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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5일 02시 58분 등록

아찔하면서도 운치있는 절벽의 도시 론다 (Ronda)

 

여행 6일차의 테마는 아무래도 높이인가보다. 오전에 세비야의 가장 높은 건축물이자 화려함의 상징 히랄다 탑(35)에 오른데 이어 오후에는 까마득한 깊이의 협곡 밑바닥까지 닿은 론다의 거대한 누에보 다리까지 보게되니 말이다.

 

 

론다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말라가 주에 위치한 도시로, 해발 고도 750미터의 산중에 위치한 요새도시이고 가파른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위치하고 있는 집들이 압권이다. 이곳은 많은 예술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도시이기도 하다. 릴케는 이곳을 하늘의 정원이라고 일컬었고 헤밍웨이는 소설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이 곳에서 거주하며 집필했다. 실제로 헤밍웨이는 누에보 다리를 조망하는 전망대 길을 산책하면서 그의 소설을 구상했고 또 이곳 주민들의 이야기를 소설에 반영했다고 한다. 영화에 나오는 다리 폭파 장면도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 론다는 근대 투우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론다는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스페인의 도시 중 하나로 최근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인 미셸 오바마와 그의 자녀들이 여름휴가로 방문하면서 이름을 날린 바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모 항공사에서 소비자들의 의견을 받아 정한 사랑을 부르는 Top10 여행지에 꼽히면서 광고에 등장하기도 했으며, ‘꽃보다 할배들도 방문을 하며 한국인들 사이에서 워너비 관광지가 되었다. 많은 이들이 신구 할아버지가 한없이 감탄하며 올려다보던 누에보 다리의 풍경을 기억할 것이다. 실제로 스페인을 소개하는 세계 각국의 관광 안내 책자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1. 누에보 다리

계곡의 남쪽은 무어족이 세운 옛 도시이고 북쪽은 기독교도들이 세운 도시이다. 이 둘을 이어주는 것이 론다의 상징인 누에보 다리이다. 120미터의 엘 타호 협곡에는 양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계속 이어지고 한가운데에는 과달레빈강(Río Guadalevín)이 흘러 옛날부터 두 지역의 소통에 큰 장애가 되었다. 누에보 다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건설한 3개의 다리 중 하나다. 마르틴 데 알데우엘라(Martín de Aldehuela)가 총책임자로 무려 40여 년간의 공사기간 후 1793년에 완성되었다. 3개 다리 중 가장 늦게 완공되어 '새로운 다리'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그 옛날 이렇게 아찔한 협곡에 어떻게 이런 다리를 건설했을지 경이롭게 느껴진다.

 

안타깝게도 이 다리의 건축가 호세 마르틴 데 알데우엘라는 이 다리에서 추락사 하였다. 자신의 작품을 보기 위해 난간에 서 있었는데 벗겨진 모자를 집으려다가 추락했다는 설도 있고, 다리 측면에 완공 날짜를 새기려다가 사고로 추락했다는 설도 있다. (우리가 방문했던 날도 누에보 다리에서는 바람이 강해, 모자를 손으로 꽉 잡고 있어야했다.) 스페인 내전 때는 포로들을 이 곳에서 떨어뜨려 죽게 만들었다고도 하니, 수많은 영혼들의 여운이 짙게 깔린 곳이다. 까마득한 깊이의 협곡 밑바닥까지 닿은 거대한 다리는 그 모습이 장관을 이루어 수십 년 동안 에스파냐의 모든 인공 구조물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사진 촬영의 대상이 되었으며, 현재도 전 세계의 사진작가들이 선호하는 장소이다.

 

누에보 다리의 전경을 즐기는 데는 2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헤밍웨이가 자주 걸었다는 헤밍웨이 산책로를 지나며 전망대까지 가는 코스.

다른 하나는, 구시가지 골목길을 통과하여 누에보 다리를 조망할 수 있는 절벽 아래로 향하는 코스이다. (사람들이 구시가지를 따라 어딘가 열심히 걸어가고 있다면 십중팔구 이 코스다.) 절벽 아래로 어느정도 내려가다보면 누에보 다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닿게 되는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다음과 같다. (떨어지는 물줄기 사이로 무지개도 보인다.)

 

 

이 코스가 누에보 다리를 위로 올려다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면, 앞서 언급한 헤밍웨이의 산책길에서는 반대로, 깎아지른 듯한 엄청난 높이와 함께 탁트인 대평야를 조망할 수 있다.

  

 

또 한가지, 헤밍웨이 산책로가 시작하는 곳에는 론다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유명한 국영호텔 파라도르 론다(PARADOR RONDA)’가 자리하고 있다. 파라도르는 스페인의 국영호텔로 과거 시청, 사원, 궁전 등을 개조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론다 파라도르는 시청을 개조해서 지었다.

 

산책로 중간쯤에는 올리브 나무를 깎아 만든 목공예품(일명, Lucky Tree)을 파는 상인도 만날 수 있으니 기념으로 목걸이 하나 구입하고 기념사진 촬영해보는 것도 좋겠다. (, 절대 안 깎아준다;)

 

 

 

2. 투우장

론다는 근대 투우 발상지로서 국제적으로 유명하며 로메로 일가를 비롯한 유명한 투우사들을 배출하였다. 론다의 투우장은 1785년에 최초로 문을 열었으며,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근대 투우장이다. 아직도 가끔 경기가 열릴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으며, 최대 600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 하얀색 외관이 눈에 뛰며, 아름다운 투우장 몇 곳에 손꼽히는 곳이다. 투우장 옆에는 1984년에 설립된 투우 박물관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시인 릴케가 론다의 절벽 위에 펼쳐지는 하얀 집들의 마을, 푸에블로 블랑코(Pueblo Blanco)를 보고 조각가 로댕에게 편지를 보내며 썼던 말을 인용하며 론다 소개를 마친다.

“거대한 절벽이 등에 작은 마을을 지고 있고, 뜨거운 열기에 마을은 더 하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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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31 00:19:52 *.104.212.197
누에보 다리가 오래된 다리였군요. 파리 퐁뇌프도 이름은 새로운 다리지만 오래된 것과 비슷한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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