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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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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15일 11시 52분 등록

서울에 처음 가는 사람인 것 마냥 떨린다. 왠지 불안한 마음으로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이 어느 곳인지 계속해서 체크한다. 신사동에 처음 온 사람처럼 국민 연금 간판을 찾으며 길거리에 서서 쭈뼜쭈뼜거린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는 옷 매무새도 고치고 혼자 속으로 파이팅을 외친다.

 

이렇게 오프수업 날은 늘 설레임과 긴장이 혼재한다. 사람들을 만난다는 반가움이 앞서지만, 숙제에 대한 심판(?)을 받는다는 느낌도 있다. 지난 주 혹평을 떠안고 혼란스러워 하며 도망치듯 집으로 향했던 기억이 있기에, 이번 달은 임전무퇴의 심정으로 자못 비장하게 회의실에 들어섰다.

 

환하게 맞아주는 반가운 얼굴들이 가득 이다. 비로소 안도한다. 절로 실실 웃음이 나온다. 오랜만에 수원 촌사람이 가로수길 까지 와서 너무 떨렸나? 하는 생각을 하며 혼자 피식 거렸다. 각자가 두 손 무겁게 짊어지고 온 공헌물을 보니 오늘은 보드카, 중국 술 등 술이 한가득이다. 센스있게 앨리스 언니가 보드카 칵테일을 만들어 주셨다. 그야 말로 신세계다.

 

다들 얼굴이 좋아 보인다. 특히 피울 오라방과 에움길 언니는 얼굴에서 환하게 빛이 난다. 지난 밤 화이트닝 팩이라도 붙인 거냐며 농을 친다. 콩두 선배님은 여신같이 예쁜 원피스를 입고 오셨다 화장실을 가신다고 잠깐 나가시는 모습을 집에 먼저 가시는 줄 알고 혼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했다. 창 선배님께 시집 선물도 받았다. 참으로 오랫만에 보는 시집이라 반갑다.

 

해언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타르트와 함께 등장했다. 내가 좋아하는 자몽이 콕콕 박혀있는 얼그레이 케익도 함께 와서 한결 행복감이 더하다. 역시 먹을 것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듯 즐거워하는 단순함이라니.. 덕분에 다시 한 번 생일을 자축했다. 여름 아이답게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태양처럼 강렬하게 살아보자. 다짐하면서.. 참치 언니를 닮았다는(?) 시루떡도 왔다. 교장 선생님의 선물이다. 자칭 팥 매니아인 내가 좋아하는 떡이라 마냥 신이 났다. 하지만 나는 자꾸만 광고 속 숙취에 시달리던 시루떡의 모습이 떠올라서 태평양을 팔짝 팔짝 뛰어다니는 참치언니의 모습과 시루떡이 잘 매치되진 않았다. 켜켜이 쌓인 내공을 가진 참치언니를 닮았다는 것이 아닌가 그저 추측해볼 따름이다. 승호 선배님의 히말라야 선승들이 쓴다는 알림종(?)까지 이번 수업에서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가득했다. 이번 주 내내 왜 그렇게 심각하게만 하루하루를 보냈던지이렇게 작은 이벤트들이 큰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번 달 수업 주제는 에 대한 이야기라 더욱더 고민스러웠다. 나는 자기 소개를 세상에서 가장 어려워한다. 우선 최대한 생각나는 대로 편하게 써보자는 마음으로 과제를 해나갔다. 그러나 나를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끝까지 생각 나지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 나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알려달라고 했다. ‘무한긍정’ ‘직진 윤영’ ‘에너지 발전소’ ‘상큼이등의 답이 왔다. 참 당황스러웠다. 내가 인식하고 있는 요즘의 나와는 매우 다른 단어들이다. 친구들을 만난 지가 너무 오래됐나 싶어 이번에는 회사 부서 선후배들에게 물어본다. 크게 다르지 않다. ‘긍정의 힘’ ‘유쾌 발랄등의 피드백이 도착한다. 마지막으로 매일 부대끼는 남편에게도 물어보았다. ‘생동감 넘치는 활력 에너지란다.

