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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5일 06시 40분 등록

<파우스트> (수정중 ~ 7/15)

2014.07.15 이동희

 

1. 저자에 대하여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749 - 1832)

 

프랑크푸르트암마인 출생. 독일 고전주의의 대표자로서 세계적인 문학가이며 자연연구가이고, 바이마르 공국(公國)의 재상으로도 활약하였다. 아버지는 법률가이며 제실고문관(帝室顧問官)으로서 엄격한 성격이었으며, 시장(市長)의 딸인 어머니는 명랑하고 상냥하여 아들의 좋은 이해자였다. 7년전쟁(17561763) 때에는 프랑스에 점령되어 평화롭고 부유했던 괴테의 집도 프랑스 민정장관(民政長官)의 숙사(宿舍)가 되고, 아버지의 엄격한 교육계획 역시 중단되었으나, 괴테는 자유롭게 프랑스의 문화에 접할 기회를 얻었으며, 15세 때 그레트헨과의 첫사랑을 경험하였다.

1765
년에 라이프치히대학에 들어가 법률을 공부하면서 자유분방한 생활을 보내다가, 1768년 각혈하여 고향으로 돌아와 요양생활을 하였다. 그 무렵에 신비주의와 중세의 연금술(
鍊金術)에 관심을 갖게 되고, 어머니의 친구인 크레텐베르크의 감화로 경건파(敬虔派)의 신앙에 접근하였다. 그녀는 후일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의 모델이 되었다. 1770년 스트라스부르에서 법학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머무르면서 J.G.헤르더를 알게 되어 종래의 로코코 취미의 문학관은 철저히 분쇄당하고, 셰익스피어의 위대성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 감정의 순수성에 시의 본질을 구하려는 노력이 《들장미》의 가작(佳作)을 낳게 하였다
.

이 무렵 근처 마을 목사의 딸 프리데리케 브리온과 목가적(
牧歌的)인 사랑을 하였고 약혼까지 하였으나, 결국 일방적으로 약혼을 파기하였다. 그 후 회한(悔恨)과 마음의 부담 속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게 되는데, 이 때 겪은 내적 체험이 훗날 그의 시의 주제가 되었다. 1771년 변호사가 되어 고향에서 변호사업을 개업하였고, 1772년에는 제국 고등법원의 실습생으로서 몇 달 동안 베츨러에 머물렀다. 이 때 샬로테 부프와의 비련(悲戀)을 겪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1774)을 썼는데, 이 작품으로 일약 문단에서 이름을 떨쳤고, 독일적 개성해방(個性解放)의 문학운동인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질풍노도)’의 중심인물로서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였다
.

1775
년에 바이마르 공국의 젊은 대공(
大公) 카를 아우구스트의 초청을 받고 바이마르로 가서 여러 공직에 앉게 되고 재상이 되어 10년 남짓 국정(國政)에 참여하였다. 이 동안 그는 정치적으로 치적(治積)을 쌓는 한편, 지질학 ·광물학을 비롯하여 자연과학 연구에도 몰두하였다. 1784, 동물에만 있고 인간에게는 없는 것으로 되어 있던 간악골(間顎骨)을 발견하여(죽기 1년 전에 학회에서 인정되었음) 비교해부학의 선구자가 되었다. 이 무렵 괴테는 샤를로테 폰 슈타인 부인과 12년에 걸친 연애를 하여, 부인으로부터 인간적 및 예술적 완성에 큰 영향을 받았으나, 1786년에 이탈리아 여행을 떠남으로써 부인과의 애정관계는 끝을 맺었다
.

이탈리아에서는 수업하는 화가로서의 생활을 보내면서 l,000매에 이르는 스케치를 그렸으며, 희곡 《타우리스섬의 이피게니 Iphigenie auf Tauris(1787) 《에흐몬트 Egmont(1787) 등을 써서 슈타인 부인에게 바쳤다. 이 여행은 예술가로서의 괴테의 생애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으며, 고전주의에의 지향(
志向)을 결정한 시기로서 중요하다
.

1788
년에 바이마르에 돌아온 괴테는 조화업(
造花業)을 하는 가난한 집안의 딸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를 만나 동거하면서(정식 결혼은 l806), 비로소 가정적인 행복을 누리게 되었다. 이 무렵에 그는 시인과 궁정인의 갈등을 그린 희곡 《타소 Torquato Tasso(1789), 관능의 기쁨을 노래한 《로마 애가(哀歌)(1790)를 발표하였다. 과학논문 《식물변태론(植物變態論)》도 이 시기의 산물이다. 1791년에는 궁정극장의 감독이 되었으며, 그 때부터 고전주의 연극활동이 시작되었다
.

한편, 1789년 이후의 프랑스 혁명의 격동은 바이마르 공국도 휩쓸게 되어, 1792년에 괴테는 아우구스트 대공을 따라 프랑스로 종군하였다. 1794년부터 그는 J.C.F.von 실러가 기획한 잡지 《호렌 Horen》에 협력하여 굳은 우정을 맺었다. 이념의 사람 실러와 실재(
實在:자연)의 사람 괴테와의 이 우정은 l805년에 실러가 죽을 때까지 계속되었는데, 10년 남짓한 시기에 괴테는 실러의 깊은 이해에 용기를 얻어 많은 작품을 완성하였다. 오랫동안 중단되었던 《파우스트 Faust》의 재착수, 《빌헬름 마이스터의 도제(徒弟) 시절 Wilhelm Meisters Lehrjahre(1796)의 완성, 서사시 《헤르만과 도로테아 Hermann und Dorothea(1797)의 발표 등, ‘현재에서의 완성을 지향하는’ 독일 고전주의는 여기서 확립되었다
.

1797
년에는 실러의 《시신연감(
詩神年鑑)》에 공동작의 단시(短詩) 《쿠세니엔(손님에게 드리는 선물) 414편을 발표하여 문단을 풍자하였다. 또한 문단의 물의(物議)를 외면한 채 이야기체로 쓴 시()를 경작(競作)하여, 1797년은 ‘발라드의 해’라고 일컬어진다. 1805년 실러의 죽음과 더불어 괴테는 만년기(晩年期)를 맞이하였다. 만년의 괴테의 문학활동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은 ‘세계문학’의 제창(提唱)과 그 실천이었다. 괴테는 그 무렵에 이미 유럽 문학의 최고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 위치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나아가서 신대륙인 미국의 문학을 조망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각 국민문학의 교류를 꾀하고, 젊은 세대를 위한 세계문학적 시야를 넓혔던 것이다
.

만년의 문학작품으로서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Wilhelm Meisters Wanderjahre(1829)와 《파우스트》의 완성이 최고봉을 이룬다. 전자(
前者)는 당시의 시대와 사회를 묘사한 걸작이라 할 수 있으며, 후자(後者)는 한 인간의 생애가 전인류의 역사에 뒤지지 않는 깊이와 넓이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엄한 드라마이다. 파우스트》는 23세 때부터 쓰기 시작하여 83세로 죽기 1년 전인 1831년에야 완성된 생애의 대작이며, 세계문학 최대걸작의 하나이다. 인생과 우주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정열가였던 괴테는 만년에도 세 차례의 연애를 체험하였다
.

그 하나는 미나 헤르츨리프와의 사랑으로서, 이 소녀를 모델로 하여 소설 《친화력 Die Wahlverwandtschaften(1809)을 썼다. 또 하나는 아내 불피우스가 죽은 뒤에 알게 된 빌레머 부인과의 사랑으로, 그녀를 사모하여 읊은 《서동시집(
西東詩集) Westöstlicher Divan(19)이 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괴테는 마리엔바더로 피서여행을 갔다가 74세의 노령으로 19세의 처녀 우를리케 폰 레베초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 사랑은 거절되었으나, 그 연모의 정이 시집 《마리엔바더의 비가》(1823)에 잘 나타나 있다. 그 밖에 만년의 작품으로 《이탈리아 기행 Italienische Reise(1829)과 자서전인 《시와 진실 Dichtung und Wahrheit(1833) 등이 있다
.

또한 그의 광학(
光學) 연구의 결정인 《색채론 Zur Farbenlehre》이 1810년에 발표되었는데, 여기에는 뉴턴의 이론에 대한 잘못된 비판이 들어 있어 순학문적인 견지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으나, 탁월한 관찰과 견해가 많이 보이고 있다. 괴테는 문학작품이나 자연연구에 있어서, ()과 세계를 하나로 보는 범신론적(汎神論的) 세계관을 전개하였으며, 그의 종교관은 범신론적 경향이 뚜렷하지만, 복음서의 윤리에는 깊은 존경을 표시하였다. 그의 유해는 바이마르 대공가(大公家)의 묘지에 대공 및 실러와 나란히 안치되어 있다.

(두산 백과 인용)

 

작가 연보 (민음사 파우스트 인용)

연도

주요 사항

1749

8 28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요한 카스파르 괴테 (1710 ~ 1782)는 명목상의 황실 고문관으로 법학을 공부한 부유한 인사였으며, 어머니 카타리나 엘리자베트 (1731 – 1808)는 프랑크푸르트 시장의 딸로서 천성적으로 활발하고 명랑하였다.

1750

누이동생 코르넬리아가 태어났다 (그 이후 출생한 남동생 둘, 여동생 둘은 모두 출생 후 얼마 안 되어 사망하였다.

1753

크리스마스날 할머니로부터 인형극 상자를 선물받았다(지금도 프랑크푸르트의 괴테하우스에 보존되어 전시중이다.)

1757

조부모에게 신년시를 써서 보냈다. (보존되어 있는 괴테의 시 작품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1759

프랑스군이 프랑크푸르트를 점령하였다. 군정관 토랑 Thoranc 백작이 2년쯤 괴테의 집에 머물렀는데, 그를 통해 소년 괴테는 미술과 프랑스 연극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1765

10월에 라이프치히로 가서 대학에 입학하였다. 베리쉬 Behrisch, 슈토크 stock, 외저 Oeser 등의 예술가들과 사귀며 문학과 미술 공부를 하였고, 그리스 연구가 빙겔만 Winckelmann의 글을 읽고 계몽주의 극작가 레싱 Lessing의 연극을 관람하였다.

1766

식당 주인 쇤코프의 딸 케트헨을 사랑하여 교제하였다. 그녀에게 바친 시집 <아네테 Annette>는 베리쉬에 의해 보존되었다.

1767

첫 희곡 <연인의 변덕 Die Laune des Verliebten>을 썼다 (이듬해 4월에 완성)

1768

케트헨과의 애정 관계를 끝냈다. 6월에 빙켈만의 살해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7월 말 각혈을 동반한 폐결핵에 걸려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1769

이전 해 11월 시작한 희곡 <공범자들 Die Mit schuldigen>을 완성했다.

1770

슈트라스부르크 대학에 입학하여 법학 공부를 계속하였다. 눈병 치료차 슈트라스부르크에 온 혜르더 Herder와 교우하며 문학과 언어에 관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 10월 근교의 마을 제젠하임에서 그곳의 목사 딸 프리데리케 브리온 Friederike Brion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1771

프리데리케와 자주 만나며 그녀를 위한 서정시를 많이 썼다. 교회사 문제를 다룬 학위 논문은 민감한 내용 때문에 불합격되었으나 대신 그에 준하는 시험에 통과하여 공부를 마쳤다. 8월 프리데리케와 작별하고 고향으로 떠났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변호사를 개업하였으나 문학에 더 몰입하였다. 슈투름 운트 드랑의 성향이 짙은 희곡 <괴츠 폰 베를리힝엔 Gotz von Berlichingen>의 초고를 썼다.

1772

아버지의 제안에 따라 베츨라의 고등법원에서 견습 생활을 했다. 그곳에서 만난 샤로테 부프 Charlotte Buff를 연모하게 되었으나 약혼자가 있는 여자였으므로 단념하였다. 이 못 이룬 사랑의 체험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의 소재가 되었다.

1773

<괴츠>를 출간하고, 슈트라스부르크 시절부터 구상했던 <파우스트 Faust>의 집필을 처음 시작하였다. <마호메트 Mahomet>,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를 쓰고, 오페레타 <에르빈과 엘미레 Erwin und Elmire>의 집필을 시작하였다.

1774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시작하여 4월에 완성하였다. <괴츠>가 베를린에서 초연되었고, 희곡 <클라비고Clavigo>를 썼다. 당대의 대시인 클롭슈톡과 편지를 교환하였다.

1775

프랑크푸르트 은행가의 딸 릴리 쇠네만을 사랑하여 약혼하였으나 반년쯤 후에 파혼하였다. 희곡 <스텔라Stella>를 썼다. 칼 아우구스트Karl August공의 초청을 받고 바이마르를 방문하였다.

1776

바이마르<당시 인구 6000명 정도의 도시)에 머물기로 결심하고, 7월 추밀원 고문관에 임명된 후 정식으로 바이마르 공국의 정사를 관여하였다. 궁정여관 샤로테 폰 슈타인 Schalotte von Stein 부인과 깊은 우정 관계를 맺고 그녀로부터 많은 격려와 도움을 받았다.

