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키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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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한 분야의 ‘대가’는 일에 관한 자신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 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에 따르면, 서양 미술사가 알로이스 리글은 미술사를 ‘정신사’로 바라봤다. 아놀드 하우저는 ‘사회사’로 미술사를 연구했으며, 에르빈 파노프스키는 도상학으로 미술사를 접근했다. 세 사람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본다면 각자의 해석이 다를 것이다. 해석은 관점에서 나오는데, 세 사람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홍준 교수가 예술을 보는 관점은 ‘감동’이다. 그는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사진)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나는 미술작품으로부터 받은 ‘감동’에 기초해 미술사를 연구하기로 했다. 내가 오랫동안 미술과 문화유산 현장을 돌아다닌 것도 순전히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서였는지 모른다.”
왜 감동일까? 그는 “아름다운 진실에 감동하지 않고는 한국성이라는 객관화된 실체를 찾을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믿음은 가치를 반영하고, 가치는 태도로 연결된다. 가치와 태도는 자신의 분야에서 이루고자 하는 뜻과 일에 대한 마음에서 나온다.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을 말하다>에 나오는 여러 분야의 장인들은 자기 일에 관한 각자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사진가 배병우는 사진을 공부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진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에 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민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찾아나가면서 그의 사진관이 정립되었고, 그의 작품들은 그 과정의 소산이다. 국악전문음반사 ‘악당이반’의 김영일 대표에 따르면, ‘장인이란 자기가 속한 영역의 한 부분에서 심관(心觀)을 한 사람’이고, ‘자기 영역을 보는 것을 자기의 마음 보듯 하는 사람’이다. 그는 “우리 시대의 장인정신이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내가 우리 음악 일을 하는 이유는 그게 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한다.
일과 사람은 서로를 비춘다. 즉, 일은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철학과 태도와 상호작용한다. 모든 직업이 일을 한 사람을 닮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작품도 어떤 관점에서 보는 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듯이, 같은 일도 누가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른 일이 된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 평범한 일은 없다. 그 일을 평범하게 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라는 말은 옳다. 일을 하며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나의 일에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는가?’, ‘그 일에 관한 나의 믿음은 무엇인가?’, ‘어떤 태도로 그 일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일을 통해 성장할 수 있고, 일은 우리를 통해 가치가 커질 수 있다.
홍승완/‘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이름으로 한겨레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8월 14일자 칼럼이 게재되었습니다. 아래 링크 참고하시고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5105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