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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5일 11시 50분 등록

파우스트

10기 김정은

 

파우스트, 괴테, 민음사

 

1. 저자에 대해서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8.28 ~ 1832.3.22)

독일의 시인·비평가·언론인·화가·무대연출가·정치가·교육가·과학자.

 

"미()는 예술의 궁극의 원리이며 최고의 목적이다."

 

"행복한 인간이란, 자기 인생의 끝을 처음에 이을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현재에 열중하라. 오직 현재 속에서만 인간은 영원을 알 수 있다."

 

"희망만 있으면 행복의 싹은 그곳에서 움튼다."

 

세계 문학사의 거인, 르네상스 거장! 문학에서 과학까지 여러 방면에 남긴 방대한 량의 저술과 그 다양성은 놀랄 만하다. 문학에서도 다양한 주제와 문체를 능숙하게 구사했고 허구에서는 정신분석학자들의 기초자료로 사용된 동화로부터 시적으로 정제된 단편 및 중편소설들, 역사극·정치극·심리극의 희곡에 이르기까지 폭넓음을 보여준다. 그는 82년간의 생애를 통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적 경지의 예지를 터득했으면서도 사랑이나 슬픔에 기꺼이 그의 존재를 내맡기곤 했다. 일상적인 생활 규율을 엄수하면서도 평생 남의 여인들을 사랑하며, 74세에 19세 소녀를 사랑하여 청혼할 정도로 열정 넘치는 삶을 살았다.

 

죽기 불과 몇 달 전에 완성한 〈파우스트〉는 그에게 원하는 대로 창조력을 샘솟게 하는, 자신조차도 신비스럽게 여긴 재능이 생겨나 60년 가까이 노력해온 작품이다. 전편은 괴테의 반어적인 체념이 덧붙여져 후세 비평가들에게 전해졌는데 이 작품의 마지막 2행연구 "영원히 여성적인 것은 우리를 끌어올린다"는 말은 인간 존재의 양극성에 대한 괴테 자신의 감성을 요약한다. 괴테에게는 상호 배타적인 삶의 양극을 오가는 자연스러운 능력과 변화 및 생성에 대한 천부적 자질이 있었다. 삶이란 그에게 상반된 경향들을 자연스럽게 조화시키는 가운데 타고난 재능을 실현해가는 성숙의 과정이었다.

 

연보

 

1749 8 22일 프랑크푸르트 출생.

1765 라이프치히에 있는 대학에 입학.

1767 첫 희곡 《연인의 변덕 Die Laune Veliebten》을 집필.

1768 각혈을 동반한 폐결핵에 걸려 학업을 중단.

1771 프랑크푸르트에서 변호사로 개업.

1772 베출라 고등법원에서 견습 생활을 하다 이미 약혼자가 있던 샤로테 부프를 만나 사랑에 빠짐. 훗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의 소재가 됨.

1773 《파우스트 Faust》 집필 시작.

1774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완성.

1776 바이마르에서 추밀원 고문관에 임명.

1780 《파우스트》의 원고를 아우구스트 공 앞에서 낭독. 궁정여관 루이제 폰 괴흐하우젠의 필사로 훗날 《초고 파우스트》의 출간이 가능해 짐.

1782 황제 요제프 2세로부터 귀족의 칭호를 받음.

1788 평민 출신의 크리스티아네 불피우스와 동거.

1789 아들 아우구스트가 태어남.

1808 《파우스트》 1부 출간.

1810 《색채론 Kurzer Entwurf Der Naturwissenschaft》을 완성.

1823 에커만(J.P Eckermann)이 찾아와 비서가 됨. 훗날 《만년의 괴테와의 대화 Gesprache mit Goethe in den letzten Jahren seines Lebens》집필.

1829 《빌헬름 마이스터 Wilhelm Meister》집필.

1831 《시와 진실 Dichtung und Wahrheit, 《파우스트》(2)를 완성.

1832 3 22일 사망.

 

2.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11 어릿광대

쓸 만한 젊은이가 하나 있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대견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유쾌한 기분을 불러낼 줄 아는 자는 군중의 기분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지요. 바라는 건 떼지어 몰려드는 관객뿐이에요. 그래야 더욱 신명 나게 흥을 돋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당신도 멋들어진 걸작을 한 내보이세요. 환상에다 온갖 풍류를 다 곁들어봐요. 이성, 오성, 감성, 정열 뭐든지 다 좋지요. 하지만 명심하세요. 익살을 빠뜨려선 안 된다는 사실을!

 

13 단장   

시인이라는 자네, 잔뜩 고자세를 취하며 무얼 꿈꾸는 건가? 가까이 다가가 고객들을 유심히 살펴보게나. 절반은 냉담하고 절반은 촌스럽다네. 공연이 끝나면 질탕한 밤을 보내려는 자들로 득시들 거리지. 이런 바보들을 상대로 고구한 뮤즈 신을 괴롭힌단 말인가? 일러두네만, 그저 많이, 점점 더 많이 내놓기만 하라고.

뜨끔! 내가 촌스러운 글을 쓰는 이유

 

14 시인   

시인은 무엇으로 만인의 심금을 울리는 걸까요? 무엇으로 모든 원소를 이겨낼 수 있을까요? 그것은, 가슴속에 솟아나와 온 세계를 다시 가슴 속으로 이끌어 들이는 조화의 힘이 아닐까요? 저 자연이 끝없이 긴 실오라기를 무심히 물레에 감아 돌릴 때, 조화롭지 못한 무리들이 중구난방 역겨운 소리를 낼 때, 누가 이 단조롭게 흘러가는 대열에 생명을 불어넣어, 운율을 띠고 약동하게 만들겠어요? 누가 개개의 것을 골고루 성스럽게 하여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게 하겠어요? 누가 폭풍우를 미친 듯한 열정으로 만들 것이며, 저녁 노을이 의미 깊게 타오르도록 하겠어요? 누가 사랑하는 사람이 가는 길에 아름다운 봄 꽃을 뿌려줄 것이며, 누가 이름 모를 잎새들을 엮어 온갖 공적을 기리는 영예의 관을 만들겠어요? 누가 올림포스 산을 보전하고, 누가 제신들을 화합하게 하겠어요? 그것은, 시인 속에 현현되는 인간의 힘일 뿐이지요.

아름다운 시 쓰고 싶다.

15 어릿광대

정감에 넘치는 사람들은 당신의 작품에서 감성의 자양분을 빨아들일 것이요, 때로는 이것, 때로는 저것에 감동되어 각자 마음속에 무언가를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당장 울고 웃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비약을 좋아하고, 가상의 세계를 즐기지요. 완성된 사람에겐 그 어느 것도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성숙돼 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16 시인  

그렇다면, 내게도 나 자신 아직 미완성이던 그 시절을 되돌려주오. 노래의 샘물이 끊임없이 용솟음쳐 오르던 그 시절, 안개가 온 세상을 가리고 꽃봉오리가 아직도 기적을 약속해 주던 시절, 골짜기마다 가득 메웠던 온갖 꽃들을 꺾었던 그 시절 말이오. 가진 것 없어도 마음은 흡족했으니, 진리에의 충동과 환상에의 기쁨이 있었기 때문이었소. 아무런 구애도 받지 않던 충동, 그 깊고도 괴로움에 찬 행복, 미움의 힘, 사랑의 위력, 나의 절은 날을 되돌려주오!

내겐 장애를 인식하지 못 했던 시절

 

36 파우스트

모든 개체들이 어울려 전체를 이루고, 하나가 다른 하나에 작용하면서 살아가고 있구나!

내가 꿈꾸는 공동체의 모습

 

44 바그너 

, 맙소사! 예술은 길고 우리의 인생은 짧습니다. 근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을 터득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요.

 

44 파우스트

그런 양피지 책이, 무슨 성스런 샘물이나 되듯 한 모금 마셔 영원히 갈증을 풀어줄 수 있겠나?  그것이 자네의 영혼에서 샘솟은 것이 아니라면, 상쾌한 맛을 얻지 못할 것일세.

 

48 파우스트

여기에서 내게 없는 걸 찾아야 한단 말인가? 어디서나 인간들은 고통을 겪는다는 것, 어쩌다 하나쯤 재수 좋은 놈이 존재했다는 것. 그걸 알려고 수천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 텅 빈 해골바가지야, 왜 너는 나를 향해 히죽거리느냐? 너의 두뇌도 한때는 나처럼 헷갈리면서 안락한 날을 희구하고, 답답한 어스름 속에서 열렬한 진리를 찾아 처량하게도 헤매었겠지?

지금의 내 모습이다.

