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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5일 01시 14분 등록

8 11일 그라나다 (희동이)

 

그라나다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동부에 위치한 같은 이름인 그라나다 주의 중심 도시이다. 시에라 네바다 기슭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그라나다는 스페인의 중요한 문화 유산들 중의 하나인 세계적으로 유명한 알람브라(Alhambra)와 알바이신(Albaicín) 지역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그라나다에는 16세기에 세워진 르네상스 양식의 대성당이 있으며 도시 구석구석에는 수많은 기념물들이 산재해 있다.

 

 

그라나다는 선사시대에 Ilbyr라고 하는 이름으로 원주민이 살고 있었고, 로마가 침공하여 스페인 남부 지역을 식민지화하였을 때 여기에 도시를 건설하여 Illibris라고 하였다. 그라나다는 711년 무어인들이 알람브라 언덕에 살던 유대인의 도움으로 서고트족에게서 이 지역을 넘겨받았을 때 당시 이 지역의 이름이었던 가에나타 하우드에서  그라나다의 이름이 유래하였다. 그라나다라는 말 속에 스페인어로 석류를 뜻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그라나다에 가면 석류를 꼭 먹어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렇듯 그라나다로 향하는 도로에서는 넓은 석류 농장을 볼 수 있다. 드넓은 스페인의 석류 농장들은 구릉을 타고 끝없이 펼쳐지는데 그라나다는 석류처럼 껍질을 까야 먹을 수 있듯이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동쪽으로 등지고 위치해 있다.

 

 

1212년의 라스 나바스 데 톨로사 전투에서 이슬람교도들이 패배한 이후, 1248년에는 카스티야 왕국의 공격으로 세비야가 함락되었다. 이슬람 세력은 집시의 피를 받은 땅 그라나다에 군사적 정치적 혼란 속에서 무하마드 1세가 나스르 왕조를 세웠다. 이 왕국은 이베리아 반도에 머물렀던 이슬람교도 최후의 왕국으로 1248년에서 1492년까지 존속했는데, 이슬람교도가 이베리아 반도에서 나라를 세우고 처음으로 수도를 정한 곳이 코르도바라면, 그라나다는 이슬람교도 통치 3, 즉 쇠퇴기를 장식하는 도시로서 이슬람 세력이 반도에서 물러날 때까지 250여 년 동안 이베리아 반도에 존속했다.

 

결국, 스페인에서 이슬람 세력은 쇠퇴하기 시작하여, 이슬람 세력의 마지막 유산을 지키기 위해 남아 있던 그라나다의 나스르 왕조도 1492년 가톨릭 왕들의 공세에 굴복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492년에 카톨릭 왕 부처에 의해 정복되었고 따라서 기독교도의 이베리아 반도 국토회복운동(Reconquista)이 완성하게 되었다. 도시를 포위하는 동안 카스티야의 이사벨 여왕은 크리스토발 콜론(콜롬부스)을 맞이하게 되고 서인도 제도를 향한 여행을 시작하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일화도 있다.

 

지금도 안달루시아 지역의 여러 성당과 기념물들을 돌아보면 스페인의 국토회복 운동의 마무리인 그라나다 정복을 다양하게 표현해 놓았는데 대표적으로 나스르 왕국의 마지막 왕 보아브딜이 카스티야의 이사벨 여왕에게 무릎을 꿇고 왕궁의 열쇠를 바치는 장면을 묘사한 다양한 조형물과 그림들이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 사건이 스페인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광이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이슬람교도들의 마지막 나스르 왕국이 존재했던 그라나다에는 알람브라 궁전이 있다. 이슬람 문화의 진수를 그대로 보여주고, 지상의 모든 기쁨이 머물고 있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게 하는 궁전이다.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진 언덕에는 원시인들의 혈거 같은 구멍들이 있는 마크로 몬테가 있다. 이처럼 그라나다에는 아랍에서 들어온 왕족이 살았던 반면에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민족이었던 집시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스페인 이슬람 건축의 백미로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을 손에 꼽는다. 알람브라 궁전의 내부공간은 훼손되지 않고 그라나다 도시의 풍경과 어울려 세월을 견디며 이슬람 건축미의 꽃으로서 유명하다.  알람브라 궁전은 이슬람 800년 지배기간 동안 가장 아름답고 온전하게 이슬람 건축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8세기 동안 이슬람의 스페인 지배 선물로 알람브라 궁전 하나면 충분할 것 같다.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에 알람브라 궁전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조건과 자신의 백성을 죽이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고 나사리에스 왕국의 마지막 왕 보아브딜은 눈물을 흘리며 알람브라 궁전을 떠날 수 있었다.

