걸 지껄일 필요가 없을 것이요, 이 세계를 가장 내밀한 곳에서 통괄하는 힘을 알게 되고, 모든 작용력과 근원을 통찰함으로써 더 이상 말의 소매상을 벌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 욕망, 모든 것을 알아내고 싶다. 그래서 신의 영역에 도달하고 싶은 것이다. 깨달음의 의구.


32p. 

그런데도 아직 묻고 있단 말인가? 어찌하여 너의 가슴이 이다지도 불안하게 두근거리는가를?

-> 파우스트 너는 불완전하다. 그래서 인간이다. 너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불안하다.


36p. 

내가 신이 아닐까?

-> 신의 창조활동에 참여하려는 파우스트의 초월적 욕망, 슈투름 운트 드랑 정신의 일단이 엿보이는 대목


모든 개체들이 어울려 전체를 이루고, 하나가 다른 하나에 작용하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 개체에 질서를 부여하면 그것은 의미, 생명이란 이런 것, 우리는 1/10의 400승, 인류의 시작과 끝에서 유일한 존재, 존재 자체가 기적


43p. 

만약 진심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걸세

...

하지만 그것이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면 결코 마음과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45p.

과거의 시대들이란 우리에게 일곱 겹으로 봉인한 책이나 다름없어, 자네들이 시대 정신이라고 부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작가 양반들 정신 속에 그 시대가 반영된 것에 불과하다네. 그러기에 실은 딱한 일이 종종 생기곤 하지.


46p. 

어째서 저 녀석에게선 모든 희망이 사라지지 않는담. 줄창 하찮은 것에 달라 붙어 탐욕스런 손으로 금은보화를 캐려다간 지렁이를 찾아내고도 기뻐하는 꼴이라니!

-> 탐욕스런 인간의 모습, 지식인의 모습, 현실적인 모습, 작은 것에 만족하는 소시민.


48p. 

그리하여 우리는 별것도 아닌 일 때문에 두려워 떨고,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을 놓고 줄창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이다.


67p. 

알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필요로 했지만, 알고 있는 것은 사용하지 못한다.


89p. 

어떤 옷을 입던 이 비좁은 지상의 삶에서 나는 여전히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리라.

-> 모든 사람은 또 모든 삶은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고통스럽다.


그저 놀기만 하기엔 너무 늙었고, 소망 없이 살기엔 너무 젊었다.

-> 중년의 삶이 또 이런 것이다.


93p. 

아니야, 아니야! 악마는 이기주의자가 아닌가.

-> 이기주의자는 인간이다. 그렇다면 모든 인간은 기본적으로 악마. 우리는 천사와 악마의 동체이다. 나는 늘 내 안에 수 많은 내가 있어 그때 그때 필요한 나를 불러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악마가 되는 것도 내가 천사가 되는 것도 내가 불러 온 것이다. 선택인 것이다.


96p.

내가 어느 순간에 집착하는 즉시 종이 되는거야. 그게 자네의 종이든 누구의 종이든 상관하지 않겠네.

-> 인간의 탐욕. 그것에 집착하는 즉시 그것의 종이 되어버리고 만다. 


97p.

내 비록 고고한 척 으스대지만 자네 정도의 존재에 불과할 뿐 저 위대한 정령이 날 물리쳤고, 자연도 내 앞에서 문을 닫아버렸다. 사색의 실마리 끊겨버리고 온갖 지식에 구역질을 느낀 지 이미 오래도다. 차라리 깊은 관능의늪에 빠져 이글거리는 열정을 잠재워보자꾸나. ... 끊임없이 활동하는 자, 바로 대장부일진대.


98p.

지식에의 갈망에서 벗어나 나의 마음은 앞으로 어떤 고통도 감수하면서 인류 전체에서 주어진 것을 내 내면의 자아로 음미해 보려네. 정신으로 가장 높고 가장 깊은 것을 파악하고 그 기쁨과 슬픔을 내 가슴에 쌓아올리면서 나 자신의 자아를 온 인류의 자아로 까지 확대시키려네. 마침내 인류와 더불어 나 역시 파멸에 이르기까지.

