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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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12■
인드라망, 7월 24일
걷고 있다. 걸음의 속도는 일정하다. 흐트러짐 없는 듯이 걸어야 한다는 일념, 오기 하나로 길을 버텨낸다. 그 길에서 분노와 절망을 집어 올린다. 결코 그것을 집어 들고 싶지 않았다. 허나, 길을 가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또한 사방은 모두 그것들의 세상이라 수많은 분노와 절망 속에 있고 싶지 않았다. 하나를 걷어 내고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걷어내어 손끝에 걸린 절망과 분노를 빙빙 돌리다 패대기치고 싶었다. 그러고 싶었다. 분노를 알아 달라 하지 않는다. 어느덧 쉽게 분노하고 쉽게 절망한다. 내 손 끝에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손끝에선 분노가 입가엔 절망이 머물지 않기에 나로부터 밖으로 몰아치는 그 어떤 욕설도 그 어떤 폭력도 없다. 내 분노와 절망은 모두 가슴 언저리를 붙들고 있다. 절규는 내 속 안에서만 이뤄지는 욕설이며 폭력이다. 더욱 더 견고하게 쌓여간 성벽을 보니 이 세상의 주인은 진정 자본주의 경제다. 주객이 전도된 사회의 2014년 7월 24일의 하늘, 이쪽 하늘에선 비가 저~쪽 하늘에선 폭격이 버려진 인간들 머리 위로 떨어졌다. 도로 위에서 비까지 맞은 어머니는 실신하였으나 닭장차벽에 갇혀 오래도록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했고, 사방 높은 벽 속 베이트하눈의 학교에 떨어진 폭탄은 병원으로 이송할 수고를 아끼느라 어린 아이들을 즉시 사망케 했다. 하늘의 제석천은 비가 내리고 폭탄이 떨어지던 날, 무엇을 하고 있었나. 사천왕을 거느리며 일체의 악마를 물리친다는 제석천은 비오는 날 불꽃놀이에 걸쭉하게 술한잔 걸치고 있었나. 인드라망의 무기가 아까워 저 따위에는 눈을 감고 있었나. 눈을 뜨고 인드라망을 조금 더 펼쳐 내 보여주기를, 진리를 믿고 따르는 이들을 수호할 책임을 지기를 왜 제석천에게 가서 빌고 있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빈다. 인드라망의 넓고 큰 그물의 코마다 걸려 있는 구슬이 또렷하게 이 모습들을 비추고 있을 터,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이 모습을 볼 수 있는 눈만이라도 남아 있기를 바라건만, 이미 글렀다라는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세상은 오래도록 말해왔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고, ‘서로’라는 단어를 꼭 붙들고 지금까지 견디어 왔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일체의 관계들에 믿을 것은 사람뿐, 믿지 못할 것은 사람뿐이라는 아이러니와 역설로 버텨오던 시간이었다. 시간은, 해결해주지 않았다. 긍정적 의미의 덧없음과 인간적 성숙을 깨닫기엔 시간이라는 흐름이 몹시도 부족했거니, 생각한다. 늘, 기대하고, 후회하고, 그렇기에 또한 혐오도 쌓여간다. 역시 세상을 터무니없이 낙관적으로 보았던가. 무엇에 기대었던가. 인간에 대한 믿음과 인간 본성에 대한 근원도 알 수 없는 기대는 한줌 설 자리를 잃는다. 성선설도 성악설도 모두 다 틀려먹었다. 여기 옳거니, 이 불편한 심경을 그득하게 울려주는 문장을 만나 더욱 불편해진다. 자본주의 경제는 당연히 욕망 그 자체를 양산해내는 체제입니다. 욕망을 자극하고 갈증을 키우는 시스템이 바로 자본주의 체제입니다. 수많은 화(貨)를 생산하고 그 화에 대한 욕구를 극대화합니다. - 신영복, 강의-나의 고전독법, p280. 나는 지금 폭격에 사망한 가족을 찾아 폐허된 땅에 들어서다 확인사살로 죽어가는 한 청년이다. 나는 지금 폭탄에 맞은 피흘리는 아이를 안고 폭탄맞은 병원으로 들어서는 폭탄맞은 아버지다. 나는 지금 끊임없이 걸어도 잊혀지지 않는 잊을 수 없는 아이를 가슴에 품은 유가족이다. 나는 지금 내가 죽은 이유를 알고자 하는 물속에 잠겨 있다 나온 영혼이다. 나는 지금 온갖 민영화에 노심초사하는 돈없고 권력없는 서글픈 시민이다. 나는 지금……아니, 오래도록……가치를 잃은 상품이다. 수많은 화(貨)가 생산될 때, 그때마다 수많은 화(火)와 화(禍)가 솟아 나왔고 수많은 인(人)이 소멸되었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인드라망, 끊임없이 얽히고설킨 인과관계, 자본주의가 내달리는 귀결이다. 세월호 사건을 위한 대책이란, 휴가도 가지 않고 내놓은 대책이어서 여전히 헤롱헤롱 중심을 잃은 대책들이 난무한다. 딱 하나 중심을 잃지 않는 건, 그저 돈 가진 놈 잡아다가 그 돈 뿌려주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이 정당하다는 듯 폭격을 퍼붓고 외신들도 친이스라엘 적인 기사들을 내보내고 있다. 내가 아는 것, 알 수 있는 것, 뭘 그리 잘 알겠냐만은, 나는 수천년 동안 내려온 유대인을 깨우치고 지혜를 가르쳤다는 이스라엘의 저 탈무드가 이들을 잘못 이끌어왔다는 생각만이 가득할 뿐이다. 인류의 지혜 탈무드란 경전을 가지고 시오니즘도 아닌 선민사상을 굳건히 하는 유대인, 돈에 관한 확실한 능력을 가르쳐 주는 탈무드의 지혜로 전세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이스라엘에 농락당하는 자본주의를 따르는 국가들, 사람들. 이스라엘은 이 폭격을 멈추지 않는다. 가자지구는 자신의 땅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힘을 과시하는 미국에도 주눅들지 않고 국제사회의 질서와 규칙도 무시한다. 그들은 당연 신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의 신이니까. 탈무드의 지혜는 이들을 이렇게 이끌었다. 돈과 경제에 관한 확고한 철학과 기술을 구사하는 유대인들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힘도 가졌고 돈도 가졌고 신도 가졌으니. 그러나,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하나 있다 한다. 바로 BDS-Boycott(불매 등 불참)·Divestment(투자중단)·Sanctions(제재)-다. 그러니까 우리가 자주 보아왔던 불공정한 기업에 대해 가했던 물건 안사기와 같은 것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불법행위에 대한 항의로 이뤄지는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도 하지 말고 이스라엘에서 생산되는 상품도 사지 말자는 이러한 움직임에 이스라엘은 매우 민감하다. 그들은 인간적인 측면으로도 보편적 질서와 규칙, 세상의 공조에 관해서도 무심하다. 그러나, 그들의 상품을 ‘사지 않는다’는 말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만들어낸 인간소외는 자본주의가 애지중지하는 ‘상품’을 소외시킴으로써 갚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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