1777

<공범자들>, <에르빈과 엘미레>가 공연되었다.

1778

희곡 <에그몬트Egmont>에 전념하여 몇 장()을 집필하였다.

1779

<이피게니에 Iphigenie>(산문)을 완성하여 초연하였다. 슈투트가르트에 들러 실러가 생도로 있는 Karl 학교를 방문하였다.

1780

희곡 <타소 Tasso>를 구상하였다. <파우스트>의 원고를 아우구스트 공 앞에서 낭독하였다. 그 원고를 궁정여관 루이제 폰 괴흐하우젠이 필사해두었는데, 그것이 훗날 <초고 파우스트>의 출간을 가능하게 했다.

1782

황제 요제프 2세로부터 귀족의 칭호를 받았다. 아버지가 별세하였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Wilhelm Meisters Lehrjahre>의 집필을 시작하였다.

1786

식물학과 광물학의 연구에 관심을 기울였다. 칼 아우구스트 공, 슈타인 부인, 헤르더 등과 휴양 차 칼스바트에 체재하다가 몰래 이탈리아 여행길에 올랐다. 로마에서 화가 티슈바인, 앙겔리카 카우프만, 고고학자 라이펜슈타인 등과 교우하며 고대 유적의 관찰에 몰두하였다. <이피게니에>를 운문 형식으로 개작하였다.

1787

이탈리아 체류를 연장하고 나폴리와 시칠리아 섬까지 돌아보았다. <에그몬트>를 완성하여 원고를 바이마르로 보냈다.

1788

6월에 스위스를 거쳐 바이마르로 돌아왔다. 귀환 후 슈타인 부인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평민 출신의 그리스티아네 불피우스와 만나 동거 생활을 시작하였다 (후에 괴테의 정식 부인이 되었다). 실러와 처음 만났으나 절친한 관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실러는 괴테의 주선으로 예나 대학의 역사학 교수 자리를 얻었다.

1789

크리스티아네와의 사이에 아들 아우구스트가 태어났다. 당대의 학자 빌헬름 폰 홈볼트와 친교를 맺었다.

1790

괴센 판 괴테전집에 <파우스트 단편 Faust, ein Fragment>을 수록하였다. 색채론과 비교 해부학 연구에 몰두하였다.

1791

바이마르에서 <에그몬트>가 초연되었다.

1792

프랑스 혁명군에 대항하는 프러시아 군에 소속되어 베르텡 공방전에 종군하였다.

1793

연합군의 일원으로 프랑스군 점령지인 마인츠 포위전에 참가하였다가 8월에귀환하였다. 그 체험을 살려 희곡 <흥분된 사람들 Die Aufgeregten>을 썼다.

1794

새로 건립된 예나의 식물원을 맡아 관리하였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의 개작을 시작하였다. 실러와 <호렌 Horen>지 제작에 함께 협조하면서 가까워졌다.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과 처음으로 만났다.

1795

<독일 피난민의 대화 Unterhaltungen deutscher Ausgewanderten>를 출간하였다. 홈볼트 형제와 해부학 이론에 관심을 쏟았고, 실러와 공동으로 경구집 <크세니엔 Xenien>의 출간을 구상하였다.

1797

서사시 <헤르만과 도로테아 Hermann und Dorothea>를 집필하였다. 실러의 격려와 독촉으로 <파우스트>에 다시 매달려 <헌사>, <천상의 서곡>, <발푸르기스의 밤>을 집필하였다.

1799

티크, 슐레겔 등과 친교를 맺었다. 희곡 <사생아 Die naturliche Tochter>의 집필을 시작하였다.

1803

<사생아>를 완성하여 첫 공연을 가졌다. 절친했던 친구 헤르더가 사망하였다.

1805

5월에 실러가 죽었다. 괴테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내 존재의 절반을 잃은 것 같다>고 술회하였다.

1806

나폴레옹 군대에 의해 바이마르가 점령되었다. 크리스티아네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1807

아우구스트 공의 모친 안나 아말리아가 사망하여 추도문을 작성하였다.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Wilhelm Meisters Wanderjahre>의 집필을 시작하였다.

1808

<파우스트> 1부가 출간되었다. 소설 <친화력 Wahlverwandtschaften>을 구상하고 집필을 시작하였다. 9월에 어머니가 별세하였고, 나폴레옹과 두 차례 회견하였다.

1810

칼스바트와 드레스덴으로 여행하였다. <색채론 Zur Farbenlehre>을 완성하였다.

1811

자전적 기록인 <시와 진실 Dichtung und Wahrheit>에 전념하여 9월에 1부를 완성하였다. <에그몬트>에 대한 베토벤의 편지를 받고 2부를 집필하였다.

1812

베토벤의 음악을 곁들인 <에그몬트>가 초연되었고, 칼스바트에서 몇 차례 베토벤을 만났다. <시와 진실> 2부를 집필하였다.

1813

<시와 진실>3부를 완성하고, <이탈리아 기행 Italienische Reise>의 집필을 시작하였다.

1814

페르시아의 시인 하피스의 시집 <디반 Divan>을 읽고 자극을 받아 <서동시집 West-ostlicher Divan>에 착수하였다. 라인과 마인 지방을 방문하였다.

1815

재상으로 임명되었다. 희곡 <에피메니네스의 각성>이 공연되었고, <서동시집>에 수록할 140편 정도의 시가 씌어졌다.

1816

아내 크리스티아네가 중병으로 사망하였다. <이탈리아 기행> 1부를 완결하고 곧 2부 집필에 착수했다. 잡지 <예술와 고대 Uber Kunst und Altertum>의 발간을 시작하였다.

1817

영국 시인 바이런의 시를 탐독하였다.

1819

<서동시집>을 마무리짓고 출판하였다.

1821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를 완성하여 출간하였다.

1823

괴테 숭배자 에커만 J.P. Eckermann이 찾아와 조수가 되었다. 그는 <만년의 괴테와의 대화 Gesprachemit Goethe in den letzten Jahren seines Lebens>의 필자로 유명하다.

1828

칼 아우구스트 공이 사망하였다.

1829

<파우스트> 1부가 다섯 개 도시에서 공연되었다. <이탈리아 기행> 전편이 완결되었다.

1830

아들 아우구스트가 로마에서 사망하였다. 폐결핵에 걸려 각혈까지 하게 되었다.

1831

<시와 진실> <파우스트> 2부를 완성하였다. 82  생일을 일메나우에서 보냈다.

1832

3 22일 운명하였다.

 

 

2.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P10 시인

아니, 차라리 절 고요한 천상의 한 구석에라도 데려다 주세요. 거기서만 시인에겐 순수한 기쁨이 피어나고, 거기서만 사랑과 우정이 신성한 손길로 우리 마음에 축복을 가꾸어 심어줄 것입니다.

, 마음 깊은 곳에서 샘솟아 나온 것,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성공하면서 우리 입술이 수줍은 듯 웅얼웅얼 노래한 것, 난폭한 순간의 힘은 이것들을 삼켜버리기도 하지만. 종종 여러 해의 각고 면려 후에야 완성된 모습을 나타나기도 합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건 순간을 위해 생겨난 것이지만, 참된 건 후세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는 법이랍니다.

 

P11 어릿광대

쓸 만한 젊은이가 하나 있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대견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유쾌한 기분을 불러낼 줄 아는 자는 군중의 기분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지요. 바라는 건 떼지어 몰려드는 관객뿐이에요. 그래야 더욱 신명나게 흥을 돋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당신도 멋들어진 걸작을 한 내보이세요. 환상에다 온갖 풍류를 다 곁들어봐요. 이성, 오성, 감성, 정열 뭐든지 다 좋지요. 하지만 명심하세요. 익살을 빠뜨려선 안 된다는 사실을!

 

P13 단장    

시인이라는 자네, 잔뜩 고자세를 취하며 무얼 꿈꾸는 건가? 가까이 다가가 고객들을 유심히 살펴보게나. 절반은 냉담하고 절반은 촌스럽다네. 공연이 끝나면 질탕한 밤을 보내려는 자들로 득시글 거리지. 이런 바보들을 상대로 고구한 뮤즈 신을 괴롭힌단 말인가? 일러두네만, 그저 많이, 점점 더 많이 내놓기만 하라고.

 

P14 시인    

시인은 무엇으로 만인의 심금을 울리는 걸까요? 무엇으로 모든 원소를 이겨낼 수 있을까요? 그것은, 가슴속에 솟아나와 온 세계를  다시 가슴 속으로 이끌어들이는 조화의 힘이 아닐까요? 저 자연이 끝없이 긴 실오라기를 무심히 물레에 감아 돌릴 때, 조화롭지 못한 무리들이 중구난방 역겨운 소리를 낼 때, 누가 이 단조롭게 흘러가는 대열에 생명을 불어넣어, 운율을 띠고 약동하게 만들겠어요? 누가 개개의 것을 골고루 성스럽게 하여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게 하겠어요? 누가 폭풍우를 미친 듯한 열정으로 만들 것이며, 저녁 노을이 의미 깊게 타오르도록 하겠어요? 누가 사랑하는 사람이 가는 길에 아름다운 봄꽃을 뿌려줄 것이며, 누가 이름 모를 잎새들을 엮어 온갖 공적을 기리는 영예의 관을 만들겠어요? 누가 올림포스 산을 보전하고, 누가 제신들을 화합케 하겠어요? 그것은, 시인 속에 현현되는 인간의 힘일 뿐이지요.

 

P15 어릿광대

마치 사람들이 사랑의 모험에 몰두하듯 말이에요. 우연히 가까워져 의기투합해 머물다가 점점 깊어져 인연의 굴레 속에 얽혀드는 거지요. 하지만, 행복해지는가 싶더니 싸움질이요, 깨가 쏟아지는가 싶더니 고통의 연속이라, 눈 깜짝할 사이에 소설 한 권 엮어내는 겁니다. 우리도 이런 연ㄱ극 하나 해봅시다. 풍성한 인간의 삶 속에 손을 뻗기만 하자고요. 각자 체험을 하면서도 의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그걸 붙잡아내기만 해도 흥미로운 것이 괴겠지요. 잡다한 형상 속에 명징함을, 수많은 오류 속에 진리의 불꽃 한 점 흘려 넣으면 그것으로 최상의 술을 빚어낸 셈이니 온 세상은 생기를 띠고 소생하게 될 것이외다.

 

P15 어릿광대

정감에 넘치는 사람들은 당신의 작품에서 감성의 자양분을 빨아들일 것이요, 때로는 이것, 때로는 저것에 감동되어 각자 마음속에 무언가를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당장 울고 웃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비약을 좋아하고, 가상의 세계를 즐기지요. 완성된 사람에겐 그 어느 것도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성숙돼 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P16 시인   

그렇다면, 내게도 나 자신 아직 미완성이던 그 시절을 되돌려주오. 노래의 샘물이 끊임없이 용솟음쳐 오르던 그 시절, 안개가 온 세상을 가리고 꽃봉오리가 아직도 기적을 약속해 주던 시절, 골짜기마다 가득 메웠던 온갖 꽃들을 꺾었던 그 시절 말이오. 가진 것 없어도 마음은 흡족했으니, 진리에의 충동과 환상에의 기쁨이 있었기 때문이었소.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던 충동, 그 깊고도 괴로움에 찬 행복, 미움의 힘, 사랑의 위력, 나의 절은 날을 되돌려주오!

 

P23 주님  

그가 지금은 비록 혼미한 가운데 날 섬기고 있지만, 내 멀지 않아 밝은 곳으로 인도할 것이니라. 정원사도 나무가 푸르러지면,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릴 것임을 알게 되는 법.

 

P24 주님

그가 지상에 살고 있는 동안에는 네가 무슨 유혹을 하든 말리지 않겠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P36 파우스트

모든 개체들이 어울려 전체를 이루고, 하나가 다른 하나에 작용하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P37 파우스트

축복의 향기 풍기면서 이 모든 것 하늘로부터 지상으로 내려와 조화롭게 삼라만상을 통해 울려 퍼진다! 이 무슨 장관이랴! 그러나 아아! 그저 한낱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을 뿐

 

P37 파우스트

이 부적은 어찌 이리도 다르게 작용할까? 대지의 정령이여, 그대가 내게 더 가깝구나. 벌써 힘이 솟아나는 것 같고, 새로운 술에 취한 듯 몸이 달아오른다. 과감히 세상에 뛰어들어 지상의 고뇌도 지상의 행복도 다 함께 맛보면서 밀려드는 폭풍에도 끄떡없이 배가 부서지는 소리에도 겁내지 않을 것 같다. 내 머리 위로 구름이 피어오르는구나--- 달빛이 스러지고--- 등불이 꺼지는군! 안개가 끼고-- 붉은 광선이 내 머리 위로 번득인다-- 둥근 천장으로부터 음산한 바람이 불어내려 날 엄습한다!

