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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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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6일 10시 58분 등록

<블리스, 내 인생의 신화를 찾아서>는 조지프 캠벨의 강연을 데이비드 쿠들러(David Kudler)가 엮은 책입니다. 이 책에서 캠벨은 앨런 와츠(Alan Watts)와 나눈 짧은 대화가 담겨 있습니다. 언젠가 와츠가 캠밸에게 어떤 종교를 믿느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캠벨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책에 밑줄을 친답니다.” 그리고 캠벨은 중요한 것은 접근하는 방식에 있습니다라고 덧붙입니다.

 

캠벨의 말을 보고 책과 독서를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맥락을 살펴보면 꼭 그렇게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종교의 목적이 깨달음과 해방, 그리고 구원이라면 누군가에게는 책이 깨달음과 구원과 해방의 문일 수 있고,

독서는 깨달음을 구하는 행위이자 구원과 해방에 이르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캠벨은 새러 로렌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엄청난 독서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한 번은 어떤 학생이 "선생님께서 아시다시피 저는 이 과목만 듣는 게 아니고 다른 세 과목을 함께 듣고 있습니다. 다른 과목 선생님들도 독서량을 할당하십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이걸 일주일에 어떻게 다 읽으라는 겁니까?"하고 불평했답니다. 그러자 캠벨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해보기는 했다니 놀랍군.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일주일에 읽으라는 것이 아니고 평생 읽으라는 것이네."

 

이 이야기는 캠벨과 저널리스트인 빌 모이어스(Bill Moyers)의 대담을 엮은 <신화의 힘>에 나옵니다. 정보와 지식 습득 차원에서 보면 책 한 권을 여러 번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평생을 읽을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정보와 지식의 습득은 독서의 표층일 뿐입니다. 독서는 정보와 지식 습득 외에 더 깊은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명상입니다. 명상은 흔히 앉아서 하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걸으면서 하는 명상이 있고 신체를 활용하는 요가도 명상이며 일을 하면서도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을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책으로도 명상을 할 수 있습니다.

 

명상은 두 가지를 추구하는 듯합니다. ‘일심(一心)’무심(無心)’. 일심은 하나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심(全心)’과 같은 말입니다. 전심과 마음챙김(mindfulness)은 일맥상통합니다. 일심과 전심을 좀 더 쉬운 용어를 빌리면 몰입에 가까운 듯합니다. 무심은 마음을 텅 비우는 것으로 무아(無我)의 경지입니다. 장자(莊子)가 말하는 좌망(坐忘)과 같은 뜻입니다. 무심과 좌망의 반대는 장자가 말하는 좌치(坐馳)입니다. 좌치는 몸은 앉아 있지만 마음은 달리듯 분주한 상태를 말합니다.

 

내가 보기에 일심과 무심은 같은 것입니다. 일심으로 무아에 이르고, 마음이 비어있을수록 몰입이 깊어집니다. 무심할 때 일심할 수 있고, 일심할 때 무아에 이를 수 있습니다. 전심이 곧 무아입니다. 일심과 무심이 하나이고, 이것을 불교적으로 말하면 진공묘유(眞空妙有)이고, 법정 스님의 표현을 빌리면 텅 빈 충만입니다.

 

나는 독서로 명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저자와 책의 내용과 하나 됨으로써 전심과 무아에 이를 수 있고, 반대로 눈은 책을 보고 있지만 마음속은 딴 생각으로 가득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캠벨도 정보와 지식을 얻기 위해 책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독서는 그의 표현을 빌리면 희열(bliss)’이자 의식(儀式, ritual)’이었습니다. 그는 독서를 통해 자아가 사라지면서 동시에 자아가 고양되는역설을 만끽하며 기쁨이 흐르는 내면의 장소를 발견했습니다. 캠벨은 책을 그냥 읽지 않았습니다. 진지하게 놀이하듯 읽었습니다. 그는 성스러운 의식을 행하듯 읽었습니다.

 

노자(老子)<도덕경(道德經)>에서 학문의 길은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 도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가는 것(爲學日益 爲道日損)”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독서를 통해 이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것이 독서의 힘이자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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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프 캠벨 저, 데이비드 쿠들러 엮음, 노혜숙 역, 블리스, 내 인생의 신화를 찾아서, 아니마, 2014

* 조지프 캠벨 외 저, 이윤기 역, 신화의 힘, 이끌리오,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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