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북

연구원들이

  • 어니언
  • 조회 수 2481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4년 7월 28일 11시 38분 등록

1. 저자에 관하여

신영복 선생은 자신이 본격적으로 동양고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감옥에 들어간 이후라고 말한다. 그가 감옥살이를 하게 된 죄목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좀 묘하다. 20년이나 징역살이할 만한 일인지 사건 기사며 위키피디아를 찾아보아도 영 헷갈리기만 한다. 그의 죄목은 무엇이며, 왜 잡혀간 것인가? 연도가 조금 헷갈리니, 그의 연표를 대략적으로 첨부해본다. 그는 41년생 뱀띠다. 올해 일흔 넷이다.

 

1941년 경남 밀양 출생

1963년 서울대 상과대학 경제학과 졸업

1965년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1965년 숙명여대, 육군사관학교에서 경제학 강사로 재직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

1988 8.15 특별가석방으로 출소

1989년 부터 현재까지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

2006 8월 정년퇴임

현재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석좌교수

 

감옥에서 이십 년. 그는 스물 일곱 번째 생일에 잡혀가 꼭 20년 세월을 보내고 1988년 생일날 석방됐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의 역사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현대사를 제외시킬수록 꼬여버린다. 암울하고 무거운 시대의 짐을 고스란히 맨몸으로 받은 그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파헤쳐보자. (왜곡의 여지가 있어 한겨레 기사를 뼈대로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신영복은 1941년 경상남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경북에서 교사로 근무했는데, 일본인 교장의 조선 학생 차별에 항의하다가 파면됐다. 아버지께서 교사 한 명뿐인 간이학교의교장으로 의령에서 근무하실 때 신영복은 교장 사택에서 태어났다.

일제 말기의 암울한 시절, 그가 가진 희망은 일본 총독이 되어 일본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친다는 것이었다. 해직교사였던 아버지, 그리고 그의 민족주의자 친구들의 장난기 어린 조기의식화교육을 받으며 신영복은 세상과 만나기 시작했다.

다섯 살 꼬마 신영복의 머리에도 해방의 그날은 기억이 또렷하다. 비가 엄청나게 온 그날, 동네 청년들은 어린 신영복을 집에서 조금 떨어진 교장 사택으로 데려가 그곳을 지키게 했다.

 

한국전쟁은 그가 열 살 때 터졌다. 그러나 밀양은 인민군 수중에 들어가지 않아인공치하를 겪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전쟁의 기억은 끔찍했다.

 

밀양군 교육감이 되신 아버지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하면서 가세가 기울었고, 그는 자형이 교사로 근무하고 있던 부산상고로 진학하게 되었다. 한국은행 면접시험 대신 서울상대에 시험을 쳐 합격한 것이 1959년이었다.

 

대학에 들어간 지 꼭 1년 만에 4·19가 일어났다. 세상이 바뀐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큰 감동이었다. 4·19에서 5·16까지 비록 1년여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푸른 하늘을 보았다는 것은, 그것을 직접 보았을 때의 그 감동은 지금까지 그를 지탱시켜준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5·16이 왔다. 5·16이 무너뜨린 것은 무능한 장면 정권만이 아니었다. 5·16이 진정 짓밟은 것은 4·19 이후 돋아나기 시작한 통일운동, 노동운동 등 각 부문 운동의 새싹이었다. 이쯤 적어보니 그의 수감 전 인생은 한국 현대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기형적인 한국의 역사가 만들어낸 행동하는 지식인이라는 말에 부합되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대학교 3학년 이후, 거의 매일같이 세미나의 연속이었다. 대학원에 진학한 뒤에는 주로 다른 대학이나 연합 동아리 지도에 주력했다. 지금으로 치면 연합 민족 동아리 모임에 가장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유명한 선배 대학생이었던 모양이다. 출소 이후의 평온한 신영복 선생만 알고 있던 나로서는 그의 이와 같은 운동권에서의 모습이 생소하다. 역시 대가 없는 평화란 없는 법이다.

대학원을 마치고 숙명여대에 강사로 나가던 시절, <청맥>이라는 잡지의 예비 필자 모임인 새문화연구회 모임에 안병직 등 선배들을 따라나가게 되었는데, 여기서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의 김질락을 만나게 되었다. 당시 신영복은 대학원을 갓 졸업한 신출내기 강사이다 보니 잡지의 필자 풀(Pool) 성격인 새문화연구회에서도 막내인지라, 적극적인 역할을 할 입장은 아니었다.

 

김질락 등은 신영복이 학생운동에 깊이 간여하고 있는 것을 알고 그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접근했고, 어느 날 김질락이 정색하고 혁명을 지지하느냐고 물어왔고, 신영복이 그렇다고 하자 그날부터 김질락, 이진영과는 따로 만나게 되었다. 다만, 신영복이 김질락과 만난 횟수는 <청맥> 잡지사에서 여러 사람이 같이 모인 것까지 합쳐 전부 10번 안팎일 것이고, 김질락의 집에서 이진영과 함께 따로 만난 것은 5번 정도라 하니 참으로 비싼 징역을 산 셈이다. 잘못 걸려든 것이다! 세상에!

