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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21일 11시 44분 등록

1. 저자 소개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1882. 2. 2 ~ 1914. 1.13)

 

1) 조이스의 삶

언어감각이 뛰어난 작가로 세계 문학의 판도를 밖어 놓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1882 2 2,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의 브라이튼 스퀘어 41번지에서 존 조이스와 메리 머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존은 지방 정부의 세금 징수원이었다. 호탕한 성격에 술을 좋아하고 입심도 좋은 사람이었으며, 아이들을 위해 이야기를 지어내어 들려주곤 했다. 조이스의 어머니는 포도주 상인의 딸로서 남편보다 10살 아래인 유순하고 소박한 여자였다.

 

메리는 15명의 남매를 출산하였으나 10명만 살아 남았다. 이들 중 조이스는 동생 스태니스라우스(Stanislaus)와 평생 동안 가장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는데 스태니스라우스는 조이스가 유럽에서 어렵게 살아갈 때 형의 뒤를 돌보아 준 동생이었고 현재 조이스 연구서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나의 형의 보호자라는 책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다. 5세경 조이스는 동네 약국 집의 딸 아일린 벤스와 결혼할 것이라고 발표하여 주위를 놀라게 한다. 조이스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비상한 기억력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1888, 그의 나이 6세에 조이스는 예수회 학교인 ‘클론고우즈 우드 칼리지로 보내진다. 남자 아이들만 가득한 이곳에서 엄격한 규율 속에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로 자랐다. 훗날 그는 카톨릭과의 결별을 선언하지만, 이 때만 해도 가톨릭 성자와 독립운동 투사를 숭배하며 그 쪽을 향해 다가가기 위해 장난감 군대처럼 우스꽝스러운 노력을 한다. 또한 이때 받은 영향 때문인지 그는 평생 종교적인 색채를 보이기도 한다.

 

아버지 존 조이스는 42세 때 지방세 징수관의 일자리를 잃게 되고 이때부터 가세가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결국 클롱고스우드를 자퇴한 조이스는 역시 예수회 교단에서 운영하는 벨비디어 칼리지에 수업료 면제의 특혜를 받고 전학하게 된다. 그는 폭넓은 독서에 집중하였으며, 라틴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뿐만 아니라 산술, 유클리드 기하학, 대수학 등을 공부하는 데 열중한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여러 나라 말의 혼용,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은 이미 이때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작문 실력 또한 빛을 발해 여러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하게 된다. 이때 받은 상금으로 가족을 돕기도 한다.

 

()적인 조숙함을 보였던 조이스는 14세 때 극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 매춘부를 만나 최초의 성경험을 하게 된다. 조이스는 이곳에서의 경험을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세심하게 기록했으며, 또한 이때의 경험은초상에서 죄의식에 시달리다가 신부에게 고해하는 장면이 잘 나타나 있다. 이 무렵 조이스는 종교사회등에 대해서 사춘기적인 반항의식이 싹트기 시작한다.

 

이후 더블린에 있는 로열 유니버시티에 입학한 조이스는 가톨릭의 '굴레'에서 벗어나 예술을 추구하는 반항적인 젊은이로 변모해 간다. 영어와 이탈리아어, 불어를 공부하고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며 본격적으로 '에피파니라는 짧은 산문 스케치를 쓰기 시작했다. 어떤 순간에 갑자기 일어나는 예술적 영감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19세기 첫 부렵 더블린에서는 예이츠와 그레고리, 러셀 등을 중심으로 아일랜드 문예 부흥운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조이스는 직간접 적으로 이 문학 운동의 영향을 받게 된다. 많은 친구들이 따르던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한 정치운동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19세기 끝무렵 유럽 문학에 나타난 자유 사상이었다. 그는 인형의 집을 썼던 입센에 심취하여 그의 작품을 원어로 읽기 위해 노르웨이어를 공부했고, 독일의 하우프트만도 마음속 깊이 존경했다. 조이스가 이들에 특히 감동 했던 이유는 낡은 전통에 묶여 고민하는 아일랜드 청년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나라의 독립 보다도 우선 자아 해방을 원했다. 그는 싱이나 예이츠, 러셀의 모임에 참여하기는 하였지만 민족주의 문학운동에 따르기 보다는 보다 더 자유롭게 국제적인 시각에서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강했다. 그는 가톨릭 신학의 큰 흐름인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을 즐겨 읽었을 뿐만 아니라, 단테,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등 유럽 고전문학을 섭렵했다. 또한 플로베르의 여러 작품에 깊은 영향을 받기도 했다.