 

P41 지령

생명의 흐름에서, 행위의 폭풍에서 오르락 내리락 골고루 관장하고 이리저리 누비며 짜낸다! 탄생과 무덤 영원한 바다 변화무쌍한 조직 불타는 생명 나, 시간이라는 소란한 배틀에 앉아 신의 생동하는 옷을 짜낸다.

 

P43 파우스트

만약 진심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걸세. 마음에서 우러나와 강령한 원초적 흥미로써 뭇 사람의 심금을 울리지 못한다면 말이야. 항상 죽치고 앉아 있어보라지! 주워 모은 조각들을 아교풀로 붙이거나, 남의 잔칫상 찌꺼기나 모아 잡탕을 끓이거나, 자네의 작은 잿더미에서

보잘것없는 불꽃을 살려내 본들 어린애와 원숭이들이나 감탄할까. 그런 것이 자네 구미에 맞다면 그만이겠지만---- 하지만 그것이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면 결코 마음과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다.

 

P43 파우스트

성실한 태도로 성공의 길을 찾게나! 소리만 요란한 바보는 되지 말아야지! 이성과 올바른 마음만 가진다면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연설은 저절로 되는 법이라네. 하는 말에 진실이 담겨 있다면, 

굳이 말투를 꾸며낼 필요가 어디 있겠나? 그렇지, 자네들의 연설이 번지르르해도, 내용인즉 삶의 휴지 조각을 구겨 넣은 듯, 가을날 마른 가랑잎 사이로 스쳐가는 안개바람처럼 칙칙한 것일 테지.

 

P44 바그너  

, 맙소사! 예술은 길고 우리의 인생은 짧습니다. 근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을 터득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요.

 

P44 파우스트

그런 양피지 책이, 무슨 성스런 샘물이나 되듯 한 모금 마셔 영원히 갈증을 풀어줄 수 있겠나?  그것이 자네의 영혼에서 샘솟은 것이 아니라면, 상쾌한 맛을 얻지 못할 것일세.

 

P47 파우스트

정신이 획득한 아주 훌륭한 것에도 점차 이질적인 물질이 달라붙는 법, 우리가 이 세계의 선에 도달한다 할지라도 더 나은 선이, 그것을 거짓이며 착각이라고 부르는 법, 우리에게 생명을 부여해 준 아름다운 감정들도 어지러운 속세에서 마비돼 버리고 마느니.

 

P47 파우스트

환상이 보통 때는 대담하게 나래를 펴고 희망에 가득 차 영원한 경지까지 날아가다가도, 기대했던 행복이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좌초하게 되면, 이젠 조그만 공간에도 만족하게 된다. 곧 마음속 깊이 걱정이 둥지를 틀게 되고, 거기 남모르는 고통이 생겨나 불안스레 흔들대며 기쁨과 안식을 방해한다. 걱정은 항상 새로운 탈을 쓰고 나타나는 즉 집과 농장, 아내와 자식, 또는 불, , 비수 그리고 독약이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별것도 아닌 일 때문에 두려워 떨고,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을 놓고 줄창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이다. 나는 신들을 닮지 않았다! 그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나는 쓰레기 더미를 파헤치는 벌레와 닮았다. 쓰레기를 먹으며 살아가다가 나그네의 발길에 밟혀 파묻혀버릴지도 모른다.

 

P48 파우스트

여기에서 내게 없는 걸 찾아야 한단 말인가? 어디서나 인간들은 고통을 겪는다는 것, 어쩌다 하나쯤 재수 좋은 놈이 존재했다는 것. 그걸 알려고 수천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 텅 빈 해골바가지야, 왜 너는 나를 향해 히죽거리느냐? 너의 두뇌도 한때는 나처럼 헷갈리면서 안락한 날을 희구하고, 답답한 어스름 속에서 열렬한 진리를 찾아 처량하게도 헤매었겠지?

 

P49 파우스트 

이 얼마 안 되는 고물단지들을 지고 땀을 흘리느니 진작 탕진해 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조상에게서 상속받는 것은 그저 소유하기 위해 획득했을 뿐, 사용치 않는 재산은 무거운 짐이 될 따름이니 순간이 만들어내는 것만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P50 파우스트

너 진기한 플라스크 병아, 네게 인사를 보내며, 이제 경건한 마음으로 집어 내린다! 네 안에 들어 있는 인간의 지혜와 기술을 존경하노라. , 고이 잠들게 하는 영액이여, 죽음을 가져오는 회한한 힘의 정수여, 네 주인에게 은혜를 베풀어다오! 너를 보니, 자못 고통이 가시고, 너를 손에 잡으니 의욕도 감소되는 게 정신의 조류가 썰물처럼 서서히 빠져나간다. 망망대해로 나, 떠밀려 나가니 거울 같은 바닷물이 내 발치에서 반짝이고 새로운 날이 나를 새로운 강변으로 유혹하는구나.

 

P51 파우스트

인간의 용기는 신의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 환상 속에 고통을 만들며 자신을 저주하는 저 어두운 동굴 앞에서도 떨지 않는다는 것, 지옥의 모든 불길 활활 타오르는 저 좁은 통로를 통해 과감히 들어가 비록 허무 속으로 휩쓸려들 위험이 있다 해도 이 발길 씩씩하게 내디딜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을. , 이리 내려오렴, 깨끗한 수정 술잔아! 내 오랜 세월 잊고 있었던 그 낡은 상자에서 나오너라! 너는 조상들의 즐거운 축제 때마다 빛을 발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널 건넬 때마다 점잖은 손님들을 흥겹게 해 주었다. 온갖 기교의 아름다운 무늬를 보며, 음주가는 의무적으로 시를 읊조리고 단숨에 술잔을 비워야 했다. 젊은 날의 수많은 밤들이 기억나지만, 오늘은 널 옆사람에게 돌리려는 게 아니다. 네 그림무늬를 가지고 나의 시재를 발휘하려는 것도 아니다. 여기 빨리 취하게 하는 액체가 있으니, 이 갈색의 액체로 네 빈 속을 가득 채워주겠다. 내 일찍이 마련했다가 이제 선택하노니, 이 마지막 술잔, 내 마음 다 바쳐 엄숙한 축복의 인사와 더불어 새아침을 위해 건배하노라!

 

P53 파우스트

너희 하늘의 노랫소리여, 힘차고 부드럽게 울리며 무엇을 찾는가? 쓰레깃더미에 처박힌 나를 찾는가? 저기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나 울려 퍼지려무나. 복음은 잘 들리지만, 나에겐 믿음이 없다. 기적은 믿음의 가장 사랑스러운 자식. 기쁜 소식 들려오는 저 영역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귀에 익은 저 음조 나를 다시 삶 속으로 되불러주는구나. 예전엔 엄숙하고 조용한 안식일에 하늘의 사랑을 담은 키스가 내게 내려졌었다. 그때 종소리는 예감에 가득 차 온 누리에 울려퍼졌고, 내 기도는 바로 열렬한 기쁨이었다. 말할 수 없이 감미로운 그리움이 날 숲과 초원으로 내달리게 했고, 뜨겁게 흐르는 눈물 속에서 나, 새로운 세계가 생겨남을 예감했었다. 저 노랫소리는 젊은이게 즐거운 유희와 축제일의 신명나는 즐거움을 알려주었지. 추억이 나를 천진스런 동심으로 이끌어 마지막 엄숙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구나. , 계속하여 울리거라, 너희 달콤한 하늘나라의 노랫소리! 눈물이 솟구치는 구나, 이 땅이 날 다시 받아들이는구나!

 

P60 파우스트

다정한 봄의 시선에 생기를 얻어 강물도 시냇물도 얼음에서 풀렸구나. 골짜기엔 푸른 희망의 기쁨. 오랜 겨울은 힘을 잃고 거친 산 속으로 물러났다. 도망치면서도 거기로부터 힘없는 싸락눈을 뿌렸는가, 푸른 들판 위에 줄무늬를 그린다. 그러나 태양은 어떤 흰색도 용납하지 않는다. 도처에 형성과 노력의 기운 꿈틀거리고, 만물은 온갖 색깔을 띠고 생동한다.

 

P60 파우스트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까닭은 그들 스스로가 소생했기 때문이리라. 오막살이의 답답한 방으로부터 직공이나 상인의 질곡으로부터 박공이나 지붕의 중압감, 쥐어짜는 듯 비좁은 거리, 교회의 엄숙한 어둠으로부터 그들은 모두 빛을 찾아 나온 것이다.

 

P67 파우스트

, 누구든 이 미혹의 바다에서 아직은 벗어날 수 있다고 희망하는 자, 행복하도다! 알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필요로 했지만, 알고 있는 것은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황금의 시간을 이 따위 우울한 생각으로 망치지 말자! 저길 좀 보게나, 빛나는 저녁햇살 속에 푸른 숲에 둘러싸인 오두막집이 빛나는 양을. 석양이 기울어 하루의 생명이 다하면 태양은 서둘러 달려가 새로운 삶을 촉구한다. , 내게 날개가 있다면 땅에서 솟구쳐 올라 태양을 따라 어디든 날아갈 수 있으련만! 영원한 석양 속에 발 아래 고요한 세계를 볼 수 있으련만. 산봉우리들은 이글거리고 골짜기는 고요한데, 은빛 시냇물이 황금빛 강물 속으로 흘러 들리라. 수많은 골짜기가 있는 험준한 산도

신처럼 날아가는 나의 행로를 막지 못하고, 어느새 따뜻한 만을 낀 바다가 놀라는 내 눈앞에 전개되리라. 그러나 결국 태양의 여신은 가라앉은 것이다. 그래도 내겐 새로운 충동이 깨어나 태양의 영원한 빛 마시기 위해 달려가리라. 낮을 앞에 안고 밤을 등지고, 위로는 하늘, 아래로는 푸른 물결 굽어보면서. 이것은 아름다운 꿈, 그 사이에 여신은 자취를 감추는구나.

 

P68 파우스트

아아! 정신의 날개 이토록 가벼운데 육신의 날개가 응해 주질 못하누나. 그러나 머리 위 푸른 하늘 속으로 낭랑한 종달새의 노래 울려 퍼질 때, 하늘 높이 치솟은 전나무 위로 독수리 날개를 활짝 펴고 선회할 때, 초원 위로, 호수 위로 두루미가 고향을 찾아 헤맬 때, 누구의 마음인들 하늘 높이 솟구쳐 나아가지 않으랴. 그것이 우리 모두의 타고난 천성일진대.

 

P68 바그너

숲과 들을 바라봐도 이내 싫증이 나고 새의 날개 따위도 부러울 것 같지 않네요. 하지만 이 책 저 책, 이 쪽 저 쪽 읽어가는 정신의 즐거움은 얼마나 다른지요! 긴 겨울밤이 은혜롭고 아름다우며, 축복받은 생기가 온몸을 따사롭게 해줍니다. 아아! 그때 귀한 양피지 책이라도 펼쳐놓으면 천국이 온통 제게로 내려온 기분이랍니다.

 

P68 파우스트

내 가슴속엔 아아! 두개의 여혼이 깃들여서 하나가 다른 하나와 떨어지려고 하네. 하나는 음탕한 애욕에 빠져 현세에 매달려 관능적 쾌락을 추구하고, 다른 하나는 과감히 세속의 티끌을 떠나 숭고한 선인들의 영역에 오르려고 하네.

 

P80 메피스토펠레스 

조그만 진리를 말씀 드려야겠군요. 조그만 바보의 세계를 이룬 인간이 스스로를 보통 전체라고 생각하지만--- 소생 따위는, 처음에 전체였던 일부분의 또 일부분 이랍니다. 저 빛을 낳은 암흑의 일부분이지요. 저 오만한 빛은 모체인 밤을 상대로, 옛 지위, 즉 공간을 빼앗으려 싸움을 벌였지만, 아무리 애를 써봤자, 그건 안 될 일입니다. 빛이란 결국 물체에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에요. 빛은 물체에서 흘러나오고 물체를 아름답게 하지만, 물체는 빛의 진로를 가로막지요. 그리하여 제가 바라는 대로, 오래지 않아 물체와 더불어 빛도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P80 파우스트

이제야 자네의 고상한 사명을 알겠구먼. 자네가 대규모로는 아무것도 파괴할 수 없으니까. 이제 조그만 것부터 시작하려는 것이렷다.

 

P81 메피스토펠레스

무와 맞서고 있는 그 무엇 이 볼품없는 세계에 대해 벌써 여러 차례 시도해 보았지만, 도저히 그것을 장악할 수 없더군요. 파도, 폭풍, 지진, 화재 등 온갖 것 동원해도 결국 바다도 육지도 멀쩡하게 남아 있더라고요! 게다가 동물이니 인간이니 하는 빌어먹을 족속들 도무지 손도 쓰지 못할 만큼 질기더란 말입니다! 벌써 얼마나 많은 놈들을 땅에 파묻었던가요! 하지만 여전히 새롭고 신선한 피가 순환하고 있는 겁니다. 일이 계속 이 지경이니, 정말 미칠 노릇이에요! 공기, 물 그리고 땅에서 수많은 새싹이 돋아납니다. 메마른 곳, 축축한 곳, 따뜻한 곳, 심지어는 추운 곳에서까지! 만약에 제가 불꽃이라도 잡아두지 못했다면, 내세울 만한 것이 하나도 없을 뻔했어요.

