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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21일 06시 55분 등록

율리시스

10기 김정은

 

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김성숙 옮김, 동서문화사

 

1. 저자에 대하여

 

제임스 조이스, 왜 읽어야 하는가

 

제임스 조이스는 20세기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아일랜드 작가라 불린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조이스의 작품을 읽었을까? <율리시스>, 난해한 장편소설, 다 읽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은 소설, 읽는 내내 계속 읽을 것인지를 갈등하게 하는 소설…… ‘20세기를 대표하는 소설 목록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율리시스>는 출간 당시 음란성과 신성모독 등의 이유로 집필 내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다면 왜 제임스 조이스를 읽어야 하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조이스를 읽는다는 것은, 읽는다는 것 자체로 놀랄 만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조이스의 문체, 어떻게 읽어야 하나? 많은 이들이 조이스에 대해 막연하고 애매한 작가, 보통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글쓰기를 하는 작가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조이스만큼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작품에 구현한 작가도 없을 것이다. 조이스는 서간체, 독백체, 다채로운 언어 등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통해 가능한 한 사고의 영역을 풍부하게 만들고자 했다. 조이스의 문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것은 단지 논리적인 형태의 문법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피카소의 그림을 보듯, 모든 문법을 버리고 조이스만의 언어에 주목한다면 그만의 독특한 문체에 빠져들 것이다. 리처드 앨만은 이야기했다. 현대 예술이라면 피카소를 생각하는 것처럼 조이스의 이름은 현대산문과 불가분하게 관련되지만 세평의 풍향은 바뀔 것이다. “오늘날 피카소가 유행하고 있듯이 훗날 조이스가 그렇게 될 것이다.”

 

제임스 조이스, 평범함을 사랑한 작가

 

개개의 순간은 대체로 눈에 띄지 않으며 평범하다. 그러나 그 순간들의 행적은 뚜렷한 순간들의 흔적과 더불어 축적된다. 처음에는 그저 증식하는 것처럼 보였던 개개의 사소한 사건들도 그 의미를 나타내기 시작하고 특징들은 되풀이된다. 에너지의 중심은 그것들을 축적하기 보다는 환기하는 일에 쏠리고, 그 에너지 안에서 예술가와 사람이 서로를 다스린다. 조이스가 끌어내는 존경심은 점점 커져가는 애정이 된다.

 

조이스의 옹호자들은 그를 위대한 톨스토이와 비교하기도 한다. 조이스의 저작에서 첫째가는 결정적인 판결은 평범한 것의 정당화이다. 다른 작가들도 그것을 그리기 위해 무던히 애써 왔다. 그러나 조이스가 그것을 쓰기 전까지 아무도 평범이라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몰랐다. 톨스토이의 작품에는 조이스의 평범함이 없다. 톨스토이의 인물들은 아무리 비천한 인물이라 해도 극적으로 살면서 서로 지혜를 나누기도 하고 비극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찮은 도시인에게 영웅의 무게를 실어준 것은 조이스가 처음이었다. 그의 의도는 오랫동안 오해 받았다. 모두들 그가 풍자를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층 중산 계급에 대한 그 같은 열정적인 관심은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정당화할 수 있었겠는가? 마르크스주의 비평가들은 그에게 달려들어 공격했다. 조이스는 친구인 유진 졸라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왜 나를 공격하는지 모르겠네. 내 작품의 인물 중에 천 파운드 이상을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는데.” 하찮은 도시 생활자를 관찰하는 것은 졸라이후 예사로운 것이 되었다. 그러나 율리시스라는 인물을 도시에 살게 한다는 것은 대담하고도 경망한 일이며, 당시의 아일랜드 작가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생각이기도 했다.

 

조이스는 인간의 최선의 품성을 흠집 없이 간직하고 이를 전달하도록 선택된 겸손한 인간이다. 조이스의 발견은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평범한 것이 바로 비범한 것이라는 것을 문맥으로 드러내었다. 모든 것은 동물적 육체 속에 또한 정신과 지적 요소 속에 용해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조이스는 이 대척지 사이에, 그리고 그것을 초월해 살았다. 그의 야수성은 놀랄만한 사고력을 보여주고, 그의 순수한 정신은 육체가 가차없이 정신에 달라붙는 것을 발견한다. 조이스의 예기치 않은 융합 중 하나가 미와 추 사이에 일어난다. 더블린은 사랑스러운 곳이기도 하고, 더러운 것이기도 하다. 조이스의 주인공들은 독자의 눈 앞에서 배변을 하고 또한 수음을 하는 존재이다. 조이스는 독자가 쉽게 경멸하거나 찬미하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 조이스는 형제애의 사도를, 격렬히 싸움박질하는 형제로, 가정의 옹호자로서의 가장을 오쟁이 진 남편으로 묘사한다.

 

제임스 조이스, 불운한 천재

 

조이스만큼 천재로 인정받았으면서도, 그렇게 많은 불만과 비난을 불러일으킨 작가도 흔치 않을 것이다. 조이스는 자신을 나쁘게 말하기를 좋아했다. 그는 융에게 자신을 낭비벽과 음주벽이 있는 모잘 것 없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솔직히 조이스는 위대한 작가라 할 때 떠올릴 수 있는 존경과 위엄을 갖추지는 못했다. 평생 가난에 시달렸고, 십여 차례가 넘는 안과 수술을 받아야 함에도 술을 끊기는커녕, 종종 술에 취해 거리에서 거미춤을 추곤 했다. 돈에 대한 무관심, 술에 대한 지나친 관심, 위엄이나 기품이란 찾아볼 수 없는 행동으로 그는 사람들에게 많은 오해를 샀다. 심지어 저널리스트들은 상상의 날개를 펼쳐, 그가 매일 센 강에서 수영하고, 거울에 둘러싸인 채 집필하고, 잠을 잘 때는 검은 장갑을 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조이스만큼 천재로 인정받으면서도, 그렇게 많은 불만과 비난을 불러일으킨 작가도 흔치 않다. 그는 동포인 아일랜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외설적이고 거의 미친 작가였다. <율리시스>의 판금을 가장 마지막에 푼 것도 이 민족이었다. 그런가 하면 영국 사람들에게 그는 괴짜이자'아일랜드적인'외부의 작가였다. 가장 호의적으로 그를 받아들였던 미국 사람들에게 그는 대단히 실험적인 작가였지만 너무나 냉정한 사람이기도 했다. 한편 조이스는 20년 동안 프랑스에서 살았지만, 프랑스인들에게 문인이라고 불리기에는 세련된 합리주의가 결여되어 있었다. 이러한 것들이 그를 따라다녔기에 위대한 작가로서의 조이스의 지위는 늘 위협받았었다. 그는 분명히 그에게 미치지 못하는 작가들보다 훨씬 더 많은 공격을 받았다. 세상은 그를 처음에는 악동으로, 마지막에는 괴짜 노인으로 바라보았다.

 

제임스 조이스, 그만의 위대함

 

<제임스 조이스>의 저자, 리처드 엘먼은 조이스를 위대하다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조이스는 자신이 그려낸 주인공들이 고결함을 통해 점차 자신의 불명예를 극복하는 것처럼, 그도 우아함을 잃지 않으면서 거쳐왔던 방랑과 빚에 찌든 인생을, 자신의 생각을 고수하면서 점차 극복해나갔기 때문이다. 조이스의 작품에는 위대함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것은 광채를 발하는 위대함이 아니라, 때때로 언어나 행동의 표면에 도달하는 잠복해 있는 것의 위대함이다. 낭비벽과 음주벽 등 그의 약점 때문에 가려졌지만, 우리는 그의 인생에서도 위대함을 감지할 수 있다. 편협하고 유별나며 무책임하고,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포용하고 무정하고 당당한 것, 이것이 바로 조이스다운 위대함이다.