 

51 파우스트

인간의 용기는 신의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 환상 속에 고통을 만들며 자신을 저주하는 저 어두운 동굴 앞에서도 떨지 않는다는 것, 지옥의 모든 불길 활활 타오르는 저 좁은 통로를 통해 과감히 들어가 비록 허무 속으로 휩쓸려들 위험이 있다 해도 이 발길 씩씩하게 내디딜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을. , 이리 내려오렴, 깨끗한 수정 술잔아! 내 오랜 세월 잊고 있었던 그 낡은 상자에서 나오너라! 너는 조상들의 즐거운 축제 때마다 빛을 발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널 건넬 때마다 점잖은 손님들을 흥겹게 해 주었다. 온갖 기교의 아름다운 무늬를 보며, 음주가는 의무적으로 시를 읊조리고 단숨에 술잔을 비워야 했다. 젊은 날의 수많은 밤들이 기억나지만, 오늘은 널 옆사람에게 돌리려는 게 아니다. 네 그림무늬를 가지고 나의 시재를 발휘하려는 것도 아니다. 여기 빨리 취하게 하는 액체가 있으니, 이 갈색의 액체로 네 빈 속을 가득 채워주겠다. 내 일찍이 마련했다가 이제 선택하노니, 이 마지막 술잔, 내 마음 다 바쳐 엄숙한 축복의 인사와 더불어 새아침을 위해 건배하노라!

내가 다시 찾고 싶은 내 내면 아이의 용감한 모습

 

60 파우스트

다정한 봄의 시선에 생기를 얻어 강물도 시냇물도 얼음에서 풀렸구나. 골짜기엔 푸른 희망의 기쁨. 오랜 겨울은 힘을 잃고 거친 산 속으로 물러났다. 도망치면서도 거기로부터 힘없는 싸락눈을 뿌렸는가, 푸른 들판 위에 줄무늬를 그린다. 그러나 태양은 어떤 흰색도 용납하지 않는다. 도처에 형성과 노력의 기운 꿈틀거리고, 만물은 온갖 색깔을 띠고 생동한다.

 

60 파우스트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까닭은 그들 스스로가 소생했기 때문이리라. 오막살이의 답답한 방으로부터 직공이나 상인의 질곡으로부터 박공이나 지붕의 중압감, 쥐어짜는 듯 비좁은 거리, 교회의 엄숙한 어둠으로부터 그들은 모두 빛을 찾아 나온 것이다.

 

67 파우스트

, 누구든 이 미혹의 바다에서 아직은 벗어날 수 있다고 희망하는 자, 행복하도다! 알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필요로 했지만, 알고 있는 것은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황금의 시간을 이 따위 우울한 생각으로 망치지 말자! 저길 좀 보게나, 빛나는 저녁햇살 속에 푸른 숲에 둘러싸인 오두막집이 빛나는 양을. 석양이 기울어 하루의 생명이 다하면 태양은 서둘러 달려가 새로운 삶을 촉구한다. , 내게 날개가 있다면 땅에서 솟구쳐 올라 태양을 따라 어디든 날아갈 수 있으련만! 영원한 석양 속에 발 아래 고요한 세계를 볼 수 있으련만. 산봉우리들은 이글거리고 골짜기는 고요한데, 은빛 시냇물이 황금빛 강물 속으로 흘러 들리라. 수많은 골짜기가 있는 험준한 산도

신처럼 날아가는 나의 행로를 막지 못하고, 어느새 따뜻한 만을 낀 바다가 놀라는 내 눈앞에 전개되리라. 그러나 결국 태양의 여신은 가라앉은 것이다. 그래도 내겐 새로운 충동이 깨어나 태양의 영원한 빛 마시기 위해 달려가리라. 낮을 앞에 안고 밤을 등지고, 위로는 하늘, 아래로는 푸른 물결 굽어보면서. 이것은 아름다운 꿈, 그 사이에 여신은 자취를 감추는구나.

 

68 파우스트

아아! 정신의 날개 이토록 가벼운데 육신의 날개가 응해 주질 못하누나. 그러나 머리 위 푸른 하늘 속으로 낭랑한 종달새의 노래 울려 퍼질 때, 하늘 높이 치솟은 전나무 위로 독수리 날개를 활짝 펴고 선회할 때, 초원 위로, 호수 위로 두루미가 고향을 찾아 헤맬 때, 누구의 마음인들 하늘 높이 솟구쳐 나아가지 않으랴. 그것이 우리 모두의 타고난 천성일진대.

피우스트도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는구나.

 

68 파우스트

내 가슴속엔 아아! 두개의 여혼이 깃들여서 하나가 다른 하나와 떨어지려고 하네. 하나는 음탕한 애욕에 빠져 현세에 매달려 관능적 쾌락을 추구하고, 다른 하나는 과감히 세속의 티끌을 떠나 숭고한 선인들의 영역에 오르려고 하네.

동감 동감

 

80 메피스토펠레스

조그만 진리를 말씀 드려야겠군요. 조그만 바보의 세계를 이룬 인간이 스스로를 보통 전체라고 생각하지만 소생 따위는, 처음에 전체였던 일부분의 또 일부분 이랍니다. 저 빛을 낳은 암흑의 일부분이지요. 저 오만한 빛은 모체인 밤을 상대로, 옛 지위, 즉 공간을 빼앗으려 싸움을 벌였지만, 아무리 애를 써봤자, 그건 안 될 일입니다. 빛이란 결국 물체에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에요. 빛은 물체에서 흘러나오고 물체를 아름답게 하지만, 물체는 빛의 진로를 가로막지요. 그리하여 제가 바라는 대로, 오래지 않아 물체와 더불어 빛도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81 메피스토펠레스

무와 맞서고 있는 그 무엇 이 볼품없는 세계에 대해 벌써 여러 차례 시도해 보았지만, 도저히 그것을 장악할 수 없더군요. 파도, 폭풍, 지진, 화재 등 온갖 것 동원해도 결국 바다도 육지도 멀쩡하게 남아 있더라고요! 게다가 동물이니 인간이니 하는 빌어먹을 족속들 도무지 손도 쓰지 못할 만큼 질기더란 말입니다! 벌써 얼마나 많은 놈들을 땅에 파묻었던가요! 하지만 여전히 새롭고 신선한 피가 순환하고 있는 겁니다. 일이 계속 이 지경이니, 정말 미칠 노릇이에요! 공기, 물 그리고 땅에서 수많은 새싹이 돋아납니다. 메마른 곳, 축축한 곳, 따뜻한 곳, 심지어는 추운 곳에서까지! 만약에 제가 불꽃이라도 잡아두지 못했다면, 내세울 만한 것이 하나도 없을 뻔했어요.

 

100 파우스트

나도 그걸 느끼네. 부질 없이 나는 인간 정신의 온갖 보화를 긁어 모은 꼴일세. 결국 이렇게 주저앉아 있어도 내부에서 아무런 힘도 새로이 솟아나지 않는군. 털끝만큼도 높아지지 못하고, 한 걸음도 무한한 자에게 다가서지 못했네.

끄덕끄덕

 

138 메피스토펠레스

완전한 모습이란 현자에게나 바보에게나 똑같이 신비에 차 있으니까요. 친구여, 학문이란 낡고도 새로운 것이 아닐까요.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여서, 셋이 하나요, 하나가 셋이라 하며 진리 대신 오류를 퍼뜨리는 것이지요. 이렇게 지껄이며 멋대로 가르치는데 누가 그런 바보와 상종하려 하겠습니까? 흔히 인간들은 무슨 말을 들으면 그 속에 무언가 생각할 게 있다고 믿지요.

 

139 메피스토펠레스

, 주욱 들이켜요! 계속해서! 곧 마음이 상쾌해질 것입니다. 악마와 너나하는 사인데 이 따위 불꽃을 두려워한단 말입니까?

 

154 메피스토펠레스

저렇게 사랑에 빠진 바보는 애인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라면 해, , 온갖 별들까지 허공에서 폭파하려 든단 말이야.

 

169 마르가레테

하지만 정말 힘든 순간도 많았어요. 밤이면 아기의 요람을 제 침대 옆에 갖다 놓았고, 그 애가 조금만 움직여도 이내 잠에서 깨나곤 했지요. 우유를 먹이기도 하고, 제 곁에 누이기도 하고, 그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아기를 어르며 온 방안을 서성이기도 했어요. 그래도 날이 밝으면 빨래터에 가야 했고, 다음엔 장을 보고 부엌일도 살펴야 했지요. 하루하루 늘 그렇게 지냈어요. 그러자니 늘 유쾌한 기분만은 아니었지만, 그 대신 입맛이 좋고, 잠도 달게 잘 수 있었답니다.

 

173 파우스트

그렇소, 나의 사랑! 이 꽃 점을 신탁의 말씀으로 삼읍시다. 당신을 사랑하고말고! 알겠소?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179 메피스토펠레스

속세를 초월한 행복이구먼! 밤에는 이슬을 맞으며 산 위에 누워 기쁨에 넘쳐 하늘과 땅을 끌어안으며 신이라도 되려는 듯 부풀어오르는 거지. 예감의 힘으로 대지의 정수를 파헤치고, 6일간에 이룬 신의 역사를 가슴 깊이 느끼겠지. 오만한 가운데 자신도 모를 일을 즐기면서, 때로는 사랑의 기쁨에 넘치도록 취해 지상의 아들이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거지. 그 다음엔 그 고상한 직관이 그 결말이 어떠리라는 건차마 말 못하겠소이다.

