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야
- 조회 수 282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내가 아는 그는
류시화
내가 아는 그는
가슴에 멍 자국 같은 새 발자국 가득한 사람이어서
누구와 부딪혀도 저 혼자 피 흘리는 사람이어서
세상 속에 벽을 쌓은 사람이 아니라 일생을 벽에 문을 낸 사람이어서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마시는 사람이어서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밥 속의 별을 먹는 사람이어서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지평선 같은 사람이어서
그 지평선에 뜬 저녁 별 같은 사람이어서
때로 풀처럼 낮게 우는 사람이어서
고독이 저 높은 벼랑 위 눈개쑥부쟁이 닮은 사람이어서
어제로 내리는 성긴 눈발 같은 사람이어서
만 개의 기쁨과 만 개의 슬픔
다 내려놓아서 가벼워진 사람이어서
가벼워져서 환해진 사람이어서
시들기 전에 떨어진 동백이어서
떨어져서 더 붉게 아름다운 사람이어서
죽어도 죽지 않는 노래 같은 사람이어서
-------
시집을 깔고 앉아 키스하던 연인이 떠난 후 시집을 펼쳐 들었다. 그 맬랑꼴랑한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시를 읽을 수 없었다. 어느 시인의 언어가 그것 이상이랴.
오늘은 나의 시에 빠져 더 이상 시인의 시를 읽을 수가 없다. 신이 나의 손을 빌려 써 내려간 여섯 시간의 긴 시. 자꾸만 행간을 읽고 은유를 감지하고 곁들여진 풍경을 응시하며 여백의 아름다움과 감정의 몰입을 음미하게 된다. 며칠 동안은 이럴 것 같은데 어쩐다지. 어쩔 수 없지. 빠져 살아야지. 본디 감동적인 시는 읽고 또 읽고 혼자서도 되뇌어보고 위로 받고 간직하게 되니까. 그나저나 궁금하다. 신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천사가 되신 스승님은 아실 테지.
잿빛 하늘과 부슬거리는 비, 어제와 같지만 어제와 다른, 천상의 날.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4109 | 얻는것과 잃어가는 것. | 빈잔 | 2024.11.09 | 1583 |
| 4108 | 늙음은 처음 경험하는거다. | 빈잔 | 2024.11.18 | 1658 |
| 4107 | 노력하는 자체가 성공이다 | 빈잔 | 2024.11.14 | 1726 |
| 4106 | 인생을 조각하다. | 빈잔 | 2024.10.26 | 1812 |
| 4105 | 돈 없이 오래 사는 것. 병가지고 오래 사는것. 외롭게 오래 사는 것. | 빈잔 | 2024.10.22 | 1828 |
| 4104 | 눈을 감으면 편하다. [1] | 빈잔 | 2024.10.21 | 1848 |
| 4103 | 상선벌악(賞善罰惡) | 빈잔 | 2024.10.21 | 1992 |
| 4102 | 선배 노인. (선배 시민) | 빈잔 | 2024.07.17 | 2002 |
| 4101 | 길어진 우리의 삶. | 빈잔 | 2024.08.13 | 2089 |
| 4100 | 문화생활의 기본. [1] | 빈잔 | 2024.06.14 | 2091 |
| 4099 | 나이는 잘못이 없다. | 빈잔 | 2023.01.08 | 2193 |
| 4098 | 책 한권 고르는 것의 어려움 [5] | 김도윤 | 2007.04.22 | 2205 |
| 4097 | [7] 내가 쓰고 싶은 첫 번째 책 [4] | 조윤택 | 2006.04.24 | 2207 |
| 4096 | -->[re]그대, 홍승완 | 자로사랑 | 2006.02.25 | 2208 |
| 4095 | 홈페이지 링크 [1] | 舒贇 | 2007.04.02 | 2208 |
| 4094 | 나의 연구원 일년 [4] | 이미경 | 2006.04.10 | 2210 |
| 4093 | 혼자놀기 2 - 걷기 [3] | 한명석 | 2006.09.25 | 2210 |
| 4092 | 도봉산에서의 깨달음 [1] | 꿈꾸는 간디(오성민) | 2006.03.29 | 2211 |
| 4091 | ACT II. [1] | 정재엽 | 2006.05.11 | 2211 |
| 4090 | 숙제 [3] | 자로 | 2006.09.08 | 221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