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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오프 모임 후기
나의 나, 너의 너
강종희
2014. 7.14
사랑했던 우리
나의 너, 너의 나
나의 나, 너의 너
항상 그렇게,
넷이서 만났지.
동물원. 대학 시절 푸욱 빠져 지냈던 그들의 명반 3집 앨범에서, 이 노래를 얼마나 마르고 닳도록 들었는지 모른다. 김창기의 가사는 정신과의사답잖게 어찌나 가슴을 푸욱푹 찔러대던지… 심리 분석의 불편한 기색 없이 지금 막 사랑에 빠진 남자의 설렘이나 이별 뒤의 쓸쓸한 회상을 그처럼 잘 묘사하는 이가 있을까? 스무 살의 나는 이별한 기억도 없는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괜히 쓸쓸해했고 ‘백마에서’ 어느 눈 오는 날을 걸어보고 싶어했으며, 그네 소리가 삐거덕 울리는 텅 빈 놀이터만 발견했다 하면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을 읊조렸다. 공중전화박스 앞을 지날 때면 떠오르던 ‘유리로 만든 배’, 그 낯선 바다를 나는 또 얼마나 떠돌았던가.
off 모임은 늘 가기 전과 진행 중과 다녀온 후로 내 주변의 공기가 화악 달라진다. 가기 전은 초긴장+피곤 상태. 다사다난한 일주일을 마감하는 주말인지라 이것 저것 신경 쓸 것도 많고 눈치 볼 일도 많은지라 조금은 지친 마음과 몸으로 서울에 가는 기차에 오른다. 그러면서 늘 이러고도 가야 하나?를 되뇌인다. 그러다 데카상스 열 명과 교육팀 선배, 열정적인 옵저버로 참여한 선배들까지 열댓명의 에너지와 만나는 수업이 진행 중일 때는 찬물에 세수한 피부처럼 정신이 팽팽하게 조여온다. 신이 난다. 흥이 돋는다. 온갖 감정과 사고가 함께 작동하여 어질한 오후. 나에게 수업은, 이 떠들썩한 모임이 파장을 하여, 주섬주섬 쓰레기를 담아 줍고 함께 나선 더 떠들썩한 저녁식사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이뤄진다. 후기를 쓰려고 앉은 의자 위에서 일어난다.
그 의자 위에서 동물원의 노래를 떠올렸다. 나의 너, 너의 나, 나의 나, 너의 너. 이렇게 늘 넷이서 만났지. 나는 누구인가를 떨리는 목소리로 털어내는 동기들 앞에서, 우리는 잠시 그가 되었다가 그녀가 되었다가 다시 내가 되어 복잡해진다. 나의 그, 그의 나, 나의 그녀, 그녀의 나.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얼마나 막막한 일인가? 또 얼마나 이기적인 일인가? 우리는 온전히 타인의 삶을 바라볼 때에도 나의 시각과 나의 경험 안에서만 그것을 해석할 뿐이다. 그럼에도 잠시, 그가 되어보려 한다. 그녀가 되어 토닥이려 한다. 나는 나일 뿐인데. 그녀는 여전히 그녀일 뿐인데도.
돌아본다. 네가 되어라. 네가 누군지 말해보아라. 너는 정말 네가 누군지 안다고 말할 수 있는거냐? 나는 누구냐? 나다운 것은 무엇이냐? 나의 역동은 무엇이냐? 나의 수치이자 힘의 근원인 그것들을, 온전히 수용할 수 있겠느냐? 어떡할테냐? 이대로 계속 도망칠 테냐? 어쩔거냔 말이다!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지금 나의 우물은 마구 휘저어 흐려졌다. 거기 있는지도 몰랐던 감정과 기억의 탁류가 표면으로 솟구쳐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조금 기다려야 한다. 모든 것이 다시 투명하게 비쳐 보이는 고요하고 맑은 물 밑을 들여다 볼 수 있을 때까지. 놓치지 않고 생각하면서, 나의 내가 떠오르길 기다려준다.
그녀의 그녀, 그의 그, 그녀의 나, 나의 그녀, 그의 나, 나의 그…. 그리고 나의 나, 너의 너. 이 복잡한 관계의 탐구가 우리 모두 안에서 어느 순간, 각자의 정류장에 가 닿을 때까지. 우리는 함께 간다. 버스 시간이 각자 달라도, 그 버스의 목적지가 각자 달라도, 간다. 같이 간다. 우리는 간다. 내가 나를 만나고, 네가 너를 만나는 그 곳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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