 

180 메피스토펠레스

처음엔 당신 마음에도 사랑의 열정이 녹은 눈이 흘러 드는 개울처럼 넘쳐 흘렸죠. 그 열정을 그녀의 가슴에 쏟아 붓더니, 이제 당신의 개울물은 말라붙었단 말인가요. 내 생각엔, 숲 속에서 왕처럼 앉아 있기보다 저 가련한 어린아이에게 사랑의 보상을 보내주는 것이 위대하신 나리에게 어울릴 듯싶은데요. 그 애에겐 시간이 못 견딜 만큼 길게 느껴지겠지요. 창가에 기대어, 오래된 성벽 위로 흘러가는 구름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답니다. 하루 종일, 그리고 밤중까지 '이 몸이 새라면'이란 노래만을 부르고 있지요. 어쩌다 명랑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울적해 있어요.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안정돼 보이지만. 줄창 사랑에 빠져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185 그렌트핸

내게서 평화는 사라졌네. 마음은 그저 무거울 뿐. 마음의 평화를 결코, 다시는 찾지 못하리. 내 마음 언제나 그이 곁으로 달려가노니, , 그일 붙잡아 놓치지 않으리.

그리고 입맞추리라, 언제까지나 그이의 입맞춤에 내 몸이 녹아버릴지라도!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190 파우스트

너 같은 괴물은 알지 못할 거야. 이 진실하고 사랑스런 아이가, 유일하게 축복을 안겨주는 신앙심에 충만하여 사랑하는 이가 잘못되지나 않을까 일어나 노심초사하는가를.

 

194 그렌트헨

도와주세요! 절 치욕과 죽음에서 구해 주세요! 온갖 괴로움 겪으신 성모님 얼굴을 돌리시고 자비로이 제 고통을 굽어 살피소서!

 

199 메피스토펠레스

부디 정신들 차려라! 일단 일을 치르고 나면 그 다음은 안녕이란다. 가련하고 가련한 소녀들아! 자기 몸을 아끼려면 어떤 도둑놈에게건 절대 사랑을 주지 말아라 손가락에 반지를 낄 때까지는.

 

224 파우스트

정말이야. 저건 사랑하는 손길로 감겨주지 못한 죽은 여인의 눈동자야. 저건 그레트헨이 내게 바친 젖가슴이요, 내가 탐닉했던 달콤한 육체로다.

 

231 바이롤리니스트

저악당놈들 서로를 미워하며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고 하면서도, 오르페우스의 칠현금에 짐승 떼 모여들 듯 여기선 낭적 소리에 하나가 되는구나.

 

231 독단론자  

비판론과 회의론을 가지고 아무리 외쳐도 나는 결코 빠져들지 않는다. 악마도 그 무엇임에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악마가 존재할 수 있담?

 

232 관념론자 

내 마음속의 환상이 이번엔 너무 화려하구나. 진정 그 모든 게 나의 자아라면 나도 오늘은 바보가 되겠다.

 

232 현실주의자

존재란 정말 두통거리군. 날 무척 괴롭히고 있으니 나 여기에 처음 서고 보니 내 발 밑이 확실하지 못하구나.

 

232 초자연주의자

여기선 아주 유쾌하게 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구나. 악마의 편에서 추론해 보면 선량한 놈들도 잇는 법이니까.

 

232 회의론자   

불꽃의 뒤를 쫓아가면, 그들이 보물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믿는구먼 악마와 회의는 서로 운이 맞으니, 여기에 오기는 잘한 셈이렸다.

 

236 파우스트

이러한 비참함의 심연에 빠진 게 한 사람만이 아니라는 것이! 영원한 용서하시는 신 앞에서 사무치는 죽음의 고통을 첫 번째 겪은 사람만으로도 다른 자들의 죄를 사하지 못했다는 것이! 나는 한 여인의 슬픔만으로도 뼈와 살이 깍이는 것 같은데, 네 몸은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태연하게 조롱할 수 있단 말이지!

 

242 마르가레테

당신이군요! , 다시 한번만 말해주세요! 그이야! 그이! 모든 괴로움이 어디로 가버렸지? 감옥의 공포, 쇠사슬의 공포는 어디로 갔을까? 당신이군요! 절 구하러 오셨군요! 이제 전 살았어요!  벌써 그 거리가 다시 보이는군요. 당신을 처음 만났던 거리 말이에요. 마르테 아주머니랑 당신을 기다리던 그 멋진 정원도 보이고요.

 

248 마르가레테

날이 샌다고요? 정말이네요! 마지막 날이 다가오는군요. 제 혼인날이 될 거예요! 그레트헨 옆에 있었다고 아무에게도 말하시면 안돼요. 화관이 망가져서 어쩌죠? 저질러진 일이니 어쩔 수 없군요. 우린 다시 만날 거예요. 하지만 춤추는 곳에선 싫어요. 사람들이 몰려와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광장에도 골목에도 입추의 여지가 없어요. 종이 울리고, 막대기가 부러져요. 그들이 나를 꽁꽁 묶어놓는군요! 전 벌써 처형대까지 끌려왔어요. 제 목에 느끼는 섬뜩함을 모두들 자기 목에서 느끼나봐요. 세상은 무덤처럼 고요하군요!

 

2

 

13 합창

너의 소원 하나하나 성취하려면, 저기 찬란한 아침해를 보아라! 너는 잠깐 사로잡혔을 뿐, 잠은 껍질이로다. 벗어 던져라! 다른 무리들 주저하며 헤맬지라도 그대는 망설이지 말고 용감히 행동하라. 총명하여 재빨리 실천에 옮기는 그런 고귀한 자, 무엇이든 이룰 수 있나니.

 

14 파우스트

생명의 맥박 생생히 고동치며 여명의 하늘을 향해 부드러운 인사를 보낸다. 대지여, 그대는 간밤에도 변함없더니, 새로이 기운을 얻어 내 발 밑에서 숨을 쉬면서 어느새 날 기쁨으로 감싸주기 시작하누나. 날 자극하고, 강한 결심을 불러일으켜 줄곧 지고한 존재로 이끌려 하는구나. 여명 속에 벌써 세계는 열려 있다. 숲엔 수많은 생명의 소리 울려 퍼지고, 골짜기 안팎으로 길게 뻗은 안개자락. 그러나 하늘의 맑은 빛 깊은 곳까지 스며들고, 큰 가지, 작은 가지 원기도 왕성하게 고이 잠자던 향기로운 심연에서 움터나온다. 꽃과 이파리 진주 같은 이슬 머금고 대지로부터 온갖 영롱한 색깔을 자랑하니

거인 같은 산봉우리들은 어느새 지극히 장엄한 시간을 알려준다. 산들은 영원한 빛을 먼저 즐긴 후 뒤이어 우리에게 비춰준다. 이제 알프스의 푸르고 구릉진 초원에 새로운 광휘와 밝음이 보내지고, 그것이 차츰차츰 밑으로 내리뻗다가

태양이 솟는다! 하지만 어느새 눈이 부시구나. 눈에 스며드는 아픔 때문에 나는 몸을 돌린다.

동경에 찬 희망이 최상의 소망을 향해 성실히 투쟁하여 성취의 문 활짝 열렸음을 발견했을 때가 이미 이러하리라. 그러나 저 영원의 밑바닥에서 거대한 불길 터져나오면, 우리는 당황하여 걸음을 멈춘다. 우리는 생명의 횃불을 붙이려 했는데, 불바다가 우리를 둘러싸니, 이게 어찌 된 불일까? 이글대며 우리를 휘감는 이것이 사랑일까? 미움일까? 고통과 기쁨이 번갈아 엄습하니, 우리는 다시 지상으로 눈을 돌려 젊디젊은 베일 속에 우리 몸을 숨긴다. 그러니 태양이여! 내 등뒤에 머물러다오! 바위틈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를 나는 노랄움에 차서 바라본다. 이제 물줄기는 수천 갈래로 갈라진다. 다시금 수만 갈래로 쏟아져 내리며, 공중 높이 수많은 물거품 되어 튀어오른다. 하지만 얼마나 아름다운가. 물보라에서 생겨난 무지개, 끊임없이 변화무쌍한 오색 다리를 놓으며 때로는 뚜렷한 모습으로, 때로는 허공에 흩날리면서 향기롭고 시원한 소나기를 뿌려준다. 무지개는 인간의 노력을 비춰주는 거울. 그것을 보고 생각하면, 보다 깊은 이해에 도달하리라. 인생이란 채색된 영상 속에서 파악된다는 사실을.