 

P89 파우스트

나는 아침마다 두려운 마음으로 깨어난다. 쓰디쓴 눈물 흘리며 울고 싶어지는 것은, 하루가 다 지나가도록 한 가지도, 단 한 가지 소망도 이루지 못한 때문이며, 모든 쾌락에의 예감조차 집요한 비판으로 감소되고, 가슴 속에 약동하는 창조의 열정도 오만 가지 세상 일로 방해 받기 때문이다.

 

P97 메피스토펠레스

어찌하여 그리도 열을 올리며 장황한 과장을 늘어놓으십니까? 아무 종이 쪽지라도 좋습니다. 그저 한 방울의 피로 서명만 해주십시오.

 

P98 파우스트

다시 말하지만, 쾌락이 문제가 아닐세. 이러한 도취경에 내 몸을 맡기는 것일세. 고통스러운 향락, 사랑에 눈먼 증오, 속이 후련해지는 분노에. 지식에의 갈망에서 벗어나 나의 마음은 앞으로 어떤 고통도 감수하면서 인류 전체에게 주어진 것을 내 내면의 자아로 음미해 보려네. 내 정신으로 가장 높고 가장 깊은 것을 파악하고, 그 기쁨과 슬픔을 내 가슴에 쌓아 올리면서 나 자신의 자아를 온 인류의 자로까지 확대시키려네. 마침내 인류와 더불어 나 역시 파멸에 이르기까지.

 

P100 파우스트

내 모든 감관이 열망하는 인생의 왕관을 쟁취하지 못한다면 나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P100 메피스토펠레스

당신은 결국 ---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지요. 몇백만의 고수머리털로 된 가발을 쓴다 해도, 제아무리 굽 높은 구두를 신는다 해도 당신은 여전히 당신일 따름입니다.

 

P100 파우스트

나도 그걸 느끼네. 부질 없이 나는 인간 정신의 온갖 보화를 긁어모은 꼴일세. 결국 이렇게 주저앉아 있어도 내부에서 아무런 힘도 새로이 솟아나지 않는군. 털끝만큼도 높아지지 못하고, 한 걸음도 무한한 자에게 다가서지 못했네.

 

P127 파우스트

이 미치광이 짓 같은 마술이 역겹구나! 내가 이 광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치유될 수 있다고 장담하는 건가? 한 노파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고? 그리고 이 더러운 국물이 내 몸을 삼십 년이나 젊게 해준다고? 자네가 더 나은 방법을 모른다니, 슬픈 일이다! 이미 내게서 희망은 사라졌다. 자연도, 고귀한 정령도 이렇다할 영약을 찾아내지 못했단 말인가?

 

P138 메피스토펠레스

완전한 모습이란 현자에게나 바보에게나 똑같이 신비에 차 있으니까요. 친구여, 학문이란 낡고도 새로운 것이 아닐까요.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여서, 셋이 하나요, 하나가 셋이라 하며 진리 대신 오류를 퍼뜨리는 것이지요. 이렇게 지껄이며 멋대로 가르치는데 누가 그런 바보와 상종하려 하겠습니까? 흔히 인간들은 무슨 말을 들으면 그 속에 무언가 생각할 게 있다고 믿지요.

 

P139 메피스토펠레스

, 주욱 들이켜요! 계속해서! 곧 마음이 상쾌해질 것입니다. 악마와 너나하는 사인데 이 따위 불꽃을 두려워한단 말입니까?

 

P146 파우스트

반갑다, 감미로운 저녁놀이여. 이 성스런 방을 두루 비춰주는구나! 희망의 이슬을 마시며 연명하는 너 달콤한 사랑의 아픔이여, 내 마음을 사로잡아다오!

 

P148 메피스토펠레스

저 귀엽고 어린 것이 당신의 소망과 뜻에 따르길 바라 이러는 거지요. 그런데 당신 표정은 강의실에라도 들어가는 것 같군요. 물리학과 형이상학이 당신 앞에 잿빛 모양으로 서 있는 것 같구요.

 

P154 메피스토펠레스

저렇게 사랑에 빠진 바보는 애인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라면 해, , 온갖 별들까지 허공에서 폭파하려 든단 말이야.

 

P163 메피스토펠레스

거짓 증언을 하는 것이 평생 처음이란 말인가요? 당신은 신과 세계와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것에 대해, 또 인간과, 인간의 머리와 가슴 속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자신만만하게 정의 내린 적이 없었던가요? 뻔뻔스런 얼굴, 오만한 가슴으로 말입니다.

 

P166 마르가레테

전 알아요. 당신이 절 아껴주시느라고 마냥 겸손해하시는 것을요. 전 부끄럽기만 해요. 여행을 많이 하신 분은 마음이 넓어 싫은 내색 않고 상대해 주는데 익숙하신 거지요. 그렇게 경험 많으신 분에게 하잘 것 없는 제 얘기가 재미 없으리란 것도 잘 알아요. 파우스트 당신의 눈짓, 당신의 말 한 마디가 세상의 어느 지혜보다 더 즐겁습니다.

 

P169 파우스트 

당신은 정말 가장 순수한 행복을 맛보았군요.

 

P169 마르가레테

하지만 정말 힘든 순간도 많았어요. 밤이면 아기의 요람을 제 침대 옆에 갖다 놓았고, 그 애가 조금만 움직여도 이내 잠에서 깨나곤 했지요. 우유를 먹이기도 하고, 제 곁에 누이기도 하고, 그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아기를 어르며 온 방안을 서성이기도 했어요. 그래도 날이 밝으면 빨래터에 가야 했고, 다음엔 장을 보고 부엌일도 살펴야 했지요. 하루하루 늘 그렇게 지냈어요. 그러자니 늘 유쾌한 기분만은 아니었지만, 그 대신 입맛이 좋고, 잠도 달게 잘 수 있었답니다.

 

P173 파우스트

그렇소, 나의 사랑! 이 꽃 점을 신탁의 말씀으로 삼읍시다. 당신을 사랑하고말고! 알겠소?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P179 파우스트

이렇게 황야를 헤매다녀도, 새로운 삶의 기운이 솟아남을 자네는 이해할까? 하기야 자네가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악마의 본성을 드러내어 나의 행복을 허락하지 않겠지.

 

P179 메피스토펠레스

속세를 초월한 행복이구먼! 밤에는 이슬을 맞으며 산 위에 누워 기쁨에 넘쳐 하늘과 땅을 끌어안으며 신이라도 되려는 듯 부풀어오르는 거지. 예감의 힘으로 대지의 정수를 파헤치고, 6일간에 이룬 신의 역사를 가슴 깊이 느끼겠지. 오만한 가운데 자신도 모를 일을 즐기면서, 때로는 사랑의 기쁨에 넘치도록 취해 지상의 아들이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거지. 그 다음엔 그 고상한 직관이 그 결말이 어떠리라는 건---차마 말 못하겠소이다.

 

P180 메피스토펠레스 

처음엔 당신 마음에도 사랑의 열정이 녹은 눈이 흘러 드는 개울처럼 넘쳐 흘렸죠. 그 열정을 그녀의 가슴에 쏟아 붓더니, 이제 당신의 개울물은 말라붙었단 말인가요. 내 생각엔, 숲 속에서 왕처럼 앉아 있기보다 저 가련한 어린아이에게 사랑의 보상을 보내주는 것이 위대하신 나리에게 어울릴 듯싶은데요. 그 애에겐 시간이 못 견딜 만큼 길게 느껴지겠지요. 창가에 기대어, 오래된 성벽 위로 흘러가는 구름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답니다. 하루 종일, 그리고 밤중까지 '이 몸이 새라면'이란 노래만을 부르고 있지요. 어쩌다 명랑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울적해 있어요.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안정돼 보이지만. 줄창 사랑에 빠져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P181 파우스트

나는 그녀 곁에 잇는 거야.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난 그 앨 잊을 수도, 잃을 수도 없어. 정말이지, 나는 그녀의 입술이 닿는 주님의 성체까지 질투할 지경이다.

 

P182 파우스트

난 그 애를, 그 애의 평화를 깨뜨리고 말았다! 지옥 같은 놈아, 이런 제물을 원했다나! 도와다오, 악마야. 이 공포의 시간을 단축시켜 다오!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당장 벌어지게 해라! 그녀의 운명이 내게 송두리째 무너져 내려 나와 함께 멸망해도 좋다!

 

P185 그렌트핸

내게서 평화는 사라졌네. 마음은 그저 무거울 뿐. 마음의 평화를 결코, 다시는 찾지 못하리. 내 마음 언제나 그이 곁으로 달려가노니, , 그일 붙잡아 놓치지 않으리.

그리고 입맞추리라, 언제까지나 그이의 입맞춤에 내 몸이 녹아버릴지라도!

 

P186 파우스트

당신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당신의 머리와 가슴으로 밀려들어와 영원한 비밀을 간직한 채 보일 듯 말 듯 당신 곁에서 떠돌고 있질 않소?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으로 당신의 가슴을 채우구려. 그리하여 당신이 온통 행복감에 젖게 된다면 그것을 행복! 진심! 사랑! ! 무어든 원하는 대로 이름을 붙이구려. 나는 그걸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모르겠소! 느끼는 것만이 전부지요. 이름이란 공허한 울림이요, 연기요 안개 속에 휩싸인 하늘의 불꽃일 뿐이오.

 

P190 파우스트

너 같은 괴물은 알지 못할 거야. 이 진실하고 사랑스런 아이가, 유일하게 축복을 안겨주는 신앙심에 충만하여 사랑하는 이가 잘못되지나 않을까 일어나 노심초사하는가를.

 

P193 그레트헨

지금껏 다른 애가 잘못을 저지르면 난 얼마나 신이 나서 헐뜯어냈던가! 다른 사람의 죄에 대해선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었지! 남의 허물이 검게 보이면, 그 검은빛이 성에 차지 않아 더욱 검은색을 덧칠하려 했지. 그리곤 죄 없는 나 자신이 대견해 마냥 우쭐했는데 이젠 나 자신이 죄인이 되었구나! 하지만---- 날 이 지경으로 몰아댄 모든 것이 아아! 마냥 즐겁고 사랑스럽기만 했으니!

 

P194 그렌트헨

도와주세요! 절 치욕과 죽음에서 구해 주세요! 온갖 괴로움 겪으신 성모님 얼굴을 돌리시고 자비로이 제 고통을 굽어 살피소서!

 

p199 메피스토펠레스

부디 정신들 차려라! 일단 일을 치르고 나면 그 다음은 안녕이란다. 가련하고 가련한 소녀들아! 자기 몸을 아끼려면 어떤 도둑놈에게건 절대 사랑을 주지 말아라 손가락에 반지를 낄 때까지는.

 

P202 발렌틴

비록 하느님이 널 용서하신다 해도, 지상에서는 저주받은 몸이 될 게다!

 

P206 파우스트     

내 두다리가 아직 싱싱하게 느껴지는 한, 이 마디 많은 지팡이로 족하다. 길을 재촉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미로와 같은 골짜기를 빠져나와 샘물이 끊임없이 솟아 흐르는 이 암벽들 위로 올라가는 것이 흥겹게 길을 찾아가는 즐거움이렷다! 봄빛이 벌써 백양나무 사이에 완연하고 전나무까지도 봄기운에 젖어 있다. 그러니 우리의 사지에도 그 영향이 미치지 않겠느냐?

 

P217 작가 

요즈음엔 도대체 어느 누가 슬기로운 내용이 담긴 책 따위를 읽으려 해야 말이지! 요사이 젊은 놈들을 두고 말하자면, 이토록 시건방진 때도 아직 없었을걸.

 

P224 파우스트

정말이야. 저건 사랑하는 손길로 감겨주지 못한 죽은 여인의 눈동자야. 저건 그레트헨이 내게 바친 젖가슴이요, 내가 탐닉했던 달콤한 육체로다.

 

P224 파우스트

얼마나 기쁜 일인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나는 저 시선을 피할 수가 없구나. 어쩌면 저 아리따운 목덜미를 한 올의 붉은 끈만으로 장식했을까? 칼 등보다도 넓지 않은 끈으로 말이다!

 

P231 바이롤리니스트

저악당놈들 서로를 미워하며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고 하면서도, 오르페우스의 칠현금에 짐승 떼 모여들 듯 여기선 낭적 소리에 하나가 되는구나.

 

P231 독단론자   

비판론과 회의론을 가지고 아무리 외쳐도 나는 결코 빠져들지 않는다. 악마도 그 무엇임에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악마가 존재할 수 있담?

 

P232 관념론자  

내 마음속의 환상이 이번엔 너무 화려하구나. 진정 그 모든 게 나의 자아라면 나도 오늘은 바보가 되겠다.

