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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21일 10시 44분 등록

고수와 하수

 

2014.07.21

10기 찰나 연구원

 

 

   무림의 고수가 있을까? 한때 홍콩 무협 영화가 유행한 덕분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는 이런 무림의 고수를 만나 그들에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들을 했었다. 그리고 자신의 분야에 있어서는 고수가 되고 싶었다.


    한근태 소장의 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책을 며칠 전 봤다. 제주도 어느 공고생들의 멘토링을 위해서 어떤 주제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고수라는 키워드가 마음에 들어 책을 펴게 되었다.

   그런데 문득 어른이 되어가면서 고수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박한 현실에 어느 덧 나의 생활을 맞추다 보니 그런 사람이 있기나 할까 생각을 하거나 너무나 가까이 다가가기에 어려워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산 것이 아닌가 싶다. 너무 일찍 현실과 타협을 하고, 그냥 주저앉은 기분이 들었다. 그냥 그것은 책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게 고수와 하수의 차이일 것이다. 고수는 실행을 하지만 하수는 꿈만 꾼다는 생각을 했다.


    책에서 해당분야에서는 누구나 들어봤을 만한 사람들을 손꼽았다. 일상에서는 만나기 어렵고 TV나 신문에서만 가끔 보이는 그들. 그리고 삼성에서는 이병철 회장이나 윤종용 부회장 같은 분들을 예를 들었다. 그냥 그들은 원래부터 그렇듯 다른 차원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어느덧 하게 되었다.

   고수가 멋있는 것은 그들의 삶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 바쁘지 않고 여유롭다. 그리고 자신의 분야에 대해서는 철저하다. 하수가 봤을 때는 왜 저러고 살지 하지만 그들은 그 속에서 의미를 알고 있고, 남이 뭐라 하던 자기 분야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매달린다. 매달리는 이유는 남들이 보지 않는 기회와 가능성을 보고 끊임없이 도전해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기 때문이다.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그들만의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 또 한분의 고수를 만났다. ‘제임스 조이스

 

  그의 언어에 대한 집착은 다면적이고 다층적이며 철저하다. 그의 어휘는 전문어와 학술어부터 속된 말, 상말, 천한 말, 유아어, , 의성어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인간의 언어생활은 속담, 이름 붙이기, 잘못 말하고, 잘못 듣고, 잘못 쓰고, 잘못 읽고, 머뭇거리며, 거짓말, 허풍, 과장, 인용, 인용 오류, 사투리, 외국어, 엉터리 외국어 등으로 온통 뒤덮여 있다.

   -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21228

 

이러한 언어의 미학으로 탄생한 것이 율리시스이다.

 

   율리시스는 1914년부터 1921년까지 7년이라는 세월 끝에 낳은 작품으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구성과 주요 인물을 빌려, 현대인과 고전 속 인물을 대응시켜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작품이다. 조이스는 현대 도시의 생활풍경에 신화의 구조를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율리시스전체를 구성할 때 오디세이아에서 더욱 거슬러 올라가 신화의 원형이라 할 만한 것을 찬찬히 탐구하여 이를 자신의 구조로 만든 조이스의 지력과 상상력과 직감력 덕분이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21214p , 1233


  하지만 아직 하수인 나에게는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책을 보면서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이 여러 번 들었다. 몇 개의 챕터만을 읽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정말 난해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기 힘든 이유가 있었다.

 

  가장 근본적인 바탕은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이다 처음 부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 인물의 행동이나 대화 바로 뒤에 그의 독백이 이어진다. 이 독백은 스티븐 디댈러스의 경우에는 꽤 정신적이지만, 블루의 경우에는 육감적이고 세속적이다. 이러한 문장법에 따라, 여느 소설과 같은 외형 묘사가 아니라 내면 묘사를 과감하게 많이 한 점이 이 작품의 특생이다. 아울러 이것이 이 소설을 읽기 힘들고 복잡하게 만드는 밑뿌리이다.

-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21236

 

   읽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한 면으로는 내면을 이렇게 까지 묘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충격적이었다. 이런 식의 내면 묘사를 철저하게 하는 책은 처음 봤다. 머릿속에 흘러가는 많은 생각들과 마음속에 생기는 많은 느낌들의 내면묘사를 다양한 언어로 구상하는 것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문학에 대한 고집스러움은 그의 책 젊은 예술가의 초상끝 부분에 잇는 스티븐의 선언과 기도의 말이 그것을 극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와라, 아 인생이여! 나는 백만 번이나 현실과 싸우고, 내 영혼의 철침으로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내 민족의 양심을 단련하리라……. 고대 아버지여, 예술가의 선조요, 지금보다 영원히 나에게 힘을 빌려주오.”

-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21210p

 

   ‘제임스 조이스가 목표로 한 가치는 자신의 사명에 대한 순교였다. 그래서 그는 많은 칭찬과 비판을 동시에 받는 20세기의 유일한 작가이자 진정한 언어의 고수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수가 되기를 꿈꾼다.

 

   ‘진정한 고수는 혼자만 잘 사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주변과 나누는 사람이다. 혼자만 잘사는 부자는 넘쳐난다. 하수다. 자신의 부를 효과적으로 나누는 사람이 고수다. 공부도 그렇다. 혼자 공부를 위해 일신상의 유익을 구하는 것은 하수다. 그 공부를 사회를 위해 쓸 수 있어야 참다운 고수다. 고수들을 만나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세상에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깨달음이 왔다. 내가 책을 쓴 이유는 명확하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고수들도 처음에는 하수였다. 그 사실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 여러분들도 언젠가는 고수가 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주고 싶은 메시지다.

   - 한근태의 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11p -

 

  지금 나는 하수지만 시간이 지나 이런 진정한 고수가 되고 싶다. 자신이 가진 것을 주변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고수.


하지만 언제나 꿈만 꾸지 말고, 이제는 한걸음씩 나아가서 고수가 되도록 해야겠다.

 


IP *.113.77.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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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1 10:54:39 *.104.9.216
저는 당연히 하수로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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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2 00:02:15 *.113.77.122

저와 똑같네요 ^^ 같이 잘 해보자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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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1 14:31:05 *.36.147.213
점점 고수가 되어가는 모습 지켜보는데 뿌듯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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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2 00:02:44 *.113.77.122

나도 어니언의 고수가 되어 가는 모습을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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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2 03:49:56 *.222.10.126

"고수들도 처음에는 하수였다" 하지만 그들은 고수가 되었다. 데카상스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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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2 20:00:39 *.113.77.122

데카상스 모두 무림의 고수같아요. 다들 마음속에 깊은 심지를 갖고 있고, 이제 그것에 불만 붙이면 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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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2 13:51:11 *.196.54.42

"고수는 실행을 하지만 하수는 꿈만 꾼다. 또 고수는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그들만의 열정이 있다."

결국 고수에의 길은 <실행+열정>이네요. 참나 고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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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2 20:01:22 *.113.77.122

구달님의 긍정과 열정 또한 넘치기에 , 구달 고수님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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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2 20:23:55 *.94.164.18

고수의 조건. 단순. 심플...일단 되었네요. 실행만해라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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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2 21:00:12 *.113.77.122

제일 어려운것만 남은거지, 하지만 참치가 있으니 함께 할 수 있을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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