 

학교측에서는 우수한 학생인 조이스가 졸업 뒤에도 그 곳에 남아 대학교수가 되는 동시에 카톨릭을 평생 섬기길 바랬지만 그는 모범적이고 경건한 삶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차였다. 결국 1902년 로열 유니버시티를 졸업하고 더블린의 성 세실리아 메디컬 스쿨(St. Cecilia's Medical School)에서 잠시 의학 공부를 한다. 그러나 높은 학비를 감당하기가 힘들었던 조이스는 충동적으로 파리의 소르본느(Sorbonne)대학에 가서 다시 의학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파리로 떠난다. 파리의 해방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던 조이스는 이후 계속해서 외국에서 살게 된다. 한편 조이스는 파리에서 성악가로서 자립할 생각을 하기도 했다. 성량 풍부한 테너 목소리를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조이스는 더블린에서 경연을 나간 적도 있을 정도였다. 참으로 재주가 많은 작가이다. 영어를 가르치면서 파리에서 지내던 조이스는 1904년 봄 어머니가 암 말기에 이르렀다는 전보를 받고 더블린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어머니는 결국 세상을 떠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집안 형편은 더욱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아내가 일찍 죽은 것에 괴로워하던 아버지는 더욱더 주정을 부리고 가정을 돌보지 않았다. 그러나 조이스는 글 쓰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더블린 사람들에 수록된 여러 단편을 지역 신문과 잡지에 투고했다. 자전소설스티븐 히어로를 쓰기 시작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10년 후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젊은 예술가의 초상으로 탈바꿈하여 출판 된다.

 

노라 바너클과 결혼하여 대륙으로 돌아간 것도 이 시기이다. 노라는 집에서 도망쳐 나와 더블린의 한 호텔에서 하녀로 일하던 스무 살 난 여성이었다. 그녀는 아일랜드 서해안의 골웨이(Galway)출신으로 키가 크고, 갈색 머리의 미인이었고, 소박하면서도 당당한 태도를 지닌 솔직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노라는 지적인 면을 제외하고는 조이스 자신이 여성에게서 요구하는 많은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그녀는 부덕(婦德)을 갖춘 자상한 아내인 동시에 채지가 있는 여자였다. 한편으로는 남성을 지배하려는 경향과, 속된 면도 없지 않았다. 그의 작품에서와 같이 신성함과 세속적인 것을 함께 추구하는 조이스의 기질에는 이상적인 여자였던 것이다.

 

조이스와 노라는 아일랜드를 떠나 취리히로 건너간다. 그리고 이후 트리에스테로 옮겨 벌리츠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궁핍했던 그는 늘 온전히 글 쓰는 일에 모든 시간을 쏟을 수 없는 현실에 불만이 컸다. 1905년에는 아들 조지오가 태어났고 1907년에는 딸 루시아 안나가 태어났다. 시집 실내악을 출판하기도 했다. 그 후 1909년 더블린으로 돌아가서 그곳 최초의 영화관 볼터를 경영했지만 곧 실패했고, 신문 발간도 계획했으나 실천에 옮기지는 않았다. 그리고 결국 트리에스테로 돌아가게 된다.

 

더블린 사람들1904년에 완성되었으나 출판까지 난항을 겼고 있었다. 책 속의 상점이나 인물이 실제로 존재했기 때문에 많은 항의와 삭제요구를 받았다. 영국 왕실에 대해 무례하게 썼다는 점도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절대로 이를 고치지 않았다. ‘더블린 사람들에 나오는 인물들은 이후 율리시스에도 동일하게 등장 시켰다고 하니 그의 성격이 매우 완고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더블린 사람들은 완성된 지 8년이나 지난 1914년에 이르러서야 런던의 그랜드 리처즈를 통해 온전하게 출판될 수 있었다.

 

이 책이 출판될 무렵, 그가 10년간 걸쳐 집필한 젊은 예술가의 초상도 완성되었다. 이 작품은 영국 잡지 에고이스트에 연재되었으며, 1916년 뉴욕의 휴 부시 서점에서 출판되었다.

 

1915, 조이스는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트리에스테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게 된다. 이에 중립국 스위스로 출국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 취리히로 거처를 옮긴다. 그는 이곳에서 영국인들과 연극 활동을 하며 희곡 망명자들을 쓰는 동시에 율리시스집필을 시작했다. ‘율리시스 1914년부터 1921년까지 7년이란 세월 끝에 낳은 작품으로 의식의 흐름기법을 도입하였다. '의식의 흐름' 기법은 생각이 스스로에게 말하는 방식을 모방한 것으로, 복잡하고 유동적인 패턴을 띠며 임의로 중단되기도 하고, 생각은 완료되지 않으며 낱말은 반쯤 나오다 끊기기도 하는 등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1917년 조이스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많은 후원자들이 그에게 자금을 지원해 주었다. 그래서 조이스는율리시스; 집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율리시스의 일부 내용은 1918년부터 1921년까지 미국 문예잡지 리틀 리뷰에 발표되었는데 에피소드 13이 풍속을 해친다고 고소되어 벌금형을 받은 일도 있었다.