-> 파우스트는 완벽한 인간 즉, 신의 영역에 닿고 싶었다. 그래서 미친듯이 탐구하고 공부했다. 평생을 바쳐 공부했건만 알게 된 것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평생을 바쳐온 모든것이 한꺼번에 무너진다. 허무하다. 그는 살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쉬이 죽을 수도 없다. 연민이다. 절망이 친구하자고 한다. 애초에 만용이다. 인간의 탐욕이란 것이 언제나 이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도전하며 모험의 바다에 몸을 던진다. 또 이카로스 처럼 말이다.


104p.

그런 건 다만 습관 탓일세. 갓난아이도 엄마의 젖을 보고 처음부터 즐겨 빨아대는 게 아니야. 그러나 버릇이 들면 곧 탐욕스레 매달리게 되지. 그와 같이 자네도 날이 갈수록 지혜의 젖가슴을 더욱 탐닉하게 될 걸세.

->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찾는다. 허기를 느끼는 것 역시 먹어 본 놈이 허기를 느끼는 것이다. 지혜라고 다를 바 없다.


105p.

시간은 빨리 흐르는 것이니 아겨 쓰도록 하게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시간을 벌게 되지.


111p. 

여보게, 이론이란 모두 회색빛일세. 푸른 건 인생의 황금나무지.


언젠가는 신을 닮았다는 사실이 두려워지리라!


159p.

난 잠시도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어. 자식들이 생기자, 그것들을 위해 빵을 벌어야 했지. 아주 넓은 의미의 빵을 말이야. 그러니 내 몫을 한 번도 편안히 먹어본 적이 없었어.

-> 모든 아버지며 모든 나의 모습이다.


170p.

자기 집 아궁이와 착실한 아내는 황금이나 진주와 같느니라.


217p.

요즘 사람들은 너무나 정도에서 벗어나 있소. 옛사람들을 칭송하고 싶구려. 우리가 모든 일을 쥐고 흔들던 그때야말로 진정 황금시대였지요.

-> 한 때 잘나가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는가! 언제나 구관이 명관이었다. 나는 이런 인식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218p. 

저지른 일은 지난 일, 지난 일은 저지른 일이외다! 좀 새로운 걸 진열해 놓으세요. 새로운 것만이 우리의 마음을 끌 수 있으니까.

-> 괴테의 일침을 가끔 훅훅 폐부를 깊숙히 찔러온다. 마치 숨긴 것(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을 들킨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237p. 

끝까지 해낼 수도 없으면서, 왜 우리와 한통속이 된 겁니까? 날고는 싶은데 눈앞이 아찔해서 안 된다는게요? 우리가 당신에게 강요한 거요? 아니면 당신이 우리에게 붙은 거요?

-> 독설이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생활의 이야기지만 진실의 문을 훅 하고 치고 들어온다. 우리는 대다수 이런 질문들을 묻어두고 산다. 진실은 불편하니까...


247p. 

도망간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들이 절 노리고 있을 텐데요. 구걸한다는 건 정말 비참한 일이에요. 게다가 양심의 가책은 어떡하고요! 낯선 고장을 떠돌아다니는 건 또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요. 결국 그들이 절 붙잡고 말텐데!

-> 이러나 저러나 우리는 한 발짝도 주어진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만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내 양심에 따라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뿐이다. 결국 이것은 그들이 원하는 것일 테지만...그렇다고 도망가거나 무릎 꿇을 수는 없다. 도망을 간다 한 들 가만 둘리 없으며 무릎 꿇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양심에 따라 정해진 길을 당당히 받을 뿐이다. 그것이 죽음일지라도...


[2부]


13p. 너의 소원 하나하나 성취하려면 저기 찬란한 아침해를 보아라! 너는 잠깐 사로잡혔을 뿐, 잠은 껍질이로다. 벗어 던져라. 다른 무리들 주저하면 헤맬지라도 그대는 망설이지 말고 용감히 행동하라. 종명하여 재빨리 실천에 옮기는 그런 고귀한 자. 무엇이든 이룰 수 있나니.


