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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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효녀 심청이도 아니고 왜 그런 짐을 스스로 지고 사세요?.” 몇 해 전 뭔가 답답한 마음에 찾아간 심리 상담사에게 이런 저런 고민들을 털어 놓았고 뜻밖에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그녀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도 아무 문제 없어 보인다며 왜 자꾸 부모님의 눈치를 보고 부모님께 부채 의식을 느끼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내가 아무리 이기적으로 살아도, 다른 사람의 정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마음 놓고 살고픈 대로 살아나가라고도 했다. 그 당시 가장 친한 친구가 새로운 삶을 찾아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를 하러 떠난 상황이었다. 그녀 또한 마음껏 공부를 할 수 있는 집안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본인은 회사를 병행하면서는 원하는 공부를 도저히 하지 못하겠다며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 시험 준비에만 3년여를 매달리는 용기를 보였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나만 보면 그녀에게 한 소리하시곤 했었다. “너도 그냥 회사나 계속 다니지 무슨 공부를 한다고 이 고생이니...” 아마 새가슴인 나 같았으면, 시험에 한 번 떨어졌을 때 바로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애초부터 그런 결정은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는 모두가 만류하는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갔고, 결국 꿈을 이루어내었다. 두려웠지만 그저 마음이 하라는 대로 잘되겠거니..라며 나아갔다고 했다.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나는 결국 용기를 내어 꿈을 이루어내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내 자신이 너무 미워진 나머지 그 상담가를 찾아갔던 것 같다. 새로운 세상에 발디딘 그녀와 달리 나의 일기장엔 몇년 째 똑같은 다짐들만이 써있고, 그 중에 이룬 것은 하나도 없으며 결국은 제 자리에서 일희일비하며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소리를 듣고도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관철해보려는, 혹은 스스로 더욱 자유로워지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저 부모님께 이제 노후 준비를 위해 돈을 아껴 쓰시라며 툭툭 내뱉고, 동생에게 취직을 빨리 하라며 타박 하는 것으로 그치고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갔던 것이다.
잊고 있던 그 소리를 얼마 전 변경연 오프수업에서 듣게 되었다. 이제는 부모님에 이어 남편, 그리고 시부모님의 눈치까지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또 보게 되었다. 아니 그들을 핑계 삼아 나의 욕망을 자꾸 접고 또 작아지는 나를 발견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예전 기억이 어렴풋이 나면서 이제는 조금 더 자유로워 지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나는 잠깐 쉬어가겠다는 결정을 부모님들의 조언을 듣지 않고 내려버렸다. 당연히 반대를 예상했기에 그 의견에 흔들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또한 그 반대를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진행하는 다른 안이 더욱 좋아 보인다는 남편에게도 지금 저지르지 않으면 평생 못할 것 같다며 끌리는 대로 하겠다고 통보해버렸다. 잘못된 결정이라고 해도 최소한으로 후회 하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이다. 그러자 그도 용기를 내어 한 번 나아가보라고 힘을 주었고 나는 그가 진정으로 고마웠다. 하지만 모든 것이 거의 결정되는 순간이 다가오자 그는 별안간 불만을 폭발시켰다. 그는 2세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고 나를 계속 기다려주었던 것이다. 과장 진급만 하면, 변경연 하계연수만 다녀오면, 하면서 2세 계획에 집중할 시간을 이제나 저제나 고대하던 그는 내가 또 일을 벌이며 그 길 또한 매우 바쁠 것이 예상된다고 하자 화가 날 대로 나버렸던 것이다.
‘강의’를 읽으며 나는 다시 한 번 가슴이 갑갑해졌다. 결국 내가 중시하는 가치는 나의 사람들일 진데. 그래서 그들을 사랑하는 만큼 많은 배려를 하고, 중간만 가면되지 라는 마음으로 현재에 안주하고 싶기도 하지만, 또 저 깊은 곳의 내 마음은 이번 기회에 너 만을 위해서 살아보라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오늘도 남편과 신경전을 벌이며 나는 고민한다. 배려하는 이기주의자가 될 수는 없을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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