 

1921년 조이스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 홍채염이 더욱 악화되고 몸이 쇠약해져 현기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조이스는페넬로페이타카부분을 완성하고 결국 셰익스피어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실비아 비치의 도움으로 율리시스를 출판하였다. 그녀는 파리에서 만난 인연으로 에즈라 파운드와 함께 그의 주요 후원자였다. 그러나 율리시스가 출산되자 찬사와 비난이 교차했다. 이 작품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외설적인 내용의 우스갯소리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T.S 엘리엇은 "현대와 고대를 동시에 조명하여, 하나의 질서를 추구한 작품"이라고 평가하며 그의 작품 황무지율리시스의 영향을 받았음을 고백하기도 하기도 했다. ‘율리시스는 초판 1000부 가운데 미국으로 보낸 것은 대부분 불태워지고 영국에 보낸 것도 세관에 몰수되었다.

 

율리시스가 출판되자 조이스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수입도 좋아졌으나 다시 불행이 다가왔다. 안질이 더욱 더 악화되어 홍채염, 결막염, 녹내장 등의 합병증을 보였던 것이다. 이렇게 아픈 몸도 그의 문학에 대한 열정은 꺾을 수 없었다. 그는 피네건의 밤샘 1939년 발간하게 된다. 그의 57세 생일 때였다.

 

1940년 크리스마스 이브 조이스 가족은 다시 피난처인 취리히로 이주한다. 그리고 1941 1 11, 조이스는 십이지장궤양으로 취리히의 적십자 병원에 입원,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1 13일 사망하게 된다. 그는 취리히의 플룬테른 공동묘지에 뭍혔다. 1951년 노라도 그와 함께 이곳에 안장되었다.

 

2) 율리시스

율리시스는 호메로스가 썼다고 전해지는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이름이다. 그리스어로는 오디세우스라고 전해지나 영어로는 율리시스이다. 즉 우리가 잘 아는 오디세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현대판 각색한 작품인 것이다. 조이스의율리시스;는 호메로스의오디세이아에서 구성과 주요인물을 빌려, 현대인과 고전 속 인물을 대응시켜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세 사람의 내면과 무의식의 흐름을 쫓아간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따라 18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조이스의 작품은 전체가 하나의 연작처럼 읽힌다. ‘더블린 3부작이라고 평가 받는더블린 사람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율리시스는 같은 등장인물이 나온다. ‘율리시스는 더블린의 세 사람이 보낸 1904 6 16일 하루를 묘사한 작품이다. 젊은 지식인 스티븐 디덜러스와 신문광고 모집인 레오폴드 블룸, 블룸의 부인 마리언 블룸이 주인공이다. 조이스의 부인 노라 바테클을 만나 처음 데이트 했던 날을 소설의 시간적 배경으로 삼았다고 한다. 스티븐 디댈러스는 조이스의 대역이다. 디댈러스는 곧 다이달로스를 뜻한다. 그는 자신을 예술의 방법자로 인식하며 다이달로스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많이 발견했던 것 같다.

 

특히 율리시스의 문장법은 그 독특한 문체 때문에 처음부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말장난을 좋아했던 조이스는 언어 유희를 즐겼으며 율리시스에서도 역시 언어 유희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 진지한 사회 풍조에 맞서기 위해 그는 재치 있는 농담을 끊임없이 사용한다. 합성어와 조어를 만든 부분도 많다. 영어의 범위에 머물지 않고 이태리어를 섞거나 은어를 덧붙이기도 했다. 또한 패러디와 모방, 농담, 외설 등의 요소를 넣기도 하고 다양한 노래의 가사를 인용하기도 한다. 이 같이 조이스는 언어에 대해 다면적이고 다층적이며 철저하게 집착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그의 집착이 있었기에, 우리는 이 놀라운 글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자의 새로운 시도에 감사하게 된다.

 

2.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

칼립소

104. 그녀는 무엇인가 맛있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아침밥으로는 버터를 엷게 바른 빵을 좋아해. 그래도 때로는 무엇인가 다른 먹을 것을.

 

105. 그는 밖으로 나오자 현관문을 매우 신중하게 닫았다. 좀 더. 문 자락이 조용히 문지방에 낄 때까지. 꽉 닫힌 것 같다. 어쨌든 돌아올 때까지는 안심이다.

 

106. 그가 행복의 온기를 걸어가고 있을 때 그의 눈까풀은 몇 번이고 조용히 내려왔다.

 

그녀는 전날 빵, 바삭바삭하는 껍질을 뜨겁게 구운 것을 좋아한다. 그것을 씹으면 젊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신호, 저녁 바람이다. 나는 지나간다. 저물어가는 금빛 하늘. 한 어머니가 혼자 문간에서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뜻을 알 수 없는 말로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들인다. 높은 벽, 그 저편에서 현악기 소리가 울린다. 밤하늘의 달, 보라색. 몰리의 새로 맞춘 가터벨트의 색이다.

 

110. 건장한 두 팔, 세탁 망에 널은 융단을 탕탕 두들긴다. 성 조지에 맹세하고, 탕탕. 기운도 세지. 두들길 때마다 스커트가 꼬여 흔들리는 그 모습.

 

112. 하녀의 그림자도 모양도 없다. 가 버렸다. 상관없어.

 

113. 살수차다. 비를 부르기 위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과 같이 땅에서도.