 

P232 현실주의자 

존재란 정말 두통거리군. 날 무척 괴롭히고 있으니 나 여기에 처음 서고 보니 내 발 밑이 확실하지 못하구나.

 

P232 초자연주의자

여기선 아주 유쾌하게 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구나. 악마의 편에서 추론해 보면 선량한 놈들도 잇는 법이니까.

 

P232 회의론자    

불꽃의 뒤를 쫓아가면, 그들이 보물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믿는구먼 악마와 회의는 서로 운이 맞으니, 여기에 오기는 잘한 셈이렸다.

 

P236 파우스트

이러한 비참함의 심연에 빠진 게 한 사람만이 아니라는 것이! 영원한 용서하시는 신 앞에서 사무치는 죽음의 고통을 첫 번째 겪은 사람만으로도 다른 자들의 죄를 사하지 못했다는 것이! 나는 한 여인의 슬픔만으로도 뼈와 살이 깍이는 것 같은데, 네 몸은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태연하게 조롱할 수 있단 말이지!


P242
마르가레테

당신이군요! , 다시 한번만 말해주세요! 그이야! 그이! 모든 괴로움이 어디로 가버렸지? 감옥의 공포, 쇠사슬의 공포는 어디로 갔을까? 당신이군요! 절 구하러 오셨군요! 이제 전 살았어요! --- 벌써 그 거리가 다시 보이는군요. 당신을 처음 만났던 거리 말이에요. 마르테 아주머니랑 당신을 기다리던 그 멋진 정원도 보이고요.

 

P248 마르가레테

날이 샌다고요? 정말이네요! 마지막 날이 다가오는군요. 제 혼인날이 될 거예요! 그레트헨 옆에 있었다고 아무에게도 말하시면 안돼요. 화관이 망가져서 어쩌죠? 저질러진 일이니 어쩔 수 없군요. 우린 다시 만날 거예요. 하지만 춤추는 곳에선 싫어요. 사람들이 몰려와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광장에도 골목에도 입추의 여지가 없어요. 종이 울리고, 막대기가 부러져요. 그들이 나를 꽁꽁 묶어놓는군요! 전 벌써 처형대까지 끌려왔어요. 제 목에 느끼는 섬뜩함을 모두들 자기 목에서 느끼나봐요. 세상은 무덤처럼 고요하군요!

 

P249 파우스트      

, 나 차라리 태어나질 말았더라면!

 

 

2

 

P11 아리엘

꽃잎이 봄비 내리듯 모두의 머리 위에 흩날릴 때, 들판의 푸른 축복이 지상의 뭇 생명체에게 빛날 때, 작은 요정들 넓은 마음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 찾아간다네. 선한 자이든, 악한 자이든, 불행에 처한 사람 동정한다네.

 

P12 아리엘 

격렬한 마음의 투쟁을 달래주고, 타는 듯 괴로운 비난의 화살을 뽑아 겪었던 공포로부터 그의 마음을 씻어주어라. 밤의 시간은 넷으로 나누어지는 즉 이제 서슴지 말고 정답게 그것을 채워주어라.

 

P13 합창

너의 소원 하나하나 성취하려면, 저기 찬란한 아침해를 보아라! 너는 잠깐 사로잡혔을 뿐, 잠은 껍질이로다. 벗어 던져라! 다른 무리들 주저하며 헤맬지라도 그대는 망설이지 말고 용감히 행동하라. 총명하여 재빨리 실천에 옮기는 그런 고귀한 자, 무엇이든 이룰 수 있나니.

 

P14 파우스트

생명의 맥박 생생히 고동치며 여명의 하늘을 향해 부드러운 인사를 보낸다. 대지여, 그대는 간밤에도 변함없더니, 새로이 기운을 얻어 내 발 밑에서 숨을 쉬면서 어느새 날 기쁨으로 감싸주기 시작하누나. 날 자극하고, 강한 결심을 불러일으켜 줄곧 지고한 존재로 이끌려 하는구나. 여명 속에 벌써 세계는 열려 있다. 숲엔 수많은 생명의 소리 울려퍼지고, 골짜기 안팎으로 길게 뻗은 안개자락. 그러나 하늘의 맑은 빛 깊은 곳까지 스며들고, 큰 가지, 작은 가지 원기도 왕성하게 고이 잠자던 향기로운 심연에서 움터나온다. 꽃과 이파리 진주 같은 이슬 머금고 대지로부터 온갖 영롱한 색깔을 자랑하니--- 내 주위가 온통 낙원이 되는구나.

위를 우러러보라! --- 거인 같은 산봉우리들은 어느새 지극히 장엄한 시간을 알려준다. 산들은 영원한 빛을 먼저 즐긴 후 뒤이어 우리에게 비춰준다. 이제 알프스의 푸르고 구릉진 초원에 새로운 광휘와 밝음이 보내지고, 그것이 차츰차츰 밑으로 내리뻗다가---- 태양이 솟는다! --- 하지만 어느새 눈이 부시구나. 눈에 스며드는 아픔 때문에 나는 몸을 돌린다.

동경에 찬 희망이

 

최상의 소망을 향해 성실히 투쟁하여 성취의 문 활짝 열렸음을 발견했을 때가 이미 이러하리라. 그러나 저 영원의 밑바닥에서 거대한 불길 터져나오면, 우리는 당황하여 걸음을 멈춘다. 우리는 생명의 횃불을 붙이려 했는데, 불바다가 우리를 둘러싸니, 이게 어찌 된 불일까? 이글대며 우리를 휘감는 이것이 사랑일까? 미움일까? 고통과 기쁨이 번갈아 엄습하니, 우리는 다시 지상으로 눈을 돌려 젊디젊은 베일 속에 우리 몸을 숨긴다. 그러니 태양이여! 내 등뒤에 머물러다오! 바위틈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를 나는 노랄움에 차서 바라본다. 이제 물줄기는 수천 갈래로 갈라진다. 다시금 수만 갈래로 쏟아져 내리며, 공중 높이 수많은 물거품 되어 튀어오른다. 하지만 얼마나 아름다운가. 물보라에서 생겨난 무지개, 끊임없이 변화무쌍한 오색 다리를 놓으며 때로는 뚜렷한 모습으로, 때로는 허공에 흩날리면서 향기롭고 시원한 소나기를 뿌려준다. 무지개는 인간의 노력을 비춰주는 거울. 그것을 보고 생각하면, 보다 깊은 이해에 도달하리라. 인생이란 채색된 영상 속에서 파악된다는 사실을.

 

P16 파우스트

그러니 태양이여! 내 등뒤에 머물러다오! 바위틈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를 나는 놀라움에 차서 바라본다. 이제 물줄기는 수천 갈래로 갈라진다. 다시금 수만 갈래로 쏟아져 내리며, 공중 높이 수많은 물거품 되어 튀어오른다. 하지만 얼마나 아름다운가. 물보라에서 생겨난 무지개, 끈임없이 변화무쌍한 오색 다리를 놓으며 때로는 뚜렷한 모습으로, 때로는 허공에 흩날리면서 향기롭고 시원한 소나기를 뿌려준다. 무지개는 인간의 노력을 비춰주는 거울. 그것을 보고 생각하면, 보다 깊은 이해에 도달하리라. 인생이란 채색된 영상 속에서 파악된다는 사실을.

 

P22 궁내부 장관

하오나 결국 바닥이 난 것은 포도주입니다. 이전엔 지하실에 술통이 가득 쌓이고 산지와 연도도 최상의 것이었는데, 귀하신 양반들이 한없이 퍼마시는 바람에 이젠 마지막 한 방울까지 동이 나고 말았나이다. 관청의 재고품까지 소매로 팔고 있지만, 큰 잔으로 들이켜고, 사발로 마셔대니 성찬이 주안상 밑에 흩어져도 모를 지경입니다. 이제 계산하고 값을 치르는게 소신의 임무인데, 유대인 상인들은 몰인정하기 짝이 없어 세입을 담보해야 돈을 꾸어주는 까닭에, 해마다 다음해 수입을 앞당겨 먹고 있는 실정입니다. 돼지들은 살찔 겨를이 없고, 침상의 이부자리도 저당잡힌 채 수라상의 빵도 외상으로 올려야 할 지경입니다.

 

P24 메피스토펠레스

이 세상에 결핌이 없는 곳이 어디 있겠나이까? 여기엔 이것이, 저기엔 저것이 없지만, 이 나라엔 돈이 부족한 줄 압니다. 돈을 마룻바닥에서 긁어 모을 순 없어도, 지혜의 힘을 빌리면 아무리 깊은 곳에서도 파낼 수 있나이다. 산의 광맥이나 성벽 밑에서도 주조된 금화건 그렇지 않은 금이건 찾아낼 수 있나이다. 그걸 누가 캐낼 수 잇는가 물으신다면, 재능 있는 자의 천성과 정신의 힘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P25 메피스토펠레스

당신들 손으로 만져보지 않은 건 수십 리 밖에 있고, 당신들이 잡지 않은 건 아예 존재하지도 않으며, 당신들이 셈하지 않은 건 사실이 아니라 생각하고, 당신들이 달아보지 않은 건 무게가 없으며, 당신들이 주조하지 않은 돈은 통용될 수 없다고 믿는 거지요.

 

P27 천문박사 

태양 자체가 바로 순금이옵니다. 시종인 수성은 총애와 보수 때문에 일하고, 금성 부인은 여러분을 유혹하면서 아침 저녁으로 사랑의 눈길을 보냅니다. 순결한 달님은 심술궂은 변덕쟁이, 화성은 불태우진 않지만 힘으로 위협하고, 목성은 변함없이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으며, 토성은 크지만, 눈에는 멀고 작게 보입니다. 그건 금속으로선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해요. 무겁기는 하지만 값어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해와 달이 정답게 어울리면, 금과 은이 화합하니 유쾌한 세상이 되고,

 

P28 메피스토펠레스

여러분은 모두 영원히 지배하는 자연의 은밀한 작용을 느낄 것입니다. 대지의 깊숙한 영역으로부터 생명의 흔적이 솟구쳐 올라옵니다. 온통 사지가 꼬집히는 듯하거나 서 잇는 곳이 섬뜩하게 느껴지거든 지체없이 그 자리를 파헤쳐보십시오. 그곳에 악사가 있거나 보화가 묻혀 있을 것입니다!

 

P31 천문박사

우선 평온한 가운데 속죄를 함으로써 천상의 것을 통해 지하의 것을 얻어야 합니다. 선을 원하는 자, 우선 자신이 선해야 하며, 기쁨을 원하는 자, 자신의 혈기를 달래야 하며, 술을 갈망하는 자, 익은 포도알을 짜야 할 것이며, 기적을 바라는 자, 자신의 믿음을 굳게 해야 합니다.

 

P33 의전관

들락날락 온통 난리법석이군요. 하지만 오만가지 지랄을 떤다 해도, 세상이란 결국 예나 마찬가지로 오로지 크나큰 바보에 불과할 것입니다.

 

P35 열매 달린 올리브 가지

나는 어떤 꽃송이도 시기하지 않고, 어떤 싸움이든 피한답니다. 그런 건 내 천성에 맞지 않으니까요. 이 몸은 땅의 정화이며, 확실한 담보물로서 어느 곳에서나 평화의 상징이 되지요. 오늘은 바라건대 아름다운 머리를 기품 있게 장식하고 싶습니다.

 

P36 장미꽃 봉오리

싱싱한 우리 찾아내는 자, 복될 거예요. 여름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장미꽃 봉오리에 불이 붙으면, 누가 이 즐거움을 마다할까요? 약속을 하고 지키는 일은 꽃 나라에선 눈과 마음 동시에 지배하는 것이랍니다.

 

P37 남자 정원사들

버찌, 복숭아, 자두 열매가 갈색으로 그을린 얼굴을 내밀었으니, 사십시오! 혀와 입을 빌리지 않고 눈만으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오십시오. 이 무르익은 과일들을 유쾌하고 맛있게 잡숴보세요! 장미라면 시구로 읊을 수 있지만, 사과는 깨물어야 맛을 알지요.

 

P45 라케시스

나 혼자만이 분별을 알기에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았죠. 나의 물레는 끊임없이 돌아가면서 한 번도 성급한 적이 없었어요. 실이 나오면 물레에 감고, 한가닥 한가닥 제 길로 이끌지요. 어느 것 하나 어긋나지 않으니 뱅글뱅글 잘도 돌아가지요. 내가 한번 정신을 팔게 되면, 당장 온 세상이 불안해질 거예요. 시간을 헤아리고, 세월을 저울질하며 실 짜는 조물주 운명의 실타래를 잡고 있지요.

      

P47 메게라

그 정도는 장난이지! 그들이 인연을 맺게 되면, 이번엔 내가 나서서 어떤 경우에든 아름다운 행복을 근심으로 망쳐놓겠어요. 사람도 변하고 시간도 변하는 것이니까요. 아무도 소망하던 것을 품 안에 간직 할 수 없어요. 최상의 행복이라도 곧 익숙해지면, 어리석게도 더 탐나는 걸 그리워합니다. 태양을 등지고 서리로 몸을 녹이려는 격이지요.