 

그런데도 공안당국의 기록은 물론이고, 진보 진영에서 나온 통혁당 관련 일부 서적에는 신영복이 당의 핵심 성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나온다. 관료집단이 이거 대단한 놈들입니다. 이렇게 큰 물고기를 잡았어요!’라고 위에 보고하려는 성과주의와 난 이렇게 조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엄청난 활동을 했다며 자기 활동을 과장해서 보고한 통혁당 지도부의 합작으로 사건이 확대됐다고나 할까?

중앙정보부의 수사는 혹독했다. 구타와 전기고문 뿐만 아니라 청년기의 고민과 방황이 어린 수많은 만남과 토론, 그리고 서로 빌려주고 빌려 보았던 수많은 책들은 몇십 장의 자술서와 몇십 장의 조서와 몇 줄의 법률용어에 의해 온통 조직적인 관계로 규정됐다. ‘이런 방식으로 한 사람의 복잡한 사상과 의식이 규정되고 단죄되는구나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당시 육사교관으로 현역 장교 신분이었던 신영복은 군사재판에 회부된다. 재판부는 정상을 참작해 최고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학생 동아리를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나쁜 대법원 판례를 남기는 것이 좋지 않다는 변호사의 권유에 따라 상고는 포기했다. 말도 안 된다. 내 생각에 당시의 그는 무기징역을 사형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던 듯 하다.

통혁당에 가입한 적도 없고- 실제 통혁당은 그가 투옥된 이후에 조직된 것으로 북에서 발표됐다- 김질락 이외에는 통혁당 지도부인 김종태나 이문규를 만난 적도 없으면서 대표적인 통혁당 지도간부로 인식되는 무기수 신영복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내가 가장 강렬하게 느꼈던 감정은 억울하다였다. 그의 노자가 유독깊숙히 다가온 이유를 알겠다. ‘감옥에서는, 특히 독방에 앉아서는 모든 문제를 근본적인 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 ‘우선 나 자신을 돌이켜보게 된다든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2. 마음을 무찔러 들어오는 구절

16. 60년대 당시….유일한 탈출구를 근대화에서 찾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근대 기획이 우리 사회의 목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도산 안창호 선생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었는데, 조국의 역사와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전통을 가지려 노력했다는 내용이었다. 그게 기억에 남는다.

17. 무기징역이라는 긴 세월을 앞에 놓고 앉아서 나 자신의 정신적 영역을 간추려보는 지점에 동양고전이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말하자면 나의 사고와 정서를 지배하고 있는 식민지 의식을 반성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8. 이구영 선생님

>>믿을 수 있는 스승의 존재를 만나다. 나는 어떤 대가, 혹은 성공한 사람이 태어나려면 스승을 만나야 하는 불변의 법칙을 이 곳에서 다시 한번 만난다. 내 최초의 스승은 이제 책 속에 밖에 없지만, 새로운 스승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나는 모두를 통해서 배우게 될 것이다.

19. 노촌 선생님을 검거한 형사가 일제 때 노촌 선생님을 검거했던 바로 그 형사였다는 사실입니다. 참으로 역설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일제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민족의 아이러니.

19. 공감되는 부분이나 앞으로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표시해두었습니다.

>>연구원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 작업이다!

21. 고전 독법 역시 과거의 재조명이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 과거를 재조명하고 그것을 통하여 현재와 미래를 모색하는 것을 기본 관점으로 삼고자 합니다.

>> 이것은 중요한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재조명, 현재와 미래를 모색하는 일. 그것은 때로개인의 미래이기도 하며, 사회의 미래이기도 하다.

.27.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를 자주 바라보게 되듯이 좋은 문장을 발견하기만 하면 어학은 자연히 습득되리라고 봅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암기하는 것이지요.

28. 차이에 주목하는 것은 부분을 확대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28. 어떤 본질에 대하여 이해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먼저 그것의 독자성과 정체성을 최대한으로 수용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그것은 비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엄밀한 의미에서 대등한 비교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교나 차이는 원천적으로 비대칭적입니다.

>> 예전에 Taylor Swift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녀는 데뷔하기 전, 예쁘장하게 생긴 외모에 이상한 노래(그녀의 장르는 컨트리 음악이다)만 듣는다고 시기, 질투,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 때마다 자기 노래의 가사를 쓰며 이겨낼 수 있는 주문을 스스로에게 걸었던 것 같다. 그녀가 쓴 짧은 노트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이 부분을 읽는데 이 아가씨의 노트가 생각났다.

1.     Never compare myself to other people.
It's comparing my behind the scenes to their highlight real.
절대 다른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마세요
그건 내 비하인드씬과 그 사람의 하이라이트를 비교하는 짓이에요.

2. Stay here, now. I will not think too far forward or  back.
난 지금, 여기에 있어요. 지나친 과거도, 너무 먼 미래도 생각하지 않을거에요.

3. It's okay to not be fine.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

4. Taylr needs me so I'm going to take care of my self.
테일러()는 나를 필요로해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스스로를 소중히 여길 거에요.