 

114. 빠르고 따듯한 햇볕이 버클리거리에서 들어왔다. 화려한 샌들을 신고, 밝아지기 시작한 보도를 따라서. 그녀의 광선은 급속히 나를 만나기 위해 달리는 것이다. 금발이 바람에 나부끼는 광선의 소녀가.

 

117. 그녀가 한쪽 팔꿈치를 베개에 받치고 몸을 휙! 일으켰을 때 침대의 놋쇠고리 장식이 짤랑 하고 울렸다. 그는 그녀의 풍만한 몸집을 느긋하게 내려다보고, 나이트드레스 안에서 산양의 젖처럼 솟은 크고 부드러운 유방 사이를 바라보았다. 누웠던 여체의 온기가 공중으로 솟아, 그녀가 따른 홍차의 향기와 섞였다.

 

118. 그는 여기저기 손으로 더듬었다. ‘갈까요 말까요그 대목을 그녀는 제대로 발음할 수 있을까? 볼리오(voglio)라고.

 

윤회라, 그는 중얼거리고 나서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스어야. 그리스에서 온 말이야. 영혼의 전생이라는 뜻이지.

 

123. 가벼운 구토를 일으키는 후회의 마음이 점점 강해지면서 그의 등뼈를 따라 내려갔다, 일어날 건가?  일어날 거야. 막는다. 헛된 일이지. 움직일 수가 없다. 소녀의 달콤하고 가벼운 입술. 그 입술에도 일어나겠지. 그는 척추를 흐르는 구토 기운이 전신에 퍼지는 것을 느꼈다. 간다고 해도 어떻게 할 수 없다. 키스를 받는 입술, 키스하면서 키스를 받는다. 푹신하게 달라붙은 여자의 입술.

 

신문. 그는 변기에 앉아서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럴 때 노크하는 바보가 없으면 좋은데.

 

125. 그는 조용히 읽었다. 나오는 것을 억누르면서. 첫째 단을, 그리고 나오는 대로 내보면서, 다시 참으면서, 둘째 단을 읽기 시작했다. 반쯤까지 와서 이제 그는 마지막 억제를 포기하고 읽으면서 그의 장이 조용히 편안해지는 것을 허락했다. 참으면서 읽어 가는 동안에 어제의 가벼운 변비는 해소되었다.

 

그 소설은 그를 움직이지도 않고 감동시키지도 않았다. 그러나 무엇인가 센스가 있는 아담한 읽을거리였다. 지금은 무엇이든지 활자가 된다. 재료가 고갈된 계절이다.

 

126. 시적인 착상이군, 분홍, 그리고 황금빛, 그리고 회색, 그리고 검은색. 정말 이 세상은 그대로인 거야. 낮 그리고 밤.

 

눈부신 빛 속에서 사지가 가벼워지고 차가워졌다.

 

127. 하늘 높이 공중에 울려 퍼지는 금속음과 어두운 신음소리. 성 조지 교회의 종이다. 때를 알리는 종이 울린다, 소리 높이 울리는 어두운 쇳소리.

 

나우시카

575. 여름의 석양이 그 신비한 포옹으로 이 세상을 감싸기 시작했다. 저 멀리 서쪽에서는 해가 막 져가고,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아쉬운 듯 마지막 노을이 바다 위에, 해변 위에, 예부터의 만의 물을 지키면서 오만하게 서 있는 낯익은 호스곶 위에, 샌디마운트 해안 지대의 해조로 덮인 바위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용히 서 있는 유서 깊은 교회 주위에 아름답게 머물러 있다. 이 교회로부터 가끔 정적 속으로 흘러나오는 것은, 폭풍에 시달린 사람의 마음을 인도하는 영원한 등불, 바다의 별, 성모 마리아에게 올리는 기도의 목소리들이었다.

 

세 소녀가 바위에 앉아 석양의 경치와, 아직은 하오의 온기를 간직하고 있는 상쾌한 바람을 즐기고 있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그녀들은 마음에 드는 이곳에 와서 반짝이는 파도 옆에 앉아 다정하게 이야기도 하고 여자다운 화제에 열중하기도 했다.

 

576. 언제나 웃고 있는 집시 같은 눈, 잘 익은 버찌와 같은 붉은 입술, 쾌활한 목소리, 너무나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577. 아이의 푸른 눈이 여전히 뜨거운 눈물에 젖어 반짝였으므로, 소녀는 입맞춤으로 아이의 눈물과 상처를 보듬어 주고는 말썽을 일으킨 재키 쪽을 돌아보며 붙잡히면 혼내 줄 거야 하고 소리쳤다.

 

578-579.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에 이따금 떠오르는 어떤 의미를 숨긴 듯한 긴장된 표정, 그리고 그러한 표정이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 부여하는 어떤 낯선 갈망의 빛깔, 저항하기 힘든 그 신비로운 매력은 아마도 그녀가 그동안 경험할 수도 있었을 사랑에 대한 동경이 그 원인인지도 몰랐다. 어째서 여인들의 눈은 그리도 마력적인가 짙푸른 아일랜드 푸른빛을 띤 거티의 눈동자는 윤기 흐르는 속눈썹과 표정 풍부한 짙은 빛깔의 눈썹으로 인해 더욱 두드려져 보였다. 전에는 그녀의 눈썹에 이 정도로 부드러운 매력은 없었다.

