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 조회 수 193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내가 아는 그는
류시화
내가 아는 그는
가슴에 멍 자국 같은 새 발자국 가득한 사람이어서
누구와 부딪혀도 저 혼자 피 흘리는 사람이어서
세상 속에 벽을 쌓은 사람이 아니라 일생을 벽에 문을 낸 사람이어서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마시는 사람이어서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밥 속의 별을 먹는 사람이어서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지평선 같은 사람이어서
그 지평선에 뜬 저녁 별 같은 사람이어서
때로 풀처럼 낮게 우는 사람이어서
고독이 저 높은 벼랑 위 눈개쑥부쟁이 닮은 사람이어서
어제로 내리는 성긴 눈발 같은 사람이어서
만 개의 기쁨과 만 개의 슬픔
다 내려놓아서 가벼워진 사람이어서
가벼워져서 환해진 사람이어서
시들기 전에 떨어진 동백이어서
떨어져서 더 붉게 아름다운 사람이어서
죽어도 죽지 않는 노래 같은 사람이어서
-------
시집을 깔고 앉아 키스하던 연인이 떠난 후 시집을 펼쳐 들었다. 그 맬랑꼴랑한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시를 읽을 수 없었다. 어느 시인의 언어가 그것 이상이랴.
오늘은 나의 시에 빠져 더 이상 시인의 시를 읽을 수가 없다. 신이 나의 손을 빌려 써 내려간 여섯 시간의 긴 시. 자꾸만 행간을 읽고 은유를 감지하고 곁들여진 풍경을 응시하며 여백의 아름다움과 감정의 몰입을 음미하게 된다. 며칠 동안은 이럴 것 같은데 어쩐다지. 어쩔 수 없지. 빠져 살아야지. 본디 감동적인 시는 읽고 또 읽고 혼자서도 되뇌어보고 위로 받고 간직하게 되니까. 그나저나 궁금하다. 신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천사가 되신 스승님은 아실 테지.
잿빛 하늘과 부슬거리는 비, 어제와 같지만 어제와 다른, 천상의 날.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099 | 문화생활의 기본. [1] | 빈잔 | 2024.06.14 | 30 |
4098 | 가장 자유로운 시간. | 빈잔 | 2023.03.30 | 638 |
4097 | 내 삶을 지키기 위한 배움. | 빈잔 | 2022.12.27 | 664 |
4096 | 신(新) 노년과 구(舊) 노년의 다름. | 빈잔 | 2023.03.30 | 684 |
4095 | 나이는 잘못이 없다. | 빈잔 | 2023.01.08 | 710 |
4094 | 원하는 것(Wants) 과 필요한 것(Needs) | 빈잔 | 2023.04.19 | 713 |
4093 | 편안함의 유혹은 게으름. | 빈잔 | 2023.04.28 | 723 |
4092 | 정서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 | 빈잔 | 2023.03.08 | 746 |
4091 | 원하는 것(Wants) 과 필요한 것(Needs) | 빈잔 | 2023.05.30 | 747 |
4090 | 변화는 불편하다. | 빈잔 | 2022.10.30 | 755 |
4089 | 아름다운 인격은 행복이다. [2] | 빈잔 | 2023.01.17 | 807 |
4088 | 파스칼의 내기 게임. | 빈잔 | 2022.11.16 | 857 |
4087 | 노력하는 자체가 성공이다. | 빈잔 | 2023.05.05 | 895 |
4086 | 풋풋한 커플과 아이스티 한 잔. [2] | 그의미소 | 2023.01.06 | 905 |
4085 | 도전에는 나이가 없다. | 빈잔 | 2022.07.07 | 967 |
4084 | 노인과 어른 [1] | 빈잔 | 2022.04.16 | 1052 |
4083 | 강자와 약자. | 빈잔 | 2022.01.01 | 1399 |
4082 | 내가 창조하고 싶은 첫 번째 책 [4] | 꿈꾸는간디 | 2006.04.24 | 1413 |
4081 | 심판과의 싸움.. [2] | 김미영 | 2006.06.24 | 1413 |
4080 | 진실한 꿈 | 김성렬 | 2006.11.13 | 1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