33. 광범한 중국 시장에 쏟는 관심, 이것이 주된 동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예전에 읽었을 때는 이런 부분이 없었는데아니면 내가 관심이 생긴 건가 보다. 언어가 퍼지는 것은 이득 얻을 게 있다는 사회적 판단 때문에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한국어를 해봐야 별로 통하는데가 없다면 노력하여 배울 이유가 없을 것이다.

34. 동양적 사고는 현실주의적이라고 합니다. …의미는 대체로 우리들의 삶이 여러 가지 제약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승인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일에 소용이 없는 것이라면 의미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현실주의란 한마디로 살아가는 일의 소박한 진실입니다.

35. 베버는 자본 논리를 합리화하는 맥락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 그처럼 예찬한 자본 축적 과정이 근대사의 전개 과정에서 과연 어떠한 비극으로 점철되고 있는가에 대하여 베버는 최소한의 전망도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만은 지적되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현실주의를 현세적 향락과 체면의 문화로 규정하고 있는 논리적 무리인 것이지요.

>> 동양, 아시아권 문화 자체의 상처 받은 내면 아이를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서양의 반대 급부로서만 존재했던 동양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개인으로 깨닫지 못했던 사회적 편견에서부터 서양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잘못된 거다.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앎에서부터 비롯될 것이다.

36. 착은 머리카락 날리며 사람이 걸어가는 모양입니다. 수는 물론 사람의 머리 즉 생각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도란 걸어가며 생각하는 것입니다.

>> 퇴근길, 시청역부터 경복궁역까지 주로 걸어서 집에 간다. 너무 지쳤거나, 너무 늦었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걷지 못한다. 걸으면 자연스럽게 여러가지 생각들이 돋아난다. 라는 것을 생각하고 밑줄을 그었는데, 읽어보니 저기에 걸어간다는 실천한다를 의미한다는 생각이 든다. 배운 것을 실천하는 것.

37. 진리란 이미 기성의 형태로 우리의 삶의 저편에 또는 높은 차원에 마치 밤하늘의 아득한 별처럼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서양)

진리가 서양에서는 형이상학적 차원의 신학적 문제임에 반하여 동양의 도는 글자 그대로 입니다. 우리 삶의 한복판에 있는 것입니다. 도재이, 즉 도는 가까운 우리의 일상 속에 있는 것입니다

>> 오히려 반대인줄 알았는데 알면 알수록 내가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겠다.

38. 장은 그것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서로 조화 통일되어 있습니다. … 장을 구성하는 개개의 부분은 부분이면서 동시에 총체성을 갖는다는 사실입니다. 이점이 집합과 장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장은 부부적 총체들의 복합체이며 개개의 부분이 곧 총체인 구조입니다.

>> 유기체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온전한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41. 논어에 덕불고 필유린이란 글귀가 있습니다.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뜻입니다.

>> 인성이 좋은 사람에게는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42. 다른 사람의 아름다움을 이루어주는 것(성인지미)를 인이라고 합니다. 자기가 서기 위해서는 먼저 남을 세워야 한다는 순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 그러니 내가 지금 수련하고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을 먼저 세울 수 있는 방법을 연마하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44. 인본주의적인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하여 그것의 독선과 허구성을 지적하는 반체제 이데올로기가 바로 도가입니다. … 사상이란 다른 사상과의 모순 관계에 있을 때 비로소 사상으로서의 체계가 완성된다.

45. 동양 사상은 과거의 사상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사상입니다.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뛰어난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미래, 시점상 과거에 등장했으나 미래에 대한 예감이 가능하다.

46. 민족의 문제를 세계사적 과제와 연결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 이것도 어쩌면 코리아니티의 세계화와 관련된 것이라 생각된다.

52.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을 중시하던 조선 사대부.

시격의 국풍 부분을 읽는 이유는 시의 정수는 이 사실성에 근거한 그것의 진정성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과 정서가 진정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한 우리의 삶과 생각은 지극히 관념적인 것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먼저 진정성 있는 인간이 되지 않으면 글의 정수에 다다르기 어렵다.

53. 오늘날의 문화는 본질에 있어서 허구입니다.

>> 가짜를 벗기면 그 안에 알맹이가 없다.

56. 문학의 길에 뜻을 두는 사람을 두고 그의 문학적 재능에 주목하는 것은 지엽적인 것에 갇히는 것입니다. 반짝 빛나게 될지는 모르지만 문학 본령에 들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역사적 관점에 대한 투철한 이해가 먼저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 시대와 그 사회의 애환이 자기의 정서 속에 깊숙이 침투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자. 내가 원하는 것은 진실된 글쓴이다. 시대를 바라보는 다정하고 예리한, 바른 시선이다.

58. 거짓 없는 마음을 만나기 위해 시를 읽는다.

