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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20일 22시 34분 등록

올해 연구원 연수는 스페인으로 갑니다. 연구원 동기들도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다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10기는 모두 열 명이라 우리는 일정을 열 부분으로 나누어 미리 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맡은 도시는 바르셀로나입니다. 바닷바람과 뜨거운 햇살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도시지요. 그런데 이 도시에 대해 소개하려니 '안토니 가우디'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가우디가 남겨놓은 성당과 공원, 병원, 건물들을 한 번 찾아보면 끊임없이 말을 거는 그 강렬함에 대번에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땅에서부터 올라오는 듯한 생명력, 식물과도 같은 부드러운 선, 주변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색채, 신비한 이야기가 살아있는 상징과 장식들. 그의 상상력과 영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호기심이 생긴 저는 안토니 가우디에 대한 심층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러고는 그의 유년시절에서 세 가지 원천을 찾아냈습니다.

 

첫 번째로 자연입니다. 가우디는 몸이 약한 소년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우디는 류머티즘, 관절염 등의 질병으로 학업에 전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우디는 밖에 나가 뛰놀기보다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조용한 아이였습니다. 다행히 그가 태어난 레우스(Reus)는 풍요로운 자연을 지닌 시골마을이었습니다. 가우디는 지중해의 넉넉한 햇살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꽃과 나무들을 가장 친한 친구로 삼아 그 움직임을 관찰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두 번째로 다양한 재료입니다. 가우디의 양 부모님 가문 모두 대대로 장인 집안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솥 대장간의 음악소리'라는 작업실에서 매일 그릇을 만들었습니다. 대장간은 다양한 재료들로 가득 차 있었고, 가우디는 이런 재료들을 다룰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는 가우디가 어떠한 재료도 겁먹지 않고 사용할 줄 아는 건축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료를 가리지 않는 자세였습니다. 가우디는 무엇이든지 예술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순수한 재료로 보았던 모양입니다. 덕분에 그는 깨진 타일조각, 질그릇 조각, 거북이 등딱지, 윤 나는 금조각, 쓰다 버린 기계 조각 등 자칫 쓰레기, 부스러기로 취급받는 것들도 가리지 않고 사용하는 창조적인 건축가로 성장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가우디가 구엘공원을 만들 때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가우디는 인부들에게 출근하는 길에 깨진 타일 조각이 있으면 주워오라고 지시하거나, 아주 조심스럽게 배달된 베네치아 타일을 받자마자 산산조각을 내버려 운송업자를 황당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자세가 그의 건축물을 독창적이고 아름답게 만든 비결이었습니다.

 

가우디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창조적인 가슴이란 재료를 가리지 않고 그 안에 있는 아름다움을 꽃피워내는 힘입니다. 저는 그의 전기를 읽으며 일상 속에서 힘껏 배워 더 많은 경험을 마음에 담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잘 기록해두어 나의 글과 성장에 밑거름이 되도록 활용하기로 나와 약속했습니다. 특히 이번 여행은 지중해의 태양과 강렬한 색체, 그리스인 정신에 초점을 두고 경험할 생각입니다.  이것은 곧 나의 구엘공원, 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평생에 걸쳐 짓도록 나를 이끌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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