15p. 여명 속에 벌써 세계는 열려있다.


24p. 이 세상에 결핍이 없는 곳이 어디 있겠나이까? 여기엔 이것이, 저기엔 저것이 없지만...


25p. 말씀 듣자오니 고명한 학자님임을 알겠습니다. 당신들 손으로 만져보지 않은 건 수십 리 밖에 있고, 당신들이 잡지 않은 건 아예 존재하니도 않으며, 당신들이 셈하지 않은 건 사실이 아니라 생각하고, 당신들이 달아보지 않은 건 무게가 없으며, 당신들이 주조하지 않은 돈은 통용될 수 없다고 믿는 거지요.


밤낮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가 하는 말에 신물이 난다. 돈이 없다니, 그럼 좋다. 돈을 만들도록 하다.

-> 총론은 알겠다. 좋은게 좋은 것지. 그러니 뭐! 어쨌다고? 그래서 어쩌라고?


26p. 돈은 이미 여기 있습니다. 하오나 그것을 손에 넣는 일, 그것이 기술입지요. 누가 그 일에 착수할 수 있을까요?


32p. 업적고 행복이 서로 연결지어 있다는 사실을 저 바보놈들은 결코 깨닫지 못하는구나.


51p. 인간의 가장 큰 적 두 가지. 공포와 희망을 사슬에 묶어, 군중에게서 떼어 놓으련다. 길을 비켜라! 그대들은 구원되었다.


56p. 저는 낭비입니다. 시이지요. 자신의 재화를 아낌없이 뿌릴 때 완성되는 시인입니다.


-> 본질은 껍질 속에 있다. 


58p. 내가 증명의 말을 해줄 필요가 있다면, 기꺼이 말하거니와 너는 내 정신의 정신이다. 너는 언제나 내 뜻에 따라 행동하고 나 자신보다 더 부유하도다. 너의 봉사에 보답하려고 어느 왕관보다도 이 푸른 나뭇가지를 더 소중히 여기노라. 모든 사람에게 내 진심을 전하노니,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진정 내 맘에 드는구나.


61p. 너는 성가신 일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 이제는 씩씩하게 네 영역으로 가거라. 여기는 네 세계가 아니다! 여기선 일그러진 형상들이 온통 뒤얽혀 사납게 몰려온다. 네가 해맑은 세계를  또렷이 볼 수 있는 곳, 너의 것이며 너만을 믿을 수 있는 곳, 그 고독의 세계(시의 세계를 말한다.)로 가거라! ... 거기에서 네 세계를 창조하라!


87p. 내가 통찰한 바를 이치에 맞게 말하면 반대의 소리가 곱절이나 크게 울려왔었지. 심지어 귀찮은 세상 일을 피해서 고적한 곳, 황량한 곳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완전히 버림받은 채 혼자 살지 않으려고, 종국엔 악마에게 내 몸을 맡기고 말았노라.


88p. 그러나 난 경직된 상태에서 생복을 찾지는 않겠다. 놀라움이란 인간의 감정 중 최상의 것이니까. 세계가 우리에게 그런 감정을 쉽게 주지 않을지라도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 보아야, 진정 거대한 걸 깊이 느끼리라.


97p. 이성 따윈 마법의 주문으로 묶어놓고 그 대신 화려하고 대담한 공상을 마음껏 자유롭게 구사하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이 감히 갈망하던 것을 이제 눈으로 보십시오. 그것이 불가능하기에, 믿을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오.


-> 헬레나에게 손을 뻗자 그녀는 사라져 버렸다. 우리가 세상에서 원하는 많은 것들은 우리가 손을 뻗으면 사라진다. 


120p. 괴상한 녀석. 어디 너 잘난 대로 해봐라! 하지만 이걸 알게 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어리석은 생각이든, 똑똑한 생각이든 옛 사람들이 벌써 생각지 않은 게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 

-> 세상의 진리란 진리는 2000년 전에 모조리 발가벗겨 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옛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은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132p. 내면의 자아를 다스릴 줄 모르는 자 일수록 자신의 오만한 뜻에 따라 이웃의 의지를 지배하려 드니까요.


