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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3일 21시 12분 등록
우리는 참 많은 걸 사랑합니다. 사람마다 사랑의 대상은 다르지만 혹은 그 사랑을 부인하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누구는 돈을 사랑하고 누구는 술을 사랑합니다. 누군가는 골프를 사랑하고 누군가는 음식을 사랑합니다. 책을 사랑하기도 하고 당구를 사랑하기도 합니다. 이성을 사랑하는 건 물론이지요. 취미 일수도 있고 욕심이기도 하고 때로는 욕망이기도 하지만 그런 것 또한 사랑의 다른 이름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사랑이 생기면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생기면 알고 싶어 합니다.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느 식당의 어떤 음식이 맛있고 뛰어난지 꿰고 있습니다. 새로운 맛집을 발견하면 달려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습니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은 생활과 대화의 대부분이 골프로 채워집니다. 골프 책을 탐독하고 퇴근 뒤에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기꺼이 연습을 합니다. 술을 좋아하면 수많은 종류의 술집을 섭렵합니다. 몸을 아끼지 않고 술을 즐깁니다. 돈을 벌려는 노력은 또 어떤가요. 재테크 공부도 하고 돈을 많이 번 사람에게 찾아가 묻고 또 묻습니다. 알고 싶어서입니다.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후배가 문득 그렇게 말을 합니다. 후배의 말은 이렇습니다. 복권이 당첨되고 많은 돈을 받았다고 하지요. 먹고 살 걱정은 없습니다. 돈을 벌기 위한 일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자기는 무얼 하고 싶을까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뜻밖에도 답을 구하지 못했다네요. 마음대로 놀 수도 있고 아무 때나 여행을 갈수도 있습니다. 좋기는 하겠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나 재밌고 기쁘겠지요.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딱히 떠오르지 않더랍니다. 후배는 답을 찾지 못했고 답답해했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그런 것조차 알지 못한다는 게 더 답답하다고 하더군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편에서 보았던 그 문장이 생각났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그 문장대로라면 후배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래서 자신을 알지 못하고, 알지 못해서 보이지 않는 걸까요. 그렇다면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요.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 걸까요. 후배가 말한 것처럼 복권이 당첨되고 생계걱정이 없고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걸 하라면 나는 무얼 하겠다고 나설 수 있을까요. 나도 역시 그게 무언지 모릅니다. 

다시 그 문장을 불러와 봅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사랑하나요, 나를. 그래서 알고 있나요, 나를. 보이나요, 내가. 적지 않은 시간을 살았음에도 나는 나를 제대로 사랑해본 기억이 없습니다. 제대로 생각해본 기억도 없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많은 것들에 대해 공부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공부를 하지는 않습니다. 사랑을 하려면 알아야 합니다. 사랑을 하려면 보아야 합니다. 당신은 당신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나요. 얼마나 보고 있나요. 그 많은 사랑 중에 당신을 향한 사랑은 크기가 얼마나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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