 

거티의 가장 뛰어난 매력은 그 풍성한 그 머리카락의 아름다움에 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곱슬진 암갈색머리였다. 그녀는 마침 초승달이 뜨는 날이므로 오늘 아침 그것을 막 자른 참이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머리 위로 풍성한 머리다발이 눈부시게 늘어뜨려져 있다. 또 그녀는 손톱 손질도 했다. 목요일에 하면 복이 있다고 하니까. 그리고 방금 에디의 말을 듣고는 빰에 섬세하고 옅은 장밋빛 홍조를 띠우며 수줍어 하는 그녀의 표정은 신이 빚으신 아름다운 나라 아일랜드 내에서도 견줄 여성이 없을 만큼 아름다워 보였다.

 

마음은 말하라고 유혹했지만 자존심은 침묵하라 명령했다. 그녀는 그 귀여운 입술을 잠시 달싹이는가 싶더니 흘깃 위쪽을 바라보고는 5월의 아침처럼 신선한, 짧고 경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582. 그녀는 행운의 바탕이 된다는 푸른 옷을 입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좋아하는 색이었고, 또 신부가 옷 어딘가에 푸른색을 조금 지니면 행복해진다고들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좋은 운명이 오기를 기도했다. 왜냐하면 지난주 어느 날, 그녀가 녹색 옷을 입었을 때, 그의 아버지가 중간시험의 장학금을 위해 공부하라며 그를 밖으로 못 나가게 한 슬픈 일이 있었으므로, 또 그녀는 이날 아침, 낡은 속옷을 뒤집어서 입을까 고심했는데, 이는 속옷을 뒤집어 입으면, 그날이 금요일만 아니라면, 행운이 찾아오고 연인의 만남이 이뤄진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영혼이 그녀의 눈 속에 드러나 있다. 지금 당장 내 방으로 돌아가 혼자 마음껏 울고, 가슴을 조여 오는 이 감정을 잊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기분이 후련할까? 그렇다고 아주 심하게 울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거울 앞에서 귀엽게 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583. 그녀가 그리는 이상적인 사랑은 그녀의 발아래 진기하고 불가사의한 애정을 바치는 왕자의 매력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강하고, 과묵한 얼굴을, 이제까지 이상적인 여성을 만난 일이 없는, 아마도 머리에는 약간 백발이 섞인 남자다운 남자다. 여자를 이해하고, 그 튼튼한 팔로 힘껏 그녀를 품어 안고서, 길고 긴 입맞춤으로 위로해주는 그런 남자. 틀림없이 천국과 같은 기분이리라. 그런 남자를, 그녀는 이 향기로운 여름의 석양빛 아래 앉아서 동경하고 있다. 마음의 모든 것을 바치고, 오직 그만의 유일한 한 사람이 되어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언제나 함께하는 앞으로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그의 약속된 아내가 되기를 바란다.

- 이러한 여성들의 공통된 로망은 본능적인 것일까, 아니면 학습된 것일까.

 

584. 왜 인간은 제비꽃이나 장미꽃 같은 시적인 것을 먹을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어쨌든 그녀의 남편은 또한 그림과 조각 작품, 사람을 너무 닮아 금방이라도 말을 할 것 같은, 길트랩 할아버지의 애견 개리 오웬의 사진, 친츠천으로 덮인 의자, 부잣집에서 쓰는 백화점 여름 세일에 나왔던 저 은제 토스트랙 같은 것들로 꾸민 아름다운 응접실을 갖게 될 것이다. 남편은 훤칠한 키에 어깨가 떡 벌어져 있을 것이며(그녀는 항상 남편으로 키가 큰 남자를 원했다), 꼼꼼히 손질한 콧수염 아래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가 빛나는 그런 남자일 것이다. 그와 그녀는 대륙으로 신혼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고(꿈 같은 3주간!), 그리고 그 다음엔 작고 아늑한 집에 둘만의 보금자리를 꾸미고 날마다 소박하면서도 빈틈없이 갖춰진 아침식사를 함께 할 것이다. 그러면 그는 일하러 집을 나서기 전에 사랑하는 아내와 진심어린 포옹을 하고는, 잠깐 그녀의 눈을 물끄러미 내려다 볼 것이다.

 

585-586. 흑인인형처럼 곱슬머리를 한 말괄량이 시시. 그녀를 보면 가끔 웃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그녀가, 중국차와솬딸기럼술을 드릴까요 하고 말하며 항아리를 끌어당기거나 할 때, 또는 자신의 손톱에 빨간 잉크로 사람 얼굴을 그린 것을 보면 누구나 배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에는, 미스 화이트를 보러 잠깐 갔다 오겠다고 말하는 식이다. 일종의 시시주의라고나 할까.

- 일종의 윤영주의는 무엇이 있을까?