 

알람브라 궁전은 라 사비카 언덕 위에 수수한 붉은 벽돌 성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아랍어의 붉은 성 (al-qala, al hamra)에서 유래한 알람브라는 횃불이 비치면 붉게 빛나는 성벽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며 9세기 군사용 요새로 출발하였다. 밤 하늘 성벽을 밝힌 조명 등에 드러나는 서정적인 알람브라의 풍경을 알바이신 언덕에서 바라보아야만 그 의미를 확인 할 수 있다.

 

 

 

 그라나다에서 눈이 머는 것보다 더 참혹한 삶은 없다.” 스페인의 시인 프란시스코 데 이카자가 한 말이다. 알람브라 궁전의 아름다움은 이와 같이 찬사를 받아 마땅한 것이다.

 

알람브라 궁전은 스페인의 정복군주 이사벨 여왕의 노력으로 코르도바 메스키타의 전철을 밟지 않고 살아남았다. 이사벨 여황은 오랫동안 정복되지 않은 알람브라를 함락한 후 모두 부셔버리려 하였으나 그 내부를 보고 난 후 알람브라 궁전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여 부수지 말 것을 명하여 오늘날까지 인류 역사의 기념물로 남을 수 있었다. 훗날 칼르로스 1세가 알람브라 궁전의 측면을 허물고 르네상스 식으로 칼를로스 5세 궁전을 지었지만 그나마 궁전의 심장만은 허물지 않았다.

 

 

 

18세기 알람브라 궁전은 중세말의 혼란한 스페인 정국 탓으로 도둑과 거지들의 천국이었다. 1870년대 워싱턴 어빙과 같은 낭만파 작가들이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 덕분에 알람브라 궁전은 국가기념물로 선포되었다. 어빙은 1820년 짧은 체류기간 동안 나사리에스 궁전에서 알람브라 이야기를 집필하였다. 이후 파괴되고 방치되었던 알람브라 궁전의 많은 부분이 복구되었으며 헤넬랄리프 정원에 이어 알바이신 언덕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알람브라를 세상에 드러나게 한 공은 누구보다도 <스케치북>을 쓴 미국 작가 워싱턴 어빙과 작곡가 타레가에게 있다. 아랍인들이 물러나고 그리스도교도들이 이 지역을 차지하자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여 이곳은 200년간 거의 페허 상태로 방치된 채 거지와 집시의 소굴이 되었다고 한다. 이때 미국의 스페인 주재 공사로 있던 어빙이 3개월간 이곳에 머물며 알람브라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는데, 이 책을 보고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게 되었다. 이렇게 알람브라 궁전이 세상에 알려지자 스페인 정부는 이 궁전을 국가 기념불로 지정하고 복구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정부는 어빙의 공로를 인정하여 궁전 북쪽 가장 안쪽에 어빙의 방을 만들어 기념하고 있다.

