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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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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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3일 14시 19분 등록

3년째 변화경영연구소 하계 연수를 가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여행이고 보니 이제 아내에게도 살짝 미안하고 아이에게는 더더욱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더구나 아이는 7월에 팔꿈치 골절로 기브스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려니 마음이 아픕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기에는 이미 나이를 많이 먹은 탓이기 때문입니다. 40이 훌쩍 넘은 나이에 가족을 거느린 가장으로서 홀로 여행을 다닌 다는 것은 직업적인 여행이 아니고서야 마음이 넉넉할 수가 없습니다.

 

2012년 봄 변경연의 단군의 신화 프로그램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시칠리아 하계 연수 공지를 보고 망설임 없이 신청을 하였습니다. 10여 년의 직장생활의 피로감으로 턱밑까지 가득 찼던 삶의 불만들과 답답함을 어찌할 방법을 몰랐던 그 당시 저는 정말 무작정 떠나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무언가 신선한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나듯 숨쉬고 편히 쉴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잘 다녀온 인생 최고의 여행이었습니다.

 

2013년 여름 변경연은 구본형 선생님께서 돌아가셔서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렵게 몽골로 하계 연수를 계획하였습니다. 프로방스로 계획되어 있던 여행이었지만 선생님 돌아가시기 전 꼭 다시 가보고 싶어 하시던 몽골로 결정하게 된 것이었다. 아내와 아이와 프로방스로 연수를 따라갈 계획을 갖고 있던 나는 아내와 아이를 집에 두고 또 혼자 그 여행을 따라 나섰었습니다.

 

2013년 몽골 여행에서 전 몽골 초원과 흡수골 그리고 말을 타고 달렸던 초원에 흠뻑 젖어 자연의 포근함을 느꼈지만 알 수 없는 외로움과 허전함을 떨칠 수는 없었습니다. 돌아와서 여행기를 써볼까 해도 도무지 쓸 말이 없었고 아쉬움만이 컸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구본형 선생님께서 계시지 않은 것이 2012년 여행과 대비되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던 것 같습니다.

 

2014년 변경연 하계 연수는 스페인으로 갈 예정입니다. 올해는 연구원으로 여행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012년 시칠리아 타오르미나의 거리를 선생님과 같이 걸으며 10기까지 연구원을 뽑으실 계획이 있으시냐고 물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지금 선생님께서는 계시지 않지만 전 이렇게 10기가 되어 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14년 하계 연수 준비는 7월이 되어서야 시작하였습니다. 연구원 과정 따라가느라 시간에 쫓기고 매일매일 회사 일에 정신이 없기에 연구원으로 참여하는 연수를 잘 준비해 보고픈 마음은 있었지만 물리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7월에 접어 들었고 7월 오프 수업이 끝나고서야 겨우 준비를 할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우선, 여행지 소개 자료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다녀와서 어떤 여행기를 만들지 모르지만 우선 찾아갈 곳에 대한 자료 수집 차원에서라도 말입니다. 연구원 10기는 10명입니다. 교육팀의 의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페인 여행은 여행계획을 멋지게 짜주신 로이스 선배님 덕으로 스페인의 좋은 도시와 명소를 두루 찾아가보고 즐길 수 있도록 짜였습니다. 10기는 각자 도시를 맡아서 간단하게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이 글들이 모여서 스페인 하계 연수 안내 책자가 되어서 오늘 제 손을 떠났습니다. 사진들과 몇 가지 조사된 글들이 전부이지만 간단한 소개책자 정도의 분량이라 마음에 듭니다. 인쇄는 로이스 선배님께서 해주신다고 하니 더더욱 고마울 따름입니다.

