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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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1 이동희
버블 버블 버블샷 광고 카피에서 왠지 사랑 사랑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왠지 버블샷으로 빨래를 하면 빨래가 잘될 것 같다. 사실 나 같이 무딘 사람은 얼마 전 고장이 나서 새것으로 바꾼 11년 된 아내의 혼수 세탁기에서 나온 빨래와 구별을 못한다. 섬유는 안 상하고 때는 잘 빼주었다는 데 말이다. 광고에서 거품 목욕을 자주 비춰준다. 비누, 아파트, 리조트, 관광 상품 등에서 거품 목욕을 통해 안락하며 편안한 그 무언가에 대한 로망을 생활 속에 포함시키라 충고 아닌 충고를 해준다. 심지어 와인 잔을 들고 음악을 들으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드라마에서는 가히 거품이 주는 이미지란 행복의 절정에 다다르게 한다.
먹는 것에도 거품은 이제 먹거리의 가치를 결정하는 단계에 왔다. 생수보다 탄산수가 장려되고 라거 맥주보다 거품이 풍부한 맥주 광고는 단순히 량으로 먹던 맥주에서 거품의 맛을 꼭 즐겨야만 할 것 같은 새로운 맥주의 품격을 전하는 것 같다. 물론 차가운 맥주를 단숨에 마시는 즐거움도 있지만 고상해진 사람들의 허영심을 자극하듯 입안을 거품으로 목욕을 시키고 부드럽게 맥주를 마셔야 현대인이 된다. 생크림 케익은 남녀 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빵이다. 물론 이 것도 계란 흰자로 거품을 낸 것이다. 퍽퍽한 빵에 부드럽게 발린 생크림은 혀 끝에 부드러움을 안겨 빵이 들어오기 전에 입을 촉촉하게 만들어 빵의 풍미를 더하게 한다. 음 ~ 그리고 입가에 묻은 생크림을 닦아 먹는 혀끝은 좀 야릇한 맛으로 보는 이를 자극한다.
어릴 적에 가장 먼저 만나는 거품은 비누 방울이다. 파란 하늘에 날아가는 비누 방울을 보고 있으면 어느 아이라도 쫓아가지 않는 아이가 없다. 왜 그럴까? 만지면 터지는 비누 방울 하나를 쫓아 터트리면 다른 것을 또 쫓아 가고 그렇게 쫓아 다니느라 하루를 다 보낸다. 만약 비누 방울이 터지지 않는 것이라면 그렇게 쫓아 다닐까? 아마도 이곳 저곳에 방울이 널려 있게 되어 지저분해 질 것이다. 마치 설거지 거품이 하수구에 모여 거품을 이루듯. 어쩌면 거품은 터져야 제 구실을 하는가 보다.
하루하루 나는 삶의 거품을 만난다. 부질 없는 공상과 욕망들을 만나고 욕심도 만나고 삽질도 하고 말이다. 지금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일이 장차 훌륭한 삽질이 될지 훗날을 위한 귀중한 시간이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방금 전에는 아내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주말에 아이와 잘 놀아주지 않고 책보다 졸다가 한 일을 아이가 엄마에게 이야기 했나 보다. 이제 아내도 나의 이런 모습에 지치는가 보다 이제 애 같은 남편과 실랑이 하고 싶지도 않은지 이야기 하다가 그만 둔다. 답이 없는가 보다. 이런 대가를 치르며 책을 보고 글을 쓴답시고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이 시간들이 거품인지 아닌지 헷갈리기만 하다. 어쩌면 비누 방울 놀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 방울 저 방울 쫓아 다니며 하루 종일 시간을 다 쓰고 나서 아무 것도 잡은 것이 없는 그 저녁과 같이 오늘 하루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설거지를 할 때면 거품이 많아야 한다. 왠지 거품이 없으면 닦는 것 같지 않고 표도 안 난다. 그래서 세제를 수세미에 몇 방울 떨어뜨리고는 이내 주물러 거품을 낸 뒤 그릇을 닦는다. 연신 거품을 만들어 내어 그릇을 닦다 보면 거품이 없어진다. 세제가 다 떨어졌다는 신호가 아닐까? 그럼 다시 세제를 몇 방울 떨어뜨린다. 다시 열심히 그릇을 닦는다. 비누 방울 놀이는 잡히는 것은 없지만 즐겁고 재미 있었다. 퐁퐁으로 만든 비눗물은 최고였는데 지금은 비누 방울 놀이 전용으로 따로 문구점에서 판다. 잘 안 터지고 크게 만들 수 있게 약품을 첨가한다고 한다. 그러면 비누 방울 놀이가 아니라 서커스가 된다. 나는 오늘 서커스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좀 더 큰 비누 방울 놀이를 하고 있다. 서커스의 마술사가 되어 이리 저리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비누 방울 마술사 하지만 줄 것은 없다. 단지 이 시간을 같이 즐겼을 뿐.
거품이 나쁜 것일까? 왠지 거품이 낀 것 같다고 하면 거짓된 것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아 보이고 부풀려서 보이고 솔직하지 않아 보이지 않나? 하지만 거품이 없다면 이 작은 밑천으로 어떻게 그렇게 멀리 닿아 보겠는가? 주어진 시간은 짧고 쓸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인데 말이다. 설거지 할 때 거품이 다 떨어지면 세제를 찾는다. 나의 마음을 닦고 인생을 닦으려면 어쩌면 거품이 필요한 것 아닐까? 삶의 거품들 매일 매일 부글 부글 올라오는 거품들. 주체할 수 없는 이 거품들이 결국 나의 삶을 어디론가 닿게 하고 매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아닐까? 거품 안에 채워진 것들은 무엇일까? 허영심? 욕망? 도전? 용기? 아니면 즐거움? 놀이? 거품이 터지면서 없어지는 이 모든 것들이 나의 하루다. 오늘도 무수히 많은 비누 방울이 하늘을 날다 터졌구나. 이 글이 오늘의 마지막 비누 방울이 아니기를 후 ~~~. 거품이 가득한 맥주를 들이키며 내일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