 

그녀의 성정은 진솔함 그 자체였다. 하느님이 만드신 사람 가운데 가장 용감하고, 가장 진실된 심장을 지닌, 겉과 속이 똑 같은 소녀이기 때문에, 착한 척, 새침한 척 굴지 못했다.

 

589. 그녀는 따뜻한 홍조가, 거티 맥도웰, 그녀에게는 늘 위험한 산호인 그 붉은빛이 자신의 뺨으로 올라와 후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그때까지는 무심히 스쳐 지나듯 신사와 시선을 마주친 것이 고작이었지만, 이번엔 모자 챙 아래로 빤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거기에, 황혼 속에, 그녀가 바라본 그 신사의 얼굴은 창백하고 묘하게 굳어져 있어, 그녀가 이제까지 본 얼굴 가운데 가장 슬프게 보이는 듯했다.

 

594. 거티는 머리를 매만지기 위해 잠시 모자를 벗었다. 그러자 더욱 우아한 밤색 머리가, 그 어떤 소녀의 어깨 위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아름다운 머리가 나타났다. 미칠 정도로 아름다운 머릿결이었다. 이 정도의 머리를 만나려면 적어도 수백 마일은 헤매 다녀야 하리라. 그 아름다움에 감동한 그의 눈에 감탄의 빛이 스치고 지나간 듯한 생각이 들어, 그녀는 전신에 전율을 느꼈다. 그녀는 챙 밑으로 훔쳐 볼 수 있도록 모자를 다시 썼다. 그는 뱀이 먹이를 바라보듯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여자로서의 본능이, 그녀가 그의 내면의 악마를 깨웠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의 얼굴이 목에서부터 이마까지 화끈 달아오르면서 탐스러운 장밋빛으로 물들었다.

 

597. 그녀의 말은 수정처럼 맑고 산비둘기들의 울음소리보다도 더 음악적으로 울려나왔다.

- 조이스는 정말 비유의 천재인 듯한 느낌이다. 생생한 느낌을 주는 주옥 같은 표현이 많다.

 

599. 그녀가 그 남자의 눈에서 읽은 저 마법과 같은 유혹이 진실이라면, 더는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사랑은 열쇠장수를 비웃는다. 그녀는 위대한 헌신의 길에 나설 것이다. 그녀는 그에게 이 세상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되어 그의 나날을 행복으로 꾸밀 것이다.

 

조금이라도 품위에 어긋나는 일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움츠러드는 것이 그녀의 타고난 천성이었다.

 

602. 재키 캐프리가, 저것 봐, 하고 외쳤다. 또 하나의 불꽃이 올라갔다. 그녀는 더욱더 몸을 뒤로 젖혔다. 투명한 가터벨트가 불꽃으로 인해 푸른빛으로 빛났다. 모두가 불꽃을 바라보았다. 저것 봐, 저기 좀 봐. 그녀는 불꽃을 보기 위해 더욱더 몸을 뒤로 젖혔다. 그러자 무엇인가 기묘한 것이 공기를 가르는 것이 보였다. 무엇인가 부드러운 것이 앞으로, 뒤로, 어둡게. 그리고 그녀는 길다란 원통형 꽃불이 나무 위로 높이, 높이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들은 높이, 높이 올라가는 그것을 바라보며 잔뜩 흥분하여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녀는 거의 시야에서 사라질 정도로 높이, 높이 치솟는 그것을 눈으로 쫓기 위하여 점점 더 뒤로, 뒤로 몸을 젖혀야 했다. 그녀의 얼굴은 무리하게 몸을 뒤로 젖힌 탓에 신성하고도 매혹적인 장밋빛으로 붉게 물들었다. 그는 볼 수 있었다. 좀 더 다른 것, 얇은 무명 속바지, 4실링 11펜스짜리, 초록색인 것, 하얘서 더 잘 보이는, 살결을 애무하는 면직물, 그녀는 그에게 그것이 보이도록 했다. 그리고 그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꽃불은 너무나 높이 올라가 한 순간 보이지 않게 뵈었고 그녀는 너무 무리하게 위를 쳐다보고 있었으므로 사지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 또한 그렇게 엿보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신사들이 보는 앞에서 버릇없이 행동하는 스커트댄서처럼, 거의 보라는 듯이 노출된 상태를 거부할 수가 없었으므로 그는 그것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그녀는 흐느낄 듯이, 그 하얀 가는 팔을 내밀며, 외치고 싶었다, 이리 와서 그 입술을 내 이마에 대어 달라고, 그녀는 갈구했다, 어린 소녀의 사랑의 외침, 오랜 세월 거듭되어 온 그 외침으로. 그러자 그때 하늘로 치솟은 폭죽이 펑 하고 터지며 사방을 눈부시게 비췄고, ! 하는 탄성, 이어서 원통형 꽃불이 터지고, 다시 오! 모두가 오! !하고 기쁨에 차 소리치고, 그때 금빛 빛줄기가 하늘로 소나기처럼 쏟아지니, ! 그것은 황금빛에 녹색 빛이 도는 이슬 젖은 별들이어라, 오 너무나 생생한 오 너무나 부드럽고, 달콤하게, 오 너무나 부드럽게!