나는 이런 일 다루는 법을 잘 압니다. 내 친구 아스모디를 데려와 알맞은 시기에 불화의 씨를 뿌려선 짝을 이룬 인간들을 모조리 파멸시키는 거예요.

 

P51 지혜

보라, 탑처럼 짐을 실은 이 살아 있는 거상을 몰고 가노라. 가파른 길을 한걸음 한걸음 이놈은 싫증내지 않고 걸어가누나. 그러나 저편 뾰족산 위엔 여신이 승리를 위해 민첩한 날개 활짝 펴고 사방을 두루 살피고 있다. 주위를 에워싼 빛과 영광 사면팔방 먼 데까지 비추고 있네. 승리자를 자처하는 그녀 모든 활동 다스리는 여신이니라.

 

P62 플루투스

여기는 네 세계가 아니다! 여기선 일그러진 형상들이 온통 뒤얽혀 사납게 몰려온다. 네가 해맑은 세계를 또렷이 볼 수 있는 곳, 너의 것이며 너만을 믿을 수 있는 곳, 그 고독의 세계로 가거라! --- 거기에서 네 세계를 창조하라!

 

P76 황제

천일야화에서 직접 튀어나오듯, 그대가 이곳에 온 것은 그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더냐? 그대의 재주가 셰헤라자데 만큼 풍부하다면, 짐은 그대에게 최상의 은총을 확약하리라. 늘 그렇듯이 현실의 세계가 역겨워지면, 그대를 부를 테니 항상 대기하도록 하라.

 

P85 메피스토펠레스

그 숭고한 비밀을 밝히고 싶지 않습니다만. 여신들은 고독 속에서 거룩하게 좌정하고 있는데, 그들 주위엔 공간도 없고 시간도 없소이다. 그들에 관해 얘기하는 것조차 황당스럽습니다. 그들은 어머니들이랍니다!

 

P87 파우스트

자네는 새로 들어온 충실한 신자들을 속이는 사교의 교주처럼 말하는군. 그 반대겠지. 자넨 날 공허 속에 보내어 거기서 내 기교와 힘을 증진시키려는 것이겠지. 자네는 날 불 속에서 알밤을 꺼내 오는 고양이처럼 다루려 하는군. , 계속해 보자! 철저히 밝혀내 보자고. 자네가 말하는 무()속에서 삼라만상을 찾아보겠노라.

 

P88 메피스토펠레스

당신이 나와 헤어지기 전에 칭찬을 해야겠습니다. 정말 당신은 악마를 너무나 잘 알고 있더군요. 여기 이 열쇠를 받으십시오.

 

P88 메피스터펠레스 

새로운 말이 성가실 정도로 그렇게 편협하신가요? 늘 듣던 말만 듣기 바랍니까? 앞으로 어떤 소리가 들려도 귀찮아하지 마십시오. 벌써 오래전부터 이상야릇한 일에 익숙해 오지 않았습니까?

 

P88 파우스트

그러나 난 경직된 상태에서 행복을 찾지는 않겠다. 놀라움이란 인간의 감정 중 최상의 것이니까. 세계가 우리에게 그런 감정을 쉽게 주지 않을지라도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보아야, 진정 거대한 걸 깊이 느끼리라.

 

P89 메피스토펠레스

그러면 내려가십시오! 아니, 올라가십시오! 라고 말해도 되겠군요. 그건 매한가지니까요. 이미 생성된 것에서 벗어나 형상이 매이지 않는 나라로 가십시오. 오래전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즐겨보십시오. 떠다니는 구름처럼 휘감기는 게 있을 테니 열쇠를 흔들어 달라붙지 못하게 하세요!

 

P89 파우스트

좋다! 열쇠를 움켜쥐니 새로운 힘이 솟는구나. 가슴을 활짝 펴고 위대한 일을 향해 나서련다.

 

P97 천문박사

별의 운세가 좋은 이 시간을 경건한 마음으로 맞으시오. 이성 따윈 마법의 주문으로 묶어놓고, 그 대신 화려하고 대담한 공상을 마음껏 자유롭게 구사하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이 감히 갈망하던 것을 이제 눈으로 보십시오. 그것이 불가능하기에, 믿을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오.

 

P100 파우스트

내게 아직 두 눈이 있는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름다움의 샘물, 철철 넘쳐나는 게 보이는가? 나는 무서운 여행길에서 가장 축복받은 선물을 가져 왔구나. 지금껏 세계는 얼마나 보잘것없고 폐쇄돼 있었던가! 하지만 내가 사제가 된 이후로 어떻게 변했는가? 비로소 바람직한 것, 근본이 있고 영속적인 것이 되었다! 만일 내가 그대와 다시 떨어지게 된다면, 내 생명의 숨결이 사라져도 좋다! ---- 일찍이 마법의 거울 속에서 날 매혹하고, 기쁘게 했던 아름다운 자태, 이 미인에 비하면 한낱 거품 같은 모상에 지나지 않도다!--- 그야말로 내 모든 힘의 충동을. 정열의 정수를, 동경, 사랑, 숭배, 광신을 바쳐야 할 상대일진저.

 

P109 메피스토펠레스

여기 누워 있으라. 헤어나기 어려운, 사랑의 굴레에 유혹된 불행한 친구여! 헬레나 때문에 넋이 나간 자, 쉽게 정신을 되찾지 못할 것이다.

 

P111 메피스토펠레스

씨를 뿌려놓으면 언젠가는 수확을 얻게 되는 법이렸다.

 

P117 메피스토페렐스

애벌레나 번데기를 보면 장차 오색찬란한 나비가 되리란 걸 알 수 있는 법.

 

P117 메피스토펠레스

젊은이에게 순수한 진리를 말해주면, 아직 주동이도 노란 것들이 전혀 좋아하질 않는단 말이야. 하지만 그 뒤 여러 해가 지나 모든 걸 직접 피부로 체험하고 나면, 그것이 자기 머리에서 나온 양 착각하고 선생은 바보였다고 큰소리치기 일쑤지.

 

P119 학사

시대에 뒤떨어져 아무 가치가 없는데도 무엇이나 되는 척하는 건방진 수작입니다. 인간의 생명은 핏속에 있는데 청년의 육체만큼 피가 들끓고 있는 곳이 어디 또 있을까요? 그것은 싱싱한 힘을 가진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 내지요. 거기서 모든 게 약동하고 무언가가 이루어지며, 약한 것은 쓰러지고, 유요한 것은 뻗어나갑니다. 우리가 세계의 절반을 정복하는 동안 당신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습니까? 졸고, 생각하고, 꿈꾸고, 궁리하면서 허구한 날 계획만 세웠지요. 분명합니다! 늙음이란 차가운 열병 같아서 변덕스런 고민으로 오한을 일으키어요.

       

P120 학사

이것이 젊은이들의 가장 고귀한 사명입니다! 세계는 내가 창조하기 전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태양은 내가 바다에서 끌어올린 것입니다.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것도 나와 더불어 시작되었고, 하루하루는 내가 가는 길을 장식해 주었으며, 대지는 나를 위해 푸르고, 꽃피어나는 것입니다. 무수한 별들도 저 첫날 밤에 내 손짓 하나로 찬란한 빛을 발했지요. 속물적인 편협한 사상의 굴레에서 나 말고 누가 당신들을 해방시켰단 말입니까? 그러나 나는 정신이 일러주는 대로 자유롭게

기쁘게 내면의 빛을 따라갑니다. 밝음을 앞으로, 어둠을 뒤로 하고 나만의 황홀경 속에서 신속하게 나아갑니다.

 

P120 메피스토페레스

괴상한 녀석. 어디 너 잘난 대로 해봐라! --- 하지만 이걸 알게 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어리석은 생각이든, 똑똑한 생각이든 옛사람들이 벌써 생각지 않은 게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 --- 하지만 저런 녀석이 있다고 해도 우린 걱정할 게 없지. 몇 해만 지나면 달라지고 말 테니까. 포도주가 아무리 괴상하게 끓어 올랐자 결국은 포도주밖에 될 수 없는 것.

 

P124 호문쿨루스

안녕하세요, 아빠! 이건 농담이 아니었군요. 이리 오셔서 절 가슴에 포근히 안아주세요. 하지만 너무 힘을 주진 마세요. 유리가 깨지니까요. 사물의 특성이란 이런 거지요 즉, 자연적인 것에겐 우주 공간도 좁지만, 인공적인 것은 제한된 공간을 필요로 하지요.

 

P130 호문쿨루스

무엇을 할 건가도 생각하겠지만, 어떻게 할 건가를 더 생각하세요. 그만한 노력엔 그만한 보상이 따르는 법. 황금, 명예, 명성, 건강과 장수, 그리고 아마 학문과 덕망까지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P135 파우스트

헬레나는 어디 있을까? --- 이제 더 이상 묻지 않겠다….. 이 흙덩이, 그녀가 밟던 게 아니라도, 이 물결, 그녀에게 밀려왔던 게 아니라도 이 공기만은 그녀의 말을 전했던 것이다. 기적에 의해 나, 여기 그리스 땅에 왔노라. 땅에 발이 닿자마자 나는 그걸 느꼈다. 잠자던 내게 새로운 정신이 불타오르자 생기를 되찾은 안테우스처럼 나는 일어났다. 여기에 어떤 진기한 게 모여 있든 저 불꽃의 미로를 샅샅이 찾아다니련다.

 

P150 히론

아르고 선에 탔던 저 고귀한 용사들은 모두가 자기 나름대로 용감 하였소. 각자 고무된 힘에 따라 서로의 결점을 보충할 수 있었지. 넘치는 젊음과 아름다움으로 말하자면 언제나 디오스쿠렌 형제가 출중하였지. 과감하고 민첩하게 다른 사람을 구하는 데는 보레아스의 두 아들이 훌륭한 몫을 해냈으며, 신중하고 강하고, 총명하여 좋은 의견을 내는 데는 여인들에게 인기 있었던 야손이 제일이었다오. 다음은 오르페우스로, 우아한데다 항상 조용하고 신중했으며, 누구보다 뛰어나게 칠현금을 연주했소. 천리안인 린코이스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암초를 뚫고 성스러운 배를 몰았었지. 모두 도와야 위험을 벗어날 수 있는 법.

 

P159 사이스모스

이 일을 오직 나 혼자 해 냈다는 사실을 결국 사람들도 인정해 줄 거야. 내가 흔들고 밀고 하지 않았다면, 어찌 세계가 이리 아름다우랴! 그림같이 황홀한 저 산들도 내가 밀어올리지 않았던들, 저 맑고 푸른 창공 위에 어찌 솟아나 있었으랴! 지고한 조상, 밤과 혼돈 앞에서 힘찬 행동거지로 거인들과 어울리며 펠리온 산과 옷사 산을 페르나소스 산 위에 올려놓았다--- 지금은 아폴로가 행복한 뮤즈의 무리와 그곳에서 즐겁게 살고 잇단 말이다. 번갯불을 안고 이쓴 주피터를 위해서도 의자를 높이 올려주었지. 그래서 지금도 엄청난 노력으로 깊은 심연으로부터 밀고 올라와 나, 유쾌한 주민들을 향해 새로운 삶을 소리쳐 요구하는 것이다.

 

P173 탈레스 

자연과 그 활기찬 흐름은 결코 낮이나 밤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네. 어떤 형상이든 규칙에 따라 만들어내지. 아무리 위대한 것일지라도 폭력을 쓰지는 않는다네.

 

P196 프로테우스

 살아가는 데는 파도가 훨씬 유용하리라.  너를 영원한 물의 세계로 데리고 가는 건 프로테우스- 돌고래란 말이다. (변신한다.) , 이제 되었다! 이제 네게도 멋진 행운이 찾아올 게다. 널 내 등에 태워가지고 저 넓은 바다와 인연을 맺게 해주마.

 

P196 탈레스

생명의 창조를 처음부터 시작하려는 그 가상한 소망에 찬사를 보내겠네! 신속하게 행동하도록 준비하여라! 영원한 규범에 따라 움직이며 수천, 아니 수만의 형체를 거쳐 인간이 되기까진 시간이 걸릴게다.

 

P209 헬라나

그만! 나는 남편과 배를 타고 왔지만, 그이의 분부로 먼저 성내로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아내로 돌아온 것일까? 왕비로 온 것일까? 아니면 왕의 쓰라린 고통과 오래 견뎌온 그리스인들의 불행을 위한 제물로 온 것일까? 전쟁중에 사로잡혔지만, 내가 포로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구나. 아름다운 나에게 저 불사의 신들은 이중적이고 찜찜한 동반자, 명예와 운명을 정해 주셨다.

 

P219 포르키아스

부끄러움과 아름다움이 손을 맞잡고 지상의 푸른 들길을 함께 가지 않는다는 옛말은 여전히 고귀하고 진실하단 말이야.