 

<율리시스>는 외면적으로 굉장히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작품이다. 조이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무질서 저편에 구성 원리로 작용하는 질서 요소들을 면밀하게 심어놓았다. 그 질서 요소들을 하나하나 찾아내면 처음에 혼란스럽게 보였던 작품이, 놀랄 정도로 일관성이 있고 유기적인 논리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1904 6 16, 블룸즈데이

 

블룸즈데이(Bloomsday)는 아일랜드의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의 배경이 되는 날인 1904 6 16일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소설 <율리시스> 1904 6 16일 하루동안에 주인공 리오폴드 블룸과 그의 아내 마리언 블룸, 예술가를 꿈꾸는 청년 지식인 스티븐 데덜러스 라는 세 명의 인물이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겪는 하루 동안의 18가지 에피소드를 다루었는데 제임스 조이스의 팬들과 문학가들은 매년 6 16일을 주인공 블룸의 이름을 따서 블룸즈데이로 명명하고 제임스 조이스와 율리시스를 기념하는 행사를 갖는다.

 

실제로 1904 6 16일에는 조이스의 삶에서 특별한 날이었다. 그래서 후에 이날을 <율리시스>의 사건이 일어나는 날로 선택한 것이다. 조이스가 16일에 불가사의한 중요성을 부여한 것은 바로 사랑이 시작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는 상상 속에서 사랑을 생각해 본적은 많았으나 실제로 사랑을 경험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1904 6 10일 더블린의 나소 가를 걸어가던 조이스는 키가 크고, 얼굴이 잘생긴 적갈색 머리를 한 여인이 씩씩하게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가 말을 건네자 그녀는 대화를 지속해 나갈 만큼 활발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핀스 호텔이라는 약간 수준 높은 하숙집의 직원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노라 버나클이었다. 6 14일 메리온 광장의  모퉁이에서 만나기로 한 노라는 나타나지 않았고 조이스는 낙담하여 그녀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는 아마도 눈이 먼 것 같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붉은 빛이 도는 갈색 머리를 찾고 있었고 마침내 당신의 머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몹시 낙심하여 집에 돌아왔지요. 약속을 다시 하고 싶지만 아마도 당신에게는 적절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부디 당신이 나와의 약속을 잡아주길 바랍니다. 만일 저를 잊지 않았다면요!

1904 6 15

제임스 A. 조이스

 

약속은 이루어졌으며 6 16일 저녁, 이들은 만났고,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율리시스>의 날을 이날로 정한 것은 노라에 대한 조이스의 경의의 표시이며, 그녀에 대한 자신의 애정이 자기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임에 대한 인지였다. 조이스가 후에 깨달았듯이 6 16일에 그는 주변 세계와의 관계 속으로 들어갔으며 어머니의 죽음 이후 느껴왔던 고독에서 벗어났다. 그는 당신은 나를 어른으로 만들었소라고 말하곤 했다. 6 16일은 반항적인 청년 스티븐 데덜리스를 고분고분한 남편 레오폴드 블룸과 같라 놓는 성스러운 날이었다.

 

노라 버나클은 겨우 초등 교육만을 받았고, 문학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으며 내적 성찰 능력이나 관심 또한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상당히 위트와 활력이 넘쳤으며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표정을 지었다. 노라는 그의 지적인 동반자가 될 수는 없었지만 조이스는 게의치 않았다. 조이스는 평범한 것 속에서 비범한 것을 발견하고자 하는 욕구로 노라가 전혀 평범하지 않다고 단정했다. 조이스보다 더 순수했던 노라는 그의 연도를 받아들였고, 그의 신뢰를 얻었다.

 

제임스 조이스의 시

 

부드러운 황혼 속에서

연인의 부름 소리를 들어요,

저 기타 소리를 들어요!

여인이여, 아름다운 여인이여

외투를 서둘러 잡아채고,

당신의 연인이 당신의 머리카락의 달콤함을

맛보도록 하세요……

 

<몽상>

 

격렬한 군중 사이에 나는 않자 있었네.

그리고 그들의 떠들썩한 극을 도왔었네.

나는 마음을 터놓고 크게 외쳤지

그리고 그들처럼 시끄럽고 저속했지.

나는 속악함과 어울렸으며

그것의 타락한 키스는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겼네.

우연한 자선에 의존하여 나는 비턴하게 살아가며

열심히 축복의 찌꺼기를 마시고 있네.

 

………

 

그래요, 나의 이 사랑을 위하여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바쳤다오.

왜냐하면 그녀는 소멸되어가는 아름다움이었고,

나는 쇠잔해가는 미치광이었으니.

 

모든 육체는 풀잎처럼,

시들 것이라고 말들 하오.

오븐의 연료는

연소되게 마련이오, ! 슬프도다.

 

<빛과 그림자>

 

나는 성가를 부르며

그들의 축제에 참여한다.

환희에 넘쳐

불꽃을 흩뜨리고 별들을 흩뜨리고

흔들라. 흔들라. 밤의 어둠 사이로,

환희에 빛나는 마법의 머리칼을.

올려라, 올려라, 놀라운 팔을.

마녀들이여, 마루 위에 짜거라.

섬세하게 짠 주문의 피륙을……

 

어떤 이는 아름답고 어떤 이는 심술궂다.

어떤 이는 겨울의 대지와 같이 어둡고,

어떤 이는 황금빛 소나기처럼 밝은 금발.

시냇물처럼 흐르는 음악에 맞추어

그들은 매혹적인 균형을 이루며 춤춘다.

그들의 번쩍이는 사지는 빛처럼 날랜 균형을 이룬

섬광 속에서 서로 뒤얽힌다.

그들은 달처럼 빛나는

황금의 초승달을 머리에 이고서……

 

<율법의 석판>

 

우울과 광기는 바람에 날리고

낡은 바이올린의 찍찍대는 현의 소리에 맞추어

흥겨운 기분으로 지그 춤을 추자.

세상의 이유는 해답 없는 수수께끼

당혹스럽고 지루하고 풀기 어려운

현명한 슬픔을 지닌 열일곱 악마들에게

트랄 라, 트랄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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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 연보

 

제임스 조이스 (James Augustine Aloysius Joyce, 1882.2.2 ~ 1941.1.13)

1882 2 2일 제임스 어거스틴 조이스 태어남. 그의 아버지 존 스태니슬롯 조이스는 의학을 공부하고 더블린으로 와서 세무 공무원이 됨.. 1880년 어머니 메리 머리와 결혼. 10형제(4 6) 가운데 맏아들로 태어남. 이년 후 둘째 존 스태니스로스가 태어났으며, 둘은 평생 쌍둥이를 떠올리는 미묘한 관계를 유지함.

 

1888(6) 예수회 부설 기숙학교 클론고우스 우드 칼리지 입학. 최연소 학생으로 재학시절 운동을 좋아하는 뛰어난 학생이었음.

 

1891(9) 견진 성사를 받고 알로이시오라는 이름을 선택함. 6월 아버지의 실직으로 자퇴. 파넬이 죽자, 글르 배반한 힐리를 탄핵하는 풍자시 <힐리, 너마저!>를 씀. 열렬한 파넬 신봉자인 아버지는 이것을 인쇄해 친구에게 보내는데, 현재 남아 있지 않음.

 

1893(11) 콘미 신부의 도움으로 더블린 예수회 벨베디어 칼리지에 3학년으로 입학. 라틴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배움.

 

1894(12) 이해부터 필수 교재가 된 찰스 램의 <율리시스의 모험>을 애독하고, 내가 좋아하는 영웅이라는 제목으로 율리시스에 관한 글을 지음. 또한 1922년 큰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율리시스 최고의 입문서로서 이 책을 추천함.

 

1896(14) 처음으로 사창가를 감. 신앙의 동요와 함께 예술에 대한 마음이 깊어짐. 이 무렵 예이츠의 영향이 짙은 정조란 시를 쓰지만 현재 남아있지 않음

 

1898(16) 9월 유니버시티 칼리지 입학. 존 프랜시스 반(젊은 예술가의 초상_크랜리)과 가장 친해짐. 입센에 심취.

 

1899(17) 예이츠의 <캐슬린 백작부인>을 반아일랜드적이라고 비난하는 학생들의 서명운동에 조이스는 분명하게 반대함.