>> 시에 담긴 진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61. 사실보다 전설 쪽이 더 진실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학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의 내면을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어떤 혼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 손을 뻗으면 손끝에 닿을 듯 말 듯 한다. 이것이 창작의 고통이라는 거겠지? 으하하

64. 시의 세계와 시적 정서, 나아가 시적 관점은 최고의 정신적 경지라고 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64. 상품미학, 가상 세계, 교환가치 등 현대 사회가 우리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한마디로 허위의식입니다. … 시적 관점은 우선 대상을 여러 시각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 시적 관점은 사물이 맺고 있는 광범한 관계망을 드러냅니다. 우리의 시야를 열어주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시를 읽고 시적 관점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2년 전 연극 워크샵을 같이 한 친구들과 차를 마시다가, 나는 시집을 사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게 꽤 좋아 보였다. 내 마음 속 진실 한 조각을 간직 하고 있는 아름다운 시를 적재적소에서 읊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멋진 일이지 않은가! 그 때 추천 받은 시집 두 권을 읽으며 시의 맛을 알게 되었다. 서점에 갈 때마다 시 코너에서 열심히 시집들을 뒤적이게 되었으며 며칠 전에 산 안도현 시집 그리운 여우를 열심히 읽고 있다. 유명한 시들도 좋지만, 몰랐던 시들은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아낸 것처럼 아름답고 풍족했다. 시는 최고야! 가장 좋아하는 시를 공유하고 싶다.

사랑                                     안도현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은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가 우는 것이다.

 

75. 나는 이 무일 편에서는 오히려 우리가 역사를 읽으면서 무엇을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 역사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75. 노르웨이의 어부들은 바다에서 잡은 정어리를 저장하는 탱크 속에 반드시 천적인 메기를 넣는 것이 관습이라고 합니다. 천적을 만난 불편함이 정어리를 살아 있게 한다는 것이지요.

76. 과거의 지식이 빨리 폐기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노인들의 위상이 급속히 추락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하는 것은 이것은 사회가 젊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조로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낭비이면서 역사 경험의 낭비입니다.

>> 엄마는 늘 한달에 100만원만 벌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대단한 일은 아닐텐데, 그만한 일자리도 잘 없다. 엄마는 명민한 사람이다. 책임이 지워지면 내 일처럼 잘 한다. 그런데도 그렇다. 정말 낭비라고 생각한다.

77. 미래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 이제는 변화할 때가 되었다. 과거의 관계들, 과거의 생각들, 과거의 빚을 청산할 때가 되었다. 부채 의식에 얽매이지 않겠다.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 우물만 파게 될 것이다.

 

81.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

>> 나는 이 말을 읽고는 지난 천안에서 했던 연극수업 워크샵을 떠올렸다. 그 때 우리는 두 사람씩 짝을 지어 한 명은 눈을 감고 다른 사람의 리드에 맞추어 춤을 추는 활동을 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과 페어를 이루어 일할 때 나의 자세를 일깨워주는 것이었다. 상대의 리드에 맞추어 몸에 힘을 빼고 춤을 추는 것. 효율성을 생각해보면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인간이 하는 일에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리고 이 방법만이 사람을 남길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102. 자기의 능력과 적성에 아랑곳 없이 너나 할 것 없이 큰 자리높은 자리를 선호하는 세태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 노다메 칸타빌레 극장판을 보았다. 노다메는 일본 음악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아가씨다. 이 아가씨는 아직도 어린 아이 같다. 꿈은 유치원 선생님. 그런데피아노 연주의 천재다. 남자 주인공은 그녀보다 연상인 치아키 선배다. 선배는 야망이 있는 남자이다.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을 제패하고 싶어하는 지휘과 학생이다. 노다메는 치아키 선배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를 향해 노력하고, 연습하고 마침내 유럽으로 따라간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훌쩍 커버린다. 치아키는 그녀의 재능을 발견하고 키우기 위해 힘을 쏟는다. 그러나 여전히 노다메의 꿈은 유치원 선생님이다. 그녀는 행복하지 않다. 둘은 결국 처음 같이 쳤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함께 치며 화해한다.

화해야 차치하고서도 유치원 선생님과 피아니스트 사이에는 귀천이 존재한다. 재능을 가졌지만, 다른 꿈을 가지고 있다고 그를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103. 내가 중간을 선호하는 이유는인간관계가 가장 풍부한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 선두는 겨우 자기 한 몸 간수에 여력이 있을 수 없는 고단한 처지입니다. 그와 반대로 맨 꼴찌는 마음 편한 자리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 고등학교 교실이 생각난다. 선두와 꼴찌가 명확하게 갈리는 그 장소에서 나는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다. 그리고 이런 비유를 볼 때마다 어김없이 그곳으로 되돌아간다.

110. 혁명은 한 사회의 억압 구조를 철폐하는 것입니다. 억압당한 역량을 해방하고 재갈 물린 목소리를 열어줍니다. 그것은 한 사회의 잠재적인 역량을 해방하는 일입니다.

113. 어느 한 단계를 마무리하는 시점에는 그에 따른 어려움이 반드시 있는 법입니다. 따라서 그럴수록 마음을 곧게 가지고 최초의 뜻, 즉 믿음을 회의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처음의 마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처절한 절실함에 온기가 가신다.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매혹적인 먼 곳의 이야기에 끌렸다.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음을 믿었다. 그리고 만화를 아주 좋아했다. 내 나름대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결국 인문계로 진학했고, 그 때는 만화를 그릴 틈이 없었다. 엄마의 약속은 한 가지였다. 대학가서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해. 그리고 대학을 갔을 때, 난 깨달았다. 때를 놓치면, 좋아하는 마음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다행히 나는 다른 꿈을 찾았다. 그리고 노력하고 있다. 이제 나는 안다. 길은 걸어야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

113. 되돌아오지 않는 과거는 없다. 이것은 천지의 법칙이다.