 

P220 포르키아스

너희들은 대체 누구냐? 거룩한 왕궁 앞에서 메나데처럼 거칠고, 술취한 년들처럼 미쳐 날뛰다니. 개떼가 달을 향해 짖어대듯 왕궁의 시녀장에게 소리를 질러대는 너희들은 누구냐? 전쟁이 낳고 길러낸 애송이들아, 너희가 무슨 족속인지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 화냥년들아, 너희는 사내들을 유혹해서 병사와 시민들의 진을 빼는 것들이지! 너희 떼거리를 보니 마치 푸른 전답을 뒤덮으며 달려드는 메뚜기 무리 같구나. 다른 사람의 근면함을 좀먹는 것들! 번영의 싹을 갉아먹어 파괴하는 것들! 약탈당해 장바닥에서 거래되는 물건 같은 것들!

 

P223 포르키아스

하르피에들이 네년을 똥거름 속에서 길러냈을걸 *Harpye. 아르고선 전설에 나오는 괴조. 남의 음식을 빼앗고 더럽힌다고 한다. 여기선 남의 애인을 가로채는 호색녀로 비유한다.

 

P224 포르키아스

오랜 세월 맛본 갖가지 행복을 회상해 보면, 지고한 신의 은총도 결국 한바탕 꿈과 같지요. 하지만 당신은 한없이 큰 은혜를 받으신 몸, 일생을 두고 만난 연인들 사랑에 불타 어떤 대담한 모험도 거침없이 해치웠지요. 일찍이 테세우스가 애간장을 태우며 당신을 탐했지요. 그른 헤라클레스만큼이나 힘세고 잘생긴 남자였답니다.

 

P224 헬레나

날씬한 사슴 같던 열 살짜리 나를 유괴해 아티카의 아피드누스 성에 숨겨놓았지. 포르키아스 하지만 곧 카스토르와 풀룩스에게 구출되어 당신은 뭇 영웅들의 구애 대상이 되었지요. 헬레나 그러나 솔직히 말해 내가 누구보다 은근히 좋아했던 건 펠레데를  꼭 닮은 파투르클루스였지. 포르키아스  하지만 당신은 아버님의 뜻에 따라 대담한 항해가이자 내정에도 뛰어난 메넬라오스와 결혼하셨죠. 헬라나 아버님께선 딸을 주시고, 나라의 통치권까지 넘기셨어. 그 부부생활에서 헤르미오네가 태어났지. 포르키아스 하지만 왕이 유산인 크레타 섬을 찾으려고 용감히 원정길에 올랐을 때, 외로운 당신 앞에 너무나 아름다운 손님이 나타났죠.

 

P226 포르키아스

또 이런 소문도 있었죠. 공허한 저승에서 아킬레우스가 올라와 열렬히 당신을 따라다녔다고요! 그는 예전에도 온갖 운명을 거역하면서 당신을 사랑했죠. 헬라나 환영인 내가 환영인 그분과 맺어졌던 것이다. 옛이야기도 그건 끔이었다고 말하고 잇다. 나 이대로 스러져 환영이 될 것 같구나.

 

P235 포르키아스

아약스가 그의 방패에 휘감긴 뱀을 새겨넣은 걸 너희도 보았으리라. 테배를 공략한 일곱 용사들도 각자 자기 방패에 의미심장한 무늬를 지니고 있었다. 밤하늘에 빛나는 달과 별이 있고, 여신, 영웅과 사다리, 검이나 횃불 또는 평화로운 도시를 위협하는 공격의 도구도 있었지. 우리의 영웅들도 선조 대대로 그 현란한 형상들을 새기고 다닌단다. 사자며 독수리며 발톱과 부리, 물소 뿔, 날개, 장미, 공작새의 꼬리, 금빛, 은빛, 검정, 파랑, 빨간색의 줄무늬도 볼 수 있지. *아약스: 트로야 전쟁의 영웅 중 아킬레스 다음으로 용맹한 사람

 

P246 헬레나

슬프군요! 이 무슨 가혹한 운명이 절 따라다니는지요. 어딜 가나 남자들의 마음을 유혹하여 절 좇으려 자신뿐 아니라 소중한 임무마저 잊게 만들다니요. 반신들, 영웅들, 신들, 심지어 악령까지도 저를 빼앗고 유혹하고 싸우고 몰아대면서 정처 없이 이리저리 끌고 다녔습니다. 세상을 어지럽힌 게 한 번뿐이던가요? 두 번, 세 번, 네 번 재앙에 재앙을 가져오고 있지요. 이 착한 사람을 데려가 풀어주세요. 신에게 우롱당한 사람이 어찌 욕을 보겠습니까?

 

P260 파우스트

이것이 태고의 숲이다! 떡갈나무 힘차게 솟아 가지와 가지 억세게 얽혀 있다. 단풍나무는 부드럽고 달콤한 물기 머금고 깨끗한 자태로 잎들을 나부낀다.

고요한 숲에선 따뜻한 젖이 샘솟아 어머니답게 아이와 양을 길러주고, 가까이서 나는 과일은 들판의 풍성한 음식, 파인 나무 줄기에선 꿀이 흐른다.

여긴 유복한 생활이 이어져 오는 곳, 뺨에도 입에도 생기 넘치며, 누구나 안주한 곳에서 영생을 얻어 그들은 행복하고 건강하도다.

 

P268  합창

햇빛 따위는 사라져라. 우리의 영혼에 날이 밝으면, 온 세상에도 없는 것을 우리의 마음속에서 찾을 수 있으니까.

 

P270 오이포리온

이젠 절 뛰게 해주세요. 이젠 뛰어오르게 해주세요! 어디든 공중으로 솟구쳐오르고 싶은 게 제 소망이에요. 이 소망이 벌써 절 사로잡고 있어요.

 

P277 헤레나와 파우스트

겨우 세상에 태어나 밝은 날을 대하자마자, 너는 현기증나는 계단에 올라 고통에 찬 영역을 그리워하는 구나. 그렇다면 우리는 네게 아무런 존재도 아니란 말이냐? 단란한 인연도 한바탕 꿈이란 말이냐?

 

P277 오리포이온 

저 바다위의 천둥소리가 들리십니까? 저기 골짜기마다 메아리치고. 먼지와 파도 속에선 군대들이 맞붙어 밀고 밀리며 악전고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음은 천명(天命)이지요. 그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입니다.

 

P277 헬레나, 파우스트,

그리고 합창 놀랍구나! 끔찍하구나! 죽음이 네겐 천명이라니?

 

P278 오이포리온

먼 데서 보고만 있으란 말입니까? 아닙니다! 저는 근심과 고통을 함께 나누렵니다. 앞에 나온 사람들 무모하고 위험하다. 죽을 운명이야!

 

P278 오이포리온 

그래도 가야 합니다! --- 양쪽 날개가 활짝 펼쳐집니다! 그곳으로! 가야 합니다! 가야 합니다! 날도록 허락해 주세요! 그는 공중으로 모을 던진다. 옷자락이 한 순간 그를 지탱해준다. 그의 머리가 빛나면서 불빛의 꼬리가 길게 뻗친다.

 

P278 합창        

이카루스다! 이카루스야! 너무나 슬프구나!

 

P283 일동  

우리는 햇빛 밝은 곳으로 돌아왔어요. 인간이 될 자격이 없다는 걸 느끼기도 하고 알고도 있지요.하지만 저승으로는 결코 돌아가지 않겠어요. 영원히 살아 잇는 자연이 우리 정령들에게 요구하듯이 우리도 자연에게 당연한 요구를 하렵니다.

 

P286 나머지 일부

모두들 좋아하는 곳으로 흘러가세요 우리는 푸른 포도알 여무는 저 언덕을 감돌아 흐르겠어요. 거기선 온종일 부지런한 포도 재배자가 열심히 일하고도 수확을 걱정하는 양을 볼 수 있지요. 때로는 괭이로 때로는 삽으로 흙을 파고 자르고 묶으면서 그는 모든 신들, 특히 태양신에게 열렬히 기도합니다. 도락가인 바카스는 충실한 하인은 개의치 않고, 정자에서 쉬거나 동굴에 앉아 어린 판과 잡담이나 지껄이지요. 주신이 비몽사몽 취하는 데 필요한 술은 가죽자루나 항아리나 술통에 담아 서늘한 지하실 좌우에 영원히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신들, 특히 태양의 신 헬리오스가 공기, 습기, 열기를 줘 포도송이를 산더미처럼 쌓아 올리면, 조용히 일하던 포도밭은 돌연 활기를 띠고 원두막에서 떠드는 소리, 줄기와 줄기 사이로 번져 갑니다. 바구니는 뿌지직, 둘통은 덜거덕, 멜통은 삐거덕, 모든 포도 큰 통에 옮겨져 즙 짜는 사람, 기운차게 춤을 춥니다. 그리하여 깨끗한 단물 듬뿍 밴 신성한 포도알들이 마구 밟혀 거품을 내며 으깨어져 한데 섞인답니다. 이제 심벌즈와 징소리 쟁쟁히 울리는데, 그것은 주신 디오니소스가 신비의 장막을 걷고, 염소 발굽의 남녀들과 나타났기 때문이죠. 그 와중에 질레누스를 태운, 귀가 큰 짐승이 날카롭게 마구 울어댑니다. 인정사정 없군요! 갈라진 염소 발굽은 모든 관습을 짓밟고, 온갖 관능의 소용돌이, 그 시끄러운 소음에 귀가 멀지경입니다. 술잔을 더듬는 주정꾼들, 머리와 배는 술로 가득, 한두 사람 걱정스레 소리치지만, 소란을 더욱 크게 할 뿐이죠. 그도 그럴 게, 새 술을 담으려면 묵은 술부대를 서둘러 비워야 하니까!

 

P209 파우스트

살며시 날 실어와 준 구름 수레에 작별을 고한다. 구름은 흩어지지 않고 천천히 내게서 떠나간다. 둥근 덩어리, 줄지어 동쪽으로 향하니 나는 놀라 눈으로 그 뒤를 바라본다. 구름은 방황하고 물결치며 변화무쌍하다. 필경 무슨 모습인가 만들려고 한다. --- 그래, 내 눈은 못속여!--- 햇빛 반짝이는 침상 위에 우아하게 누운, 거인처럼 크면서도 신을 닮은 여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유노, 레다, 헬레나와 닮은 듯 기품 있고 사랑스럽게 내 눈앞에 어른거린다. , 벌써 흩어지는구나! 형체도 없이 넓게 피어올라 아득한 빙산들처럼 동편 하늘에 머물며, 무상한 나날의 큰 뜻을 눈부시게 반영하고 있다.

 

P295 파우스트

나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네. 인구가 늘어나 나름대로 편안히 살아가고, 교육까지 받아 학식이 높아지면 모두들 기꺼워하겠지 --- 하지만 실상 반역자를 길러내는 것인데.

 

P304 총사령관

폐하, 아군의 우익 쪽을 보십시오! 저런 지형이야말로 전략상 이상적입니다. 언덕이 가파르진 않지만 그렇다고 보행이 쉽지만은 않아, 아군에게 유리하고 적군에게 위험하지요. 파상의 지형을 이용해 아군을 반쯤만 매복시켜도 적군의 기병대가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입니다.

 

P314 파우스트

시칠리아 해변에서 떠도는 안개 띠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신지요? 거기선 한낮에도 안개가 또렷이 흔들리면서 중천에 드높이 올라서는 이상한 아지랑이에 반사되어 희한한 광경을 보여준답니다. 여기저기 도시들이 어른거리고 정원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등, 갖가지 형상이 대기를 뚫고 나오는 것 같답니다.

 

P322 메피스토펠레스

높이 떠 잇는 별이 순식간에 떨어지는 일은 여름밤마다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우거진 숲속에서 번개가 치고 촉촉한 땅 위에서 별이 스치우는 일은 그리 쉽게 볼 수 없으리라. 그러니 너희들은 너무 애쓸 것 없이 처음엔 부탁을 하고, 안 되거든 다음엔 명령을 해라.

 

P327 황제

우리의 전투에 요술이 끼어들긴 하였지만, 결국 우리는 우리만으로 싸웠던 것이다. 물론 우연이 싸우는 자를 이롭게 할 수도 있나니, 하늘에서 돌이 떨어지고 적진 위에 피의 비가 내렸으며, 바위동굴 안에서 이상한 굉음이 울려 나와 우리의 사기를 돋워주고 적의 사기를 꺽어 주었다. 패자는 쓰러져 영원히 반복되는 조소를 받고, 승자는 승리를 뽐내며 신의 축복을 찬양하도다. 명령할 필요도 없이 한마음 되어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신이여, 우리는 당신을 찬양합니다!)