152p. 뭐라고! 여인의 아름다움이란 별것이 아니오. 자칫하면 굳어버린 모습이 되기 쉽지. 찬양할 만한 미의 속성이란 오로지 삶을 즐기는 데서 솟아나는 것이오. 아름다움이란 자기 도취에 빠지기 쉬운데, 우아한 아름다움이라야 정말로 거역할 수 없는 것이지.


172p. 호문쿨루스 : 나는 이렇게 여기저기 떠돌아 다닙니다. 최상의 의미로 생성되고 싶어서지요. 이 유리를 깨뜨리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에요.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들어가고 싶은 곳이 하나도 없어요. 다만, 당신을 믿고 말씀드리는 건데 나는 지금 두 철학자의 뒤를 쫓고 있답니다. 엿듣자니, 자연, 자연! 하고 외치더군요. 이 두 사람을 놓치지 않으렵니다. 그들은 세상의 일을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결국 그들에게서 배우겠어요. 어느 쪽으로 가는 게 가장 현명한가를.

-> 또 다른 인간의 모습이면 또 다른 파우스트의 모습이 아닌가! 


202p. 

호문쿨루스 : 이 은혜로운 물 속에서는 어떤 것을 비춰 보아도 모든 게 매혹적으로 아름다운 걸.

...

네로이스 : ...조개수레 옆 가라테아의 발치에서 반짝이는 게 무엇일까? 마치 사랑의 맥박으로 고동치듯 때론 강렬히, 때론 사랑스럽게, 때론 달콤하게 불타오른다.

탈레스 : 저건 프로테우스가 꾀어낸 호문쿨루스일세...열렬한 그리움에 빠진 징조들이지....

...

모두 함께 : 부드럽게 나부끼는 바람이여, 만세! 비밀에 가득 찬 동굴이여, 만세! 이 세상 모든 것 축복 있으라. 수화풍토 4원소 모두 축복 있으라!


270p. 

오이포리온 : 이젠 절 뛰게 해 주세요. 이젠 뛰어 오르게 해 주세요. 어디든 공중으로 솟구쳐 오르고 싶은 게 제 소망이에요. 이 소망이 벌써 절 사로잡고 있어요.

-> 인간의 욕망이란 이렇게 뛰어 오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뛰어 올라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욕망에 따라 뛰어 오를 수 있어야 한다.


289p. 가장 심오한 고독의 경지를 발 아래 내려다보면서, 생각에 잠겨 이 정상의 바위 끝에 섰노라. 맑은 날 육지와 바다를 건너 살며시 날 실어와 준 구름 수레에 작별을 고한다. 구름은 흩어지지 않고 천천히 내게서 떠나간다. 둥근 덩어리, 줄지어 동쪽으로 향하니 나는 놀란 눈으로 그 뒤를 바라본다. 구름은 방황하고 물결치며 변화무쌍하다. 필경 무슨 모습인가 만들려고 한다.


296p. 당치도 않은 소리! 이 지상에는 아직도 위대한 일을 할 여지가 남아 있어. 놀랄 만한 일을 해내야 해. 과감히 노력하고픈 힘이 느껴지네.


297p. 스스로 결실이 없는 파도는 그 비생산성을 퍼뜨리려 사방팔방으로 접근해 온다. 부풀고 커지고 구르면서 황량한 해안의 보기 싫은 지역을 뒤덮는다. 연이은 파도는 힘에 넘쳐 그곳을 지배하지만,물러간 뒤엔 아무것도 이루어진 게 없다. 그것이 날 불안케 하고 절망으로 이끌었도다. 이 참을성 없는 원소의 맹목적인 힘이라니! 그리하여 내 정신은 감히 비약을 시도하려는 것. 여기서 나는 싸우고 싶다. 이것을 이겨내고 싶다.


