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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5일 11시 19분 등록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정서웅 옮김, 민음사, 2003.


1. 저자에 대하여


■ Johann Wolfgangvon Goethe ■


출생/사

1749. 8. 28.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 1832. 3. 22.  그의 나이 83세.

•활동 분야

독일 문학가, 정치가, 과학자

 

•발 자 취  

•저 서

1753년(4세) 크리스마스날 할머니로부터 인형극 상자를 선물받았다(지금도 프랑크푸르트의 괴테하우스에 보존되어 전시중이다.)

1759년(10세) 프랑스군 프랑크푸르트 점령. 2년쯤 괴테의집에 머문 군정관 토랑Thoranc 백작을 통해 소년 미술과 프랑스 연극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됨

1765년(16세) 10월. 라이프치히로 가서 대학 입학. 베리쉬, 슈토크, 외저 등의 예술가들과 사귀며 문학과 미술 공부. 그리스 연구가 빙켈만의 글을 읽고 계몽주의 극작가 레싱의 연극을 관람

1766년(17세) 식당 주인 쇤고프의 딸 케트헨을 사랑하여 교제. 그녀에게 <아테네>라는 시집을 바쳤고 이 시집은 베리쉬에 의해 보존됨

1768년(19세) 케트헨과의 애정 관계 끝. 6월, 빙켈만의 살해 소식을 듣고 큰 충격. 7월 말 각혈을 동반한 폐결핵에 걸려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으로 돌아옴

1770년(21세) 슈트라스부르크 대학 입학, 법학 공부 지속. 눈병 치료차 슈트라스부르크에 온 헤르더와 교우, 문학과 언어에 관해 영향 받음. 10월, 근교의 마을 제젠하임에서 목사 딸 프리데리케 브리온을 만나 사랑에 빠짐

1771년(22세) 프리데리케와 자주 만나며 그녀를 위한 서정시를 많이 씀. 교회사 문제를 다룬  학위 논문은 민감한 내용 때문에 불합격되고 그에 준하는 시험에 통과하여 공부를 마침. 8월 프리데리케와 작별하고 귀향. 프랑크푸르트에서 변호사 개업하였으나 문학에 더 몰입

1774년(25세) 당대의 대시인 클롭슈톡과 편지를 교환

1775년(26세) 프랑크푸르트 은행가 딸 릴리 쇠네만을 사랑하여 약혼, 반년쯤 후에 파혼.  칼 아우구스트 공의 초청을 받고 바이마르를 방문

1776년(27세) 바이마르에 머물기로 결심하고, 7월 추밀원 고문관에 임명된 후 정식으로 바이마르 공국의 정사에 관여. 궁정여관 샤로테 폰 슈타인 부인과 깊은 우정 관계를 맺고, 그녀로부터 많은 격려와 도움을 받음

779년(30세) 슈투트가르트에 들러 실러가 생도로 있는 칼학교 방문

1782년(33세) 황제 요제프 2세로부터 귀족 칭호 받음. 부친 사망

1786년(37세) 식물학, 광물학 연구에 관심. 칼 아우구스트 공, 슈타인 부인, 헤르더 등과 휴양차 칼스바트에 체재하다 몰래 이탈리아 여행. 로마에서 화가 티슈바인, 앙겔리카 카우프만, 고고학자 라이펜슈타인 등과 교유하며 고대 유적 관찰

1787년(38세) 이탈리아 체류 연장, 나폴리와 시칠리아 섬까지 돌아봄

1788년(39세) 6월 스위스를 거쳐 바이마르로 돌아옴. 귀환 후 슈타인 부인과의 관계 소원해짐. 후에 정식 부인이 되는, 평민 출신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와 만나 동거 생활. 실러와 처음 만나나 절친한 관계에 이르지는 못함. 실러는 괴테 주선으로 예나 대학 역사학 교수 자리를 얻음    

1789년(40세) 크리스티아네와의 사이에 아들 아우구스트가 태어남. 당대의 학자 빌헬름 폰 훔보트와 친교 맺음

1790년(41세) 괴센 판 괴테전집에 <파우스트 단편> 수록. 색채론과 비교 해부학 연구 몰두

1792년(43세) 프랑스 혁명군에 대항하는 프러시아 군에 소속되어 베르텡 공방전에 종군

1793년(44세) 연합군 일원으로 프랑스군 점령지 마인츠 포위전에 참가, 8월 귀환. 그 체험을 살려 희곡 <흥분된 사람들>을 씀.

1794년(45세) 새로 건립된 예나 식물원 맡아 관리. 실러와 <호렌>지 제작에 함께 협조하면서 가까워짐. 시인 프리드리히 휠덜린과 처음으로 만남

1795년(46세) 훔볼트 형제와 해부학 이론에 관심을 쏟고, 실러와 공동으로 경구집 <크세니엔> 의 출간 구상

1797년(48세) 실러의 격려와 독촉으로 <파우스트>에 다시 매달려 <헌사><천상의 서곡><발푸르기스의 밤>을 집필

1799년(50세) 티크, 슐레겔 등과 친교

1803년(54세) 절친했던 친구 헤르더 사망

1805년(56세) 5월 실러 사망. 괴테는 ‘내 존재의 절반을 잃은 것 같다’고 술회함

1806년(57세) 나폴레옹 군대에 의해 바이마르가 점령. 크리스티아네와 정식으로 결혼식.

1807년(58세) 아우수스트 공의 모친 안나 아말리아 사망하여 추도문 작성

1808년(59세) 9월 모친 사방. 나폴레옹과 두 차례 회견

1810년(61세) 카스바트와 드레스덴 여행

1812년(63세) 베토벤의 음악을 곁들인 <에그몬트> 초연. 칼스바트에서 몇 차례 베토벤을 만남

1814년(65세) 라인과 마인 지방 방문

1815년(66년) 재상으로 임명. 희곡<에피메니네스의 각성> 공연됨

1816년(67세) 아내 크리스티아네가 중병으로 사망

1817년(68세) 영국 시인 바이런의 시 탐독

1823년(74세) 괴테 숭배자 에커만이 찾아와 조수가 됨

1830년(81세) 아들 아우구스트 로마에서 사망. 폐결핵에 걸려 각혈

1757년(8세) 조부모에게 신년시 써서 보냄

1767년(18세) 첫 희곡 <연인의 변덕> (이듬해 4월에 완성)

1769년(20세) 이전 해 11월에 시작한 희곡 <공범자들> 완성

1771년(22세) 슈투름 운트 드랑이 성향이 짙은 희곡 <괴츠 폰 베를리힝엔> 초고 작성

1772년(23세) <괴츠> 출간, 슈트라스부르크 시절부터 구상했던 <파우스트>의 집필. 시 <마호메트>, <프로메테우스>를 쓰고 오페레타 <에르빈과 엘미레>의 집필

1774년(25세)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시작, 4월에 완성. <괴츠>가 베를린에서 초연, 희곡 <클라비고>

1775년(26세) 희곡 <스텔라>

1777년(28세) <공범자들> <에르빈과 엘미레> 공연

1778년(29세) 희곡 <에그몬트>에 전념, 집필

1779년(30세) <이피게니에> (산문) 완성, 초연

1780년(31세) 희곡 <타소> 구상, <파우스트>의 원를 아우구스트 공 앞에서 낭독. 그 원고를 궁정여관 루이제 폰 괴흐하우젠이 필사해 두었는데, 그것이 훗날 <초고 파우스트>의 출간을 가능하게 함

1782년(33세)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집필

1786년(37세)<이피게니에>를 운문 형식으로 개작

1787년(38세) <에그몬트>를 완성

1793년(44세) 프랑스군 점령지 마인츠 포위전에 참가한 체험 살려 희곡 <흥분된 사람들> 씀.

1794년(45세)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개작

1795년(46세) <독일 피난민의 대화> 출간. 실러와 공동으로 경구집 <크세니엔>의 출간 구상

1797년(48세) 서사시 <헤르만과 도로테아> 집필. 실러의 격려와 독촉으로 <파우스트>에 다시 매달려 <헌사><천상의 서곡><발푸르기스의 밤> 집필

1799년(50세)  희곡 <사생아>의 집필을 시작

1803년(54세) <사생아>를 완성, 첫 공연

1807년(58세)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집필

808년(59세) <파우스트> 1부 출간. 소설 <친화력> 구상 집필

1810년(61세) <색채론>을 완성

1811년(62세) 자전적 기록인 <시와 진실>에 전념하여 9월에 1부를 완성. <에그몬트>에 대한 베토벤의 편지를 받고 2부 집필

1812년(63세) 베토벤의 음악을 곁들인 <에그몬트> 초연. <시와 진실> 2부를 집필

1813년(64세) <시와 진실> 3부 완성, <이탈리아 기행>의 집필

1814년(65세) 페르시아의 시인 하피스의 시집 <디반>을 읽고 자극을 받아 <서동시집>에 착수

1815년(66년) 희곡<에피메니네스의 각성> 공연됨, <서동시집>에 수록할 140편의 시가 씌어짐.

1816년(67세) <이탈리아 기행> 1부를 완결, 곧 2부 집필.. 잡지 <예술과 고대>의 발간

1819년(70세) <서동시집>을 마무리 짓고 출판.

1821년(72세)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출간

1829년(80세) <파우스트> 1부가 다섯 개 도시 공연됨, <이탈리아 기행> 전편이 완결되

1831년(82세) <시와 진실>과 <파우스트> 2부를 완성

……

나에게 혼자 파라다이스에서 살게 하는 것보다 

더 큰 형벌은 없을 것이다

 

……

Goethe (Stieler 1828).jpg




■ 사람 사이, 사망과 사랑이 맴도네. 그것은 사랑이었을까


 <괴테와의 대화>의 저자 에커만에게 연민을 느낀 난, 성격 뭐 같고 제 자랑 심하고 말많은 할아범 괴테를 떠올린다. 괴테란 이름에 괴자 하나 들어간다고 괴상을 떠올리지를 않나, 파우스트에서 스크루지를 혼합한 노인 괴테까지를 막 그리고 있다. 대문호로 칭송받는 괴테를 이토록 곱지 않은 눈으로, 처음부터 완고한 그 모습의 노인으로 바라보는 건 앞서 말한 에커만에 대한 연민 때문이고 ‘노인’ 괴테를 먼저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그에 대해 부족한 이해가 크게 한몫 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괴테의 책을 처음 접한 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먼저였지만 당시에 괴테에 대한 기억은 어느덧 사라지고 없다. 이십년도 더 되었으니까 그런가 싶다가도 어떻게 젊은 베르테르의 괴테를 잊어먹었을까. 아니, 그 베르테르가 어쩌다가 저런 파우스트 노인으로 변해버렸을까. 

 괴테는 평생 경제적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그의 부모님 덕분이기도 하다. 괴테의 아버지는 황실 고문관으로 법학을 공부한 부유한 인사였다 하고 그의 어머니는 프랑크푸르트 시장의 딸이라 하니 그는 탄생에서부터 경제적 어려움과 맞닥뜨린 적은 없는 것 같다. 더구나 그의 아버지는 황실고문관이라는 명예직을 돈 주고 샀다고 한다. 귀족 신분에 대한 갈망이 컸던 모양이고 그것을 얻을 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었으니, 뭐 다행인가.

 이러한 부유함과 지식에 대한 욕구를 가진 아버지는 괴테가 여러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해 주었다. 괴테의 부친은 괴테를 법률가로 만들기 위해, 라틴어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말과, 수학, 역사, 지리, 미술, 승마, 피아노 등 다방면의 교육을 하도록 해 주었다. 또한 부유한 부친은 집안에 서재와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화랑을 꾸몄고 또한 여행에서 얻은 기념물로 집 안을 장식했다. 괴테의 수많은 저작 속에 나타난 다방면의 학문과 지식은 일찍부터 받은 이러한 교육과 집 안에 가득한 다양한 예술품들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괴테는 이러한 지식 외에 어머니로부터 문학에 대한 열정 또한 배울 수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재치있고 발랄한 성격에 교양이 풍부하였고 어린 괴테에게 재미있는 동화를 들려주었기에 로마 고전 작가들의 작품을 읽었고 어려서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가 8세 때 쓴 조부모에게 보낸 신년시는 여전히 보관되어 있다. 13세에는 첫 시집을 내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문학청년이기에 문학으로 기우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아버지의 권유로 법학을 공부하고 20대 초반 변호사로 개업을 했지만 그는 계속 문학과 관련된 독서와 공부를 지속하고 문인들과 교제한다.


 괴테의 연보를 보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단어가 ‘사망’과 ‘사랑’이다. 이 두 가지 단어는 모두 사람과 연결되는 말이다. 그의 긴 생애에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그가 사랑하였고 그가 사랑하였기에 그들의 부재는 괴테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먼저,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는 동생들을 잃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에겐 다섯이나 되는 동생들이 있었지만 여동생 크로넬리아 한명을 빼고는 모두 태어나 얼마되지 않아 사망했다. 그들의 부모가 받았을 충격이 무지 컸으리라. 그리고 또 어린 괴테 역시도 일찍부터 상실감을 겪었을 듯하다. 그것이 누가 괴테와 결혼할까? 괴테는 누구를 사랑했나?와 같은 생각을 들게 할 정도의 많은 여성들을 ‘사랑’하는 경험을 하게 한 것일까. 아무튼 적어도 13명 이상의 여인들을 사랑했다 하는데, 과연 사랑일까? 욕망일까?


1) 파우스트 구원의 여인 그레트헨


 참, 조숙하기도 하지. 하긴 일찍부터 시를 짓는 감수성이 그렇게 이끈 것일까. 괴테의 첫사랑은 파우스트에 나오는 여인의 이름과 같은 그레트헨이다.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 빠른 15세의 이 사랑이 깨어진 후 그는 대학에서 법률 공부를 하면서 자유분방한 생활을 보낸다.


2) 안나카타리나 쇤코프


 첫사랑과 헤어지고 1765년 9월말 공부하러 떠난 도시에서 괴테는 식당 주인의 딸 쇤코프를 만나 사랑한다. 그녀에게 <아테네>라는 시집을 바쳤고 그녀와의 사랑과 연애경험을 통해 로코코풍의 시와 희곡, 목가조의 희극 <애인의 변덕>, <공범자>와 같은 글을 쓰게 된다.

 이 때 그리스 연구가 벵겔만이 살해되는 일이 일어나는데 괴테는 벵겔만의 작품을 자주 읽어왔 터라 벵겔만의 살해 소식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이내 폐결핵으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3) 스산네 폰 클레텐베르크

    

 1768년 그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젊은 열정으로 또다시 사랑하고 그녀를 위해 시를 짓던 그는 자유로운 생활을 했음에도 병을 얻었던 것이다. 요양생활을 하면서 파우스트가 그러했던 것처럼 신비주의와 중세 연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어머니의 친구인 클레텐베르크 양과의 교제를 통하여 경건한 신앙에 접근하게도 되는데 그녀는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의 모델이 되었다 한다.


4) 프리데리케 브리온


 지센하임의 목사 딸인 프리델리케 브리온에 대한 사랑으로 민요풍의 소박한 서정시를 쓴다.


5) 짝사랑, 이상의 여인, 샤를로테 부프


 몸이 회복되고 1770년 스트라스부르 대학교에서 법률박사 학위를 얻었다. 이 무렵 괴테는 고트프리트 헤르더를 만나면서, 문학의 본질에 눈뜨고 성서, 민요,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등에 친숙해진다. 귀양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만 문학에 더욱 관심을 가지며 <괴츠(Gottz)>의 초고를 쓴다. 다름슈타트의 메르크와 친교를 맺었다. 1772년 법률 실습을 위해 베츨라 고등법원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는 그의 오랜 사랑이자 이상인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그가 사귄 요한 케스트너라는 친구의 약혼자인 샤를로테 부프이다. 괴테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 짝사랑하게 된다. 그녀와는 이후 12년에 걸친 연애를 하게 되는데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모델이 된 여인이다. 이 작품의 폭발적 인기로 괴테는 엄청난 유명 작가가 된다.


5) 약혼녀, 릴리 쇠네만 


 1775년 4월 프랑크푸르크 은행가의 딸인 릴리 쇠네만과 약혼을 하지만 가을에 파혼한다.  그는 많은 여인을 사랑했는데 갑작스런 결혼 결심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릴리 쇠네만과 약혼하기 전 그는 16세의 소녀 맥시밀리아네를 사랑했다는데 곧바로 프랑크푸르크로 돌아오자 약혼을 한 것이다. 이 약혼이 정착하고 싶었던 때문이라고 얘기되는 듯한데 그런 정착 결심이 계절 하나를 지나 사라져 버리다니.