 

1900(18) 학교 내 문학 역사협회에서연극과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강연. <우리들 죽은 자가 눈을 뜰 때>에 대해 논한 에세이가 매체에 시리고 영국 연극비평가 윌리엄 아처를 알게 되고, 학교 친구들의 경탄과 선망의 대상이 됨.

 

1901(19) 아일랜드 문예극장의 지방성을 비난하는 <소요의 날>을 쓰고, <두 개의 에세이>라는 제목을 붙인 85부를 인쇄,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배포.

 

1902(20) 문학 역사협회에서 아일랜드 시인 제임스 클래런스 맹건에 대해 강연. 여름, 조지 러셀의 소개로 예이츠와 그레고리 여사를 만남. 문단의 중심인물들은 조이스의 루시퍼 같은 거만함에 당황하면서도 그 문학적 재능에 감탄. 1년 동안 더블린 신간 <데일리익스프레스>에 서평 23편을 씀.

 

1903(21) 파리에서 가난으로 고생. 어머니 사망. 술에 빠져 삼.

 

1904(22) 친구 존 이글린턴의 간행 기획을 듣고 약 2천 단어의 자전적 에세이 <예술가의 초상>을 하루에 다 쓰는데, 편집자들의 거부에 부딪침. 이 작품은 1907년 개정을 거쳐 1916 <젊은 예술가의 초상>으로 출판됨. 나소 거리를 산책하다가 노라 바너클을 만남. 고가티와 사무엘 트렌치와 동거하나 곧 고가티에게 깊은 원망을 품고 아버지의 집으로 감.

 

1905(23) 풍자시 <종교 재판소> 100부 인쇄하여 더블린의 친구나 지인에게 보냄. 이것은 예이츠에서 고가티에 이르기까지 더블린 문인 전부를 단죄한 결별장 또는 복수선언이다. 장남 조지오 탄생

 

1906(24) <더블린 사람들>출판 계약_이후 수정 요구를 둘러 싸고 오고 간 격한 편지 끝에 계약 파기, 로마 은행 문서과 채용, 율리시스에 대한 생각을 처음으로 스태니슬로스에게 편지로 말함, 이후 이 생각이 확대되어 <율리시스>로까지 발전하게 되는 계기.

 

1907(25) 창작에 대한 극도의 슬럼프로 은행을 그만두고 직업도 없이 트리에스테로 되돌아 감. 류마티스로 입원, 장녀 루치아 탄생, 지속되는 가난으로 살림이 나아지지 않음. 장녀 루치아 탄생. 조이스는 학교를 그만두고 개인교사가 되지만, 어려운 살림은 나아지지 않음. <율리시스>에 대한 구상을 다시 시작함.

 

1908(26) 소년 시절부터 약시였던 그는 지난 해 류머티즘열 이후 눈상태가 나빠진 데다 과음도 빌미가 되어 심한 홍채염을 앓음

 

1909(27) <더블린 사람들> 출판 계약, 이 때 더블린 체류는 이 후 작품에 많은 영향을 줌.

 

1910(28) 홍채염 재발로 한 달여 요양, 출판 예정이었던 <더블린 사람들>은 에드워드 7세 언급 부분을 수정하라는 출판사 요청이 세 번 있었으나 계속 조이스가 거부하는 바람에 미루어짐.

 

1911(29) 에드워드 7세에 관한 내용을 모두 삭제해 달라는 출판사의 요구를 받고 마침내 이 문제에 대한 왕실의 견해를 묻고자 조지 5세 앞으로 편지를 보냄.

 

1912(30) <더블린 사람들> 출판 계약 또 결렬. 출판 계약자 로버츠에 대한 분노를 담은 풍자시를 써서 동생을 통해 더블린 지인들에게 나눠주게 하고 그 뒤 다시는 아일랜드 땅을 밟지 않음.

 

1914(32) <더블린 사람들> 출간, 동생 스태니슬로스가 과격 이탈리아 민족통일주의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유로 오스트리아 관헌에게 체포, 전쟁이 끝날 때까지 감금.

 

1915(33) 런던과 미국 출판업자들이 조이스에게 강한 관심을 보임. 개인교사 일을 계속 함. 영국왕실문학기금으로부터 보조금 75파운드 받음.

 

1916(34) <더블린 사람들> 미국판 간행, <젊은 예술가의 초상> 출판

 

1917(35) <젊은 예술가의 초상> 영국판 간행, 몇 개월 동안 녹내장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수술, <율리시스> 저술 계속.

 

1918(36) <율리시스> 미국 잡지 리틀 리뷰에 연재, 근처에 사는 말테 플리아시만과 교재하나 이들의 관계는 곧 그녀의 보호자를 알게 되면서 끝나게 되고 이 이야기는 <율리시스> 거티와 마사의 소재가 됨. 양 쪽 눈 홍채염이 걸려 고생.

 

1919(37) 1917년 이후 익명으로 후원한 사람이 해리엇 위버였음이 밝혀짐. 이후 그녀의 경제적 원조는 조이스 사후 장례식에 이르기까지 계속 됨.

 

1921(39) <율리시스> 출판 계약, 외설 시비로 리틀 리뷰지 연재 중단, 1000부 예약 모집에 예이츠, 파운드, 지드, 헤밍웨이 등이 신청함. <율리시스> 완성.

 

1922(40) <율리시스> 첫 한 권을 건네 받음, 구상한 지 16년 집필한 지 7년만의 일임. 찬사와 악평이 난무하며 문단에 반향을 일으킴. 눈병 악화.

 

1924(42) 더블린의 정다운 정보원이었던 이모의 죽음으로 조이스는 깊은 슬픔에 빠짐. 4, 왼쪽 눈 결막에 이상이 생겨 의사가 일을 쉬라고 함. 6월 수술. 왼쪽 눈을 6번째로 수술 받음.

 

1925(43) 오른쪽 눈 통증으로 발광 직전이었음. 4월 왼쪽 눈 7번째 수술. 눈이 보이는 한 돋보기와 큰 문자에 의지하여 집필활동 계속. 12월 두 번에 걸친 왼쪽 눈 수술.

 

1926(44) 왼쪽 눈이 악화되어 10번째 수술을 받음.

 

1927(45) 율리시스 표절에 대한 항의문을 만들어 여러 나라 작가들의 서명을 요청. 서명자는 크로체, 뒤아멜, 아이슈타인, 에리엇, 지드, 헤밍웨이, 로렌스, 울프, 예이츠 등 167. 뉴욕 재판소의 표절 금지령은 이듬해 12월에 떨어짐.

 

1928 (46) 눈병 악화로 집필에 어려움을 겪음.

 

1930(48) 시력이 감퇴되어, 왼쪽 눈 11번째 수술. 융에게 율리시스 독일어판을 위해 머리글을 의뢰하였으나 그의 머리글 원고를 읽고 조이스는이 남자는 한 번도 미소 짓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듯이라고 함.

 

1931(49) 노라와 정식으로 결혼. 아버지 사망.

 

1932(50) 딸의 정신분열증. 딸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을 쏟음. 예이츠로부터 아일랜드 문학 아카데미 창립 회원이 되라는 연락이 오나 거절함.

 

1933(51) 불면, 복통 시작, 루치아의 정신분열증 악화 등으로 몸과 마음이 지침. 완전 실명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받으나 집필을 계속함. 뉴욕에서 율리시스가 외설 문서가 아니라고 판결. 랜덤 하우스는 다시 활자 조판.

 

1934(52) 루치아가 조이스의 생일 잔치에서 어머니를 때리고 요양소에 수용. 융에게 루치아를 진찰하게 함.

 

1935(53) 환상과 악마에게 시달림.

 

1936(54) 인세 3/4를 루치아에게 다 씀. 돈을 다 쓰면 다시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말함.

 

1938(56) 친구 폴 레옹에게 지칠 대로 지치고, 혈액은 한 방울도 남지 않고 머리에서 흘러나온 것 같았다. 나는 긴 시간 동안 벤치에 앉아 움직일 수도 없었다.” 고 극심한 복통에 대해서 말했다. <피네건의 밤샘> 완성.