 

궁전이 제법 알려졌을 즈음, 작곡자 타레가는 제자이며 애인인 콘차 부인과 이곳을 방문했다. 알바이신 언덕이 붉게 물들던 저녁, 그는 콘차 부인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날 밤 타레가는 슬픔에 젖어 달빛 속에서 콘차에게 보내는 연가를 작곡했다. 그 노래가 오늘날 기타 곡으로 유명한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그는 사자 열두 마리가 떠받치고 있는 분수가 있는 사자의 중정과 여름 별장인 헤네랄리페 정원을 오가며 분수에서 솟아올라 떨어지는 물소리에서 음을 찾아냈다. 어둠을 뚫고 아스라이 먼동이 틀 때쯤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실연의 아픔을 담아낸 것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알람브라 궁전을 찾았고 그의 스페인 여행기에 그 감상을 남겼다. 그는 여러 시간 동안 마법에 걸린 듯이 전설의 성을 돌아다녔다. 그는 그곳의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고 이리저리 다니는 동안, 그는 그가 왜 그토록 기뻐하는지 그 원인을 찾으려고 애썼다고 한다. 오랫동안 그는 서로 뒤얽힌 아라베스크 앞에 이슬람교도들처럼 앉아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알람브라를 보면서 그의 마음속에서 일어난 세 개의 중요한 감정의 근원을 찾았다. 건축물과 음악의 일체감, 기하학과 형이상학의 심오한 연관 관계에 관한 것, 관능적인 의미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거대한 성의 섬세한 표면 위에 인간의 모든 즐거움 게임들 관능적인 것이건 지적인 것이건 간에 이 성벽을 전혀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그 정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의 정신은 이 알람브라의 요새와 같지 않을까!”

 

그라나다의 유명한 스페인 가곡 그라나다를 끝으로 그라나다 소개를 마친다.

 

Granada (그라나다)

 

Granada, tierra sonada por mi (그라나다, 꿈에 그리던 땅이여)

mi cantar se vuelve gitano cuando es para ti. (그대를 위해 부르는 내 노래는 집시의 노래가 되고)

Mi cantar hecho de fantasia (환상 속에서 부르는 나의 노래를)

mi cantar, flor de melancolia (구슬픈 꽃의 노래를)

que hoy te vengo a dar (그대에게 주려고 왔소)

 

Granada tierra ensangrentada en tar de toros (그라나다, 투우 싸움의 피로 물든 땅)

mujer que conserva el embrujo de los ojos moros (황야 같은 눈을 하고 있는 신비스런 모습의 여자)

de sueno rebelde y gitanna cubierta de flores (반항적이고 꽃에 싸인 당신을 꿈꾸죠)

y beso tu boca de grana, (그리고 그대의 진홍빛 입술에)

jugosa manzana que me habla de amores. (달콤한 사과같은 키스는 사랑이라고 말하죠)

Granada manola cantada en coplas preciosas (그라나다, 마놀라가 불러주었던 고결한 노래들)

no tengo otra cosa que darte que un ramo de rosas (장비 다발도 무엇도 그대에게 더 이상 줄 수가 없어요)

de rosas de suave fragancia (달콤한 향기가 나는 장미처럼)

que le dieron marco a la Virgen Morena (붉게 물든 버진 모래나 산처럼)

Granada tu tierra esta llena de lindas mujeres de sangre y de sol. (그라나다 그대의 땅은 열정적이고 뜨거운 여인들로 가득 차 있어요)

 

de rosas de suave fragancia (달콤한 향기가 나는 장비처럼)

que le dieron marco a la Virgen Morena (불게 물든 버진 모래나 산처럼)

Granada tu tierra esta llena de linda mujeres de sangre y de sol (그라나다 그대의 땅은 열정적이고 뜨거운 여인들로 가득 차 있어요)

 

(그림 포함 첨부 참조) 

(알람브라 내부 소개 내용 보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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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31 02:41:31 *.104.212.197
알함브라의 밤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앨런에게 "The best decoration of this night is people"이라고 말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알함브라의 밤거리를 메우고 있더군요. 이후 사라진 앨런은 밤거리의 악사와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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