 당시 18세였던 바이마르 공 카를 아우구스트의 초청으로 11월 바이마르에 가게 되는데 가을 파혼한 괴테에게는 얼마나 위안이 되는 일이었을까 한다. 이곳에서 지내는 10년의 기간 동안 괴테는 정무를 참당하여 추밀참사관, 추밀고문관, 내각수반의 정치적 활동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연구에도 매진한다. 물론 정치적인 영향을 갖춘 괴테가 보다 많은 사람과 교류했을 것은 당연하다. 아우구스트공의 모후 안나 아말리아, 시인 빌란트, 고전적 교양미가 풍부한 크네베르 소령, 궁정가수 코로나 슈레타 등 궁정 안의 많은 사람들과 친교를 맺으면서 자연과 인생에 대해 배우며 이른바 질풍노도의 슈투름 운트 드랑의 격정을 지나 보다 평안하고 원숙한 변화를 이루었는데 거기엔 당연 샤를로테 부인의 영향 또한 있었다. 그녀 역시 시간의 변화와 함께 일곱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고 지적이고 우아한 여성이었다 한다. 그러나 1786년 갑작스럽게 떠나야겠다는 생각으로 남몰래 괴테가 이탈리아로 떠나면서 샤를로테 부인과의 관계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6) 괴테의 아내, 크리스티아네


 수많은 여성을 사랑한 괴테가 갑자기 결혼을 결심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의 자식의 어머니이니까 그럴 만도 하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결혼을 한 것이 아니었다. 1788년 바이마르에 돌아온 괴테는 그의 나이 38세에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를 만난다. 그녀는 괴테보다 15세 어린 바이마르 조화 공장에서 일하는 여공이었다. 원래는 좋은 집안의 신학자이자 법률가 집안의 딸이었으나 그녀의 아버지의 알콜 중독으로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 한다. 그녀는 23세에 바이마르 공국 추밀관인 괴테에게 일자리를 부탁하러 갔다가 만나 동거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해 그들의 아들 아우구스트가 태어나는데 아들이 17세 성인이 된 것을 계기로 1806년 가을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크르스티아네가 병으로 사망하기까지 28년의 세월을 함께 했다.

 그가 그의 아내를 만나며 사랑도 보다 안정되던 1974년 실러와 만나게 된다. 괴테는 실러에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데 파우스트의 집필에 실러의 지속적인 독려가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들의 우정은 괴테의 작품에도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실러와의 교류 중에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헤르만과 도로테아>와 같은 작품을 썼다. 1805년 실러의 죽음은 괴테에게는 더할 수 없는 충격을 주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충격과 상실감을 극복하고 창작에 몰두하고 자연과학 연구에도 몰두하고 있을 때 그의 아내 크리스티아네의 죽음은 또다시  그를 쓸쓸한 인생을 보내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1816년 그의 아내가 죽은 후 쓸쓸했던 괴테는 시안 하피스의 작품을 읽고 자극을 받아 창작열을 불태웠고 또다시 빌레머 부인을 사랑하게 되어 그녀를 사모하여 읊은 <서동시집>을 발표하게 되는데. 그때가 1819년이다. 사랑한 인생의 동반자가 죽은 지 3년도 안 되어 또다시 사랑, 정말 괴테는 사랑이었나. 하긴 그의 아내가 있고 그가 좋아하던 실러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던 그 시기에도 괴테는 또다른 사랑을 하고 있었다. 미나 헤르츨리프와의 사랑인데, <친화력>이 이 소녀를 모델로 한 것이라 한다. 그리고 이 소설ㄹ은 1809년 출간되었다. 그러니...

 

7) 마지막 여인, 울리케 폰 레베초프


 72세의 괴테는 자신이 잘 가는 휴양지 마리엔바트에서 17세의 이 소녀를 만나 구애한다. 구애의 과정이 웃긴다. 그는 72세의 나이로 결혼을 하면 몸에 독이 되는지 의사에게 물었고 의사는 걱정할 게 없다고 한다. 그러다 2년 후에 청혼을 하는데 울리케는 거절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후에 수녀가 되었다 한다.

 

 수많은 여인들을 사랑한 괴테의 특징이라면, 그녀들을 사랑하고 그녀들을 위해서인지 그녀들과 헤어져서인지 꼭 관련된 작품들을 남긴다. 마치 자신의 사랑을 꼭 기록해야 하는 것처럼 혹은 작품을 위해 여인이 뮤즈인 듯이 행동하는 괴테의 기질을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아무튼 많은 사랑을 하며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던 괴테는 돌연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게 된다. 1786년부터 1788년까지의 3년 동안이었지만 이 여행이 괴테에게는 많은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었다. 일단, 여행부터가 갑작스런 떠남의 욕구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몰래 떠난 여행, 이때 오랫동안 사랑하던 여인 샤를로테 부인과의 관계도 있었는데 이 여행으로 그녀와의 만남도 소원해지고 괴테의 문학적 성향도 고전주의로 변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1832년 3월 22일, 괴테는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그의 평생의 친구 실러의 무덤 옆에 묻혔다고 하는데 괴테의 마지막까지 함께 한 에커만은 “평안한 기색이 고귀한 얼굴 전면에 깊이 어려 있었다. 시원한 그 이마는 여전히 사색에 잠겨 있는 듯했다.”라고 그의 작품에 기록하고 있다.


■ 파우스트 이해를 위한 발버둥


 파우스트는 괴테의 창작 속의 인물이 아니라 전설 속의 인물이라 한다. 그러니까 16세기 살았다는 떠돌이 학자라 한다. 파우스트는 마술과 점성술을 가지고 신학과 의학에도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범상치 않은 그의 행동이 그를 전설 속의 인물로 만들었던 모양이다. 그런 이유로 파우스트는 다양한 예술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되었고 여러 형태의 이야기로 전해졌다. 여기에 괴테도 동참한 것이다.

 괴테식의 파우스트를 이해하기 위한 이 버거움을 어떻게 할까 할때 책의 마지막에 있는 이 작품해설. 결국 몽땅 필사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만. 작품이해를 위해~ 잘 읽어보고 이해가 되면 내 식으로의 이해도 잘 이뤄지겠거니 생각한다.


작품 해설


p391 이 희곡의 중요한 의도는 강렬한 인식에의 욕구를 지나고 용기 있게 자아를 성취해 나가는 르네상스식 인간상을 그려내는 것이었다.


p391 전설상의 파우스트는 16세기에 살았다는 떠돌이 학자로 마술과 점성술의 솜씨로 살아간 사람이다. 신학과 의학에도 상당한 지식이 있었던 모양인데, 규범을 벗어난 행동과 과장된 일화들이 그를 전설적 인물로 만들었다. 흥미있는 것은 악마와 계약을 맺는다는 중세적 모티프인데 이 이야기는 당시 민중본Volksbuch으로 엮여져 큰 인기를 끌었다.

⇒ 괴테는 르네상스의 자연철학자들(피라켈수스, 브루노 등)에게 관심을 쏟고 있었고, 파우스트는 근대 정신에 입각해 지식과 삶의 관계를 규명하려 노력하는 인간상을 대변할 만함


p392 1578년 나온 슈피스 판의 책에서는 파우트가 원소를 획득하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팔고, 독수리 날개를 달려고 애쓰며, 모든 근원을 하늘과 땅에서 찾으려 한다. 그를 움직이는 것은 향락적인 삶이 아니라 인식에 대한 갈망이다. 작가는 주인공의 파멸로 이야기를 맺음으로써 신을 잃은 인간의 말로를 경계하려 했다. 당시의 도그마적 종교관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에게 그것은 자연스런 귀결이었다. 1599년 슈바벤 출신의 비트만이 쓴 개정판에서도 파우스트는 초인적 철학자가 아니라 가톨릭 교리에 어긋난 타락한 젊은이였다. 1674년 뉘른베르크의 의사 피처가 더 풍부한 소재들을 가미했으나 여전히 편협하고 교훈적이 내용에 머물렀다. 그러나 비트만이 삭제했던 에로틱한 장면을 재생시켜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1725년 저자는 자신을 <기독교적으로 말하는 자> 로 칭했다. 피처 것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18세기 말까지 널리 읽혔으므로, 당시 프랑크푸르트의 소년 괴테도 분명 이것을 읽었으리라 추측된다.


p39~393 파우스트 이야기는 영국에서도 관심거리가 되었다. 슈피스 책의 영역본을 접한 크리스토퍼 말로는 <파우스트 박사의 비극적 이야기>를 펴냈다. 독일 민중본의 내용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주인공에게 현세를 뛰어넘어 신이 되려는, 야심 찬 초인주의의 면모를 심어주었다. 말로의 <파우스트>는 17세기에 독일로 역수입되어 유랑극단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특기할 만한 점은, 공연이 거듭되는 동안 파우스트의 상대역 메피스토펠레스의 역할이 확대된 것이다. 급기야 파우스트의 극은 꼭두각시 인형극이 되었고, 이제 갖가지 정령들의 등장이 자유롭게 되었다. <시와 진실>에서도 밝혔듯이, 소년시절의 괴테에게 이 희한한 인형극은 <아주 다양한 음향>을 선사해 주었다.

    인식에의 갈증을 다룬 이 학자 테마는 현실을 새롭게 평가하기 시작한 계몽주의자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계몽주의자의 관점에서 볼 대 회의자 파우스트는 지옥에 떨어져서는 안될 존재였다. 계몽주의 시대 대표적 극작가 레싱은 <진리로 나아가려는 정직한 노력이 인간의 가치를 만든다>라고 말한 바 있거니와, 그의 글 <열일곱번째 문학 편지>에 지식욕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새로운 파우스트 상을 그려내려 한 구상이 소개되어 있다. 작가 클링거도 1791년 파우스트에 관한 소설을 썼으나, 이 역시 주인공의 방종한 지상 편력이 지옥행으로 끝나는 것이었다. 따라서 파우스트 설화는 괴테에 이르러서야 노력하는 자아의 발전 과정을 다룬 차원높은 문학의 소재가 된 셈이다.


p393~394 주인공 파우스트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통해 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자이다. 그는 ‘세계를 한가운데서 통괄하는 힘’을 알고자 했고, 그것을 위해 자연과 인간의 삶을 두루 섭렵하는 행동인이었다. 괴테는 이러한 새 인간상을 그려내기 위해 중세의 설화와 민중본은 물로, 유랑극과 인형극의 소재들을 소중하게 이용하였다. 그 속에 담겨 있는 시대 정신과 민중의 정서까지 애정 어린 손길로 재창조해 내었다.

p394 1773년에 집필을 시작해 2년간 계속되었으나 1775년 바이마르에 정착한 후부터 10년간 작품에 별 진전이 없었다. 20대의 청년 괴테가 쓴 당시의 원고는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초고의 낭독을 듣고 감동한 궁정여관 루이제 폰 괴흐하우젠이 원고를 빌려 필사해 두었는데, 다행히 1887년 그녀의 유품 속에서 발견되었다. 그것을 발견한 에리히 슈미트가 즉시 <초고 파우스트 Urfaust>라는 타이틀로 출판하였다. 여기에는 파우스트 이야기의 핵심인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계약, 그레트헨에 대한 사랑과 비극적 종말 등이 일부는 시로, 일부는 산문으로 서술되어 있다.

p395 <파우스트 단편>이 <비극 파우스트> 제 1부로 완성되기까지엔 실러의 격려가 크게 작용하였다. 이 시기 오간 두 사람의 서신 속에는 파우스트 집필에 대한 조언과 그에 대한 감사 및 경과를 알리는 내용이 많이 나타난다. 결국 파우스트 제1부는 1808년 코타 판 괴테 전집 제8권에 끼어 출판되었다.

p395~396 60대에 접어들면서 괴테의 인생에 절정에 다다랐다. 철학성이 풍부한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와 산문시 <헤르만과 도로테아>가 나왔고, 학문 연구에도 몰두, 광학과 식물학에 대한 글을 적지 않게 내놓았다. 1800년 초에 <파우스트> 2부를 염두에 두고 헬레나 에피소드를 구상했는데 그것은 훗날 제2부 중 제3막으로 발전했다. 잠시 파우스트 작업이 중단된 동안 두 편의 소설 <친화력>과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중요한 과학 연구서 <색채론>, 자서전 <시와 진실> 시집 <서동 시집>이 1808년에서 1825년 사이에 씌어졌다.

p396 1831년 봄에 <파우스트> 제 2부가 완성되었지만, 제 4막은 아직 빈 채로였다. 괴테는 그것을 여든두 번 째 생일까지 끝낼 계획이었다. 그것은 성공하였다. 그가 죽기 8개월 전이었다.

p396 이렇듯 괴테는 창작의 재능이 눈뜰 때부터 죽을 때까지, 파우스트 드라마에 집착했다.

p396~397 학문에 대한 회의, 사랑의 축복과 죄악은 젊은 시절의 테마였다. 장년기에는 헬레나 상의 고전적 아름다움과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이 그를 사로잡았고, 노년의 괴테를 열광케 한 것은 행위자로서의 파우스트와 그의 인류애, 거기에 창조적, 원형적인 것의 비밀,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의 상징성이었다.

p397 <파우스트>의 앞부분에 나오는 <헌사>와 <무대에서의 서연>은 드라마의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그러나 <천상의 서곡>과 본문의 연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주님과 악마 메피스토렐레스 사이의 내기 – 이것은 앞으로 전개될 모든 사건의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회의에 빠진 인간 파우스트를 유혹할 수 있다는 메피스토렐레스의 장담에 주님은 매우 암시적인 답변으로 응수한다.

      착한 인간은 비록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알고 있다. 따라서 주인공 파우스트는 악마가 신의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선택한 견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마침 파우스트는 학문의 힘으로는 우주의 본질을 구명할 수 없다는 한계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는 마술의 힘으로 지령을 불러내지만, 그에게서도 명쾌한 답을 얻어낼 수가 없다.

p397~398 절망에 빠진 파우스트가 자살을 기도하는 순간 부활절의 종소리와 천사들의 합창이 울려와 세속적 삶에 대한 그리움을 부추긴다. 마을의 선남선녀와 어울리면서 그는 풍성하고 의미 있는 삶을 갈망하게 된다. 때맞춰 나타난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와 계약을 맺고, 쾌락적인 삶을 선사하는 대신 영혼을 넘겨받기로 약속한다. 마녀의 부엌에서 영약을 마시고 파우스트는 20대의 청년이 되었고 순진무구한 처녀 그레트헨을 첫 쾌락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소녀의 고귀한 사랑을 방탕한 파우스트의 마음까지 정화시킨다. 이를 못마땅히 여긴 메피스토펠레스의 농간으로 그레트헨은 어머니를, 파우스트는 그녀의 오빠를 죽이게 된다. 죄책감에 빠진 파우스트를 메피스토펠레스는 발푸르기스의 밤의 환락경으로 이끈다. 이것이 파우스트를 잠시 도덕적 마빙 빠지게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그레트헨에 대한 사랑을 말살하지는 못한다. 그레트헨을 구하러 감옥으로 갔을 때, 미쳐버린 상태에서도 그녀는 파우스트를 용서한다. 탈출을 권하는 애인에게 그녀는 자신의 죄값을 받겠노라 단언한다. 그녀를 두고 나오며 메피스토렐레스는 말한다. ‘그녀는 심판받았노라’ 그러나 천상에서 들려오는 말은 다르다. ‘그녀는 구원받았노라!’ 이로써 주관성이 강하고 슈투름 운트 드랑의 정열이 넘치는 제 1부가 끝나는 것이다.


p398~399 제2부에선 주관과 열정이 절제되고, 대신 해박한 지식과 원숙한 표현력으로 보다 넓은 세계가 묘사된다. 괴테 시대의 문화와 사회상이 다섯 개 막 어느 곳에나 생생하게 재현된다.

     서두에서 파우스트는 자연의 치유력에 의해 정신적 회복을 이룬다. 체험의 한계를 인식했지만 여전히 ‘삶의 최고의 형태’를 추구하는데 전념하리라 다짐한다. 궁성에서 파탄 지경의 황제를 구해내지만, 헬레나를 불러내라는 청까지 경솔하게 승낙한다. 그는 헬레나의 환영을 찾기 위해 메피스토펠레스가 일러준 대로 시공을 초월한 ‘어머니의 나라’로 들어간다. 환영의 궁성에 도닥해 헬레나에게 손을 뻗는 순간 그녀는 사라지고 파우스트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제2막에서 메피스토펠레스는 의식을 잃은 파우스트를 그의 옛 서재로 데려간다. 그곳에선 조수였던 바그너가 인조인간 호문쿨루스를 만들어낸다. 뛰어난 예지의 능력을 갖춘 이 피조물은 헬레나에 대한 파우스트의 동경을 감지하고 그를 옛 그리스 세계인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으로 안내한다. 파우스트가 헬레나를 찾는 동안 원소의 추출물에 불과한 후문쿨루스는 현실적 존재가 되려다가 불꽃이 되어 소멸한다.

     제3막의 서두는 스파르타 궁성으로 돌아온 헬레나가 장식한다. 그녀는 메피스토펠레스의 계략대로 이웃 성의 맹주인 파우스트와 결합하게 되고 둘 사이에 아들 오이포리온이 태어난다. 오이포리온은 날기를 감행하지만 이카루스처럼 추락해 부모의 발치에서 죽는다. 환영의 여인 헬레나도 사라지고, 그녀의 옷과 베일만이 파우스트의 팔 안에 남아있다.

      자연아로 돌아온 파우스트에게 메피스토펠레스는 다시 한 번 욕망과 정열의 즐거움을 마련해 주려 한다. 그러나 파우스트는 그의 제안을 단호히 물리친다. 선행의 가치를 깨달은 그는 황제로부터 받은 해안지대를 비옥한 땅으로 만들도록 독려한다. 이것은 창조적 욕구의 구현이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결의인 것이다.