 

22 궁내부 장관

하오나 결국 바닥이 난 것은 포도주입니다. 이전엔 지하실에 술통이 가득 쌓이고 산지와 연도도 최상의 것이었는데, 귀하신 양반들이 한없이 퍼 마시는 바람에 이젠 마지막 한 방울까지 동이 나고 말았나이다. 관청의 재고품까지 소매로 팔고 있지만, 큰 잔으로 들이켜고, 사발로 마셔대니 성찬이 주안상 밑에 흩어져도 모를 지경입니다. 이제 계산하고 값을 치르는 게 소신의 임무인데, 유대인 상인들은 몰인정하기 짝이 없어 세입을 담보해야 돈을 꾸어주는 까닭에, 해마다 다음해 수입을 앞당겨 먹고 있는 실정입니다. 돼지들은 살찔 겨를이 없고, 침상의 이부자리도 저당 잡힌 채 수라상의 빵도 외상으로 올려야 할 지경입니다.

 

24 메피스토펠레스

이 세상에 결핍이 없는 곳이 어디 있겠나이까? 여기엔 이것이, 저기엔 저것이 없지만, 이 나라엔 돈이 부족한 줄 압니다. 돈을 마룻바닥에서 긁어 모을 순 없어도, 지혜의 힘을 빌리면 아무리 깊은 곳에서도 파낼 수 있나이다. 산의 광맥이나 성벽 밑에서도 주조된 금화건 그렇지 않은 금이건 찾아낼 수 있나이다. 그걸 누가 캐낼 수 잇는가 물으신다면, 재능 있는 자의 천성과 정신의 힘이라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25 메피스토펠레스

당신들 손으로 만져보지 않은 건 수십 리 밖에 있고, 당신들이 잡지 않은 건 아예 존재하지도 않으며, 당신들이 셈하지 않은 건 사실이 아니라 생각하고, 당신들이 달아보지 않은 건 무게가 없으며, 당신들이 주조하지 않은 돈은 통용될 수 없다고 믿는 거지요.

 

27 천문박사

태양 자체가 바로 순금이옵니다. 시종인 수성은 총애와 보수 때문에 일하고, 금성 부인은 여러분을 유혹하면서 아침 저녁으로 사랑의 눈길을 보냅니다. 순결한 달님은 심술궂은 변덕쟁이, 화성은 불태우진 않지만 힘으로 위협하고, 목성은 변함없이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으며, 토성은 크지만, 눈에는 멀고 작게 보입니다. 그건 금속으로선 별로 환영을 받지 못해요. 무겁기는 하지만 값어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해와 달이 정답게 어울리면, 금과 은이 화합하니 유쾌한 세상이 되고,

 

28 메피스토펠레스

여러분은 모두 영원히 지배하는 자연의 은밀한 작용을 느낄 것입니다. 대지의 깊숙한 영역으로부터 생명의 흔적이 솟구쳐 올라옵니다. 온통 사지가 꼬집히는 듯하거나 서 잇는 곳이 섬뜩하게 느껴지거든 지체 없이 그 자리를 파헤쳐보십시오. 그곳에 악사가 있거나 보화가 묻혀 있을 것입니다!

 

31 천문박사

우선 평온한 가운데 속죄를 함으로써 천상의 것을 통해 지하의 것을 얻어야 합니다. 선을 원하는 자, 우선 자신이 선해야 하며, 기쁨을 원하는 자, 자신의 혈기를 달래야 하며, 술을 갈망하는 자, 익은 포도 알을 짜야 할 것이며, 기적을 바라는 자, 자신의 믿음을 굳게 해야 합니다.

 

33 의전관

들락날락 온통 난리법석이군요. 하지만 오만 가지 지랄을 떤다 해도, 세상이란 결국 예나 마찬가지로 오로지 크나큰 바보에 불과할 것입니다.

 

35 열매 달린 올리브 가지

나는 어떤 꽃송이도 시기하지 않고, 어떤 싸움이든 피한답니다. 그런 건 내 천성에 맞지 않으니까요. 이 몸은 땅의 정화이며, 확실한 담보물로서 어느 곳에서나 평화의 상징이 되지요. 오늘은 바라건대 아름다운 머리를 기품 있게 장식하고 싶습니다.

 

45 라케시스

나 혼자만이 분별을 알기에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았죠. 나의 물레는 끊임없이 돌아가면서 한 번도 성급한 적이 없었어요. 실이 나오면 물레에 감고, 한가닥 한가닥 제 길로 이끌지요. 어느 것 하나 어긋나지 않으니 뱅글뱅글 잘도 돌아가지요. 내가 한번 정신을 팔게 되면, 당장 온 세상이 불안해질 거예요. 시간을 헤아리고, 세월을 저울질하며 실 짜는 조물주 운명의 실타래를 잡고 있지요.

     

47 메게라

그 정도는 장난이지! 그들이 인연을 맺게 되면, 이번엔 내가 나서서 어떤 경우에든 아름다운 행복을 근심으로 망쳐놓겠어요. 사람도 변하고 시간도 변하는 것이니까요. 아무도 소망하던 것을 품 안에 간직 할 수 없어요. 최상의 행복이라도 곧 익숙해지면, 어리석게도 더 탐나는 걸 그리워합니다. 태양을 등지고 서리로 몸을 녹이려는 격이지요.

나는 이런 일 다루는 법을 잘 압니다. 내 친구 아스모디를 데려와 알맞은 시기에 불화의 씨를 뿌려선 짝을 이룬 인간들을 모조리 파멸시키는 거예요.

 

 

62 플루투스

여기는 네 세계가 아니다! 여기선 일그러진 형상들이 온통 뒤얽혀 사납게 몰려온다. 네가 해맑은 세계를 또렷이 볼 수 있는 곳, 너의 것이며 너만을 믿을 수 있는 곳, 그 고독의 세계로 가거라!  거기에서 네 세계를 창조하라!

 

76 황제

‘천일야화’에서 직접 튀어나오듯, 그대가 이곳에 온 것은 그 얼마나 다행스런 일이더냐? 그대의 재주가 셰헤라자데 만큼 풍부하다면, 짐은 그대에게 최상의 은총을 확약하리라. 늘 그렇듯이 현실의 세계가 역겨워지면, 그대를 부를 테니 항상 대기하도록 하라.

 

85 메피스토펠레스

그 숭고한 비밀을 밝히고 싶지 않습니다만. 여신들은 고독 속에서 거룩하게 좌정하고 있는데, 그들 주위엔 공간도 없고 시간도 없소이다. 그들에 관해 얘기하는 것조차 황당스럽습니다. 그들은 어머니들이랍니다!

 

87 파우스트

자네는 새로 들어온 충실한 신자들을 속이는 사교의 교주처럼 말하는군. 그 반대겠지. 자넨 날 공허 속에 보내어 거기서 내 기교와 힘을 증진시키려는 것이겠지. 자네는 날 불 속에서 알밤을 꺼내 오는 고양이처럼 다루려 하는군. , 계속해 보자! 철저히 밝혀내 보자고. 자네가 말하는 무()속에서 삼라만상을 찾아보겠노라.

 

88 메피스토펠레스

당신이 나와 헤어지기 전에 칭찬을 해야겠습니다. 정말 당신은 악마를 너무나 잘 알고 있더군요. 여기 이 열쇠를 받으십시오.

 

88 메피스토펠레스

새로운 말이 성가실 정도로 그렇게 편협하신가요? 늘 듣던 말만 듣기 바랍니까? 앞으로 어떤 소리가 들려도 귀찮아하지 마십시오. 벌써 오래 전부터 이상야릇한 일에 익숙해 오지 않았습니까?

 

88 파우스트

그러나 난 경직된 상태에서 행복을 찾지는 않겠다. 놀라움이란 인간의 감정 중 최상의 것이니까. 세계가 우리에게 그런 감정을 쉽게 주지 않을지라도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보아야, 진정 거대한 걸 깊이 느끼리라.

 

89 메피스토펠레스

그러면 내려가십시오! 아니, 올라가십시오! 라고 말해도 되겠군요. 그건 매한가지니까요. 이미 생성된 것에서 벗어나 형상이 매이지 않는 나라로 가십시오. 오래전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즐겨보십시오. 떠다니는 구름처럼 휘감기는 게 있을 테니 열쇠를 흔들어 달라붙지 못하게 하세요!

 

89 파우스트

좋다! 열쇠를 움켜쥐니 새로운 힘이 솟는구나. 가슴을 활짝 펴고 위대한 일을 향해 나서련다.

 

97 천문박사

별의 운세가 좋은 이 시간을 경건한 마음으로 맞으시오. 이성 따윈 마법의 주문으로 묶어놓고, 그 대신 화려하고 대담한 공상을 마음껏 자유롭게 구사하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이 감히 갈망하던 것을 이제 눈으로 보십시오. 그것이 불가능하기에, 믿을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오.