 

1939(57) 2차 대전 발발. 고먼이 쓴 자신의 전기를 교정함.

 

1940(58) <제임스 조이스> 출간_하버드 고먼

 

1941(59) 1 13일 사망. 할리 레빈은 조이스의 모든 작품을 다른 첫 연구서 <제임스 조이스>를 저술해 유럽 문학사에 조이스의 위치를 다짐.

 

1947년 뉴욕에서제임스 조이스협회 결성.

 

1966, 1969년 더블린에서조이스 심포지엄개최.

 

조이스의 연보를 보면서, 조이스와 나의 공통점은 발견할 수 있었다. 평생 눈 때문에 고생했다는 점과 복통을 호소했다는 점이다. 그의 연보에서 눈 관련 부분만 발췌해 보았다.

 

1908(26) 소년 시절부터 약시였던 그는 지난 해 류머티즘열 이후 눈상태가 나빠진 데다 과음도 빌미가 되어 심한 홍채염을 앓음

1910(28) 홍채염 재발로 한 달여 요양

1917(35) 몇 개월 동안 녹내장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수술

1918(36) 양 쪽 눈 홍채염이 걸려 고생.

1922(40) 눈병 악화.

1924(42) 4, 왼쪽 눈 결막에 이상이 생겨 의사가 일을 쉬라고 함. 6월 수술. 왼쪽 눈을 6번째로 수술 받음.

1925(43) 오른쪽 눈 통증으로 발광 직전이었음. 4월 왼쪽 눈 7번째 수술. 눈이 보이는 한 돋보기와 큰 문자에 의지하여 집필활동 계속. 12월 두 번에 걸친 왼쪽 눈 수술.

1926(44) 왼쪽 눈이 악화되어 10번째 수술을 받음.

1928 (46) 눈병 악화로 집필에 어려움을 겪음.

1930(48) 시력이 감퇴되어, 왼쪽 눈 11번째 수술

1933(51) 완전 실명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받으나 집필을 계속함.

 

약시로 태어나 20대에 홍채염을 시작으로 하여 11번의 수술을 받는다. 40대 초 일을 쉬라는 의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집필을 계속 했다. 50대에는 완전 실명의 위험을 무릎 쓰고 집필을 계속했다.

 

같은 질병을 가진 사람으로서 나는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며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 세계를 옹호하여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시각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정상인에 비해 어휘력이 상당히 좋다는 논문을 본 적이 있다. 조이스의 영어에서 라틴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을 혼용하여 합성어 조어를 만들어 쓰는 그의 독창적인 문제를 보면 그 말은 일리가 있는 듯하다.

 

또한 아내 노라와의 사이에 부부간 각별한 신뢰가 있었다는 점, 자녀를 위해 인세를 거의 다 쓸 만큼 자녀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남달랐던 점, <율리시스>에서 보여주듯 하루를 일생에 견주어 평범한 것들에서 비범함을 발견하려고 노력했던 점에서도 나와의 유사점을 찾을 수 있었다. 조이스가 돈 없으면 영어 가르치지.”라고 말했다는 점에서 나는 똑같다! 똑같다!”를 외쳤다. 요즘 구조조정으로 힘들어 하는 남편에게 내가 보험 들어놓은 것처럼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2.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에피소드 4 칼립소

 

104

수염을 깎으면 고양이가 쥐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은 정말일까? 왜 그럴까? 그것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가? 아마도 수염 끝이. 그렇지 않으면 어둠 속에서는 하나의 촉각 역할을 하는 거야, 틀림없이.

 

105

현관의 돌계단 위에서 그는 뒷주머니에 손을 넣고 열쇠를 뒤졌다. 여기에는 없군. 벗어 놓은 바지 안인가? 가지고 와야지. 감자는 있다. 삐걱거리는 양복 장롱. 그녀를 깨우지 않는 것이 좋아. 그녀는 아까부터 졸린 듯이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그는 밖으로 나오자 현관문을 매우 신중하게 닫았다. 좀 더. 문 자락이 조용히 문지방에 낄 때까지. 꽉 닫힌 것 같다. 어쨌든 돌아올 때까지는 안심이다.

 

106

그것이 신호다. 신호, 저녁 바람이다. 나는 지나간다. 저물어가는 금빛 하늘. 한 어머니가 혼자 문간에서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뜻을 알 수 없는 말로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들인다. 높은 벽, 그 저편에서 현악기 소리가 울린다.

 

110

그의 눈길은 그녀의 두툼한 엉덩이에 머물렀다. 우즈가 그 사나이의 이름이다. 녀석은 무슨 짓을 하고 있을까? 그의 아내는 약간 나이가 들었어.

 

110

족제비 눈을 한 푸줏간 주인이 소시지를 잘라 쌌다. 그 손가락은 소시지 같은 핑크색으로 부스럼투성이. 외양간에서 자라 아직 새끼를 낳지 않은 어린 암소와 같은 건전한 고기가 거기에 있어.

 

111

미스터 블룸은 급히 가리켰다. 만약에 그녀가 천천히 걷고 있으면 뛰어가서 뒤따라가리라. 출렁거리는 저 햄과 같은 엉덩이를. 아침에 처음 보는 것으로는 나쁘지 않아. 빨리 해, 제기랄. 어물어물하다가는 해가 넘어간다. 그녀는 가게 앞, 햇볕 속에 서 있다가 천천히 오른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111

저 여자는 다른 남자 거야. 비번 경찰 하나가 에클즈 골목길에서 그녀를 껴안았던 거다. 사내들은 끌어안기에 꼭 알맞은 여자를 좋아하지. 가장 좋은 소시지. , 부탁이에요, 나는 숲 속에서 길을 잃었어요.

 

117

그녀가 한쪽 팔꿈치를 베개에 받치고 몸을 휙! 일으켰을 때 침대의 놋쇠고리 장식이 짤랑 하고 울렸다. 그는 그녀의 풍만한 몸집을 느긋하게 내려다보고, 나이트드레스 안에서 산양의 젖처럼 솟은 크고 부드러운 유방 사이를 바라보았다. 누웠던 여체의 온기가 공중으로 솟아, 그녀가 따른 홍차의 향기와 섞였다.

 

118

윤회라, 그는 중얼거리고 나서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스어야. 그리스에서 온 말이야. 영혼의 전생이라는 뜻이지.

 

125

가벼운 구토를 일으키는 후회의 마음이 점점 강해지면서 그의 등뼈를 따라 내려갔다, 일어날 건가?  일어날 거야. 막는다. 헛된 일이지. 움직일 수가 없다. 소녀의 달콤하고 가벼운 입술. 그 입술에도 일어나겠지. 그는 척추를 흐르는 구토 기운이 전신에 퍼지는 것을 느꼈다. 간다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없다. 키스를 받는 입술, 키스하면서 키스를 받는다. 푹신하게 달라붙은 여자의 입술.

 

에피소드 13 나우시카

 

575

여름의 석양이 그 신비한 포옹으로 이 세상을 감싸기 시작했다.

 

576

소녀의 아이 어르는 솜씨를 보라! 앙증맞은 새 턱받이를 하고 있는 그 아이는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시시 캐프리는 풀로러 맥플림지처럼 제멋대로이고 버릇없는 미인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보다 진실한 마음씨를 지닌 아가씨는 또 없으리라, 언제나 웃고 있는 집시 같은 눈, 잘 익은 버찌와 같은 붉은 입술, 쾌활한 목소리, 너무나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그리고 에디 보드먼도 어린 동생의 귀여운 옹알거림을 들었을 때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를 잘 어르는 소녀는 너무나 사랑스럽다. 모성애적인 감수성과 섹시함을 동시에 발산한다.

 

579

어째서 여인들의 눈은 그리도 마력적인가 짙푸른 아일랜드 푸른 빛을 띤 거티의 눈동자는 운기 흐르는 속눈썹과 표정 풍부한 짙은 빛깔의 눈썹으로 인해 더욱 두드려져 보였다. 전에는 그녀의 눈썹에 이 정도로 부드러운 매력은 없었다.