      백 살에 이른 파우스트는 제5막의 서두에서 개간의 삽질 소리가 요란한 해안지대를 조망한다. 행동하는 자 파우스트는 이제 마적인 것과의 결탁이 무의미함을 인식한다. ‘근심’의 영이 그의 눈을 멀게 하지만 마음의 눈은 그가 성취한 자유의 땅, 복락의 사회를 바라본다. 그리하여 그는 순간을 향해 주저없이 외친다.

 오, 머물러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이 마지막 말과 함께 파우스트는 쓰러진다. 이 순간을 기다려온 페피스토펠레스는 부하 도깨비들과 함께 파우스트의 영혼을 빼앗아 가려 한다. 그러나 그 시도는 실패하고 만다. 속죄의 여인, 즉 그레트헨의 사랑이 하늘의 은총을 받아 파우스트의 영혼을 구해낸 것이다. 천사들에 둘러싸여 영혼이 승천하는 가운데 신비의 합창이 쟁쟁하게 울러퍼진다.

 미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이루어지고

‘형언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성취되었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리도다.


p400~401 괴테 희곡 파우스트는 신과 악마사이의 쟁점이 한 인간을 통해 어떻게 전개되어 가는가를 보여준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헤메인다>라는 주님의 확신이 바로 이 희곡의 기본 주제요, 의도된 각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예정된 진실을 증명해 보이기 위한 존재가 파우스트인데, 그는 예외적 인간으로 설정된다. 요컨대 그는 끊임없이 노력함으로써 자아의 한계를 넘어서고, 나아가 신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사람이다. 학문의 힘으로도, 정령의 도움으로도 이것을 성취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 그의 절망은 더욱 절실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악마의 사술을 빌려서라도 초월성을 쟁취하려는 것이 파우스트의 욕망이다. 그의 운명은 예정된 것이다. 세계의 삶 속을 통과해 가면서 온갖 쾌락과 동시에 그에 따른 고통까지를 체험한다. 고귀한 사랑은 악마의 농간으로 엄청난 죄악의 결과를 낳는다. 고전적 아름다움 (헬레나)을 획득한 듯 하지만, 이것도 일장춘몽으로 끝난다. 통치자의 권력을 얻었지만 이것 역시 악마의 도움에 의한 것이기에 의미가 없는 것이다. 결국 인간 파우스트의 승리는 타인에 의한 헌신적 사랑에서 기인한다. 버려진 땅을 일구어 만인을 위한 복지 낙원을 만들려고 했을 때, 그의 의지는 악마와의 계약을 초월하는 것이다.

 그렇다. 이 뜻을 위해 나는 모든 걸 바치겠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은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굳은 결의만으로 그의 영혼이 구제된 것은 아니다. 그가 저지른 죄과에 대한 용서를 빌고 구원을 간구한 것은 사랑의 힘이다. 그것이 신의 은총을 빌려 이 ‘언제나 노력하며 스스로 애쓰는 자’를 악으로부터 구원한 것이다.


p402 괴테의 파우스트는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 <천상의 서곡>을 포함, 제 1부와 제2부로 나뉘어 있고, 시행의 수는 모두 12,111행에 이른다. 또 파우스트 중 유일한 산문이 제1부에 실려 있다. 1,2부에 모두 비극이라는 부제가 병기된 것이 특이한데, 흔히 제1부를 학자 비극과 그레트헨 비극, 제2부를 헬레나 비극과 통치자 비극이라고 부른다. 이 다채로운 테마를 괴테는 다양한 어법과 다양한 운율을 모두 구사하여 한 편의 웅장한 교향악으로 만들어놓았다. 물론 60여년에 걸친 길고도 불규칙적인 집필 과정으로 인해 내용상 빈틈없는 통일성을 기하지는 못하였다.

p403 대작 파우스트에 담겨 있는 사상은 한 마디로 요약하기가 어렵다. 그 풍부한 생각, 그 다양한 표현기법을 고찰하고 해석하는 데는 많은 가능성이 존재할 것이다. 작품의 평가와 수용에 있어 시대와 독자에 따라 나름대로의 기준과 관점이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괴테 자신도 1827년 에커만과의 대화에서 이러한 수용미학적 작품 해설의 재량권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그들이 와서, 내가 파우스트에서 어떤 이념을 구현하려 했느냐고 묻는다. 마치 나 자신이 그것을 알아서 말해 줄 수 있는 것처럼! 천국으로부터 속세를 거쳐 지옥에 이르는 과정–이것이 아쉬운 대로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념이 아니다. 행위의 과정일 뿐이다. 나아가, 악마가 내기에서 졌다는 것,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이 힘든 과오의 길로부터 보다 나은 것을 지향함으로써 구원받는다는 사실–그것도 보다 효과적이고 많은 것을 일러주는 사상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전체, 혹은 개개의 장면에서 특별나게 기본이 되는 이념은 아니다.

⇒ 어떻게 이렇게 작품해설을 다 필사할 수밖에 없었던가. 작품의 이해때문이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렇게 책 뒤에 작품해설이 붙어있다는 것이...


참고 자료


•네이버 지식백과, 네이버캐스트, 위키백과

•이원용, 세계를 움직인 12인의 천재들, 을유문화사, 1996.



2.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파우스트 제1권


헌사


⇒ 1797년 6월24일 집필된 것으로 추정되는 8행의 스탠자로 작품 전체의 서곡과 같은 역할을 한다.

p8 

저 고요하고 엄숙한 정령의 나라에 대한 그리움

내 잊은 지 오래더니, 다시금 날 사로잡는구나

나의 노래, 에올스의 현금처럼 속삭이며,

이제 어렴풋한 음조를 띠고 울려퍼진다.

전율이 온몸을 휩싸고 눈물이 방울방울 솟구치니

굳었던 마음, 온화하고 부드러워지면서

지니고 있는 것, 아득히 멀게 느껴지고,

사라졌던 모습들, 다시 현실로 나타나는구나.

⇒ 에올스는 바람의 신


무대에서의 서연(序演)


p11 시인

아, 마음 깊은 곳에서 샘솟아 나온 것,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성공하면서

우리 입술이 수줍은 듯 웅얼웅얼 노래한 것

난폭한 순간의 힘은 이것들을 삼켜버리기도 하지만,

종종 여러 해의 각고 면려 후에야

완성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건 순간을 위해 생겨난 것이지만,

참된 건 후세까지 사라지지 않고 남는 법이랍니다.

 

p11 어릿광대

유쾌한 기분을 불러낼 줄 아는 자는

군중의 기분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지요

바라는 건 떼지어 몰려드는 관객뿐이에요.

그래야 더욱 신명나게 흥을 돋울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당신도 멋들어진 걸작을 하나 내보이세요.

환상에다 온갖 풍류를 다 곁들여봐요.

이성, 오성, 감성, 정열 뭐든지 다 좋지요.

하지만 명심하세요, 익살을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p12 단장

그러나 무엇보다 사건이 풍성해야지!

사람들은 구경하러 오는 것이고, 무엇보다 그걸 좋아하니까

볼거리가 잔뜩 눈앞에 전개되면

관중들은 입을 딱 벌리고 찬탄할 게고,

당장 자네의 명성이 널리 퍼져서

틀림없는 인기작가가 될 걸세.

대중을 상대할 땐 수량 공세를 펴는 수밖에 없어.

숫자의 중요성. 백만 고객을 보유했다면 그것 자체로 마케팅 효과, 홍보 효과가 올라간다.

그래야 제각기 무언가를 얻어갈 수가 있지.

많이 늘어놓아야 많은 사람들에게 소득이 돌아갈 게고,

각자 흡족한 마음으로 극장 문을 나설 것이네.

작품 하날 공연하더라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내놓게나.

그정도 잡탕밥쯤 능히 만들어낼 수 있겠지?

공연하기 쉬운 건 생각을 짜내기도 쉬울 거야.

설사 완벽한 작품을 내어논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관객은 그걸 조각조각 뜯어가고 말 것인즉.


p14 시인

명색이 시인이라면, 자연이 베풀어준 지고한 권리,

즉 인간의 권리를

당신의 장사를 위해 지각없이 희롱할 수가 있겠소?

시인은 무엇으로 만인의 심금을 울리는 걸까요?

무엇으로 모든 원소를 이겨낼 수 있을까요?

그것은, 가슴 속에서 솟아나와

온 세계를 다시 가슴 속으로 이끌어들이는 조화의 힘이 아닐까요?

⇒ 시인은 온 세계를 다 가슴 속으로 이끌어 들여야 한다는 말, 시를 쓰면 생각해보겠다.


천상의 서곡


⇒ 1800경 씌어졌으며, 구약성서 가운데 욥기 제1장 제6~12절의 내용을 모티프로 하였다.


p22 메피스토펠레스  

태양이니, 세계니 하는 것에 대해선 말할게 없소이다.

내 눈에 보이는 건 그저 인간들이 괴로워하는 모습뿐이에요.

지상에서 작은 신을 자처하는 놈들은 언제나 판에 박은 듯

천지개벽하던 그날 모양 이상하기만 합디다.

차라리 하늘의 빛을 비춰주지 않았던들

그들은 좀더 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들은 그것을 이성(理性)이라고 부르면서

어떤 동물보다 더 동물적으로 사는 데 써먹고 있지요.

⇒ 인간의 이성이, 합리적인 행동을 보장한다고는 할 수 없지.

 

p22~23 메피스토펠레스

늘 그렇지만, 내 보기엔 아주 지독한 곳입니다.

인간들의 비참한 꼬라지가 하도 딱해서

나 같은 악마도 그 가련한 놈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다니까요.

⇒ 참 공감이 되는 말. 인간들의 꼬라지 정말 비참하고 딱하다. 세상의 모든 신들이여, 이 마음 영원히 지속되길.


p23 

메피스토펠레스: 내기를 할까요? 당신은 결국 그 자를 잃고 말 겁니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녀석을 슬쩍 나의 길로 끌어내리리이다.

주님 : 그가 지상에 살고 있는 동안에는

      네가 무슨 유혹을 하든 말리지 않겠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메피스토페레스 : 고맙습니다. 사실 난

                죽은 놈들과 상대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통통하고 싱싱한 뺨을 가진 놈을 가장 좋아하지요.

                송장이 찾아올라치면 난 집에 없는 척 하지요.

                고양이가 죽은 쥐를 싫어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주님 : 그러면 좋다. 네 재량에 맡기겠다.

       그의 영혼을 그 근원으로부터 끌어내어,

       만일 그것을 붙잡을 수 있다면

       어디 너의 길로 유혹하여 이끌어보려무나.

       하지만 언젠가는 부끄러운 얼굴로 나타나 이렇게 고백하게 되리라.

       착한 인간은 비록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잘 알고 있더군요, 라고.

⇒ 계약은 이미, 주님과 이루어졌다!!!! 가련한 파우스트!!!


p25 주님

나는 너희 같은 무리들을 미워한 적이 없느니

부정否定을 일삼는 정령들 중에서도

너희 같은 익살꾼들은 조금도 짐스럽지 않구나.

인간의 원동력은 너무 쉽사리 느슨해져,

무조건 쉬기를 좋아하니,

나 그에게 적당한 친구를 붙여주고자 함이라.

그를 자극하고 일깨우도록 악마의 역할을 다하거라.

그러나, 너희들 진정한 신의 아들들아,

생생하고 풍요로운 아름다움을 향유하도록 하여라!

영원히 살아서 작용하는 생성의 힘이

사랑의 울타리로 너희를 둘러싸리라.

아물대는 자태로 흐느적거리던 것이

영원히 지속되는 생각들로 정착되리라.


비극 제 1부


p29~30 파우스트

아! 나는 철학도

법학도, 의학도,

심지어는 신학까지도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 철저히 공부하였다.

그러나, 지금 여기 서 있는 나는 가련한 바보.

전보다 똑똑해진 것은 하나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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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보니

내 가슴은 거의 타버릴 것만 같다.

하기야 박사니 석사니 문필가니 목사니 하는

온갖 멍청이들보다는 현명한 편이지.

나는 회의나 의혹 따위로 괴로워하지 않고,

지옥이나 악마 따위도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그 대신 모든 즐거움을 사라져버리고,

무언가 올바른 것을 알았다는 자부심도 없으며,

인간을 선도하고 개선시키기 위해

그럴싸한 걸 가르칠 자신도 없구나.

그렇다고 재산과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세상의 명예나 영하도 누리지 못하니

개라도 더 이상 이 꼴로 살기는 원치 않으리라!

하여 나는 마법에 몰두하였다.

정령의 힘과 말(言)을 빌어

많은 비법을 알 수 있지나 않을까 해서다.

그리 되면 더 이상 비지땀 흘려가며

나도 모르는 걸 지껄일 필요가 없을 것이요,

이 세계를 가장 내밀한 곳에서

통괄하는 힘을 알게 되고,

모든 작용력과 근원을 통찰함으로써

더 이상 말의 소매상을 벌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 희곡인데다 운문으로 표현을 하다보니 문장을 고르는 것이 여간하지 않다. 그러나 운문의 힘이 주는 말의 울림, 크다는 생각을.


p32 파우스트

슬프다! 아직도 난 이 감옥에 처박혀 있단 말인가?

이 저주받을 답답한 벽 속의 골방,

이곳엔 저 다정한 하늘의 빛까지도

 채색된 창유리를 통해 침울하게 비쳐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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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너의 세계다. 이것도 세계라고 할 수 있을까?

⇒ 나의 세계이든 너의 세계이든, 작든 크든, 세계는 세계.

   

p34 파우스트

도망치자! 일어나자! 저 바깥 넓은 세계로 나가자!

신비에 가득 찬 이 책,

노스트라다무스가 친히 집필한 이 책 한 권이면

나의 동반자로서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면 별들의 운행을 알 것이고,

자연이 날 가르쳐준다면

 내 영혼의 힘이 깨어나

정령과 정령이 어떻게 대화하는가를 알게 되리라.

그러나, 메마른 사고방식으로

이 성스런 비유를 해명하려는 건 헛된 일이다.


p36 파우스트   

아니, 내가 신이 아닐까?

내 눈이 이다지도 밝아오다니!

이 순수한 필치를 보노라니

자연의 섭리가 내 앞에 펼쳐 있음을 알겠다.

이제 비로소 저 현인의 말을 알겠구나.

<정령의 세계가 닫혀 있는 게 아니라

네 오관이 닫힌 것이요, 네 마음이 죽은 것이니라!

일어나라, 학생들이여, 결연한 자세로

세속에 병든 가슴을 아침의 태양에 씻어내도록 하라!>

⇒ 책을 펼치고 대우주의 부적을 들여다보다 외치는 말이다. 각주에 의하면 Bin ich ein Gott? 신의 창조 활동에 참여하려는 파우스트의 초월적 욕망.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 정신의 일단이 엿보인다. 슈투름 운트 드랑은 일종의 질풍노도라 한다. 독일적 개성해방운동이라나. 독일 작가 클링거의 작품 제목이라고 하는데 기존의 관습 체계, 도덕적 질서, 권위적 사회 체계에 대한 개인의 해방과 독자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p36~37 파우스트

모든 개체들이 어울려 전체를 이루고

하나가 다른 하나에 작용하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하늘의 힘들이 오르내리며

황금의 두레박을 주고받는구나!

축복의 향기 풍기면서

이 모든 것 하늘로부터 지상으로 내려와

조화롭게 삼라만상을 통해 울려퍼진다!


p38~39 지령

넌 날 보려고 숨가쁘게 갈구했었지.

내 음성을 들으려고, 내 얼굴을 보려고 말이다.

하도 간절한 네 영혼의 소망에 이끌려

나 여기 나타났도다!―그런데 그 무슨 한심스러운 공포감이

초인(超人)이라는 널 사로잡았더냐! 그 영혼의 외침은 어디로 갔단 말이냐?

자신 속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고,

그것을 품고 키워온 가슴, 기쁨에 떨며

우리 정령들과 어깨를 겨누며 부풀어올랐던 그 가슴은 어디에 있느냐?

너는 어디 있느냐, 파우스트? 그 음성 내게까지 들리도록

온 힘을 다 기울여 내게 내달아 왔던 너는?

내 입김이 닿기가 무섭게 오장육부까지 오돌오돌 떨며

꼴사납게 웅크리고 있는 벌레가 바로 너란 말이냐?

⇒ 지령erdgeist은 지상의 모든 자연현상과 생물을 관장하는 정령으로 파우스트가 주문을 외워서 지령을 불러낸 것.


p41 파우스트

내 너를 피할까보냐, 불꽃의 형상이여?

나다, 파우스트다, 너와 대등한 존재다.


 p41 지령  

생명의 흐름에서, 행위의 폭풍에서

오르락내리락 골고루 관장하고

이리저리 누비며 짜낸다!

탄생과 무덤

영원한 바다

변화무쌍한 조직(組織)

불타는 생명

나, 시간이라는 소란한 베틀에 앉아

신의 생동하는 옷을 짜낸다.


p42 

지령 : 너와 닮은 것은, 네가 생각하는 정령일 뿐

       내가 아니로다!(사라진다)

파우스트 : (털썩 주저앉으면서) 그대와 닮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대체 누구와?

          신을 닮은 내가 아니었더냐!

          그런데 그대마저 닮질 않았다니!