 

100 파우스트

내게 아직 두 눈이 있는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름다움의 샘물, 철철 넘쳐나는 게 보이는가? 나는 무서운 여행길에서 가장 축복받은 선물을 가져 왔구나. 지금껏 세계는 얼마나 보잘것없고 폐쇄돼 있었던가! 하지만 내가 사제가 된 이후로 어떻게 변했는가? 비로소 바람직한 것, 근본이 있고 영속적인 것이 되었다! 만일 내가 그대와 다시 떨어지게 된다면, 내 생명의 숨결이 사라져도 좋다!

일찍이 마법의 거울 속에서 날 매혹하고, 기쁘게 했던 아름다운 자태, 이 미인에 비하면 한낱 거품 같은 모상에 지나지 않도다!

그야말로 내 모든 힘의 충동을. 정열의 정수를, 동경, 사랑, 숭배, 광신을 바쳐야 할 상대일진저.

 

109 메피스토펠레스

여기 누워 있으라. 헤어나기 어려운, 사랑의 굴레에 유혹된 불행한 친구여! 헬레나 때문에 넋이 나간 자, 쉽게 정신을 되찾지 못할 것이다.

 

111 메피스토펠레스

씨를 뿌려놓으면 언젠가는 수확을 얻게 되는 법이렸다.

 

117 메피스토페렐스

애벌레나 번데기를 보면 장차 오색찬란한 나비가 되리란 걸 알 수 있는 법.

 

117 메피스토펠레스

젊은이에게 순수한 진리를 말해주면, 아직 주동이도 노란 것들이 전혀 좋아하질 않는단 말이야. 하지만 그 뒤 여러 해가 지나 모든 걸 직접 피부로 체험하고 나면, 그것이 자기 머리에서 나온 양 착각하고 선생은 바보였다고 큰소리치기 일쑤지.

 

119 학사

시대에 뒤떨어져 아무 가치가 없는데도 무엇이나 되는 척하는 건방진 수작입니다. 인간의 생명은 핏속에 있는데 청년의 육체만큼 피가 들끓고 있는 곳이 어디 또 있을까요? 그것은 싱싱한 힘을 가진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 내지요. 거기서 모든 게 약동하고 무언가가 이루어지며, 약한 것은 쓰러지고, 유요한 것은 뻗어나갑니다. 우리가 세계의 절반을 정복하는 동안 당신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습니까? 졸고, 생각하고, 꿈꾸고, 궁리하면서 허구한 날 계획만 세웠지요. 분명합니다! 늙음이란 차가운 열병 같아서 변덕스런 고민으로 오한을 일으키어요.

      

120 학사

이것이 젊은이들의 가장 고귀한 사명입니다! 세계는 내가 창조하기 전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태양은 내가 바다에서 끌어올린 것입니다.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것도 나와 더불어 시작되었고, 하루하루는 내가 가는 길을 장식해 주었으며, 대지는 나를 위해 푸르고, 꽃피어나는 것입니다. 무수한 별들도 저 첫날 밤에 내 손짓 하나로 찬란한 빛을 발했지요. 속물적인 편협한 사상의 굴레에서 나 말고 누가 당신들을 해방시켰단 말입니까? 그러나 나는 정신이 일러주는 대로 자유롭게

기쁘게 내면의 빛을 따라갑니다. 밝음을 앞으로, 어둠을 뒤로 하고 나만의 황홀경 속에서 신속하게 나아갑니다.

 

120 메피스토페레스

괴상한 녀석. 어디 너 잘난 대로 해봐라!

하지만 이걸 알게 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어리석은 생각이든, 똑똑한 생각이든 옛사람들이 벌써 생각지 않은 게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  하지만 저런 녀석이 있다고 해도 우린 걱정할 게 없지. 몇 해만 지나면 달라지고 말 테니까. 포도주가 아무리 괴상하게 끓어 올라봤자 결국은 포도주밖에 될 수 없는 것.

 

124 호문쿨루스

안녕하세요, 아빠! 이건 농담이 아니었군요. 이리 오셔서 절 가슴에 포근히 안아주세요. 하지만 너무 힘을 주진 마세요. 유리가 깨지니까요. 사물의 특성이란 이런 거지요 즉, 자연적인 것에겐 우주 공간도 좁지만, 인공적인 것은 제한된 공간을 필요로 하지요.

 

130 호문쿨루스

무엇을 할 건가도 생각하겠지만, 어떻게 할 건가를 더 생각하세요. 그만한 노력엔 그만한 보상이 따르는 법. 황금, 명예, 명성, 건강과 장수, 그리고 아마 학문과 덕망까지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150 히론

아르고 선에 탔던 저 고귀한 용사들은 모두가 자기 나름대로 용감 하였소. 각자 고무된 힘에 따라 서로의 결점을 보충할 수 있었지. 넘치는 젊음과 아름다움으로 말하자면 언제나 디오스쿠렌 형제가 출중하였지. 과감하고 민첩하게 다른 사람을 구하는 데는 보레아스의 두 아들이 훌륭한 몫을 해냈으며, 신중하고 강하고, 총명하여 좋은 의견을 내는 데는 여인들에게 인기 있었던 야손이 제일이었다오. 다음은 오르페우스로, 우아한데다 항상 조용하고 신중했으며, 누구보다 뛰어나게 칠현금을 연주했소. 천리안인 린코이스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암초를 뚫고 성스러운 배를 몰았었지. 모두 도와야 위험을 벗어날 수 있는 법.

 

159 사이스모스

이 일을 오직 나 혼자 해 냈다는 사실을 결국 사람들도 인정해 줄 거야. 내가 흔들고 밀고 하지 않았다면, 어찌 세계가 이리 아름다우랴! 그림같이 황홀한 저 산들도 내가 밀어올리지 않았던들, 저 맑고 푸른 창공 위에 어찌 솟아나 있었으랴! 지고한 조상, 밤과 혼돈 앞에서 힘찬 행동거지로 거인들과 어울리며 펠리온 산과 옷사 산을 페르나소스 산 위에 올려놓았다 지금은 아폴로가 행복한 뮤즈의 무리와 그곳에서 즐겁게 살고 잇단 말이다. 번갯불을 안고 이쓴 주피터를 위해서도 의자를 높이 올려주었지. 그래서 지금도 엄청난 노력으로 깊은 심연으로부터 밀고 올라와 나, 유쾌한 주민들을 향해 새로운 삶을 소리쳐 요구하는 것이다.

 

173 탈레스

자연과 그 활기찬 흐름은 결코 낮이나 밤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네. 어떤 형상이든 규칙에 따라 만들어내지. 아무리 위대한 것일지라도 폭력을 쓰지는 않는다네.

 

196 프로테우스

 살아가는 데는 파도가 훨씬 유용하리라.  너를 영원한 물의 세계로 데리고 가는 건 프로테우스- 돌고래란 말이다. (변신한다.) , 이제 되었다! 이제 네게도 멋진 행운이 찾아올 게다. 널 내 등에 태워가지고 저 넓은 바다와 인연을 맺게 해주마.

 

196 탈레스

생명의 창조를 처음부터 시작하려는 그 가상한 소망에 찬사를 보내겠네! 신속하게 행동하도록 준비하여라! 영원한 규범에 따라 움직이며 수천, 아니 수만의 형체를 거쳐 인간이 되기까진 시간이 걸릴게다.

 

209 헬라나

그만! 나는 남편과 배를 타고 왔지만, 그이의 분부로 먼저 성내로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그가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아내로 돌아온 것일까? 왕비로 온 것일까? 아니면 왕의 쓰라린 고통과 오래 견뎌온 그리스인들의 불행을 위한 제물로 온 것일까? 전쟁중에 사로잡혔지만, 내가 포로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구나. 아름다운 나에게 저 불사의 신들은 이중적이고 찜찜한 동반자, 명예와 운명을 정해 주셨다.

 

219 포르키아스

부끄러움과 아름다움이 손을 맞잡고 지상의 푸른 들길을 함께 가지 않는다는 옛말은 여전히 고귀하고 진실하단 말이야.

 

220 포르키아스

너희들은 대체 누구냐? 거룩한 왕궁 앞에서 메나데처럼 거칠고, 술취한 년들처럼 미쳐 날뛰다니. 개떼가 달을 향해 짖어대듯 왕궁의 시녀장에게 소리를 질러대는 너희들은 누구냐? 전쟁이 낳고 길러낸 애송이들아, 너희가 무슨 족속인지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 화냥년들아, 너희는 사내들을 유혹해서 병사와 시민들의 진을 빼는 것들이지! 너희 떼거리를 보니 마치 푸른 전답을 뒤덮으며 달려드는 메뚜기 무리 같구나. 다른 사람의 근면함을 좀먹는 것들! 번영의 싹을 갉아먹어 파괴하는 것들! 약탈당해 장바닥에서 거래되는 물건 같은 것들!