 

579

그러나 거티의 가장 뛰어난 매력은 그 풍성한 그 머리카락의 아름다움에 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곱슬진 암갈색머리였다. 그녀는 마침 초승달이 뜨는 날이므로 오늘 아침 그것을 막 자른 참이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머리 위로 풍성한 머리다발이 눈부시게 늘어뜨려져 있다. 또 그녀는 손톱 손질도 했다. 목요일에 하면 복이 있다고 하니까. 그리고 방금 에디의 말을 듣고는 뺨에 섬세하고 옅은 장밋빛 홍조를 띠우며 수줍어하는 그녀의 표정은 신이 빚으신 아름다운 나라 아일랜드 내에서도 견줄 여성이 없을 만큼 아름다워 보였다.

 

579

그녀는 그 귀여운 입술을 잠시 달싹이는가 싶더니 흘깃 위쪽을 바라보고는 5월의 아침처럼 신선한, 짧고 경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5월의 아침 같은 미소를 지닌 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580

보폭에 맞추어 재단된 해군 제복 스타일의 정강이 아래까지 내려오는 스커트는 그녀의 우아하고 날씬한 몸매를 완전히 드러내 보여주었다.

 

581

그녀의 우아한 발목은 스커트 아래로 드러난 부분과, 위쪽은 가터벨트 형태를 띠고 뒤꿈치 부분은 그물 형태로 된 스타킹에 감싸인 그녀의 보기 좋은 다리 전체와의 완벽한 비율을, 너무 지나치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드러냈다.

너무 지나치지 않게 적당한 선, 외설과 예술의 경계

 

582

그녀의 행운의 바탕이 된다는 푸른 옷을 입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좋아하는 색이었고, 또 신부가 옷 어딘가에 푸른색을 조금 지니면 행복해진다고들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좋은 운명이 오기를 기도했다. 왜냐하면 지난주 어느 날, 그녀가 녹색 옷을 입었을 때, 그의 아버지가 중간시험의 장학금을 위해 공부하라며 그를 밖으로 못 나가게 한 슬픈 일이 있었으므로, 또 그녀는 이날 아침, 낡은 속옷을 뒤집어서 입을까 고심했는데, 이는 속옷을 뒤집어 입으면, 그날이 금요일만 아니라면, 행운이 찾아오고 연인의 만남이 이뤄진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583

오래 전 스토어가에서 파티가 있었던 밤, (그때 그는 여전히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그들이 단둘이 있게 됐을 때, 그는 그녀의 허리에 살며시 팔을 둘렀고 그녀는 곧 입술까지 새파래졌다. 그는 묘하게 쉰 목소리로 그녀를 귀여운 사람이라 부르며 짧게 키스(최초의 키스!)했다. 하지만 그의 입술이 닿은 곳은 그녀의 코끝에 지나지 않았고, 그는 뭘 좀 마셔야겠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급히 방을 나가버렸다. 얼마나 성질 급한 사람인가!

 

583

그녀가 그리는 이상적인 사랑은 그녀의 발아래 진기하고 불가사의한 애정을 바치는 왕자의 매력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강하고, 과묵한 얼굴을, 이제까지 이상적인 여성을 만난 일이 없는, 아마도 머리에는 약간 백발이 섞인 남자다운 남자다. 여자를 이해하고, 그 튼튼한 팔로 힘껏 그녀를 품어 안고서, 길고 긴 입맞춤으로 위로해주는 그런 남자. 틀림없이 천국과 같은 기분이리라. 그런 남자를, 그녀는 이 향기로운 여름의 석양빛 아래 앉아서 동경하고 있다. 마음의 모든 것을 바치고, 오직 그만의 유일한 한 사람이 되어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언제나 함께하는 앞으로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그의 약속된 아내가 되기를 바란다.

 

583

거티는 남편이 편안히 쉴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음식과 의복을 준비할 것이다. 여성다운 지혜를 가진 그녀는 보통 남자들이 가정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남편이 편안히 쉴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는 것이 음식과 의복을 준비하는 것이라면 나는 정말 나쁜 아내이다. 내 남편은 스스로 음식과 의복을 해결하기 때문! 하지만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좋은 아내의 역할을 하고 있다. 퇴근 후 한 두 시간동안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어주기, 잠들기 전 전신 마사지가 바로 그것! 아내가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주면 남편은 그 다음 날 또 하루를 살아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584

남편은 훤칠한 키에 어깨가 떡 벌어져 있을 것이며(그녀는 항상 남편으로 키가 큰 남자를 원했다), 꼼꼼히 손질한 콧수염 아래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가 빛나는 그런 남자일 것이다. 그와 그녀는 대륙으로 신혼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고(꿈 같은 3주간!), 그리고 그 다음엔 작고 아늑한 집에 둘만의 보금자리를 꾸미고 날마다 소박하면서도 빈틈없이 갖춰진 아침식사를 함께 할 것이다. 그러면 그는 일하러 집을 나서기 전에 사랑하는 아내와 진심 어린 포옹을 하고는, 잠깐 그녀의 눈을 물끄러미 내려다 볼 것이다.

 

585

흑인인형처럼 곱슬머리를 한 말괄량이 시시. 그녀를 보면 가끔 웃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그녀가, 중국차와솬딸기럼술을 드릴까요 하고 말하며 항아리를 끌어당기거나 할 때, 또는 자신의 손톱에 빨간 잉크로 사람 얼굴을 그린 것을 보면 누구나 배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에는, 미스 화이트를 보러 잠깐 갔다 오겠다고 말하는 식이다. 일종의 시시주의라고나 할까.

 

586

하지만 그렇게 많은 가정이나 가족을 파멸시켜 온 저 천한 음료는 어렸을 때부터 그녀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왔다. 그녀는 음주벽이 가져온 가정 내 폭력을 직접 목격까지 한 바, 바로 그녀의 아버지가 이성을 잃고서 그 몹쓸 마력의 희생양이 되곤 했던 것인데,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여자에게 손찌검을 하는 남자는 최악 중의 최악이라는 사실이다.

 

587

그래도 여전히 남자들의 목소리는 위대한 힘을 지닌 성처녀, 더할 나위 없이 자비로운 성처녀에게 기도하고 노래했다. 거티는 생각에 잠겨, 주위에 있는 그녀의 친구도, 장난치고 잇는 쌍둥이도, 샌디마운트의 초지 쪽에서 걸어와 해안으로 자시 산책 나온 사람, 시시 캐프리가 아버지와 닮았다고한, 그 신사 쪽을 바라보지도 않았고, 소리에 귀 기울이지도 않았다.

 

가령 그녀의 아버지가 (알려주오, 마리아여, 어떻게 당신의 사랑을 구해야 하는지) 또는 (나의 사랑과 로셸 근처 오두막) 같은 노래를 부르고, 또 친구들과 함께 새조개 스튜와 라젠비 가게 샐러드 소스를 곁들인 양상추를 저녁으로 들면서 최근 뇌졸증으로 갑작스럽게 죽은, 그래서 최근 장례를 치른 디그넘 씨-오 하나님, 디그넘 씨에게 은혜를 베푸소서- 와 함께 (달이 뜬다네)를 부를 때면,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느끼곤 했다.

 

587

그 신사는 한두 번 표적을 가늠해 보더니 모래사장 이쪽의 시시 캐프리가 있는 곳을 향해 그것을 던졌지만 공은 경사면을 맞고 굴러 떨어져서 마침 거티이 스커트 아래 바위 옆, 물웅덩이 근처에서 멎었다..

 

물론 그것은 저편에서 보고 있는 신사의 주의를 끌기 위해 일부러 한 일이었다. 그녀는 따뜻한 홍조가, 거티 맥도웰, 그녀에게는 늘 위험한 산호인 그 붉은빛이 자신의 뺨으로 올라와 후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그때까지는 무심히 스쳐 지나듯 신사와 시선을 마주친 것이 고작이었지만, 이번엔 모자 챙 아래로 빤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기에, 황혼 속에, 그녀가 바라본 그 신사의 얼굴은 창백하고 묘하게 굳어져 있어, 그녀가 이제까지 본 얼굴 가운데 가장 슬프게 보이는 듯했다.