⇒ 신과 동일시하는 파우스트, 그는 그가 모든 지식을 깨치고 나서 신과 같다고 했다. 밝아진 눈이 지식의 확장을 의미한다면 말이다. 어쨌든 신이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자라는 생각을 가지는 모양, 아니 모든 지식을 갖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일까.


p43~44 파우스트

성실한 태도로 성공의 길을 찾게나!

소리만 요란한 바보는 되지 말아야지!

이성과 올바른 마음만 가진다면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연설은 저절로 되는 법이라네.

하는 말에 진실이 담겨 있다면,

굳이 말투를 꾸며낼 필요가 어디 있겠나?

그렇지, 자네들의 연설이 번지르르해도 내용인즉 삶의 휴짓조각을 구겨넣은 듯,

가을날 마른 가랑잎 사이로 스쳐가는

안개바람처럼 칙칙한 것일테지.


p44 

바그너 : 오, 맙소사! 예술은 길고

        우리의 인생은 짧습니다.

        비판적인 연구에 몰두하고 있을 때면,

        종종 머리와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근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을 터득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요!

        그 길을 절반도 채 가기 전에

        저 같은 멍텅구리는 죽어버리기 십상이겠죠.

파우스트 : 그런 양피지 책이, 무슨 성스런 샘물이나 되듯

          한 모금 마셔 영원히 갈증을 풀어줄 수 있겠나?

          그것이 자네의 영혼에서 샘솟은 것이 아니라면,

          상쾌한 맛을 얻지 못할 것일세.

⇒ 괴테가 바그너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래서 조수 이름이 바그너인가.


p45 

파우스트 : 이 친구야, 과거의 시대들이란 우리에게

           일곱 겹으로 봉인한 책이나 다름없어.

           자네들이 시대정신이라고 부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작가 양반들 정신 속에

           그 시대가 반영된 것에 불과하다네.

 바그너 :  하지만 이 세계! 인간의 마음과 정신!

          누구나 그런 것에 대해 좀 알고 싶어한단 말이죠.

파우스트 : 그래, 그것도 앎이라고 한다면!

           누가 어린아이를 참된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까?

           그것을 알고 있는 극소수가

          어리석게도 그것을 가슴 속에 간직하지 못하고

          그들의 감정, 그들의 앎을 어리석은 무리들에게 털어 놓았지.

          그 결과 십자가에 못박히거나 화형을 당하게 되었지만 말이야.

  

p46~48 파우스트

신과 닮은 나는 이미

영원한 진리의 거울에 아주 가깝다 생각했고,

하늘의 광채와 밝음 속에 노닐면서

속세의 아들이란 탈을 벗어버렸다.

천사 케룹보다 뛰어난 나는 이미

자유로이 자연의 혈관 속을 흐르며

은근히(창조적으로) 신의 삶을 향유하리라는 예감에 차 있었는데

나, 이 무슨 창피한 꼴이란 말인가!

우레 같은 말 한 마디에 혼비백산하고 말았으니.


감히 그대를 닮으려 해서는 안 된단 말인가?

나 그대를 끌어당길 힘은 있었으되

그대를 붙잡아둘 힘이 모자랐구나.

그 거룩한 순간에

나 얼마나 왜소하게, 그러면서도 위대하게 느꼈던가.

그대는 잔인하게도 나를 다시

불확실한 인간의 운명 속으로 밀어넣었다.

누가 날 가르쳐줄까? 나는 무얼 피해야 할까?

저 충동을 좇아야 할까?

아? 우리의 행위조차 고통과 매한가지로

우리의 인생행로를 가로막는 것이다.


정신이 획득한 아주 훌륭한 것에도

점차 이질적인 물질이 달라붙는 법,

우리가 이 세계의 선에 도달한다 할지라도

더 나은 선이, 그것을 거짓이며 착각이라고 부르는 법,

우리에게 생명을 부여해 준 아름다운 감정들도

어지러운 속세에서 마비돼 버리고 마느니.

환상이 보통 때는 대담하게 나래를 펴고

희망에 가득 차 영원한 경지까지 날아가다가도,

기대했던 행복이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나씩하나씩 좌초하게 되면,

이젠 조그만 공간에도 만족하게 된다.

곧 마음속 깊이 걱정이 둥지를 틀게 되고,

거기 남모르는 고통이 생겨나

불안스레 흔들대며 기쁨과 안식을 방해한다.

걱정은 항상 새로운 탈을 쓰고 나타나는즉

집과 농장, 아내와 자식,

또는 불, 물, 비수 그리고 독약이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별것도 아닌 일 때문에 두려워 떨고,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을 놓고 줄창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이다.

나는 신들을 닮지 않았다! 그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나는 흙더미를 파헤치는 벌레와 닮았다.

흙먼지를 먹으며 살아가다가

나그네의 발길에 밟혀 파묻혀버릴지도 모른다.

⇒ 파우스트의 이 말들응ㄴ 지식인의 고뇌와 더불어 인간의 고뇌를.

 

p49 파우스트

조상에게서 상속받은 것은

그저 소유하기 위해 획득했을 뿐,

사용치 않는 재산은 무거운 짐이 될 따름이니

순간이 만들어내는 것만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p51 파우스트

모두들 살금살금 피해 가는

저 문을 과감히 박차고 나가자.

이젠 행동으로 증명할 때가 왔다.

인간의 용기는 신의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

환상 속에 고통을 만들며 자신을 저주하는

저 어두운 동굴 앞에서도 떨지 않는다는 것,

지옥의 모든 불길 활활 타오르는

저 좁은 통로를 통해 과감히 들어가

비록 허무 속으로 휩쓸려들 위험이 있다 해도

이 발길 씩씩하게 내디딜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을.

⇒ 으악, 저 행동.....


p52 천사들의 합창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네.

인간들아, 기뻐하라.

살며시 잠입하여

남을 파멸시키려는, 타고난

욕구에 사로잡힌 인간들아.

⇒ 인간들아! 욕구에 사로잡힌 인간들아...


p53 파우스트

복음은 잘 들리지만, 나에겐 믿음이 없다.

기적은 믿음의 가장 사랑스러운 자식.

기쁜 소식 들여오는 저 영역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귀에 익은 저 음조

나를 다시 삶 속으로 되불러주는구나.


성문 앞에서


p61 파우스트   

자, 보게나! 많은 사람들이 민첩하게

공원과 들판을 뒤덮고 다니는 양을.

강을 가득 메우며 흔들거리는

즐거운 나룻배들.

가라앉을 듯 가득 사람들을 싣고

저 마지막 조각배가 떠나간다.

먼 산의 오솔길에도

알록달록한 옷들 눈에 띄는구나.

어느새 마을로부터 왕자지껄하는 소리 들려오는가.

여기야말로 민중의 참된 천국이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기쁜 환호성을 지르는군.

여기에선 나도 인간이다, 여기에선 나도 인간이 되리라!

 

p65~66 파우스트

사람들의 찬사가 내겐 조롱처럼 들리는군.

오, 자네가 내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면.

실은 아버님이나 나나

이런 찬사를 들을 자격이 없었네!

나의 선친께서는 어두운 영역의 명인이셨지.

자연과 그 성스런 영역에 대해서

정직하지만, 독창적인 방법으로

대단한 노력을 기울여 연구하셨네.

연금술사들과 어울려 어두운

실험실에 틀어박힌 채

무진장한 처방에 따라

상극 관계에 있는 것을 조합하려 하셨네.

용감한 구혼자인 붉은 사자를

미지근한 탕 속에서 백합과 교합시키고,

둘을 작렬하는 불꽃에 달구어

이 신방에서 저 신방으로 몰아치곤 하였네.

그런 다음에야 오색찬란한 색깔을 띠고

젊은 여왕님이 유리 그릇 속에 나타나게 되는 거야.

그게 약이었는데, 환자들은 죽었단 말이지.

그러나 아무도 묻지 않았어. <완치된 자가 누구냐??고.

우리는 그 고약한 탕약을 가지고

이 마을 저 골짜기를 찾아다니며

흑사병보다 더 흉악하게 설쳐댔던 것이라네.

나 자신도 수많은 사람에게 그 독약을 주었는데,

그들은 말라 죽고 나는 살아남아

뻔뻔한 살인자가 칭송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거라네.

⇒ 붉은 사자는 붉은 색의 산화수로 남성의 금속수이다. 백합으로 불리는 흰색 염산이 여성이 되어 양성이 결합하면 아름다운 공주님이 탄생한다는 연금술의 이야기가 있다하고. 신방은 실험용 플라스크를 가리키는 말이라 한다. 젊은 여왕님은 소위 현자의 돌이라고 불리는 만병통치약을 가리킨다고.


p69 파우스트

내 가슴 속에 아아! 두 개의 영혼이 깃들여서

하나가 다른 하나와 떨어지려고 하네.

하나는 음탕한 애욕에 빠져

현세에 매달려 관능적 쾌락을 추구하고,

다른 하나는 과감히 세속의 티끌을 떠나

숭고한 선인들의 영역에 오르려고 하네.

오오, 하늘과 땅 사이를 지배하며

대기 속에 부유하는 정령이 있다면,

부디 황금빛 운무에서 나와

나를 새롭고 찬란한 삶으로 이끌어다오!

그래, 마법의 외투라도 얻을 수 있어서

미지의 나라로 날아갈 수만 있다면!

내겐 그것이 어떤 귀중한 의복보다

아니 임금의 곤룡포보다 값진 것이 되리라.

  

서재


p72 파우스트

나는 들과 초원을 떠나왔다.

그것은 깊은 밤의 장막에 싸인 채

예감에 가득 찬, 성스러운 두려움으로

우리 마음속 선한 영혼을 일깨워 준다.

온갖 격렬한 행위를 동반하는

거친 충동 잠들었으니,

인간의 사랑 움터나면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도 고개를 든다.


p73 파우스트

흔한 일이지만 우리 인간은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조소하고,

때로 불편한 일이 발생하면

착하고 아름다운 걸 봐도 곧잘 불평한다마는

너희들 개도 인간들처럼 으르렁거리고 싶단 말이냐?

 

그러나 아아! 이 마음 간절해도

더 이상 만족감이 솟아나지 않는구나.

그러나 왜 삶의 강물은 그리도 빨리 메말라

우리를 다시 갈증에 허덕이게 하는가?

그것은 내가 수없이 경험해 온 것.

이러한 결핍을 메우는 일은

초현세적인 것을 숭상하고,

무엇보다 신약성서에서

고귀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하늘의 계시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 인간은 그렇다. 보고 있으니 찔리는걸


p74 파우스트

여기 씌어 있기를, <태초에 말씀이 계셨느니라!>

이 대목에서 벌써 막히는구나! 누가 나를 도와 계속 할 수 있게 해줄까?

나는 말씀이란 말을 그렇게 높이 평가할 수가 없다.

정령으로부터 올바른 깨달음을 얻었다면,

나는 이 말을 다르게 옮겨야 한다.

이렇게 쓰면 어떨까, <태초에 뜻이 있었느니라!>

첫 번째  구절을 신중히 생각해

붓이 너무 빨리 나가지 않도록 해야겠다!

만물을 창조하고 다스리는 것이 과연 <뜻>이랄 수 있을까?

차라리 이건 어떨까, <태초에 힘이 있었느니라!>

하지만 내가 이렇게 써내려가는 동안

벌써 거기에 집착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이 있다.

정령의 도움이구나!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라

기쁜 마음으로 기록하노니, <태초에 행위가 있었느니라!>


p78~79

파우스트 :    자네 이름이 뭔가?

메피스토펠레스 :  그 질문은 시시한 것 같은데요.

                  말(言)이란 걸 그다지도 경멸하시고

                  일체의 외관을 훨씬 초월해서

                  본질의 깊은 곳만을 탐구하시는 분으로선 말입니다.

⇒ 때론 부질없다는 생각도, 과연 본질이 무엇이란 말이냐.


p79~80

메피스토펠레스 : 항상 악을 원하면서도 항상 선을 창조해 내는 힘의 일부입지요.

파우스트 : 그 수수께끼 같은 말은 무슨 뜻인가?

메피스토펠레스 :  소생은 항상 부정(否定)을 일삼는 정령입니다!

                 생성하는 모든 것은 멸망하게 마련이니

                 그게 당연한 것 아닐는지요.

                 그러니 아예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는 편이 낫겠지요.

                 당신들이 죄라느니, 파괴라느니

                요컨대 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이

                제 원래의 본성이랍니다.

파우스트 : 자네는 자신을 일부라고 하면서, 내 앞에 서 있는 건 전부가 아닌가?

메피스토펠레스 :  조그만 바보의 세계를 이룬 인간이

                 스스로를 보통 전체라고 생각하지만―

                소생 따위는, 처음에 전체였던 일부분의 또 일부분이랍니다.

                저 빛을 낳은 암흑의 일부분이지요.

                저 오만한 빛은 모체인 밤을 상대로

                옛 지위, 즉 공간을 빼앗으려 싸움을 벌였지만,

                아무리 애를 써봤자, 그건 안 될 일입니다.

                빛이란 결국 물체에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에요.

                빛은 물체에서 흘러나오고 물체를 아름답게 하지만,

                물체는 빛의 진로를 가로막지요.

                그리하여 제가 바라는 대로, 오래지 않아

                물체와 더불어 빛도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p83 

파우스트 : 하지만 왜 창문을 통해 나가지 않지?

메피스토펠레스 : 악마와 도깨비들에게도 법칙이 있지요.

                 꼭 숨어들어온 곳으로만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들어올 땐 자유지만 나갈 땐 노예가 되는 거지요.

파우스트 : 지옥에도 법률이 있단 말이지?

           그것 참 잘됐군. 그렇다면 너희 같은 존재하고도

           안심하고 계약을 맺을 수 있겠지?

메피스토펠레스 : 한번 약속한 것은 믿으셔도 될 겝니다.

                그걸 깍아먹는 일도 없을 겝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간단치가 않아요.

⇒ 문지방 위에 붙은 오각형의 별이 밖으로 향해 있는 한쪽 모서리가 약간 벌어져 있어 그곳으로 나가지 못한다.


서재

 

p89~90 파우스트

어떤 옷을 입든 이 비좁은 지상의 삶에서

나는 여전히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저 놀기만 하기엔 너무 늙었고,

소망없이 살기엔 너무 젊었다.

세상이 내게 무엇을 줄 수 있단 말인가?

부족해도 참아라! 부족해도 참아라!

이것이 영원한 노래다.

누구의 귓전에든 울리는 그 노래,

우리의 한 평생을

시시각각 목쉰 소리로 들려온다.

나는 아침마다 두려운 마음으로 깨어난다.

쓰디쓴 눈물 흘리며 울고 싶어지는 것은,

하루가 다 지나가도록

한 가지도, 단 한 가지 소망도 이루지 못한 때문이며,

모든 쾌락에의 예감조차

집요한 비판으로 감소되고,

가슴 속에 약동하는 창조의 열정도

오만 가지 세상 일로 방해받기 때문이다.

밤의 장막이 내려도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자리에 누워야 하노니,

여전히 안식을 얻지 못하고

갖가지 사나운 꿈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내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신은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움직일 수 있지만,

내 모든 힘 위에 군림하는 신은

바깥을 향해선 아무것도 움직일 수가 없다.

그리하여 내겐 존재하는 것이 짐이 되고,

죽음이 바람직할 뿐, 인생이 역겹구나.

메피스토펠레스 : 하지만 죽음은 그리 환영받는 손님이 아니더군요.

⇒ 사랑만 하면 작품이 나온 괴테가 부럽군. 작품을 위한 사랑이었을까. 영감을 얻기 위한?


p90~91 파우스트   

무서운 마음의 혼란으로부터는

귀에 익은 달콤한 음조가 끌어내 주었고,

유년기의 감정이 아직 남아 있는 내 마음은

즐거웠던 그 시절의 여운으로 속였지만,

나는 저주하노라, 내 영혼을

유혹과 속임수로 사로잡아

이 슬픔의 동굴 속에

기만과 감언이설로 잡아놓는 모든 것을!

무엇보다, 우리 정신이 사로잡혀 있는

저 드놉은 욕망을 저주하노라!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현란한 현상을 저주하노라!

꿈속에서 우리를 기만하는

명예니 불멸의 명성이니 하는 거짓을 저주하노라.

처자식, 종복, 쟁기 등

소유물로서 우리에게 아첨하는 것을 저주하노라.

황금의 신 마몬을 저주하노니,

재물을 믿고 갖가지 무모한 행동을 하도록 충동질 하고,

안일한 쾌락을 누리도록

편한 자리를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저주하노라, 포도의 향긋한 단물을!

저주하노라, 저 지고한 사랑의 은총을!

저주하노라, 희망을! 그리고 신앙을!

저주하노라, 무엇보다도 인내심을!

 

p 93~94 메피스토펠레스

감각과 혈기가 막혀버린

고독감으로부터

넓고 넓은 세상으로

당신을 유혹하려는 것입니다.

독수리처럼 가슴을 쪼아대는

당신의 번뇌를 내보이는 짓을랑 그만두십시오.

아무리 하찮은 사람들과 어울리더라도

당신이 인간과 더불어 사는 인간임을 느낄겝니다.