 

223 포르키아스

하르피에들이 네년을 똥거름 속에서 길러냈을걸 *Harye. 아르고선 전설에 나오는 괴조. 남의 음식을 빼앗고 더럽힌다고 한다. 여기선 남의 애인을 가로채는 호색녀로 비유한다.

 

224 포르키아스

오랜 세월 맛본 갖가지 행복을 회상해 보면, 지고한 신의 은총도 결국 한바탕 꿈과 같지요. 하지만 당신은 한없이 큰 은혜를 받으신 몸, 일생을 두고 만난 연인들 사랑에 불타 어떤 대담한 모험도 거침없이 해치웠지요. 일찍이 테세우스가 애간장을 태우며 당신을 탐했지요. 그른 헤라클레스만큼이나 힘세고 잘생긴 남자였답니다.

 

224 헬레나

날씬한 사슴 같던 열 살짜리 나를 유괴해 아티카의 아피드누스 성에 숨겨놓았지. 포르키아스 하지만 곧 카스토르와 풀룩스에게 구출되어 당신은 뭇 영웅들의 구애 대상이 되었지요. 헬레나 그러나 솔직히 말해 내가 누구보다 은근히 좋아했던 건 펠레데를  꼭 닮은 파투르클루스였지. 포르키아스  하지만 당신은 아버님의 뜻에 따라 대담한 항해가이자 내정에도 뛰어난 메넬라오스와 결혼하셨죠. 헬라나 아버님께선 딸을 주시고, 나라의 통치권까지 넘기셨어. 그 부부생활에서 헤르미오네가 태어났지. 포르키아스 하지만 왕이 유산인 크레타 섬을 찾으려고 용감히 원정길에 올랐을 때, 외로운 당신 앞에 너무나 아름다운 손님이 나타났죠.

 

226 포르키아스

또 이런 소문도 있었죠. 공허한 저승에서 아킬레우스가 올라와 열렬히 당신을 따라다녔다고요! 그는 예전에도 온갖 운명을 거역하면서 당신을 사랑했죠. 헬라나 환영인 내가 환영인 그분과 맺어졌던 것이다. 옛이야기도 그건 끔이었다고 말하고 잇다. 나 이대로 스러져 환영이 될 것 같구나.

 

235 포르키아스

아약스가 그의 방패에 휘감긴 뱀을 새겨넣은 걸 너희도 보았으리라. 테배를 공략한 일곱 용사들도 각자 자기 방패에 의미심장한 무늬를 지니고 있었다. 밤하늘에 빛나는 달과 별이 있고, 여신, 영웅과 사다리, 검이나 횃불 또는 평화로운 도시를 위협하는 공격의 도구도 있었지. 우리의 영웅들도 선조 대대로 그 현란한 형상들을 새기고 다닌단다. 사자며 독수리며 발톱과 부리, 물소 뿔, 날개, 장미, 공작새의 꼬리, 금빛, 은빛, 검정, 파랑, 빨간색의 줄무늬도 볼 수 있지. *아약스: 트로야 전쟁의 영웅 중 아킬레스 다음으로 용맹한 사람

 

246 헬레나

슬프군요! 이 무슨 가혹한 운명이 절 따라다니는지요. 어딜 가나 남자들의 마음을 유혹하여 절 좇으려 자신뿐 아니라 소중한 임무마저 잊게 만들다니요. 반신들, 영웅들, 신들, 심지어 악령까지도 저를 빼앗고 유혹하고 싸우고 몰아대면서 정처 없이 이리저리 끌고 다녔습니다. 세상을 어지럽힌 게 한 번뿐이던가요? 두 번, 세 번, 네 번 재앙에 재앙을 가져오고 있지요. 이 착한 사람을 데려가 풀어주세요. 신에게 우롱당한 사람이 어찌 욕을 보겠습니까?

 

260 파우스트

이것이 태고의 숲이다! 떡갈나무 힘차게 솟아 가지와 가지 억세게 얽혀 있다. 단풍나무는 부드럽고 달콤한 물기 머금고 깨끗한 자태로 잎들을 나부낀다.

고요한 숲에선 따뜻한 젖이 샘솟아 어머니답게 아이와 양을 길러주고, 가까이서 나는 과일은 들판의 풍성한 음식, 파인 나무 줄기에선 꿀이 흐른다.

여긴 유복한 생활이 이어져 오는 곳, 뺨에도 입에도 생기 넘치며, 누구나 안주한 곳에서 영생을 얻어 그들은 행복하고 건강하도다.

 

270 오이포리온

이젠 절 뛰게 해주세요. 이젠 뛰어오르게 해주세요! 어디든 공중으로 솟구쳐오르고 싶은 게 제 소망이에요. 이 소망이 벌써 절 사로잡고 있어요.

 

278 오이포리온

먼 데서 보고만 있으란 말입니까? 아닙니다! 저는 근심과 고통을 함께 나누렵니다. 앞에 나온 사람들 무모하고 위험하다. 죽을 운명이야!

 

278 오이포리온

그래도 가야 합니다!  양쪽 날개가 활짝 펼쳐집니다! 그곳으로! 가야 합니다! 가야 합니다! 날도록 허락해 주세요! 그는 공중으로 모을 던진다. 옷자락이 한 순간 그를 지탱해준다. 그의 머리가 빛나면서 불빛의 꼬리가 길게 뻗친다.

 

283 일동 

우리는 햇빛 밝은 곳으로 돌아왔어요. 인간이 될 자격이 없다는 걸 느끼기도 하고 알고도 있지요.하지만 저승으로는 결코 돌아가지 않겠어요. 영원히 살아 잇는 자연이 우리 정령들에게 요구하듯이 우리도 자연에게 당연한 요구를 하렵니다.

 

286 나머지 일부

모두들 좋아하는 곳으로 흘러가세요 우리는 푸른 포도알 여무는 저 언덕을 감돌아 흐르겠어요. 거기선 온종일 부지런한 포도 재배자가 열심히 일하고도 수확을 걱정하는 양을 볼 수 있지요. 때로는 괭이로 때로는 삽으로 흙을 파고 자르고 묶으면서 그는 모든 신들, 특히 태양신에게 열렬히 기도합니다. 도락가인 바카스는 충실한 하인은 개의치 않고, 정자에서 쉬거나 동굴에 앉아 어린 판과 잡담이나 지껄이지요. 주신이 비몽사몽 취하는 데 필요한 술은 가죽자루나 항아리나 술통에 담아 서늘한 지하실 좌우에 영원히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신들, 특히 태양의 신 헬리오스가 공기, 습기, 열기를 줘 포도송이를 산더미처럼 쌓아 올리면, 조용히 일하던 포도밭은 돌연 활기를 띠고 원두막에서 떠드는 소리, 줄기와 줄기 사이로 번져 갑니다. 바구니는 뿌지직, 둘통은 덜거덕, 멜통은 삐거덕, 모든 포도 큰 통에 옮겨져 즙 짜는 사람, 기운차게 춤을 춥니다. 그리하여 깨끗한 단물 듬뿍 밴 신성한 포도알들이 마구 밟혀 거품을 내며 으깨어져 한데 섞인답니다. 이제 심벌즈와 징소리 쟁쟁히 울리는데, 그것은 주신 디오니소스가 신비의 장막을 걷고, 염소 발굽의 남녀들과 나타났기 때문이죠. 그 와중에 질레누스를 태운, 귀가 큰 짐승이 날카롭게 마구 울어댑니다. 인정사정 없군요! 갈라진 염소 발굽은 모든 관습을 짓밟고, 온갖 관능의 소용돌이, 그 시끄러운 소음에 귀가 멀지경입니다. 술잔을 더듬는 주정꾼들, 머리와 배는 술로 가득, 한두 사람 걱정스레 소리치지만, 소란을 더욱 크게 할 뿐이죠. 그도 그럴 게, 새 술을 담으려면 묵은 술부대를 서둘러 비워야 하니까!

 

209 파우스트

살며시 날 실어와 준 구름 수레에 작별을 고한다. 구름은 흩어지지 않고 천천히 내게서 떠나간다. 둥근 덩어리, 줄지어 동쪽으로 향하니 나는 놀라 눈으로 그 뒤를 바라본다. 구름은 방황하고 물결치며 변화무쌍하다. 필경 무슨 모습인가 만들려고 한다.  그래, 내 눈은 못속여! 햇빛 반짝이는 침상 위에 우아하게 누운, 거인처럼 크면서도 신을 닮은 여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유노, 레다, 헬레나와 닮은 듯 기품 있고 사랑스럽게 내 눈앞에 어른거린다. , 벌써 흩어지는구나! 형체도 없이 넓게 피어올라 아득한 빙산들처럼 동편 하늘에 머물며, 무상한 나날의 큰 뜻을 눈부시게 반영하고 있다.

 

295 파우스트

나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네. 인구가 늘어나 나름대로 편안히 살아가고, 교육까지 받아 학식이 높아지면 모두들 기꺼워하겠지  하지만 실상 반역자를 길러내는 것인데.