>> 그렇다. 발을 멈추고 조금만 서서 생각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124. 희망은 현실을 직시하는 일에서부터 키워내는 것임을 박괘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발이 어디를 디디고 있는지 보라. 그 곳이 나의 출발점이다. 나의 시작점이다. 나의 승부처다.

129. 길은 도로와 다릅니다. 길은 길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길은 코스모스를 만나는 곳이기도 하고 친구와 함께 나란히 걷는 동반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일터이기도 하고, 자기 발견의 계기이기도 하고, 자기를 남기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 특히 자신에 이르는 길은 아스팔트가 아닐 것이다. 나를 형성하는 것들은 내가 만났던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침묵했던 불합리함, 이질적이지만 매혹적이었던 순간들, 정신을 놓을 정도로 아찔했던 쾌락의 경험, 눈물이 나올만큼의 감동적인 신비가 있는 곳이 인생이었다.

129. 목적과 수단은 통일되어 있습니다. 목적은 높은 단계의 수단이며 수단은 낮은 단계의 목적입니다.

>> 임시적 수단이라는 것은 없다. 단지, 목적이 있을 뿐이다.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러니 나의 작고 별로 든 것 없는 머리로 열심히 생각해야 한다. 어느 길이 후회가 덜 남을지.

30. 주역 사사응ㄹ 계사전에서서는 단 세 마디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易窮則變 變則通 通則久역궁즉변 변즉통 통즉구가 그것입니다. 역이란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진리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잇습니다. 궁하다는 것은 사물의 변화가 궁극에 이른 상태, 즉 양적 변화와 양적 축적이 극에 달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상태에서는 질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질적 변화는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통의 의미입니다. 그렇게 열린 상황은 답보하지 않고 부단히 새로워진다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사전에서 요약하고 있는 주역 사상은 한마디로 변화입니다.

131. 항룡유회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즉 하늘 끝까지 날아오른 용은 후회한다는 경계입니다.

>>신영복 선생은 여기에 이카루스의 예를 들었지만, 나는 이것을 조금 다른 의미로 해석해보고 싶다. 음악의 신이기도 한 아폴론과 마르시아스가 피리대결을 했다. 두 판정단 중 한 쪽은 마르시아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자 아폴론은 그를 당나귀 귀로 만들고, 마르시아스를 거꾸로 매달아 가죽을 온통 벗겨버렸다. 그러나 음악의 신도 이길 정도로 피리를 잘 불 수 있다는 것은 매혹적이지 않은가? 하늘 끝까지 날아올라간 용은 후회하지만, 만약 땅에서의 시간으로 되돌아간다면 그 때에도 용은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하늘 끝까지 날아보기로! 그리고 그 비행은 평생 잊지못할 아름다운 시간이 될 것이다. 시간이여, 멈추어라!

142. 子曰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이면 不亦君子乎.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니 어찌 군자가 아니겠는가.

>> 예전에는 배움의 즐거움과 벗이 찾아오는 반가움이 보였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다는 마지막 구절이 눈에 띈다. 이제 슬슬 성취의 단계인 서른에 가까워지고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변경연을 친구처럼 생각해서 이야기하지만, 나는 나의 꾸준함을 믿는다. 이대로 계속 가면 언젠가 다다르게 될 길을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것은 아주 유쾌하고 아름다운 과정이다. 마치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를 향한 길 위에서 풍요로워졌듯이, 앞으로의 내 인생 또한 그럴 것이다. 밝고 환한 예감이 나를 가득 채운다.

143.습의 뜻은 그 글자의 모양이 나타내고 있듯이 실천의 의미입니다. 부리가 하얀 어린 새가 날갯짓을 하는 모양입니다.

>> 이것도 좀 새로웠다. 동양 고전에서는 공부하는 게 주가 아니구나. 공부하라고 시키지 않았구나. 배운대로 행동하라고 말한 것이었구나. 나는 행동하는 지식의 무서움을 안다. 어떻게 난관을 헤쳐나가야 하는지 지혜의 실마리를 얻는 곳이 바로 앎이다. 그리고 앎은 행동을 통해 두 다리를 얻는다. 그게 나라는 사람을 완성하는 두 개의 다리다.

154. 형은 최소한의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에 비하여 예는 인간관계를 인간적인 것으로 만듦으로써 사회적 질서를 세우려는 우회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형과 예가 둘다 필요하다. 둘을 서로 보완해가야 한다. 형의 빈 곳을 예로 채워나가야 한다.

158. 미인은 대체로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그 일익을 담당하려는 자세가 부족합니다. 소위 꽃으로 존재하려는 경향이 우세합니다. 미인이라는 자의식이 없는 사람이 열심히 일함으로써 자기를 실현하려고 하는 것에 비해 매우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지요. 존재론과 관계론의 차이입니다.