그렇다고 당신을 천민들 속에

밀어넣자는 뜻은 아니올시다.

내가 위대한 존재는 아니지만,

당신이 나와 함께 어울려

이 세상에 발을 들여놀 생각이라면,

나는 기꺼이 순종하면서

당장이라도 당신의 것이 되겠습니다.

당신의 동반자가 되었다가

마음에 드신다면

하인이건 종이건 무엇이든 되어드리리다!

파우스트 :  그 대가로 나는 네게 무엇을 해줘야 되지?

메피스토펠레스 : 그러기엔 아직 오랜 기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파우스트 : 아니야, 아니야 악마는 이기주의자가 아닌가.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일을

         그렇게 쉽사리 할 리가 없지.

         조건을 분명히 말하도록 하게.

         그런 하인은 집안에 화를 불러들이기 십상이지만.

메피스토펠레스 : 이 세상에서 내가 하인 노릇을 하며

                당신의 지시에 따라 쉬지 않고 일하겠습니다.

                그 대신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날 땐,

                당신이 내게 같은 일을 해 주셔야 합니다.

파우스트 : 저 세상 따위는 개의치 않네. 자

          네가 우선 이 세상을 박살내 버린다면,

          다음에 어떤 세상이 생겨나든 무슨 상관이겠나.

          이 땅에서만 나의 기쁨이 샘솟고,

          이 태양만이 내 고뇌를 비춰줄 뿐일세.

          이것들과 우선 헤어질 수 있다면

          그 다음엔 무슨 일이든 될 대로 되라지.

          미래에도 증오와 사랑이 존재하는지,

          그 세상에도 역시

          상하의 구분이 존재하는지,

          그런 이야길랑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네.

메피스토펠레스 : 그런 생각이라면 모험을 해 볼만 합니다.

                계약을 하시죠. 그러면 며칠 안에

                내 재주를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겝니다.

                어떤 인간도 구경하지 못한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파우스트 : 자네 같은 가련한 악마가 무얼 보여주겠다는 거지?

          고귀한 노력을 경주하는 인간의 정신을

          너희들 따위가 이해한 적이 있었느냐?


p95 

파우스트 : 나, 한가로이 침상에나 누워 뒹군다면

          당장 파멸해도 좋으리라!

          자네의 감언이설에 속아

          자기도취에 빠지거나

          관능의 쾌락에 농락당한다면,

         그것은 내게 최후의 날이 될 것이다!

         자, 내기를 하자!

메피스토펠레스 : 좋습니다.

파우스트 :  이것은 엄숙한 약속이다!

           내가 순간을 향해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말한다면,

           그땐 자네가 날 결박해도 좋아.

           나는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다!

           그땐 조종(弔鍾)이 울려도 좋을 것이요,

           자넨 내 종살이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시계가 멈추고 바늘이 떨어질 것이며,

           나의 시간은 그것으로 끝나게 되리라!

p96 파우스트 : 내가 어느 순간에 집착하는 즉시 종이 되는 거야.

⇒ 순간에 집착하지 않도록. 종이 된다는 말, 정말 그런 듯.

 

p96 파우스트

내가 한 말이 영원토록

내 일생을 지배하리라는 사실로 충분하지 않은가?

세상만사 여러 갈래로 계속 흘러가는데

나, 하나의 약속에 얽매여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이런 망상은 우리 마음속에 뿌리 박혀서

누구도 쉽사리 벗어날 수 없구나.

신의를 마음속에 깨끗이 지니고 있는 자는 행복할 것이요,

어떠한 희생에도 후회함이 없으리라!

p97~98 파우스트    

 내가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건

바로 이 약속을 지키는 일일세.

내 비록 고고한 척 으스댔지만

자네 정도의 존재에 불과할 뿐.

저 위대한 정령이 날 물리쳤고,

자연도 내 앞에서 문을 닫아버렸다.

사색의 실마리 끊겨버리고

온갖 지식에 구역질을 느낀 지 이미 오래도다.

차라리 깊은 관능의 늪에 빠져

이글거리는 열정을 잠재워보자꾸나!

꿰뚫어 볼 수 없는 마술의 덮개 속에서

갖가지 요술을 당장 준비하게나ㅣ!

시간의 여울 속으로,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우리 한번 뛰어들자꾸나!

거기 고통과 쾌락이

성공과 실의가

멋대로 뒤엉켜와도 좋다.

끊임없이 활동하는 자, 바로 대장부일진대.

p98~99 파우스트

다시 말하지만, 쾌락이 문제가 아닐세.

이러한 도취경에 내 몸을 맡기는 것일세.

고통스러운 향락, 사랑에 눈먼 증오, 속이 후련해지는 분노에.

지식의 갈망에서 벗어나 나의 마음은

앞으로 어떤 고통도 감수하면서

인류 전체에게 주어진 것을

내 내면의 자아로 음미해 보려네.

내 정신으로 가장 높고 가장 깊은 것을 파악하고,

그 기쁨과 슬픔을 내 가슴에 쌓아올리면서

나 자신의 자아를 온 인류의 자아로까지 확대시키려네.

마침내 인류와 더불어 나 역시 파멸에 이르기까지.


p99 메피스토펠레스

인생은 짦고 예술은 길다는 사실이외다.

생각컨대 당신은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

시인과 친분을 맺도록 하십시오.

그로 하여금 뭇 상념 속을 떠돌게 하고는

온갖 고귀한 특성을

예지에 찬 당신의 머리 속에 쌓아 넣으시지요.


p100~102

파우스트 : 내 모든 감관(感管)이 열망하는

          인생의 왕관을 쟁취하지 못한다면

          나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메피스토펠레스 : 당신은 결국―있는 그대로의 당신이지요.

파우스트 : 나도 그걸 느끼네. 부질없이 나는

          인간 정신의 온갖 보화를 긁어모은 꼴일세.

          결국 이렇게 주저앉아 있어도

          내부에서 아무런 힘도 새로이 솟아나지 않는군.

          털끝만큼도 높아지지 못하고,

          한 걸음도 무한한 자에게 다가서지 못했네.

메피스토펠레스 : 당신은 사물을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보고 있군요.

                삶의 기쁨이 달아나기 전에

                우린 좀더 슬기롭게 해동해야 합니다.

                제기랄! 물론 손과 발,

                대가리와 궁둥이는 당신의 것이죠.

                하지만 내가 새로이 즐기고 있는 모든 게

                내 것이 되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나요?


p103 메피스토펠레스  

이성이네 학문이네 하는

인간 최고의 힘을 경멸해 주자.

오로지 요술과 마법을 통해

거짓정령의 원기를 받게 해주자.

그러면 네놈은 틀림없이 내 것이 되고 말걸―

저놈의 운명이 부여받은 정신이란 게

거침없이 앞으로만 내달리는 즉,

녀석의 성급한 노력 때문에

지상의 쾌락을 뛰어넘어 버릴 거야.

저놈을 기어이 거친 삶으로,

그 무미건조한 세계로 끌어넣으리라.

녀석은 필경 아등바등거리며 매어달릴 것이다.

항상 허기진 탐욕의 입술 앞에

진수성찬, 맛좋은 술이 어른거리게 하리라.

녀석은 식욕이 동해 사족을 못 쓰겠지.

그쯤 되면 악마에게 자신을 내맡기지 않는다 해도

결국은 제풀에 파멸하고야 말걸!

⇒ 악마가 요구하는 것이 무미건조한 삶이다. 무미건조한 삶이 악마가 바라는 것이라 하니 갑자기 참, 더욱 더 삶의 무미건조함이 싫어지는구나.

 

p105~106 메피스토펠레스 

충실한 제자인 자네에게 권하노니,

우선 논리학 강의부터 들어보게나.

그러면 자네의 정신이 잘 길들여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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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상의 공장이란 건

뛰어난 직조품 같은 것이라네.

한 번 밟으면 수많은 실들이 움직이고,

북들이 이리저리 넘나드는 가운데

실들이 눈에 띄지 않게 흘러나오며,

단 한 번을 쳐도 수많은 결합이 이루어지는 걸세.

-------

살아 있는 것을 이해하고 기술하려는 자는

우선 정신을 몰아내려고 애쓴단 말이거든.

그리하여 부분들은 손에 넣게 되지만

유감스럽게도 정신적 유대가 결여된단 말씀이야.

화학에서는 이것을 자연의 조작이라고 부르지만,

스스로를 조롱할 뿐 근본 이치는 모르고 있단 말이야.


p107 메피스토펠레스

그 다음엔 모든 일에 앞서

형이상학 공부를 시작해야 하네!

그리 되면 인간의 두뇌에 적합하지 않은 것도

심오한 의미를 붙여 파악함을 알게 될 거야.

두뇌 속에 용납되든 안 되든

멋진 용어가 마련되어 있거든.


p108 메피스토렐레스

법이니 권리니 하는 따위는

영원한 질병처럼 계속 유전되는 것이라네.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전승되고,

이 지방에서 저 지방으로 슬쩍 옮겨가게 되지.

이성이 불합리로, 선행이 고난으로 변하니

자네가 그 자손으로 태어난 것이 슬프도다.

유감일세! 우리가 타고난 기본권에 대해

아무도 문제삼는 이 없다니.


p108~109 메피스토펠레스

난 자네를 그릇된 길로 인도하고 싶지 않네.

그 학문(신학)으로 말하자면

그릇된 길을 피하기가 쉽지 않아.

거기엔 숨겨진 독이 너무 많아서

좋은 약과 구별하기가 무척 어렵다네.

최상의 방법은 한 분의 스승만을 받들어

그 대가의 말씀만을 신봉하는 일일세.

대체로―말이란 것을 존중하게나!

그러면 자네는 안전한 문을 통하여

확신의 전당으로 들어가는 거야.

학생 하지만 말에는 어떤 개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메피스토펠레스 : 개념이 결여될 때

말이 제때에 나타나는 법이니까.

말로써 하나의 체계를 세울 수도 있지.

말은 충분히 믿을 수 있는 것이니까

한 마디 말의 단 한 획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네.


p110~111 

메피스토펠레스 : 여보게, 이론이란 모두 회색빛일세.

                 푸른 건 인생의 황금나무지.


p111

학생 : (읽는다.) ‘너희들 신과 같이 되어 선과 악을 알게 되리라.’

        (기념첩을 공손히 접고 작별인사를 한다.)

메피스토펠레스 : 옛 말씀과 나의 아주머니인 뱀의 지시를 따라라.

                언젠가는 신을 닮았다는 사실이 두려워지리라.

⇒ 창세기 제3장 제5절...

라이프치히의 아우어바흐 지하 술집


⇒ 술을 마시며 야만성을 보게 한다.

p125 메피스토펠레스     

거짓 형상과 말(言)이여,

의미와 장소를 바꾸라!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으라!

마녀의 부엌


마녀가 제조한 약을 먹이고 젊어지게 만들어 여성에 탐닉하게 한다.


p128  메피스토펠레스

지금 당장 들로 나가서 밭 갈고 땅 파는 일을 시작하세요.

당신의 몸과 마음을

아주 제한된 범위 속에 보존하시고

자연식으로 몸보신을 하십시오.

가축들과 더불어 살며, 추수한 밭에

몸소 거름을 준다고 창피하게 여기지 마세요.

그것이야말로 가장 믿을 만한 방법이니

팔십 고령에도 젊음을 간직할 수 있을 겝니다!

 ⇒ 이것이 바로 만드는 자연 요법. 만들어 볼까나.


p133 짐승들    

우리에게 운이 따르고

만사 형통하게 되면,

바로 사상이란 게 생겨나지요!


p135 메피스토펠레스     

세상을 온통 핥고 다니는 문화란 것이

악마에게까지 손을 뻗쳤단 말이다.

이제 북방의 도깨비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뿔, 꼬리, 발톱이 보이기나 하더냐?

말굽만 해도, 내게 없어선 안되겠지만,

사람들 눈에 띄면 손해란 말이야.

그래서 나도, 많은 젊은 놈들처럼

몇 년 전부터 가짜 종아리를 달고 다닌다.


p138 메피스토펠레스   

완전한 모순이란 현자에게나 바보에게나

똑같이 신비에 차 있으니까요.

친구여, 학문이란 낡고도 새로운 것이 아닐까요.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여서,

셋이 하나요, 하나가 셋이라 하며

진리 대신 오류를 퍼뜨리는 것이지요.

⇒ 가톨릭교회의 삼위일체설을 풍자하는 말


p140 발푸르기스의 밤

4월 30일부터 5월 1일 사이의 밤, 이날 악마가 브로켄 산에서 마녀들을 만난다고 한다.

거리

p143 메

정말 순진하기 짝이 없는 아이더군요.

아무 죄도 없으면서 고해하러 갔으니 말입니다.

저런 아이에게는 나도 힘을 쓸 수 없다구요.

⇒ 길에서 마르가레테를 보자마자 말을 걸며 갖기 위해 애쓴다.


 저녁


p146 파우스트

반갑다, 감미로운 저녁놀이여.

이 성스런 방을 두루 비춰주는구나!

희망의 이슬을 마시며 연명하는

너 달콤한 사랑의 아픔이여, 내 마음을 사로잡아다오!

주위에서 숨쉬는 이 고요함,

이 질서와 만족감!

가난 속에 깃들인 이 충만감!

감옥 같은 골방 속에 깃들인 축복이여!

⇒ 마르가레테 방에 장신구가 가득찬 상자를 남겨 두고 나온다.


산책길


p153 메피스토펠레스

놈은 팔찌며 목걸이며 반지들을

마치 무용지물인 양 쓸어 넣고는,

호도 한 바구니쯤 얻어가는 듯

인사말을 건성으로 때운 채

천국의 보상만을 이야기하더군요.

그런데도 모녀는 감격해 마지않는 거예요.


p154 메피스토펠레스

저렇게 사랑에 빠진 바보는

애인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라면

해, 달, 온갖 별들까지 허공에서 폭파하려 든단 말이야.

이웃 여인의 집

p157 메피스토펠레스 : 기쁨에는 슬픔이, 슬픔에는 기쁨이 따르는 법이지요.

p158 

메피스토펠레스 :  그도 자신의 과오를 몹시 후회하고 있었어요.

                 그래요. 하지만 자신의 불운을 무엇보다 한탄했었죠.

마르가레테 : 아! 인간이란 왜 이다지도 불행한 것일까요?

⇒ 그러니까요. 잠시 잠시 행복하기도 하죠.

길거리

p163 메피스토펠레스

거짓 증언을 하는 것이

평생 처음이란 말인가요?

당신은 신과 세계와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것에 대해

또 인간과, 인간의 머리와 가슴 속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자신만만하게 정의내린 적이 없었던가요?

뻔뻔스런 얼굴, 오만한 가슴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내면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게

저 슈베르틀라인 씨의 죽음에 대한 것보다 많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겝니다!


p165 

메피스토펠레스 : 그렇다면 영원한 충성이니 사랑이니 하는 것,

                 유일하고도 전능한 충동이니 하는 것도

                 역시 진심에서 나온 것이란 말입니까?

파우스트 : 그만두게! 그건 진실이야! -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이 들끓는 마음

          그 이름을 찾아보지만 발견할 수 없구나.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며

          나는 최상의 말을 찾으려 하노라.

          나를 불태우는 이 사랑의 열정을

          무한이라고, 영원이라고 부르는 게

          어찌 악마들의 거짓말놀이와 같겠느냐?


정원


p167 파우스트 

오, 착한 아가씨! 똑똑한 사람에게는

허영심과 천박함이 더 많을 수도 있답니다.


p170 메피스토펠레스 : 나를 잘 가르쳐 바로잡아 주는 일은

                     당신들 같은 여인의 손에 달린 것 같군요.

⇒ 그많은 여인들을 사랑하고 쫓아다닌 괴테, 설마 이런 생각에서?

숲과 동굴

p177~178 파우스트      

오, 인간에겐 완전함이 부여되지 않음을

이제 나는 느끼노라.

나를 신 가까이 이끌어가는 이 환희와 함께

그대는 내게 떼어버릴 수 없는 동반자 하나를 붙여주었다.

녀석은 냉혹하고 뻔뻔스러워,

나 자신의 자존심을 짓밟고,

말 한 마디에 그대가 베푼 은혜를 무로 돌려버린다.

녀석은 내 가슴 속에 열심히 부채질하여

저 아름다운 자태를 연모하는 거친 불길을 타오르게 한다.

그리하여 나는 욕망에서 향락을 향해 비척거리다가,

향락 속에선 또다시 새로운 욕망을 그리워하고 있다.


p179~180 메피스토펠레스

내가 없었던들 당신같이 가련한 지상의 아들이

어찌 당신의 삶을 누릴 수 있었겠소이까?

공상의 잡동사니 속에 빠져 있는 당신을

내가 잠시나마 구해 줄 수 있었지요.

내가 없었던들 당신은 이미 이 지구를 떠나버렸을 것이외다.


p180 메 피스토펠레스

마음이 순결한 자도 무엇 없인 살 수 없다는 말을

순결한 귀에는 말해선 안 되는 건가

요컨대, 나는 당신에게

때로 자신을 속이는 즐거움을 허락하리다.

하지만 당신은 오래 견디지 못할 게요.

벌써 또 싫증이 난 모양이구려.