 

588

교회의 열린 창으로부터 향기로운 냄새가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원죄의 얼룩 없이 태어난 성모의 향기로운 이름들이, 신비로운 그릇이여,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소서, 존경하올 그릇이여,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소서, 지극한 사랑의 그릇이여,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소서, 신비로운 장미여 하는 기도 외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590

그리고 이제 그 풍경은 서서히 다가오는 저녁의 어둠 속에 묻혀가고 하늘엔 구름이 밀려들고,호스곶의 베일리 등대엔 불이 켜진다. 바람결에 실려 오는 교회의 노랫소리, 그리고 교회에서 태우는 향냄새, 이 모든 것이 처량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렇게 응시하는 동안, 그녀의 가슴은 두근두근 고동치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 신사가 보고 있는 것은 그녀였고, 그의 시선 속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었다. 마치 그녀의 내부를 샅샅이 뒤지고, 그녀의 영혼 자체를 읽어내기라도 할 듯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591

그녀는 레기 와일리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살이 비치는 스타킹을 신고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와일리에 대한 일은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그녀가 그토록 자주 꿈꾸던 일이 지금 여기에서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그다. 그녀의 얼굴에는 기쁜 표정이 떠올랐다, 그를 원했기에, 본능적으로, 그가 다른 누구와도 다르다고 느꼈기에. 여인이 되어가고 있는 소녀의 심장이 그 사람에게로, 꿈속의 남편에게로 이끌렸다.

 

592

그녀는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그가 자신과 사라에 빠지게 된다면, 그의 지난 사랑의 기억들, 추억들조차 모두 용서할 것이며 그 사람 역시 그 모두를 잊게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그는 참다운 사내로서,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겨 포근히 껴안으리라, 사랑해주리라, 그만의 소녀, 오직 하나뿐인 그만의 그녀를.

 

592

만약에 흰 옷을 입은 도미니카 교단의 수녀가 된다면, 그는 성 도미니크의 9일기도를 위해서 수녀원에 올지도 모른다. 그녀가 참회 때에, 그에게 보이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며 머리 뿌리까지 빨개지면서 고백할 때에 신부는 말했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단순히 자연의 목소리이며, 우리는 모두 자연 법칙에 따를 뿐이니. 이 세상에서나 저 세상에서나 그것은 죄가 아니다, 그것은 신이 만든 여성의 성질에서 오는 것으로, 우리의 동정녀까지도 대천사 가브리엘에게주의 여종이 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말씀하셨다고. 그는 그와 같이 친절하고 거룩했다.

 

594

거티는 머리를 매만지기 위해 잠시 모자를 벗었다. 그러자 더욱 우아한 밤색 머리가, 그 어떤 소녀의 어깨 위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아름다운 머리가 나타났다. 미칠 정도로 아름다운 머릿결이었다. 이 정도의 머리를 만나려면 적어도 수백 마일은 헤매 다녀야 하리라. 그 아름다움에 감동한 그의 눈에 감탄의 빛이 스치고 지나간 듯한 생각이 들어, 그녀는 전신에 전율을 느꼈다. 그녀는 챙 밑으로 훔쳐 볼 수 있도록 모자를 다시 썼다. 그는 뱀이 먹이를 바라보듯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여자로서의 본능이, 그녀가 그의 내면의 악마를 깨웠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의 얼굴이 목에서부터 이마까지 화끈 달아오르면서 탐스러운 장밋빛으로 물들었다.

 

596

그녀는 신사가 시계의 태엽을 감고 기계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보았고, 그러는 동안 한층 더 빠르게 두 다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점점 어두워져 갔으나 그는 여전히 볼 수 있었고, 시계를 감거나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는 척하면서도 계속 보고 있었다. 곧 신사는 시계를 있던 곳에 집어넣고는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녀는 어떤 감동이 온몸에서 격렬하게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 근처의 느낌과 코르셋이 닿는 곳의 초조한 느낌으로 그것이 오고 있음을 느꼈다.

 

596

또다시 그의 검은 눈은 마치 그녀의 윤곽 전체를 빨아들일 것처럼, 여신의 신전에서 경배하는 사람처럼,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남자의 정열적인 응시에 거짓 없는 숭배의 마음이 드러날 때가 있다면, 바로 지금 이 남자의 얼굴에서 그것을 볼 수 있으리라. 그것은 너 때문이다. 거트루드 맥도웰이여, 그리고 너는 그것을 알고 있다.

 

597

그녀들 모두 거티가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것을, 그들과는 다른 영역에, 다른 차원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한 이 사실을 인지하고 지금 지켜보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음을 알 것이므로, 그녀들은 이 점에 대하여 오랫동안 곱씹어 보아야 하리라.

 

599

어느 날 저녁에 냄새를 싼 신문에서 발견하여 베껴둔, 그토록 깊이 감동을 주었던 그 시처럼,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자기도 시를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의 이상적인 사람이여, 그대는 실존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마게라펠트시의 루이스 J.월시가 쓴 것이었다.

 

599

어느 날엔가 그대 또한 황혼에와 같은 시구가 있었다. 시 속에 그려지는 저 덧없는 아름다움으로부터 생겨나는 슬픔이, 한 해 두 해 세월이 지나가는 것을 그녀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여, 침묵의 눈물로 그녀의 눈을 흐리게 했다.

 

599

그녀가 그 남자의 눈에서 읽은 저 마법과 같은 유혹이 진실이라면, 더는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사랑은 열쇠장수를 비웃는다.

 

601 그녀는 한 순간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와 마주치자, 빛이 그녀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 얼굴에는 달아오른 정열이 있었다. 무덤과 같은 침묵의 정열이, 그리하여 그것이 그녀를 그의 것으로 만들었다. 두 사람 사이에 얼굴을 내밀고 여러 가지 참견을 하는 사람이 없어져, 마침내 그와 그녀는 단둘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죽을 때까지 믿을 만한, 강직하고 진실한 남자라는 것, 손 가락 끝까지 불요불굴의 명예 인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의 손과 얼굴이 움직이자 전율이 그녀의 온몸에 퍼졌다. 그녀는 몸을 뒤로 쭉 빼고서 멀리에 있는 불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무릎에 양손으로 깍지를 꼈다. 그녀가 포동포동한, 부드러운, 아름다운 다리 전체를 드러냈을 때, 그것은 보는 사람은 그와 그녀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심장과 고동과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뜨거운 피를 가진 남자의 그러한 정열에 대해서 그녀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602

재키 캐프리가, 저것 봐, 하고 외쳤다. 또 하나의 불꽃이 올라갔다. 그녀는 더욱더 몸을 뒤로 젖혔다. 투명한 가터벨트가 불꽃으로 인해 푸른빛으로 빛났다. 모두가 불꽃을 바라보았다. 저것 봐, 저기 좀 봐. 그녀는 불꽃을 보기 위해 더욱더 몸을 뒤로 젖혔다. 그러자 무엇인가 기묘한 것이 공기를 가르는 것이 보였다. 무엇인가 부드러운 것이 앞으로, 뒤로, 어둡게. 그리고 그녀는 길다란 원통형 꽃불이 나무 위로 높이, 높이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들은 높이, 높이 올라가는 그것을 바라보며 잔뜩 흥분하여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녀는 거의 시야에서 사라질 정도로 높이, 높이 치솟는 그것을 눈으로 쫓기 위하여 점점 더 뒤로, 뒤로 몸을 젖혀야 했다. 그녀의 얼굴은 무리하게 몸을 뒤로 젖힌 탓에 신성하고도 매혹적인 장밋빛으로 붉게 애무하는 면직물, 그녀는 그에게 그것이 보이도록 했다. 그리고 그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꽃불은 너무나 높이 올라가 한순간 보이지 않게 뵈었고 그녀는 너무 무리하게 위를 쳐다보고 있었으므로 사지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602

그녀는 흐느낄 듯이, 그 하얀 가는 팔을 내밀며, 외치고 싶었다, 이리 와서 그 입술을 내 이마에 대어 달라고, 그녀는 갈구했다, 어린 소녀의 사랑의 외침, 오랜 세월 거듭되어 온 그 외침으로. 그러자 그때 하늘로 치솟은 폭죽이 펑 하고 터지며 사방을 눈부시게 비췄고, ! 하는 탄성, 이어서 원통형 꽃불이 터지고, 다시 오! 모두가 오! !하고 기쁨에 차 소리치고, 그때 금빛 빛 줄기가 하늘로 소나기처럼 쏟아지니, ! 그것은 황금빛에 녹색 빛이 도는 이슬 젖은 별들이어라, 오 너무나 생생한 오 너무나 부드럽고, 달콤하게, 오 너무나 부드럽게!