346p. 자유로운 바다에선 정신도 자유스러워지는 법, 사리분별 따위가 무슨 소용이랴! 다만 날쎄게 잡아채면 그만이지. 물고기도 잡고 배도 잡는 거야. 우선 배 세 척을 수중에 넣은 다음 네번째 배는 갈고리로 낚는 거지. 그러면 다섯번째 배인들 별수 있겠어. 힘이 곧 정의인 것을. 무엇을 잡느냐가 문제지, 어떻게는 알 바 아니야. 내가 풋내기 항해사라면 모를까. 전쟁과 무역과 해적질은 떼어놀 수 없는 삼위일체인 것을. 


349p. 부유한 가운데 결핍을 느낀다는 건 우리의 고통 중에 가장 혹독한 것이다. 저 종소리와 보리수 향기 교회와 무덤 속인 양 나를 휩싸는구나. 더없이 강력한 의지의 선택도 이 모래에 부딪히면 산산이 부서진다. 어찌하면 마음속에서 몰아낼 수 있으랴! 저 종소리 울리면 미칠 것만 같구나.


357p. 

근심: 내 목소리, 귀에는 들리지 않아도 마음속엔 쟁쟁히 울릴 거예요. 온갖 형상으로 바뀌면서 나는 무서운 힘을 발휘한답니다. 오솔길에서나 파도 위에서나 영원히 불안한 길동무지요. 찾지 않아도 항상 나타나 저주를 받지만 아첨도 받는답니다. 당신은 아직 근심을 모르셨나요?

-> 결핍, 죄악, 곤궁, 근심 이렇게 넷이 파우스트를 찾아왔다가 다 돌아가고 근심만 들어 왔다.


359p. 근심: 가야 할까, 와야 할까? 그런 자는 결단을 내리지 못해요. 훤히 트인 길 한복판에서도 갈팡질팡 뒤뚱거리지요. 길을 잃고 점점 깊이 들어가 오가 것을 다 비뚜로 보는 거예요. 자신과 타인의 성가신 짐이 되어 숨을 쉬면서도 질식할 지경이지요. 숨막혀 죽지는 않으나 생기가 없고, 절망은 않으나 몰두할 수가 없어요. 이렇게 줄곧 굴러만 다닐 뿐, 그만 두자니 괴롭고 억지로 하자니 불쾌한 거지요. 때로는 해방디고 때로는 억압당하며, 자는 듯 마는 듯 몽롱한 상태로 꼼짝 없이 제자리에 못박힌 채 이제 지옥 갈 준비나 하는 거지요.


파우스트: ... 하지만 근심이여, 살며시 기어드는 그 큰 힘을 나는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


근심 : 저주의 말과 함께 재빨리 당신을 떠날 때, 내 위력을 알 거요! 인간이란 한평생 앞을 보지 못하니. 파우스트, 당신도 이제 장님이 되세요!


364p. 자나가 버렸다니! 어리석은 소리 어째서 지나갔다는 거냐? 지나갔다는 것과 전혀 없다는 것은 완전히 같은 것이다. 영원한 창조란 도대체 무엇이냐! 창조된 것은 무 속으로 휩쓸려가게 마련이다! <지나가 버렸다!> 여기에 무슨 뜻이 있지? 그야말로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런데도 마치 무엇이 있었던 양 뱅뱅 맴돌고 있다. 나는 오히려 영원한 허무가 좋단 말이다.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 입장을 가질만한 내공이 아니다. 희곡이라면서 읽는데 무대가 연상 되고 배우들의 움직임과 함께 이야기가 펼쳐져야 할 터인데 이런 느낌을 꿀 겨를이 없다. 글자를 읽어 내기에도 급급한 지경이니 당연할 것이다. 글자를 읽는다고 함의를 잡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저자의 의도를 꼭 읽어야 하느냐고 묻을 수도 있겠으나 다의적인 함축들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견해를 가진 후 이런 반항도 가능할 것인지라 머쓱하기 그지 없다. 