 

P335 대주교 

뿐만 아니라 지금 건축될 교회에 대하여 십분의 일세, 임대료, 헌납금 등 일체의 수익을 영구히 헌납하소서. 품위를 유지하는 데 많은 돈이 필요하고, 알뜰히 관리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 것입니다. 저 같은 황무지에 급한 공사를 하는 것이오니, 폐하의 전리품 중 얼마간의 황금을 내어주옵소서. 그 밖에 꼭 필요한 것을 말씀드린다면, 먼 지방의 목재와 석회, 석판 등입니다. 운반은 설교단에서 지도하여 백성들이 하도록 하겠으며, 교회는 봉사하는 자들에게 축복을 내릴 것입니다.

 

P344 망루지기

릴코이스 해가 지자 마지막 배들이 기운차게 항구로 들어온다. 커다란 배 한 척이 운하를 따라 이쪽으로 들어올 참이군. 오색 깃발이 즐겁게 휘날리고, 튼튼한 돛대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구나. 행운이 반겨주는 이 귀한 순간에 그 배를 탄 사공은 축복을 받으리라.

 

P349 파우스트 

부유한 가운데 결핍을 느낀다는 건 우리의 고통 중에 가장 혹독한 것이다. 저 종소리와 보리수 향기 교회와 무덤 속인 양 나를 휩싸는구나. 더없이 강력한 의지의 선택도 이 모래에 부딪히면 산산히 부서진다. 어찌하면 마음속에서 몰아낼 수 있으랴! 저 종소리 울리면 미칠 것만 같구나.

 

P349 메피스토펠레스

당연한 일이지요! 그렇듯 큰 관심이 잇고서야 인생이 어찌 쓰디쓰지 않겠소이까. 누가 부인하겠습니까! 저런 종소리라면 어떤 고귀한 귓전에도 불쾌하게 울릴 것입니다. 저 빌어먹을 딩, , 동 소리는 명랑한 저녁하늘을 안개로 감싸버립니다. 세례를 받은 후 장례식에 이르기까지 온갖 세상일에 끼어들지요. 인생이란 마치 딩, , 동 사이에서 한바탕 허전한 꿈이란 듯이.

 

P351 망루지기 린코이스

보기 위해 태어나 살피라는 분부 받고, 망루에 맹세하니 세상이 좋기도 하구나. 먼 곳을 바라보고 가까운 곳도 살펴보며, 달이며 별이며 숲이며 노루도 본다. 삼라만상 속에서 영원한 장식 보노라니, 만물이 내 마음에 들 듯 나도 내 맘에 드는구나. 복 받은 두 눈아, 너희들이 지금껏 본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정말로 아름다웠다!

 

P357 파우스트

나는 오로지 세상을 줄달음쳐 왔을 뿐이다. 온갖 쾌락의 머리채를 붙잡았지만, 흡족하지 않은 것은 놓아버리고, 빠져나가는 것은 내버려두었다. 나는 오직 갈망하면서 그것을 성취하였다. 또한 소망을 품고 기운차게 평생을 질주해 왔다. 처음엔 원대하고 힘차게, 지금은 현명하고 사려 깊게 해나간다. 지상의 일은 낱낱이 알고 있지만, 천상을 향한 전망은 끊어져버렸다. 눈을 꿈벅거리며 하늘을 향해 구름 속의 자신을 꿈꾸는 자는 바보로다! 이곳에 굳건히 서서 주위를 둘러볼 일이다.

유능한 자에게 이 세상은 침묵하지 않으리라. 무엇 때문에 영원 속을 헤맬 필요가 있을까! 인식한 것은 손아귀에 잡을 수 있는 법, 이렇게 지상의 나날을 보내는 게 좋으리라. 도깨비들 날뛰어도 내 갈 길만 가면 된다. 어떤 순간에도 만족을 모르는 자, 그저 나아가는 길엔 고통도 행복도 함께 있겠지

 

P358 근심        

누구든 내게 한번 붙잡히면, 온 세상이 쓸모 없게 되지요. 영원한 어둠이 내리덮여서 해는 뜨지도 지지도 않고, 외부의 감각이 완전하다 해도 내부엔 어둠이 자리잡게 됩니다. 온갖 보화 중 어느 것 하나도 제것으로 소유할 수 없어요. 행복도 불행도 시름이 되어 풍족한 속에서도 굶주리게 되지요. 환희든 고뇌든 간에 다음날로 밀어젖히고, 그저 앞날만을 고대할 뿐 결코 아무것도 이루질 못해요.

 

P360 파우스트

밤이 점점 깊어가는 것 같구나. 하지만 마음속엔 밝은 빛이 빛난다. 내가 생각했던 것을 서둘러 완성해야겠다. 주인의 말보다 위력이 있는 것도 없으리라 여봐라, 하인들아! 모조리 자리에서 일어나거라! 내가 대담히 계획했던 일, 멋지게 이루어다오. 연장을 잡아라. 삽과 괭이를 놀려라! 맡은 일은 반드시 해치워야 한다. 엄격한 규칙대로 열심히 일하면, 비할 데 없이 좋은 보수를 받으리라. 이 위대한 일 완성하는 데는 수천의 손 부리는 하나의 정신으로 족하리라.

 

P363 파우스트

저 산줄기에 늪이 하나 있어 이미 개간한 땅에 독기를 뿜고 있다. 그 썩은 웅덩이의 물을 빼는 것이 마지막이자 최대의 공사가 되리라. 이로써 수백만에게 땅을 마련해 주는 것이니, 안전치는 않더라도 자유롭게 일하며 살 수 있으리. 들이 푸르고 비옥하니, 인간과 가축들은 새로운 땅에 곧 정이 들 것이요, 용감하고 근면한 백성들이 쌓아올린 견고한 언덕으로 곧 이주해 오리라. 밖에선 성난 파도가 제방을 때린다 해도, 여기 안쪽은 천국 같은 땅이 될 거야. 파도가 세차게 밀려와 제방을 갉아 먹는다 해도 협동하는 마음, 급히 구멍을 막아버릴 게다. 그렇다! 이 뜻을 위해 나는 모든 걸 바치겠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에 둘러싸이더라도 여기에선 남녀노소가 모두 값진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군중을 지켜보며,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다.

그러면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이같이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노라.

 

P364 메피스토펠레스

어떤 쾌락과 행복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변화무쌍한 형상들만 줄곧 찾아 헤매더니, 최후의 하찮고 허망한 순간을 이 가련한 자는 붙잡으려 하는구나. 내게는 억세게도 항거한 놈이지만, 세월 앞엔 별수없이 백발이 되어 모래 위에 누웠구나. 시계는 멈추었다.----

 

P364 메피스트펠레스

지나가 버렸다니! 어리석은 소리. 어째서 지나갔다는 거냐? 지나갔다는 것과 전혀 없다는 것은 완전히 같은 것이다! 영원한 창조란 도대체 무엇이냐! 창조된 것은 무()속으로 휩쓸려가게 마련이다! (지나가 버렸다!)--- 여기에 무슨 뜻이 있지? 그야말로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런데 마치 무엇이 있었던 양 뱅뱅 맴돌고 있다. 나는 오히려 영원한 허무가 좋단 말이다.

 

P365 메피스토펠레스

육신은 스러지고, 영혼이 빠져나가려는구나. 빨리 피로 서명한 증서를 보야 줘야 겠다 ---- 유감스럽게도 요즘엔 악마에게서 영혼을 가로채는 방법이 많아졌단 말이야. 옛날 식대로 하자니 모두들 싫어하고, 새로운 방식엔 내가 서툴다. 전 같으면 나 혼자 해치웠으련만, 이젠 조수라도 데려와야 할 판이다. 우리에겐 만사가 불리하게만 되어간다! 전해 오는 관습, 오래된 권리도 더 이상 어느 것도 믿을 수가 없구나. 숨이 끊어져 영혼이 빠져나올 때, 전 같으면 지키고 섰다가 날쌘 쥐새끼 잡듯 휙! 낚아채어 억센 손아귀에 움켜쥐었지. 지금은 영혼이 머뭇거리며 그 음침한 곳, 고약한 시체의 구역질나는 집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거든 결국, 서로 미워하는 원소들에게 사정없이 쫓겨 나오고 만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날마다 시간마다 노심초사하거니와, 언제? 어떻게? 어디서? 이것이 까다로운 문제로다. 늙은 사자는 재빨리 힘을 잃었지만, 정말로 죽은 것인가? 한참 동안 의심을 하게 되거든. 뻣뻣한 사지를 자주 탐내며 바라보지만 --- 그건 겉모양일 뿐, 다시 꿈틀꿈틀 움직이는 놈도 있지.

 

P368 메피스토텔레스

인광처럼 반짝이는 게 없나 여기 아래쪽을 살펴보아라. 그것이 혼이다. 날개 달린 영혼이다. 하지만 날개를 뜯어내면 더러운 구더기가 되느니라. 내가 그것을 도장으로 봉인해 줄 테니 불길의 소용돌이 속으로 가지고 내빼거라!

 

P371 천사들의 합창

축복받은 꽃잎들 즐거운 불꽃들 마음 내키는 대로 사랑을 전파하고 기쁨을 퍼뜨린다. 진실한 말들은 맑은 하늘 속에서 영원한 무리들에게 어디서나 빛이 된다.

 

P381 젊은 천사들

사랑에 넘치는, 성스런 속죄여인들, 그 손에서 얻은 장미꽃들이 우리의 승리를 도와주었지요. 우리는 고귀한 일을 이루어 이 영혼의 보배를 획득하였답니다. 꽃을 뿌리자 악인들은 물러가고, 꽃으로 내려치자 악마들은 달아났어요. 몸에 밴 지옥의 형벌 대신 악령들은 사랑의 고통을 느꼈던 거지요. 그 늙은 악마의 두목까지도 쓰라린 고통에서 만신창이가 되었답니다. 만세를 부릅시다!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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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87 속죄하는 한 여인

굽어보소서, 굽어보소서, 비할 데 없는 당신, 광명으로 가득 찬 성모님이시여. 자비로운 얼굴에 제 행복을 살펴주소서! 옛날에 사랑했던 그분, 혼미함이 사라진 그분이 돌아왔나이다.

 

P387 승천한 소년들   

이분은 우리보다 훨씬 더 자라서 팔다리도 튼튼해졌어요. 충실히 보살핀 보답을 풍족하게 받을 거예요. 우리는 지상의 인간들을 일찍이 멀리했지만, 이분은 배운 게 많아 우리를 가르쳐주실 거예요.

 

P387 속죄하는 한 여인

새로운 이분은 자신을 깨닫지 못하고, 새로운 생명도 느끼지 못하지만, 고귀한 영들에게 둘러싸여 벌써 신성한 무리를 닮아갑니다. 보세요, 이분은 온갖 지상의 인연에서 벗어나 그 낡은 껍질을 벗어 던졌나이다. 성스런 기운이 서린 옷자락에선 첫 젊음의 힘이 솟아납니다. 새로운 빛에 눈이 부신 모양이니, 저분에게 가르치도록 허락해 주옵소서.

 

P388 영광의성모    

오너라! 더 높은 하늘로 오르라! 그 사람도 널 알아보면, 뒤따라오리라.

 

P388 마리아 숭배의 박사

참회하는 모든 연약한 자들아, 거룩한 신의 리대로 감사하며 자신을 변용하기 위해 구원자의 눈길을 우러러보라. 선한 사람들 모두 당신을 받들어 모시도록, 동정녀여, 어머니여, 여왕이여, 여신이시여, 오래도록 은총을 베푸소서.

 

P388 신비의 합창  

일체의 무상한 것은 한낱 비유일 뿐, 미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실현되고, 형언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올리도다.

 

3. 내가 저자라면

 

60년 동안의 집필과정을 통해 볼 수 있는 집착과도 같은 파우스트에 대한 집념은 작가로서 괴테를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하나의 관점을 준다고 본다. 젊었을 때 시작한 파우스트를 죽기 1년 전에 탈고한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의 모든 것을 이 파우스트 한 작품에 투영하고 자신이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 그리고 깨달은 것과 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해 드러내고 공유하는 인생을 바친 역작인 것이다.

 

정서웅의 작품 해설에 따르면, “주인공 파우스트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통해 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자이다. 그는 <세계를 한가운데서 통괄하는 힘>을 알고자 했고, 그것을 위해 자연과 인간의 삶을 두루 섭렵한 행동인이었다. 괴테는 이러한 새 인간상을 그려내기 위해 중세의 설화의 민중본은 물론, 유랑극과 인형극의 소재들을 소중하게 이용하였다. 그 속에 담겨 있는 시대 정신과 민중의 정서까지 애정어린 손길로 재창조해 내었다고 한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통해 학문에 대한 회의, 사랑의 축복과 죄악,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 인류애, 창조성 등 삶의 모든 영역과 그가 깨달은 지혜와 비밀을 녹여낸 작품이다. 이렇듯 파우스트는 다양한 사상이 녹아 들어 있으며 많은 해석의 여지를 갖고 있어 시대와 독자에 따라 다양하게 수용될 수 있는 작품 해설의 재량권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두 번 내지 세 번을 읽은 후에라야 좀더 이해하고 나의 시각에서의 서평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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