 

603

그리고 나서 그 모두가 잿빛 하늘로 이슬처럼 녹아 사라졌다. 모두가 침묵으로 돌아갔다. ! 그녀는 재빨리 앞으로 몸을 일으켜서 그를 흘끗 바라보았다. 정을 담고, 머뭇거리듯 비난하면서,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흘끗 쳐다보자 그는 소녀처럼 얼굴을 붉혔다.

 

603

소녀는 이번 일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을까? 아니다, 천 번도 아니다. 그것은 두 사람만의 비밀이다. 그들만의, 그들을 가려주는 해거름의 어둠 속에서의, 두 사람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석양의 어둠 속을 여기저기 조용히 날아다니는 작은 박쥐 말고는 그것을 아는 사람도 이야기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작은 박쥐가 이야기할 리 있는가.

 

603

그녀는 똑바로 섰다. 여운이 남는 마지막 눈짓에 두 사람의 영혼은 교감되어, 그녀의 마음속까지 파고든 그의 눈초리는 이상한 빛을 띠고, 그녀의 아름다운 꽃과 같은 얼굴에 황홀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녀는 창백하게 미소 짓는 표정을 그에게로 돌렸다. 감미로운 용서로 가득 찬 미소를,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미소를.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604

구두가 너무 죄는가? 아니. 그녀는 절름발이이다! !

 

미스터 블룸은 그녀가 다리를 끌면서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엾은 소녀! 그래서 그녀를 제쳐놓고 다른 소녀들이 전속력으로 뛰어간 거였구나. 그녀의 모습에 어딘가 이상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버려진 미녀. 불구는 여자에게 10배나 더 손해가 되는 법이다. 그러나 그러한 여자는 정숙한 법이다.

 

605

여자는 핀을 하나 뺄 때마다 매력을 잃는다지. 핀으로 꼼꼼히 잘 여민다. , 메리는 자신의 핀을 잃었다네. 누군가를 위해 정성 들여 성장하고 여자의 매력을 만들어내는 유행의 역할, 슬슬 비밀을 알아차릴 무렵이 되면 또 바뀐다.

 

606

그것이 시작되면 여자들은 악마로 변한다. 어두운 악마 같은 표정. 몰리는 몸무게가 1톤이나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었다. 발바닥을 긁어 줘요. , 거기 네, 기분이 아주 좋아요. 이쪽도 기분이 이상해진다. 한 달에 한 번 휴업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것일 때 하면 안 되는가?

 

임신할 염려는 없지. 우유도 상하게 하고, 바이올린 줄도 끊어놓는다지, 여자가 그것 중일 때는 정원의 풀들도 시든다고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어. 게다가 옷에 장식한 꽃이 시들어 잇는 여자는 바람둥이라는데. 여자란 다 그런 것이다.

 

608

미스터 블룸은 조심스러운 손으로 젖은 셔츠를 매만졌다. , 큰일이다, 저 절름발이 마녀 같으니. 차갑고 끈적끈적하군. 뒷맛은 안 좋아. 그래도 남자란 어떻게 해서든 배설해야 한다.

 

‘동기는 신성한 것이어라하고, 그녀에게 말을 걸었으면 어땠을까? 무슨 말을? 하지만 이야기를 어디에서 마무리 지어야 할 지 모르면 상황이 곤란해져. 여자들이란 질문을 하면 반드시 무언가를 되물어오는 법이거든. 얌전히 마차 안에 머물러 있는 게 상책이다.

 

613

남자의 약점은 언제나 그의 아내를 보면 안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는 것, 그것은 운명. 두 사람만의 비밀. 여자가 돌보지 않으면 타락해버릴 남자들. 작달막한 계집에겐 체격이 왜소한 남편이 붙는다. 신은 그 지으신 대로 이들을 짝지어 주신다. 그런데 가끔 아이는 제대로 생긴 것이 태어난다. 0 더하기 0 1이라. 그런가 하면 70세 부자 영감탱이가 수줍음 타는 어린 아내를 얻기도 한다.

 

614

어쨌든 문제는 자력이야. 모든 일의 배후에는 자력이 있어. 예를 들어, 지구 역시 자력에 따라 끌리거나 끌어당긴다. 운동은 그렇게 해서 생겨나는 거지. 그리고 시간은? 그렇다. 운동에 필요한 것이 시간이다. 따라서 만약에 무엇 하나가 멈추면 온 우주가 서서히 멈춘다. 서로 연결되도록 그렇게 짜여 있으니까.

 

615

사실 여자의 피부는 대단히 얇은 베일이나 망 같은 것으로 뒤덮여 잇다. 여자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녀의 육체는 무지갯빛 도는 미세한 거미줄 같은 것을 실을 잣듯이 끊임없이 뽑아내고 있다. 그녀가 벗는 모든 것에 그것이 묻어 있다. 스타킹의 발가락 끝부분. 이제 막 벗은 구두. 코르셋. 속바지. 가볍게 차서 던져 놓는다.

 

618

이슬이 내린다. 당신, 이런 때에 돌 위에 앉아 있는 건 좋지 않아요. 백대하에 걸려요. 그럼 아이를 못 낳게 돼요. 배 속의 아기가 힘이 세서 제 스스로 기어 나오지 않는 한. 나부터가 치질에 걸릴지도 모른다.

 

그대만의 작은 내면세계에서 일어나는 생명, 사랑 그리고 항해. 그리고 이번 것은? 물론 그 아가씨가 다리를 저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너무 불쌍히 여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여자들은 그것을 기회로 삼으니까 말야.

 

에피소드 18 페넬로페

 

1133

나는 그이가 누구하고 무슨 짓을 하든 또 나 이전에 누구와 관계를 맺든 상관없지만 저 개망나니 하녀 메리와 한 것처럼 노상 둘이서 코끝으로 농탕치는 일은 용납 못해 그 계집에는 우리가 온타리오 테라스에 살 때 그이를 유혹하려고 엉덩이에가 물건을 넣어 부풀리고 다녔지 분 냄새가 풍기는........한두 번 내가 그이를 끌어당겨서 살펴보았더니........또 내가 부엌에 들어가면 그이는 물을 마시러 온 척한 적도 있었다니까 남자는 한 여자로 만족하지 않는다지만 그것은 물론 그이의 죄지 식모들을 응석 부리게 해 놓고.......

 

1135

세상에서 뭐라 하든 중요한 것은 처음뿐이고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어서 그런 일은 생각지도 않아 결혼하고서가 아니면 왜 남자에게 키스할 수 없을까 가끔 온몸으로 아주 좋은 기분을 느낄 때에는 마음이 미칠 것 같아 사랑하고 싶어지는거야.........나는 참회 같은 건 정말 싫어 ......