 

304 총사령관

폐하, 아군의 우익 쪽을 보십시오! 저런 지형이야말로 전략상 이상적입니다. 언덕이 가파르진 않지만 그렇다고 보행이 쉽지만은 않아, 아군에게 유리하고 적군에게 위험하지요. 파상의 지형을 이용해 아군을 반쯤만 매복시켜도 적군의 기병대가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입니다.

 

314 파우스트

시칠리아 해변에서 떠도는 안개 띠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신지요? 거기선 한낮에도 안개가 또렷이 흔들리면서 중천에 드높이 올라서는 이상한 아지랑이에 반사되어 희한한 광경을 보여준답니다. 여기저기 도시들이 어른거리고 정원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등, 갖가지 형상이 대기를 뚫고 나오는 것 같답니다.

 

322 메피스토펠레스

높이 떠 잇는 별이 순식간에 떨어지는 일은 여름밤마다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우거진 숲속에서 번개가 치고 촉촉한 땅 위에서 별이 스치우는 일은 그리 쉽게 볼 수 없으리라. 그러니 너희들은 너무 애쓸 것 없이 처음엔 부탁을 하고, 안 되거든 다음엔 명령을 해라.

 

327 황제

우리의 전투에 요술이 끼어들긴 하였지만, 결국 우리는 우리만으로 싸웠던 것이다. 물론 우연이 싸우는 자를 이롭게 할 수도 있나니, 하늘에서 돌이 떨어지고 적진 위에 피의 비가 내렸으며, 바위동굴 안에서 이상한 굉음이 울려 나와 우리의 사기를 돋워주고 적의 사기를 꺽어 주었다. 패자는 쓰러져 영원히 반복되는 조소를 받고, 승자는 승리를 뽐내며 신의 축복을 찬양하도다. 명령할 필요도 없이 한마음 되어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신이여, 우리는 당신을 찬양합니다!)

 

335 대주교

뿐만 아니라 지금 건축될 교회에 대하여 십분의 일세, 임대료, 헌납금 등 일체의 수익을 영구히 헌납하소서. 품위를 유지하는 데 많은 돈이 필요하고, 알뜰히 관리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 것입니다. 저 같은 황무지에 급한 공사를 하는 것이오니, 폐하의 전리품 중 얼마간의 황금을 내어주옵소서. 그 밖에 꼭 필요한 것을 말씀드린다면, 먼 지방의 목재와 석회, 석판 등입니다. 운반은 설교단에서 지도하여 백성들이 하도록 하겠으며, 교회는 봉사하는 자들에게 축복을 내릴 것입니다.

 

344 망루지기

릴코이스 해가 지자 마지막 배들이 기운차게 항구로 들어온다. 커다란 배 한 척이 운하를 따라 이쪽으로 들어올 참이군. 오색 깃발이 즐겁게 휘날리고, 튼튼한 돛대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구나. 행운이 반겨주는 이 귀한 순간에 그 배를 탄 사공은 축복을 받으리라.

 

349 파우스트

부유한 가운데 결핍을 느낀다는 건 우리의 고통 중에 가장 혹독한 것이다. 저 종소리와 보리수 향기 교회와 무덤 속인 양 나를 휩싸는구나. 더없이 강력한 의지의 선택도 이 모래에 부딪히면 산산히 부서진다. 어찌하면 마음속에서 몰아낼 수 있으랴! 저 종소리 울리면 미칠 것만 같구나.

 

357 파우스트

나는 오로지 세상을 줄달음쳐 왔을 뿐이다. 온갖 쾌락의 머리채를 붙잡았지만, 흡족하지 않은 것은 놓아버리고, 빠져나가는 것은 내버려두었다. 나는 오직 갈망하면서 그것을 성취하였다. 또한 소망을 품고 기운차게 평생을 질주해 왔다. 처음엔 원대하고 힘차게, 지금은 현명하고 사려 깊게 해나간다. 지상의 일은 낱낱이 알고 있지만, 천상을 향한 전망은 끊어져버렸다. 눈을 꿈벅거리며 하늘을 향해 구름 속의 자신을 꿈꾸는 자는 바보로다! 이곳에 굳건히 서서 주위를 둘러볼 일이다.

유능한 자에게 이 세상은 침묵하지 않으리라. 무엇 때문에 영원 속을 헤맬 필요가 있을까! 인식한 것은 손아귀에 잡을 수 있는 법, 이렇게 지상의 나날을 보내는 게 좋으리라. 도깨비들 날뛰어도 내 갈 길만 가면 된다. 어떤 순간에도 만족을 모르는 자, 그저 나아가는 길엔 고통도 행복도 함께 있겠지

 

358 근심       

누구든 내게 한번 붙잡히면, 온 세상이 쓸모 없게 되지요. 영원한 어둠이 내리덮여서 해는 뜨지도 지지도 않고, 외부의 감각이 완전하다 해도 내부엔 어둠이 자리잡게 됩니다. 온갖 보화 중 어느 것 하나도 제것으로 소유할 수 없어요. 행복도 불행도 시름이 되어 풍족한 속에서도 굶주리게 되지요. 환희든 고뇌든 간에 다음날로 밀어젖히고, 그저 앞날만을 고대할 뿐 결코 아무것도 이루질 못해요.

 

360 파우스트

밤이 점점 깊어가는 것 같구나. 하지만 마음속엔 밝은 빛이 빛난다. 내가 생각했던 것을 서둘러 완성해야겠다. 주인의 말보다 위력이 있는 것도 없으리라 여봐라, 하인들아! 모조리 자리에서 일어나거라! 내가 대담히 계획했던 일, 멋지게 이루어다오. 연장을 잡아라. 삽과 괭이를 놀려라! 맡은 일은 반드시 해치워야 한다. 엄격한 규칙대로 열심히 일하면, 비할 데 없이 좋은 보수를 받으리라. 이 위대한 일 완성하는 데는 수천의 손 부리는 하나의 정신으로 족하리라.

 

363 파우스트

저 산줄기에 늪이 하나 있어 이미 개간한 땅에 독기를 뿜고 있다. 그 썩은 웅덩이의 물을 빼는 것이 마지막이자 최대의 공사가 되리라. 이로써 수백만에게 땅을 마련해 주는 것이니, 안전치는 않더라도 자유롭게 일하며 살 수 있으리. 들이 푸르고 비옥하니, 인간과 가축들은 새로운 땅에 곧 정이 들 것이요, 용감하고 근면한 백성들이 쌓아올린 견고한 언덕으로 곧 이주해 오리라. 밖에선 성난 파도가 제방을 때린다 해도, 여기 안쪽은 천국 같은 땅이 될 거야. 파도가 세차게 밀려와 제방을 갉아 먹는다 해도 협동하는 마음, 급히 구멍을 막아버릴 게다. 그렇다! 이 뜻을 위해 나는 모든 걸 바치겠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위험에 둘러싸이더라도 여기에선 남녀노소가 모두 값진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군중을 지켜보며,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다.

그러면 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이같이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지금 최고의 순간을 맛보고 있노라.

 

364 메피스토펠레스

어떤 쾌락과 행복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변화무쌍한 형상들만 줄곧 찾아 헤매더니, 최후의 하찮고 허망한 순간을 이 가련한 자는 붙잡으려 하는구나. 내게는 억세게도 항거한 놈이지만, 세월 앞엔 별수없이 백발이 되어 모래 위에 누웠구나. 시계는 멈추었다.-

 

364 메피스트펠레스

지나가 버렸다니! 어리석은 소리. 어째서 지나갔다는 거냐? 지나갔다는 것과 전혀 없다는 것은 완전히 같은 것이다! 영원한 창조란 도대체 무엇이냐! 창조된 것은 무()속으로 휩쓸려가게 마련이다! (지나가 버렸다!) 여기에 무슨 뜻이 있지? 그야말로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런데 마치 무엇이 있었던 양 뱅뱅 맴돌고 있다. 나는 오히려 영원한 허무가 좋단 말이다.

 

365 메피스토펠레스

육신은 스러지고, 영혼이 빠져 나가려는 구나. 빨리 피로 서명한 증서를 보야 줘야 겠다 - 유감스럽게도 요즘엔 악마에게서 영혼을 가로채는 방법이 많아졌단 말이야. 옛날 식대로 하자니 모두들 싫어하고, 새로운 방식엔 내가 서툴다. 전 같으면 나 혼자 해치웠으련만, 이젠 조수라도 데려와야 할 판이다. 우리에겐 만사가 불리하게만 되어간다! 전해 오는 관습, 오래된 권리도 더 이상 어느 것도 믿을 수가 없구나. 숨이 끊어져 영혼이 빠져나올 때, 전 같으면 지키고 섰다가 날쌘 쥐새끼 잡듯 휙! 낚아채어 억센 손아귀에 움켜쥐었지. 지금은 영혼이 머뭇거리며 그 음침한 곳, 고약한 시체의 구역질 나는 집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거든 결국, 서로 미워하는 원소들에게 사정없이 쫓겨 나오고 만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날마다 시간마다 노심초사하거니와, 언제? 어떻게? 어디서? 이것이 까다로운 문제로다. 늙은 사자는 재빨리 힘을 잃었지만, 정말로 죽은 것인가? 한참 동안 의심을 하게 되거든. 뻣뻣한 사지를 자주 탐내며 바라보지만  그건 겉모양일 뿐, 다시 꿈틀꿈틀 움직이는 놈도 있지.