>> 한가지 멋진 당부가 생각났다. 연애할 때는 본인이 미인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했으면 한다. 홀로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이 외로움을 견딜 수 있다. 그리고 관계를 맺을 때는 자의식을 잊어야 한다. 그것은 몸에 힘을 빼고 상대의 스텝과 리드를 따라가야 맞을 수 있다. 서로 번갈아가면서 그렇게 해야 한다. 관계는 같이 하는 것이다.

161. 정체성 역시 결과적으로는 타자와의 차이를 부각시킴으로써 비로소 드러나는 것입니다. 데리다J. Derrida의 표현에 의하면 관계 맺기와 차이 짓기, 즉 디페랑스 difference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174.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알려고 하는 그 사람이 나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그를 알기 위해서는 그가 나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서로 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쌍방향으로 열려 있어야 합니다. 나와 관계가 있어야 하고 나를 사랑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자기를 보여주지 않는 법이지요. … 우리는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알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애정 없는 타자와 관계없는 대상에 대하여 알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175. 더구나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사람이 팔기 위해서 진력하고 있는 사회입니다. 모든 것을 파는 사회이며 팔리지 않는 것은 가차없이 폐기되고 오로지 팔리는 것에만 몰두하는 사회입니다.

이러한 체제에서 추구하는 지식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는 한 점의 인연도 없습니다. 지는 지인이라는 의미를 칼같이 읽는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회는 무지한 사회입니다. 무지막지한 사회일 뿐입니다.

>>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영은 무지한 경영입니다. 무지막지한 경영일 뿐입니다.

.229. 맹자의 술은 공자의 습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습보다 술이 사회적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231. 인이라는 것은 활 쏘는 것과 같다. 활을 쏠 때는 자세를 바르게 한 후에 쏘는 법이다. 화살이 과녁에 맞지 않으면 자기를 이긴 자를 원망할 것이 아니라 (과녁에 맞지 않은 까닭을) 도리어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다.

272.
天下皆知美之爲美(천하개지미지위미) : 세상 모두가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알아보는 자체가
斯惡已(사악이) : 추함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皆知善之爲善(개지선지위선) : 착한 것을 착한 것으로 알아보는 자체가
斯不善已(사불선이) : 착하지 않음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故有無相生(고유무상생) : 그러므로 가지고 못 가짐도 서로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
難易相成(난이상성) : 어렵고 쉬움도 서로의 관계에서 성립되는 것
長短相較(장단상교) : 길고 짧음도 서로의 관계에서 나오는 것
高下相傾(고하상경) : 높고 낮음도 서로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
音聲相和(음성상화) : 악기 소리와 목소리도 서로의 관계에서 어울리는 것
前後相隨(전후상수) : 앞과 뒤도 서로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

是以聖人處無爲之事(시이성인처무위지사) : 따라서 성인은 무위로써 이를 처리하고
行不言之敎(행불언지교) : 말로 하지 않는 가르침을 수행한다
萬物作焉而不辭(만물작언이불사) : 모든 일 생겨나도 마다하지 않고
生而不有(생이불유) : 모든 것을 이루나 가지려 하지 않고
爲而不恃(위이불시) : 할 것 다 이루나 거기에 기대려 하지 않고
功成而弗居(공성이불거) : 꿈을 쌓으나 그 공을 주장하지 않는다

夫唯弗居(부유불거) : 공을 주장하지 않기에
是以不去(시이불거) : 이룬 일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는다

 

277. 유무, 난이, 고저, 장단은 비교할 것이 아니지요. 스스로 그렇게 존재하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284. 상선약수,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286. 물은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나는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나의 바다를 향해 갑니다. 이때 헤라클레스와 겨룬 땅에서 떨어지면 힘을 쓰지 못하는 장사가 생각이 났다.

>>확실히 자본론 같은 책이 나올 수 있는 사상적 기반은 동양에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반대 급부의 사상이 존재하기 때문에 들불처럼 번져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298. 자연은 그 자체로서 완성된 것이며 다른 외부를 가지지 않은 존재입니다. 독립적 존재입니다.

>> 그 강의 끝에는 분명 동양사상의 바다로 통하게 될 것이다. 그리 살아왔던 그 본연의 모습 즉, 자연으로 말이다.

326. 길다고 그것을 여분으로 여기지 않고 짧다고 그것을 부족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 이것이 자연이며 도의 세계입니다.

>> 나는 묻는다. 그게 가능한가? 그렇게 생각하는게 가능한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래도 노력이라도 해보는 것이 중요한 건가?

331. 공자의 인, 맹자의 의가 노자로 가면 인위가 되고, 장자에 이르면 학의 다리를 자르지 말라 여겨진다. 두 급부가 어우러져 있다.

