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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5일 09시 49분 등록

껍데기는 가라 

 

2014.07.14

10기 찰나 연구원

 

7월 오프라인 수업에 대한 공지가 624일에 게시되었다.

 

1) 20페이지 개인사 작성 내용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세요. 그리고 한 페이지로 자신을 정의합니다. (천국의 입구에서 신이 당신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누구냐?" 이 질문에 답하십시오)

2) 당신을 한 줄로 표현 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3)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갑니다. 그때의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나요. 한 페이지 편지로 작성해 봅니다.

 

  초기에 변경연 지원을 할 때 MeStory를 작성할 때도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참으로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다시 새삼스럽게 났다. 나는 과연 누구일까? 왜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살아왔는데도 나는 나에 대해서 이렇게 모르고 살아왔을까?

라고 하는 실체는 있는데, 껍데기만 있고 는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또는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었고 알맹이가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변화된 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것이 필요했다. 무엇으로 나를 정의할 것인가?



   이 수업 주제와 우연찮게 맞물려 6월말 리뷰 책이 <<상처받은 내면아이치유>>였다. 책을 읽으면서 책 안에 있던 실습도 같이 해보았다. 내용은 심플했는데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는 사실 해보기전까지는 몰랐다. 왼손쓰기 등을 직접해보니 마음속의 어린 선형이가 어른 선형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과거와 무의식의 바다에 풍덩 빠져서 나는 열심히 헤엄을 쳐갔다. 깊은 바다 속에 내가 있는지도 몰랐고, 과거의 상처가 그리 많았는지도 몰았다. 더 깊이 더 깊이 더 깊이 들어가 보려 했고, 그럴수록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하지만 그런 세계를 맞닥뜨린다는 것이 너무 힘이 들어 그만 멈추고 싶었다. ‘이만 됐다. 그만 하자하는 생각이 들어서 올라가고 싶었지만 잠시 멈추었다. ‘이대로 또 도망칠 것인가? 이제 이 시간이 아니면 언제 다시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지? 더 이상 이런 시간은 다시 오지 않아돌아가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다시 더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더 들어 가보니 예쁜 왕궁이 하나 있었다. 왕궁 속에 개구쟁이 같은 어린 공주가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뛰어 놀고 있었다. 어린 공주에게 말을 걸었더니 나를 알아보고 오히려 나를 안아주고 반겨주었다. 나도 와락 공주를 안아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만난 나에 대해서 다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태어난 19703월의 밤 10시로 타임머신을 타고 거꾸로 가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 기억의 편린들을 짜깁기해서 하나둘씩 연결해보기 시작했다. 왜 나의 기억 속에는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만 많이 기억되고 그것에 휩쓸려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몰랐다. 정리해놓고 보니 다 지나간 일로 그때는 비극적인 일로 느껴졌던 것들이 이제는 그런 상황들을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 그냥 솔직해지기로 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올라올수록, 조금 더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너무 안타깝기만 했다.

    이것이 현재의 나미래의 나를 있게 한 나의 히스토리였다. 나의 발표 순서가 되어서 발표를 하였다. 여전히 나의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 집에서 혼자 읽을 때는 떨리지 않았는데 왜 나의 목소리는 떨고 있는 것일까? 난 나의 마음속 이야기를 다른 사람한테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에 나의 감정을 표현할 때는 떨리는 나를 보게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웨버가 나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에 대해서 질문을 해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았다. 학교나 회사에서 발표를 하게 되면 제대로 된 정답을 얘기해야 한다는 불안감. 그리고 지금껏 발표를 했을 때 혼나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에 늘 불안해하면서 발표를 해서 자신감이 없었던 것도 하나의 원인임을 다시 알게 되었다. 나의 이야기에 지지를 받은 적이 별로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인창선배가 연구원 중에서 자기 내면을 찾아가는 속도가 가장 빠르고 글 쓰는 것이 좋아지고 있는데 본인도 그것을 알고 있냐하는 말씀을 하셨다. 지난달 오프 수업때도 잠시 그 말씀을 하셨는데, 그때는 나도 잘 몰랐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내 속에 빠져 지내는 즐거움이 있는데 그것 때문이리라. 인창선배가 이규리 시인의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라는 시집을 주었다. 제목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보통은 시집 제목과 동일한 시가 이 안에 있는데 이 시집은 제목과 같은 시가 그 속에 없었다. 최선은 그런것인가 보다. 겉에 보이는 것과 다른 뭔가를 찾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거기에 적힌 시인의 말이 멋지다.

 

어떤 그림 속의 도마뱀은

그림에서 나와 다시 그림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그냥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내 시가 시에서 나와

시로 돌아갈 수 있을까마는

그렇게 된다면

나온 곳으로는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2014년 봄

이규리

 

마치 나온곳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선배의 말을 듣는 것 같았다.

