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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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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28일 11시 52분 등록

한때 감옥생활을 동경한 적이 있었다. 밥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수습해야 하는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였을 때, 매일 밀어 올려야 하는 시시포스의 돌이 너무도 무겁고 지리해서 생긴 동경이었다. 그곳에 가면 안고 살아가는 모든 문제와 단절이 될 것이고, 엘뤼시온에서 느낄 수 있는 평화가 도래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이 가끔 그곳을 선망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하였다.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게 된 원인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밑바닥에는 그곳을 학교로 만들어 배움의 장소로 만든 분들의 발자국이 발견되었다. 평생 학생을 지향하는 나에게 그 분들의 삶은 감동 그 자체였고, 더욱이 그분들의 손끝에서 마무리되는 글은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마저도 찬란한 꽃으로 피워내는 내공의 소유자들이었기에, 더 큰 이끌림이 존재했던 것 같다. 맑고 깨끗한 글에서 느껴지는 조용함은 그들의 인생과 어우러져 강한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신영복선생과 왕멍선생이다. 그들이 그리는 인생궤적은 비슷하다. 20대 청년에 시작된 수감생활은 40대 중년이 되어서야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으며, 억울함과 분노를 빼면 그들의 인생을 말할 수 없을진대, 이 또한 이미 승화 되어 그들에게서 사라진 지 오래라는 것을 글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신영복선생은 통일혁명당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분이었다. 평생을 감옥에서 살다가 삶을 마감해야 하는 형을 받았기에, 1988년 특별 가석방을 받기 전까지는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그에게 질문을 던진다.

“20년 감옥생활을 어떻게 견디셨어요?”

“20년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하루하루 찾아오는 깨달음 이었어요. 한 마디로 한다면 나의 대학 시절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왕멍선생 또한 비슷한 길을 걸었다. 14살에 중국혁명에 뛰어들어 지하당원이 되었고, 1958년에는 우파로 낙인 찍혀 16년간 신장에 유배된 삶을 살아야 했다. 자신의 신념은 그를 수감생활로 이끌었고 역시 중년이 되어서야 그 생활의 끝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분노도 어느새 조용하면서도 묵직한 글로 변해있었고, 지금은 중국인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런 삶 속에서 녹아난 그들의 글과 내공은 샘이 나기에 충분했고, 필수조건으로 감옥이라는 성찰의 장소가 필요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휩싸였던 적이 있었으니, 지금 돌아봐도 철이 없긴 없었다. 연구원이 되어 신영복선생의 책을 다시 집어 드니 그때의 생각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그렇다고 수감생활을 한 사람들이 두 분처럼 다 성찰의 장소로 삼은 것도 아닐진 데 어디서 나온 유아적인 발상인지 자꾸만 웃음이 난다.

두 분의 공통점을 찾아보니 매일 반가운 손님처럼 찾아오는 깨달음을 기꺼이 맞아들인 분들이었다. 한 끼 밥 먹는 동안에도 세 번씩이나 먹던 밥을 뱉어내고 손님을 맞으러 달려 나가는가 하면, 한 번 머리 감는 사이에도 세 번씩이나 젖은 머릿단을 움켜쥐고 손님을 맞으러 달려 나간 주공처럼, 아주 초라한 곳에서 조차 기쁜 마음으로 손님을 맞을 줄 아는 분들이었다. 그 기쁨의 깨달음이 존재했기에 오늘의 영광도 있는 것이다.

그 분들의 삶에 반추해 구호를 하나 내걸었다. “일상을 학교로수감생활에서 한 일을 일상에서 하지 못하란 법이 없지 않은가? 더 많은 기회와 자유를 누리고 살면서 감옥을 선망하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지금의 생활에서 창살을 몇 개 거두어 내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본다면 이보다 더 훌륭한 학교가 어디 있을까? 모든 일에서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우리 삶도 일상의 학교를 통해 더 풍성해 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IP *.213.2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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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8 12:01:18 *.201.146.143

이 글을 보면서 지금 내가 감옥에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끊임없이 들여다 보고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단단해 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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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8 13:17:59 *.213.28.79

가만히 생각해 보니 수많은 감옥에서 살고 있는데 그것이 또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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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8 12:51:45 *.94.41.89

매일오는 깨달음을 주공처럼 뛰어나가 기쁜 마음으로 맞이한다는 표현이 콱콱 와닿습니다.

일상을 학교로! ^^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작은 일에 더욱 기쁨과 감사, 배움을 강화하기로 했답니다.

좋은 글 감사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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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8 13:19:03 *.213.28.79

그러게 깨달음을 주공처럼 맞이한다면 참 재미있는 세상이 될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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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8 14:17:59 *.85.20.115

감옥갈까봐 쬐끔 놀랬던 시절이 있었는데ㅠㅠ

참치언니는 이미 참치학교 교장같음.

근데 선생이 자꾸 학생같이 굴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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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8 18:22:14 *.213.28.79

난 학생이 좋아 평생 학생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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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8 18:14:16 *.113.77.122

일상을 학교로 ^^ 멋있네. 

매일의 깨달음을 느끼며 살아가는 참치의 멋진 삶이 기대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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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8 18:41:07 *.213.28.79

ㅋㅋ

같이해여 언니한테도 잘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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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9 00:14:33 *.222.10.126

참치 난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정말 한 말이 없는 것 같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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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9 11:20:43 *.213.28.79

스페인서 이야기 많이 하자. 난 자는 시간이 아까울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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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9 12:22:15 *.223.33.129
참치 감속을 선망하다? 우하하하하...... 나랑 정 반대네~ 난 날으는 새를 선망하는데...

왕멍선생은 "나는학생이다"인가에서 멍때리는 선생으로 나왔던가요? 유배중 위구르어 낭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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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9 12:26:18 *.223.33.129
으로 공부하는데 위구르 현지인이 진짜 위구르 사람이 연설하는줄 알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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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9 14:16:34 *.213.28.79

맞아요 그분이에요. ㅋㅋㅋ

학교때 열심히 공부하지 나이 먹이 이게 웬일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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