<파우스트>는 집필 기간이 60여 년에 이른다고 한다. 그 만큼 저자에게도 상당한 정도로 무겁고 버거웠던 모양이다. 그 스스로도 어떻게 끌고 가야할지 고뇌 했을 것이다. 만물박사 천재 괴테는 아니나 다를까 전편에 걸쳐서 다채롭기 그지 없는 이야기들을 다양한 등장인물과 함께 광활하게 펼쳐 놓았다. 괴테 자신이 평생토록 채우고 다듬어 놓은 지식과 경험과 지혜를 녹여 놓은 것이리라.


괴테가 파우스트를 작품화한 과정을 살펴보자

1773년(24세)에 집필을 시작하여 2년간 계속하였으나 이후 십여년간 진전이 없었다.
이때 쓴 파우스트 원고는 전하지 않지만 초고를 낭독한 것을 궁정여관 루이제 폰 괴흐하우젠이 필사해 두었는데 다행히 1887년 발견되어 <초고 파우스트>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1788년(39세) 이탈리아 여행과 함께 시심이 불타 올랐으며, 파우스트 집필을 재개하여 새로운 장(숲과 동굴)을 썼다. 이후 바이마르로 돌아와서 파우스트 집필에 진력하였으나 완성되지 않은 채 그의 전집에 수록되었다.

1797년(48세) 다시 파우스트 집필에 몰두하여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 천상의 서곡을 써넣었다.

1800년(51세) 헬레나 에피소드 구상, 훗날 제2부 제3막으로 발전하게 된다.

1808년(59세) 괴테 전집 8권에 <파우스트 1부>가 끼어서 출판되었다.

1826년(77세) 헬레나를 다른 막 완성

1829년(80세) 황제의 궁성 완성

1830년(81세)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 완성

1831년(82세) 파우스트 2부 완성, 4막은 그가 죽기 8개월 전 완성.


이 책의 작품해설(256p)에는 


‘이렇듯 괴테는 창작의 재능이 눈 뜰 때부터 죽을 때까지 파우스트 드라마에 집착했다. 파우스트에 관한 소재는 그 안에 갖가지 다채로운 모티프들을 갖고 있었고, 그것이 모두 그에겐 매력적이었다...학문에 대한 회의, 사라의 축복과 죄악은 젊은 시절의 테마였다. 장년기에는 헬레나 상의 고전적 아름다움과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이 그를 사로잡았고, 노년의 괴테를 열광케 한 것은 행위자로서의 파우스트와 그의 인류애, 거기에 창조적, 원형적인 것의 비밀,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의 상징성이었다. 이러한 소재는 시인 자신의 삶과도 각별한 연관성이 있는 것이었고, 그것이 그로 하여금 평생을 이 작품에 매달리게 햇으며, 삶의 모든 단계로부터 그 열정과 지혜와 비밀을 그 속에 충분히 불어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책의 구성]

이 책은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 천상의 서곡, 비극 제1부, 비극 제2부(1~5막)으로 이루어졌다.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 : 드라마의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천상의 서곡 : 주님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사이의 내기로 이것은 앞으로 전개될 모든 사건의 열쇠가 된다.

제1부 : 주인공 파우스트는 학문의 힘으로는 우주의 본질을 규명할 수 없다는 한계성을 절감하고 절망에 빠진다. 자살을 기도하는 순간 부활절의 종소리와 천사들의 합창이 울려와 세속적 삶에 대한 그리움을 부추긴다. 때마침 나타난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고 쾌락적 삶을 얻는 대신 영혼을 넘기리로 약속한다. 마녀의 부엌에서 영약을 마시고 20대의 청년이 된 파우스트. 순진무구한 처녀 그레트헨을 첫 쾌락이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소녀의 고귀한 사랑은 파우스트의 마음을 정화 시키고 계획이 어긋날 것을 염려한 악마 페피스토펠레스의 농간으로 그레트헨은 자신의 어머니를 파우스트는 그녀의 오빠를 죽이게 된다. 다시 메피스토펠레스는 발푸르기스의 환락으로 파우스트를 이끌고, 파우스트는 잠시 도덕적 마비에 빠지지만 그 와중에서도 그레트헨에 대한 사랑은 지우지 못한다. 그녀를 구하러 감옥으로 간 파우스트. 그러나 그녀는 온전한 정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파우스트를 용서하고 탈출을 거부하며 자신의 죄값을 받겠노라고 말한다. 이로써 그녀는 구원을 받았으며 1부의 막이 내린다.