 

603. 그리고 나서 그 모두가 잿빛 하늘로 이슬처럼 녹아 사라졌다. 모두가 침묵으로 돌아갔다. ! 그녀는 재빨리 앞으로 몸을 일으켜서 그를 흘끗 바라보았다. 정을 담고, 머뭇거리듯 비난하면서,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흘끗 쳐다보자 그는 소녀처럼 얼굴을 붉혔다. 그는 뒤쪽 바위에 기대고 있었다.

 

그것은 두 사람만의 비밀이다. 그들만의, 그들을 가려주는 해거름의 어둠 속에서의, 두 사람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석양의 어둠 속을 여기저기 조용히 날아다니는 작은 박쥐 말고는 그것을 아는 사람도 이야기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작은 박쥐가 이야기할 리 있는가.

 

그녀는 가야만 하나 두 사람은 또 여기에서 만날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내일 그때까지, 전날 석양의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똑바로 섰다. 여운이 남는 마지막 눈짓에 두 사람의 영혼은 교감되어, 그녀의 마음속까지 파고든 그의 눈초리는 이상한 빛을 띠고, 그녀의 아름다운 꽃과 같은 얼굴에 황홀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녀는 창백하게 미소 짓는 표정을 그에게로 돌렸다. 감미로운 용서로 가득 찬 미소를,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미소를.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606. 그것이 시작되면 여자들은 악마로 변한다. 어두운 악마 같은 표정. 몰리는 몸무게가 1톤이나 나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었다. 발바닥을 긁어 줘요. , 거기 네, 기분이 아주 좋아요. 이쪽도 기분이 이상해진다. 한 달에 한 번 휴업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것일 때 하면 안 되는가?

 

613. 남자의 약점은 언제나 그의 아내를 보면 안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는 것, 그것은 운명. 두 사람만의 비밀. 여자가 돌보지 않으면 타락해버릴 남자들. 작달막한 계집에겐 체격이 왜소한 남편이 붙는다. 신은 그 지으신 대로 이들을 짝지어 주신다. 그런데 가끔 아이는 제대로 생긴 것이 태어난다. 0 더하기 0 1이라. 그런가 하면 70세 부자 영감탱이가 수줍음 타는 어린 아내를 얻기도 한다.

 

614. 고양이 없는 곳에선 쥐가 설친다. 필 골목에서 시계를 들여다봤던 게 분명히 기억나. 어쨌든 문제는 자력이야. 모든 일의 배후에는 자력이 있어. 예를 들어, 지구 역시 자력에 따라 끌리거나 끌어당긴다. 운동은 그렇게 해서 생겨나는 거지. 그리고 시간은? 그렇다. 운동에 필요한 것이 시간이다. 따라서 만약에 무엇 하나가 멈추면 온 우주가 서서히 멈춘다. 서로 연결되도록 그렇게 짜여 있으니까.

 

618. 세월은 흐른다. 역사는 그 자신을 되풀이한다. 너희 바위와 산이여. 우리는 그대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그대만의 작은 내면세계에서 일어나는 생명, 사랑, 그리고 항해.

 

페넬로페

1135. 가끔 온몸으로 아주 좋은 기분을 느낄 때에는 마음이 미칠 것 같아 사랑하고 싶어지는 거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나는 가끔 누구라도 좋으니 곁에 있는 남자가 나를 붙잡아 팔에 껴안고 키스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 길고 열렬한 키스만큼 황홀한 게 또 있을까 그것은 영혼의 바닥까지 마비시킬 정도지

 

1139. 여자란 남자가 능청맞게 눈을 깜박거리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체하고 있어도 다 알아 난 그이의 모습을 보고 무엇이 그이를 못쓰게 만들었는지 제대로 알고 있었어

 

1144. 그 이는 매일 아침 편지를 쓰고 어떤 날은 하루에 두 번도 보냈어. 나는 그 이의 연애 방식을 좋아했지. 그 무렵 그이는 여자를 손에 넣는 방법을 알고 있었어 내가 8일생이라서 그이가 커다란  양귀비꽃 여덟 송이를 보내 왔을 때 그때부터 나는 편지를 썼지

 

1149. 단지 음식 한 입 때문에 레스토랑에서 그 사람들의 돈을 믿고 차 한 잔을 대접 받아 중대한 은혜를 입은 것처럼 고마워해야만 하는 세상이 지금대로 계속되는 거라면 이왕 위아래 구별은 있는 것이니까

 

그래 지브롤터 아가씨의 반은 팬티를 입지 않아 즉 태어난 모습 그대로지 저 마놀라를 노래한 안달루시아의 아가씨는 자기가 입지 않을 것을 감추지도 않았다지

 