이렇게 더 계속됐다간 완전히 지쳐서

미쳐버리거나, 불안과 공포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p181 파우스트    

반쯤 미쳐버린 내 마음을 들쑤셔

다시 그 달콤한 육체를 탐하게 하지 말아다오!


마르테의 정원


p186 파우스트     

사랑하는 이를 위해선 내 살과 피를 바치겠소.

하지만 아무도 믿음과 교회를 강요당해선 안 되오.


p188 마르가레테   

전 누구에게나 호감을 갖지만,

아무리 당신을 만나고 싶다가도

그 사람 생각만 하면 오싹 소름이 끼쳐요.

웬일인지 그 사람이 악당처럼 느껴져요!

제가 틀렸다면, 용서해 주세요!


우물가에서 


p193 그레트헨    

지금껏 다른 애가 잘못을 저지르면

난 얼마나 신이 나서 헐뜯어댔던가!

다른 사람의 죄에 대해선 입에 거품을 물고 떠들었지!

남의 허물이 검게 보이면, 그 검은빛이 서에 차지 않아

더욱 검은색을 덧칠하려 했지.

그리곤 죄 없는 나 자신이 대견해 마냥 우쭐했는데

이젠 나 자신이 죄인이 되었구나!

하지만 - 날 이 지경으로 몰아댄 모든 것이

아아! 마냥 즐겁고 사랑스럽기만 했으니

 


p202 발렌틴

비록 하느님이 널 용서하신다 해도,

지상에서는 저주받은 몸이 될 게다! 

p203 발렌틴

얘야, 눈물을랑 거두어라!

네가 명예를 버렸을 때,

내 마음의 충격은 정말 컸다.

나, 죽음이란 잠을 통해

군인답게 씩씩하게 하느님께 나아가겠다.


성당


p205 악령

그러나 죄와 치욕은

감출 수 없을 것이다.

p205 죄를 씻은 자들은 너로부터

얼굴을 돌리리라.

순결한 자들은 몸서리치며

네게 손 내밀기를 꺼리리라.

불쌍하구나!


발푸르기스의 밤


p215 메피스토펠레스 : 커다란 세계 속에 작은 모임을 만드는 건

                    오래전부터 내려온 습관이올시다.


p217 작가 : 요즘엔 도대체 어느 누가

슬기로운 내용이 담긴 책 따위를 읽으려 해야 말이지!

요사이 젊은 놈들을 두고 말하자면

이토록 시건방진 때도 아직 없었을걸.


p218 

고물상 마녀 : 우리 집 물건들을 잘 살펴보세요.

              오만가지 것들이 여기 다 있답니다.

              세상의 다른 물건들과는 틀려서

              우리 상점의 물건치고

              인간과 세상에 대해

              큰 해를 끼치지 않는 게 없답니다.

              피를 보지 않은 비수도 없고,

              뜨거운 독을 쏟아넣어

              건강한 육체를 죽게 만들지 않은 술잔도 없고,

              사랑스런 계집을 꾀어내지 않은 패물도 없으며,

              맹약을 깨트리거나

              등 뒤에서 상대방을 찌르지 않은 검 또한 없습니다.

메피스토펠레스 : 당신은 세상 물정을 잘 모르시는 군요.

                 저지른 일은 지난 일, 지난 일은 저지른 일이외다!

                 좀 새로운 걸 진열해 놓으세요!

                 새로운 것만이 우리의 마음을 끌 수 있으니까.

⇒ 참, 별의별 것을 다, 인간이 원래 그렇지. 돈이면 다~

p223 엉덩이 시령사 : 정신의 독재를 난 견딜 수가 없다.

⇒ 엉덩이로 정령을 보는 사람. 계몽주의자 프리드리히 니콜라이를 풍자한 것이라 한다.


발푸르기스 밤의 꿈 혹은 오베론과 티타니아의 금혼식

1797년 48세에 셰익스피어 한여름밤의 꿈에서 힌트를 얻어 집필한 것이라고.


p231~232 독단론자 

         비판론과 회의론을 가지고 아무리 외쳐도

         나는 결코 빠져들지 않는다.

         악마도 그 무엇임에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악마가 존재할 수 있담?

관념론자 : 내 마음속의 환상이

           이번엔 너무 화려하구나.

           진정 그 모든 게 나의 자아라면

           나도 오늘은 바보가 되겠구나.

현실주의자 : 존재란 정말 두통거리군.

            날 무척 괴롭히는 군

            나 여기에 처음 서고 보니

            내 발밑이 견고하지 못하구나.

            초자연주의자  여기선 아주 유쾌하게

            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구나.

            악마의 편에서 추론해 보면

            선량한 놈들도 있는 법이니까.

회의론자 :  불꽃의 뒤를 쫓아가면,

           그들이 보물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믿는구먼.

           악마와 회의(懷疑)는 서로 운(韻)이 맞으니,

           여기에 오기는 잘한 셈이렷다.

⇒ 칸트의 비판론과 흄의 회의론. 관념론자는 피히테로 그는 세계를 자아의식의 반영이라고 생각함


흐린 날, 벌판


p236 파우스트

인간의 마음으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구나. 이러한 비참함의 심연에 빠진 게 한 사람만이 아니라는 것이! 영원히 용서하시는 신 앞에서 사무치는 죽음의 고통을 첫 번째 겪은 사람만으로도 다른 자들의 죄를 사하지 못했다는 것이! 나는 한 여인의 슬픔만으로도 뼈와 살이 깎이는 것 같은데, 네놈은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태연하게 조롱할 수 있단 말이지!


p239 파우스트

네 놈의 탐욕스런 이빨을 내밀지 말아라! 구역질이 난다. 이대하고 장엄한 정령이여, 그대는 내게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내 마음과 내 영혼을 알고 있을진대, 어찌하여 인간의 불행을 고소해하고 인간의 파멸을 즐거워하는 이 따위 비열한 놈을 친구로 붙여주었는가?


감옥


p239 파우스트 

오랫동안 잊었던 두려움이 날 엄습하고,

인류의 온갖 슬픔이 날 사로잡는구나.

여기 축축한 담벼락 뒤에 그녀가 갇혀 있겠지.

그녀의 죄란 한낱 악의 없는 망상에 불과했건만!

그런데도 나는 그녀에게 가기를 망설이는구나!

그녀를 다시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구나!

어서 가자! 나의 망설임은 그녀의 죽음을 재촉할 뿐이다.


p249 

파우스트 : 당신은 살아야 해

마르가레테 : 하느님 심판해 주소서. 당신의 손에 맡기나이다.

메피스토펠레스 : (파우스트에게) 갑시다. 가요 아니면 그 계집과 함께 내버려두겠오.

마르가레테 :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아버지시여, 절 구원하소서. 천사들이여 그대들 성스런 무리여. 절 에워싸고 지켜주소서. 하인리히, 전 당신이 무서워요.

메피스토펠레스 : 그녀는 심판 받았소.

목소리: (위로부터) 구원받았노라.

메피스토펠레스 : (파우스트에게) 내게로 오시오 (파우스트와 함께 사라진다.)

목소리 : (안으로부터 점점 스러지면서) 하인리히! 하인리히!

⇒ 이 마지막을 감격스럽게 보기 보다, 헉, 뜨악해 했던 그 심정이 떠오른다.

 

파우스트 제2권


비극 제 2부

제1막


쾌적한 장소


p15 파우스트

태양이 솟는다! - 하지만 어느새 눈이 부시구나.

눈에 스며드는 아픔 때문에 나는 몸을 돌린다.

⇒ 익숙한 이 장면.....

 

황제의 궁성, 옥좌가 있는 궁실


p19 재상

아아! 온 나라가 열병에 걸린 듯 들끓고,

악이 악에서 부화되고 있은즉,

인간 정신의 오성이, 신성한 선량함이,

노동의 열의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이 높은 궁궐에서 넓은 나라를 내려다보면

마치 악몽을 꾸는 듯 할 것입니다.

괴물들이 흉측한 꼴로 설쳐대고,

불법이 합법적으로 지배하는 등

오류의 세상이 눈앞에 전개될 것입니다.

p24 

메피스토펠레스 : 이 세상에 결핍이 없는 곳이 어디 있겠나이까?

여기엔 이것이, 저기엔 저것이 없지만, 이 나라엔 돈이 부족한 줄 압니다.

물론 돈을 마룻바닥에서 긁어모을 순 없어도,

지혜의 힘을 빌리면 아무리 깊은 곳에서도 파낼 수 있나이다.

산의 광맥이나 성벽 밑에서도

주조된 금화건 그렇지 않은 금이건 찾아낼 수 있나이다.

그걸 누가 캐낼 수 있는가 물으신다면,

재능 있는 자의 천성과 정신의 힘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재상 : 천성과 정신이라―그건 기독교인에게 할 말이 아니다.

그런 말은 지극히 위험하기 때문에

무신론자를 화형에 처하는 것이오.

천성은 죄악이요, 정신은 악마이외다.

이 둘 사이에서 의혹이라는

기형적인 잡종이 생겨나는 것이지.


p26 메피스토펠레스

그건 쉬운 일이오나, 쉬운 게 실인즉 더 어려운 법이지요.

돈은 이미 여기 있습니다. 하오나 그것을 손에 넣는 일,

그것이 기술입지요. 누가 그 일에 착수할 수 있을까요?

생각해 보십시오. 일찍이 이방인의 무리가 홍수처럼 밀려와

나라와 백성을 집어삼켰던 저 공포의 시대에

이런저런 사람들이 너무나 겁에 질려

자신의 가장 귀한 물건을 여기저기에 감춰놓았습니다.

그것은 강력한 로마시대부터 시작해

어제까지, 아니 오늘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 땅 속에 고이 묻혀 있은 즉,

땅은 폐하의 것, 폐하께옵선 당연히 그것을 가질 수 있습니다

p30~31 황제   

어둠 따위가 무슨 소용이냐?

가치 있는 건 밖으로 끌어내야 하는 법.

누가 깊은 밤에 악당을 제대로 구별할 수 있으리?

검은 건 암소요, 고양이는 잿빛이게 마련이다.

저 아래 황금이 가득한 항아리들을―

쟁기를 써서 밝은 곳으로 파내도록 하라.

p31 천문박사

산란한 마음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나이다.

선을 원하는 자, 우선 자신이 선해야 하며,

기쁨을 원하는 자, 자신의 혈기를 달래야 하며,

술을 갈망하는 자, 익은 포도알을 짜야 할 것이며,

기적을 바라는 자, 자신의 믿음을 굳게 해야 합니다.

곁방들이 딸린 넓은 홀


⇒ 사육제의 가장무도회 장면을 묘사한 부분으로, 괴테가 로마의 사육제를 연상하며 썼다 함


p33 의전관

들락날락 온통 난리법석이군요.

하지만 오만가지 지랄을 떤다 해도,

세상이란 결국 예나 마찬가지로

오로지 크나큰 바보에 불과할 것입니다.

p36 장미꽃 봉오리(도전)

약속을 하고 지키는 일은

꽃나라에선 눈과 마음

동시에 지배하는 것이랍니다.


혹시 한 녀석 걸려들지 모르니까.


p39 나무꾼

거칠게 일하는 놈

이 나라에 없으면,

똑똑한 척하지만

귀하신 양반네들

어떻게 살아가지?

이것만은 알아두라고!

우리가 땀흘리지 않으면,

당신들은 얼어죽을걸.

⇒ 그렇지. 노동의 귀천, 구분. 이 시대가 살아가는 법.

 

p45 클로토(운명의 여신들)

아주 쓸모없는 실오리들은

빛과 바람 속에 오래 잡아매 놓고,

찬란하기 짝이 없는 희망의 실은

잘라서 무덤으로 끌고 간답니다.


p48 메게라(복수의 여신들)   

아무도 소망하던 것을 품안에 간직할 수 없어요.

최상의 행복이라도 곧 익숙해지면,

어리석게도 더 탐나는 걸 그리워합니다.

태양을 등지고 서리로 몸을 녹이려는 격이지요.


p50 공포

아아, 어느 쪽으로 가든

이 세상에서 도망쳤으면 좋겠다!

하지만 저편에서 파멸이 위협하며

암흑과 공포 속에 날 가둬놓았다.

p51 지혜

인간의 가장 큰 적(敵) 두 가지

공포와 희망을 사슬에 묶어,

군중에게서 떼어놓으련다―

길을 비켜라! ― 그대들은 구원되었다.

p58 마차를 모는 소년

껍질 속의 본질을 캐내는 일은

의전관으로서의 소관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일엔 좀더 날카로운 안목이 필요하지요.

하지만 전 그런 일로 다투기 싫으니,

주인님, 당신에게 직접 물어봐야겠습니다.

p62 플루투스

네가 해맑은 세계를 또렷이 볼 수 있는 곳,

너의 것이며 너만을 믿을 수 있는 곳,

아름다움과 착함만이 사랑받는 곳,

그 고독의 세계로 가거라! ― 거기에서 네 세계를 창조하라!

⇒ 시의 세계


p63 의전관

교묘한 가상(假象)이

곧장 천박한 진실로 되어야 하는가.

여러분의 진실이란 무언가요? ― 허황된 망상,

그 꼬리를 잔뜩 붙잡고 있는 것이죠 ―

p66 플루투스(파우스트)

법률도 강력하지만 필연의 힘은 더 강하니라.

  

유원지


p80 파우스트

무진장한 보물이 폐하의 영토 안에서

깊이 묻힌 채 때를 기다리며

이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원대한 사상도

이러한 재보에 비하면 심히 보잘것없는 것입니다.

공상의 나래 높게 펴고 아무리 노력한들

결코 만족스럽게 도달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오나 깊이 통찰하는 고귀한 정신은

무한한 것에 무한한 신뢰를 가질 것입니다.

어두운 복도


p84 파우스트

헬레나와 파리스를 눈앞에 현신시키라는 거야.

남자와 여자의 이상적인 전형을

뚜렷한 모습으로 보고 싶다는 거지.

⇒ 정말, 보고 싶다. 헬레나 얼굴. 어찌 생겼는지.

 

p85 메피스토펠레스

전혀 생소한 영역에 손을 뻗는다면

결국은 무모하게도 새로운 빚을 지게 될 것이외다.

p85 메피스토펠레스

나는 그 고대의 이교들하곤 아무 상관도 없어요.

그들은 자기들만의 지옥에서 살고 있습니다.


p86 괴테의 자연관에 의하면 모든 생물의 발생과 생성은 자연의 내부, 즉 모태에 지니고 있는 원형에서 생겨난다. 괴테는 이것을 근원현상이라고 불렀으며, 어머니들은 과거와 미래에 걸쳐 이 원형을 수호하는 신들이라 할 수 있다.


p88~89 파우스트

그러나 난 경직된 상태에서 행복을 찾지는 않겠다.

놀라움이란 인간의 감정 중 최상의 것이니까.

세계가 우리에게 그런 감정을 쉽게 주지 않을지라도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보아야, 진정 거대한 걸 깊이 느끼리라.

⇒ 각주를 보면, 놀라움, 괴테는 신비로운 것에 대한 놀라움이 인간의 가장 귀한 소질이라고 보았고, 무관심이 아니라 이런 놀라움에 의해 가치 있는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에커만과의 대화에서도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가 바로 놀라움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기사의 방


p98 파우스트

한때 온갖 빛과 가상 속에 존재하던 것이

거기서 움직인다. 그것은 영원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전능의 힘을 가진 그대들은 그것을 나누어서

낮의 천막으로, 밤의 지붕 밑으로 보낸다.

어떤 자는 즐거운 인생행로를 잡을 것이요,

어떤 자는 대담한 마술사를 찾아나설 것이다.

마술사는 아낌없이, 자신 있게 모두가 원하는 것,

그 경이로운 것을 보여주리라.

제2막


높고 둥근 천장의 좁은 고딕식 방


p117 학사

우리는 옛날과 같은 장소에 있긴 하지만,

새로워진 시대의 흐름을 생각하시어

애매한 말씀을 삼가십시오.

이제 우리의 관점은 아주 달라졌습니다.

옛날엔 착하고 선량한 학생을 우롱하셨고,

그것도 아무 기술도 없이 성공을 거뒀지만,

오늘날엔 누구도 감히 그런 짓을 못할 것입니다.

p117~118 메피스토펠레스

젊은이에게 순수한 진리를 말해주면,

아직 주동이도 노란 것들이 전혀 좋아하질 않는단 말이야.

하지만 그 뒤 여러 해가 지나

모든 걸 직접 피부로 체험하고 나면,

그것이 자기 머리에서 나온 양 착각하고

선생은 바보였다고 큰소리치기 일쑤지.

p119~120 학사

시대에 뒤떨어져 아무 가치가 없는데도

무엇이나 되는 척하는 건 건방진 수작입니다.

인간의 생명은 핏속에 있는데

청년의 육체만큼 피가 들끓고 있는 곳이 어디 또 있을까요?

그것은 싱싱한 힘을 가진 살아 있는 피로서

생명으로부터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 내지요.

거기서 모든 게 약동하고 무언가가 이루어지며,

약한 것은 쓰러지고, 유용한 것은 뻗어나갑니다.

우리가 세계의 절반을 정복하는 동안

당신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습니까?

졸고, 생각하고, 꿈꾸고, 궁리하면서 허구한 날 계획만 세웠지요.