제2부 :
1막 : 파우스트는 파탄지겨의 황제를 구해 내지만, 헬레나를 불러내라는 청까지 승낙하고 만다.메피스토펠레스가 일러준 대로 환영의 궁성에 도달해 헬레나에게 손을 뻗어 보지만 그 순간 그녀는 사라지고 파우스트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2막 : 파우스트 조수였던 바그너가 인조인간 호문쿨루스를 만들어낸다. 뛰어난 인지능력을 갖춘 이 피조물은 그를 옛 그리스 세계인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으로 안내한다. 파우스트가 헬레나를 찾는 동안 원소의 추출물에 불과한 이 피조물은 현실적 존재가 되려다가 불꽃이 되어 소멸하고 만다.
3막 : 헬레나는 메피스토펠레스의 계략대로 이웃 성의 맹주인 파우스트와 결합하게 되고 아들 오이포리온을 얻는다. 오이포리온은 더 높이 날기를 감행하지만 이카로스처럼 부모의 발치에서 죽는다. 이제 환영의 여인 헬레나도 사라지고 그녀의 옷과 베일만이 파우스트의 팔 안에 남아 있다.
4막 : 다시 돌아온 파우스트에게 메피스토펠레스는 다시 한 번 욕망과 정열의 즐거움을 주려 하지만 파우스트는 단호히 물리치고 생산적이고 선한 일에 몰두하려는 결의를 보인다.
5막 : 이제 백 살에 이른 파우스트, 개간의 삽질 소리가 요란하게 해안에 울려 퍼진다. 행동하는 자 파우스트는 이제 마적인 것과의 결탁이 무의미함을 인식한다. 근심이 그의 눈을 멀게하지만, 마음의 눈은 그가 성취한 자유의 땅, 복락의 사회를 바라본다. 파우스트는 찬란히 쓰러지고, 이 순간을 기다려온 메피스토펠레스는 그의 영혼을 가져가려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그의 영혼은 천사들에 둘러싸여 승천하였다.



[감동적이었던 장과 절]


152p. 뭐라고! 여인의 아름다움이란 별것이 아니오. 자칫하면 굳어버린 모습이 되기 쉽지. 찬양할 만한 미의 속성이란 오로지 삶을 즐기는 데서 솟아나는 것이오. 아름다움이란 자기 도취에 빠지기 쉬운데, 우아한 아름다움이라야 정말로 거역할 수 없는 것이지.


172p. 호문쿨루스 : 나는 이렇게 여기저기 떠돌아 다닙니다. 최상의 의미로 생성되고 싶어서지요. 이 유리를 깨뜨리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에요.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들어가고 싶은 곳이 하나도 없어요. 다만, 당신을 믿고 말씀드리는 건데 나는 지금 두 철학자의 뒤를 쫓고 있답니다. 엿듣자니, 자연, 자연! 하고 외치더군요. 이 두 사람을 놓치지 않으렵니다. 그들은 세상의 일을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결국 그들에게서 배우겠어요. 어느 쪽으로 가는 게 가장 현명한가를.

-> 또 다른 인간의 모습이면 또 다른 파우스트의 모습이 아닌가! 


[보완점 그 외]


이 책 역시 여러번 읽어야 할 목록에 추가 되었다.

나는 아직 이 책에 대해서 입장을 가질 수 없다.

다만, 그리스 신화들과 마찬가지로 해설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은유와 함의가 많고 다의적인 표현들이 넘쳐난다.

특히 장문의 시들은 해석의 살을 듬뿍 얻을 수 있을 것인데 나는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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