363. 각 학파 간의 차별화가 진행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각 학파 간의 침투가 진행되는 것이 사상사의 일반적 발전 과정입니다. 여러 시내가 몸을 섞어 강이 되듯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상호 침투합니다.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과제를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각 학파가 전개하는 논리적 정합성은 당대 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지적 수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372. 공자는 서주에 나타난 귀족 중심의 통치 질서를 새로운 지식인의 자기 수양과 덕치의 이념을 통해 회복하려고 노력했지요. 이에 반해 묵자는생산에 참여하는 모든 인민의 협동적 연대와 경제적 상호 이익을 통하여 사회를 새롭게 조직하려고 했습니다.

>> 훨씬 근대적임을 알 수 있다. 이제 겨우 고대사인데..

>> 나는 그의 노자가 기억에 남은 이유를 알았다. 그는 고전에서 이십년을 버틴 것이다.

406. 별이 떨어지고 나무가 울면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여 이 무슨 일인가 한다. 아무것도 아니다. 이것은 사물의 변화일 뿐이다. 괴상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두려울 것은 없다. –순자

408. 순자는 인간의 능동적 참여를 천명합니다. 천이 해결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 개인의 사상이란 크게 보아 사회적 성과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지요.

>> 동양 고전이 미신적이고 신비주의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이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가? 대단히 합리적이고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 상호보완적이다.

433. 세상이 변화하면 도를 행하는 방법도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법가의 현실인식입니다.

>> 나쁜 남자에 끌리듯이 법가에 끌린다. 한비자, 관중 등에 시선이 간다. 논란이 많은 자들이라그런가. 책이 좀 가벼웠으면..했는데 제일 두꺼운 편이다.

  

3. 내가 저자라면

1) 뼈대 및 목차

1장 서론

나와 동양고전과의 인연 l 국어사전 290 l 화두話頭와오래된 미래’ l 천지현황과 I am a dog l 차이에 주목하는 것은 부분을 확대하는 것 l 고전 독법의 참여점Entry point l 삶을 존중하고 길을 소중히 하고 l 자연이 최고의 질서입니다 l ‘인간은 인간관계입니다 l 모순의 조화와 균형 l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곳

 

2장 오래된 시와 언 [시경]詩經 [서경]書經 [초사]楚辭

상품미학의 허위의식으로부터 삶의 진정성으로 l 거짓 없는 생각이 시의 정신입니다 l 사실이란 진실의 조각 그림입니다 l 풀은 바람 속에서도 일어섭니다 l 기록은 무서운 규제 장치입니다 l 불편함은 정신을 깨어 있게 합니다 l 중국 최고의 정치가 주공 l 미래는 과거로부터 옵니다 l [초사]의 낭만과 자유 l 현실과 이상의 영원한 갈등 l 낭만주의와 창조적 공간

 

3 [주역]의 관계론 [주역]周易

바닷물을 뜨는 그릇 l 과 전 l 爻와 괘 l [주역] 읽기의 기초 개념 l 와 응 l 죽간의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l 지천태地天泰 l 천지비天地否 l 산지박山地剝 l 화수미제火水未濟 l 절제와 겸손은 관계론의 최고 형태

 

4 [논어], 인간관계론의 보고 [논어]論語

춘추전국시대 l 배움과 벗 l 옛것과 새로운 것 l 그릇이 되지 말아야 l 부끄러움을 아는 사회 l 바탕이 아름다움입니다 l 공존과 평화 l 낯선 거리의 임자 없는 시체가 되지 마라 l 신뢰를 얻지 못하면 나라가 서지 못한다 l 참된 지知는 사람을 아는 것 l 정직한 방법으로 얻은 부귀 l 이론과 실천의 통일 l 어리석음이 앎의 최고 형태입니다 l 모든 사람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습니다 l 마을의 좋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 l 광고 카피의 약속 l 학습과 놀이와 노동의 통일 l 산과 강은 오래된 친구입니다 l 공자의 모습

 

5장 맹자의 의 [맹자]孟子

어찌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l 여럿이 함께하는 즐거움 l 차마 남에게 모질게 하지 못하는 마음 l 화살 만드는 사람과 갑옷 만드는 사람 l 소를 양으로 바꾸는 까닭 l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이야기하기 어려워한다 l 스스로를 모욕한 후에야 남이 모욕하는 법

 

6장 노자의 도와 자연 [노자]老子

道는 자연을 본받습니다 l 노자가 보이지 않는 [노자] l 도라고 부를 수 있는 도는 참된 도가 아닙니다 l 인위人爲는 거짓()입니다 l 뼈를 튼튼히 해야 l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서 바다가 됩니다 l 빔이 쓰임이 됩니다 l 스스로를 신뢰하도록 l 서툰 글씨가 명필입니다 l 진보란 단순화입니다

 

7장 장자의 소요 [장자]莊子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다 l 호루라기를 부는 장자 l 높이 나는 새가 먼 곳을 바라봅니다 l 이것과 저것 저것과 이것 l 마음으로 소를 대할 뿐입니다 l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 l 부끄러워 기계를 사용하지 않을 뿐 l 아기가 자기를 닮았을까 두려워하다 l 책은 옛사람의 찌꺼기입니다 l 쓸모없는 나무와 울지 못하는 거위 l 빈 배 l 나비 꿈 l 혼돈과 일곱 구멍 l 참다운 지식 l 고기는 잊더라도 그물은 남겨야

