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2922
- 댓글 수 3
- 추천 수 0
만약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류시화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말들이 달라졌으리라
봄은 떠난 자들의 환생으로 자리바꿈하고
제비꽃은 자주색이 의미하는 모든 것으로
하루는 영원의 동의어로
인간은 가슴에 불을 지닌 존재로
얼굴은 그 불을 감추는 가면으로
새는 비상을 위해 뼛속까지 비우는 실존으로
과거는 창백하게 타들어 간 하루들의 재로
광부는 땅속에 묻힌 별을 찾는 사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 가슴 안의 시를 듣는 것
그 시를 자신의 시처럼 외우는 것
그래서 그가 그 시를 잊었을 때
그에게 그 시를 들려주는 것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단어들이 바뀌었으리라
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 보게 되는 선물로
목련의 잎은 꽃의 소멸로
죽음은 먼 공간을 건너와 내미는 손으로
오늘 밤의 주제는 사랑으로
------
이 시 아랫부분에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의 가슴에 있는 노래를 배우는 것’-작자미상> 이라고 작게 적혀 있다.
시인은 이 한마디에 영감을 얻었나보다.
시인의 사전을 더 만들어볼까?
바람은 나무를 간질이는 보이지 않는 손
추억은 허공에 날리는 엷은 미소
여름은 열매를 향한 지독한 갈망
너는 알 수 없는, 잡히지 않는 나
시인이 나라를 다스린다면
노란 리본 매달일 없을 텐데
곡기 끊고 가슴칠일 없을 텐데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849 | [버스안 시 한편]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야 | 2014.08.23 | 2250 |
3848 | [버스안 시 한편] 영혼 | 정야 | 2014.08.22 | 2130 |
3847 | [버스안 시 한편]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 정야 | 2014.08.21 | 2452 |
3846 | [버스안 시 한편]나무가 흔들리는 것은 | 정야 | 2014.08.20 | 2482 |
3845 | [버스안 시 한편] 내가 아는 그는 | 정야 | 2014.08.19 | 2290 |
3844 |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 햇빛처럼 | 2014.08.19 | 2756 |
3843 | [버스안 시 한편] 이타카 | 정야 | 2014.08.18 | 2868 |
3842 | [버스안 시 한편]주석 없이 | 정야 | 2014.08.16 | 2467 |
3841 | [버스안 시 한편] 내가 만일 애타는 한 가슴을 | 정야 | 2014.08.15 | 2488 |
3840 | [버스안 시 한편] 천 명 중의 한 사람 | 정야 | 2014.08.14 | 2528 |
3839 | [버스안 시 한편] 인연 [1] | 정야 | 2014.08.13 | 2429 |
3838 | [버스안 시 한편] 지상에 뜬 달 한줌 | 정야 | 2014.08.12 | 2456 |
3837 | 안부인사. | 햇빛처럼 | 2014.08.11 | 2248 |
3836 | [버스안 시 한편] 선천성 그리움 | 정야 | 2014.08.11 | 2363 |
3835 |
추억2 ![]() | 햇빛처럼 | 2014.08.09 | 2200 |
3834 | 추억 [1] | 햇빛처럼 | 2014.08.09 | 2084 |
» | [버스안 시 한편]만약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3] | 정야 | 2014.08.09 | 2922 |
3832 | [버스안 시 한편]무지개 [2] | 정야 | 2014.08.08 | 2139 |
3831 | [버스안 시 한편]바람의 집 [2] | 정야 | 2014.08.07 | 2725 |
3830 | [버스안 시 한편]비밀이 사랑을 낳는다 [3] | 정야 | 2014.08.06 | 2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