 

368 메피스토텔레스

인광처럼 반짝이는 게 없나 여기 아래쪽을 살펴보아라. 그것이 혼이다. 날개 달린 영혼이다. 하지만 날개를 뜯어내면 더러운 구더기가 되느니라. 내가 그것을 도장으로 봉인해 줄 테니 불길의 소용돌이 속으로 가지고 내빼거라!

 

371 천사들의 합창

축복받은 꽃잎들 즐거운 불꽃들 마음 내키는 대로 사랑을 전파하고 기쁨을 퍼뜨린다. 진실한 말들은 맑은 하늘 속에서 영원한 무리들에게 어디서나 빛이 된다.

 

381 젊은 천사들

사랑에 넘치는, 성스런 속죄여인들, 그 손에서 얻은 장미꽃들이 우리의 승리를 도와주었지요. 우리는 고귀한 일을 이루어 이 영혼의 보배를 획득하였답니다. 꽃을 뿌리자 악인들은 물러가고, 꽃으로 내려치자 악마들은 달아났어요. 몸에 밴 지옥의 형벌 대신 악령들은 사랑의 고통을 느꼈던 거지요. 그 늙은 악마의 두목까지도 쓰라린 고통에서 만신창이가 되었답니다. 만세를 부릅시다!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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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 속죄하는 한 여인

굽어보소서, 굽어보소서, 비할 데 없는 당신, 광명으로 가득 찬 성모님이시여. 자비로운 얼굴에 제 행복을 살펴주소서! 옛날에 사랑했던 그분, 혼미함이 사라진 그분이 돌아왔나이다.

 

387 승천한 소년들  

이분은 우리보다 훨씬 더 자라서 팔다리도 튼튼해졌어요. 충실히 보살핀 보답을 풍족하게 받을 거예요. 우리는 지상의 인간들을 일찍이 멀리했지만, 이분은 배운 게 많아 우리를 가르쳐주실 거예요.

 

387 속죄하는 한 여인

새로운 이분은 자신을 깨닫지 못하고, 새로운 생명도 느끼지 못하지만, 고귀한 영들에게 둘러싸여 벌써 신성한 무리를 닮아갑니다. 보세요, 이분은 온갖 지상의 인연에서 벗어나 그 낡은 껍질을 벗어 던졌나이다. 성스런 기운이 서린 옷자락에선 첫 젊음의 힘이 솟아납니다. 새로운 빛에 눈이 부신 모양이니, 저분에게 가르치도록 허락해 주옵소서.

 

388 마리아 숭배의 박사

참회하는 모든 연약한 자들아, 거룩한 신의 리대로 감사하며 자신을 변용하기 위해 구원자의 눈길을 우러러보라. 선한 사람들 모두 당신을 받들어 모시도록, 동정녀여, 어머니여, 여왕이여, 여신이시여, 오래도록 은총을 베푸소서.

 

388 신비의 합창 

일체의 무상한 것은 한낱 비유일 뿐, 미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실현되고, 형언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리도다.

 

3. 내가 저자라면


그 때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국민학교 5학년, 그 때는 그래도 우리 가족이 살만했었던 때다. 우리 가족의 가난은 내가 국민학교 6학년 때 시작되었으니까. 국민학교 5학년 어느 날, 엄마의 지인 중에 갑작스럽게 남편과의 사별을 겪은 분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책을 팔러 오신 거였다.


금성 출판사 소년소녀 문고 소개 책자를 펼쳐 놓고, 한 질 한 질 소개해 주셨다. 나는 옆에서 엄마가 세계 문학 전집을 사들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앉아 있었다. 엄마도 내 마음을 알아차리셨는지 세계 문학 전집을 들었다 놨다 하셨다. 하지만 그 전집은 그 날 소개받은 책들 중에 가장 비싼 전집이었다. 엄마는 들었다 놨다만 하시다가 저렴한 가격의 추리소설 한 질을 사들이셨다. 

 

나는 영 못마땅했다. 하지만 엄마의 주머니 사정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아무 말 못했다. 그렇게 나는 추리 소설만 반복해서 읽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며, 설록 홈즈 시리즈는 외울 정도로 읽었다. 엄마는 세계 문학 전집을 사주지 못한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 일까. 어느 날, 엄마는 100권짜리 계몽사 전집을 책장 째 세트로 들여 오셨다. 이 중고 책들은 얼마나 돌고 돌다 우리집으로 왔는지, 닳고 닳은데다가 곰팡이 냄새까지 물씬 풍겼다. 나는 그 냄새나는 책들을 보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하루에 100원씩 주셨던 용돈을 모아서 책을 한 권씩 사기로 결심했다. 그 당시 학교 앞 서점에서 문고판 책 한 권이 삼 천원에서 오 천원 정도 했던 것 같다. 내가 국민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내 용돈을 모아 산 책이 바로 괴테의 <파우스트>이다. 나는 그 책을 항상 옆구리에 끼고 다녔고, 동네 어른들은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책을 벌써 읽냐고 내게 눈길을 주기도 했다.

 

겨우 열세 살 먹은 소녀는 왜 <파우스트>에 그토록 매료되었을까?

 

<파우스트>는 괴테가 24세에 쓰기 시작해 82세에 완성한 필생의 역작으로 전지적 지식의 성취를 통해 신과 대등한 위치에 서려는 인간의 영원한 욕망을 바탕에 깔고 있는 작품이란다. 어느덧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는 생각했다. 자신은 자신의 꿈인 마더데레사가 되지 못 할 것이라고. 인간으로 신처럼 완전한 존재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그래서 소녀는 전지적 지식을 성취해서라도 신에 가까운 인간이 되려는 파우스트의 욕망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목차 및 구성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序演)

천상의 서곡

비극 제1

비극 제2

1

2

3

4

5

작품 해설

작가 연보


헌사, 무대에서의 서연(序演)은 본문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하지만 천상의 서곡은 앞으로 전개될 모든 사건의 열쇠가 되는 부분이다. 파우스트가 그레트헨을 만나 메피스토펠레스의 계약을 맺는 비극 제11막의 파우스트의 정신적 회복을 시작하여, 제2막~제4막은 다시 헬레나를 중심으로 메피스토펠레스의 계략대로 진행된다. 5막은 파우스트가 백살 노인이 되어 자연과 인간의 조화에 눈을 뜨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비극 제2부는 제1막에서 제5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열세 살 소녀는 그녀의 삶에서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결심했던 것 같다. 그 소녀는 자라 이제 중년을 바라보며 파우스트적 방황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결국 그 방황은 자기 실현에 이르는 인간성의 승리를 이루어 낼 것이라 믿는다.

 

()는 예술의 궁극의 원리이며 최고의 목적이다.”


괴테의 명언으로 열세 살부터 줄곧 나를 이끌어 온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인간성의 승리는 이제 신을 따르며 신과 유사해지거나 대등해지려는 위대한 욕망의 실현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로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저자라면, 이렇게 인간성의 승리를 이루어낸 아름다운 작품을 쓰고 싶다.


마음에 드는 장절


 14 시인   


시인은 무엇으로 만인의 심금을 울리는 걸까요? 무엇으로 모든 원소를 이겨낼 수 있을까요? 그것은, 가슴속에 솟아나와 온 세계를 다시 가슴 속으로 이끌어 들이는 조화의 힘이 아닐까요? 저 자연이 끝없이 긴 실오라기를 무심히 물레에 감아 돌릴 때, 조화롭지 못한 무리들이 중구난방 역겨운 소리를 낼 때, 누가 이 단조롭게 흘러가는 대열에 생명을 불어넣어, 운율을 띠고 약동하게 만들겠어요? 누가 개개의 것을 골고루 성스럽게 하여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게 하겠어요? 누가 폭풍우를 미친 듯한 열정으로 만들 것이며, 저녁 노을이 의미 깊게 타오르도록 하겠어요? 누가 사랑하는 사람이 가는 길에 아름다운 봄 꽃을 뿌려줄 것이며, 누가 이름 모를 잎새들을 엮어 온갖 공적을 기리는 영예의 관을 만들겠어요? 누가 올림포스 산을 보전하고, 누가 제신들을 화합하게 하겠어요? 그것은, 시인 속에 현현되는 인간의 힘일 뿐이지요.


보완점


보완점은 없다.

열세 살 때부터 줄곧 최고라 생각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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