 

   재경선배가 결핍이 부족하기에 자신을 찾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에 본인이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중간에 큰일을 몇 번 겪긴 했지만 그건 다 상대적이었고, 객관적으로 봐서 큰 고생은 하지 않고 살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고맙게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인생은 주관적이기에 그 속에서의 힘든 것은 늘 상대적이었다. 어느 분은 50살이 넘어서야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이유를 알았다고 한다. 참치는 자신의 어머니가 바쁘셨지만 자신을 믿고 인정해주었기에 자존감이 높았다고 얘기를 한다. 그래서 그녀는 남을 배려하고 남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재경선배가 한 말의 깊은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하고, 앞으로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남아 있는 육아휴직 6개월의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인생의 후반을 결정하게 될 것 같다.


   나는 나를 한마디로 사막풀에 비유했는데, 교장샘의 재해석이 있었다. “한면으로는 인동초가 연상되는데 다시 생각을 해보니 대지의 수용 또는 포용이 찰나에게는 더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점점 더 자신을 수용하고 섬세성이 살아가고 있다라고 하셨다.

대지의 포용이라? 나는 그렇게 넉넉한 마음을 가졌을까? 구달님도 나보고 그렇게 많은 곳을 여행을 하고, 보기에도 긍정적으로 보이는데 왜 그런 긍정성이 글에서는 없느냐고 했다.

  원래는 내가 그런 것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의 장막을 치우지 못한채 지금껏 살아와서 그것을 제대로 못봤던 것이다. 나는 내 이름처럼 선()하게 그리고 영어발음이 Sun이기에 태양처럼 뜨겁게 살아가려고 한다.

 

  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얘기하고 나니 홀가분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과거의 나를 다 청산해보려고 한다. 그동안 묵혀두었던 일기장이나 편지들을 다시 보면서 정리해나가려고 한다.

 

  데카상스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것이 부모의 환경의 중요성과 반면에 부모들이 잘해주어도 늘 상대적인 결핍감이 누구나에게 존재하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예외적으로 구달님의 삶의 긍정성은 글이나 삶속에 잘 녹아들어가 있었다. 그의 글을 볼 때나 발표할때 들으면 기분이 그냥 상쾌해진다. 삶의 긍정 에너지는 그런것인가 보다.

   오프수업 시작할 때 승호선배가 티벳스님이 징 대신으로 사용하는 것을 가지고 와서 수업의 시작을 알렸다. 각자의 소리로 어떤 울림을 낼 수 있을지 생각해보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그 소리의 울림처럼 데카상스 한분 한분의 이야기가 울림이 되어 나에게로 왔다.

 

   수업이 끝나고 이어진 뒷풀이. 처음으로 오프 수업이 7시에 끝났다. 이번부터 과제를 사전에 등록하고 질문을 미리 생각해보라고 해서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메뉴는 족발. 족발을 예전에는 먹지도 못했는데, 어느 순간 맛을 알아버리고 그냥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우리는 데카메론이 되어서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정말 속시원하게 웃었다. 작은 것 하나도 왜이리 재미있는지. 삶의 재미가 하나씩 생겨나는 것 같았다. 속속들이 등장하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선배님의 뜨거운 사랑이 후배들의 언 마음을 녹여주었다.

  1차를 마치고 2차를 향했다. 예전에는 1차만 마치고 갔는데 2차를 시도해봤다. 한번 푹 빠져보고 싶다는 마음에 시도를 했다. 남편과 스페인 여행가는 것 때문에 오랫동안 많은 얘기를 한 후여서, 일찍 가는 것이 좋긴 했지만 그냥 해보기로 했다. 그냥 해보고, 그냥 느껴보기로 했던 시도여서, 시도 자체만으로도 한걸음 더 나갈 수 있는 내가 되는 것 같아 좋았다.

 

   이번에 크게 깨달은 것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걸음 더 나아갈 수도 있는데 머물게 한 것은 남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임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때로는 워킹맘의 죄책감으로, 때로는 아이 때문에, 때로는 남편과 시부모님 때문에 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떠나지 못했던 것이었다. 내 스스로가 나의 껍데기를 벗어버려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껍데기를 벗고 이제 나의 알맹이와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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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5 12:22:27 *.218.178.5

언니 이미 벗었던 걸. 아름다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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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5 13:21:25 *.113.77.122

ㅎㅎ 들켜버렸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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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5 13:14:50 *.50.21.20

언니의 내면 아이도 만나 보고 싶었어요. 노각나무 하얀 꽃의 명주실로짠 것 같은 소담스런 꽃봉오리가 생각나네요. 

스페인에서 도전해보아요 같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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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5 13:27:00 *.113.77.122

지난번 못다한 것을 스페인에서 ~~~ GoGo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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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5 13:26:59 *.113.77.122

지난번 못다한 것을 스페인에서 ~~~ GoGo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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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0 22:15:12 *.217.6.52

껍데기도 나자신 것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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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1 17:43:23 *.113.77.122

껍데기도 나자신것이라.. 맞는 말씀이시네요 

그것까지 생각못했는데 역시 예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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