 

여행을 준비하며 알 수 없는 허전함이 계속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그것은 무엇일까? 덤덤한 마음으로 모니터 앞에 앉아 여행 안내서를 정리하는 내내 그 덤덤함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간혹 머리를 들이밀 때는 이게 뭐지 하고 보았지만 몰랐었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구본형 선생님은 이 여행에 어떻게 참여하고 계셔야 하는가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안내서 제일 앞에 선생님의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0기에는 선생님의 막내딸인 해언씨가 같이 하고 있습니다. 안내서에 넣을 선생님 글귀를 뽑아달라 부탁했고 떠남과 만남에서 한 페이지 분량을 발췌하여 주었습니다. 그래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남았습니다. 2013년 몽골로 출발할 때처럼 무언가 남겨둔 것 같은 느낌 말입니다.

 

지난 3월에 정리하던 잠언록이 생각났습니다. 선생님의 책에서 10 10명이 한두 권씩 맡아서 마음에 드는 글귀를 발췌해 두었고 제본하여 연구원들께 선물로 드릴 계획이었으나 못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렇지! 이걸 정리해서 여행에 가지고 가자. 모든 여행의 참가자 분들께 나누어드리고 선생님이 이 여행에 함께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자.” 이렇게 생각이 미치자 곧바로 묵혀두었던 그 글들을 다시 꺼내어 하나의 자료로 묶고 약간의 편집을 하고 책들의 표지 사진을 넣었습니다. 만들어 놓고 보니 왜 그 동안 미루어 놓았을까? 반성하게 됩니다. 너무 잘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못하듯이 이렇게 묶어 놓고 보니 앞으로 계속 다듬어서 연구소 분들과도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4년 변화경연연구소 하계 연수는 스페인으로 떠납니다. 열정의 나라 스페인에서 연구원들은 사랑 수업을 할 것입니다. 연구원의 전통이며 자랑이기도 한 하계 연수 사랑 수업은 서로를 울게 하고 웃게 하였던 것으로 압니다. 지난 2년간의 연수 동행에서 느꼈던 선배들의 진실된 삶으로 다가가는 순간순간들을 이제 저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합니다. 모두 건강하게 연수를 즐기고 많은 것을 안고 보다 나은 삶을 살수 있는 마음을 갖고 오게 되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여행의 일정, 오리엔테이션, 스페인 영화보기를 기획하고 준비해주시고 여행에 임박하여 바쁘신 와중에도 여행 안내서와 잠언록 제본까지 맡아주신 로이스 선배님께 10기를 대표해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구본형 선생님께서는 생전에 여행을 무척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여행에 대해서도 좋은 말씀을 많이 남기셨습니다. 전 이 말씀이 가슴에 남습니다. "여행의 목적은 여행의 목적지에 닿는 것이 아니라 여행 자체이다. 삶에도 정해진 아무런 목적이 없다. 삶의 유일한 목적이 있다면 삶 자체이다." 정말 가슴에 와닿지 않습니까?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께서도 좋은 여름 휴가 보내시고 영혼과 마음에 힘을 회복하셔서 나은 일상을 만들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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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3 20:55:52 *.160.136.90

함께 잘 노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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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3 22:35:13 *.101.168.170

애 많이 쓰셨습니다, 영원한 우리의 웨버 희동이님^^

내리 3년을 연수여행에 동참했다니 그 열정과 사랑의 깊이가 짐작됩니다.

이번 데카상스 여행을 위하여 안내책자와 잠언록까지 챙기는 님의 세심한 배려 덕에 길이 남을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강건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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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4 13:31:57 *.104.9.216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ㅎㅎㅎ 잠언록, 안내책자 ... 나는 생각치 못한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살이 점점 붙어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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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4 16:06:20 *.113.77.122

3관왕이셨군요 ^^

그래서 강하게 추천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요 

방금 병원갔다왔는데 아직도 무릎이 구부려지지 않지만 조금씩 차도를 보이긴 하네요.

멋진 여행을 나름 준비하는것 같아 역시 웨버의 내공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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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5 11:06:40 *.218.175.50

웨버의 그것이 참 부러워요. 하계연수의 역사 속에 같이 있었던 것.

그리고 이번 연수에서 동순이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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