왜 이렇게 내가 나를 보는 모습과는 다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 스스로도 나는 정말 긍정적이야. 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는데, 요즘 나는 자꾸 침잠하며 나의 본 모습에 대해 혼란스러워 한다. 어쩌면 나의 '자존'찾기 프로젝트는 이미 내 안에 있는 나를 다시 꺼내오기. 프로젝트일지도 모르겠다.

 

고민 끝에 갑자기 머릿 속을 파고든 탐스러운 레몬으로 나를 규정해보았다. 싱그럽고 상큼하고 밝고 싶었다. 실제 내가 좋아하는 과일이기도 하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밝고 생동감 넘치게 빛나는 레몬 나무의 풍광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나의 발표가 끝난 후 앨리스 언니가 내 글을 보면 자꾸 스스로를 낮게 보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조금 더 자신감이 넘치는, 나다운 글을 보고 싶다고 했다. 나 또한 풀고 싶었던 과제인 부분이었다. ? 대체 왜? 나는 자신감 없이 수업에 들어서고, 자신감 없이 과제를 올릴까? 라는 생각이 꼬리를 이었다. 워낙 새로운 환경에, 새로운 역할에 적응이 느린 나이기에 아직 적응을 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여전히 지나치게 위축되어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이 곳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한편으로 돌이켜보면, 나는 조금은 변화했다. 나의 속에 숨겨진 자유로의 욕망을 간파하기도 했고, 나의 욕구 표현이 미숙함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개운하지는 않다. 아직도 많이 긴장하고, 들리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지나치게 상처 받는다.

그저 이 모든 것이 다 과정의 일부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금 가벼워 지고, 속 시원해 지기 위해 더 혼란 속으로 빠져 보아야 함을 믿기로 했다. 이 길 저 길 다 가보기로 했다. 이런 감정 저런 감정 다 느껴도 보기로 했다. 앞으로의 여정 속에서도 조금 더 몸에 힘을 빼고. 조금 더 자유롭게 훨훨 날 수 있기를, 내 마음대로 춤 사위를 펼쳐 보일 수 있기를, 그 끝에 더욱 단단해지고 강해진 내가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기지개를 힘차게 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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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5 12:12:36 *.218.178.5

이번의 녕이 모습은 가장 행복해 보여서 좋았어.

남들의 시선을 많이 덜어 내었던데. 스페인....기다려진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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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5 17:06:39 *.196.54.42

어느날 창 선배가 물었다 "오프수업 재미 있어요?"

 

"첨엔 좋았는데 요즈음은 좀... 수업준비가 부담도 되고... 일박이일의 체력전도 만만찮고...

물론, 즐거울 때도 있죠, 근데 꼭 즐겁지만은 않아요"

 

"그 참 이상하다, 우리 땐 무조건 재미있고 즐거웠는데...." 창 선배의 말이었죠.

 

오프수업을 즐기는 것도 능력인 것 같네요. 준비한 발표 및 질문 거리로 가던, 먹는 것, 아니면 수다로라도 즐기는 게 장땡!

전 지난 오프 땐 정말 재미 없었는데.. 이번엔 장소도 좋고, 작정하고 준비를 했더니 재미가 쏠쏠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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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6 10:01:14 *.50.21.20

저는 언니와 있으면 어쩐지 덩달아 즐거워져요.

아마 주변 친구들과 남편님이 느끼는 긍정 에너지도 그런 종류의 밝은 전염 같은 것에서 기인한 걸꺼여요.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나와 주변에서 생각하는 내가 다르다면 조금 더 속내를 이야기 해주면 좋겠어요.

녕이 언니, 같이 놀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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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6 18:43:53 *.113.77.122

지난 달 오프수업에 비해 이번달에 영이가 훨씬 더 가볍고 밝아져서 좋던데.

조금씩 자기 자신과 가까워지는것 같아


스페인에서 영이의 독특한 멋진 라틴댄스 기대할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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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0 21:52:38 *.217.6.52

레몬같은 행복감이 아이 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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