 

1141

남자들이란 저마다 다 달라 보이런은 늘 내 다리 모양에 대해 이야기해 그이는 나를 소개받기도 전에 나의 다리에 신경썼다고 했어 내가 폴디와 더블린 베이커리 클럽에 있었을 때 내가 애써 웃거나 귀를 기울이게 하려고 발을 흔들고 있었다지 우리는 둘 다 차와 버터 바른 빵만 주문했지 내가 일어나서 여자 종업원에게 그것이 어디 있냐고 물었을 때 그가 두 노처녀 자매와 함께 나를 쳐다보는 것을 보았어 하지만 난 소변을 참을 수 없었지 그런 걸 상관할 겨를이 없었어 게다가 그이가 나에게 사라고 해서 산 그 까만 타이트 반바지를 끌어내리는 데에는 반시간이나 걸렸고......너무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뒤쪽에 놓아 둔 들사냥 가죽 장갑을 잊어버리고 왔지 뭐야 결국 못 찾았는데 어떤 도둑년이 가져 갔을거야

 

1155

마치 덩치 큰 아기처럼 남자들이란 뭐든지 입에 넣고 싶어한단 말이야 여자를 상대로 온갖 기쁨을 맛보는 거야

 

1162

결국 그 남자는 그녀를 차버렸어 그래서 그때 내가 짧게 써도 된다고 말했는데 어차피 남자들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니까 이 세상 최대의 행복을 얻으려면 성급한 경솔이 아니라 간명한 솔직함이 필요해 남자들의 신청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해 정말 그 밖에 어찌할 방업이 없어 남자들에게는 그것으로 아주 족하겠지 하지만 여자는 나이를 먹으면 이내 버림을 받아 재 쓰레기장 바닥에 던져지고 마니 당할 길이 없어.

 

1164

남자란 모두 자기들이 나온 곳에 도로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지 그렇게 깊은 데까지는 결코 닿지 못하면서......

 

1165

나는 그이라는 것을 곧 알 수 있을 거야.....어떤 처녀와 결혼했겠지 그리고 아주 변해 버렸을 테지 남자들이란 모두 변하는 법이니까 남자의 개성 같은 건 여자의 반도 안 돼 나와 어떤 짓을 했는 지 모를 거야.....

 

1166

그들이 해야만 하는 일은 세계 끝까지 갔다가 또 돌아오는 항해인걸 어딘가에서 익사하든가 표류하기 위해 나가는 것과 같아 기껏해야 여자를 한두 번 안아 보는 것이 고작이겠지

 

1182

그이는 내가 눈치채지 못한 줄 알아 거짓말쟁이 남자들 주머니가 20개나 있어도 그들의 거짓말을 다 넣기에는 모자라 그러니 여자가 그들에게 진실을 말해 줄 필요 따위가 어디 있담 진실을 말해도 믿지 않는데......

 

1188

남자들은 어디서나 자기가 좋아하는 상대를 고를 수 있어 남편이 있는 여자건 바람난 미망인이건 숫처녀건 간에 아이리시거리 뒷골목에서럼 입맛에 맞는 여자를 골라 평생 사슬에다 묶어 두려고 해 나는 사슬 따위에 묶이지 않으니까 조금도 무서울 것 없어 일단 시작하고 나면 바보 같은 남편들의 질투 따위 뭐가 무섭겠어 그런 일이 있어도 싸우지 않고 사이 좋게 지낼 수 없을까 아내와 외간 남자가 뒤엉켜 무슨 짓을 했는지 남편이 알아내는 거야 뭐 당연한 일이지 그런데 그가 알아냈다 한들 애당초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무슨 짓을 하건 그는 아내를 빼앗긴 남자야 반대로 저 <아름다운 폭군>에 나오는 경우처럼 남자 쪽이 미치고 극단적인 짓을 하지 물론 사내 쪽에서는 남편이나 부인에 대해서는 티끌만큼도 생각하지 않아 남자가 원하는 건 바로 여자지 그리고 실제로 여자를 손에 넣고 말아 무엇 때문에 이런 욕망이 인간에게 주어졌는지 궁금해 난 참을 수가 없어

 

1190

세상은 여자의 지배를 받는 편이 훨씬 나을 걸 서로 죽이거나 학살하는 여자는 없어 언제 여자가 남자처럼 술에 취해서 뒹굴거나 마지막 남은 1페니까지 도박에 털어 넣거나 경 마에서 손해 보는 걸 봤어 그래 정말로 우리가 없으면 남자는 모두 이 세상에서 사라져 없어질 거야 그들은 여자이자 어머니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도 몰라 어떻게 그것을 알 수가 있겠어 그 사람들을 돌보는 어머니가 없었다면 그들은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1196

회색 양복에 밀짚 모자를 쓰고 그날 나는 그가 네게 구혼하도록 했어 그래 처음에 시드 케이크를 입으로 그에게 먹였지 그해는 윤년이었어 올해와 마찬가지로 벌써 16년 전 이야기야 아 그 긴 키스가 끝난 뒤 나는 숨이 막힐 것 같았지 내가 산에 피는 꽃과 같다고 그이는 말했어 그래 우리는 꽃이야 여자의 몸은 어디나 할 것 없이 꽃이지 그것이 그이가 이제껏 살면서 입 밖으로 낸 단 하나의 진실이었어 그리고 오늘도 태양은 당신을 위해서 비춘다고 했어 그래 내가 어떻게 그이를 좋아하게 되었느냐 하면 그이는 여자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또 느끼고 있다는 걸 나는 알 수 있었어 게다가 나는 언제나 그이라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야

 

3. 내가 저자라면

 

목차 및 구성

 

율리시스

 

1

에피소드 1 텔레마코스

에피소드 2 네스토르

에피소드 3 프로테우스

 

2

에피소드 4 칼립소

에피소드 5 로터스 이터즈

에피소드 6 하데스

에피소드 7 아이올로스

에피소드 8 라이스트리곤들

에피소드 9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에피소드 10 방황하는 바위들

에피소드 11 세이렌

에피소드 12 키클롭스

에피소드 13 나우시카

에피소드 14 태양신의 황소들

에피소드 15 키르케

 

3

에피소드 16 에우마이오스

에피소드 17 이타카

에피소드 18 페넬로페

 

제임스 조이스 생애와 문학

제임스 조이스 생애와 문학

굉장한 말에 대한 조그만 치료앙드레 지드

단테 브루노 비코 조이스사뮈엘 베케트

열린 시학(詩學)―움베르토 에코

제임스 조이스 연보

 

제임스 조이스는 호메로스의 장편 서사시 <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오디세우스를 따서 현대 소설<율리시스>로 재탄생 시켰다. 오디세우스는 타틴어로 울리세스, 영어로 율리시스, 프랑스어로 율리스로 불린다. , 율리시스는 그리스어 오디세우스의 영어 표기이다. 또한 조이스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의 구성과 주요인물을 빌려왔다. 그는 고전 속의 인물과 현대 인물의 군상을 대응시켜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했다.

 

호메로스의 대 서사시가 24장으로 되어있고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10년을 표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면,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장을 18장으로 줄인다. 그리고 각 장 별 에피소드는 모두 단 하루에 일어난 일로 그려낸다. 10년이 거의 18시간으로 줄어든 것이다. 시간은 1904 6 16, 공간적 배경은 조이스의 도시 더블린, 각 장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각 현대라는 시대에 맞춰 새롭게 각색했다. 주인공 블룸도 신화적 인물인 오디세우스와는 달리 한 여자의 평범한 남편으로 등장한다.

 

<율리시스>는 조이스의 문체만큼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조이스는 현대의 율리시스를 내세워 사회의 통념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에게 부과되는 남성중심의 사고를 반대하며, 종교와 정치 문화 체계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가부장제에 묶인 여성은 수동적인 응시의 대상이며 성녀처럼 성욕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유지되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읽기 힘든 이유는 이러한 상징계를 거침없이 무너뜨리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율리시스>를 읽으면서 그의 경계 없는 문체만큼이나 거침없고 과감한 여성의 성욕 표현에 화들짝 놀랐다.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이스의 의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조이스는 인간 존재의 육체적 조건과 일상의 가치를 중시한 작가이다. 이것은 조이스식 휴머니즘의 표현이다. 조이스는 <율리시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무질서 저편에 구성 원리로 작용하는 질서 요소들을 면밀하게 심어놓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도 기존의 상징계를 뒤집는 내용이 될 것이다. 가능하다면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표현해 보고 싶다. 제임스 조이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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