1150. 이 세상에서 음식이나 집세만을 생각하고 스타일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건 나로선 상상조차 되지 않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없어 나는 가지고 있으면 시원스럽게 써 버릴 거야 단언해 나 같으면 주전자에 홍차를 한 줌 가득 넣어 끓이겠어 그런데 그 이는 쩨쩨하게 일일이 저울에 다는 성질이니까 내가 싸구려 구두 한 켤레를 사면 당신 그 새 신이 마음에 들었소 얼마나 주었지 하는 거야

 

1155. 마치 덩치 큰 아기처럼 남자들이란 뭐든지 입에 넣고 싶어한단 말이야 여자를 상대로 온갖 기쁨을 맛보는 거야

 

1159. 나는 미치광이처럼 어디론가 달아나고 싶었어 하지만 어디든 안락하겠어

 

1161. 사랑이란 당신의 나날과 생애를 채워주고 늘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주위를 새로운 세계로 보이게 해

 

1162. 이 세상 최대의 행복을 얻으려면 성급한 경솔이 아니라 간명한 솔직함이 필요해 남자들의 신청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해

 

1164. 고드름 같은 것이 늘어져 있고 사다리가 있는 성 미카엘 동굴 내 신발은 진흙투성이가 되고 원숭이가 죽을 때는 바다 밑을 지나 아프리카로 간다는데 분명 저기로 내려가는 걸 거야 저 멀리 먼 바다의 배는 나뭇조각 같아 몰타섬으로 다니는 배가 지나가는 거였지 그래 바다와 하늘 누구든지 자기가 생각한 대로 할 수 있었어.

 

남자란 모두 자기들이 나온 곳에 도로 들어가고 싶어 안달이지 그렇게 깊은 데까지는 결코 닿지 못하면서

 

1165. 남자들이란 모두 변하는 법이니까 남자의 개성 같은 건 여자의 반도 안 돼 나와 어떤 짓을 했는 지 모를 거야

 

1181. 오 나는 이 침대가 좋아 하느님 우리는 여기서 16년을 보내고도 여전히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집을 옮겨 다녔을까

 

1190. 세상은 여자의 지배를 받는 편이 훨씬 나을 걸 서로 죽이거나 학살하는 여자는 없어 언제 여자가 남자처럼 술에 취해서 뒹굴거나 마지막 남은 1페니까지 도박에 털어 넣거나 경 마에서 손해 보는 걸 봤어 그래 정말로 우리가 없으면 남자는 모두 이 세상에서 사라져 없어질 거야

 

1195-1196. 나는 꽃이 좋아 온 집안을 장미꽃으로 꾸미고 그 속에 푹 파묻히고 싶어 정말이지 자연만큼 훌륭한 것은 없다니까 인기척 없는 산 밀어닥치는 큰 파도 작은 파도 귀리와 밀 그리고 온갖 것들을 심은 밭이 있는 아름다운 시골 또 그 근처를 돌아다니는 귀여운 가축 때 강 호수에서 모양도 향기도 다른 갖가지 꽃을 본다는 것은 정말 기분이 좋은 일이야 도랑에서조차 앵초와 오랑캐꽃이 피는 것이 자연이라는 거지 이 세상에 하느님 따위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학식이 높아도 상대하지 않겠어 자기들이 무언가를 좀 창조해 보라지

 

그날 우리는 호스곶의 석남꽃 숲 속에 누워 있었지 회색 양복에 밀짚 모자를 쓰고 그날 나는 그가 네게 구혼하도록 했어 그래 처음에 시드 케이크를 입으로 그에게 먹였지 그해는 윤년이었어 올해와 마찬가지로 벌써 16년 전 이야기야 아 그 긴 키스가 끝난 뒤 나는 숨이 막힐 것 같았지 내가 산에 피는 꽃과 같다고 그이는 말했어 그래 우리는 꽃이야 여자의 몸은 어디나 할 것 없이 꽃이지 그것이 그이가 이제껏 살면서 입 밖으로 낸 단 하나의 진실이었어 그리고 오늘도 태양은 당신을 위해서 비춘다고 했어 그래 내가 어떻게 그이를 좋아하게 되었느냐 하면 그이는 여자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또 느끼고 있다는 걸 나는 알 수 있었어 게다가 나는 언제나 그이라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내가 지닌 최대한의 기쁨을 맛 보여 주었으므로 그이는 나에게 네 하고 말해 달라고 부탁하게 되었지

 

3. 내가 저자라면

처음에는 주인공들이 쏟아내는 생각에 머리가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 나 또한 잡생각이 많은 사람이긴 하지만 사람이 하루 동안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고 사는가..라며 놀라기도 했다. 그러나 의식의 흐름 기법이 적용된 것을 알고 난 후 책 읽기가 한결 수월했다. 재미도 있었다. 신선한 표현에 감탄하기도 했고, 너무도 솔직하고 본능에 가까운 심리를 그려내고 있는 점에 있어서 놀라기도 했다. 주석의 도움도 적절하게 이루어져 크게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어 감사했다.

현재로서는 개선할  부분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 보다는 다른 챕터의 글들도 읽어보며 율리시스를 더욱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또한 저자가 숨겨놓았다는 수많은 수수께끼와 퀴즈를 찾아보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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