 

8장 묵자의 겸애와 반전 평화 [묵자]墨子

여러 시내가 몸을 섞어 강이 됩니다 l 묵자의 검은 얼굴 l 2천 년 만에 복권된 [묵자] l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 l 물에 얼굴을 비추지 마라 l 수염을 그을리고 옷섶을 태워야? l 실이 물드는 것을 보고 슬퍼하다

 

9장 순자, 유가와 법가 사이 [순자]荀子

하늘은 하늘일 뿐 l 인간의 능동적 참여 l 성악설의 이해와 오해 l 란 기르는 것이다 l 나무는 먹줄을 받아 바르게 됩니다 l 예와 악이 함께하는 까닭

 

10장 법가와 천하통일 [한비자]韓非子

어제의 토끼를 기다리는 어리석음 l 옥중에서 사약을 받은 한비자 l 강한 나라 약한 나라 l 임금의 두 자루 칼 l 나라의 쇠망을 알려주는 일곱 가지 징표 l 탁과 발, 책과 현실 l 나라를 어지럽히는 다섯 가지 부류 l 교사巧詐는 졸성拙誠보다 못한 법 l 법가를 위한 변명 l 천하 통일과 이사

 

11장 강의를 마치며 불교佛敎, 신유학新儒學, [대학]大學, [중용]中庸, 양명학陽明學

천지가 찬란한 꽃으로 가득 찬 세계 l 도전과 응전 l [대학] 독법 l [중용] 독법 l 이학理學에 대한 심학心學의 비판 l 고전 독법에서 문명 독법으로 l 가슴에 두 손

 

제자백가시대 중국 고전을 두루 다뤘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이미 폭넓은 스펙트럼을 지녔다. 특히 시간순 구성에 얽매이지 않아 좋았다. 공자의 인에 대해 이야기 하다 맹자의 의에 대해 이야기하니 그 차이가 명백하게 드러났고, 노자와 장자가 유가의 어떤 부분을 인위로 지적했는지도 명확하게 보였다. 또한 그러면서 노자, 장자의 차이점이 제대로 부각되었다. 이후 상대적으로 저변에 있던 묵자 등도 놓치지 않고 챙겼고, 결국 천하통일을 이뤄낸 법가에 다다르며 고전 여행을 마무리 짓는다. 강의는 고전의 여행 같은 책이다. 하나의 거대한 가락에 따라 여러 선생들의 주장을 풀어냈다. 어느 정도 세속의 혼탁함에서 떨어져 있는 줄만 알았던 동양 고전에도 현장의 깊숙함이 있음을 알게 된다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2) 가장 마음에 드는 장절

 298. 자연은 그 자체로서 완성된 것이며 다른 외부를 가지지 않은 존재입니다. 독립적 존재입니다.

>> 그 강의 끝에는 분명 동양사상의 바다로 통하게 될 것이다. 그리 살아왔던 그 본연의 모습 즉, 자연으로 말이다.

326. 길다고 그것을 여분으로 여기지 않고 짧다고 그것을 부족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 이것이 자연이며 도의 세계입니다.

>> 나는 묻는다. 그게 가능한가? 그렇게 생각하는게 가능한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래도 노력이라도 해보는 것이 중요한 건가?


 

3) 보완점

강의는 언제 읽어도 좋았다. 대학시절강의에 대한 좋은 추억만 있던 나는 이번 주의 독서를 내심 고대했다. 그러나 이상하다. 책이 주는 울림이 이전만 못하다. 특히 고전의 먼지를 털어 현대의 맥락에서 고전을 다시 읽어보는 것이 이 책의 묘미인데, 현대의 맥락이라는 것이 날카롭지가 못한다. 현대의 문제라는 것도 굉장히 다양한 층위를 지니고 있는데도, 너무 일반화시킨 것은 아닌지 아쉽다. 말하자면, ‘대입 논술고사 대비 기출문제집, 동양 고전편같은 느낌이다. 모든 것을 말하려다 보니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는 책이 되어 버렸다.

오래간만에 다시 읽은 강의는 틀에 박힌 현대 문명 진단 및 비판은 너무 많은 사람을 통해 자주 거론된 연유로 식상했다. 다만 케케묵은 줄 알았던 고전들이 사실은 매우 트렌디하다는 것이 놀라운 정도였다. 그것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책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보다 내가 그만큼 자라서 일거라 생각한다.

오히려 이번 리뷰는 저자의 인생에 더 많은 조명이 비춰졌다. 그가 감옥에 들어가게 된 경위, 그가 감옥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왜 하필 동양 고전이었는지 등의 동기가 궁금했다.

어쩌면 그가 고전 강독을 해내면서 알게 된 것들은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기본이면서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조명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 된다. 치세란 요원한 길을 가는 것이다. 개인의 인생 또한 마찬가지이다.

4) 키워드

자연, 신뢰, 받아들임

노자에서 자연을 인간의 외부가 아닌, 생긴대로 사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또한 공자의 논어 자체가 신뢰도가 매우 높은 사회를 전제로 군자의 유가적 가치를 설파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IP *.50.21.2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