분명합니다! 늙음이란 차가운 열병 같아서

변덕스런 고민으로 오한을 일으키어요.

누구나 나이 삼십이 지나면

이미 죽은 것이나 진배없어요.

따라서 당신네들은 적당한 때에 때려죽이는 게 상책이지요.

⇒ 피히테의 글에 <인간이 30세 넘으면 그들의 명예를 위해, 또한 세상을 위해 죽는 편이 좋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대목이 있는데, 이것이 보편적 의미로 오해되어 예나와 바이마르 청년들이 잠시 자주 인용했다고.

 

p120 학사

이것이 젊은이들의 고귀한 사명입니다!

세계는 내가 창조하기전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

나는 정신이 일러주는 대로 자유롭게

기쁘게 내면의 빛을 따라갑니다.

밝음을 앞으로, 어둠을 뒤로 하고

나만의 황홀경 속에서 신속하게 나아갑니다.

p120 메피스토펠레스

어리석은 생각이든, 똑똑한 생각이든

옛사람들이 벌써 생각지 않을 게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


p121 포도주가 아무리 괴상하게 끓어올랐자

결국은 포도주밖에 될 수 없는 것.

⇒ 뭐, 그럼 됐지. 원래가 포도주인데.

 

실험실

p122 

메피스토펠레스 : 인간이라고요? 그렇다면 사랑하는 한 쌍을 이 연기나는 구멍에 집어넣었단 말인가요?

바그너 : 천만에요. 지금껏 유행하던 생산방식을

        어리석은 장난이라고 선언하는 바입니다.

        생명이 튀어나온 오묘한 점이라든가,

        내부에서 밀고 나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자신의 모습을 본떠내고 처음엔 가까운 것을,

        다음엔 낯선 것을 자기 소유로 만드는

        그 사랑스런 힘 따위는 가치가 없어졌습니다.

       동물들은 계속 그런 걸 즐길 지 모르나,

       위대한 천분을 타고난 인간이라면

       장차 보다 고상한 근원에서 태어나야겠지요.


p123~124 바그너

위대한 계획은 처음엔 미친 듯 보이는 법이지요.

그러나 앞으로 우연을 비웃으렵니다.

탁월한 생각을 하는 두뇌도

앞으론 사상가가 만들어낼 것입니다.

p124~125 호문쿨루스

⇒ 각주에 의하면, 괴테가 파라겔수스의 학설에서 힌트를 얻었으리라 생각된다고. 남성의 정자를 밀폐된 증류기에 넣어두면 생기를 얻게 되는데, 거기에 사람 피의 엑기스를 섞어 40주 동안 양육하면 인간의 모습이 된다고 한다.

자연적인 것에겐 우주 공간도 좁지만,

인공적인 것은 제한된 공간을 필요로 하지요.

------

저도 존재하는 동안 활동을 해야겠어요.

당장 일할 준비를 갖추고 싶어요.

아저씨는 노련하시니, 빠른 방법을 일러주세요.

⇒ 나도 존재하는 동안 활동해야겠어요!!

 

p125 바그너

육체와 영혼이 그다지도 잘 어울리고

떨어질 수 없이 굳게 결합되어 있건만,

그런데도 끊임없이 서로를 싫어하는 이유가 무얼까?

⇒ 영육일치의 문제는 괴테 시대 중요한 논쟁거리였다고.

 

p130 호문쿨루스

무엇을 할 건가도 생각하겠지만, 어떻게 할 건가를 더 생각하세요.

그동안 저는 세상을 좀 돌아보고

아이(i)자 위의 점 하나쯤은 발견해 내겠어요.

그렇게 되면 위대한 목적이 달성되는 것이죠.

그만한 노력엔 그만한 보상이 따르는 법

황금, 명예, 명성, 건강과 장수,

그리고 아마 학문과 덕망까지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p131 메피스토펠레스

결국 우리는 자신이 만든

인간에게 끌려다니는 꼴이 되는군.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


파르살르수의 들판


p132 마녀 에리히토

내면의 자아를 다스릴 줄 모르는 자일수록

자신의 오만한 뜻에 따라 이웃의 의지를 지배하려 드니까요.

p134 메피스토펠레스

나 역시 여기서 볼 일이 있네.

그러니 우리 모두 즐겁게 지낼 최선의 방법은,

각자가 화톳불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모험을 시험해 보는 거야.

그 다음 우리가 다시 만나도록

꼬마 친구, 자네의 불빛을 소리내며 비춰주게나.

페네이오스 강 상류


p138 스핑크스

당신 자신의 이야길 하면 그게 벌써 수수께끼가 될 겁니다.

당신의 마음속을 한번 풀어보세요.

페네이오스 강 하류


p149 히론

팔라스조차 스승으로선 존경받지 못한다네.

결국 제자들은 자기 방식대로 발전해 가는 걸세.

누구의 교육도 받지 않은 것처럼 말이야.

 

p152 히론

찬양할 만한 미의 속성이란 오로지

삶을 즐기는 데서 솟아나는 것이오.

아름다움이란 자기 도취에 빠지기 쉬운데,

우아한 아름다움이라야 정말로 거역할 수 없는 것이지.

내가 태워다 주었던 헬레나처럼.

p153 히론

신화 속의 여인은 아주 독특해서

시인들은 필요에 따라 멋대로 그려낸다오.

어른이 되어도 늙지를 않고,

항상 군침 넘어가는 모습을 하고 있지요.

어려서는 유혹을 당하고 늙어서도 청혼을 받는 여인으로 말이오.

요컨대 시인이란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다니까.

p156 만토

불가능한 것을 갈망하는 자, 그런 사람을 전 좋아해요.

⇒ 중요한 건, 갈망을 하여 성취하기 위한 파렴치함이 따르면 안되지.

 

페네이오스 강의 상류

p173 메피스토펠레스

방황해 보지 않으면 자각에 이르지 못하는 법이야.

생성을 원한다면 자네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보게나!


p173 탈레스

파도는 모든 바람에 순종하지만,

험한 바위는 멀리 피해 간다네.


p178 메피스토 펠레스

누구나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는 법,

정들어 살던 곳이 천국이지.

⇒ 그런가요?

에게 해의 바위 만


p185 네로이스

뭐 충고라고! 인간들에게 충고 따위가 먹혀들어갔던가?

아무리 현명한 말이라도 마이동풍격이지.

뻔질나게 자신의 행동에 화를 내고 자책하곤 하지만,

인간은 예나 다름없이 제 고집만 부린단 말이야.

p192~193 프로테우스

너야말로 진정한 숫처녀의 아들이구나.

존재해선 안 될 것이 벌써 나왔으니 말이다.

p196 

프로테우스 : 정신적 존재로서 습기찬 물의 세계로 가자.

거기에선 당장 종회무진 살아가며,

마음먹은 대로 활동할 수 있으리라.

다만 보다 높은 서열에 오르려 하지 말라.

자네가 일단 인간이 되고 나면,

그것으로 자네는 끝장이니까 말이야.

탈레스 : 한 시대의 총아가 되는 것도 멋진 일 아니겠나.

p197 탈레스

조용하고 따뜻한 보금자리 속에

성스러운 것이 삶을 지키고 있다면,

훌륭한 사람의 마음에도 드는 법이지요.

p201 탈레스

아름다움과 진실이 온몸에 사무치니

내 마음속 기쁨이 꽃피어난다.

만물은 물에서 생겨났도다!!

만물은 물로써 생명을 유지하도다!

제3막


스파르타에 있는 메넬라오스 왕의 궁전 앞

 

p219 합창

그러나 괴롭게도 슬픈 운명은

유한한 우리 인간을 강요하여

형언할 수 없는 눈의 고통을 느끼게 하는구나.

그것은 추악하고 영원히 저주받을 것들이

아름다운 사랑하는 자에게 주는 고통이라네.

p229 포르키아스

이 허깨비들아! - 너희가 속하지 않은 대낮과 헤어진다고

놀라서 금방 동상처럼 굳어진단 말이냐.

하긴 너희처럼 허깨비인 인간들도

숭고한 햇빛을 단념하길 싫어하지.

그러나 그들을 위해 탄원하고 죽음에서 구해 줄 자 아무도 없어.

모두 그걸 알면서도 승복하려는 자는 몇 안  된단 말이야.


p236 포르키아스

그 남자 때문에 당신께도 똑같이 행할 것입니다.

아름다움은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 그것을 독점한 자는

공유한 것을 저주한 나머지 차라리 파멸시켜 버리지요.

 

성채의 안 마당


p251 헬레나

수많은 경이로움을 보고 듣다 보니

저 자신 노랄워 물어볼 것이 많군요.

저 남자의 말이 어째서 제게는 이상하게,

아니, 이상하면서도 정답게 들리는지 가르쳐주세요.

하나의 소리가 다른 소리에 어울리고,

한 마디 말이 귓전에 울리면,

다음 말이 따라와 그 말을 애무하는 것 같군요.

p254 파우스트

한 번뿐인 운명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지 마십시오.

존재한다는 건 의무입니다. 비록 순간적일지라도.

p261 파우스트

아폴로는 목동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

가장 아름다운 목동 아폴로를 닮았도다.

자연이 순수한 영역을 다스릴 때는

온 세계가 서로 화합하기 때문이다.

그늘진 숲속


p268 포르키아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거니까.

p276 오이포리온

각자는 오직 자신만 믿을 뿐.

끝까지 버티는 견고한 성은

사나이의 강철 같은 가슴뿐이다.

정복당하지 않고 살아가려면,

어서 무장하고 싸움터로 나가라.

여자들은 아마조넨이 되고,

모든 어린이는 영웅이 되라.

p278~279 헬레나와 파우스트

즐거움 뒤에는 이내

무서운 고통이 따르는구나.

p280~281 헬레나

행복과 아름다움을 늘 함께 누릴 수 없다는

옛말이 슬프게도 제게 증명되었어요.

생명의 줄도 사랑의 줄도 끊어져 버렸으니

두 가지를 애통해하면서 쓰라린 이별을 고하겠어요.

한 번만 더 절 품에 안아주세요.

저승의 여신이여, 아들과 나를 데려가소서!

제4막


고산 지대

 

p289 파우스트

가장 심오한 고독의 경지를 발 아래 내려다 보면서,

생각에 잠겨 이 정상의 바위 끝에 섰노라.

맑은 날 육지와 바다를 건너

살며시 날 실어와 준 구름 수레에 작별을 고한다.

구름은 흩어지지 않고 천천히 내게서 떠나간다.

둥근 덩어리, 줄지어 동쪽으로 향하니

나는 놀란 눈으로 그 뒤를 바라본다.

구름은 방황하고 물결치며 변화무쌍하다.

p292 메피스토펠레스

가장 낮은 것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저 그럴듯한 학설도 여기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각주에 의하면 화성론에 대한 야유로 보인다고. 최고와 최저의 것이 바뀐다는 것은 사회혁명적 평등관에 대한 비유라고 할 수 있다고.

파우스트

거대한 산은 내게 의연히 침묵하고 있다. 

나는, 산이 어디로부터, 왜 생겨났는지 묻지 않겠다.

자연이 자신 속에 스스로 기초를 세웠을 때,

지구를 말쑥하리만치 둥글게 만들었다.

산봉우리와 계곡을 만들면서 즐거워했으며,

암벽과 암벽, 산과 산을 줄지어 놓았다.

언덕들, 알맞게 경사지어 놓으니,

부드러운 선을 그리며 골짜기로 흘러내린다.

거기 초목이 푸르게 자라고 있으니, 자신을 즐기기 위해

자연은 미친 듯한 천재지변을 원치 않는다.

p296 

메피스토펠레스 : 그렇다면 명성을 얻고 싶은 게로군요?

파우스트 : 지배권을 획득하는 거다, 소유권도!

          행위가 전부다 명성은 허무한 것이다.

             ---

          인간이 무엇을 갈망하는지 알고나 있나?

          자네처럼 뒤틀리고 가혹하고 냉정한 자가

          인간이 필요한 걸 알기나 하겠나?

p297 파우스트

내 눈은 저 아득한 바다로 끌렸다네.

그것은 부풀어서 저절로 솟구쳐 올랐다가는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파도를 퍼부어

넓고 평탄한 해변을 덮치는 걸세.

난 그게 못마땅하네. 오만한 마음이

정열에 들뜬 혈기를 못 이겨

온갖 권리를 존중하는 자유정신을

불쾌한 감정으로 바꿔놓은 것 같아서 말일세.

우연이려니 생각하고 더욱 날카롭게 응시해 보니,

파도는 멈췄다가 다시 구르면서

당당히 도달했던 목표에서 멀어져 가는 거야.

시간이 되면 이 유희를 또 되풀이 하는 거지.

p297 파우스트

스스로 결실이 없는 파도는 그 비생산성을 퍼뜨리려

사방팔방으로 접근해 온다.

부풀고 커지고 구르면서

황량한 해안의 보기 싫은 지역을 뒤덮는다.

연이은 파도는 힘에 넘쳐 그곳을 지배하지만,

물러간 뒤엔 아무것도 이루어진 게 없다.

그것이 날 불안케 하고 절망으로 이끌었도다!

이 참을성 없는 원소의 맹목적인 힘이라니!

그리하여 내 정신은 감히 비약을 시도하려는 것.

여기서 나는 싸우고 싶다. 이것을 이겨내고 싶다.

p300 메피스토펠레스

산다는 건 자신을 지키는 것- 바로 그것이었으니까요.

앞산 위에서


p306 황제

자기만 살아남겠다는 건 이기주의의 신조지.

거기에 감사도, 정분도, 의무나 명예도 없느니라.

잘 계산해 본다면, 이웃집의 화재가

너희까지 삼켜버린다는 걸 생각지 못하느냐?

p316 파우스트

사심없는 선생엔 좋은 결실이 따르는 법이옵니다.

반역 황제의 천막


p329 헌주관

폐하, 젊은이라도 신임을 얻게 되면,

아무도 모르는 새 어른으로 성장하는 법입니다.

제5막


궁전


p346 메피스토펠레스

자유로운 바다에선 정신도 자유스러워지는 법,

사리분별 따위가 무슨 소용이랴!

다만 날쌔게 잡아채면 그만이지.

물고기도 잡고 배도 잡는거야

힘이 곧 정의인 것을.

p348 메피스토펠레스

높은 지혜가 좋은 열매를 맺어

해안과 바다가 화해를 하였소이다.

바다는 해안의 배들을 맞아

기꺼이 빠른 뱃길을 마련해 줍니다.

그런즉, 여기 이 궁전으로부터

당신의 팔이 온 세계를 껴안은 셈이지요.

p348~349 파우스트

내가 갖기 못한 저 몇 그루의 나무들이

세계를 차지한 보람을 망치고 있구나.

저곳에서 사면을 둘러보도록

나뭇가지 위에 발판을 만들고 싶다.

멀리까지 시야가 터지게 해서

내가 이룬 모든 것을 바라보겠다.

현명한 뜻으로 백성을 위해

넓은 복지의 땅을 마련해 준

인간 정신의 걸작품을

한눈에 둘러보고 싶단 말이다.


부유한 가운데 느낀다는 건

우리의 고통 중에 가장 혹독한 것이다.

저 종소리와 보리수 향기

교회와 무덤 속인 양 나를 휩싸는구나.

더없이 강력한 의지의 선택도

이 모래에 부딪히면 산산이 부서진다.

p349 메피스토펠레스

그렇듯 큰 금심이 있고서야

인생이 어찌 쓰디쓰지 않겠소이까.

누가 부인하겠습니까! 저런 종소리라면

어떤 고귀한 귓전에도 불쾌하게 울릴 것입니다.

저 빌어먹을 딩, 뎅, 동 소리는

명랑한 저녁하늘을 안개로 감싸버립니다.

세례를 받은 후 장례식에 이르기까지

온갖 세상일에 끼어들지요.

인생이란 마치 딩, 뎅, 동 사이에서

한바탕 허전한 꿈이란 듯이.

p349 파우스트

반항과 고집에 부딪히면

화려한 성공도 꺾이게 마련이다.

고통이 너무 깊고 지독하면,

정의로우려는 마음도 지치고 만다.

깊은 밤


p354 합창

폭력에는 순순히 복종하라!

네가 용감하여 견디어낼 양이면,

집과 땅- 그리고 네 자신까지 걸어야 하리라.

⇒ 이런 것을 조장하니까 이 시대가 이런 거야....

한밤중

p356 파우스트

아직도 나는 자유의 경지까지 나아가지 못하였다.

내 가는 길에서 주술을 완전히 제거하고,

주문 따위를 완전히 잊을 수 있다면,

자연이여, 내가 한 남자로 그대 앞에 마주설 수 있다면,

인간이 되려는 노력에 보람이 있으련만.

p357 근심

내 목소리, 귀에는 들리지 않아도

마음속엔 쟁쟁히 울릴 거예요.

온갖 형상으로 바뀌면서

나는 무서운 힘을 발휘한답니다.

오솔길에서나 파도 위에서나

영원히 불안한 길동무지요.

찾지 않아도 항상 나타나

저주를 받지만 아첨도 받는답니다.

p357~358 파우스트

나는 오로지 세상을 줄달음쳐 왔을 뿐이다.

온갖 쾌락의 머리채를 붙잡았지만,

흡족하지 않은 것은 놓아버리고,

빠져나가는 것은 내버려두었다.

나는 오직 갈망하면서 그것을 성취하였다.

또한 소망을 품고 기운차게

평생을 질주해 왔다. 처음엔 원대하고 힘차게,

지금은 현명하고 사려 깊게 해나간다.

지상의 일은 낱낱이 알고 있지만,

천상을 향한 전망은 끊어져버렸다.

눈을 꿈벅거리며 하늘을 향해

구름 속의 자신을 꿈꾸는 자는 바보로다!

이곳에 굳건히 서서 주위를 둘러볼 일이다.

유능한 자에게 이 세상은 침묵하지 않으리라.

인식한 것은 손아귀에 잡을 수 없는 법,

이렇게 지상의 나날을 보내는 게 좋으리라.

도깨비들 날뛰어도 내 갈 길만 가면 된다.

어떤 순간에도 만족을 모르는 자,

그가 나아가는 길엔 고통도 행복도 함께 있겠지!

p359 근심

가야 할까, 와야 할까?

그런 자는 결단을 내리지 못해요.

훤히 트인 길 한복판에서도

갈팡질팡 뒤뚱거리지요.

길을 잃고 점점 깊이 들어가

온갖 것을 다 비뚜로 보는 거예요.

자신과 타인의 성가신 짐이 되어

숨을 쉬면서도 질식할 지경이지요.

숨막혀 죽지는 않으나 생기가 없고,

절망은 않으나 몰두할 수가 없어요.

이렇게 줄곧 굴러만 다닐 뿐,

그만두자니 괴롭고 억지로 하자니 불쾌한 거지요.

때로는 해방되고 때로는 억압당하며,

자는 듯 마는 듯 몽롱한 상태로

꼼짝없이 제자리에 못박힌 채

이제 지옥 갈 준비나 하는 거지요.

궁전의 넓은 마당


p362 젊고 팔팔한 나이에 사랑을 했을 땐,

생각하면 정말 달콤했었지.

노랫소리 즐겁게 흥겨운 곳이면

내 발길 저절로 움직여 갔다오.

이제 늙음이 짓궂게 찾아와

날 지팡이로 후려치누나.

나는 묘지의 문 앞에서 비틀댔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문이 열려 있었던가!

p363~364 파우스트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에 둘러싸이더라도 여기에선

남녀노소가 모두 값진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군종을 지켜보며,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다.

그러면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같이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노라.

⇒ 작품해설에 의하면, 백 살에 이른, 행동하는 자 파우스트는 이제 마적인 것과의 결탁이 무의미함을 인식한다. <근심>의 영이 그의 눈을 멀게 하지만, 마음의 눈은 그가 성취한 자유의 땅, 복락의 사회를 바라본다. 그리하여 그는 순간을 향해 주저없이 외치는 것이다.


p364 메피스토펠레스

어떤 쾌락과 행복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변화무쌍한 형상들만 줄곧 찾아 헤매더니,

최후의 하찮고 허망한 순간을

이 가련한 자는 붙잡으려 하는구나.

내게는 억세게도 항거한 놈이지만,

세월 앞에 별수없이 백발이 되어 모래 위에 누웠구나.

시계는 멈추었다―

p365 메피스토펠레스

지나갔다는 것과 전혀 없다는 것은 완전히 같은 것이다!

영원한 창조란 도대체 무엇이냐!

창조된 것은 무(無)속으로 휩쓸려가게 마련이다!

<지나가 버렸다!> ― 여기에 무슨 뜻이 있지?

그야말로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런데도 마치 무엇이 있었던 양 뱅뱅 맴돌고 있다.

나는 오히려 영원한 허무가 좋단 말이다.

매장(埋葬)


p366 메피스토펠레스

전해 오는 관습, 오래된 권리도

더 이상 어느 것도 믿을 수가 없구나.

숨이 끊어져 영혼이 빠져나올 때,

전 같으면 지키고 섰다가 날쌘 쥐새끼 잡듯

획! 낚아채어 억센 손아귀에 움켜쥐었지.

지금은 영혼이 머뭇거리며 그 음침한 곳,

고약한 시체의 구역질나는 집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거든.

결국, 서로 미워하는 원소들에게

사정없이 쫓겨 나오고 만단 말이야.

p372 천사들의 합창

     사랑만이 사랑하는 사람을

     천국으로 인도하지요!

p372 메피스토펠레스

     악마를 능가하는 불길이구나!

     지옥의 불보다 훨씬 더 매섭네!

p373 메피스토펠레스

     이게 바로 사랑의 원소라는 것인가?

     온몸이 불구덩이에 있으면서

     목덜미가 타는 것도 모르고 있다니―

p374~345 메피스토펠레스

자신의 마음을 통찰하고,

자신과 친족을 믿는다면 승리할 수 있으리라.

악마의 고귀한 부분이 구원되었으나,

사랑의 도깨비는 살갗을 스쳤을 뿐이다.

가증스런 불꽃이 다 타버렸으니,

마땅히 나는 너희 모두를 저주하노라!

p375 메피스토펠레스

창피하게도 실수를 저질러

애쓴 보람이 없이 헛물만 켜다니 참 꼴불견이다.

천박한 욕정과 가당찮은 연정이

노회한 악마에게도 일어날 줄이야.

이 철부지들의 수작에

처세에 능한 내가 걸려들다니,

결국 내가 저지른 바보짓이

참으로 사소한 일이 아니로다.

 심산유곡


p377~378 명상에 잠긴 교부

만물을 기르고 만물을 형성하는 건

전능한 사랑의 힘이로다.


p380 천사와 닮은 교부

언제나 순수한 방식으로

신께서 나타나 힘을 주시니,

모르는 사이에 성장하거라.

그것은 자유로운 대기 속에 존재하는

영혼의 양식이며,

천상의 축복으로 피어날

영원한 사랑의 계시이니라.

p381 천사들 (파우스트 불멸의 영혼을 인도하며, 보다 높은 대기 속을 떠돈다)

영들의 세계에서 고귀한 한 사람이

악으로부터 구원되었도다.

언제나 갈망하며 애쓰는 자,

그를 우리는 구원할 수 있다.

p388 속죄하는 한 여인 그레트헨이라 불렸던 여인

보세요, 이분은 온갖 지상의 인연에서 벗어나

그 낡은 껍질을 벗어던졌나이다.

첫 젊음의 힘이 솟아납니다.

새로운 빛에 눈이 부신 모양이니,

저분에게 가르치도록 허락해 주옵소서.


p388~389 신비의 합창

일체의 무상한 것은

한낱 비유일 뿐,

미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실현되고,

형언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올리도다.

⇒ 속죄의 여인, 즉 그레트헨의 사랑이 하늘의 은총을 받아 파우스트이 영혼을 구해내는 장면. 천사들에 둘러싸여 영혼이 승천하는 가운데 신비의 합창이 쟁쟁하게 울려퍼지는 것.




3. ‘내가 저자라면’


■ ‘파우스트’의 목차 및 전체적 뼈대


제1권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序演)

천상의 서곡

비극 제1부

 

제2권

비극 제2부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파우스트는 크게 1권과 2권으로 나뉜다. 이 두 권의 나눔은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 1권은 젊은 시절의 괴테가 2권은 노년의 괴테가 완성한 작품으로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던 시각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작품해설이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온통 거기에 의존해 있으니 말이다.


p391 이 희곡의 중요한 의도는 강렬한 인식에의 욕구를 지나고 용기 있게 자아를 성취해 나가는 르네상스식 인간상을 그려내는 것이었다.


 주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작품해설을 통해 그렇군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나아가 극의 구성까지도 작품해설자의 시각에 의존한다.

 1권은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 천상의 서곡이란 장이 삽입되고 비극의 1부로 구성되어 있다. 2부는 비극의 제2부로서 5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p402 괴테의 파우스트는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 <천상의 서곡>을 포함, 제 1부와 제2부로 나뉘어 있고, 시행의 수는 모두 12,111행에 이른다. 또 파우스트 중 유일한 산문이 제1부에 실려 있다. 1,2부에 모두 비극이라는 부제가 병기된 것이 특이한데, 흔히 제1부를 학자 비극과 그레트헨 비극, 제2부를 헬레나 비극과 통치자 비극이라고 부른다. 이 다채로운 테마를 괴테는 다양한 어법과 다양한 운율을 모두 구사하여 한 편의 웅장한 교향악으로 만들어놓았다. 물론 60여년에 걸친 길고도 불규칙적인 집필 과정으로 인해 내용상 빈틈없는 통일성을 기하지는 못하였다.

  

p397 <파우스트>의 앞부분에 나오는 <헌사>와 <무대에서의 서연>은 드라마의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그러나 <천상의 서곡>과 본문의 연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주님과 악마 메피스토렐레스 사이의 내기–이것은 앞으로 전개될 모든 사건의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p397~398 절망에 빠진 파우스트가 자살을 기도하는 순간 부활절의 종소리와 천사들의 합창이 울려와 세속적 삶에 대한 그리움을 부추긴다. 마을의 선남선녀와 어울리면서 그는 풍성하고 의미 있는 삶을 갈망하게 된다. 때맞춰 나타난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와 계약을 맺고, 쾌락적인 삶을 선사하는 대신 영혼을 넘겨받기로 약속한다. 마녀의 부엌에서 영약을 마시고 파우스트는 20대의 청년이 되었고 순진무구한 처녀 그레트헨을 첫 쾌락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러나 소녀의 고귀한 사랑을 방탕한 파우스트의 마음까지 정화시킨다. 이를 못마땅히 여긴 메피스토펠레스의 농간으로 그레트헨은 어머니를, 파우스트는 그녀의 오빠를 죽이게 된다. 죄책감에 빠진 파우스트를 메피스토펠레스는 발푸르기스의 밤의 환락경으로 이끈다. 이것이 파우스트를 잠시 도덕적 마빙 빠지게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그레트헨에 대한 사랑을 말살하지는 못한다. 그레트헨을 구하러 감옥으로 갔을 때, 미쳐버린 상태에서도 그녀는 파우스트를 용서한다. 탈출을 권하는 애인에게 그녀는 자신의 죄값을 받겠노라 단언한다. 그녀를 두고 나오며 메피스토렐레스는 말한다. ‘그녀는 심판받았노라’ 그러나 천상에서 들려오는 말은 다르다. ‘그녀는 구원받았노라!’ 이로써 주관성이 강하고 슈투름 운트 드랑의 정열이 넘치는 제 1부가 끝나는 것이다.

p398~399 제2부에선 주관과 열정이 절제되고, 대신 해박한 지식과 원숙한 표현력으로 보다 넓은 세계가 묘사된다. 괴테 시대의 문화와 사회상이 다섯 개 막 어느 곳에나 생생하게 재현된다.

     서두에서 파우스트는 자연의 치유력에 의해 정신적 회복을 이룬다. 체험의 한계를 인식했지만 여전히 ‘삶의 최고의 형태’를 추구하는데 전념하리라 다짐한다. 궁성에서 파탄 지경의 황제를 구해내지만, 헬레나를 불러내라는 청까지 경솔하게 승낙한다. 그는 헬레나의 환영을 찾기 위해 메피스토펠레스가 일러준 대로 시공을 초월한 ‘어머니의 나라’로 들어간다. 환영의 궁성에 도닥해 헬레나에게 손을 뻗는 순간 그녀는 사라지고 파우스트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제2막에서 메피스토펠레스는 의식을 잃은 파우스트를 그의 옛 서재로 데려간다. 그곳에선 조수였던 바그너가 인조인간 호문쿨루스를 만들어낸다. 뛰어난 예지의 능력을 갖춘 이 피조물은 헬레나에 대한 파우스트의 동경을 감지하고 그를 옛 그리스 세계인 고전적 발푸르기스의 밤으로 안내한다. 파우스트가 헬레나를 찾는 동안 원소의 추출물에 불과한 후문쿨루스는 현실적 존재가 되려다가 불꽃이 되어 소멸한다.

     제3막의 서두는 스파르타 궁성으로 돌아온 헬레나가 장식한다. 그녀는 메피스토펠레스의 계략대로 이웃 성의 맹주인 파우스트와 결합하게 되고 둘 사이에 아들 오이포리온이 태어난다. 오이포리온은 날기를 감행하지만 이카루스처럼 추락해 부모의 발치에서 죽는다. 환영의 여인 헬레나도 사라지고, 그녀의 옷과 베일만이 파우스트의 팔 안에 남아있다.

      자연아로 돌아온 파우스트에게 메피스토펠레스는 다시 한 번 욕망과 정열의 즐거움을 마련해 주려 한다. 그러나 파우스트는 그의 제안을 단호히 물리친다. 선행의 가치를 깨달은 그는 황제로부터 받은 해안지대를 비옥한 땅으로 만들도록 독려한다. 이것은 창조적 욕구의 구현이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결의인 것이다.

      백 살에 이른 파우스트는 제5막의 서두에서 개간의 삽질 소리가 요란한 해안지대를 조망한다. 행동하는 자 파우스트는 이제 마적인 것과의 결탁이 무의미함을 인식한다. ‘근심’의 영이 그의 눈을 멀게 하지만 마음의 눈은 그가 성취한 자유의 땅, 복락의 사회를 바라본다. 그리하여 그는 순간을 향해 주저없이 외친다.

 오, 머물러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이 마지막 말과 함께 파우스트는 쓰러진다. 이 순간을 기다려온 페피스토펠레스는 부하 도깨비들과 함께 파우스트의 영혼을 빼앗아 가려 한다. 그러나 그 시도는 실패하고 만다. 속죄의 여인, 즉 그레트헨의 사랑이 하늘의 은총을 받아 파우스트의 영혼을 구해낸 것이다. 천사들에 둘러싸여 영혼이 승천하는 가운데 신비의 합창이 쟁쟁하게 울러퍼진다.

 

■ 감동적이었던 장절

  

 아무래도 시이니까 문장들이 뭘 빼야 하나 싶을 정도로 좋게 여겨졌다. 타이핑의 수고를 덜기 위해 최대한 적은 글귀들을 찾으려 했으나 나오는 장마다 거의 처음을 다 타이핑하고 있었다. 어떤 순간 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적절하고 놀라운 대사들이 끊임없이 흥미롭게 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비트는 대사, 또한 그러면서도 영적으로 울리는 대사들. 여러 가지 다양한 면을 즐길 수 있었다. 


■ 보완점이라기보다는..


 파우스트는 한 사람이 쓴 것이 맞는지, 같은 내용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1부와 2부의 내용과 분위기가 달랐다. 거기에는 오랜 시간차가 있었다는 것을 알자 이해를 하면서도 오랜 시간 동안, 60년이라고 하던가. 같은 책을 붙들고 있었을 괴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니, 그가 죽기 전까지 꼭 붙들고 완성하고픈 책이었다고 하니.

 희곡이기에 장면과 막이 등장한다. 지문도 등장한다. 그러나 대사는 운문이다. 어떤 상황에서 정확한 움직임을 그려내기엔 조금 어려운 끊임없는 운문의 향연. 그 비유와 은유를 보다 보면 놀라운 문장들에 빠져 내용의 줄거리를 가끔 놓친다. 어라, 그 문장 속에 담긴 의미가 그것이었나. 운문이라고 빠르게 읽었던 파우스트를 결국 두 번이나 읽게 만드는. 처음부터 줄거리와 의미를 파악하고 문장을 곱씹었다면 괜찮았으려나 싶다. 아무튼 나같은 독자를 제대로 낚으셨다.

 상당히 사변적으로 느꼈다. 재미와 감탄도 아주 조금 했다. 아마도 지식이 풍부한 괴테였기에 수많은 학자들과 예술가들이 집합되어 그들의 특징을 잘 살린 한편의 파노라마를 풀어내겠지. 그저, 괴테가 만든 향연 속에 아는 학자 이름이 나오면 반갑네 할 여력밖에 없었다. 어쨌든 충분히 내게 놀라움을 주었다. 그러다가, 아주 우습게도 요런 형태의 복잡하고 많은 이들이 떠들어대는 희곡은 중학교 시절 학예회 시간에 아주 우습거나 재밌는 연극을 만들 때 썼던 컨셉인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주 희화화하가 위해 그때 내가 아는 인물들을 총동원하여 그들의 특징을 살려내어 극 속으로 끌어 들였다. 나는, 단순 재미였지만, 괴테는 그의 사상이 집약되어 있고 그의 인생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작품이니 진중하겠지. 그래서 그 진중이 무엇인지를 집중하고픈데, 잘못된 선입견이 코믹으로 읽으려한다.

 괴테의 시각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아직은 좀 더 다듬어야겠다. 물론, 그것을 보완점이라 할 수는 없다. 그냥, 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의 차이를 보고 싶은 것뿐이다. 파우스트의 이해를 좀더 하기 위해 러시아 영화 파우스트를 봤지만, 잤다. 영화를 본 시간이 11시가 넘어서라는 오로지 시간 설정을 잘못하고 영화를 봤다는 한탄을 해보지만 역시 이유는 한가지였을 것이다. 물론 괴테의 파우스트 내용이 그대로이기를 빌었지만, 역시 감독이 재해석한 파우스트였다. 그래도 뼈대는 같으니, 다시 도전해 보겠다. 아침 11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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